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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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죽장 노래’로 장 유후에게 주다[桃竹杖引贈章留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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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죽장 노래’로 장 유후에게 주다[桃竹杖引贈章留後]


桃竹杖引章留後 주001)
도죽장인 증장유후(桃竹杖引贈章留後)
『두시상주(杜詩詳註)』 주에 따르면, 두보가 광덕(廣德; 代宗) 원년(763) 겨울에 재주(梓州)에서 지은 것이며, 다만 제목의 장유후가 어떤 사람인지 이름을 알 수는 없으나, 그 직위가 유후인 것으로 봐서, 당시 절도사나 관찰사의 공석에 그 관리 소임을 했던 사람으로 추정이 된다.

도죽장인 증장유후
(‘도죽장 노래’로 장 유후에게 주다)

江心蟠石生桃竹 주002)
도죽(桃竹)
대나무의 일종으로 당시 중극의 파촉과 투주 사이[巴渝間]에서 생장하는 것으로 잎은 종려나무 잎 같고, 몸통은 대나무 같은 채 마디가 많으며, 결이 촘촘하고 단단해서 지팡이로 사용할 만하다고 하였다.
蒼波噴浸尺度 주003)
척도(尺度)
글자대로의 의미는 한 자나 한 치 같이 길이의 기준을 의미하는 ‘제도’ 또는 ‘법도’라는 것이나, 여기서는 ‘척도족’이라고 해서, ‘족(足)’ 자가 동사로 쓰여진 것으로 봐서, ‘한 해에 한 자 남짓씩 자랐다’라는 뜻일 것이 분명하다.
【桃竹이 生巴渝間니 可爲杖者ㅣ라】

 가온 서린 돌 주004)
서린 돌
이것은 오히려 지금 우리말로 쓰이고 있는 ‘큰 반석’이라는 말이다.
해 桃竹이 나니 프른 믌겨리 겨 주005)
겨
뿜겨. 동사 ‘다(뿜다)’에 피동접미사 ‘기’가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부사형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이’와 ‘어’가 통합 복모음화하여 ‘겨’가 된 것이다.
尺度ㅣ 라도다

【한자음】 강심반석생도죽 창파분침척도족【도죽
(대의 일종)
이 파와 유 지역에서 생장하고 있으니, 지팡이 삼아 쓸 수 있는 것이었다.】
【직역】 강 가운데 서려 있는 바위에 도죽이 생장하고 있으니, 푸른 물결이 뿜어져서 한 자 정도 자라나도다.
【의역】 이 도죽(대나무 일종)이 강물 가운데 서리듯이 자리 잡아 있는 바위 틈에서 태어나서, 푸른 물결에 뿜겨져서, 한 해에 한 자 남짓씩 자라나는데,

斬根削皮如紫玉 江妃 주006)
강비(江妃)
강의 왕비. 여기서는 중국의 『열선전(列仙傳)』과 『산해경(山海經)』에 나오는 천제(天帝)의 두 딸로서 양자강에 살고 있다는 여자 신선(神女)을 말하며, 일명 ‘강비(江婓)’라고도 하였다.
水仙 주007)
수선(水仙)
글자들이 뜻하는 바대로 ‘물 속의 신선’이라고 하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어서, 풍이(馮夷)가 죽어서, 오자서(伍子胥)가 죽어서, 곽박(郭璞)이 죽어서 수선이 됐다는 등의 여러 가지 설이 있다.
惜不得 주008)
석불득(惜不得)
아끼며 얻지 못하다. 여기서는 ‘(강의 왕비와 물의 신선이) 도죽를 기막히게 좋아하여 안타까울 정도로 아끼지만, 자신들이 어찌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그들도 끝내 도죽을 갖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57ㄱ

불휘 주009)
불휘
뿌리.
버혀 주010)
버혀
베어. 그 원형은 ‘버히다’이며, 이것은 같은 뜻으로 ‘베히다’와 함께 쓰였다.
거프를 주011)
거플
꺼플. 이것은 같은 뜻의 ‘거피’와 함께 쓰였다.
갓니 주012)
갓니
깎으니. 동사 ‘갓다(깎다)’는 어미 변화에 ‘ㄱ’이 개입되는 특수 동사라서, 연결형 어미 ‘니’가 연결되면서, ‘ㄱ’이 개입된 것이다.
블근 玉이 니 江妃와 水仙괘 앗기다가 몯도다

