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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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 그리기 노래[畫鶻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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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그리기 노래[畫鶻行]


畫鶻行 주001)
화골행(畫鶻行)
이 시는 두보가 지덕(至德; 玄宗) 2년(757)에 수도인 장안에서 지은 것이다.

화골행
(매 그리기 노래)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37ㄱ

高堂 주002)
고당(高堂)
이것은 아마도 궁궐 안에 있는 높은 전각이나 귀족 고관의 집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生鶻 주003)
생골(生鶻)
산 매. 여기서는 실제의 매가 아니고 그림 속의 매를 말하는 것이라, ‘실제로 살아 있는 매’가 아니라, 그림으로 그려진 매이지만, 하도 그림으로 잘 그려져서 마치 ‘실제로 살아 있는 듯한 매’라는 말이다.
颯爽 주004)
삽상(颯爽)
이 한자어는 일반적으로 ‘상큼하고 서늘하다’라는 말로 쓰이나, 여기서는 ‘싸늘하고 오싹하다’라는 말로 쓰여진 것이다.
秋骨 주005)
추골(秋骨)
이 한자어의 뜻은 ‘가을을 맞아 바짝 세어져, 보이는 체형’을 말하나, 여기서는 바로 ‘가을을 맞아 매의 뼈대(처격)가 바짝 세어져 힘이 넘쳐 보이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축약해서 ‘가을 골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鶻이 當秋氣肅殺而能擊搏故로 云秋骨이라】

노 堂애 산 매 주006)
산매
이 고어의 표기상태대로의 뜻은 ‘산 매’이나, 이것은 앞에서 말한 바대로 ‘살아 있는 실재의 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에 그려져 있는 매의 형상이 마치도 살아 있는 실재의 매 같다는 표현일 뿐이다.
 보니 颯爽야  氣骨이 뮈엿도다 주007)
뮈엿도다
움직였구나. 동사 ‘뮈다(움직이다)’에 과거시제 어미와 종결어미의 결합체인 ‘엇도다(었구나!)’가 연결되면서, ‘뮈’의 ‘ㅣ’음의 영향으로 또 하나의 ‘ㅣ’음이 개입하면서, ‘엿도다’가 된 것이다. 그런데 시에서 이 고어는 실제로 ‘움직였다’는 것이 아니고, ‘족히 움직임직하다’라는 뜻으로 쓰여진 것이다.

【한자음】 고당견생골 삽상동추골【매[鶻]가 오싹한 가을 기운을 맞아 능히 무엇을 날쌔게 채어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가을 골격(秋骨)’이라고 하였다.】
【직역】 높은 집에서 산 매를 보니, 오싹하여 가을 골격의 힘이 움직이겠도다.
【의역】 높은 집에서 살아 있는 듯한 매를 보니, 가을 기운이 오싹하게 느껴지면서, 이 매의 가을 골격이 족히 움직임직한데,

初驚無拘攣 주008)
구련(拘攣)
얽어서 묶어 놓는 것. ‘구속’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나, 여기서는 ‘얽어매서 지탱해 놓은 것’으로 쓰였다.
何得立突兀 주009)
돌올(突兀)
우뚝 솟은 것. 여기서는 매가 ‘우뚝 서서 곧 솟아 날아 오를 듯한 상태’를 말한 것으로 추정된다.

얽욘 주010)
얽욘
얽매인. 동사 ‘얽이다(얽매이다)’에 광형사형 어미 ‘온’이 연결되면서, ‘’의 ‘ㅣ’음 영향으로 또 하나의 ‘ㅣ’음이 개입되어 ‘욘’이 된 것이다.
거시 업소 엇뎨 시러곰 주011)
시러곰
이 고어는 고어 ‘시러’의 강조형으로 현대어로의 뜻은 ‘얻어’ 또는 ‘능히’라는 의미를 강조하는 것인데, 이것은 바로 원문의 ‘득(得)’ 자를 풀이한 말로서 현대어로 풀어 읽을 경우에는 아예 관형어로서 ‘~ㄹ 수 있다’라는 가능성을 의미하는 말로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구즈기 주012)
구즈기
우뚝이. 이것은 물론 ‘구즉다(우뚝하다)’라는 형용사에서 파생된 부사다.
솃고 처 주013)
처
처음.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처엄’으로 기록되어 ‘ㅿ’이 탈락하여 있다.
놀라다니 주014)
다니
이것은 어미로서 현대어의 과거 또는 회상의 시제를 나타내는 어미 ‘더니’와 같다.

