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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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마밭지기가 채소를 보내서[園官送菜]


園官送菜 幷序
園官送菜 주001)
파(把)
이 한자를 여기서는 ‘뭇(묶음)’으로 풀어 읽었는데, 이것은 ‘속(束)’ 자의 뜻으로도 쓰여서 함께 ‘뭇’으로 공용되었으며, 현대어로는 ‘묶음’이나 ‘단’.
本數日闕 矧苦苣 주002)
고거(苦苣)
야거(野苣). 야생 상추. 『동의보감』에는 ‘싀화(시화)’라고 하였고, 『구급간이방』에서는 뱀에 물린 상처에 ‘싀화’의 줄기와 잎을 짓이겨 붙이라는 설명이 있다. 『훈몽자회』에서는 ‘고거(苦苣)’를 ‘샤라부루 蕒’, 즉 오늘날의 시화 ‘매(蕒)’를 가리키고 있다. 『향약집성방』에서는 한자를 차자표기로 하여, ‘수이화(愁伊禾)’라고 하였다.
馬齒 주003)
마치(馬齒)
야현(野莧). 야생 비름. 쇠비름. 『동의보감』에는 ‘마치현(馬齒莧)’이라고 하고, ‘쇠비름’이라고 우리말 이름을 붙였다.
掩乎嘉蔬 傷小人妬害君子 菜不足道也 比而作詩

菜園ㅅ 마리 주004)
마리
‘마을이’ 또는 ‘관청이’. 여기서는 ‘관청이’라는 말로 쓰였으나 실제 글 안에서는 채마밭을 맡아 보는 관리인 ‘채마밭지기’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마리’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菜蔬ㅅ 무슬 보내니 본 數ㅣ 날로 闕니 며 苦苣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68ㄱ

와 馬齒왜 됴 菜蔬 리오미녀 小人이 君子 아쳐러야 료 슬노니 菜蔬 足히 니디 마롤디니 가벼 그를 짓노라

원관송채
(채마밭지기가 채소를 보내서)
. 병서
(아울러 서문을 쓰다)
〈두보의 서문〉
【직역】 채마밭지기가 채소 묶음을 보내니
(=보냈는데)
, 본래 정해진 수가 매일 비니, 더구나 ‘고거(苦苣)’와 ‘마치(馬齒)’가 좋은 채소를 제치는데야! 소인이 군자를 싫어하여 버림을 슬퍼하노니, 채소는 족히 말할 것도 없는지라, 비겨서 시를 짓노라.
【의역】 채마밭지기가 채소 묶음을 보내는데, 본래 정해진 수가 매일 비고, 더구나 ‘고거’와 ‘마치’ 같은 잡초가 좋은 채소의 자람을 해치는 데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세상에는 간교한 소인배들이 바른 군자를 싫어하여, 해치고 있어 슬픈 판이니, 채소 따위는 족히 말할 것도 없는 판이므로, 이 채소를 비겨서 시를 짓노라.

淸晨蒙菜把 주005)
몽채파(蒙菜把)
이 한자어의 글자대로 풀이는 ‘채소의 묶음을 입다’이기 때문에 언해에서도 ‘무슬 니부니’로 풀었는데, 이 직역의 글만으로는 무엇인지 바로 이해는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것은 바로 ‘채소 묶음을 보내주는 후한 은혜를 입으니’로 풀어 읽어야 문맥으로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그런데 여기의 ‘파(把)’를 언해에서는 ‘뭇(묶음)’으로 풀어 놓았거니와 이 ‘뭇’은 ‘묶음’이라는 뜻의 명사이면서, ‘뭇다(묶다)’라는 동사의 어간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물론 명사로서 ‘묶음’이라는 뜻으로 쓰여졌으며, 이것은 같은 ‘뭇다(묶다)’라는 뜻에 상응하는 한자인 ‘속(束)’ 자의 명사어로도 함께 쓰이면서 현대어의 ‘단’이라는 명사와도 통용된다.
주006)
하(荷)
이 한자는 사전에 ‘지다, 메다, 다하다’ 등의 뜻을 가진 동사로 지시되어 있는데, 여기서 만약 사전의 지시 의미인 ‘지다’를 가지고, ‘하지주은(荷地主恩)’(지주의 은혜를 진다)라고 풀어 읽으면, 어딘지 모르게 너무 어색한 문장이 된다. 따라서 우리 선인들도 이런 점을 감안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恩惠 닙노라(은혜를 입노라)’로 풀어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아주 적절하게 언해하였다.
地主恩【地主 指夔州ㅣ 太守다】

 새배 주007)
새배
이 시구에서 활용된 바 새벽에. 명사 ‘새배(새벽)’에 처격조사 ‘애’가 첨가되었을 것이나, ‘배’의 ‘애’와 동음이라 축약된 것이다.
菜蔬ㅅ 무슬 주008)
무슬
묶음을. 단을. 이 고어의 원형은 ‘뭇(묶음. 단)’이다.
니부니 주009)
니부니
입으니.
녜 주010)
녜
항상.
地主의 恩惠를 닙도다

【한자음】 청신몽채파 상하지주은【지주는 기주의 태수를 가리킨다.】
【직역】 맑은 새벽에 채소 묶음을 받으니, 항상 지주
(채마밭 주인)
의 은혜를 입는구나!
【의역】 매일 맑은 새벽이면 보내주는 채소 묶음을 받고 있으니, 항상 채마밭 주인인 기주(夔州) 원님의 은혜를 입고 사네만,

