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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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가 사마제의 산수도 그림을 빌려 와서 그것을 보고 지은 시 세 수[觀李固請司馬弟山水圖]


觀李固請司馬弟山水圖 주001)
관이고청사마제산수도(觀李固請司馬弟山水圖)
이 작품은 작자 두보는 물론, 그 뒤로 이어진 동북아시아 각국에 있어서, 역대 시인들의 상황의식과 그 대응의식의 원형을 엿볼 수 있는 시이며, 그런 시로서 수작의 하나이다.
三首李固ㅣ 司馬弟의 山水圖 비러왯거 내 보라】

관이고청사마제산수도 삼수
(이고가 사마제의 산수도 그림을 빌려 와서 그것을 보고 지은 시 세 수)
이고가 사마제의 산수도를 빌려 왔기에 내가 보았다.】

簡易 주002)
간이(簡易)
간단하고 쉽다. 원문의 간주에서는 ‘어지럽지 아니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여기서는 훌륭한 인품과 성격을 가진 주인공의 소박하고 진실한 생활 의지를 표현한 말이다.
高人意 주003)
고인의(高人意)
높은 사람의 뜻. 원문 협주에서, ‘고인’은 먼지 속에 더럽혀지지 아니한 것을 말하니, ‘이고(李固)’를 가리킨다고 하였다. 즉 이고의 인품과 성격이 아주 고매함을 칭찬하는 말이며, 그의 뜻이 삶 가운데 드러나 있으니, ‘평상과 죽화로’뿐이란 것이다.
匡牀 주004)
광상(匡牀)
네모난 침대. 여기서는 지극히 소박하고 아무 꾸밈도 없이 허름한 채 그저 편한 침대를 말한다. 와상(臥牀).
竹火爐 주005)
죽화로(竹火爐)
대나무로 엮어서 만든 차를 달이는 화로.
【簡易 어즈럽디 아니시라 高人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43ㄴ

 塵陋티 아니시니 指 李固다 匡 安也ㅣ오 牀은 臥牀이라 竹火爐 以竹爲之니 匡牀竹爐ㅣ 此ㅣ 簡易시라】

簡易 노 사 디여 匡牀과 竹火爐 듯도다 주006)
 듯도다
~뿐인 듯하구나. 여기의 ‘’이라는 의존 명사는 그 앞에 있는 ‘광상과 죽화로 이것 둘 뿐’이라는 말로서, 이것을 언해한 우리 선인들의 높은 감식안과 언어적 감각을 짚어볼 수 있는 중요한 실례가 된다.

【한자음】 간이고인의 광상죽로화【‘간이’는 어지럽지 아니한 것을 말한다. ‘고인’은 먼지 속에 더럽혀지지 아니한 것을 말하니, ‘이고(李固)’를 가리킨다. ‘광(匡)’은 ‘편안하다’는 것이요, ‘상(牀)’은 눕는 평상이다. ‘죽화로(竹火爐)’는 대나무로 만든 것이니, ‘광상죽로(匡牀竹爐)’, 이것이 간소하고 편이한 것이다.】
【직역】 간소한 높은 사람의 뜻이여, 광상(匡牀)과 죽화로(竹火爐)뿐인 듯하구나!
【의역】 고상한 인격의 주인공인 이고(李固), 그대의 간소하고 편이한 뜻이여, 마치 그저 편한 평상에다 죽화로 뿐인 것이라.(고매(高邁)한 그대의 뜻이여! 가진 것이라곤 평상과 죽화로뿐임이 그대의 뜻임을 알겠도다.)

寒天 주007)
한천(寒天)
글자대로 뜻은 흔히 ‘찬 하늘’로 풀이될 수 있으나, 이 경우 ‘천’ 자의 뜻은 ‘날씨’로 풀이되기 때문에 ‘찬 날씨’이다. 여기서는 바로 시기를 말하는 것으로서 ‘날씨가 싸늘한 시절’이라 할 수 있다.
遠客 주008)
원객(遠客)
먼 곳의 손.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바로 자신을 객체화시켜 표현한 것으로서, 더 붙여 설명을 하면, 자신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정처 없이 떠도는 고독한 존재임’을 은영 중 강조하는 수사의 수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碧海挂新圖【留遠客 李固ㅣ 甫 迎留 시라 挂新圖 碧海 그륜 새 그리믈 壁上애 걸 시라】

서 주009)
서
서늘한. 이 어휘의 현대어로서의 심기는 긍정적인 청량감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이것의 심기가 오히려 현대어로서의 심기로는 ‘싸늘하게 찬’으로 풀어 읽어야 한다. 작자 두보가 자신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정처 없이 떠도는 고독한 존재’인 ‘원객(遠客)’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자신의 심기가 ‘싸늘하게 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時節에 나 머믈오고 주010)
머믈오고
머물게 하고. 그런데 이상 시구들의 대한 원문 협주 안의 글 중 ‘벽상(壁上)’을 중간본에서는 같은 협주의 같은 자리에 ‘벽’이라는 한 글자만 기록해 놓고, 언해문 중 ‘머믈오고’의 ‘오고’는 빠뜨리고, 이것을 오히려 협주의 ‘그리믈’에 붙여 기입하고 있어 혼란을 보이고 있다.
碧海 그륜 新圖 거러 뵈놋다 주011)
뵈놋다
보이는 구나. 보여주는구나.

【한자음】 한천류원객 벽해괘신도【먼 곳 손을 머물게 했다는 것은 두보를 맞아 머물게 한 것이다. 새 그림을 걸어 놓았다는 것은 푸른 바다를 그린 새 그림을 벽 위에 걸었다는 것이다.】
【직역】 서늘한 시절에 나를 머물러 놓고, 푸른 바다를 그린 그림을 걸어 놓고서 보게 하는구나.
【의역】 날씨가 싸늘한 이 시절에 먼 곳의 객인 나를 머물러 놓고서, 푸른 바다를 새로 그려 놓은 그림을 벽에 걸어 놓고 보게 하여서,

雖對連山好 주012)
연산호(連山好)
이 한자어구를 언해에서는 ‘니 뫼 됴호’이라고 풀어서, ‘호’ 자를 ‘됴호’로 이해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 선인들이 한문장과 우리말의 언어적 이질성이 무엇인가를 이해하지 못한 것과 ‘호’ 자의 복합적 의미를 ‘둏다(좋다)’라는 단일 의미로만 이해한 결과의 소치이다. 이 한자어구에서 ‘호’ 자의 의미는 그냥 ‘둏다’가 아니라, ‘이름답다’라는 의미로 쓰인 것이며, 이 글자는 ‘연산’의 서술적 형용사의 명사형으로 쓰인 것이 아니고, 우리말의 ‘관형어’와 같은 수식어로서 뒤에 위치하여 쓰인 것이다. 한문장은 관형어가 반드시 그 피수식어의 앞에만 놓이는 우리말 문장과 달리 관형어가 앞에도 놓이고, 뒤에도 놓인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말의 관습대로 주체어의 뒤에 있는 것은 모두 서술어인 줄로만 알고, 풀이한 까닭이다. 따라서 이 한자어구는 한문장의 언어적 구조 그 본질에 따라 ‘이어져 있는 아름다운 산들’ 또는 ‘연달은 아름다운 산들’로 풀어 읽어야 한다. 더구나 ‘수대연산호(雖對連山好)’라는 시구의 의미론적 합리성으로 추론해 보면, ‘대야(상대하여)’의 목적어는 ‘됴호’이라는 추상명사가 될 수 없고, 실질적 존재인 ‘산’이 돼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貪看絶島孤 주013)
절도고(絶島孤)
언해문에서는 ‘먼 셔 외로오’이라고 풀어서, 서술적 형용사를 명사형으로 풀어 읽었으나, 이것 역시 앞의 ‘연산호(連山好)’와 같이 우리 문장과 한문장의 언어적 이질성에 대한 몰이해로 인한 오역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장은 ‘외로운 먼 섬’ 또는 ‘먼 외로운 섬’으로 풀어 읽어야 한다. 따라서 ‘보노라[看]’의 목적어는 ‘외로오’이라는 추상명사가 아니라, ‘섬[島]’이 되어야 옳은 풀이다.
【此下四句 皆言畫中所見다 絶島 海中엣 絶遠 셔미라】

