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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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향 강씨네 일곱째 소부가 회요리를 베푸니 즐기며 장가(長歌)를 지어 주다[閿鄕姜七少府設鱠戱贈長歌]


閿鄕 주001)
민향(閿鄕)
지금 중국의 하남성(河南省) 협현(陜縣) 서쪽과 황하의 남쪽 연안에 있던 지역으로, 『두시상주(杜詩詳註)』에는 이 시의 주인공인 강소부(姜少府)가 이 민향현의 화재와 수해, 그리고 도적떼의 침입을 방어하는 직책인 이 소부(少府)에 임명되어 있었다고 하였다. 협주에서 ‘문(閿)’의 발음을 ‘민(民)’이라고 하였다.
姜七少府設鱠 戱贈長歌
주002)
민향갈칠소부설회 희증장가(閿鄕姜七少府設鱠 戱贈長歌)
두보가 건원(乾元; 肅宗) 원년(758) 겨울에 동도(東都)에서 지은 것이다.
【閿 音民이라】

민향강칠소부설회 희증장가
(민향 강씨네 일곱째 소부가 회요리를 베푸니 즐기며 장가(長歌)를 지어 주다)
【‘문(閿)’은 음이 ‘민’이다.】

姜侯 주003)
강후(姜侯)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그 성명을 알 수 없는 이 시의 주인공 강소부에 대해서, 그 직위인 소부(少府)의 직급에 맞추어 부르는 경칭인 ‘후(侯)’를 성에 붙여 쓴 것이다.
設鱠當嚴冬 昨日今日皆天風 주004)
천풍(天風)
저 높은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주로 겨울에 불어오는, 춥고 세찬 바람을 말한다.

姜侯ㅣ 鱠 베푸미 치운 겨를 주005)
겨를
겨울을. 이 명사의 원형은 ‘겨’이며, 이것은 같은 뜻의 ‘겨올, 겨, 겨월, 겨을’ 등과 함께 쓰였다. 중간본에서는 ‘겨으를’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當니 어제와 오왜 다   부놋다

【한자음】 강후설회당엄동 작일금일개천풍
【직역】 강후가 회요리를 벌이려는데 추운 겨울을 맞았으니, 어제와 오늘 모두 하늘 바람이 부는구나!
【의역】 강후가 회로 요리를 해서 잔치를 벌이려는데, 추운 겨울을 맞았기 때문에 어제와 오늘 할것없이 모두 하늘바람이 사뭇 불어서,

河凍求漁不易得 鑿氷恐侵河伯 주006)
하백(河伯)
‘물귀신’을 뜻하는 말인데, 물의 귀신에게 중국 고대 제후(諸侯)에게 붙여주던 다섯 가지 작위(爵位) 중의 하나인 ‘백(伯)’이라는 호칭을 붙여 귀중한 귀신이라는 의미로 대우한 말이다. 그래서 이 물귀신의 집은 ‘하백궁(河伯宮)’이라고 표현하였다.

미 어러 고기 잡디 몯릴 주007)
몯릴
못할 것이기 때문에.
수이 주008)
수이
쉽게. 쉬이. 이것은 형용사 ‘숩다(쉽다)’에 부사형 접미사 ‘이’가 연결되면서, ‘ㅂ’이 순경음 ‘ㅸ’으로 바뀌고, 이내 묵음 화하였다.
얻디 몯리니 어르믈 파 河伯의 宮을 侵逼가 전노라 주009)
전노라
두려워하노라. 동사 ‘젛다(두려워하다)’에 종결형 어미 ‘노라’가 연결되면서, ‘ㅎ’이 모음 ‘어’와 유성자음 ‘ㄴ’ 사이에서 유성자음인 ‘ㄴ’으로 유성음화하였다.

