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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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을 거리[食物]
  • 버려둔 밭두둑[廢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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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둔 밭두둑[廢畦]


廢畦 주001)
폐휴(廢畦)
두보가 건원(乾元; 肅宗) 2년(759) 늦가을에 진주(秦州)에서 지은 것이다.

폐휴
(버려둔 밭두둑)

秋蔬擁霜露 豈敢惜凋殘

 주002)

가을. 중간본에서는 ‘’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菜蔬ㅣ 서리와 이슬왜 롓니 주003)
롓니
에워싸 있으니. 동사 ‘리다(에우다. 껴안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리’와 ‘어’가 통합 복모음화하여 ‘려’가 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를 나타내는 ‘잇니(있으니)’가 연결되면서, ‘려’와 ‘잇’이 통합 복모음화하여 ‘롓’이 된 것이다.
엇뎨 구틔여 주004)
구틔여
구태여.
凋殘호 앗기리오 주005)
앗기리오
앗기랴. 여기서는 ‘안타깝게 여기랴?’라는 말로 쓰였다.

【한자음】 추소옹상로 기감석조잔
【직역】 가을 채소가 서리와 이슬에 감싸여 있으니, 어찌 구태여 시든 채 남은 것을 안타까워 하리오.
【의역】 가을을 맞은 채소들이 서리와 이슬에 휩싸여 있는데, 어찌 구태여 시든 채 남아 있게 된 것쯤을 안타까워 하겠는가마는,

暮景 주006)
수(數)
이 한자의 뜻이 여기서는 그냥 ‘헤아리다’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열(閱; 검열하다. 살펴보다)’ 자의 뜻으로 쓰였다.
枝葉
주007)
모경수지엽(暮景數枝葉)
저무는 해에 가지와 잎을 세어 보니. 이 두 구절은 문면상으로는 분명 채소의 이야기지만, 내적으로는 작자 두보 자신의 쓸쓸해지는 상황과 그에 대한 내적 심경을 투영하여 읊고 있는 것이다.
天風吹汝寒 주008)
천풍취여한(天風吹汝寒)
이 시구를 실제의 사연으로 풀어서 읽어보면 ‘높은 하늘로부터 부는 늦가을의 을씨년한 바람이 아직 남은 남은 채소 너희들을 불어제쳐서 차게 한다’라는 것으로, 여기서 작자가 대상인 이 늦가을 채소를 향해서, ‘너’라고 의인화하여 부르듯 애틋해 한 것은, 이 가을 채소에 대한 작자 두보 자신의 동병상련적 심경이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74ㄱ

나죗 예 가지와 니플 혜요니 하 미 너를 서늘히 부다

【한자음】 모경수지엽 천풍취여한
【직역】 저무는 햇볕 속에 가지와 잎을 헤어 보니, 하늘 바람이 너를 설렁하게 부는구나!
【의역】 저물어가는 햇볕 속에 이 채소들의 가지와 잎들을 살펴보니, 저 하늘에서부터 바람이 이 채소를 향해 차갑게 불고 있어,

綠霑泥滓盡 香與歲時闌 주009)
향여세시란(香與歲時闌)
이 시구에서 이 ‘향’ 자에 함축된 의미는 식품으로서의 박에 대한 시각과 후각과 미각 등 총체적인 감각의 풍정을 말하며, 따라서 이 시구는 바로 이 풍정의 식품인 박이 상감님(황제)께 바쳐져서, 기막힌 총애를 받는 것을 상정하여 여기에 은연중 총애를 받는 한 신하로 의인화하고, 이제는 이 은총의 여지가 장차 끝나는 상황으로 설정하여, 무언으로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프른 거시 주010)
프른 거시
푸른 것이. 이것은 박의 덩굴과 가지와 잎과 박덩이 모두의 싱그럽고 싱싱하던 한창 때의 상태들을 총합하여 표현한 말이다.
긔 무더 업니 곳다오 歲時와로 디놋다 주011)
디놋다
다하는구나. 끝나는구나. 이 고어는 『고어사전』에 실려 있지 않으나, 이 초간본은 물론 중간본에도 ‘디ᄋᆞ놋다’로 되어 있으므로, 원문 ‘란(闌)’ 자의 언해이니 문맥으로 봐서 ‘(시간이 다 늦어져서) 끝나는구나!’의 뜻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이 ‘란’ 자의 뜻이 ‘다하다, 늦어지다’ 등이므로, 이 언해에서처럼 ‘디다’라는 말이 ‘다다’의 오각(誤刻)이 아닐까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한자음】 녹점니재진 향여세시난
【직역】 푸른 것이 흙에 묻혀 없어졌으니, 향기로움은 끝나가는 시절과 함께 끝나는구나!
【의역】 이 박 덩굴의 푸르던 가지와 잎들이 불원간 모두 시들어 진흙에 묻혀 버려지겠고, 싱그럽던 그 박 덩이의 향기로운 풍미도 다 끝나가는 시절과 함께 다시 맛볼 수 없게 되겠으니,