비록 니 주014)
니
이어 있는. 동사 ‘닛다’에 관형사형 어미 ‘엇’이 연결되면서 ‘ㅅ’이 모음들인 ‘이’와 ‘어’ 사이에서 유성음인 반치음 ‘ㅿ’으로 바뀌면서, ‘니’이 된 것이다. 그런데 중간본에서는 ‘니엇’으로 기록되어 ‘ㅿ’이 탈락하여 있다.
뫼 됴호 相對야시나 먼 셔 외로오 貪야 보노라 주015)
외로오 탐(貪)야 보노라
외로움을 탐내듯이 보노라. 여기서 ‘’ 자는 현대어의 ‘야’와 같은 것으로 강조를 나타낸다. 그러나 인쇄 과정에서 착오로 기입된 오자(誤字)일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전체 문맥의 의미와 아무 상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중간본에는 이 글자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자음】 수대연산호 탐간절도고【이 아래 네 구는 모두 그림 가운데 본 바를 말하고 있다. ‘절도(絶島)’는 바다 가운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이다.】
【직역】 비록 이어 있는 산들이 좋은 것을 상대하였으나, 먼 섬의 외로움을 탐내듯이 보노라.
【의역】 비록 그림 속에 이어져 있는 산들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고 있으나, 특히 멀리 바다 속에 외로운 듯 그려져 있는 섬을 탐내듯이 보고 있노라니,

群仙不愁思 冉冉下蓬壺【不愁思 시름 업슬시라 冉冉 行 양라 蓬壺 蓬萊 주016)
봉래(蓬萊)
중국의 『사기(史記)』〈진시황기〉에 나오는 것으로 바다 속에 있다는 신선의 고향이 되는 산이며, ‘방장(方丈)’, ‘영주(瀛洲)’와 함께 이른바 ‘삼신산(三神山)’을 말하고, 진시황이 영원히 죽지 않게 한다는 ‘불사약(不死藥)’을 캐기 위해서, 동남동녀(童男童女) 삼천명을 동원하여, ‘서불(徐市)’을 시켜 인솔하고 동쪽 ‘발해(渤海)’에 있는 이 삼신산에 가게 했으나, 이 서불과 삼천명의 동남동녀들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며,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발해가 바로 우리나라를 말하고, 이 삼신산은 우리나라의 금강산과 지리산, 한라산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며, 지금까지 그대로 전해져 오고 있다.
方壺 주017)
방호(方壺)
중국의 『열자(列子)』 〈탕문(湯問)〉에 나오는 것으로 위의 ‘봉래산’과 같이 역시 발해의 동쪽에 있다는 산으로 신선들이 산다고 하였으며, 일설에는 앞에서 본 ‘방장산’이 바로 이 ‘방호’라고 말하기도 한다.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44ㄱ

니 다 神仙ㅅ 所居ㅣ라 下字ㅅ 든 仙人히 묏 우흐로셔 려오 시라】

仙人 시르미 업서 어른어른히 주018)
어른어른히
어슬렁어슬렁.
蓬壺로셔 주019)
로셔
-로부터.
려오놋다

【한자음】 군선불수사 염염하봉호【‘불수사(不愁思)’라는 것은 시름이 없다는 것이다. ‘염염(冉冉)’은 가고 있는 모양을 말한다. ‘봉호(蓬蒿)’는 ‘봉래(蓬萊)’와 ‘방호(方壺)’이니, 모두 신선이 사는 곳이다. ‘하(下)’ 자의 뜻은 신선들이 내려올 듯하다는 것이다.】
【직역】 신선들은 시름이 없어, 그 사는 곳들에서 어슬렁어슬렁 내려오는구나!
【의역】 뭇 신선들은 아무 걱정이 없어서인지, 그들이 살던 봉래방호에서 어슬렁어슬렁 내려오고 있구나!

方丈渾連水 天台總映雲【方丈 天台 皆仙境이니 此 言畫所見이라】

方丈 주020)
방장(方丈)
앞에서 본 바대로 이것은 신선들이 살고 있다는 발해 동쪽 바다 속에 있다는 명산으로 역시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智異山)이 바로 이 산이라고 전해져 오고 있다.
山이 다 므레 니고 주021)
니고
이어져 있고.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이예고’로 기록되어 ‘ㅿ’이 탈락하여 있다.
天台 주022)
천태(天台)
지금 중국의 절강성(浙江省) 천태현(天台縣)에 있는 산으로 한(漢)나라 때 유신(劉晨)이 이 산에 들어가서, 약을 캐다가 너무 멀리 들어가 길을 잃고 돌아가지 못한 채, 열 사흘을 굶어 먼 산위를 바라보니 복숭아가 익어 있어, 그 아래로 가서 두어 개를 따 먹고나자 몸이 아주 가벼워졌으며, 마침 냇가에서 아름다운 두 처녀를 만나 그들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열흘이 넘어 집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못 돌아가고 이내 반년을 머물고 있었는데, 이 곳의 기후는 일년 내내 봄이었으며 나중에 고향에 돌아와 보니, 세월은 벌써 삼십년이 넘어 있었으며, 유신은 그대로 신선이 되었다.
山이 다 구루메 비취옛도다 주023)
비취옛도다
비취어 있도다.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비취엿도다’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은 ‘영(映)’ 자를 그 사전적 지시 의미로만 언해한 것이나, 실제의 상태로는 ‘~ 속에 들어가서 서로 어우러져 있다’라는 뜻이다.

【한자음】 방장혼연수 천태총영운【‘방장(方丈)’과 ‘천태(天台)’는 모두 신선들이 사는 경지이니, 이것은 그림 속에서 보는 것이다.】
【직역】 방장산(方丈山)이 다 물에 이어져 있고, 천태산(天台山)이 다 구름 속에 어우러져 있구나.
【의역】 신선들이 산다는 저 방장산은 전체가 바다 속에 들어가 있고, 천태산은 전체가 구름 속에 들어가 어우러져 있으니,