【한자음】 하동구어불이득 착빙공침하백궁
【직역】 강물이 얼어 고기 잡길 못할 것이라, 고기를 쉽게 얻지 못할 것이니, 얼음을 파내다가는 하백(물귀신)의 궁(宮)을 바짝 덤벼들게 될까 두렵노라.
【의역】 강물이 얼어 고기잡이를 할 수가 없어, 고기를 쉽게 얻을 수는 없을 것이라, 그래서 얼음을 파내다가는 물귀신의 궁궐을 잘못 건드릴까 걱정되었지만,

饔人受魚鮫人手 洗魚磨刀魚眼紅【饔人 掌烹割고 鮫人 居水中니라】

饔人 주010)
옹인(饔人)
옛날 중국의 주(周)나라 때 고기를 삶고 잘라 요리하는 것을 맡은 요리 담당 관리였으며, ‘옹인(雍人)’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이 고기 鮫人 주011)
교인(鮫人)
이것은 물 속에 산다는 전설적인 괴상한 인물로서 남해 바다 물 속에 집이 있으며, 물고기처럼 물속에 살면서도 베를 짜기도 하였고, 눈은 보통 사람처럼 울기도 하는데 울면 눈에서 진주가 나왔으며, 물고기를 잡기도 하였다. 이 교인의 첩을 ‘교첩(鮫妾)’, 집을 ‘교실(鮫室)’, 눈에서 나온 진주를 ‘교주(鮫珠)’, 이 사람이 짠 비단을 ‘교초(鮫綃)’라고 하였다. 그리고 용(龍)과 같은 족속이라며, ‘교인(蛟人)’이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이 시에서는 물론 ‘어부’를 지칭한 말로 쓰였지만, 전설 속 교인이 물고기를 잡아 넘겨준 것으로 읊고 있다.
소내 주012)
소내
손에서.
바다 고기 싯고 갈 니 주013)
갈니
칼을 가니. 명사 ‘갈(칼)’이 ㅎ말음 명사라서 목적격 조사 ‘’에 ‘ㅎ’이 첨용되어 쓰였다.
고기의 누니 븕도다

【한자음】 옹인수어교인수 세어마도어안홍【‘옹인(饔人; 요리사)’은 고기를 삶고 잘라 베풀고, ‘교인(鮫人; 고기잡이)’은 물속에 산다.】
【직역】 옹인이 고기를 교인의 손에서 받아, 고기 씻고 칼을 가니 고기의 눈이 붉도다.
【의역】 요리를 담당한 관리는 고기를 삶고 자르는 것을 맡고 있기 때문에 먼저 고기잡이에게서 고기를 받아다가, 고기를 깨끗이 씻어 놓고 칼을 가는데, 고기 눈을 보니 눈이 붉은 색으로 아직 싱싱하여,

無聲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61ㄱ

細下飛碎雪
주014)
무성세하비쇄설(無聲細下飛碎雪)
소리 없이 가늘게 떨어지니 부서지듯 눈이 나는 듯하다. 생선을 넘겨 받은 요리사[饔人]가 기막히게 잘 드는 칼로 생선살을 잘게 회로 쳐서 내려놓는 동작과 그 잔 살점들이 사쁜사쁜 떨어지는 모양을 하얀 눈발에 비겨서, 아주 생동적이며 사실적으로 기막히게 잘 묘사하고 있다.
有骨已刴觜春葱 주015)
취춘총(觜春蔥)
‘취(觜)’ 자는 ‘별이름 자’ 또는 ‘바다거북 주’, ‘부리 취, 끝 취’ 자인데, 언해자는 ‘보 파 섯놋다(봄의 파를 섞어 놓았구나!)’로 언해하여 이 ‘취’ 자를 ‘섯다(섞다)’로 풀어 읽고 있다. 이 한자어의 앞 부분인 ‘有骨已刴(있는 뼈들은 벌써 발라내어 놓다)’와 함께 유기적으로 해석하여 풀어보면, ‘있는 뼈들은 벌써 발라내어 놓아지고 봄 맞은 파들이 부리들을 뾰죽뾰죽 보이고 있다’이다. 그런데 우리 선인들은 이 ‘부리들[觜]’이 바로 파의 새싹이며, 이 새싹은 바로 뼈들이 발라내진 생선회에 섞여진 것임을 바로 확인한 것이다. 그래서 이 ‘취’ 자를 매우 함축적이며, 유기적인 의미로서의 ‘섯다(섞다)’로 잘 살려 훌륭하게 언해한 것이다.
【刴都唾切니 斫判也ㅣ라】