守者 주011)
수자(守者)
이 한자어는 원문 주에서 ‘원관(園官)’이라고 기록된 사람으로서, 언해 주에서 ‘수원(守園) 사람’이라고 풀이되어, 우리말로는 ‘원(園)을 지키는 사람’이다. 이것은 바로 우리말에서 흔히 어떤 명사에 붙여서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는 말인, ‘-지기’라는 것과 같은 것으로, 여기서는 ‘채마밭 담당관리’를 말한다.
愆實數 주012)
건실수(愆實數)
실제 숫자를 어기다. 여기서는 기주의 원님이 두보에게 주라고 지정한 채소의 묶음 수를 채마밭 담당관리가 제맘대로 어기며 줄이고, 재료도 바꾸었다는 말이다.
略有其名存【言地主ㅣ 使園官로 送菜於甫而園官이 減其本數니 名存而實無也ㅣ라】

守園 사미 實數 허므로이 니 주013)
허므로이 니
허물이 되게 하니. 이 언해는 우리 선인들이 이 부분과 상응하는 글자인 ‘건(愆)’ 자의 사전적 의미인 ‘허물[過失]’로만 직역한 결과로서, 작품 전체의 의미망과 맞지 않는 착오이다. 오히려 이 ‘건’ 자의 또 다른 의미인 ‘어기다’로 풀이하여, ‘실제의 수를 어기어 줄이다’로 읽어야 한다.
간 그 일후미 이실 니로다

【한자음】 수자건실수 약유기명존【말하자면 지주(원님)가 채마밭 담당관리에게 시켜서 채소를 두보에게 보내게 했는데, 그 채마밭 담당관리가 그 채소 묶음의 수를 줄였으니, 명목만 남겨 놓고 실지로는 없는 것이다.】
【직역】 채마밭 담당관리가 실제의 수를 어기니, 잠깐 그 명목은 남아 있으나 실제로는 없는 것이다.
【의역】 채마밭 담당관리가 정해진 채소 묶음의 수를 어겨 줄이니, 대략 그 채소 배달의 명목만 남아 있을 뿐인 채,

苦苣 주014)
고거(苦苣)
언해 주에서 ‘야거(野苣; 야생 상추)’라고 한 바대로, 사전에도 ‘야생 상추’라고 소개되어 있으면서, 또한 ‘도(荼; 씀바귀)’라고도 한다고 하였다.
刺如針 馬齒 주015)
마치(馬齒)
언해 주에서 ‘야현(野莧; 야생 비름)’이라고 한 바대로 채소의 한 종류다. 그리고 또 다른 항목에서 ‘마치현(馬齒莧)’이라는 것으로 소개되면서, ‘줄기가 지상에 누워 자라고 붉은 색을 띠며 여름에 작고 노란 꽃이 피고, 육질에 즙이 많아 식용으로도 쓰인다’고 한 것으로 봐서, 우리 나라의 야생 쇠비름으로 추정된다.
葉亦繁【苦苣 野苣ㅣ오 馬齒 野莧이라】

苦苣 가 바 고 주016)
가바 고
가시가 바늘 같고.
馬齒 니피  하도다

【한자음】 고거자여침 마치엽역번【‘고거(苦苣)’거는 야생 상추요 ‘마치(馬齒)’는 야생 비름이다.】
【직역】 ‘고거’는 가시가 바늘 같고, ‘마치’는 잎이 또한 번성하도다.
【의역】 아름다운 채소 대신 보내온 야생 상추는 가시가 바늘 같고, 야생 비름은 잎이 또한 번성해서,

靑靑嘉蔬 주017)
가소(嘉蔬)
이것은 신선하고 맛이 좋은 고급의 채소를 말하는 것으로, 여기서는 작자 두보에 의하여 바르고 곧은 사람이나, 관리의 비유로도 쓰여진 것이다.
埋沒 주018)
매몰(埋沒)
묻혀서 빠져버림. 여기서는 작자 두보에 의하여 맛이 좋은 고급의 채소가 잡채소와 잡초들에 의하여 매몰되어 있다는 것으로써, 바르고 곧은 사람이 간사한 인간들에 의하여 방해를 받아 몰락당하고 있음을 함께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68ㄴ

在中園

퍼런 됴 菜蔬ㅅ 비치 무텨 주019)
무텨
묻혀. 동사 ‘무티다(묻히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티’와 ‘어’가 통합 복모음화한 것이다.
뎌 주020)
뎌
매몰되어. 빠져. 동사 ‘디다(매몰되다. 빠지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디’와 ‘어’가 통합 복모음화하여 ‘뎌’가 된 것이다.
위 주021)
안
울안. 전원. 여기서는 ‘채마밭’을 의미하는 말로 쓰였다.
가온 잇도다

【한자음】 청청가소색 매몰재중원
【직역】 파릇파릇 좋은 채소의 빛이, 묻혀서 빠져버려 울안 가운데 있도다.
【의역】 파릇파릇한 좋은 채소의 빛은, 다른 잡채소와 잡초들의 무성한 포기들 속에 매몰된 채 울안 가운데 버려지듯 남아 있을 뿐이니,

園吏 주022)
원리(園吏)
앞에 나온 ‘수자(守者)’라는 말과 같은 것으로, ‘채마밭을 담당한 관리’를 또 다르게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未足怪 世事固堪論 주023)
고감론(固堪論)
진실로 논의할 만하다. 여기서는 원리와 규정을 지키지 않고 사기술이 횡행하는 세상의 부정과 불의를 진실로 따져보고 비판하며, 어떻게 해야 이런 비리와 부정을 척결할 수 있는가를 논의해봐야 한다는 말이다.

園吏 足히 怪異티 아니커니와 世間앳 이 眞實로 議論얌직도다 주024)
하얌직도다
함직하구나.