人閒長見畫 주024)
인간장견화(人閒長見畵)
인간 세상에서 길이 그림만 본다. 여기의 ‘인간’은 그냥 ‘인간’이 아니라, ‘속된 인간들이 사는 세상’ 곧 ‘속세’를 말하며 따라서 작자 두보가 즐겨 살고 싶지 않는 세상이며, 빨리 벗어나고 싶은 세상이다. 그런데 이렇게 속된 세상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것은 반대로 간절하게 돌아가고 싶은 세상이 있기 때문이며, 그것이 바로 탈속적인 신선의 세상으로 여기서는 그림 속에 있는 세상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구에서 작자 두보는 ‘속세[人閒]’에서 ‘길이길이 사뭇[長]’ 그 돌아가 살고 싶은 세상인 신선 세계는 실제로 돌아갈 수는 없고, 그냥 벽 위에 걸려 있는 이 ‘그림 속의 세상’만으로 놓고 보기만 하면서 생각하고, 그리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구는 작자 두보 자신의 탈세속적인 간절한 소망을 안타깝게 하소연한 것이다. 그래서 이 시구에서 ‘장(長)’ 자는 ‘견(見)’ 자와 함께 기막히게 적절한 기능을 아주 잘 하도록 배치된 글자들이다. 그리고 ‘閒’ 자는 흔히 ‘한가롭다’라는 뜻만의 글자로 음도 ‘한’으로만 알고 있으나, 여기서는 ‘사이’라는 뜻의 ‘간’이라는 음을 가진 글자로서 바로 ‘間(사이, 간)’ 자와 같은 글자로 쓰인 것이다. 실제로 이 ‘간(閒)’ 자는 자전(字典)에서 ‘한가로울 한’과 ‘사이 간’이라는 두 가지 음과 이에 상응하는 서로 다른 뜻들을 함께 지닌 글자로 기입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중간본에서는 이 글자가 ‘간(間)’ 자로 기록되어 있다.
老去恨空聞 주025)
노거한공문(老去恨空聞)
늙으며 한갓 듣는 것을 한탄한다. 이 시구도 앞의 시구를 이어 작자 두보의 애처로운 소망을 계속하여 하소연하는 것으로서, 자신의 몸은 자꾸 ‘늙어만 가는데[老去]’, 그 가고 싶은 신선의 세상은 ‘괜히 한갓[空]’ ‘소문으로 듣기만[聞]’ 할 뿐이라는 한탄을 하고 있다. 여기서도 이 ‘공’ 자는 ‘문’ 자와 함께 기막히게 적절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아주 잘 배치된 글자들이다.
【此 仙境을 그림만 보며 소리만 듣고 주026)
소리만 듣고
이것은 언해한 우리 선인들이 시 원문의 ‘문(聞)’ 자를 함축적 의미의 시사인 글자로 잘 파악하여 풀어 읽은 말이긴 하지만, 여기에서 ‘소리’라는 말은 그냥 물리적인 ‘소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신선의 세상에 대한 ‘소문’이라는 말로 쓰인 것이다.
不得親見也ㅣ라】

내 人閒애셔 長常 그륜 것 주027)
그륜 것
그린 것. 이것은 위 시구의 ‘화(畵)’ 자를 풀어 읽은 것으로 이 한자는 자전에서 ‘그림 화’라는 뜻의 명사 글자이면서, ‘그릴 획’이라는 뜻의 동사 글자이기도 한 것으로서,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그려진 그림’이라는 뜻으로 쓴 글자인데, 이것을 우리 선인들은 기막힌 함축 의미의 글자로 잘 파악하여, ‘그륜 것’이라고 언해하였다.
만 보노니 늘거가매 갓 드로 恨노라

【한자음】 인간장견화 노거한공문【이것은 신선의 경지는 그림만으로 보고 소문으로만 들을 뿐 직접 가까이 가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직역】 나는 인간 세상에서 항상 그려진 그림으로만 〈선경을〉 보노니, 늙어가면서 한갓 소문으로 듣기만 하는 것을 한스러워 하노라.
【의역】 나는 이 인간 세상인 속세에서 있으면서 사뭇 그 그려진 신선 세계의 그림만 볼 뿐인 채, 그냥 늙어가면서 그 신선 세계에 실제로 가지는 못하고, 괜히 한갓 그 소문만 듣고 사는 것이 한스럽고,

范蠡 주028)
범려(范蠡)
중국의 추추시대 월(越)나라 사람으로 임금인 구천(句踐)을 성심껏 도와 오(吳)나라와 싸워 이른바 회계의 수치(會稽之恥)를 설욕하고는, ‘임금인 구천의 인간성이 어려움은 같이 할 수 있어도, 안락은 같이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하며, 이내 제(齊)나라로 피해 가서는 ‘치이자피(鴟夷子皮)’라고 변성명하고 장사를 해서 크게 재산을 모은 다음 재상이 되어, 다시 사람들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고, 다시 도(陶)라는 곳으로 가서는 스스로 ‘도주공(陶朱公)’이라 또 변성명을 하면서, 다시 큰 재산을 모았다. 나중에는 배를 타고 아주 먼 시골로 떠나갔다고 하는데, 자신이 세운 미인계에 의해 오나라 왕 부차(夫差)를 망하게 한 서시(西施)가 추방되자, 범려가 데리고 이 먼 호수(五湖)로 가서 함께 살다가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을 남겼다.
舟偏小 주029)
주편소(舟偏小)
이 한자어구를 언해에서는 ‘舟 장 젹고(배는 가장 작고)’로 풀어 읽었는데, 이 한자어구에서는 ‘편(偏)’ 자를 ‘장’으로 언해하여 바로 현대어로의 뜻인 ‘가장’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이것은 이 ‘편’ 자의 뜻을 잘못 풀어 읽은 것으로 ‘범려주편소’라는 시구 전체의 의미 논리로도 안 맞으며, 또한 이 한자어의 뜻이 ‘가장’으로 쓰이기 보다는 오히려 ‘치우치게’ 또는 ‘유난히도’로 쓰일 뿐이다. 따라서 앞의 ‘범려’와 이 한자어구는 ‘범려가 타고 가는 배는 내가 함께 타고 가기에는 유난히도 작다’로 풀어 읽어야 한다. 그래서 역시 신선이 되어 보겠다는 작자 두보 자신이 함께 타기에는 유난히도 작은 배라는 너무도 가슴 아픈 낙망감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王喬 주030)
왕교(王喬)
중국의 춘추시대 주(周)나라 영왕(靈王)의 태자인 ‘진(晉)’을 말하며, 그는 아버지에게 곧바른 말을 하다가, 서인(庶人)으로 강등이 되었고, 생황을 잘 불어서 ‘봉명(鳳鳴)’이라는 곡을 만들었으며, ‘부구생(浮丘生)’이라는 신선을 만나, 숭고산(嵩高山)에 올라가서 살았다. 그 뒤에 사람을 만나서 ‘우리 집에 가서 ‘7월 7일에 나를 구씨산(緱氏山) 정상에서 기다리라’고 전하라.’ 하였다. 그 시일이 되자 흰 학을 타고 산정에 와서 머물다가 수일 후에 떠나갔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지금까지 그는 흔히 ‘왕자교(王子喬)’라고 불려지고 있다.
鶴不群 주031)
학불군(鶴不群)
앞의 ‘왕교’라는 주인공과 함께 이 한자어로 되어 있는 이 시구에 작자 두보가 실어 풀고 있는 실제의 심경을 풀어 읽어보면, ‘왕교가 타고 올라가 신선이 되게 한 그 학은 저 한 마리만일 뿐, 두보 나도 타고 함께 올라갈 수 있는 단 한 마리의 학도 한 무리로 더불고 있지 않다.’는 기막힌 한탄이며, 원망이기도 한 것이다.
范蠡 相越破吳後에  타 五湖로 가고 王喬 周ㅅ 王子晉이니 白鶴 고 登仙야 가니 此 畫中에 舟와 鶴괘 이실 譬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44ㄴ

니니라 不群 물하디 아니시라】

范蠡 舟 장 주032)
장
가장. 이것은 앞 쪽 시구의 ‘편(偏)’ 자를 언해한 말이나 이 한자의 뜻으로는 맞지 않는 것이며, 실제로 이 한자의 의미로는 ‘가장’이라는 것은 없고, ‘치우치게’ 또는 ‘유난히도’ 같은 부사어로서의 의미만 함유하고 있다.
젹고 王喬 鶴 물하디 주033)
물하디
무리짓지.
아니토다 주034)
아니토다
아니하도다.

