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겁
인연니 주005) 인연니: 인연이. 인연(因緣)+이(주격조사). ‘니’는 ‘인연’의 말음 ‘ㄴ’이 중철된 것임. 이 명사는 한자로 많이 쓰였으나, 정음 표기로는 16세기 초 「번역 박통사(언해)」가 처음이 아닌가 함. 져그나 인연 로미 됴토다(做些因緣時好)〈번박 상:76ㄱ〉. 다음으로 ‘이 문헌’의 예문임.
듕니 주006) 듕니: 매우 소중하니. 듕(重)+니(연결어미). 나라 命令 重기 彼此一般이오니 貴國 分付가 重면 내 나라 申飭도 亦是 重오니〈인어 1:1ㄴ〉. 이는 「인어대방(隣語大方)(1790)」의 용례로 ‘이 문헌’의 이 대목은 정음 표기로는 앞의 예문보다 훨씬 빠른 아주 오랜 것이므로 표제어로 등록되어야 할 것임.
이제
와 주007) 어믜 예 주008) 어믜 예: 어머니의 배에. 어미[母]+의(처소부사격조사)#[腹]+예(처소의 부사격조사).
드도다 주009) 드도다: 들었구나. 드도다. 들-[入]+도(감탄법 선어말어미)+다.
리 주010) 나므니 주011) 나므니: 넘으니. 넘어가니. 지나가니. 남-[越]+으니. 이 동사는 15세기 중엽에서 ‘넘-’ 의 쓰임으로 보아 쌍형어로도 볼 수 있겠으나, ‘나마:너머’의 경우 그 빈도로 본다 해도 전자가 후자보다 훨씬 많이 쓰였음을 알 수 있으나, 현대어에 이어진 것은 후자에 속한 것이 미심한 것임.
오장이
나고 주012) 닐곱 리 주013) 닐곱 리: 일곱 달이. 닐곱[七]#[月]+이(주격조사).
되니
여 가지 졍이 주014) 여 가지 이: 여섯 가지 정이. 육정(六情)이. 여[六]#가지[種]+[情]+이(주격조사). ‘육정(六情)’은 사람의 여섯 가지 성정(性情). 곧 희(喜), 노(怒), 애(哀), 락(樂), 애(愛), 오(惡)를 가리키나, 여기서 육정(六精)으로 육근(六根), 곧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 의(意)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과 이를 통한 여섯 가지 인식 능력을 뜻함.
여도다 주015) 여도다: 열렸도다. 열렸구나. 열-[開]+(현재시상 선어말어미)+ㅅ(감동법 선어말어미)+도(감동법 선어말어미)+다.
모미 주016) 므거워 주017) 므거워: 무거워. 므겁-[重](ㅂ불규칙)+어. 주구믈 기드리노니 목숨 므거 손 몯 죽노다〈월천 상:52ㄱ〉. 목수미 므거 거실〈석상 6:5ㄱ〉.
뫼히 고 주018) 뫼히 고: 산과 같고. 뫼ㅎ[山](ㅎ종성체언)+이(주격조사). -[如]+고. ‘-’의 ‘’는 ‘고’의 무성자음 ‘ㄱ’ 앞에서 탈락함. 여기서 형용사 ‘-’는 ‘-이’를 지배한 것인데, 이와 같은 것으로 ‘-[値]’도 있음. 리 즈믄 매 비취요미 니라〈월석 1:1ㄱ주〉. 일훔난 됴 오시 비디 千萬이 며〈석상 13:22ㄴ〉.
니믜 주019) 니믜: 다니는 것의. 다니는 것에. 다님에. 니-[行]+ㅁ(명사형 어미)+의(관형격 조사). 명사형 어미로 ‘옴/움’이 쓰이지 않고 ‘ㅁ’으로 쓰임. ‘니-’는 ‘-[走]#니-[行]’의 비통사적 합성어임. 이 동사 어간 ‘니’의 표기는 「용비어천가」를 비롯하여 「번역소학」 등 16세기 초엽에도 보이는데, 이의 비음동화형인 ‘니-’도 「월인석보」 등 15세기 후반부터 계속 쓰였음. 攻戰에 니샤〈용가 113〉. 손 녀 노닛가〈석상 6:16ㄱ〉. 顔子 孟子 다 거든 감히 티 몯야〈번소 6:11ㄴ〉. 前生 니다가 後生애 다시 난 모미〈월석 1:45ㄴ주〉.
람믈 주020) 람믈: 바람을. 람[風]+을(목적격 조사).
저혀 도다 주021) 저혀 도다: 위협하는구나. 두렵게 하는구나. 젛-[懼]+이(사동접미사)+어(연결어미)#-+(현재시상 선어말어미)+ㅅ(감동법 선어말어미)+도(감동법 선어말어미)+다. 劫은 저히고 아 씨라〈능엄 4:93ㄱ주〉. ⟶ 62쪽 감동법 ‘-도/돗/옷/ㅅ-’.
깁오 주022) 깁오: 비단옷을. 깁[羅]#옷[衣]+(목적격 조사). 깁 爲繒〈훈해례 합자〉. 綵女ㅣ 기베 안 어마긔 오더니〈월천 상:9ㄱ〉.
닙디 아니니 주023) 닙디 아니니: 닙지 아니하니. 닙-[服]+디#아니[不行]+니(연결어미). 무든 옷 닙고 시름야 잇더니〈석상 6:27ㄱ〉.
거우로예 주024) 거우로예: 거울에. 거우로[鏡]+예(부사격 조사). ‘예’는 ‘에’의 오기로 보임. 15세기에 ‘거우루’〈석상 24:20ㄴ, 월석 1:34ㄱ〉로 쓰이던 것이 15세기 후반에 ‘거우로’〈두초 21:41ㄴ〉로 쓰이다가 어말모음 탈락으로 16세기 초엽에 ‘거울’〈법집별행 32ㄴ, 34ㄴ〉로 처음으로 보이며, 그 쓰임이 확대된 것으로 봄.
듣그리 주025) 듣그리: 티끌이. 듣글[塵]+이(주격조사). 거즛 듣그리 더려윰과(妄塵所染)〈법화 1:180ㄴ〉.
잇도다 주026) 잇도다: 끼어 있구나. 끼었구나. -[挾]+어#잇-/이시-[有]+도(감동법 선어말어미)+다. ‘아/어+잇/이시-→앗/엇-’ 변화와 관련한 부분으로. 완료의 의미보다는 통사적 구성으로 문법화되기 이전의 형태로 보임. 반기 琉璃로 누네 〈능엄 1:58ㄱ〉.
※ 신심사본 대교 : 여러-어러, 인연니-인언니, 예-에, 오장이-으장이, 나고-니고, 모미-보미, 깁 오-겁 오.
※ 이 대목부터 10수의 5언율시(言律詩)가 138쪽까지 현대역이 되나, 국어학적인 고찰에 초점이 두어졌음을 밝혀둔다.
Ⓒ 언해 | 오응성 / 1545년(인종 1) 월 일
여러 겁 인연이 중하니 이제 와 어미의 배에 드는구나!
달이 넘어가니 오장이 나고 일곱 달이 되니 여섯 가지 정(안, 이, 비, 설, 신, 의)이 열렸구나!
몸이 무거워 산 같고 다니는 것이 바람을 두렵게 하는구나!
비단 옷을 입지 아니하니 거울에 티끌이 끼어 있구나!
Ⓒ 역자 | 김영배 / 2011년 1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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