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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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피리를 불어서[吹笛]


吹笛 주001)
취적(吹笛)
두보가 대력(大曆; 代宗) 원년(766)에 지은 것이며, 지은 곳은 밝혀져 있지 않다. 이 제목 ‘취적’은 그냥 ‘피리를 불다’이지만, 이것을 ‘누군가 피리를 불어서’라고 풀어 번역한 이유는, 일단 피리를 부는 주인공이 있는 것은 분명할 텐데, 작자 두보가 그냥 ‘피리를 불어’이라고만 제목을 붙인 것은, 분명 그 피리 소리를 듣기만 할 뿐 그 부는 사람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한다는 말이며, 그래서 궁금하고 안타까워 시로 읊게 된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 제목의 현대역에 ‘누군가’라는 미지의 궁금한 주어를 보충하여 넣기로 하였다.

취적
(누군가 피리를 불어서)

吹笛秋山風月淸 誰家 주002)
수가(誰家)
뉘 집에서. 어느 집에서. 직역한 것이 잘못된 풀이는 아니나, 이 ‘수가’는 꼭 집이라는 건물에 의미의 중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구’라는 인물에 의미의 중심이 있으므로, ‘누가’라고 풀어 읽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 시에서 피리를 부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실제로 알지도 못하겠지만, 또한 알 수도 없는 사람이 불기 때문에 시로 지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한자어의 의문문적 유도 관례를 그냥 따라 이것으로 시작한 이 문장을 그냥 의문문으로 풀어 읽는 것은 잘못이다.
巧作斷腸聲 주003)
단장성(斷腸聲)
애를 끊는 소리. 이것은 인간의 한을 읊는 시에서는 너무도 많이 원용되는 시어로, 여기서는 바로 피리의 소리를 말하는 것인데, 이 시어는 이 작품의 시상 성격을 집약하여 예시해주는 것으로서, 작자 두보의 율시(律詩)에서 유별나게 볼 수 있다는 시상 구성의 특징인 이른바 ‘이개칠합(二開七闔)’의 한 실례를 보여주는 것이다.

 뫼헤 주004)
 뫼헤
가을 산에. 여기의 ‘뫼’는 ‘ㅎ’말음 명사라서 처격조사 ‘어’가 첨가되면서, ‘ㅎ’이 개입 연음된 것이다. 그런데 이 고어는 중간본에서 ‘ 뫼헤’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셔 뎌 부로매 과 왜 니 뉘 지븨셔 주005)
뉘 지븨셔
뉘 집에서. 이 시에서는 그냥 ‘누가’로 풀어 읽는 것이 좋다. 따라서 이것은 그냥 상상하는 상대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뉘 지비셔’로 기록되어 처격조사의 규칙이 깨져 있다.
애긋 주006)
애긋
애끊는.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애그ㅅ는’으로 기록되어, ‘ㅅ’이 독자의 글자로 남아 있다.
소리 工巧히 짓니오 주007)
짓니오
짓느냐. 이것은 원 시구의 ‘작(作)’ 자를 그 상식적 의미인 ‘짓다’라는 것을 따라 직역한 것이나, 이것은 현대어적인 감각으로는 적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내느냐?’라고 풀어 읽어야 한다.

【한자음】 취적추산풍월청 수가교작단장성
【직역】 가을 산에서 피리를 불자 바람과 달빛이 맑으니, 뉘집에서 애끊는 소리를 교묘하게 내느냐?
【의역】 피리를 불자 가을 산에는 바람과 달빛도 이렇게 맑은데, 대체 그 누구가 애끊는 소리를 이렇게도 교묘하게 내고 있으니,

風飄律呂 주008)
율려(律呂)
이 한자어는 이른바 십이율(十二律) 가운데 양(陽)의 가락인 육률(六律) 곧 황종(黃鐘), 대주(大簇), 고선(姑洗), 유빈(蕤賓), 이칙(夷則), 무역(無射) 등과, 음(陰)의 가락인 육려(六呂) 곧 협종(夾鐘), 중려(仲呂), 임종(林鐘), 남려(南呂), 응종(應鐘), 대려(大呂) 등을 말한다.
和切 주009)
화절(和切)
아주 딱 맞게 조화된다.
月傍關山 주010)
관산(關山)
이 한자어는 시에서 무수히 쓰여지는 것으로, 관과 산을 합친 말로서 곧 변방 국경지역과 산악지대를 말하며, 또 ‘고향’을 뜻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변방 국경지역과 산악지대를 말하는 것으로 쓰였다.
幾處明 주011)
기처명(幾處明)
밝아 있을 텐데. 이 한자어도 바로 이 ‘기’ 자의 관례적인 ‘의문형’ 유도로 인해 이 한자어를 의문형으로 풀어 읽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래서 이 한자어가 서술어로 되어 있는 이 문장을 언해에서도 ‘갯고(밝아 있는가?)’라는 의문형으로 풀어 읽었으나, 앞의 수련도 의문형으로 풀어 읽고, 이 함련도 의문형으로 풀어 읽는다면 시상의 전체적인 구도와 그 내적 유기성의 밀도가 저하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한가?’라는 의문형의 문장이 아니고, ‘~할 텐데’라는 추정형의 문장으로 읽어야 한다.
【樂府에 有關山月曲다】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51ㄱ