【한자음】 범려주편소 왕교학불군범려는 월나라의 재상이 되어 오나라를 격파한 뒤에 배를 타고 오호(五湖)로 가고, 왕교왕자진(王子晉)이니 흰 학을 타고 신선이 되어 올라가니, 이 그림 속에 배와 학이 있기 때문에 비유하여 한 말이다. ‘불군(不群)’은 한 무리가 되지 못했다는 말이다.】
【직역】 범려의 배는 가장 적고, 왕교의 학은 무리짓지 아니하도다.
【의역】 타고 가서 신선처럼 놀았다는 범려의 배는 내가 함께 타고 갈 수 없을 만큼 유난히도 작고, 타고 날아 가서 신선이 되었다는 왕자교의 학은 나도 타고 함께 갈 수 있는 또 한 마리의 학도 함께 더불고 있지 않으니,

此生隨萬物 何處出塵氛【此 言流俗 조차 녀셔 世累 버서나 學仙 몯 호 歎다】

이 生애 萬物을 조차 니노니 어듸 가 塵氛에 버서 나려뇨

【한자음】 차생수만물 하처출진분【이것은 말하자면 유행하는 풍속을 따라 다녀서, 세상의 얽맴을 벗어나 신선을 배우지 못함을 한탄한 것이다.】
【직역】 이 생애에 만물을 좇아 다니노니, 어디에 가야 먼지 속 이 세상을 벗어날 것인가!
【의역】 이 내 생애 동안 무수히 변하는 세상 만물들만을 따라다니며 살아야 할 판이니, 어디를 가야 먼지 속에 혼탁한 이 속세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高浪 주035)
수(垂)
이 한자는 흔히 ‘드리우다’라는 뜻의 동사로 많이 쓰이나, 여기서는 ‘거의’라는 뜻의 부사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飜屋 崩崖 주036)
욕(欲)
이 한자도 흔히 ‘하고자 하다’라는 동사로 많이 쓰이나, 여기서는 ‘~할 듯하다’라는 보조 형용사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壓牀【此首 皆言畫中所有니라】

노 믌겨리 주037)
믌겨리
물결이. 명사 ‘믈(물)’의 소유격을 나타내는 사잇소리 ‘ㅅ(의)’이 첨가되고, 다시 명사 ‘결’이 연결되고 그 뒤로는 이내 ‘물결’이라는 현대어로 내적 결합을 하면서, ‘ㅅ’은 탙락하였다. 그리고 이 ‘믌결’에 다시 주격 조사 ‘이’가 첨가되면서 ‘ㄹ’이 연음된 것이다.
지븨 두위이주메 주038)
지븨 두위이주메
집에 들이닥침에. 이것은 다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읽으면, ‘집이 번드침에, 집이 뒤집힐듯이’이며, 명사 ‘집’에 소유격 조사 ‘의’가 첨가되면서, ‘ㅂ’이 연음되고, 여기에 다시 동사 ‘드위잊다(번드치다)’에 명사형 어미 ‘움’이 연결되어 동명사로 바뀌면서, ‘지븨’의 수식을 받고 있으며, 여기에 다시 처격조사 ‘에’가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다랫고 주039)
다랫고
다달았고. 미치었고.
믈어디 주040)
믈어디
무너지는.
빙애 주041)
빙애
벼랑. 이것과 같은 뜻의 고어로는 ‘빙에’가 함께 쓰였다.
 平牀 지즐 주042)
지즐
짓누를. 눌러. 여기서는 관형형으로 쓰였다. ‘머근 後에 生薑 두 세片으로 지즐 머그라(壓之)〈구급방언해 하2〉, 담 지즐이니오〈구급방언해 상25〉‘ 참조. 원형은 ’지즐다‘이다.
도다

【한자음】 고랑수번옥 붕애욕압상【이 한 수는 모두 그림에 있는 것들을 말하고 있다.】
【직역】 높은 물결이 거의 집을 뒤집을 듯이 들이닥치고, 무너지는 벼랑은 평상을 짓누를 듯하도다.
【의역】 그림 속에 그려져 있는 높은 물결은 거의 집을 버득이어 뒤집을 듯하고, 곧 무너지는 것 같은 벼랑은 거의 평상을 짓누를 듯한데,

野橋分子細 주043)
자세(子細)
세밀하게. 이 한자어는 바로 우리말의 ‘자세하다’라는 뜻의 말로서, ‘자세(仔細)’라는 한자어와 함께 통용되는 형용사이나, 여기서는 부사어로 쓰이고 있다.
沙岸繞微茫 주044)
미망(微茫)
이 한자어의 우리말로의 뜻은 ‘아득히 작게 보일 만큼 멀리’라는 부사어이다. 이 한자 부사어도 우리말의 경우와 달리 그 피수식어인 ‘요(繞; 두르다)’의 뒤에 놓여 있는 것이다.

햇 리 주045)
햇 리
들판에 있는 다리. 명사 ‘(들판)’가 ‘ㅎ’ 첨용의 특수 명사로서 여기에 처격조사 ‘애’가 첨가되면서, ‘해’가 되었고, 또 여기에 사잇소리인 ‘ㅅ’이 첨가된 다음 다시 그 피수식어인 ‘리(다리)’가 또 연결된 것이다.
 子細히 횃고 주046)
횃고
나뉘어 있고. 동사 ‘호다(나누다)’에 부사형 연결 어미 ‘아’가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를 나타내는 ‘잇고(있고)’가 연결되면서, ‘아’와 ‘이’가 ‘애’로 통합된 것이다.
몰앳 두들근 주047)
몰앳 두들근
모래 두둑은. 명사 ‘몰애(모래)’에 사잇소리인 ‘ㅅ’이 첨가 되어 관형어가 되고 이것의 수식을 받는 피수식어인 명사 ‘두듥(두둑. 둔덕)’이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주격조사 ‘은’이 첨가되면서 ‘ㄱ’이 연음된 것이다.
아라히 주048)
아라히
아스라히. 이것은 중간본에서 ‘아라히’로 기록되어 ‘ㅿ’이 탈락하여 있다.
버므렛도다 주049)
버므렛도다
둘러 있구나. 동사 ‘버믈다(두르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ㄹ’이 연음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사 ‘잇도다(있구나!)’가 연결되면서, ‘어’와 ‘이’가 통합하여 ‘렛도다’가 된 것이다.

【한자음】 야교분자세 사안요미망
【직역】 들판의 다리는 자세하게 나뉘어 있고, 모래 강둑은 아스라히 둘려 있도다.
【의역】 들판의 다리는 그 양쪽 끝의 길들이 자세하게 나뉘어 나 있고, 모래로 이루어진 강둑은 아스라히 강을 둘러 있으며,

紅浸 주050)
홍침(紅浸)
붉게 잠기다. 그런데 이것은 이 ‘홍침산호단’이라는 시구 안에서 ‘산호단(짧은 키의 산호)’과 상호 유기적인 의미망으로 이루어진 문장의 요소라, 바로 ‘붉게 잠긴 것’이라는 동명사로서의 ‘주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이것을 전제로 해보면, ‘산호단’은 이것의 설명을 담당한 명사형 서술어이며, 이 중의 ‘단’ 자는 바로 그 앞에 있는 ‘산호’를 수식해 주는 관형어로서 ‘짧은’으로 풀이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시구는 ‘붉게 물에 잠긴 것은 짧은 산호이다’로 풀이되는 것이다.
珊瑚短 靑懸 주051)
청현(靑懸)
이 한자어도 그냥 독립된 어휘로 놓고 풀이하면, 그 뜻은 ‘푸르르게 달려 있다. 그런데 이것은 이 ‘청현벽려장’이라는 시구 안에서 ‘벽려장(긴 담쟁이 덩굴)’과 상호 유기적인 의미망으로 이루어진 문장의 요소라, 바로 ‘푸르르게 달린 것’이라는 동명사로서의 ‘주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이것을 전제로 해보면 ‘벽려장’은 이것의 설명을 담당한 명사형 서술어이며, 이 중의 ‘장’ 자는 바로 그 앞에 있는 ‘벽려’를 수식해 주는 관형어로서 ‘긴’으로 풀이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시구는 ‘푸르른 채 물가 둑에 달려 있는 것은 긴 담쟁이이다.’로 풀이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선인들은 역시 우리 문장과 한문 문장의 언어적 이질성에 대한 이해 부족과 관형어가 반드시 그 수식을 받는 피수식어 앞에만 놓이는 우리 말의 관습에 따라, 이상 두 시구의 ‘短’ 자와 ‘長’ 자를 관형어가 아닌 형용사적 서술어로 잘못 알고, ‘뎌르고’와 ‘기도다’로 오역을 하고 있는 것이다.
薜荔長