【한자음】 초경무구련 하득립돌올
【직역】 얽어맨 것이 없는데, 어떻게 오똑하게 서 있을 수 있는지 처음 놀랐더니,
【의역】 무엇으로 얽어매서 지탱해 놓은 것이 없는데, 어떻게 매가 오똑하게 서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처음부터 놀랐더니,

乃知畵師妙 주015)
화사묘(畵師妙)
화가의 묘함. 여기서는 ‘화가의 재능과 수법이 정밀하고 기묘하다’는 말이다.
巧刮 주016)
교괄(巧刮)
교묘하게 움켜잡다. 여기서는 ‘교묘하게 완전히 파악하다’라는 말로 쓰였다.
造化窟 주017)
조화굴(造化窟)
변화의 굴. 여기서는 ‘매의 생리와 양태의 요체’를 말한다.
寫此神俊姿 주018)
신준자(神俊姿)
신기하고 뛰어난 자태. 여기서는 ‘매의 신기하고 뛰어나게 빼어난 모양과 자세’를 말한 것이다.
充君眼中物 주019)
충군안중물(充君眼中物)
글자대로 뜻으로는 ‘그대들의 눈 속의 물건으로 채워 주었다.’라는 것이나, 이것은 화가가 이 그림을 볼 그대들의 눈에 그림의 대상인 매의 일체가 완전하고 충실하게 전달되고, 이해될 수 있게 그려져 있다는 말이다.

畵師ㅣ 精妙야 造化의 굼글 工巧히 우의여 주020)
우의여
움켜서. 여기서는 대상의 실질 일체를 완전히 파악한다는 말이다.
이 神俊 양 그려 그딋 누네 볼 거세 주021)
볼거세
볼 것에.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볼거미’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다.
온  알와라 주022)
알와라
아노라.

【한자음】 내지화사묘 교괄조화굴 사차신준자 충군안중물
【직역】 화가가 정밀하고 기묘하여, 조화의 요체를 교묘하게 움켜서, 이 신기하고 빼어난 모양과 자세를 그려서, 그대의 눈으로 볼 것에 충실하게 한 것을 알겠노라.
【의역】 이내 화가의 재능과 수법이 정밀하고 기묘한 데에다, 대상
(매)
의 생리적 조화의 요체를 교묘하게 완전히 파악하여, 이 매의 신기하고 빼어난 모양과 자세를 생동적으로 그려내서, 이 그림을 볼 그대들의 눈으로 볼 것에 충실하게 완벽을 기한 것을 알겠거니와,

烏鵲 주023)
오작(烏鵲)
까마귀와 까치. 여기서는 시의 주체인 매와 대립되어 있는 한찮은 조류들을 대표하는 것으로 쓰였으며, 우매한 대중적 인간들을 암시하기도 한다.
滿樛枝 軒然 주024)
헌연(軒然)
이 한자어의 뜻은 ‘기분이 좋아 허허 하며 기쁘게 웃는 상태’를 나타내는 부사어인데, 여기서는 까마귀와 까치들이 그림 속의 매를 실재하는 산 매로 여겨, 그 매가 자신들을 보고 기분 좋아 허허 웃는 듯한 기분으로 날아 나올까봐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恐其出