【한자음】 원리미족괴 세사고감론
【직역】 채마밭 관리는 족히 얄궂을 것도 없거니와, 세상 일을 진실로 의논해 볼 만하도다.
【의역】 채마밭 담당관리는 족히 그럴 수 있는 정도의 존재이니 얄궂게 여길 것도 없지만, 이런 사소한 부정이라고 해도 이것을 전제로 하여 세상의 일이 돌아가는 것을 진실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논의해 볼 만하다만,

嗚呼戰伐 주025)
전벌(戰伐)
이것은 아마도 작자 두보의 당시 안녹산(安祿山)과 사사명(史思明) 등의 반란, 그리고 이민족의 침입 등으로 인한 끝없는 전투와 관군의 정벌이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전국토가 황폐화한 것을 단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荊棘 주026)
형극(荊棘)
가시나무와 가시덤불. 황폐화한 국토에는 실제로 이런 잡목들이 숲을 이뤄 우거져 있었을 것이나, 여기서는 이 ‘가시나무와 가시덤불’로 당시 반역과 반란을 일삼는 무리들과 당시 국정을 오도하며, 불의와 부정을 자행하는 조정의 탐관오리들도 총합하여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暗長原【言戰伐이 已久而田原이 荒廢也ㅣ라】

슬프다 사호미 주027)
사호미
싸움이. 이 명사의 원형은 ‘사홈’인데 같은 뜻의 ‘홈, 싸홈’ 등과 함께 쓰였다.
오라니 가 남긴 긴 두들게 어드웻도다 주028)
어드웻도다
어두워 있구나. 형용사 ‘어듭다(어둡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ㅂ’이 순영음 ‘ㅸ’으로 바뀌고, 다시 ‘우’로 바뀌어 ‘어’와 통합 복모음화하여 ‘워’가 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를 나타내는 ‘잇도다’가 연결되면서, ‘워’와 ‘잇’이 또 다시 통합 복모음화하여 ‘웻도다’가 되었다.

【한자음】 오호전벌구 형극암장원
【직역】 아 슬프다! 싸움이 오래 가니, 가시나무가 긴 둔덕에 자욱하게 우거져 있네.
【의역】 아 슬프다! 전투와 정벌의 불안한 상황만 오래 이어지니, 국토가 황폐화하여 가시나무만 긴 둔덕에 자욱하게 우거져 있는 채,

乃知苦苣 주029)
고거(苦苣)
야생 상추. ‘씀바귀’라고도 알려져 있으나, 여기서는 언해 주에서 보는 바대로 식물 자체를 말한 것이 아니고 ‘소인(小人)’이라는 좋지 못한 인간의 비유어로 쓰였다.
傾奪 주030)
경탈(傾奪)
이 한자어를 언해에서는 ‘기우려 앗다’라고 풀이하여 글자들의 사전적 의미대로 직역하였는데, 이것은 그 용례(用例)에서 ‘치경(馳競)’(달리듯 경쟁하다)이라고 설명되고 있는 바대로, 여기서는 ‘혜초의 뿌리를 경쟁하듯 덤벼서 못 살게 한다.’라는 말로 쓰였다.
蕙草根【苦苣로 比小人고 蕙草 주031)
헤초(蕙草)
이것은 한시에서 무수히 원용되는 식물로, 향기로운 난초의 한 종류이며, 그래서 여기서도 주에서 ‘군자’라는 훌륭한 인격체로 비유된다고 한 바대로, 이것은 항상 훌륭한 인격체의 비유어로 쓰이면서, 좋지 못한 인간인 ‘소인(小人)’과 대비되어 쓰여 왔다.
로 比君子다】

苦苣의 무리 蕙草 불휘 기우려 주032)
기우리혀
기우려서.
앗논 고 주033)
앗논고
빼앗는 바를. 빼앗는 것을. 동사 ‘앗다(빼았다)’에 관형사형 어미 ‘논’이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의존명사 ‘곧(바. 것)’에 연결된 다음, 여기에 또 목적격 조사 ‘’이 첨가되면서, ‘ㄷ’이 연음된 것이다.
알와라 주034)
알와라
‘아노라’ 또는 ‘알고 있노라’.

【한자음】 내지고거배 경탈혜초근【‘고거(苦苣)’로 소인을 비유하고, ‘혜초(蕙草)’로 군자를 비유한 것이다.】
【직역】 ‘고거’의 포기들이, ‘혜초’의 뿌리를 기우려서 빼앗는 것을 아노라.
【의역】 ‘고거(씀바귀)’의 포기들이, ‘혜초’의 뿌리를 마구 다투듯 빼앗아 못 살게 하는 것을 알고 있을 뿐,

小人塞道路 爲態何喧喧 주035)
위태하훤훤(爲態何喧喧)
이 시구에서 ‘위태(爲態)’는 ‘태도를 한다’라는 말이나, 여기서는 ‘모양새를 짓고 짓거리를 한다’라는 말이며, ‘하훤훤(何喧喧)’은 반문형의 문구로서 ‘그 얼마나 떠들썩하고 시끄러운가!’로 풀어 읽게 되는 말로 쓰였다. 따라서 이것은 작자 두보가 소인배들이 득세한 세상을 향해 풍자하고 탄식하는 시구다.

小人이 길헤 주036)
길헤
길에. 이 고어 명사 ‘길’은 ‘ㅎ’말음 명사다.
마갯니 주037)
마갯니
막아 있으니. 동사 ‘막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아’가 연결되면서, ‘ㄱ’이 연음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사 ‘잇니’가 연결되면서, ‘아’와 ‘잇’이 통합 복모음화하여, ‘갯’이 된 것이다.
양 요미 주038)
양요미
원 시구의 ‘위태(爲態)’를 사전적 의미만으로 직역한 풀이로서, 현대어로는 ‘모양새를 함이’이다. 여기서는 ‘모양새를 짓고 짓거리를 함이’라는 말로 쓰였다.
모 수워리놋다 주039)
수워리놋다
떠들어 대는구나. 이것은 같은 뜻의 ‘수워리다, 수어리다, 수우어리다’ 등과 함께 쓰였다. 그리고 이것은 중간본에서 ‘수으워리놋다’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한자음】 소인색도로 위태하훤훤
【직역】 소인들이 길을 막고 있으니, 그 하는 모양새가 자못 떠들어대는구나!
【의역】 소인 무리들이 길을 막고 있으면서, 그 하는 모양새와 짓거리가 자못 시끄럽게 떠들석하고,