【한자음】 참근삭피여자옥 강비수선석불득
【직역】 뿌리를 베어버리고 껍질을 깎고나자 자주색의 옥과 같으니, 강물 속 왕비와 물속 신선이 안타깝게 아끼지만, 갖지는 못하는구나!
【의역】 이 도죽의 뿌리는 베어버리고 껍질을 깎아버리자, 그 속 줄기가 자주색의 옥과 같이 아름다우니, 강물 속에 산다는 왕비와 물 속에 산다는 신선도 이 도죽을 너무도 좋아 하여, 안타깝게 아낄 뿐 끝내 갖지는 못하건만,

梓潼 주013)
재동(梓潼)
재주(梓州)를 달리 부르는 말. 이 재주가 동쪽에는 재나무(가래나무) 숲을 가지고 있고, 서쪽에는 동수(潼水; 동냇물)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둘을 합쳐 ‘재동’이라고 불렀다.
使君 주014)
사군(使君)
중국에서 지방의 행정 총책임을 맡은 최고 관리를 말한다. 여기서는 아마도 작자 두보가 현재 머물고 있는 재주의 행정 총책임자인 자사(刺史)나 주목(牧使)일 것으로 추정되며, 우리나라 같으면 옛날 ‘원님’을 말한다.
開一束 滿堂賓客皆歎息

梓潼ㅅ 使君이  무슬 주015)
무슬
묶음을. 이 명사의 원형은 ‘뭇(묶음)’이며, 이 명사에 목적격 조사 ‘을’이 첨가되면서, ‘ㅅ’이 연음된 것이다.
여니 지븨 기 안 손히 주016)
손히
손님들이. ‘ㅎ’말음 명사인 ‘’에 주격 조사 ‘이’가 첨가되면서, ‘ㅎ’이 첨용되어 ‘히’가 되었다.
다 歎息다

【한자음】 재동사군개일속 만당빈객개탄식
【직역】 재동(梓州)의 원님이 한 묶음을 풀어 놓으니, 집에 가득히 앉은 손님들이 다 탄식을 하는구나!
【의역】 재주의 원님이 이 도죽 한 묶음을 풀어 놓자, 집 안에 가득 앉아 있는 손님들이 다 놀라 탄식을 하고,

憐我老病贈兩莖 出入爪甲鏗有聲 주017)
갱유성(鏗有聲)
‘쨍’하는 소리가 있다. 여기서는 이 깡마른 도죽 지팡이라, 이것이 손톱에만 부딪혀도 ‘쨍’하는 소리가 난다는 말이다.

내 늙고 病호 슬허 주018)
슬허
슬퍼하여. 이것은 원 시구의 ‘연(憐)’ 자를 언해한 것으로 우리 선인들이 이 한자의 가장 많이 쓰이는 의미인 ‘슳다(슬퍼하다)’로 좀 쉽게 풀이한 것인데, 여기서는 그냥 ‘슬허(슬퍼하여)’가 아니고, ‘불쌍하게 여기어’나 ‘딱하게 여기어’라는 뜻의 고어로 풀어 언해했어야 한다.
두 줄기 주니 들며 날 저긔 토배 주019)
토배
손톱에. 이것은 같은 뜻의 ‘돕’과 ‘손톱’ 등과 함께 쓰였다.
다 텨 주020)
다텨
‘부딪혀’ 또는 ‘건드려져’. 동사 ‘다티다(건드리다. 부딪히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이’와 ‘어’가 통합 복모음화하여 ‘텨’가 된 것이다.
鏗然히 소리 잇도다

【한자음】 연아노병증양경 출입조갑갱유성
【직역】 내가 늙고 병든 것을 불쌍하게 여겨, 두 대(줄기)를 주니, 출입할 적에 손톱에 부딪히어 ‘쨍’하고 소리가 나는구나!
【의역】 두보, 내가 늙고 병든 것을 불쌍하게 여겨 도죽 두 대(줄기)를 주었기에, 그것을 지팡이로 만들어 출입할 적에 짚고 다니면서 손톱에 부딪히어 ‘쨍’하고 소리가 나는데,