매 律呂소리 블여 주012)
블여
불려. 동사 ‘블이다(불리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이’와 ‘어’가 통합 복모음화한 것이다. 그리고 이 ‘블이다’는 바로 능동사 ‘블다’에서 파생되면서 어간인 ‘블’이 피동접미사인 ‘이’와 결합하면서도, ‘ㄹ’이 ‘이’에 연음되지 않고 있음으로써, 이것이 피동사로의 전성임을 추정할 수 있게 해준다.
서르 주013)
서르
서로.
섯거 주014)
섯거
섞어. 이 고어의 원형은 ‘다’이며 같은 뜻의 ‘섯다’와 함께 쓰였다.
切當 주015)
절당(切當)
이치에 꼭 들어맞는 것.
니
주016)
섯거 절당(切堂)니
이 고어구는 중간본에서 ‘섯구미 切니’로 바뀌어 기록돼 있다.
 關山애 바라 몃고대 갯고

【한자음】 풍표율려상화절 월방관산기처명【악부에 ‘관산월’이라는 곡이 있다.】
【직역】 바람에 가락과 소리 서로 딱 맞아 있으니, 달빛은 변방 산에 몇 곳이나 밝아 있을까?
【의역】 바람 결은 피리의 가락과 소리를 서로 딱 어울려서 내주고, 달빛은 변방 산의 그 몇몇 곳에도 밝아 있을 텐데,

胡騎中宵堪北走 주017)
호기중소감북주(胡騎中宵堪北走)
이것은 중국의 진(晉)나라 때 유곤(劉琨)이 북방 병주(竝州)의 자사(刺史)가 되어, 항상 되놈 병정(胡兵)들의 포위로 괴롭게 지내다가, 어느날 호드기를 불자, 고향 생각이 간절해진 이 되놈 기병(胡騎)들은 북쪽 저들의 고향으로 모두 가버렸다. 그래서 이 시에서는 작자 두보가 듣고 있는 누군가의 이 피리 소리도 역시 유곤의 호드기 소리처럼 되놈들을 북쪽으로 달려가게 할 만하다는 말이다.
武陵一曲想南征 주018)
무릉일곡상남정(武陵一曲想南征)
이것은 중국의 후한(後漢) 때 마원(馬援)이 남쪽으로 원정을 나갈 때 부하인 원생(袁生)이 피리를 잘 불어서, 이에 노래를 지어 화답하며 부르니, 이 노래가 바로 ‘무계심(武溪深)’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작자 두보는 이런 고사를 인용하여, 이 시를 지은 것이 분명한 데에도 왜 ‘무계(武溪)’라고 하지 않고, ‘무릉(武陵)’이라고 표현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어쨌거나 여기서도 작자 두보가 지금 듣고 있는 누군가의 이 피리 소리도 이 ‘무계심’ 한 가락과 같이 남쪽으로 원정 가는 것을 생각하게 할 것이라는 말이다.
【劉琨이 爲胡騎所圍야 吹胡笳대 賊이 聞之고 遂解圍去니라 馬援이 南征에 袁生이 吹笛이어 援이 作歌和之야 名曰武溪深이라 니라】

되 니 주019)
되니
이 고어구는 ‘되놈이 말을 타니. 이것이 중간본서는 ‘되니’로 기록되어 어법적으로 풀이가 될 수 없게 되어 있다.
 中에 北으로 람직도소니 주020)
람직도소니
달아남직하더니. ㄷ변칙동사 ‘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아’가 연결되면서 ‘ㄷ’이 ‘ㄹ’로 바뀌어 연음되고, 여기에 다시 보람을 시사하는 어미 ‘ㅁ직도소니’가 연결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람즉도소니’로 바뀌어 기록돼 있다.
武陵ㅅ  놀애예 南녀그로 征伐요 스치노라 주021)
스치노라
생각하노라.