又如馬齒盛 氣擁 주040)
기옹(氣擁)
이것은 언해에서 ‘기운이 려’라고 풀어 읽었는데, 여기서는 ‘쇠비름이 무성하게 자라나서 그 억센 기운이 아욱과 들깨의 생장을 가리워 방해하고 막는다’는 말이다.
葵荏昏葵荏 주041)
규임(葵荏)
이것은 아욱과 들깨 또는 왕콩나물 등을 말한다.
 嘉蔬名이라】

 馬齒 盛야 氣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69ㄱ

運이 葵와 荏과 려 주042)
려
이 말은 고어사전에 실려 있지 않아, 그 뜻을 알 수 없지만, 앞에서도 나왔던 말로 앞에서는 ‘塞’ 字의 뜻이었으며, 여기서는 상응하는 한자인 ‘擁’ 字의 뜻을 봐서 ‘막아, 가리워서’의 뜻일 것으로 판단된다.
어드운 도다

【한자음】 우여마치성 기옹규임혼【‘규임(아욱과 들깨)’은 아름다운 채소의 명칭이다.】
【직역】 또 쇠비름이 왕성하여, 기운이 아욱과 들깨를 가리워서 어두운 듯하구나.
【의역】 또 쇠비름같은 잡초가 왕성하여, 그 기운으로 인하여 아욱과 들깨같은 맛좋은 채소가 가려져서, 그늘진 듯하구나.

點染不易虞 주043)
점염불이우(點染不易虞)
이 시구의 문면상 의미로는 ‘아욱과 들깨가 무섭게 무성한 쇠비름의 영역 침범에 의하여, 생태가 아주 오염되는 것을 쉽게 헤아려 알기 어렵다’는 말이나, 이것을 통해서 작자 두보가 말하려고 한 것은 ‘훌륭한 군자가 간사한 소인배들에 의하여 중상과 모략을 당해서 종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묻혀버리는 것을 미리 헤아려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絲麻雜羅紈 주044)
사마잡나환(絲麻雜羅紈)
이 시구에서도 ‘사마(무명베와 삼베)’와 ‘나환(비단)’은 모두 비유어로 인용된 것으로서, ‘사마’는 소인배 같은 무리 저급한 인물들로, 그리고 ‘나환’은 군자 같은 좀더 고귀한 인격자들로 대비된 것이다.
【言君子ㅣ 易爲小人之所汚也ㅣ라】

더러유믈 주045)
더러유믈
더럽힘을. 동사 ‘더러이다(더럽히다)’에 명사형 어미 ‘움’이 연결되면서, ‘이’와 ‘움’이 통합 복모음화하여 ‘윰’이 되고, 여기에 다시 목적격 조사 ‘을’이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수이 주046)
수이
쉬이. 쉽게. 형용사 ‘숩다(쉽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이’가 연결되면서 ‘ㅂ’이 순경음 ‘ㅸ’으로 바뀌면서 ‘수’가 되었다가, 이내 ‘ㅸ’이 묵음화하면서 ‘수이’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같은 뜻의 말로 ‘수비, 수’ 등과 함께 쓰였다. ‘붓톄 도기 숩기ᄂᆞᆫ 〈法華 七, 185〉’ 참조.
혜아리디 몯 리니 실와 삼괘 기베 섯근 도다

【한자음】 점염불이우 사마잡라환【말하자면 군자가 쉽게 소인들에 의하여 더럽혀진다는 것이다.】
【직역】 더럽힘을 쉽게 혜아려 알 수 없으니, 실과 삼과 비단이 섞여진 것 같구나!
【의역】 쇠비름에 의하여 아욱과 들깨 같은 아름다운 채소가 그것들 속에 휩싸여, 더럽혀질 것을 혜아려 알기가 쉽지 않으니, 이렇게 뒤섞여 더럽혀지게 되는 상황은 마치도 무명베와 삼베가 비단에 뒤섞인 것 같은 채로,

一經器物內 주047)
일경기물내(一經器物內)
이 시구의 글자대로 풀이는 ‘용기 안을 한번 지나가면. 이것은 작자 두보가 처세의 안위를 자신과 세상에 깨우치듯 알리는 비유적 실례로 읊은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위험성이 있는 어떤 상황에 자칫 한 번 잘못으로 빠져들게 되면’이라는 인생살이를 위한 간곡한 성찰의 전언이다.
永挂麤刺痕 주048)
영괘추자흔(永挂麤刺痕)
크게 긁혀서 생긴 흉터가 영원히 걸려 있다. 이것은 ‘위험한 상황에 자칫 한번 잘못으로 빠져들게 되면, 그 상황에서 입은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영원히 세상에 내걸려지는 흉터로 남아 있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 시구는 앞의 시구와 함께, 바른 군자는 간사한 소인배들이 꾸며놓은 사술의 덫에 걸려들지 말아야 함을 스스로와 남에게 함께 깨우치는 경구들이다.

器物ㅅ 안해 번 디나면 크게 그리현 주049)
그리현
긁힌. 찔린. 이 고어가 고어사전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지만, 이 고어가 ‘자(刺)’ 자를 언해한 말이므로, 앞의 시구와 함께 시상의 의미망을 합리적 유기구조로 놓고 보면, ‘긁힌’이나 ‘찔린’일 것으로 추정된다.
허무리 주050)
허므리
흔적이. 이것은 원 시의 ‘흔(痕)’ 자를 언해한 것이라 ‘흔적이’가 맞으며, 긁혀서 생긴 것이라는 점에서 다시 ‘흉터가’라고 읽는 것이 더욱 좋다.
기리 걸옛니라 주051)
걸옛니라
걸리어 있다. 동사 ‘걸다’에 피동접미사인 ‘이’가 연결되고, 다시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이’와 ‘어’가 통합 복모음화하였으며, 여기에 다시 존재를 나타내는 ‘잇니’가 연결되면서, ‘여’와 ‘잇’이 통합 복모음화한 것이다. ‘城에 걸유미 ᄀᆞᆮᄒᆞ니라 〈月 十四, 75〉, 결유ᄆᆞᆯ 能히 아라〈法華 三, 85〉’ 참조.