블근 거시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45ㄱ

마시니 주052)
마시니
잠겨 있으니. 동사 ‘다(잠기다)’에 과거 시제 접미사인 ‘앗’이 연결되면서, ‘ㅁ’이 연음되고 여기에 다시 연결형 어미 ‘이니’가 연결되면서 ‘ㅅ’이 연음된 것이다.
珊瑚ㅣ 뎌르고 프른 거시 여시니 주053)
여시니
달렸으니. 동사 ‘다(달다)’에 피동 접미사인 ‘이’가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시제 접미사인 ‘엇’이 연결되면서, ‘이’와 ‘어’가 통합하였으며, 여기에 또 다시 연결형 어미 ‘이니’가 연결되면서, ‘ㅅ’이 연음된 것이다.
薜荔ㅣ 기도다

【한자음】 홍침산호단 청현벽려장
【직역】 붉은 것이 잠겨 있으니 산호가 짧고, 푸른 것이 달려 있으니 담쟁이가 길도다.
【의역】 붉은 채로 물에 잠겨 있는 것은 짧은 키의 산호들이고, 푸르른 채 물가 둑에 달려 있는 것은 긴 담쟁이 덩굴들인데,

浮査 주054)
부사(浮査)
떠 있는 나뭇등걸. 여기서는 사람들이 탈 수 있는 뗏목을 말한다. 그래서 이 한자는 ‘槎(뗏목 사)’ 자와 같이 쓰인다. 중국의 『습유기(拾遺記)』에 ‘요(堯)임금 때에 큰 뗏목 배가 있어서, 서해(西海)에 띄웠는데, 그 위쪽이 별과 달빛처럼 밝아서 이 뗏목 배가 사해(四海)를 돌아다니면서, 이 배에 깃을 달고 날아다니는 신선들이 깃들여 살고 있었다’고 하였다.
竝坐 주055)
득(得)
이 한자는 흔히 ‘얻다’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나, 여기서는 ‘서로 마음이 맞다’ 또는 ‘만족하다’의 뜻으로 쓰였으므로, 이렇게 ‘서로 마음이 맞아 만족스럽게 앉아 있는 것’을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참으로 좋게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언해에서도 ‘됴니(좋으니)’로 풀이하였다.
仙老 주056)
선노(仙老)
신선 늙은이. 여기서는 주(註)에서 말한 바대로 중국 상고시대인 요(堯)임금 시대의 깃을 달고 날아다닐 수 있었다는 신선[羽仙]을 상상하며 표현한 말이다.
暫相 주057)
장(將)
이 한자는 흔히 ‘장차’라는 시간 부사나 ‘장수’라는 명사, 또는 ‘거느리다’, ‘보내다’라는 동사 등으로 많이 쓰이나, 여기서는 ‘함께 짝이 되어 있다[伴]’라는 뜻의 동사로 쓰였는데, 언해에서는 역시 ‘디니다[持]’라는 뜻으로 잘못 풀이하였다.
【堯時에 有巨査ㅣ 浮海니 光若星月니 羽仙이 棲其上더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들구레 주058)
들구레
등걸에. 뗏목에. 여기서는 ‘뗏목에’로 쓰였다. 그리고 이 고어의 원형은 ‘들굴(등걸, 떼)’인데 같은 뜻으로 ‘들궐’로도 함께 쓰였다.
와 안자쇼미 주059)
안자쇼미
앉았음이(앉아 있는 것이). 동사 ‘앉다’에 접미사 ‘앗’이 연결되면서, ‘ㅈ’이 연음되고, 여기에 다시 명사형 어미 ‘옴’이 연결되면서, ‘ㅅ’의 영향으로(같은 치음의 자리에서 발성) ‘ㅣ’음이 개입되어 ‘숌’이 되고, 끝으로 주격조사 ‘이’가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됴니 仙人 늘그니 간 주060)
간
잠깐. 원래 한자어로서 ‘잠(暫)’을 ‘잠시’라는 명사로, ‘간(間)’을 ‘사이’라는 명사로 보고, 앞의 ‘暫’이 ‘間’을 수식하는 관형어로 인식하여, 사잇소리인 ‘ㅅ’을 두 말(글자) 사이에 개입시킨 것이다.
서르 디녯도다 주061)
디녯도다
지녔구나. 이것은 시 원문에서 ‘將’ 자를 언해한 것으로 이 ‘將’ 자가 ‘지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여기서는 ‘지니다’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 아니고, ‘서로 함께 짝이 되어 있다’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므로, 이 ‘디녯도다’라는 언해는 오역인 것이다.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부사병좌득 선노잠상장【요임금 때에 큰 뗏목이 바다에 떠 있었는데, 그 빛이 별과 달빛 같아서 날개를 단 신선이 그 위에 살고 있었다.】
【직역】 물 위에 떠 있는 뗏목 배에 함께 앉아 있는 것이 참으로 좋으니, 늙은 신선들이 잠깐 서로 함께 있도다.
【의역】 물 위에 떠 있는 뗏목 배에 함께 서로 만족스럽게 앉아 있는 것이 참으로 좋아 보이노니, 바로 늙은 신선들이 잠시나마 서로 함께 짝이 되어 있어서일세!
Ⓒ 역자 | 송준호 / 2015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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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관이고청사마제산수도(觀李固請司馬弟山水圖) : 이 작품은 작자 두보는 물론, 그 뒤로 이어진 동북아시아 각국에 있어서, 역대 시인들의 상황의식과 그 대응의식의 원형을 엿볼 수 있는 시이며, 그런 시로서 수작의 하나이다.
주002)
간이(簡易) : 간단하고 쉽다. 원문의 간주에서는 ‘어지럽지 아니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여기서는 훌륭한 인품과 성격을 가진 주인공의 소박하고 진실한 생활 의지를 표현한 말이다.
주003)
고인의(高人意) : 높은 사람의 뜻. 원문 협주에서, ‘고인’은 먼지 속에 더럽혀지지 아니한 것을 말하니, ‘이고(李固)’를 가리킨다고 하였다. 즉 이고의 인품과 성격이 아주 고매함을 칭찬하는 말이며, 그의 뜻이 삶 가운데 드러나 있으니, ‘평상과 죽화로’뿐이란 것이다.
주004)
광상(匡牀) : 네모난 침대. 여기서는 지극히 소박하고 아무 꾸밈도 없이 허름한 채 그저 편한 침대를 말한다. 와상(臥牀).
주005)
죽화로(竹火爐) : 대나무로 엮어서 만든 차를 달이는 화로.
주006)
 듯도다 : ~뿐인 듯하구나. 여기의 ‘’이라는 의존 명사는 그 앞에 있는 ‘광상과 죽화로 이것 둘 뿐’이라는 말로서, 이것을 언해한 우리 선인들의 높은 감식안과 언어적 감각을 짚어볼 수 있는 중요한 실례가 된다.
주007)
한천(寒天) : 글자대로 뜻은 흔히 ‘찬 하늘’로 풀이될 수 있으나, 이 경우 ‘천’ 자의 뜻은 ‘날씨’로 풀이되기 때문에 ‘찬 날씨’이다. 여기서는 바로 시기를 말하는 것으로서 ‘날씨가 싸늘한 시절’이라 할 수 있다.
주008)
원객(遠客) : 먼 곳의 손.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바로 자신을 객체화시켜 표현한 것으로서, 더 붙여 설명을 하면, 자신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정처 없이 떠도는 고독한 존재임’을 은영 중 강조하는 수사의 수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주009)
서 : 서늘한. 이 어휘의 현대어로서의 심기는 긍정적인 청량감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이것의 심기가 오히려 현대어로서의 심기로는 ‘싸늘하게 찬’으로 풀어 읽어야 한다. 작자 두보가 자신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정처 없이 떠도는 고독한 존재’인 ‘원객(遠客)’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자신의 심기가 ‘싸늘하게 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주010)