소리 업시 리 주016)
리
가늘게. 형용사 ‘다(가늘다)’에 부사형 접미사 ‘이’가 연결되면서, ‘ㄹ’이 연음된 것이다.
려디니  주017)

부수어서. 이 동사의 원형은 ‘다(부수다)’이며, 이것은 같은 뜻의 ‘다, 아다’ 등과 함께 쓰였다. 이것은 중간본에서 ‘’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 누니  도소니 잇  마 사오 주018)
사오
썰고. 이것은 원시의 ‘타(刴)’ 자를 언해한 것으로서, 동사 ‘사다(썰다)’에 연결형 어미 ‘고’가 연결되면서, ‘ㄹ’ 아래에서 ‘ㄱ’이 탈락하여 ‘오’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 ‘타’가 여기서는 ‘발라내어지고’로 풀이되는 것이다.
보 파 섯놋다 주019)
섯놋다
섞여져 있구나. 섞어 놓았구나.

【한자음】 무성세하비쇄설 유골이타취춘총【‘타(刴)’는 ‘도(都)’와 ‘타(唾)’의 반절(反切)이니 발라서 내어놓은 것이다.】
【직역】 소리 없이 가늘게 내려지니 바수어진 찬 눈이 나는 듯하더니, 있는 뼈를 벌써 썰고 봄의 파를 섞었구나!
【의역】 생선살이 소리 없이 잘게 저미어져 내려 놓아지자, 바수어진 찬 눈발이 날리는 듯하더니, 남아 있던 뼈들은 벌써 발라내지고, 봄 맞은 파가 섞여져 있는데,

偏勸 주020)
편권(偏勸)
무엇에 대해서 지나치게 권하다.
腹腴 주021)
복유(腹腴)
배가 기름진 것. 여기서는 ‘회로 친 생선의 기름진 뱃살’로 풀어 읽어야 한다.
愧少年 주022)
괴소년(愧少年)
소년들에게 부끄럽다. 여기서는 ‘자신은 기름진 뱃살 회를 먹는데, 소년들은 이런 뱃살의 회를 못 먹을 것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부끄럽다’는 말이다.
軟炊香飯緣老翁 주023)
연노옹(緣老翁)
늙은 영감으로 연유(緣由)하다. 여기서는 ‘늙은 영감인 나(두보) 때문이다’라고 풀어 읽어야 한다.

옛 진 로 주024)
옛 진 로
배의 살진 곳으로. 배의 살진 곳을 가지고. 여기서는 ‘생선 배의 살진 부분을 쳐서 놓은 회를 가지고’라는 말이다.
장 勸호 져믄 사 붓그리노니 곳다온 바 보라이 지 주025)
지
지음은. 이 동사의 원형은 ‘다(짓다)’이며 ‘다’에 명사형 어미 ‘옴’이 연결되면서 ‘ㅿ’이 연음되고, 여기에 다시 주격조사 ‘’이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지오’으로 표기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늘근 한아빌 말얘로다 주026)
말얘로다
말미암은 것이다. 이 동사의 원형은 ‘말다(말미암다)’이다.

【한자음】 편권복유괴소년 연취향반연노옹
【직역】 기름진 배의 살을 지나치게 권해서 젊은 사람들에게 부끄럽고, 맛 좋은 밥을 부드럽게 짓는 것은 이 늙은이 때문이로다.
【의역】 (강소부는 내가 늙었다고 해서) 지나치게 기름진 배의 살을 먹으라고 권해서 젊은 사람들에 부끄러운데, 맛 좋은 밥을 부드럽게 짓는 것도 늙은 나 때문인 듯하니,(그런데 이 두 구는 이 『두시언해』 초간본과 중간본, 그리고 『찬주분류두시』에는 이대로인데 반해, 『두시상주(杜詩詳註)』에는 『두억(杜臆)』에 의해서 수정한다면서, 다음 구 ‘落砧 ~’ 뒤로 옮겨 기록하고 있다.)