【한자음】 호기중소감북주 무릉일곡상남정【유곤이 오랑캐 기마병에게 포위되어 호드기를 불자 도적떼들이 듣고서 드디어 포위를 풀고 가버렸다. 마원이 남쪽으로 정벌하러 갈 제 원생이 피리를 불거늘 마원이 이에 노래를 지어서 화답하며 명명하기를 ‘무계심’이라 하였다.】
【직역】 되놈 병사 말들을 타니 밤중에 북쪽으로 달아날 만큼 된 것이니, 무릉의 한 노래 가락에 남쪽 원정을 생각하노라.
【의역】 유곤(劉琨)의 호드기 가락 같은 이 피리 소리는 말 탄 되놈 병사들도 북쪽으로 달아날 만하고, 마원(馬援)의 ‘무계심(武溪深)’ 같은 이 노래 가락은 남쪽으로 원정 나가는 것을 생각하게 하건만,

故園 주022)
고원(故園)
옛 동산. 이렇게 정겨운 공간이기 때문에 이 말은 이내 ‘옛 고향’을 대유하는 말로 쓰였으며,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객지를 방랑하면서, 사뭇 그리워하던 옛 고향 ‘두릉(杜陵)’을 말한다.
楊柳今搖落 주023)
요락(搖落)
흔들려서 떨어진다. 이것은 바로 가을을 맞아 산천초목이 바람과 서리에 다 시들고 떨어져, 서글프고 쓸쓸하게 된다는 말이다.
何得愁中却盡生 주024)
하득수중각진생(何得愁中却盡生)
이 시구에서 ‘하득’은 ‘어떻게 ~할 수 있는가!’라는 감탄과 반문의 출발이며, ‘수중’은 옛 고향 두릉을 그리워하며 잠겨 있는 ‘시름 속’이고, ‘각진생’은 ‘문득 다 되살려내다’이며, 여기의 ‘생(生)’ 자는 흔히 많이 알고 있는 바대로 그냥 ‘낳다’나 ‘살다’라는 의미로 쉽게 풀어 읽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되살려내다’로 풀어 읽어야 한다.
【此 言吹笛에 有楊柳曲也ㅣ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故園엣 버드리 인제 이어 주025)
이어
이어. 계속하여. 이 말은 실제로 원 시구에 없지만, 우리 선인들은 이 ‘이어’라는 말을 보충하여 언해함으로써, 원 시구는 물론 이 작품 자체를 깊이 이해하고 전체 시상의 의미망을 잘 살려내기 위한 놀라운 생각이요 솜씨다.
러디거시니 주026)
러디거시니
떨어질 것이니. 여기의 ‘거시니’는 흔히 고어에 많이 쓰여온 바 ‘~거시니(시거니)’와는 전혀 다른 말이다.
엇뎨 시러곰 시 가온 도로 다 나니오 주027)
나니오
낳는가요. 이것은 원 시구에서 ‘생(生)’ 자를 언해한 말로, 시상 전체에서의 의미로는 맞지 않는 풀이로 판단되며, 따라서 여기서는 자동사가 아닌 타동사로 풀어 ‘되살려내다’로 읽어야 한다.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고원양류금요락 하득수중각진생【이것은 피리로 부는 곡 중에는 ‘양류곡’이 있다는 말이다.】
【직역】 고향에 있는 버들잎들이 이제는 이어서 떨어질 것이니, 어떻게 시름 속에 도로 다 살아나는 것인가!
【의역】 지금은 가을이라 내 고향 ‘두릉(杜陵)’에 있는 버드나무도 그 잎들이 이제는 이어서 떨어질 텐데, 어떻게 시름에 싸여 있는 내 마음 속에 그 버들잎들을 문득 다 되살려내고 있는가! (이 미련(尾聯)은, 누군가가 불고 있는 이 피리 곡 중에 버들을 제재로 삼은 ‘양류곡’이 있어서, 작자 두보가 그 곡을 듣고서는 먼 고향의 옛 봄 풍경, 특히 버드나무들을 되살려 연상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읊고 있는 것이다.)
Ⓒ 역자 | 송준호 / 2015년 12월 30일