머믈오고 : 머물게 하고. 그런데 이상 시구들의 대한 원문 협주 안의 글 중 ‘벽상(壁上)’을 중간본에서는 같은 협주의 같은 자리에 ‘벽’이라는 한 글자만 기록해 놓고, 언해문 중 ‘머믈오고’의 ‘오고’는 빠뜨리고, 이것을 오히려 협주의 ‘그리믈’에 붙여 기입하고 있어 혼란을 보이고 있다.
주011)
뵈놋다 : 보이는 구나. 보여주는구나.
주012)
연산호(連山好) : 이 한자어구를 언해에서는 ‘니 뫼 됴호’이라고 풀어서, ‘호’ 자를 ‘됴호’로 이해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 선인들이 한문장과 우리말의 언어적 이질성이 무엇인가를 이해하지 못한 것과 ‘호’ 자의 복합적 의미를 ‘둏다(좋다)’라는 단일 의미로만 이해한 결과의 소치이다. 이 한자어구에서 ‘호’ 자의 의미는 그냥 ‘둏다’가 아니라, ‘이름답다’라는 의미로 쓰인 것이며, 이 글자는 ‘연산’의 서술적 형용사의 명사형으로 쓰인 것이 아니고, 우리말의 ‘관형어’와 같은 수식어로서 뒤에 위치하여 쓰인 것이다. 한문장은 관형어가 반드시 그 피수식어의 앞에만 놓이는 우리말 문장과 달리 관형어가 앞에도 놓이고, 뒤에도 놓인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말의 관습대로 주체어의 뒤에 있는 것은 모두 서술어인 줄로만 알고, 풀이한 까닭이다. 따라서 이 한자어구는 한문장의 언어적 구조 그 본질에 따라 ‘이어져 있는 아름다운 산들’ 또는 ‘연달은 아름다운 산들’로 풀어 읽어야 한다. 더구나 ‘수대연산호(雖對連山好)’라는 시구의 의미론적 합리성으로 추론해 보면, ‘대야(상대하여)’의 목적어는 ‘됴호’이라는 추상명사가 될 수 없고, 실질적 존재인 ‘산’이 돼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주013)
절도고(絶島孤) : 언해문에서는 ‘먼 셔 외로오’이라고 풀어서, 서술적 형용사를 명사형으로 풀어 읽었으나, 이것 역시 앞의 ‘연산호(連山好)’와 같이 우리 문장과 한문장의 언어적 이질성에 대한 몰이해로 인한 오역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장은 ‘외로운 먼 섬’ 또는 ‘먼 외로운 섬’으로 풀어 읽어야 한다. 따라서 ‘보노라[看]’의 목적어는 ‘외로오’이라는 추상명사가 아니라, ‘섬[島]’이 되어야 옳은 풀이다.
주014)
니 : 이어 있는. 동사 ‘닛다’에 관형사형 어미 ‘엇’이 연결되면서 ‘ㅅ’이 모음들인 ‘이’와 ‘어’ 사이에서 유성음인 반치음 ‘ㅿ’으로 바뀌면서, ‘니’이 된 것이다. 그런데 중간본에서는 ‘니엇’으로 기록되어 ‘ㅿ’이 탈락하여 있다.
주015)
외로오 탐(貪)야 보노라 : 외로움을 탐내듯이 보노라. 여기서 ‘’ 자는 현대어의 ‘야’와 같은 것으로 강조를 나타낸다. 그러나 인쇄 과정에서 착오로 기입된 오자(誤字)일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전체 문맥의 의미와 아무 상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중간본에는 이 글자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주016)
봉래(蓬萊) : 중국의 『사기(史記)』〈진시황기〉에 나오는 것으로 바다 속에 있다는 신선의 고향이 되는 산이며, ‘방장(方丈)’, ‘영주(瀛洲)’와 함께 이른바 ‘삼신산(三神山)’을 말하고, 진시황이 영원히 죽지 않게 한다는 ‘불사약(不死藥)’을 캐기 위해서, 동남동녀(童男童女) 삼천명을 동원하여, ‘서불(徐市)’을 시켜 인솔하고 동쪽 ‘발해(渤海)’에 있는 이 삼신산에 가게 했으나, 이 서불과 삼천명의 동남동녀들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며,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발해가 바로 우리나라를 말하고, 이 삼신산은 우리나라의 금강산과 지리산, 한라산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며, 지금까지 그대로 전해져 오고 있다.
주017)
방호(方壺) : 중국의 『열자(列子)』 〈탕문(湯問)〉에 나오는 것으로 위의 ‘봉래산’과 같이 역시 발해의 동쪽에 있다는 산으로 신선들이 산다고 하였으며, 일설에는 앞에서 본 ‘방장산’이 바로 이 ‘방호’라고 말하기도 한다.
주018)
어른어른히 : 어슬렁어슬렁.
주019)
로셔 : -로부터.
주020)
방장(方丈) : 앞에서 본 바대로 이것은 신선들이 살고 있다는 발해 동쪽 바다 속에 있다는 명산으로 역시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智異山)이 바로 이 산이라고 전해져 오고 있다.
주021)
니고 : 이어져 있고.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이예고’로 기록되어 ‘ㅿ’이 탈락하여 있다.
주022)
천태(天台) : 지금 중국의 절강성(浙江省) 천태현(天台縣)에 있는 산으로 한(漢)나라 때 유신(劉晨)이 이 산에 들어가서, 약을 캐다가 너무 멀리 들어가 길을 잃고 돌아가지 못한 채, 열 사흘을 굶어 먼 산위를 바라보니 복숭아가 익어 있어, 그 아래로 가서 두어 개를 따 먹고나자 몸이 아주 가벼워졌으며, 마침 냇가에서 아름다운 두 처녀를 만나 그들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열흘이 넘어 집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못 돌아가고 이내 반년을 머물고 있었는데, 이 곳의 기후는 일년 내내 봄이었으며 나중에 고향에 돌아와 보니, 세월은 벌써 삼십년이 넘어 있었으며, 유신은 그대로 신선이 되었다.
주023)
비취옛도다 : 비취어 있도다.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비취엿도다’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은 ‘영(映)’ 자를 그 사전적 지시 의미로만 언해한 것이나, 실제의 상태로는 ‘~ 속에 들어가서 서로 어우러져 있다’라는 뜻이다.
주024)
인간장견화(人閒長見畵) : 인간 세상에서 길이 그림만 본다. 여기의 ‘인간’은 그냥 ‘인간’이 아니라, ‘속된 인간들이 사는 세상’ 곧 ‘속세’를 말하며 따라서 작자 두보가 즐겨 살고 싶지 않는 세상이며, 빨리 벗어나고 싶은 세상이다. 그런데 이렇게 속된 세상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것은 반대로 간절하게 돌아가고 싶은 세상이 있기 때문이며, 그것이 바로 탈속적인 신선의 세상으로 여기서는 그림 속에 있는 세상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구에서 작자 두보는 ‘속세[人閒]’에서 ‘길이길이 사뭇[長]’ 그 돌아가 살고 싶은 세상인 신선 세계는 실제로 돌아갈 수는 없고, 그냥 벽 위에 걸려 있는 이 ‘그림 속의 세상’만으로 놓고 보기만 하면서 생각하고, 그리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구는 작자 두보 자신의 탈세속적인 간절한 소망을 안타깝게 하소연한 것이다. 그래서 이 시구에서 ‘장(長)’ 자는 ‘견(見)’ 자와 함께 기막히게 적절한 기능을 아주 잘 하도록 배치된 글자들이다. 그리고 ‘閒’ 자는 흔히 ‘한가롭다’라는 뜻만의 글자로 음도 ‘한’으로만 알고 있으나, 여기서는 ‘사이’라는 뜻의 ‘간’이라는 음을 가진 글자로서 바로 ‘間(사이, 간)’ 자와 같은 글자로 쓰인 것이다. 실제로 이 ‘간(閒)’ 자는 자전(字典)에서 ‘한가로울 한’과 ‘사이 간’이라는 두 가지 음과 이에 상응하는 서로 다른 뜻들을 함께 지닌 글자로 기입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중간본에서는 이 글자가 ‘간(間)’ 자로 기록되어 있다.