老夫 주021)
노부(老夫)
늙은 남자. 이것은 이미 앞의 〈청양씨가(聽楊氏歌)〉에서 본 바대로 작자 두보가 자신을 스스로 겸손하게 비하하여 쓴 말이다. 그래서 우리 선인들은 두보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거기에 가장 부합하는 ‘늘근 노미(늙은 놈이)’라는 놀라운 어감의 어휘를 찾아 참신한 언해를 하고 있다.
復欲東南征 주022)
동남정(東南征)
동남쪽으로 가다. 여기의 ‘정(征)’ 자는 분명한 목적지나 목표를 정해서 확실한 기대를 갖고 편하게 가는 행위가 아니라, 간절한 그리움으로 가고 싶지만 가기가 쉽지 않아, 힘들게 가야 하는 안타가운 여정을 가는 것을 말하며, 여기서는 바로 고향을 가기 위해서, 우선 그 경과 지역인 동남쪽으로 힘들게 가고자 한다는 말이다.
乘濤鼓枻白帝城 路幽必爲鬼神奪 주023)
노유필위귀신탈(路幽必爲鬼神奪)
이 시구에서 ‘노유(路幽)’는 글자들의 뜻만 인 ‘길이 아늑하다’로 쓰인 것이 아니고, 오히려 ‘길이 너무 깊숙하고 외져 매우 험하다’는 말이며, 또한 ‘귀신’이라는 말도 정말 귀신을 인정하여 쓴 말이 아니라, ‘귀신처럼 뜻밖의 무서운 무엇’을 비유하여 쓴 말이며, ‘必爲 ~奪’은 그래서 이런 것들에 의하여, 두보 자신이 지니고 가던 것들을 반드시 탈취 당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杖劍或與蛟龍爭 주024)
장검혹여교룡쟁(杖劍或與蛟龍爭)
이 시구에서 ‘장검(칼을 짚고 있다)’은 여행 중에 위험을 대비한 준비이지만, 그것으로도 미진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것은 그냥 ‘칼을 짚고서’로 풀어서 읽지 말고 반드시 ‘칼을 짚고서도’로 풀어 읽어야 한다. 그리고 ‘교룡’은 반드시 이 동물 자체를 실재하는 것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고 있는 강물 속의 사나운 동물을 대표적으로 비유하여 표현한 것이다.

늘근 노미  東南로 녀가 주025)
녀가
가서. 다녀가서. 이 동사의 고어 원형은 ‘녀가다’로 이 원형에 보조적 연결어미 ‘아’가 연결되면서, ‘가’와 ‘아’의 동성모음 중복 회피로 인한 ‘아’음의 탈락 결과다.
白帝城로 믌결 며  주026)

상앗대를. 이 고어의 원형은 ‘(상앗대)’으로 여기서는 목적격 조사 ‘’이 첨가되면서 ‘ㅊ’이 연음된 것이다.
두드리고져 노니 길히 幽僻야 반기 주027)
반기
반드시. 이것은 같은 뜻의 ‘반개, 반시, 반’ 등과 함께 쓰였다.
鬼神의 아미 주028)
아미
빼았음이. 동사 ‘앗다(빼앗다)’에 명사형 어미 ‘옴’이 연결되면서, ‘ㅅ’이 모음 사이에서 반치음 ‘ㅿ’으로 유성음화하여 연음되고, 여기에 다시 주격 조사 ‘이’가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아오미’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외며 갈 디퍼 주029)
디펴
짚어.
시혹 주030)
시혹
혹시.
蛟龍과 다 토리로다

【한자음】 노부부욕동남정 승도고예백제성 노유필위귀신탈 장검혹여교룡쟁
【직역】 늙은 놈이 또 동남쪽으로 가려고, 백제성으로 물결을 타며, 상앗대를 두드리며 가고져 하노니, 길이 깊숙하고 외져 반드시 귀신의 탈취를 당하게 되며, 칼을 짚고서 혹시 교룡과 맞서 싸우게 될 수도 있겠도다.
【의역】 늙은 놈의 신세지만, 다시 고향이 가까운 동남쪽으로 가려고, 백제성으로 강 물결을 타고 상앗대를 두드리며 가고자 하는데, 가다가 길이 깊숙하고 외져 반드시 귀신 같은 것들에 의한 탈취를 당하게 될 수도 있으며, 칼을 짚고서도 혹시 교룡 같은 사나운 수중 동물과도 맞서 싸우게 될 수도 있겠으니,