落砧何曾白紙濕 주027)
낙침하증백지습(落砧何曾白紙濕)
도마에서 저며져서 내려지는 생선회의 한 점 한 점들이 저며지기 무섭게 흰 종이에 놓여져서, 그 종이가 미처 젖기도 전에 금방 요리상의 접시로 옮겨진다.
放筋未覺金盤空 주028)
방저미각금반공(放筯未覺金盤空)
젓가락을 맘껏 써서 먹어도 금소반이 비워지지 않고, 바로바로 회로 채워지고 있는 것을 미처 모른다.

도마애셔 디니 주029)
디니
지니. 떨어지니. 이것은 바로 ‘생선회가 도마에서 저며져서, 밑으로 내려 놓여지니’라는 말이다.
엇뎨 일즉  죠 저즈리오 져 放縱히 야 金盤이 뷔  주030)
뷔 
비는 것을. 여기의 ‘(것을)’은 의존명사로서 목적격의 독립된 말로 쓰였다.
아디 몯호라

【한자음】 낙침하증백지습 방저미각금반공
【직역】 도마에서 내려지니 어찌 일찍이 흰 종이를 젖게 했겠는가? 젓가락을 맘껏 써서 먹어도 금소반이 비워지는 것도 알지 못하면서,
【의역】 회가 도마에서 내려질 제 어찌 처음부터 흰 종이를 적셨겠는가? 내가 젓가락을 마음껏 이용해서 먹으면서, 금소반의 회가 비워져도 금방 다시 회가 채워져서, 그 비워지는 것을 모르면서,

新懽便飽姜侯德 淸觴異味情屢極

새례 주031)
새례
새로이. 이것은 정녕 ‘새다(새롭다)’와 어원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긴 하나, 독립 부사로서 같은 뜻의 ‘새려, 새’ 등과 함께 쓰였다.
歡樂호매 姜侯의 德을 곧 브르호니 주032)
브르 호니
배불러 하니. 여기서는 ‘강후가 베풀어 준 생선회의 잔치를 한껏 누린다’는 말이다.
 잔과 됴 마새 디 주033)
디
뜻이. 여기서는 ‘한량없이 고마운 정’이라는 말로 쓰였다.
조 至極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61ㄴ

도다

【한자음】 신환편포강후덕 청상이미정루극
【직역】 새롭게 기쁘고 즐거움에 강후의 덕을 곧 실컷 누리니, 맑은 술잔과 좋은 음식 맛에 뜻이 자주 지극하구나!
【의역】 새로운 기쁨으로 강후 당신의 덕을 문득 실컷 누리며, 맑은 술잔과 기이한 새선회 맛에 고마운 정은 누누이 끝이 없고,

東歸 주034)
동귀(東歸)
낙양(洛陽)으로 곧 가야 하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는 동쪽으로 돌아가는 것이 된다.
貪路 주035)
탐로(貪路)
갈 곳으로 빨리 가야하기 때문에 길을 열심히 찾는다는 말이다.
自覺難 欲別上馬身無力

東녀그로 가매 길 貪호미 어려운 고 주036)
어려운 고
어려운 것을. 이것은 원 시구의 ‘난(難)’ 자 하나를 언해한 것이며, 여기의 ‘고(것을)’은 의존명사 ‘곧(곳. 것)’에 목적격 조사 ‘’이 첨가되면서, ‘ㄷ’이 연음된 것이다.
내 아노니 여희오  고져호니 모매 히미 업세라

【한자음】 동귀탐로자각난 욕별상마신무력
【직역】 동쪽으로 돌아가며 길을 찾아가고 싶으나, 어려운 곳을 내가 알고 있으니, 작별하고 말을 타려 하니 몸에 힘이 없구려!
【의역】 동쪽으로 빨리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길을 열심히 찾아가고 싶지만, 그것이 어렵다는 것을 내 스스로 알고 있으니, 작별하고 말 위에 올라 타려 하니 몸에 힘이 빠지지만,