주025)
노거한공문(老去恨空聞) : 늙으며 한갓 듣는 것을 한탄한다. 이 시구도 앞의 시구를 이어 작자 두보의 애처로운 소망을 계속하여 하소연하는 것으로서, 자신의 몸은 자꾸 ‘늙어만 가는데[老去]’, 그 가고 싶은 신선의 세상은 ‘괜히 한갓[空]’ ‘소문으로 듣기만[聞]’ 할 뿐이라는 한탄을 하고 있다. 여기서도 이 ‘공’ 자는 ‘문’ 자와 함께 기막히게 적절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아주 잘 배치된 글자들이다.
주026)
소리만 듣고 : 이것은 언해한 우리 선인들이 시 원문의 ‘문(聞)’ 자를 함축적 의미의 시사인 글자로 잘 파악하여 풀어 읽은 말이긴 하지만, 여기에서 ‘소리’라는 말은 그냥 물리적인 ‘소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신선의 세상에 대한 ‘소문’이라는 말로 쓰인 것이다.
주027)
그륜 것 : 그린 것. 이것은 위 시구의 ‘화(畵)’ 자를 풀어 읽은 것으로 이 한자는 자전에서 ‘그림 화’라는 뜻의 명사 글자이면서, ‘그릴 획’이라는 뜻의 동사 글자이기도 한 것으로서,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그려진 그림’이라는 뜻으로 쓴 글자인데, 이것을 우리 선인들은 기막힌 함축 의미의 글자로 잘 파악하여, ‘그륜 것’이라고 언해하였다.
주028)
범려(范蠡) : 중국의 추추시대 월(越)나라 사람으로 임금인 구천(句踐)을 성심껏 도와 오(吳)나라와 싸워 이른바 회계의 수치(會稽之恥)를 설욕하고는, ‘임금인 구천의 인간성이 어려움은 같이 할 수 있어도, 안락은 같이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하며, 이내 제(齊)나라로 피해 가서는 ‘치이자피(鴟夷子皮)’라고 변성명하고 장사를 해서 크게 재산을 모은 다음 재상이 되어, 다시 사람들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고, 다시 도(陶)라는 곳으로 가서는 스스로 ‘도주공(陶朱公)’이라 또 변성명을 하면서, 다시 큰 재산을 모았다. 나중에는 배를 타고 아주 먼 시골로 떠나갔다고 하는데, 자신이 세운 미인계에 의해 오나라 왕 부차(夫差)를 망하게 한 서시(西施)가 추방되자, 범려가 데리고 이 먼 호수(五湖)로 가서 함께 살다가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을 남겼다.
주029)
주편소(舟偏小) : 이 한자어구를 언해에서는 ‘舟 장 젹고(배는 가장 작고)’로 풀어 읽었는데, 이 한자어구에서는 ‘편(偏)’ 자를 ‘장’으로 언해하여 바로 현대어로의 뜻인 ‘가장’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이것은 이 ‘편’ 자의 뜻을 잘못 풀어 읽은 것으로 ‘범려주편소’라는 시구 전체의 의미 논리로도 안 맞으며, 또한 이 한자어의 뜻이 ‘가장’으로 쓰이기 보다는 오히려 ‘치우치게’ 또는 ‘유난히도’로 쓰일 뿐이다. 따라서 앞의 ‘범려’와 이 한자어구는 ‘범려가 타고 가는 배는 내가 함께 타고 가기에는 유난히도 작다’로 풀어 읽어야 한다. 그래서 역시 신선이 되어 보겠다는 작자 두보 자신이 함께 타기에는 유난히도 작은 배라는 너무도 가슴 아픈 낙망감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주030)
왕교(王喬) : 중국의 춘추시대 주(周)나라 영왕(靈王)의 태자인 ‘진(晉)’을 말하며, 그는 아버지에게 곧바른 말을 하다가, 서인(庶人)으로 강등이 되었고, 생황을 잘 불어서 ‘봉명(鳳鳴)’이라는 곡을 만들었으며, ‘부구생(浮丘生)’이라는 신선을 만나, 숭고산(嵩高山)에 올라가서 살았다. 그 뒤에 사람을 만나서 ‘우리 집에 가서 ‘7월 7일에 나를 구씨산(緱氏山) 정상에서 기다리라’고 전하라.’ 하였다. 그 시일이 되자 흰 학을 타고 산정에 와서 머물다가 수일 후에 떠나갔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지금까지 그는 흔히 ‘왕자교(王子喬)’라고 불려지고 있다.
주031)
학불군(鶴不群) : 앞의 ‘왕교’라는 주인공과 함께 이 한자어로 되어 있는 이 시구에 작자 두보가 실어 풀고 있는 실제의 심경을 풀어 읽어보면, ‘왕교가 타고 올라가 신선이 되게 한 그 학은 저 한 마리만일 뿐, 두보 나도 타고 함께 올라갈 수 있는 단 한 마리의 학도 한 무리로 더불고 있지 않다.’는 기막힌 한탄이며, 원망이기도 한 것이다.
주032)
장 : 가장. 이것은 앞 쪽 시구의 ‘편(偏)’ 자를 언해한 말이나 이 한자의 뜻으로는 맞지 않는 것이며, 실제로 이 한자의 의미로는 ‘가장’이라는 것은 없고, ‘치우치게’ 또는 ‘유난히도’ 같은 부사어로서의 의미만 함유하고 있다.
주033)
물하디 : 무리짓지.
주034)
아니토다 : 아니하도다.
주035)
수(垂) : 이 한자는 흔히 ‘드리우다’라는 뜻의 동사로 많이 쓰이나, 여기서는 ‘거의’라는 뜻의 부사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주036)
욕(欲) : 이 한자도 흔히 ‘하고자 하다’라는 동사로 많이 쓰이나, 여기서는 ‘~할 듯하다’라는 보조 형용사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주037)
믌겨리 : 물결이. 명사 ‘믈(물)’의 소유격을 나타내는 사잇소리 ‘ㅅ(의)’이 첨가되고, 다시 명사 ‘결’이 연결되고 그 뒤로는 이내 ‘물결’이라는 현대어로 내적 결합을 하면서, ‘ㅅ’은 탙락하였다. 그리고 이 ‘믌결’에 다시 주격 조사 ‘이’가 첨가되면서 ‘ㄹ’이 연음된 것이다.
주038)
지븨 두위이주메 : 집에 들이닥침에. 이것은 다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읽으면, ‘집이 번드침에, 집이 뒤집힐듯이’이며, 명사 ‘집’에 소유격 조사 ‘의’가 첨가되면서, ‘ㅂ’이 연음되고, 여기에 다시 동사 ‘드위잊다(번드치다)’에 명사형 어미 ‘움’이 연결되어 동명사로 바뀌면서, ‘지븨’의 수식을 받고 있으며, 여기에 다시 처격조사 ‘에’가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주039)
다랫고 : 다달았고. 미치었고.
주040)
믈어디 : 무너지는.
주041)
빙애 : 벼랑. 이것과 같은 뜻의 고어로는 ‘빙에’가 함께 쓰였다.
주042)
지즐 : 짓누를. 눌러. 여기서는 관형형으로 쓰였다. ‘머근 後에 生薑 두 세片으로 지즐 머그라(壓之)〈구급방언해 하2〉, 담 지즐이니오〈구급방언해 상25〉‘ 참조. 원형은 ’지즐다‘이다.
주043)
