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가) 또 물었다. “제자가 늘 승(僧)과 속(俗)이 아미타불(阿彌陁佛)을 염(念)하여 서방(西方)에서 태어나기를 원하는 것을 보았느니, 청하건대 화상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그곳에서 태어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못 얻겠습니까? 원컨대 (저희들을) 위하여 의심을 허물어 주십시오.” 대사께서 이르셨다. “사군(使君)은 잘 들어라. 내가 말할 것이다. 세존(世尊)이 사위성(舍衛城) 중에 계시면서 서방정토에 이끌어 교화(敎化)의 말씀을 설(說)하셨는데, 경문(經文)이 분명하게 ‘여기에서 거리(떨어짐)가 멀지 아니하다.’(라 하고) 만약 모습[相 ]을 논(論)하여 말하면 이수(里數)가 십만팔천(十萬八千)이 되니, 곧 몸중의 십악(十惡)과 팔사(八邪)이다. 곧 이것이 멀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멀다고 이른 것은 그 낮은 근기[下根]를 위함이고, 가깝다고 이른 것은 그
높은 근기[上根] 주047) 상근(上根): 부처의 가르침을 깨닫는 뛰어난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
와 지혜[上智]를 위함이니, 사람은 두 가지가 있으나 법(法)에는 두 가지가 없다. 미(迷)와 오(悟)의 다름이 있으며 견(見)에는 더디고 빠름이 있느니, 어리석은 사람[迷人]은 염불(念佛)하여 저곳[淨土]에 태어남을 구하고, 깨달은 이[悟人]는 스스로 마음을 깨끗하게 하느니라. 그러므로 부처께서 이르시되, ‘제 마음의 깨끗함을 좇아 곧 불토(佛土)가 따라서 좇는다(깨끗하다).’(고) 하셨다. 사군(使君)아, 동방(東方)의 사람이라도 오직 마음이 깨끗하면 곧 죄(罪)가 없고, 비록 서방(西方)의 사람이라도 마음이 깨끗하지 못하면 또 허물이 있는 것이다. 동방의 사람은 죄를 짓고 염불하여 서방에 나기를 구하면, 서방의 사람은 죄를 짓고 염불해서 어느 나라에 나기를 구할 것인가? 무릇 어리석은 이는 자기의 본성을 알지 못하고, 몸 가운데의 정토를 알지 못하여 동(東)을 원하고 서(西)를 원하지만, 깨달은 이[悟人]은 있는 곳이 한가지이다. 그러므로 부처께서 이르시되, ‘있는 곳을 따라 항상 안락(安樂)하다.’고 하셨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