신수가 게송 쓰는 것을 마치고 곧 방에 돌아가니 사람들이 다 알지 못하였다. 또 신수가 헤아리되(생각하되) ‘오조께서 명일(明日)에 게송을 보시고 기뻐하시면 곧 내가 법(法)에 인연이 있고, 만약 그렇지 못하다고 이르시면 자연히 내가 미혹하여 옛 업장(業障)이 무거워서 법(法)을 얻는 것이 맞지 않으니, 성인의 뜻[聖意]을 헤아리기[測量] 어렵구나.’ 하고, 방중(房中)에서 헤아렸다(생각했다). 앉으며 누움이 편안하지 못하였는데 바로 오경(五更)에 이르렀다. 오조께서 이미 신수가 문(門)에 들지 못하며, 제 성(性)을 보지 못함을 아셨다. (날이) 새거늘 오조께서 노봉공(盧供奉)을 불러오라 하시어 남쪽 낭하의 벽사이를 향해 도상(圖相)을 그리라고 하시다가 문득 그 게송을 보시고 알려 말씀하셨다. “공봉(供奉)아, 그리지 말아라, 네가 수고스럽게 멀리 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