가마괴 주025)
가마괴
까마귀.
와 가치왜 구븐 가지예 기 안자셔 모 숫그려서 주026)
숫그려서
두려워해서. 경외(敬畏)하여. 이것은 본 시구의 ‘헌연(軒然)’을 풀이한 말로서 앞에서 살펴본 바대로 원래 이 ‘헌연’의 뜻은 ‘기분이 좋아 허허 하며 크게 웃는 상태’로 결코 ‘두려워해서’나 ‘경외해서’라는 뜻의 고어인 ‘숫그려서’로 풀이될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이 ‘숫그려서’는 잘못 언해된 말이다. 물론 문장의 구문상 순리로는 이 ‘헌연’이 ‘공(恐)’을 수식하는 부사어로 보는 것이 맞지만, 이렇게 놓고 풀이해 보면, ‘軒然恐’은 ‘기분이 좋아 허허 웃으며 두려워하다(전놋다)’라는 글이 되어, 의미의 논리 성립이나 소통이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이 ‘헌연’은 오히려 ‘出(날아 나오는 것)’을 수식하는 부사어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라 날가 전놋다 주027)
전놋다
두려워하는구나. 동사 ‘젓다(드려워하다)’ 또는 ‘젛다(두료워하다)’에 감탄형 어미 ‘놋다’가 연결되면서 ‘ㅅ’이나 ‘ㅎ’이 ‘ㄴ’으로 유성자음화한 것이다.

【한자음】 오작만규지 헌연공기출
【직역】 까마귀와 까치들이 굽은 가지에 가득 앉아서, 몸을 웃는 듯이 날아 나올까 두려워하는구나!
【의역】 까마귀와 까치들이 늘어진 나무 가지들에 가득 앉아 있으면서, 이 매가 허허 웃는 듯이 기가 올라서, 저들 쪽으로 날아 나올까봐 두려워한다만,

側腦 주028)
측뇌(側腦)
글자대로 뜻은 언해의 풀이와 다르지 않게 ‘머리를 기우리다’이나, 여기서는 매가 머리를 그냥 기우리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매가 위쪽으로 하늘을 보기 위해서 머리를 치켜 들어서 올리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靑霄 주029)
청소(靑霄)
글자들이 지시하는 바의 뜻대로 ‘푸른 하늘’이나, 여기서는 실제 푸른 하늘을 의미하면서, 무한한 의지를 가진 존재로서의 상징도 투영된 것으로서, 매가 자신의 소망과 재능을 한껏 펼 수 있는 무한한 자유의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寧爲衆禽沒

頭腦 기우려 프른 하 보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37ㄴ

니 엇뎨 뭀새 주030)
뭇새
‘여러 가지 많은 새들’이나, 여기서는 앞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된 까마귀와 까치를 위시해서 평범한 많은 조류들을 지칭하면서, 이들과 대비하여 우월한 존재인 매와 상대화되어 있는 존재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 爲야 드리리오 주031)
드리리오
달려들겠는가. 이것은 본문의 ‘沒’ 자를 풀이한 말로 여기서는 '저 높고 푸른 하늘에나 솟아 올라 한껏 자유롭게 날며 노닐 고상한 뜻을 가진 매가 이 하찮은 뭇새들이나 잡으려고 달려들겠느냐?' 라며 하는 말이다.

【한자음】 측뇌간청소 영위중금몰
【직역】 두뇌를 기우려서 푸른 하늘을 보겠지, 어찌 뭇새들을 위해(=때문에) 달려 들어가겠는가?
【의역】 매는 머리를 기우려서 푸른 하늘은 보겠지만, 어찌 이 까마귀. 까치 같은 뭇새들을 잡겠다고 날아와 달려 들겠는가?