【한자음】 일경기물내 영괘추자흔
【직역】 용기 안에 한번 들어갔다가 나오면, 크게 긁혀져 생긴 허물이(흉터가) 길이 걸려 있느니라.
【의역】 위험한 용기에 어쩌다가 한번 들어갔다가 나오면, 거기에서 크게 긁혀서 생긴 흉터가 영원히 걸려 있듯이 남아 있게 될 것이라,

志士採紫芝 주052)
채자지(採紫芝)
옛날 중국의 한(漢)나라 건국 당시 한나라의 고조(高祖) 유방(劉邦)이 훌륭한 선비라고 여겨 부른 이른바 상산의 네 늙은이[商山四皓]인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선생(甪里先生) 등은 그 부름에 응하지 않고, 이 상산으로 들어가서 붉은 지치를 캐며, ‘자지가(紫芝歌; 일명 紫芝操)’를 불렀으므로, 이들을 ‘자지수(紫芝叟), 자지객(紫芝客)’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그 뒤에 고조 유방이 척희(戚姬)를 사랑해서 그녀가 낳은 여의(如意)로 태자인 영(盈)을 폐위하려 하자, 태자의 어머니인 여후(呂后)의 부탁을 받은 장량(張良)의 계책으로 태자가 예를 다해 이들을 부르게 해서, 이들이 궁안에 들어오자, 고조는 자신이 부를 때에 안 오던 이들이 온 것을 보고, 태자를 폐위하려던 계획을 철회하였다. 따라서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은근히 자신도 이 네 늙은이들처럼 곧은 마음으로 깨끗하게 살면서, 세상을 위해서는 옳은 행동을 하는 선비가 되고 싶다는 뜻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放謌 주053)
# 방가(放歌)
한껏 노래 부르다. 이 한자어에서는 작자 두보의 당시 시대 상황에 대한 의식과 그것에 대응하는 자신의 의지가 잘 읽혀지는 것이다.
避戎軒【此 言君子之避亂니 ㅣ 蓋自傷也ㅣ라】

有志 士 紫芝 야 놀애 브르고 사호맷 술위 주054)
사호맷 술위를
싸움(전투) 속(중)에 있는 수레를. 이것은 물론 전투 중에 휩싸인 상황과 지역은 피해 살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사홈(싸움)’은 같은 뜻의 ‘싸홈’과 함께 쓰였으며, ‘술위(수레)’는 같은 뜻의 ‘수뤼’와 함께 쓰였다.
避니라

【한자음】 지사채자지 방가피융헌【이것은 군자가 난을 피하는 것을 말하니, 두보가 대개 자신 스스로를 슬퍼한 것이다.】
【직역】 뜻이 있는 선비는 자지
(붉은 지치)
를 캐며, 노래 부르고 싸우는 수레를 피하느니라.
【의역】 옛날 상산사호
(상산의 네 늙은이)
같이 뜻이 있는 선비처럼 붉은 지치나 캐면서, 한껏 노래나 부르며 싸움이 벌어지는 곳을 피해 사노라니,

