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혜왕. 마혜수라(摩醯首羅)라고도 음역하는데, 범어로는 ‘Maheśvara’. 대자재천왕(大自在天王)과 같은 말. 외도로서, 색계(色界)의 정상(頂上)에 있는 천신(天神)의 이름. ‘색계’는 욕계(欲界)와 무색계의 중간 세계로, 탐욕에서는 벗어났으나 육체를 가진 존재들이 사는, 아직 색심(色心)까지는 벗지 못한 세계를 말한다.
갖추어지지. -[具]+디(연결어미). 여기 ‘-’은 자동사로 사용되었으나, 중세국어에서는 자·타동사 두 기능을 가진 동사로, 이를 ‘자·타 양용동사’ 또는 ‘중립동사’라고도 한다. ‘-〉-’으로 표기한 것은 8종성가족용법에 따른 결과이다. ¶體 읏드미니 얼굴 씨 體오(체는 으뜸이니 형체를 가지는 것이 체이고)〈법화경언해 1:148ㄱ〉. 性이 제 號 如來藏이라 고 〈월인석보 9:21ㄱ〉. 備 비. 具 구〈1576 신증유합 상:9ㄴ〉.
못할진댄. 못할 것 같으면. ‘X(오/우)ㄹ딘댄’은 “Xㄹ 것이면” 정도의 뜻으로, 선행절의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것을 후행절 사실의 조건이나 이유, 근거로 삼음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1464년까지 성립된 문헌에는 ‘-(오/우)ㅭ딘댄’ 또는 ‘-(오/우)ㄹ띤댄’으로 표기되었으나, 1465년 원각경언해부터는 ‘ㆆ’과 ‘각자병서’ 폐지로 표제어처럼 적었다. ¶이 말옷 虛티 아니딘댄 내 두 히 도로 녜 리라〈석보상절 20:19ㄴ〉. 正宗 通達코져 홀띤댄 모로매 몬져 序分을 굘띠니〈법화경언해 1:16ㄴ〉.
이르리라. 말하리라. 니-[註]+오+리+라. ‘니-’는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 불규칙활용을 하여 어간이 ‘닐ㅇ-’로 교체되며, ‘’불규칙활용 중 이른바 ‘ㄹ·ㅇ’형. ‘-오-’는 인칭활용으로 종결형이나 연결형에서 주어가 1인칭대명사[나] 등 화자일 때 결합하는선어말어미. ‘-오/우-’가 연결되어 주체의 주관적 의도가 개재된 동작이나 상태를 나타내므로 ‘의도법’ 선어말어미로 보기도 한다.
없는. ‘업슨’은 ‘없-’[無]에 관형사형어미 ‘은’의 통합형. 현대국어에서 ‘있다·없다’는 동사와 형용사의 어느 하나에 귀속시키기 어려운 점이 많으나, 중세국어에서는 ① ‘잇다’[有]는 동사에 가깝고, ② ‘없다’는 형용사의 활용과 같다. ¶① 잇다, 잇, 잇니라, 잇노니 등. ② 업다, 업슨, 업스니라, 업소니 등.
남도. (밝은 빛이) 나오는 것도. 나-[發現]+암(명사형어미)+도(보조사). 방점이 표기된 15세기 관판 문헌에서라면 어간 말음이 ‘ㅏ/(ㅑ)’일 때는 명사형어미 ‘-암’과, ‘ㅓ/ㅕ’일 때는 ‘-엄’과 통합하되 ‘-아/어-’는 생략(흡수)되고 성조는 변동했다. 일반적으로 명사형어미를 ‘-옴/-움’으로 보고 있으나 음운론적 관점에서는 명사형어미에 ‘옴/움’, ‘암/엄’이 있었고, 어간말 모음의 음운환경에 따라 선택 적용되는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 합당하다. ¶:하〈원각경언해 하3-2:42ㄱ〉. :자·매〈능엄경언해 10:82ㄱ〉. :셔미〈금강경삼가해 2:50ㄴ〉. :녀·미〈석보상절 9:21ㄴ〉.
뿌리. 근본. 근원. 사물이나 현상을 이루는 근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오늘날 표준어 ‘뿌리’는 20세기초 ‘리’의 직접적 계승이라 할 수 있다. 이 어형의 형성과 관련이 깊은 것을 중세국어 자료에서 찾아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15세기 문헌에서는 ‘불휘’만, 16세기 문헌에는 ‘불휘’를 비롯하여 ‘불회, 불희, 불’, 그리고 ‘휘, 희’ 등이 나타난다.