可怜 주037)
가련(可怜)
이 한자어는 『찬주분류두시(纂註分類杜詩)』에도 이대로 표기되어 있으나, 여기의 ‘령(怜)’ 자는 ‘련(憐)’ 자와 같은 것이라 『두시상주(杜詩詳註)』에는 ‘련(憐)’ 자로 기록되어 있어서, ‘가련’과 같은 것으로 놓고 다루기로 한다. 이것은 흔히 그대로 우리말인 것처럼 ‘가련하다’로 풀어 읽고 이해하고 있으나, 여기서는 ‘가히 사랑스러워할 만하도다’로 풀어 읽어야 한다.
爲人好心事 주038)
위인호심사(爲人好心事)
(강소부 그대의) 인간성 됨됨이로 인해서 참으로 좋은 마음의 일들이여!
於我見子眞顔色 주039)
어아견자진안색(於我見子眞顔色)
나를 향하여 함에 그대의 진실한 낯빛(안색)을 보노라. 이 시구의 ‘어아견자’라는 조어구조(造語構造)를 놓고 분석해 보면, 이것은 ‘나에게 그대를 보여주었다’가 된다. 따라서 이 시구를 앞의 시구와 상관시키면서 풀어 읽어보면 ‘나에게 그대의 진실한 얼굴빛을 보여주니’가 된다.

可히 오도다 주040)
오도다
사랑스럽도다. 이 고어 동사의 원형은 ‘오다(사랑하다).
사미론디 주041)
사미론디
사람 됨됨이 때문인지. 이것은 주인공 강소부의 다정한 인간성 때문이라는 말이다.
맷 이리 주042)
맷이리
마음의 일이.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맷이리’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됴니 날 향야 호매 그딋 眞實ㅅ 고 주043)
고
낯빛을. 얼굴빛을. 원형은 ‘곶(낯빛. 얼굴빛)’이며, 이것은 같은 뜻의 ‘곷, ’ 등과 함께 쓰였다.
보노라

【한자음】 가련위인호심사 어아견자진안색
【직역】 가히 사랑스럽도다. 사람다움 때문인지 마음의 일이 좋으니, 나를 향하여 보여주는 그대의 진실한 얼굴빛을 보노라.
【의역】 가히 사랑스럽도다! 강소부 그대의 인간성 됨됨이로 인해서 참으로 좋은 마음의 일들이여! 나에게 그대의 진실한 얼굴빛을 보여주니,