畦丁 주055)
휴정(畦丁)
밭두둑의 장정. 여기서는 바로 ‘채마밭에서 일하는 일꾼’을 지칭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056)
롱(籠)
이 한자는 여러 가지의 뜻으로 쓰이나, 여기서는 아무래도 ‘큰 다래끼’를 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至 感動百慮端 주057)
백려단(百慮端)
온갖 생각의 끝.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당시 상황 속에서 생활하며, ‘착잡하게 갖는 온갖 생각을 하던 끝에’라는 말로 쓰였다.
【畦丁 治園圃者ㅣ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畦丁이 籠 지여 오나 주058)
지여오나
지고 오거늘. 이 고어의 원형은 ‘지여오다(지고 오다)’이다.
感歎야 온 혜아 그틀 주059)
온 혜아 그틀
온갖 헤아림의 끝을. 여기서는 ‘온갖 생각에 골똘하게 빠져 있던 끝의 나를’이라는 말로 쓰였다.
뮈우노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휴정부롱지 감동백려단【‘휴정(畦丁)’은 채마밭 일꾼이다.】
【직역】 채마밭 일꾼이 다래끼를 지고 찾아오니, 온갖 생각을 하던 끝을 감동시키는구나!
【의역】 채마밭 일꾼이 다래끼를 지고 찾아왔으니, 온갖 생각에 골돌하게 빠져 있던 끝의 나를 감동시키는구나!
Ⓒ 역자 | 송준호 / 2015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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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파(把) : 이 한자를 여기서는 ‘뭇(묶음)’으로 풀어 읽었는데, 이것은 ‘속(束)’ 자의 뜻으로도 쓰여서 함께 ‘뭇’으로 공용되었으며, 현대어로는 ‘묶음’이나 ‘단’.
주002)
고거(苦苣) : 야거(野苣). 야생 상추. 『동의보감』에는 ‘싀화(시화)’라고 하였고, 『구급간이방』에서는 뱀에 물린 상처에 ‘싀화’의 줄기와 잎을 짓이겨 붙이라는 설명이 있다. 『훈몽자회』에서는 ‘고거(苦苣)’를 ‘샤라부루 蕒’, 즉 오늘날의 시화 ‘매(蕒)’를 가리키고 있다. 『향약집성방』에서는 한자를 차자표기로 하여, ‘수이화(愁伊禾)’라고 하였다.
주003)
마치(馬齒) : 야현(野莧). 야생 비름. 쇠비름. 『동의보감』에는 ‘마치현(馬齒莧)’이라고 하고, ‘쇠비름’이라고 우리말 이름을 붙였다.
주004)
마리 : ‘마을이’ 또는 ‘관청이’. 여기서는 ‘관청이’라는 말로 쓰였으나 실제 글 안에서는 채마밭을 맡아 보는 관리인 ‘채마밭지기’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마리’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주005)
몽채파(蒙菜把) : 이 한자어의 글자대로 풀이는 ‘채소의 묶음을 입다’이기 때문에 언해에서도 ‘무슬 니부니’로 풀었는데, 이 직역의 글만으로는 무엇인지 바로 이해는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것은 바로 ‘채소 묶음을 보내주는 후한 은혜를 입으니’로 풀어 읽어야 문맥으로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그런데 여기의 ‘파(把)’를 언해에서는 ‘뭇(묶음)’으로 풀어 놓았거니와 이 ‘뭇’은 ‘묶음’이라는 뜻의 명사이면서, ‘뭇다(묶다)’라는 동사의 어간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물론 명사로서 ‘묶음’이라는 뜻으로 쓰여졌으며, 이것은 같은 ‘뭇다(묶다)’라는 뜻에 상응하는 한자인 ‘속(束)’ 자의 명사어로도 함께 쓰이면서 현대어의 ‘단’이라는 명사와도 통용된다.
주006)
하(荷) : 이 한자는 사전에 ‘지다, 메다, 다하다’ 등의 뜻을 가진 동사로 지시되어 있는데, 여기서 만약 사전의 지시 의미인 ‘지다’를 가지고, ‘하지주은(荷地主恩)’(지주의 은혜를 진다)라고 풀어 읽으면, 어딘지 모르게 너무 어색한 문장이 된다. 따라서 우리 선인들도 이런 점을 감안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恩惠 닙노라(은혜를 입노라)’로 풀어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아주 적절하게 언해하였다.
주007)
새배 : 이 시구에서 활용된 바 새벽에. 명사 ‘새배(새벽)’에 처격조사 ‘애’가 첨가되었을 것이나, ‘배’의 ‘애’와 동음이라 축약된 것이다.
주008)
무슬 : 묶음을. 단을. 이 고어의 원형은 ‘뭇(묶음. 단)’이다.
주009)
니부니 : 입으니.
주010)
녜 : 항상.
주011)
수자(守者) : 이 한자어는 원문 주에서 ‘원관(園官)’이라고 기록된 사람으로서, 언해 주에서 ‘수원(守園) 사람’이라고 풀이되어, 우리말로는 ‘원(園)을 지키는 사람’이다. 이것은 바로 우리말에서 흔히 어떤 명사에 붙여서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는 말인, ‘-지기’라는 것과 같은 것으로, 여기서는 ‘채마밭 담당관리’를 말한다.
주012)
건실수(愆實數) : 실제 숫자를 어기다. 여기서는 기주의 원님이 두보에게 주라고 지정한 채소의 묶음 수를 채마밭 담당관리가 제맘대로 어기며 줄이고, 재료도 바꾸었다는 말이다.
주013)
허므로이 니 : 허물이 되게 하니. 이 언해는 우리 선인들이 이 부분과 상응하는 글자인 ‘건(愆)’ 자의 사전적 의미인 ‘허물[過失]’로만 직역한 결과로서, 작품 전체의 의미망과 맞지 않는 착오이다. 오히려 이 ‘건’ 자의 또 다른 의미인 ‘어기다’로 풀이하여, ‘실제의 수를 어기어 줄이다’로 읽어야 한다.
주014)
고거(苦苣) : 언해 주에서 ‘야거(野苣; 야생 상추)’라고 한 바대로, 사전에도 ‘야생 상추’라고 소개되어 있으면서, 또한 ‘도(荼; 씀바귀)’라고도 한다고 하였다.
주015)
마치(馬齒) : 언해 주에서 ‘야현(野莧; 야생 비름)’이라고 한 바대로 채소의 한 종류다. 그리고 또 다른 항목에서 ‘마치현(馬齒莧)’이라는 것으로 소개되면서, ‘줄기가 지상에 누워 자라고 붉은 색을 띠며 여름에 작고 노란 꽃이 피고, 육질에 즙이 많아 식용으로도 쓰인다’고 한 것으로 봐서, 우리 나라의 야생 쇠비름으로 추정된다.