나무에. [木·樹]+의(처소의 부사격조사). 15세기 국어에서 ‘나모’[木]는 뒤에 오는 조사의 음운환경에 따라 2가지 어형으로 실현되었다. ①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와 통합될 때. ¶남, 남, 남, 남로, 남기라 등. ② 나모:공동격조사 ‘와’와 자음으로 시작하는 조사(관형격 ‘ㅅ’ 등)와 휴지가 올 때. ¶나모와, 나못그티, 나모, 나모 아래 등.
꽃. 종성부용초성 표기 ‘곶’을 8종성가족용법에 따라 종성 ‘ㅈ’과 동일서열(치음)의 전청자인 ‘ㅅ’으로 간략 표기한 것이다. 용비어천가(1445~1447)와 월인천강지곡(1447)에는 오늘날과 같은 받침 표기법을 일부 적용하여 ‘곶’과 같이 썼다. ¶불휘 기픈 남 매 아니 뮐 곶 됴코 여름 하니〈용비어천가 2장〉. 모딘 곶 먹고 저도 주구니〈월인천강지곡 135장〉.
소리지르되. 울부짖되. 우르-[叫]+오(연결어미). 만약 어간을 ‘울-’로 본다면 당시 표기법에 따라 ‘우로’로 연철 표기하였을 것이다. 중세국어에서 어간 ‘우르-’는 뒤에 모음 어미와 결합할 때 용언의 어간이 ‘울ㅇ-’로 활용하였으며, 이때 제2음절 초성 ‘ㅇ’는 유성후두마찰음 [ɦ]로 해석된다. ¶窮子ㅣ 놀라 울어 닶겨 해 디여 이 사미 나 잡니[窮子ㅣ驚喚야 迷悶躃地야]〈법화경언해 2:240ㄱ〉.
소리. 메아리. 구결문 ‘呌不響山谷애’의 ‘不響(불향)’에 대한 보충 번역. 15세기 일반형은 ‘소리’이며 아주 적게 ‘소’형도 나타난다. 그런데 16세기 문헌에는 ‘소리’형은 거의 없고 ‘소’형이 주로 사용되었다. ¶音은 소니 光明에셔 말니라 〈월인석보 1:33ㄱ〉. 音 소 음, 聲 소 〈1527 훈몽자회 상:15ㄱ〉.
마치었다. ‘淸風起了也커다’에서 ‘了也커다’에 대한 번역. -[了]+거(확인법)+다(종결어미). 어간 ‘-’이 자음어미 앞에서 종성을 팔종성가족용법에 따라 ‘ㅊ→ㅅ’으로 표기한 것이다. 이 글이 백화문(白話文)이라면 ‘了’는 완료를 나타내므로 ‘淸風起了也커다’는 “맑은 바람이 일어났다” 정도가 무난할 터인데, 언해자는 이 텍스트를 한문으로 보고 ‘了’를 ‘마치다’로 번역한 것이 아닌가 한다.
혹 마혜왕(摩醯王)의 눈이 갖추어지지 못했을 것 같으면, 지금 다시 너희를
(여러 불자들을)
위하여 말해주리라. 음양(陰陽)이 없는 땅에 광명(光明)이 나옴도 마쳤으며, 뿌리 없는 나무에 꽃이 피는 것도 마쳤으며, 울되
셋이니. 서ㅎ[三]+이(서술격조사)+니(연결어미). 15,16세기 일반형은 ‘세히니’인 것으로 볼 때, 이 책에 집중적으로 나오는 ‘서히니’는 이 책의 간행지인 전라도 순창 지역어일 가능성이 크다. ¶하콰 콰 사과 서히 三삼才이라(하늘과 땅과 사람, 이 셋이 삼재이다.)〈몽산화상육도보설 26ㄴ〉.
계(戒, 계율)와 정(定, 선정)과 혜(慧, 지혜). 계(戒)는 몸·입·뜻으로 범할 나쁜 짓을 방지하는 것. 정(定)은 산란한 마음을 한 경계에 머물게 하는 것. 혜(慧)는 진리를 깨닫는 지혜. 불도(佛道)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지키는 ‘계·정·혜’ 이 세 가지는 가장 중요한 것이며, 모든 불법이 포섭되는 궁극적인 것이다.