不恨我衰子貴時 悵望 주044)
창망(悵望)
서글프게 바라보다. 이것은 한시(漢詩)에서 무수히 애용되는 시어로서 사전에는 ‘마음이 쓸쓸한 즈음에 그리운 곳을 향해 바라보는 것이다.[낙막지제 유소상망야(落寞之際 有所想望也)]’라고 풀이하고 있는 바와 같이,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강소부를 향해서 ‘서글프게 그리워한다’는 말로 쓰였다.
且爲今相憶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그듸 貴 저긔 내 늘구믈 츠기너기디 주045)
츠기 너기디
측은히 여기지. 섭섭하게 여기지. 여기서는 ‘섭섭하게 여기지’나 ‘한스럽게 여기지’로 풀어 읽어야 한다.
아니커니와 슬허 라오 주046)
라오
바라봄은. 동사 ‘라다(바라다. 바라보다)’에 명사형 어미 ‘옴’이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주격 조사 ‘’이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이제 여희오 주047)
여희오
여의고. 이별하고. 동사 ‘여희다(여의다)’에 연결형 어미 ‘고’가 연결되면서, ‘ㅣ’ 모음 아래에서 ‘ㄱ’이 탈락한 것이다.
서르 思憶호 爲노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불한아쇠자귀시 창망차위금상억
【직역】 그대가 귀하게 된 때 내가 늙은 것을 한스러워하지 아니하거니와, 서글프게 바라봄은 지금 작별하고 나면, 서로 그리워할 것이기 때문이로다.
【의역】 그대가 벼슬하여 귀하게 된 때에 나는 늙어버린 것을 한스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이 다음 멀리에서 서로를 향해 서글퍼하게 될 것은 지금 이렇게 작별하고나면, 서로 몹시 그리워질 것이기 때문일세!
Ⓒ 역자 | 송준호 / 2015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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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민향(閿鄕) : 지금 중국의 하남성(河南省) 협현(陜縣) 서쪽과 황하의 남쪽 연안에 있던 지역으로, 『두시상주(杜詩詳註)』에는 이 시의 주인공인 강소부(姜少府)가 이 민향현의 화재와 수해, 그리고 도적떼의 침입을 방어하는 직책인 이 소부(少府)에 임명되어 있었다고 하였다. 협주에서 ‘문(閿)’의 발음을 ‘민(民)’이라고 하였다.
주002)
민향갈칠소부설회 희증장가(閿鄕姜七少府設鱠 戱贈長歌) : 두보가 건원(乾元; 肅宗) 원년(758) 겨울에 동도(東都)에서 지은 것이다.
주003)
강후(姜侯) :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그 성명을 알 수 없는 이 시의 주인공 강소부에 대해서, 그 직위인 소부(少府)의 직급에 맞추어 부르는 경칭인 ‘후(侯)’를 성에 붙여 쓴 것이다.
주004)
천풍(天風) : 저 높은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주로 겨울에 불어오는, 춥고 세찬 바람을 말한다.
주005)
겨를 : 겨울을. 이 명사의 원형은 ‘겨’이며, 이것은 같은 뜻의 ‘겨올, 겨, 겨월, 겨을’ 등과 함께 쓰였다. 중간본에서는 ‘겨으를’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주006)
하백(河伯) : ‘물귀신’을 뜻하는 말인데, 물의 귀신에게 중국 고대 제후(諸侯)에게 붙여주던 다섯 가지 작위(爵位) 중의 하나인 ‘백(伯)’이라는 호칭을 붙여 귀중한 귀신이라는 의미로 대우한 말이다. 그래서 이 물귀신의 집은 ‘하백궁(河伯宮)’이라고 표현하였다.
주007)
몯릴 : 못할 것이기 때문에.
주008)
수이 : 쉽게. 쉬이. 이것은 형용사 ‘숩다(쉽다)’에 부사형 접미사 ‘이’가 연결되면서, ‘ㅂ’이 순경음 ‘ㅸ’으로 바뀌고, 이내 묵음 화하였다.
주009)
전노라 : 두려워하노라. 동사 ‘젛다(두려워하다)’에 종결형 어미 ‘노라’가 연결되면서, ‘ㅎ’이 모음 ‘어’와 유성자음 ‘ㄴ’ 사이에서 유성자음인 ‘ㄴ’으로 유성음화하였다.
주010)