주016)
가바 고 : 가시가 바늘 같고.
주017)
가소(嘉蔬) : 이것은 신선하고 맛이 좋은 고급의 채소를 말하는 것으로, 여기서는 작자 두보에 의하여 바르고 곧은 사람이나, 관리의 비유로도 쓰여진 것이다.
주018)
매몰(埋沒) : 묻혀서 빠져버림. 여기서는 작자 두보에 의하여 맛이 좋은 고급의 채소가 잡채소와 잡초들에 의하여 매몰되어 있다는 것으로써, 바르고 곧은 사람이 간사한 인간들에 의하여 방해를 받아 몰락당하고 있음을 함께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주019)
무텨 : 묻혀. 동사 ‘무티다(묻히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티’와 ‘어’가 통합 복모음화한 것이다.
주020)
뎌 : 매몰되어. 빠져. 동사 ‘디다(매몰되다. 빠지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디’와 ‘어’가 통합 복모음화하여 ‘뎌’가 된 것이다.
주021)
안 : 울안. 전원. 여기서는 ‘채마밭’을 의미하는 말로 쓰였다.
주022)
원리(園吏) : 앞에 나온 ‘수자(守者)’라는 말과 같은 것으로, ‘채마밭을 담당한 관리’를 또 다르게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주023)
고감론(固堪論) : 진실로 논의할 만하다. 여기서는 원리와 규정을 지키지 않고 사기술이 횡행하는 세상의 부정과 불의를 진실로 따져보고 비판하며, 어떻게 해야 이런 비리와 부정을 척결할 수 있는가를 논의해봐야 한다는 말이다.
주024)
하얌직도다 : 함직하구나.
주025)
전벌(戰伐) : 이것은 아마도 작자 두보의 당시 안녹산(安祿山)과 사사명(史思明) 등의 반란, 그리고 이민족의 침입 등으로 인한 끝없는 전투와 관군의 정벌이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전국토가 황폐화한 것을 단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주026)
형극(荊棘) : 가시나무와 가시덤불. 황폐화한 국토에는 실제로 이런 잡목들이 숲을 이뤄 우거져 있었을 것이나, 여기서는 이 ‘가시나무와 가시덤불’로 당시 반역과 반란을 일삼는 무리들과 당시 국정을 오도하며, 불의와 부정을 자행하는 조정의 탐관오리들도 총합하여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주027)
사호미 : 싸움이. 이 명사의 원형은 ‘사홈’인데 같은 뜻의 ‘홈, 싸홈’ 등과 함께 쓰였다.
주028)
어드웻도다 : 어두워 있구나. 형용사 ‘어듭다(어둡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ㅂ’이 순영음 ‘ㅸ’으로 바뀌고, 다시 ‘우’로 바뀌어 ‘어’와 통합 복모음화하여 ‘워’가 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를 나타내는 ‘잇도다’가 연결되면서, ‘워’와 ‘잇’이 또 다시 통합 복모음화하여 ‘웻도다’가 되었다.
주029)
고거(苦苣) : 야생 상추. ‘씀바귀’라고도 알려져 있으나, 여기서는 언해 주에서 보는 바대로 식물 자체를 말한 것이 아니고 ‘소인(小人)’이라는 좋지 못한 인간의 비유어로 쓰였다.
주030)
경탈(傾奪) : 이 한자어를 언해에서는 ‘기우려 앗다’라고 풀이하여 글자들의 사전적 의미대로 직역하였는데, 이것은 그 용례(用例)에서 ‘치경(馳競)’(달리듯 경쟁하다)이라고 설명되고 있는 바대로, 여기서는 ‘혜초의 뿌리를 경쟁하듯 덤벼서 못 살게 한다.’라는 말로 쓰였다.
주031)
헤초(蕙草) : 이것은 한시에서 무수히 원용되는 식물로, 향기로운 난초의 한 종류이며, 그래서 여기서도 주에서 ‘군자’라는 훌륭한 인격체로 비유된다고 한 바대로, 이것은 항상 훌륭한 인격체의 비유어로 쓰이면서, 좋지 못한 인간인 ‘소인(小人)’과 대비되어 쓰여 왔다.
주032)
기우리혀 : 기우려서.
주033)
앗논고 : 빼앗는 바를. 빼앗는 것을. 동사 ‘앗다(빼았다)’에 관형사형 어미 ‘논’이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의존명사 ‘곧(바. 것)’에 연결된 다음, 여기에 또 목적격 조사 ‘’이 첨가되면서, ‘ㄷ’이 연음된 것이다.
주034)
알와라 : ‘아노라’ 또는 ‘알고 있노라’.
주035)
위태하훤훤(爲態何喧喧) : 이 시구에서 ‘위태(爲態)’는 ‘태도를 한다’라는 말이나, 여기서는 ‘모양새를 짓고 짓거리를 한다’라는 말이며, ‘하훤훤(何喧喧)’은 반문형의 문구로서 ‘그 얼마나 떠들썩하고 시끄러운가!’로 풀어 읽게 되는 말로 쓰였다. 따라서 이것은 작자 두보가 소인배들이 득세한 세상을 향해 풍자하고 탄식하는 시구다.
주036)
길헤 : 길에. 이 고어 명사 ‘길’은 ‘ㅎ’말음 명사다.
주037)
마갯니 : 막아 있으니. 동사 ‘막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아’가 연결되면서, ‘ㄱ’이 연음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사 ‘잇니’가 연결되면서, ‘아’와 ‘잇’이 통합 복모음화하여, ‘갯’이 된 것이다.
주038)
양요미 : 원 시구의 ‘위태(爲態)’를 사전적 의미만으로 직역한 풀이로서, 현대어로는 ‘모양새를 함이’이다. 여기서는 ‘모양새를 짓고 짓거리를 함이’라는 말로 쓰였다.
주039)
수워리놋다 : 떠들어 대는구나. 이것은 같은 뜻의 ‘수워리다, 수어리다, 수우어리다’ 등과 함께 쓰였다. 그리고 이것은 중간본에서 ‘수으워리놋다’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주040)
기옹(氣擁) : 이것은 언해에서 ‘기운이 려’라고 풀어 읽었는데, 여기서는 ‘쇠비름이 무성하게 자라나서 그 억센 기운이 아욱과 들깨의 생장을 가리워 방해하고 막는다’는 말이다.
주041)
규임(葵荏) : 이것은 아욱과 들깨 또는 왕콩나물 등을 말한다.
주042)
려 : 이 말은 고어사전에 실려 있지 않아, 그 뜻을 알 수 없지만, 앞에서도 나왔던 말로 앞에서는 ‘塞’ 字의 뜻이었으며, 여기서는 상응하는 한자인 ‘擁’ 字의 뜻을 봐서 ‘막아, 가리워서’의 뜻일 것으로 판단된다.
주043)
