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微妙)한 도(道)는 허(虛)하고 깊어서 가히 생각하여 의논(議論)하지 못할 것이니, 말[言]을 잊고 뜻을 얻어야 바로 가히 깨달아 밝힐 것이다. 그러므로 세존(世尊)이 다자탑(多子塔) 앞에서 (제자 가섭과) 자리를 나누시며,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꽃을 잡으시어 불[火]로 불을 주듯 (하여) 마음으로 마음을 새긴 것이다. (이로써) 서녘에서 사·칠에 전하고,【사·칠은 이십팔조(祖)이다.】 보리달마(菩提達磨)에 이르러 동(東)으로 이 땅에 오셔서 인심(人心)을 바로 가리켜 성(性)을 보아 부처가 되게 하셨다. 혜가대사(惠可大師)가 처음의 말씀에 알아 들어서 마지막[달마대사의 말년] 세 번의 절에 골수(骨髓)를 얻고, 옷을 받아 조사(祖師)를 이어서 바른 종지(宗旨)를 열어 밝히셨다. (혜가대사에서 다시) 세 번 전하여,【세 번 전함은 삼조(三祖)와 사조(四祖)와 오조(五祖)이다】 황매(黃梅)에 이르러【황매는 오조(五祖)의 도량이다.】 회중(會中)의 고승(高僧) 칠백에 오직 부용거사(負舂居士)가【부용(負舂)은 돌을 지고 방아를 찧는 것이다.】 한 게(偈)에 옷[法衣]를 전하여 (받아서) 육대 조사(祖師)가 되었다. 남녘에서 여남은 해를 숨어 있으시더니, 하루 아침에 바람과 번(幡)이 움직이지 아니하는 기연(機緣)으로 인종(印宗)의 바른 안목[正眼]을 다치어(건드려) 여셨다(열어 주셨다).【인종(印宗)은 법사(法師)의 이름이다.】 거사(居士)가 이로부터 머리를 깎아 단(壇)에 올라【단(壇)은 계(戒)를 이르는(말하는) 곳이다.】 발타라(跋陁羅)의 먼 예언[記]을(에) 응해서 동산(東山) 법문(法門)을 여셨다.【동산(東山)은 오조(五祖)가 계시던 산이다.】 위사군(韋史君)이 해선자(海禪者)에게 명하여 그 말씀을 기록하거늘 이름을 이르시되, ‘법보단경(法寶壇經)’이라고 하신 것이다. 대사(大師)가 *오양(五羊)에서 시작하여 마지막에 조계(曺溪)에 이르시기까지 삼십칠년을 설법(說法)하시니, (그 동안) 감로(甘露)의 맛에 젖어서 성인(聖人)의 지위에 들어 범부(凡夫)를 건너뛴 이는 그 수를 기록하지 못한다. 부처의 심종(心宗)을 알아서 행(行)과 해(解)가 서로 응하여 큰 지식이 된 이는 이름이 전등(傳燈)에 실려 있느니, (그 중) 오직 남악(南嶽)과 청원(靑原)의 모심이 가장 오래어 그릇의 손잡이 없음[無巴鼻]을 다 얻은 까닭으로, 마조(馬祖)와 석두(石頭)가 나와서 기지(機智)가 둥글게(온전히) 밝아【기(機)는 체(體)이고, 지(智)는 용(用)이다.】 현풍(玄風)을 크게 움직였다(떨쳤다). (이어) 임제(臨濟)와 위앙(潙仰)과 조동(曺洞)과 운문(雲門)과 법안(法眼)의 여러 공(公)이 외연(巍然)히 나왔다.【외연(巍然)은 높은 것이다.】 도덕이 무리에서 건너뛰며, 문정(門庭)이 험하고 높아서, 영특하고 신령스러운[英靈] 납자(衲子)를 열어 내고, 지(志)를 일으켜 관(關)에 다그쳐 일문(一門)에 깊이 드니 오파(五派)의 근원이 한가지이다. 노추(爐錘)를 널리 거치어【노(爐)는 풀무이고, 추(錘)는 망치이니, 선지식(善知識)을 이르니라.】 규모가 넓고 크니, 그 오가(五家)의 강요(綱要)를 근원(根源)할진대 다 단경(壇經)에서 나온 것이다. 단경(壇經)이 말[言]은 적고(간결하고) 뜻[義]은 풍부하며, 이(理)가 밝고 사(事)가 갖추어져 (있어서) 제불(諸佛)의 한량없는 법문(法門)이 (또한) 구비되어 있다. 하나하나의 법문에 한량없는 묘의(妙義)가 갖추어져 있으며, 하나하나의 묘의(妙義)에 제불의 한량없는 묘리(妙理)를 펴니, 곧 미륵(彌勒)의 누각(樓閣) 중이며, 곧 보현(普賢)의 모공(毛孔) 중이다. 잘 드는[入] 이는 곧 선재(善財)와 한가지여서 일념(一念) 사이에 공덕이 원만하여 보현(普賢)과 같으며, 제불과 같을 것이다. 아깝구나! 단경(壇經)이 후인(後人)의 절약(節略)이 너무 많아서 육조(六祖)의 크고 온전한 뜻을 보지 못하는구나. 나[德異]는 젊었을 때 일찍이 옛 본(本)을 보고 그 후로부터 널리 구함을(이) 서른 남짓한 해이더니, 근일(近日)에 통상인(通上人)이 온전한 글을 찾아 옴을 득하여 가 오중(吳中)의 휴휴선암(休休禪庵)에서 새겨 여러 승사(勝士)들과 함께 수용(受用)한 것이다. 오직 원하는 것은 권[經典]을 펴서 눈을 듦[擧]에 대원각해(大圓覺海)에 바로 들어가 불조(佛祖)의 혜명(慧命)을 이어 다함이 없으면 내 뜻의 원(願)이 찰 것이다.
지원(至元) 이십칠년(二十七年) 경인세(庚寅歲) 중춘일(中春日)에 쓰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