자세(子細) : 세밀하게. 이 한자어는 바로 우리말의 ‘자세하다’라는 뜻의 말로서, ‘자세(仔細)’라는 한자어와 함께 통용되는 형용사이나, 여기서는 부사어로 쓰이고 있다.
주044)
미망(微茫) : 이 한자어의 우리말로의 뜻은 ‘아득히 작게 보일 만큼 멀리’라는 부사어이다. 이 한자 부사어도 우리말의 경우와 달리 그 피수식어인 ‘요(繞; 두르다)’의 뒤에 놓여 있는 것이다.
주045)
햇 리 : 들판에 있는 다리. 명사 ‘(들판)’가 ‘ㅎ’ 첨용의 특수 명사로서 여기에 처격조사 ‘애’가 첨가되면서, ‘해’가 되었고, 또 여기에 사잇소리인 ‘ㅅ’이 첨가된 다음 다시 그 피수식어인 ‘리(다리)’가 또 연결된 것이다.
주046)
횃고 : 나뉘어 있고. 동사 ‘호다(나누다)’에 부사형 연결 어미 ‘아’가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를 나타내는 ‘잇고(있고)’가 연결되면서, ‘아’와 ‘이’가 ‘애’로 통합된 것이다.
주047)
몰앳 두들근 : 모래 두둑은. 명사 ‘몰애(모래)’에 사잇소리인 ‘ㅅ’이 첨가 되어 관형어가 되고 이것의 수식을 받는 피수식어인 명사 ‘두듥(두둑. 둔덕)’이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주격조사 ‘은’이 첨가되면서 ‘ㄱ’이 연음된 것이다.
주048)
아라히 : 아스라히. 이것은 중간본에서 ‘아라히’로 기록되어 ‘ㅿ’이 탈락하여 있다.
주049)
버므렛도다 : 둘러 있구나. 동사 ‘버믈다(두르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ㄹ’이 연음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사 ‘잇도다(있구나!)’가 연결되면서, ‘어’와 ‘이’가 통합하여 ‘렛도다’가 된 것이다.
주050)
홍침(紅浸) : 붉게 잠기다. 그런데 이것은 이 ‘홍침산호단’이라는 시구 안에서 ‘산호단(짧은 키의 산호)’과 상호 유기적인 의미망으로 이루어진 문장의 요소라, 바로 ‘붉게 잠긴 것’이라는 동명사로서의 ‘주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이것을 전제로 해보면, ‘산호단’은 이것의 설명을 담당한 명사형 서술어이며, 이 중의 ‘단’ 자는 바로 그 앞에 있는 ‘산호’를 수식해 주는 관형어로서 ‘짧은’으로 풀이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시구는 ‘붉게 물에 잠긴 것은 짧은 산호이다’로 풀이되는 것이다.
주051)
청현(靑懸) : 이 한자어도 그냥 독립된 어휘로 놓고 풀이하면, 그 뜻은 ‘푸르르게 달려 있다. 그런데 이것은 이 ‘청현벽려장’이라는 시구 안에서 ‘벽려장(긴 담쟁이 덩굴)’과 상호 유기적인 의미망으로 이루어진 문장의 요소라, 바로 ‘푸르르게 달린 것’이라는 동명사로서의 ‘주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이것을 전제로 해보면 ‘벽려장’은 이것의 설명을 담당한 명사형 서술어이며, 이 중의 ‘장’ 자는 바로 그 앞에 있는 ‘벽려’를 수식해 주는 관형어로서 ‘긴’으로 풀이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시구는 ‘푸르른 채 물가 둑에 달려 있는 것은 긴 담쟁이이다.’로 풀이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선인들은 역시 우리 문장과 한문 문장의 언어적 이질성에 대한 이해 부족과 관형어가 반드시 그 수식을 받는 피수식어 앞에만 놓이는 우리 말의 관습에 따라, 이상 두 시구의 ‘短’ 자와 ‘長’ 자를 관형어가 아닌 형용사적 서술어로 잘못 알고, ‘뎌르고’와 ‘기도다’로 오역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052)
마시니 : 잠겨 있으니. 동사 ‘다(잠기다)’에 과거 시제 접미사인 ‘앗’이 연결되면서, ‘ㅁ’이 연음되고 여기에 다시 연결형 어미 ‘이니’가 연결되면서 ‘ㅅ’이 연음된 것이다.
주053)
여시니 : 달렸으니. 동사 ‘다(달다)’에 피동 접미사인 ‘이’가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시제 접미사인 ‘엇’이 연결되면서, ‘이’와 ‘어’가 통합하였으며, 여기에 또 다시 연결형 어미 ‘이니’가 연결되면서, ‘ㅅ’이 연음된 것이다.
주054)
부사(浮査) : 떠 있는 나뭇등걸. 여기서는 사람들이 탈 수 있는 뗏목을 말한다. 그래서 이 한자는 ‘槎(뗏목 사)’ 자와 같이 쓰인다. 중국의 『습유기(拾遺記)』에 ‘요(堯)임금 때에 큰 뗏목 배가 있어서, 서해(西海)에 띄웠는데, 그 위쪽이 별과 달빛처럼 밝아서 이 뗏목 배가 사해(四海)를 돌아다니면서, 이 배에 깃을 달고 날아다니는 신선들이 깃들여 살고 있었다’고 하였다.
주055)
득(得) : 이 한자는 흔히 ‘얻다’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나, 여기서는 ‘서로 마음이 맞다’ 또는 ‘만족하다’의 뜻으로 쓰였으므로, 이렇게 ‘서로 마음이 맞아 만족스럽게 앉아 있는 것’을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참으로 좋게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언해에서도 ‘됴니(좋으니)’로 풀이하였다.
주056)
선노(仙老) : 신선 늙은이. 여기서는 주(註)에서 말한 바대로 중국 상고시대인 요(堯)임금 시대의 깃을 달고 날아다닐 수 있었다는 신선[羽仙]을 상상하며 표현한 말이다.
주057)
장(將) : 이 한자는 흔히 ‘장차’라는 시간 부사나 ‘장수’라는 명사, 또는 ‘거느리다’, ‘보내다’라는 동사 등으로 많이 쓰이나, 여기서는 ‘함께 짝이 되어 있다[伴]’라는 뜻의 동사로 쓰였는데, 언해에서는 역시 ‘디니다[持]’라는 뜻으로 잘못 풀이하였다.
주058)
들구레 : 등걸에. 뗏목에. 여기서는 ‘뗏목에’로 쓰였다. 그리고 이 고어의 원형은 ‘들굴(등걸, 떼)’인데 같은 뜻으로 ‘들궐’로도 함께 쓰였다.
주059)
안자쇼미 : 앉았음이(앉아 있는 것이). 동사 ‘앉다’에 접미사 ‘앗’이 연결되면서, ‘ㅈ’이 연음되고, 여기에 다시 명사형 어미 ‘옴’이 연결되면서, ‘ㅅ’의 영향으로(같은 치음의 자리에서 발성) ‘ㅣ’음이 개입되어 ‘숌’이 되고, 끝으로 주격조사 ‘이’가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주060)
간 : 잠깐. 원래 한자어로서 ‘잠(暫)’을 ‘잠시’라는 명사로, ‘간(間)’을 ‘사이’라는 명사로 보고, 앞의 ‘暫’이 ‘間’을 수식하는 관형어로 인식하여, 사잇소리인 ‘ㅅ’을 두 말(글자) 사이에 개입시킨 것이다.
주061)
디녯도다 : 지녔구나. 이것은 시 원문에서 ‘將’ 자를 언해한 것으로 이 ‘將’ 자가 ‘지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여기서는 ‘지니다’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 아니고, ‘서로 함께 짝이 되어 있다’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므로, 이 ‘디녯도다’라는 언해는 오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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