옹인(饔人) : 옛날 중국의 주(周)나라 때 고기를 삶고 잘라 요리하는 것을 맡은 요리 담당 관리였으며, ‘옹인(雍人)’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주011)
교인(鮫人) : 이것은 물 속에 산다는 전설적인 괴상한 인물로서 남해 바다 물 속에 집이 있으며, 물고기처럼 물속에 살면서도 베를 짜기도 하였고, 눈은 보통 사람처럼 울기도 하는데 울면 눈에서 진주가 나왔으며, 물고기를 잡기도 하였다. 이 교인의 첩을 ‘교첩(鮫妾)’, 집을 ‘교실(鮫室)’, 눈에서 나온 진주를 ‘교주(鮫珠)’, 이 사람이 짠 비단을 ‘교초(鮫綃)’라고 하였다. 그리고 용(龍)과 같은 족속이라며, ‘교인(蛟人)’이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이 시에서는 물론 ‘어부’를 지칭한 말로 쓰였지만, 전설 속 교인이 물고기를 잡아 넘겨준 것으로 읊고 있다.
주012)
소내 : 손에서.
주013)
갈니 : 칼을 가니. 명사 ‘갈(칼)’이 ㅎ말음 명사라서 목적격 조사 ‘’에 ‘ㅎ’이 첨용되어 쓰였다.
주014)
무성세하비쇄설(無聲細下飛碎雪) : 소리 없이 가늘게 떨어지니 부서지듯 눈이 나는 듯하다. 생선을 넘겨 받은 요리사[饔人]가 기막히게 잘 드는 칼로 생선살을 잘게 회로 쳐서 내려놓는 동작과 그 잔 살점들이 사쁜사쁜 떨어지는 모양을 하얀 눈발에 비겨서, 아주 생동적이며 사실적으로 기막히게 잘 묘사하고 있다.
주015)
취춘총(觜春蔥) : ‘취(觜)’ 자는 ‘별이름 자’ 또는 ‘바다거북 주’, ‘부리 취, 끝 취’ 자인데, 언해자는 ‘보 파 섯놋다(봄의 파를 섞어 놓았구나!)’로 언해하여 이 ‘취’ 자를 ‘섯다(섞다)’로 풀어 읽고 있다. 이 한자어의 앞 부분인 ‘有骨已刴(있는 뼈들은 벌써 발라내어 놓다)’와 함께 유기적으로 해석하여 풀어보면, ‘있는 뼈들은 벌써 발라내어 놓아지고 봄 맞은 파들이 부리들을 뾰죽뾰죽 보이고 있다’이다. 그런데 우리 선인들은 이 ‘부리들[觜]’이 바로 파의 새싹이며, 이 새싹은 바로 뼈들이 발라내진 생선회에 섞여진 것임을 바로 확인한 것이다. 그래서 이 ‘취’ 자를 매우 함축적이며, 유기적인 의미로서의 ‘섯다(섞다)’로 잘 살려 훌륭하게 언해한 것이다.
주016)
리 : 가늘게. 형용사 ‘다(가늘다)’에 부사형 접미사 ‘이’가 연결되면서, ‘ㄹ’이 연음된 것이다.
주017)
 : 부수어서. 이 동사의 원형은 ‘다(부수다)’이며, 이것은 같은 뜻의 ‘다, 아다’ 등과 함께 쓰였다. 이것은 중간본에서 ‘’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주018)
사오 : 썰고. 이것은 원시의 ‘타(刴)’ 자를 언해한 것으로서, 동사 ‘사다(썰다)’에 연결형 어미 ‘고’가 연결되면서, ‘ㄹ’ 아래에서 ‘ㄱ’이 탈락하여 ‘오’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 ‘타’가 여기서는 ‘발라내어지고’로 풀이되는 것이다.
주019)
섯놋다 : 섞여져 있구나. 섞어 놓았구나.
주020)
편권(偏勸) : 무엇에 대해서 지나치게 권하다.
주021)
복유(腹腴) : 배가 기름진 것. 여기서는 ‘회로 친 생선의 기름진 뱃살’로 풀어 읽어야 한다.
주022)
괴소년(愧少年) : 소년들에게 부끄럽다. 여기서는 ‘자신은 기름진 뱃살 회를 먹는데, 소년들은 이런 뱃살의 회를 못 먹을 것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부끄럽다’는 말이다.
주023)
연노옹(緣老翁) : 늙은 영감으로 연유(緣由)하다. 여기서는 ‘늙은 영감인 나(두보) 때문이다’라고 풀어 읽어야 한다.
주024)
옛 진 로 : 배의 살진 곳으로. 배의 살진 곳을 가지고. 여기서는 ‘생선 배의 살진 부분을 쳐서 놓은 회를 가지고’라는 말이다.
주025)
지 : 지음은. 이 동사의 원형은 ‘다(짓다)’이며 ‘다’에 명사형 어미 ‘옴’이 연결되면서 ‘ㅿ’이 연음되고, 여기에 다시 주격조사 ‘’이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지오’으로 표기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주026)
말얘로다 : 말미암은 것이다. 이 동사의 원형은 ‘말다(말미암다)’이다.
주027)