원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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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취적(吹笛) : 두보가 대력(大曆; 代宗) 원년(766)에 지은 것이며, 지은 곳은 밝혀져 있지 않다. 이 제목 ‘취적’은 그냥 ‘피리를 불다’이지만, 이것을 ‘누군가 피리를 불어서’라고 풀어 번역한 이유는, 일단 피리를 부는 주인공이 있는 것은 분명할 텐데, 작자 두보가 그냥 ‘피리를 불어’이라고만 제목을 붙인 것은, 분명 그 피리 소리를 듣기만 할 뿐 그 부는 사람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한다는 말이며, 그래서 궁금하고 안타까워 시로 읊게 된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 제목의 현대역에 ‘누군가’라는 미지의 궁금한 주어를 보충하여 넣기로 하였다.
주002)
수가(誰家) : 뉘 집에서. 어느 집에서. 직역한 것이 잘못된 풀이는 아니나, 이 ‘수가’는 꼭 집이라는 건물에 의미의 중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구’라는 인물에 의미의 중심이 있으므로, ‘누가’라고 풀어 읽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 시에서 피리를 부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실제로 알지도 못하겠지만, 또한 알 수도 없는 사람이 불기 때문에 시로 지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한자어의 의문문적 유도 관례를 그냥 따라 이것으로 시작한 이 문장을 그냥 의문문으로 풀어 읽는 것은 잘못이다.
주003)
단장성(斷腸聲) : 애를 끊는 소리. 이것은 인간의 한을 읊는 시에서는 너무도 많이 원용되는 시어로, 여기서는 바로 피리의 소리를 말하는 것인데, 이 시어는 이 작품의 시상 성격을 집약하여 예시해주는 것으로서, 작자 두보의 율시(律詩)에서 유별나게 볼 수 있다는 시상 구성의 특징인 이른바 ‘이개칠합(二開七闔)’의 한 실례를 보여주는 것이다.
주004)
 뫼헤 : 가을 산에. 여기의 ‘뫼’는 ‘ㅎ’말음 명사라서 처격조사 ‘어’가 첨가되면서, ‘ㅎ’이 개입 연음된 것이다. 그런데 이 고어는 중간본에서 ‘ 뫼헤’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주005)
뉘 지븨셔 : 뉘 집에서. 이 시에서는 그냥 ‘누가’로 풀어 읽는 것이 좋다. 따라서 이것은 그냥 상상하는 상대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뉘 지비셔’로 기록되어 처격조사의 규칙이 깨져 있다.
주006)
애긋 : 애끊는.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애그ㅅ는’으로 기록되어, ‘ㅅ’이 독자의 글자로 남아 있다.
주007)
짓니오 : 짓느냐. 이것은 원 시구의 ‘작(作)’ 자를 그 상식적 의미인 ‘짓다’라는 것을 따라 직역한 것이나, 이것은 현대어적인 감각으로는 적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내느냐?’라고 풀어 읽어야 한다.
주008)
율려(律呂) : 이 한자어는 이른바 십이율(十二律) 가운데 양(陽)의 가락인 육률(六律) 곧 황종(黃鐘), 대주(大簇), 고선(姑洗), 유빈(蕤賓), 이칙(夷則), 무역(無射) 등과, 음(陰)의 가락인 육려(六呂) 곧 협종(夾鐘), 중려(仲呂), 임종(林鐘), 남려(南呂), 응종(應鐘), 대려(大呂) 등을 말한다.
주009)
화절(和切) : 아주 딱 맞게 조화된다.
주010)
관산(關山) : 이 한자어는 시에서 무수히 쓰여지는 것으로, 관과 산을 합친 말로서 곧 변방 국경지역과 산악지대를 말하며, 또 ‘고향’을 뜻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변방 국경지역과 산악지대를 말하는 것으로 쓰였다.
주011)
기처명(幾處明) : 밝아 있을 텐데. 이 한자어도 바로 이 ‘기’ 자의 관례적인 ‘의문형’ 유도로 인해 이 한자어를 의문형으로 풀어 읽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래서 이 한자어가 서술어로 되어 있는 이 문장을 언해에서도 ‘갯고(밝아 있는가?)’라는 의문형으로 풀어 읽었으나, 앞의 수련도 의문형으로 풀어 읽고, 이 함련도 의문형으로 풀어 읽는다면 시상의 전체적인 구도와 그 내적 유기성의 밀도가 저하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한가?’라는 의문형의 문장이 아니고, ‘~할 텐데’라는 추정형의 문장으로 읽어야 한다.