長翮如刀劍 人寰 주032)
인환(人寰)
인간들이 살고 있는 이 지상의 공간을 말하며 대체적으로 하늘이나 신선세계 같은 초월적 공간과 대비되어 좀은 속되고 고생스런 인간세상을 말한다.
可超越

긴 개 주033)
칼.
니 주034)
니
같으니. 이것은 같은 뜻으로 ‘다’와 ‘다’가 함께 쓰였다.
人寰을 可히 건나가리로다

【한자음】 장격여도검 인환가초월
【직역】 긴 날개는 칼과 같으니, 인간들의 사는 세상을 가히 초월하리로다.
【의역】 매의 긴 날개는 큰 칼과 같으니, 이 긴 날개로 훨훨 날아올라서, 이 인간들이 사는 세상을 훌쩍 뛰어 넘을 만한 데도,

乾坤空崢嶸 주035)
건곤공쟁영(乾坤空崢嶸)
이 시구의 구상은 다음 짝진 구와 함께 아주 고도의 함축과 조응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시구에서 주어는 ‘건곤(하늘과 땅)’이며 술어는 ‘쟁영(한없이 높고 넓다)’으로서, 이것을 풀어 읽으면, ‘하늘과 땅은 한없이 높고 넓다’이다. 그런데 이 한없이 높고 넓은 하늘과 땅이 그림 속 매에게는 무한한 자유의 활동 공간이 아니라, 아무 쓸모가 없는 공간일 뿐이라, 그래서 매에게는 ‘어떻게 할 수 없이 괜히[空] 높고 넓기만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 시구에서는 이 ‘공(空)’ 한 글자가 중간에 놓여서, 이 시구의 의미 반전은 물론 주체인 그림 속 매의 존재를 기막힌 연민의 존재로 만드는 기능을 하고 있는 이른바 ‘시안자(詩眼字)’(시의 눈알과 같은 글자)가 되는 것이다.
粉墨且蕭瑟 주036)
분묵차소슬(粉墨且蕭瑟)
이 시구에서 주어는 ‘분묵(그림 속 매의 모양새와 빛깔들)’이며 술어는 ‘소슬(낡아 떨어지고 바래다)’이다. 이것을 풀어 읽으면, ‘그림 속 매의 모양새와 채색들이 낡아 떨어지고 바래다.'이다. 그런데 이 그림 속 매의 모양새와 채색들도 ‘또(且)’ 낡아 떨어지고 바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 시구에서도 이 ‘且(도. 또)’ 한 글자가 중간에 놓여서, 이 시구의 의미를 강화함은 물론, 앞 시구의 ‘空(어떻게 할 수 없이 괜히)’ 자와 이 ‘且(도. 또)’ 자가 상호 조응하면서, 시적 주체인 매의 안타까운 상황을 강화하여 구성하는 기막힌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言此畫鶻이 不得奮飛故로 天地ㅣ 徒爲高大니 其粉墨이 亦且脫落而至於蕭瑟也ㅣ라】

乾坤이 쇽졀업시 주037)
쇽졀업시
속절없이. 부질없이. 이것은 바로 원문의 ‘空’ 자를 풀어 언해한 것으로 한시에서는 시상을 강화 혹은 반전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많이 그리고 요긴하게 활용되는 글자다.
노니 주038)
노니
이 고어는 원문의 ‘崢嶸’을 풀이한 것으로서, 글자대로의 뜻은 물론 ‘멀고 높은 상태’이나, 여기서는 그냥 ‘멀고 높기만 한 것이 아니고, 아주 넓은 상태’까지를 나타내는 형용사로 쓰였다.
粉墨이  서의리로다 주039)
서의리로다
쓸쓸할 것이다.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그림 속의 매의 모양새와 채색들이 떨어지고 바래서, 아주 쓸쓸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한자음】 건곤공쟁영 분묵차소슬【말하자면 이 그림 속 매는 실제로 휙 날아 오를 수 없기 때문에 천지가 매에게는 한갓 높고 크기만 한 공간일 뿐이요, 이 매 그림도 장차 낡아 떨어져서 을씨년하고 쓸쓸하게 될 것이다.】
【직역】 하늘과 땅이 어찌할 수 없이 높으니, 그려진 그림이 또 쓸쓸하겠도다.
【의역】 이 하늘과 땅이 그림 속 매에게는 어떻게 할 수 없이 괜히 무한히 높고 넓기만 할 뿐인 공간인 데다가, 그림 속의 이 매의 모양새와 색채도 낡고 바래서 이내는 아주 쓸쓸하고 허망하게 될 터이니,