生意春如昨 주012)
생의춘여작(生意春如昨)
봄에 나던 뜻이 어제 같더니. 이것은 각 한자들의 사전적 의미를 따라 직역한 것일 뿐, 현대어적 감각이나 의미로서의 구체적 주지가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이것은 물론 앞에서 수, 함, 경련들로 제시되어 온 시상의 총합 결론이지만, 이 시구 자체는 또 다음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구의 전제인 것이다. 바로 이 시구는 이어지는 마지막 구의 슬픈 반전을 역비의 아픔으로 맞게 하는 화사한 과거로의 회상이요 반추다. 따라서 이것은 ‘봄의 기운같이 화사하던 생동의 의지가 어제 같더니!’로 풀어 읽어야 한다.
悲君白玉盤 주013)
비군백옥반(悲君白玉盤)
임금님의 백옥반(흰옥으로 된 수라상)을 슬퍼하노라. 이것 역시 각 한자들의 사전적 의미를 따라 직역한 것일 뿐 현대어적 감각이나 의미로서의 구체적 주지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앞 시구에서의 화사한 과거 회상과 반추를 전제로 하여, 그 역비의 상황으로 놓고 풀어 읽어 보면, ‘아 이 다음부터는 시들게 된 박 네가 올려질 수 없게 될 상감님의 수라상을 생각하니, 무한히 슬퍼지는 구나!’로 읽혀지는 것이며, 여기에 등장한 박은 물론 때를 잃고 의탁할 대상을 못 얻게 될 한 인물에 비겨지고 있으면서, 여기에는 작자 두보 자신도 투영되고 있다.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보 나던 디 어제 니 님 白玉盤 슬노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생의춘여작 비군백옥반
【직역】 봄처럼 생동하던 의지가 어제 같더니, 임금님의 수라상을 슬퍼하노라.
【의역】 돌이켜 보면, 박덩이 너는 그 감미론운 맛으로 사랑을 받아 한봄같이 좋던 시절이 어제 같더니, 아! 이 다음부터는 시들게 된 박 네가 올려질 수 없게 될 상감님(황제)의 흰옥으로 된 수라상을 생각하니, 무한히 슬퍼지는구나!
Ⓒ 역자 | 송준호 / 2015년 12월 30일