낙침하증백지습(落砧何曾白紙濕) : 도마에서 저며져서 내려지는 생선회의 한 점 한 점들이 저며지기 무섭게 흰 종이에 놓여져서, 그 종이가 미처 젖기도 전에 금방 요리상의 접시로 옮겨진다.
주028)
방저미각금반공(放筯未覺金盤空) : 젓가락을 맘껏 써서 먹어도 금소반이 비워지지 않고, 바로바로 회로 채워지고 있는 것을 미처 모른다.
주029)
디니 : 지니. 떨어지니. 이것은 바로 ‘생선회가 도마에서 저며져서, 밑으로 내려 놓여지니’라는 말이다.
주030)
뷔  : 비는 것을. 여기의 ‘(것을)’은 의존명사로서 목적격의 독립된 말로 쓰였다.
주031)
새례 : 새로이. 이것은 정녕 ‘새다(새롭다)’와 어원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긴 하나, 독립 부사로서 같은 뜻의 ‘새려, 새’ 등과 함께 쓰였다.
주032)
브르 호니 : 배불러 하니. 여기서는 ‘강후가 베풀어 준 생선회의 잔치를 한껏 누린다’는 말이다.
주033)
디 : 뜻이. 여기서는 ‘한량없이 고마운 정’이라는 말로 쓰였다.
주034)
동귀(東歸) : 낙양(洛陽)으로 곧 가야 하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는 동쪽으로 돌아가는 것이 된다.
주035)
탐로(貪路) : 갈 곳으로 빨리 가야하기 때문에 길을 열심히 찾는다는 말이다.
주036)
어려운 고 : 어려운 것을. 이것은 원 시구의 ‘난(難)’ 자 하나를 언해한 것이며, 여기의 ‘고(것을)’은 의존명사 ‘곧(곳. 것)’에 목적격 조사 ‘’이 첨가되면서, ‘ㄷ’이 연음된 것이다.
주037)
가련(可怜) : 이 한자어는 『찬주분류두시(纂註分類杜詩)』에도 이대로 표기되어 있으나, 여기의 ‘령(怜)’ 자는 ‘련(憐)’ 자와 같은 것이라 『두시상주(杜詩詳註)』에는 ‘련(憐)’ 자로 기록되어 있어서, ‘가련’과 같은 것으로 놓고 다루기로 한다. 이것은 흔히 그대로 우리말인 것처럼 ‘가련하다’로 풀어 읽고 이해하고 있으나, 여기서는 ‘가히 사랑스러워할 만하도다’로 풀어 읽어야 한다.
주038)
위인호심사(爲人好心事) : (강소부 그대의) 인간성 됨됨이로 인해서 참으로 좋은 마음의 일들이여!
주039)
어아견자진안색(於我見子眞顔色) : 나를 향하여 함에 그대의 진실한 낯빛(안색)을 보노라. 이 시구의 ‘어아견자’라는 조어구조(造語構造)를 놓고 분석해 보면, 이것은 ‘나에게 그대를 보여주었다’가 된다. 따라서 이 시구를 앞의 시구와 상관시키면서 풀어 읽어보면 ‘나에게 그대의 진실한 얼굴빛을 보여주니’가 된다.
주040)
오도다 : 사랑스럽도다. 이 고어 동사의 원형은 ‘오다(사랑하다).
주041)
사미론디 : 사람 됨됨이 때문인지. 이것은 주인공 강소부의 다정한 인간성 때문이라는 말이다.
주042)
맷이리 : 마음의 일이.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맷이리’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주043)
고 : 낯빛을. 얼굴빛을. 원형은 ‘곶(낯빛. 얼굴빛)’이며, 이것은 같은 뜻의 ‘곷, ’ 등과 함께 쓰였다.
주044)
창망(悵望) : 서글프게 바라보다. 이것은 한시(漢詩)에서 무수히 애용되는 시어로서 사전에는 ‘마음이 쓸쓸한 즈음에 그리운 곳을 향해 바라보는 것이다.[낙막지제 유소상망야(落寞之際 有所想望也)]’라고 풀이하고 있는 바와 같이,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강소부를 향해서 ‘서글프게 그리워한다’는 말로 쓰였다.
주045)
츠기 너기디 : 측은히 여기지. 섭섭하게 여기지. 여기서는 ‘섭섭하게 여기지’나 ‘한스럽게 여기지’로 풀어 읽어야 한다.
주046)
라오 : 바라봄은. 동사 ‘라다(바라다. 바라보다)’에 명사형 어미 ‘옴’이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주격 조사 ‘’이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주047)
여희오 : 여의고. 이별하고. 동사 ‘여희다(여의다)’에 연결형 어미 ‘고’가 연결되면서, ‘ㅣ’ 모음 아래에서 ‘ㄱ’이 탈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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