점염불이우(點染不易虞) : 이 시구의 문면상 의미로는 ‘아욱과 들깨가 무섭게 무성한 쇠비름의 영역 침범에 의하여, 생태가 아주 오염되는 것을 쉽게 헤아려 알기 어렵다’는 말이나, 이것을 통해서 작자 두보가 말하려고 한 것은 ‘훌륭한 군자가 간사한 소인배들에 의하여 중상과 모략을 당해서 종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묻혀버리는 것을 미리 헤아려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주044)
사마잡나환(絲麻雜羅紈) : 이 시구에서도 ‘사마(무명베와 삼베)’와 ‘나환(비단)’은 모두 비유어로 인용된 것으로서, ‘사마’는 소인배 같은 무리 저급한 인물들로, 그리고 ‘나환’은 군자 같은 좀더 고귀한 인격자들로 대비된 것이다.
주045)
더러유믈 : 더럽힘을. 동사 ‘더러이다(더럽히다)’에 명사형 어미 ‘움’이 연결되면서, ‘이’와 ‘움’이 통합 복모음화하여 ‘윰’이 되고, 여기에 다시 목적격 조사 ‘을’이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주046)
수이 : 쉬이. 쉽게. 형용사 ‘숩다(쉽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이’가 연결되면서 ‘ㅂ’이 순경음 ‘ㅸ’으로 바뀌면서 ‘수’가 되었다가, 이내 ‘ㅸ’이 묵음화하면서 ‘수이’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같은 뜻의 말로 ‘수비, 수’ 등과 함께 쓰였다. ‘붓톄 도기 숩기ᄂᆞᆫ 〈法華 七, 185〉’ 참조.
주047)
일경기물내(一經器物內) : 이 시구의 글자대로 풀이는 ‘용기 안을 한번 지나가면. 이것은 작자 두보가 처세의 안위를 자신과 세상에 깨우치듯 알리는 비유적 실례로 읊은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위험성이 있는 어떤 상황에 자칫 한 번 잘못으로 빠져들게 되면’이라는 인생살이를 위한 간곡한 성찰의 전언이다.
주048)
영괘추자흔(永挂麤刺痕) : 크게 긁혀서 생긴 흉터가 영원히 걸려 있다. 이것은 ‘위험한 상황에 자칫 한번 잘못으로 빠져들게 되면, 그 상황에서 입은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영원히 세상에 내걸려지는 흉터로 남아 있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 시구는 앞의 시구와 함께, 바른 군자는 간사한 소인배들이 꾸며놓은 사술의 덫에 걸려들지 말아야 함을 스스로와 남에게 함께 깨우치는 경구들이다.
주049)
그리현 : 긁힌. 찔린. 이 고어가 고어사전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지만, 이 고어가 ‘자(刺)’ 자를 언해한 말이므로, 앞의 시구와 함께 시상의 의미망을 합리적 유기구조로 놓고 보면, ‘긁힌’이나 ‘찔린’일 것으로 추정된다.
주050)
허므리 : 흔적이. 이것은 원 시의 ‘흔(痕)’ 자를 언해한 것이라 ‘흔적이’가 맞으며, 긁혀서 생긴 것이라는 점에서 다시 ‘흉터가’라고 읽는 것이 더욱 좋다.
주051)
걸옛니라 : 걸리어 있다. 동사 ‘걸다’에 피동접미사인 ‘이’가 연결되고, 다시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이’와 ‘어’가 통합 복모음화하였으며, 여기에 다시 존재를 나타내는 ‘잇니’가 연결되면서, ‘여’와 ‘잇’이 통합 복모음화한 것이다. ‘城에 걸유미 ᄀᆞᆮᄒᆞ니라 〈月 十四, 75〉, 결유ᄆᆞᆯ 能히 아라〈法華 三, 85〉’ 참조.
주052)
채자지(採紫芝) : 옛날 중국의 한(漢)나라 건국 당시 한나라의 고조(高祖) 유방(劉邦)이 훌륭한 선비라고 여겨 부른 이른바 상산의 네 늙은이[商山四皓]인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선생(甪里先生) 등은 그 부름에 응하지 않고, 이 상산으로 들어가서 붉은 지치를 캐며, ‘자지가(紫芝歌; 일명 紫芝操)’를 불렀으므로, 이들을 ‘자지수(紫芝叟), 자지객(紫芝客)’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그 뒤에 고조 유방이 척희(戚姬)를 사랑해서 그녀가 낳은 여의(如意)로 태자인 영(盈)을 폐위하려 하자, 태자의 어머니인 여후(呂后)의 부탁을 받은 장량(張良)의 계책으로 태자가 예를 다해 이들을 부르게 해서, 이들이 궁안에 들어오자, 고조는 자신이 부를 때에 안 오던 이들이 온 것을 보고, 태자를 폐위하려던 계획을 철회하였다. 따라서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은근히 자신도 이 네 늙은이들처럼 곧은 마음으로 깨끗하게 살면서, 세상을 위해서는 옳은 행동을 하는 선비가 되고 싶다는 뜻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주053)
# 방가(放歌) : 한껏 노래 부르다. 이 한자어에서는 작자 두보의 당시 시대 상황에 대한 의식과 그것에 대응하는 자신의 의지가 잘 읽혀지는 것이다.
주054)
사호맷 술위를 : 싸움(전투) 속(중)에 있는 수레를. 이것은 물론 전투 중에 휩싸인 상황과 지역은 피해 살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사홈(싸움)’은 같은 뜻의 ‘싸홈’과 함께 쓰였으며, ‘술위(수레)’는 같은 뜻의 ‘수뤼’와 함께 쓰였다.
주055)
휴정(畦丁) : 밭두둑의 장정. 여기서는 바로 ‘채마밭에서 일하는 일꾼’을 지칭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056)
롱(籠) : 이 한자는 여러 가지의 뜻으로 쓰이나, 여기서는 아무래도 ‘큰 다래끼’를 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057)
백려단(百慮端) : 온갖 생각의 끝.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당시 상황 속에서 생활하며, ‘착잡하게 갖는 온갖 생각을 하던 끝에’라는 말로 쓰였다.
주058)
지여오나 : 지고 오거늘. 이 고어의 원형은 ‘지여오다(지고 오다)’이다.
주059)
온 혜아 그틀 : 온갖 헤아림의 끝을. 여기서는 ‘온갖 생각에 골똘하게 빠져 있던 끝의 나를’이라는 말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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