緬思 주040)
면사(緬思)
아득하게 생각하다.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그림 속의 매가 실제로 있을 만한 곳을 아득하게 먼 곳으로 그려본다는 말이다.
雲沙際 주041)
운사제(雲沙際)
구름 끼고 모래가가 깔린 무한한 경계.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중국의 북방, 이른바 새외(塞外) 지역인 몽고나 거란족 등의 거주 지역을 말하는 것이다.
自有煙霧質 주042)
연무질(煙霧質)
연기와 안개 같은 체질. 여기서는 ‘연기와 안개 같은 모래 먼지가 떠올라 있는 속을 살고 있는 체질의 새외 지역 매’를 말하는 것이다.
吾今意何傷 顧步獨紆鬱 주043)
우울(紆鬱)
마음이 답답하고 걱정스러운 것.
【眞鶻이 在於雲沙之際니 何必見此畫鶻而歎傷其粉墨乎ㅣ리오】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구름과 몰앳  주044)

이 고어는 현대어의 ‘가을’. 중간본에서는 ‘’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해 있다.
아라히 주045)
아라히
아득히. 중간본에서는 ‘아라히’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되어 있다.
랑호니 주046)
랑호니
생각하니. 명사 ‘랑(생각)’에 조동사 ‘호니(하니)’가 연결되어, 동사화한 것이다.
스싀로 주047)
스싀로
스스로.
煙霧  毛質이 잇니 내 이제 들 엇뎨 슬허 도라보고 건녀셔 주048)
건녀서
걸어 다니면서. 아마도 ‘ㄷ’변칙 동사 ‘걷다(걷다)’와 ‘니다(가다)’의 합성동사인 ‘걷니다’에서 ‘ㄷ’음이 모음 ‘어’와 유성자음 ‘ㄴ’ 사이에서 유성음화하여 ‘건니다’가 되고, 여기에 연결어미 ‘어서’가 연결되면서, ‘니’와 ‘어’가 통합 복모음화한 것이다.
올로 답답야카뇨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면사운사제 자유연무질 오금의하상 고보독우울【이 참매가 구름과 모랫벌 끝에 있으니, 어찌 꼭 이 그림 속 매를 보고서 그 물감이 낡은 것을 슬퍼하고 한탄하겠는가.】
【직역】 구름과 모랫벌 끝을 아스라이 생각해보니, 그 자신들은 안개에 맞는 체질을 지녔으니, 내 이제 마음을 어찌 그렇게 슬퍼해서, 돌아보고 서성거리며 홀로 답답해 할 것이 있겠는가!
【의역】 매가 있을 그 구름과 모랫벌 끝을 아스라이 생각해보니, 그 매는 구름과 안개에 잘 적응하는 체질을 지녔으니, 내가 이제 그 매에 대해서 마음으로 그렇게 슬퍼해서, 그 매를 향해 서성거리며, 홀로 답답해 할 필요가 있겠는가!
Ⓒ 역자 | 송준호 / 2015년 12월 30일