分類杜工部詩諺解 卷之十六

분류두공부시언해 제16권 〈마침〉

원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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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폐휴(廢畦) : 두보가 건원(乾元; 肅宗) 2년(759) 늦가을에 진주(秦州)에서 지은 것이다.
주002)
 : 가을. 중간본에서는 ‘’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주003)
롓니 : 에워싸 있으니. 동사 ‘리다(에우다. 껴안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리’와 ‘어’가 통합 복모음화하여 ‘려’가 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를 나타내는 ‘잇니(있으니)’가 연결되면서, ‘려’와 ‘잇’이 통합 복모음화하여 ‘롓’이 된 것이다.
주004)
구틔여 : 구태여.
주005)
앗기리오 : 앗기랴. 여기서는 ‘안타깝게 여기랴?’라는 말로 쓰였다.
주006)
수(數) : 이 한자의 뜻이 여기서는 그냥 ‘헤아리다’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열(閱; 검열하다. 살펴보다)’ 자의 뜻으로 쓰였다.
주007)
모경수지엽(暮景數枝葉) : 저무는 해에 가지와 잎을 세어 보니. 이 두 구절은 문면상으로는 분명 채소의 이야기지만, 내적으로는 작자 두보 자신의 쓸쓸해지는 상황과 그에 대한 내적 심경을 투영하여 읊고 있는 것이다.
주008)
천풍취여한(天風吹汝寒) : 이 시구를 실제의 사연으로 풀어서 읽어보면 ‘높은 하늘로부터 부는 늦가을의 을씨년한 바람이 아직 남은 남은 채소 너희들을 불어제쳐서 차게 한다’라는 것으로, 여기서 작자가 대상인 이 늦가을 채소를 향해서, ‘너’라고 의인화하여 부르듯 애틋해 한 것은, 이 가을 채소에 대한 작자 두보 자신의 동병상련적 심경이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주009)
향여세시란(香與歲時闌) : 이 시구에서 이 ‘향’ 자에 함축된 의미는 식품으로서의 박에 대한 시각과 후각과 미각 등 총체적인 감각의 풍정을 말하며, 따라서 이 시구는 바로 이 풍정의 식품인 박이 상감님(황제)께 바쳐져서, 기막힌 총애를 받는 것을 상정하여 여기에 은연중 총애를 받는 한 신하로 의인화하고, 이제는 이 은총의 여지가 장차 끝나는 상황으로 설정하여, 무언으로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주010)
프른 거시 : 푸른 것이. 이것은 박의 덩굴과 가지와 잎과 박덩이 모두의 싱그럽고 싱싱하던 한창 때의 상태들을 총합하여 표현한 말이다.
주011)
디놋다 : 다하는구나. 끝나는구나. 이 고어는 『고어사전』에 실려 있지 않으나, 이 초간본은 물론 중간본에도 ‘디ᄋᆞ놋다’로 되어 있으므로, 원문 ‘란(闌)’ 자의 언해이니 문맥으로 봐서 ‘(시간이 다 늦어져서) 끝나는구나!’의 뜻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이 ‘란’ 자의 뜻이 ‘다하다, 늦어지다’ 등이므로, 이 언해에서처럼 ‘디다’라는 말이 ‘다다’의 오각(誤刻)이 아닐까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주012)
생의춘여작(生意春如昨) : 봄에 나던 뜻이 어제 같더니. 이것은 각 한자들의 사전적 의미를 따라 직역한 것일 뿐, 현대어적 감각이나 의미로서의 구체적 주지가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이것은 물론 앞에서 수, 함, 경련들로 제시되어 온 시상의 총합 결론이지만, 이 시구 자체는 또 다음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구의 전제인 것이다. 바로 이 시구는 이어지는 마지막 구의 슬픈 반전을 역비의 아픔으로 맞게 하는 화사한 과거로의 회상이요 반추다. 따라서 이것은 ‘봄의 기운같이 화사하던 생동의 의지가 어제 같더니!’로 풀어 읽어야 한다.
주013)
비군백옥반(悲君白玉盤) : 임금님의 백옥반(흰옥으로 된 수라상)을 슬퍼하노라. 이것 역시 각 한자들의 사전적 의미를 따라 직역한 것일 뿐 현대어적 감각이나 의미로서의 구체적 주지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앞 시구에서의 화사한 과거 회상과 반추를 전제로 하여, 그 역비의 상황으로 놓고 풀어 읽어 보면, ‘아 이 다음부터는 시들게 된 박 네가 올려질 수 없게 될 상감님의 수라상을 생각하니, 무한히 슬퍼지는 구나!’로 읽혀지는 것이며, 여기에 등장한 박은 물론 때를 잃고 의탁할 대상을 못 얻게 될 한 인물에 비겨지고 있으면서, 여기에는 작자 두보 자신도 투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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