갖추어짐과. -[具]+옴(명사형어미)+이(비교 부사격조사). 언해문의 “누니 서히 조미 니라”에 나타나는 ‘조미’는 동사 어간 ‘-’에 명사형어미 ‘옴’과 비교 부사격조사 ‘이’가 통합된 어형으로 주어 ‘서히’[三]에 대한 서술어로서, 자동사로 쓰인 것이 앞의 예와 다르다.
법신(法身)의 본체이고. 法身+體(톄)+Ø(서술격)+고(어미). 법신(法身)은 부처의 삼신(三身)의 하나. 불법(佛法)을 신체에 비유해 표현한 말로서, 법계(法界)의 이치와 일치하는 부처의 몸. ¶부텻 모 세 가지로 니 淸淨法身毗盧遮那와 圓滿報身盧舍那와 千百億化身釋迦牟尼시니라 … 一切法이 가진 佛性이니 이 衆生마다 뒷논 제 性이니 일훔도 업건마 구쳐 法身이라 니라(부처의 몸을 세 가지로 말하는데, 청정 법신 비로자나와 원만 보신 로사나와 천백억 화신 석가모니이시다. … 모든 법이 한가지인 불성인데, 이것이 중생마다 가지고 있는 저의 불성[性]이니, 이름도 없지만 굳이 ‘법신’이라고 하는 것이다.)〈월인석보 2:52ㄴ〉
말할 것 같으면. 말할 경우에는. (굳이) 말한다면. 니-[云]+올뎐(연결어미). 동사 어간 ‘니-’에 조건이나 가정의 기능을 나타내는 어미구조체 ‘-(오/우)ㄹ뎐’이 통합된 어형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정도의 뜻을 나타낸다. 어미 ‘-ㄹ뎐’은 음독구결에서는 ‘’ 또는 ‘’으로 표기되었다. 15세기 문헌에서는 육조법보단경언해(1496)에 한 예가 보이지만, 16세기 지방 문헌 중에서 정속언해(1518)에 4개가, 사법어(고운사·빙발암·송광사판)에 1개(홀뎐←홀뎬)가 나타난다. 15세기 문헌에서는 원각경언해(1465) 이전 문헌에서는 ‘-(오/우)ㅭ뎬’ 또는 ‘-(오/우)ㄹ뗸’ 등으로, 그 후로부터는 ‘-(오/우)ㄹ뎬’으로 표기되었다. ¶이 經을 닐뎬 威音王 야 〈월인석보 17:90ㄱ〉. 第一淸淨 구홀뗸 世尊 시니 업슬〈법화경언해 3:187ㄴ〉. 作작法법홀뎐 네 이리 자 리니 네 이 나〈1496 육조법보단경언해 상:4ㄴ〉. 大凡디 行脚홀뎐 모로매 이 道로 져 뇨리니〈1517 사법어언해(고운사판) 3ㄴ〉. 집블 올케 홀뎐 모로미 몸 닷고모로 비릇니〈1518 정속언해 5ㄴ〉.
중간 구절이다. 중세국어에서는 체언을 나열할 때는 그 뒤에 공동격조사 ‘와/과’로 마지막 체언까지 연결한 다음에 이 명사구에 필요한 조사를 연결하였다. 즉 “N1과/와 N2과/와+(조사)”와 같은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당시 곡용의 질서였다. ¶一切 믜 相이 업서 입시울와 혀와 엄과 니왜 다 됴며 고히 길오(일체의 미운 상이 없어 입술과 혀와 어금니와 이가 모두 좋으며 코가 길고)〈석보상절 19:7ㄴ〉.
】
【○마혜왕(摩醯王)은 수라천(修羅天) 사람이다. 그 사람의 낯
(얼굴)
에는 눈이 셋이니, 〈불도를〉 배우는 자의 계·정·혜(戒定慧) 3구 갖춤이 마혜왕의 눈 셋이 갖추어져 있는 것과 같으니라. 무음양지
(無陰陽地; 음양이 없는 땅)
는 법신(法身)의 체
(體; 본체)
이고, 광명발현
(光明發現; 광명이 나옴)
은 법신의 용
(用; 작용)
이다. 무근수자
(無根樹子; 뿌리 없는 나무)
는 보신(報身)의 체이고, 개화료야
(開花了也; 꽃이 핌)
는 보신의 용이다. 규불향산곡
(呌不響山谷; 소리치되 산골짝에 메아리 소리가 없음)
은 화신(化身)의 체이고, 청풍기료야
(淸風起了也; 청풍이 일어남)
는 화신의 용이다. 또 〈이를〉 말할 것 같으면 체구(體句)와 용구(用句)와 중간구(中間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