원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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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화골행(畫鶻行) : 이 시는 두보가 지덕(至德; 玄宗) 2년(757)에 수도인 장안에서 지은 것이다.
주002)
고당(高堂) : 이것은 아마도 궁궐 안에 있는 높은 전각이나 귀족 고관의 집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003)
생골(生鶻) : 산 매. 여기서는 실제의 매가 아니고 그림 속의 매를 말하는 것이라, ‘실제로 살아 있는 매’가 아니라, 그림으로 그려진 매이지만, 하도 그림으로 잘 그려져서 마치 ‘실제로 살아 있는 듯한 매’라는 말이다.
주004)
삽상(颯爽) : 이 한자어는 일반적으로 ‘상큼하고 서늘하다’라는 말로 쓰이나, 여기서는 ‘싸늘하고 오싹하다’라는 말로 쓰여진 것이다.
주005)
추골(秋骨) : 이 한자어의 뜻은 ‘가을을 맞아 바짝 세어져, 보이는 체형’을 말하나, 여기서는 바로 ‘가을을 맞아 매의 뼈대(처격)가 바짝 세어져 힘이 넘쳐 보이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축약해서 ‘가을 골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주006)
산매 : 이 고어의 표기상태대로의 뜻은 ‘산 매’이나, 이것은 앞에서 말한 바대로 ‘살아 있는 실재의 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에 그려져 있는 매의 형상이 마치도 살아 있는 실재의 매 같다는 표현일 뿐이다.
주007)
뮈엿도다 : 움직였구나. 동사 ‘뮈다(움직이다)’에 과거시제 어미와 종결어미의 결합체인 ‘엇도다(었구나!)’가 연결되면서, ‘뮈’의 ‘ㅣ’음의 영향으로 또 하나의 ‘ㅣ’음이 개입하면서, ‘엿도다’가 된 것이다. 그런데 시에서 이 고어는 실제로 ‘움직였다’는 것이 아니고, ‘족히 움직임직하다’라는 뜻으로 쓰여진 것이다.
주008)
구련(拘攣) : 얽어서 묶어 놓는 것. ‘구속’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나, 여기서는 ‘얽어매서 지탱해 놓은 것’으로 쓰였다.
주009)
돌올(突兀) : 우뚝 솟은 것. 여기서는 매가 ‘우뚝 서서 곧 솟아 날아 오를 듯한 상태’를 말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010)
얽욘 : 얽매인. 동사 ‘얽이다(얽매이다)’에 광형사형 어미 ‘온’이 연결되면서, ‘’의 ‘ㅣ’음 영향으로 또 하나의 ‘ㅣ’음이 개입되어 ‘욘’이 된 것이다.
주011)
시러곰 : 이 고어는 고어 ‘시러’의 강조형으로 현대어로의 뜻은 ‘얻어’ 또는 ‘능히’라는 의미를 강조하는 것인데, 이것은 바로 원문의 ‘득(得)’ 자를 풀이한 말로서 현대어로 풀어 읽을 경우에는 아예 관형어로서 ‘~ㄹ 수 있다’라는 가능성을 의미하는 말로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주012)
구즈기 : 우뚝이. 이것은 물론 ‘구즉다(우뚝하다)’라는 형용사에서 파생된 부사다.
주013)
처 : 처음.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처엄’으로 기록되어 ‘ㅿ’이 탈락하여 있다.
주014)
다니 : 이것은 어미로서 현대어의 과거 또는 회상의 시제를 나타내는 어미 ‘더니’와 같다.
주015)
화사묘(畵師妙) : 화가의 묘함. 여기서는 ‘화가의 재능과 수법이 정밀하고 기묘하다’는 말이다.
주016)
교괄(巧刮) : 교묘하게 움켜잡다. 여기서는 ‘교묘하게 완전히 파악하다’라는 말로 쓰였다.
주017)
조화굴(造化窟) : 변화의 굴. 여기서는 ‘매의 생리와 양태의 요체’를 말한다.
주018)
신준자(神俊姿) : 신기하고 뛰어난 자태. 여기서는 ‘매의 신기하고 뛰어나게 빼어난 모양과 자세’를 말한 것이다.
주019)
충군안중물(充君眼中物) : 글자대로 뜻으로는 ‘그대들의 눈 속의 물건으로 채워 주었다.’라는 것이나, 이것은 화가가 이 그림을 볼 그대들의 눈에 그림의 대상인 매의 일체가 완전하고 충실하게 전달되고, 이해될 수 있게 그려져 있다는 말이다.