주012)
블여 : 불려. 동사 ‘블이다(불리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이’와 ‘어’가 통합 복모음화한 것이다. 그리고 이 ‘블이다’는 바로 능동사 ‘블다’에서 파생되면서 어간인 ‘블’이 피동접미사인 ‘이’와 결합하면서도, ‘ㄹ’이 ‘이’에 연음되지 않고 있음으로써, 이것이 피동사로의 전성임을 추정할 수 있게 해준다.
주013)
서르 : 서로.
주014)
섯거 : 섞어. 이 고어의 원형은 ‘다’이며 같은 뜻의 ‘섯다’와 함께 쓰였다.
주015)
절당(切當) : 이치에 꼭 들어맞는 것.
주016)
섯거 절당(切堂)니 : 이 고어구는 중간본에서 ‘섯구미 切니’로 바뀌어 기록돼 있다.
주017)
호기중소감북주(胡騎中宵堪北走) : 이것은 중국의 진(晉)나라 때 유곤(劉琨)이 북방 병주(竝州)의 자사(刺史)가 되어, 항상 되놈 병정(胡兵)들의 포위로 괴롭게 지내다가, 어느날 호드기를 불자, 고향 생각이 간절해진 이 되놈 기병(胡騎)들은 북쪽 저들의 고향으로 모두 가버렸다. 그래서 이 시에서는 작자 두보가 듣고 있는 누군가의 이 피리 소리도 역시 유곤의 호드기 소리처럼 되놈들을 북쪽으로 달려가게 할 만하다는 말이다.
주018)
무릉일곡상남정(武陵一曲想南征) : 이것은 중국의 후한(後漢) 때 마원(馬援)이 남쪽으로 원정을 나갈 때 부하인 원생(袁生)이 피리를 잘 불어서, 이에 노래를 지어 화답하며 부르니, 이 노래가 바로 ‘무계심(武溪深)’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작자 두보는 이런 고사를 인용하여, 이 시를 지은 것이 분명한 데에도 왜 ‘무계(武溪)’라고 하지 않고, ‘무릉(武陵)’이라고 표현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어쨌거나 여기서도 작자 두보가 지금 듣고 있는 누군가의 이 피리 소리도 이 ‘무계심’ 한 가락과 같이 남쪽으로 원정 가는 것을 생각하게 할 것이라는 말이다.
주019)
되니 : 이 고어구는 ‘되놈이 말을 타니. 이것이 중간본서는 ‘되니’로 기록되어 어법적으로 풀이가 될 수 없게 되어 있다.
주020)
람직도소니 : 달아남직하더니. ㄷ변칙동사 ‘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아’가 연결되면서 ‘ㄷ’이 ‘ㄹ’로 바뀌어 연음되고, 여기에 다시 보람을 시사하는 어미 ‘ㅁ직도소니’가 연결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람즉도소니’로 바뀌어 기록돼 있다.
주021)
스치노라 : 생각하노라.
주022)
고원(故園) : 옛 동산. 이렇게 정겨운 공간이기 때문에 이 말은 이내 ‘옛 고향’을 대유하는 말로 쓰였으며,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객지를 방랑하면서, 사뭇 그리워하던 옛 고향 ‘두릉(杜陵)’을 말한다.
주023)
요락(搖落) : 흔들려서 떨어진다. 이것은 바로 가을을 맞아 산천초목이 바람과 서리에 다 시들고 떨어져, 서글프고 쓸쓸하게 된다는 말이다.
주024)
하득수중각진생(何得愁中却盡生) : 이 시구에서 ‘하득’은 ‘어떻게 ~할 수 있는가!’라는 감탄과 반문의 출발이며, ‘수중’은 옛 고향 두릉을 그리워하며 잠겨 있는 ‘시름 속’이고, ‘각진생’은 ‘문득 다 되살려내다’이며, 여기의 ‘생(生)’ 자는 흔히 많이 알고 있는 바대로 그냥 ‘낳다’나 ‘살다’라는 의미로 쉽게 풀어 읽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되살려내다’로 풀어 읽어야 한다.
주025)
이어 : 이어. 계속하여. 이 말은 실제로 원 시구에 없지만, 우리 선인들은 이 ‘이어’라는 말을 보충하여 언해함으로써, 원 시구는 물론 이 작품 자체를 깊이 이해하고 전체 시상의 의미망을 잘 살려내기 위한 놀라운 생각이요 솜씨다.
주026)
러디거시니 : 떨어질 것이니. 여기의 ‘거시니’는 흔히 고어에 많이 쓰여온 바 ‘~거시니(시거니)’와는 전혀 다른 말이다.
주027)
나니오 : 낳는가요. 이것은 원 시구에서 ‘생(生)’ 자를 언해한 말로, 시상 전체에서의 의미로는 맞지 않는 풀이로 판단되며, 따라서 여기서는 자동사가 아닌 타동사로 풀어 ‘되살려내다’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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