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보았는가? 못 보았는가? 구결문의 ‘豈不見가’에 대한 번역. 15세기에 2인칭 의문법 어미는 ‘-ㄴ다’이나 여기서는 ‘-ㄴ가’가 쓰였다. 15세기 관판문헌에서 ‘-ㄴ가’는 판정의문문 어미로서 16세기 이 지역에서는 설명의문문과 판정의문문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영산회에서. 세존이 영취산(靈鷲山≒靈山)에 계시면서 설법하던 때의 모임을 말하는데 영산회(靈山會)라고도 한다. 주로 법화경(法華經)을 설하던 모임으로 법화경의 서품(序品)에 이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이 모임을 그린 장면을 ‘영산회상도(圖)’라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법당의 후불탱화로 많이 사용된다.
5가지의 신통력. 오통(五通)·오신변(五神變)이라고 한다. 다섯 종류의 불가사의하고 자재한 묘한 작용. ① 천안통(天眼通) : 세간 일체의 멀고 가까운 모든 고락의 모양과 온갖 형체와 색을 속속들이 내다볼 수 있는 자유자재한 작용력. ② 천이통(天耳通) : 어떠한 말이나 소리를 하나도 듣지 못할 것이 없는 불가사의한 신통력. ③ 숙명통(宿命通) : 지난 세상의 생애, 곧 전세의 일을 잘 아는 신통력. ④ 타심통(他心通) : 다른 이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완전히 자유자재하게 아는 불가사의한 심력(心力). ⑤ 신족통(神足通) : 시기(時機)에 응하여 크고 작은 몸을 나타내어, 자기의 생각대로 다니는 통력(通力).
세상 모든 것이 공(空)한 것이라는 이치를 터득하는 것. [동]법공지(法空智). [약]무생인(無生忍). ‘法印(법)’에서 ‘忍’은 한국 한자음의 고형 ‘’의 후대형으로서 이 책에서만 5개가 보인다. ‘忍’의 중세국어 현실한자음으로는 4가지가 나타난다. ① [].弘忍〈1496 진언권공 45ㄴ〉, ② []. 忍和화尙〈육조법보단경언해 상:87ㄱ〉, ③ [] 〈번역소학 9:20ㄱ〉〈장수경언해 26ㄴ〉. 잉〈1576 유합 하:11ㄴ〉. ④ [인] 〈번역소학 9:96ㄴ〉〈소학언해 4:25ㄱ〉 등. 방언과 세대차에 따라 어떤 한자의 한자음에 대한 정보가 달랐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러 가지 모진 죄(罪). 구결문 “作諸重罪인고”에서 ‘…諸重罪’에 대한 번역. 본문의 ‘어러’는 ‘여러’의 오각임이 분명하다. 이것의 구체적인 행위는 바로 앞의 ‘아비 주기며 어미 주겨’이다. 부모(父母)를 죽인 것까지를 포함해 가장 사악한 죄를 표현한 것이다. 현대국어에서라면 이 구절은 “아버지 죽이며 어머니 죽인 여러 가지 모진 죄” 정도로 번역하였을 것이다.
지은 것을. -[作]+은(관형사형어미)#(의존명사)+(목적격조사). 15세기에는 ‘지’으로 표기되고, 16세기 전반부터 점차 ‘ㅿ〉ㅇ’으로 변해가나 ‘-’의 경우에는 16세기 후반 문헌까지도 나타난다. ¶惡악業업 지〈몽산화상육도보설 27ㄱ〉. 물 지 기러기를 몰오[風驅江上群飛鴈. 바람은 무리 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를 몰고]〈1576 백련초해 3ㄴ〉.
증입(證入)하지. 참다운 지혜로 진리를 증득하지. ‘訂’은 ‘證’과 통용자(通用字)로, 이 책에서는 한자음이 ‘訂[]’이다. 그러나 신증유합(1576)에는 “訂 의뎡 뎡”(하18ㄴ)으로 되어 있어 방언과 의미에 따라, 한자음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三삼寶보 訂明고〈몽산화상육도보설 28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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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못 보았는가? 영산회(靈山會)에서 오백 명의 비구(比丘)가 네 가지 선정[四禪定]을 얻었으며 다섯 가지 신통[五神通]을 얻었으되,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지 못하여 숙명지통(宿命智通)으로써 과거생(過去生) 중에 아비 죽이며 어미 죽이는 등 여러 가지 모진 죄(罪)를 지은 것을 보고, 〈영상회상에 모인 오백 명의 비구가〉 각각 이러한 의심(疑心)을 가져 매우 깊게 법(法)에 능히 증입(證入)하지 못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