주020)
우의여 : 움켜서. 여기서는 대상의 실질 일체를 완전히 파악한다는 말이다.
주021)
볼거세 : 볼 것에.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볼거미’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다.
주022)
알와라 : 아노라.
주023)
오작(烏鵲) : 까마귀와 까치. 여기서는 시의 주체인 매와 대립되어 있는 한찮은 조류들을 대표하는 것으로 쓰였으며, 우매한 대중적 인간들을 암시하기도 한다.
주024)
헌연(軒然) : 이 한자어의 뜻은 ‘기분이 좋아 허허 하며 기쁘게 웃는 상태’를 나타내는 부사어인데, 여기서는 까마귀와 까치들이 그림 속의 매를 실재하는 산 매로 여겨, 그 매가 자신들을 보고 기분 좋아 허허 웃는 듯한 기분으로 날아 나올까봐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주025)
가마괴 : 까마귀.
주026)
숫그려서 : 두려워해서. 경외(敬畏)하여. 이것은 본 시구의 ‘헌연(軒然)’을 풀이한 말로서 앞에서 살펴본 바대로 원래 이 ‘헌연’의 뜻은 ‘기분이 좋아 허허 하며 크게 웃는 상태’로 결코 ‘두려워해서’나 ‘경외해서’라는 뜻의 고어인 ‘숫그려서’로 풀이될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이 ‘숫그려서’는 잘못 언해된 말이다. 물론 문장의 구문상 순리로는 이 ‘헌연’이 ‘공(恐)’을 수식하는 부사어로 보는 것이 맞지만, 이렇게 놓고 풀이해 보면, ‘軒然恐’은 ‘기분이 좋아 허허 웃으며 두려워하다(전놋다)’라는 글이 되어, 의미의 논리 성립이나 소통이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이 ‘헌연’은 오히려 ‘出(날아 나오는 것)’을 수식하는 부사어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주027)
전놋다 : 두려워하는구나. 동사 ‘젓다(드려워하다)’ 또는 ‘젛다(두료워하다)’에 감탄형 어미 ‘놋다’가 연결되면서 ‘ㅅ’이나 ‘ㅎ’이 ‘ㄴ’으로 유성자음화한 것이다.
주028)
측뇌(側腦) : 글자대로 뜻은 언해의 풀이와 다르지 않게 ‘머리를 기우리다’이나, 여기서는 매가 머리를 그냥 기우리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매가 위쪽으로 하늘을 보기 위해서 머리를 치켜 들어서 올리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주029)
청소(靑霄) : 글자들이 지시하는 바의 뜻대로 ‘푸른 하늘’이나, 여기서는 실제 푸른 하늘을 의미하면서, 무한한 의지를 가진 존재로서의 상징도 투영된 것으로서, 매가 자신의 소망과 재능을 한껏 펼 수 있는 무한한 자유의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주030)
뭇새 : ‘여러 가지 많은 새들’이나, 여기서는 앞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된 까마귀와 까치를 위시해서 평범한 많은 조류들을 지칭하면서, 이들과 대비하여 우월한 존재인 매와 상대화되어 있는 존재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주031)
드리리오 : 달려들겠는가. 이것은 본문의 ‘沒’ 자를 풀이한 말로 여기서는 '저 높고 푸른 하늘에나 솟아 올라 한껏 자유롭게 날며 노닐 고상한 뜻을 가진 매가 이 하찮은 뭇새들이나 잡으려고 달려들겠느냐?' 라며 하는 말이다.
주032)
인환(人寰) : 인간들이 살고 있는 이 지상의 공간을 말하며 대체적으로 하늘이나 신선세계 같은 초월적 공간과 대비되어 좀은 속되고 고생스런 인간세상을 말한다.
주033)
갈 : 칼.
주034)
니 : 같으니. 이것은 같은 뜻으로 ‘다’와 ‘다’가 함께 쓰였다.
주035)
건곤공쟁영(乾坤空崢嶸) : 이 시구의 구상은 다음 짝진 구와 함께 아주 고도의 함축과 조응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시구에서 주어는 ‘건곤(하늘과 땅)’이며 술어는 ‘쟁영(한없이 높고 넓다)’으로서, 이것을 풀어 읽으면, ‘하늘과 땅은 한없이 높고 넓다’이다. 그런데 이 한없이 높고 넓은 하늘과 땅이 그림 속 매에게는 무한한 자유의 활동 공간이 아니라, 아무 쓸모가 없는 공간일 뿐이라, 그래서 매에게는 ‘어떻게 할 수 없이 괜히[空] 높고 넓기만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 시구에서는 이 ‘공(空)’ 한 글자가 중간에 놓여서, 이 시구의 의미 반전은 물론 주체인 그림 속 매의 존재를 기막힌 연민의 존재로 만드는 기능을 하고 있는 이른바 ‘시안자(詩眼字)’(시의 눈알과 같은 글자)가 되는 것이다.
주036)
분묵차소슬(粉墨且蕭瑟) : 이 시구에서 주어는 ‘분묵(그림 속 매의 모양새와 빛깔들)’이며 술어는 ‘소슬(낡아 떨어지고 바래다)’이다. 이것을 풀어 읽으면, ‘그림 속 매의 모양새와 채색들이 낡아 떨어지고 바래다.'이다. 그런데 이 그림 속 매의 모양새와 채색들도 ‘또(且)’ 낡아 떨어지고 바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 시구에서도 이 ‘且(도. 또)’ 한 글자가 중간에 놓여서, 이 시구의 의미를 강화함은 물론, 앞 시구의 ‘空(어떻게 할 수 없이 괜히)’ 자와 이 ‘且(도. 또)’ 자가 상호 조응하면서, 시적 주체인 매의 안타까운 상황을 강화하여 구성하는 기막힌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037)
쇽졀업시 : 속절없이. 부질없이. 이것은 바로 원문의 ‘空’ 자를 풀어 언해한 것으로 한시에서는 시상을 강화 혹은 반전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많이 그리고 요긴하게 활용되는 글자다.
주038)
노니 : 이 고어는 원문의 ‘崢嶸’을 풀이한 것으로서, 글자대로의 뜻은 물론 ‘멀고 높은 상태’이나, 여기서는 그냥 ‘멀고 높기만 한 것이 아니고, 아주 넓은 상태’까지를 나타내는 형용사로 쓰였다.
주039)
서의리로다 : 쓸쓸할 것이다.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그림 속의 매의 모양새와 채색들이 떨어지고 바래서, 아주 쓸쓸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주040)
면사(緬思) : 아득하게 생각하다.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그림 속의 매가 실제로 있을 만한 곳을 아득하게 먼 곳으로 그려본다는 말이다.
주041)
운사제(雲沙際) : 구름 끼고 모래가가 깔린 무한한 경계.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중국의 북방, 이른바 새외(塞外) 지역인 몽고나 거란족 등의 거주 지역을 말하는 것이다.
주042)
연무질(煙霧質) : 연기와 안개 같은 체질. 여기서는 ‘연기와 안개 같은 모래 먼지가 떠올라 있는 속을 살고 있는 체질의 새외 지역 매’를 말하는 것이다.
주043)
우울(紆鬱) : 마음이 답답하고 걱정스러운 것.
주044)
 : 이 고어는 현대어의 ‘가을’. 중간본에서는 ‘’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해 있다.
주045)
아라히 : 아득히. 중간본에서는 ‘아라히’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되어 있다.
주046)
랑호니 : 생각하니. 명사 ‘랑(생각)’에 조동사 ‘호니(하니)’가 연결되어, 동사화한 것이다.
주047)
스싀로 : 스스로.
주048)
건녀서 : 걸어 다니면서. 아마도 ‘ㄷ’변칙 동사 ‘걷다(걷다)’와 ‘니다(가다)’의 합성동사인 ‘걷니다’에서 ‘ㄷ’음이 모음 ‘어’와 유성자음 ‘ㄴ’ 사이에서 유성음화하여 ‘건니다’가 되고, 여기에 연결어미 ‘어서’가 연결되면서, ‘니’와 ‘어’가 통합 복모음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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