重爲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57ㄴ

告曰杖兮杖兮 주031)
장혜장혜(杖兮杖兮)
이 한자어에서 ‘혜’는 ‘~이여’ 같은 이른바 호격기능(呼格機能; ~을 부르는 기능)의 조사라서,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자신의 외로운 여정 중 보호를 받겠다는 심경에서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지팡이를 의인화하여 ‘지팡이여, 지팡이여’라고 애소하듯 읊고 있는 것이다.
爾之生也甚正直 주032)
이지생야심정직(爾之生也甚正直)
이 시구는 앞의 시구의 애소하듯 호격으로 읊고 있는 것에 이어 보다 더 지팡이를 고상한 인격체로 제고하여 읊은 것이며, 이것은 한편 작자 두보 자신의 난감한 객지의 현실적 처지를 무언의 배경으로 하여, 그 심경을 호소하는 대상으로 삼기 위한 전제적 추정의 수사인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너는 애초부터 태생의 바탕이 아주 바르고 곧으니’라고 완전히 고상한 인격의 주체로 추어올려, 내가 너를 어떤 상황에도 굳건하게 믿고 의지할 만한 대상이라고 확신한다는 기대를 무언으로 담고 있는 것이다.
愼勿 주033)
신물(愼勿)
삼가하여 ~을 ~하게 하지 말라. 이것은 이 한자어로 시작하는 셋째 시구부터 끝의 여섯째 시구까지의 상황들이 이루어지지 말게 하라는 간절한 부탁이며, 그래서 이 시구들은 거의 간곡한 청탁의 산문화 형식을 취하고 있다.
見水踴躍 學變化爲龍 주034)
학변화위룡(學變化爲龍)
변화를 배워서 용이 되다. 이것은 시구의 문외(文外) 주어(主語)인 지팡이가 물의 역동상을 보고, 신비한 변화의 재능을 배워서, 역시 신비한 존재인 용이 된다는 것인데, 이것은 물론 작자 두보가 지팡이를 용으로 비유하며, 보다 초현실적 신비의 존재로 설정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승천하는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여, ‘자신이 여행 중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되어, 끝내는 동정호의 군산 봉우리에 자취만 남기고 없어지게 될 수 있다.’는 절망으로 설정된 다음 시구들에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상관되도록 구상하고, 수사한 놀라운 수법을 보이는 것이다.
使我不得爾之扶持 滅迹於君山湖上之靑峯【君山은 在洞庭湖心다】

다시 告야 닐오 막대여 막대여 네의 나미 주035)
나미
낳음이. 태생이. 이 동사는 원 시구의 ‘생(生)’ 자를 언해한 것으로 원형은 아마도 ‘나다(낳다)’로 추정되며, 이 원형에 명사형 어미 ‘ㅁ’이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주격 조사 ‘이’가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甚히 正直니 믈보곡 주036)
믈 보곡
물 보고서. 여기의 ‘곡’은 어미로서, 현대어의 어미로서는 ‘고서’인 것이다.
노라 變化야 龍 외요 화 날로 여 네 더위자보 주037)
네 더위자보
부축함을. 이것은 원 시구의 ‘이지부지(爾之扶持)’를 언해한 것으로 실제 시 전체의 의미망으로 상관시켜 풀어 읽으면 ‘보호하고 유지시켜 주다’가 된다.
얻디 몯게 야 君山ㅅ  웃 프른 뫼해 주038)
군산(君山)ㅅ 웃 프른 뫼해
군산의 강 위 푸른 봉우리에. 이것은 원 시구의 문장 어순을 기계적으로 따라 풀어 언해한 것으로 이것은 ‘군산의 강(호수)’이라는 구와 ‘강(호수) 위의 푸른 봉우리에’라는 구가 하나로 이어져 있는 시구로 이것을 그대로 풀어 읽으면, ‘군산의 강, 그 강 위의 푸른 봉우리에’가 된다. 그런데 ‘군산’과 ‘ 우[湖上](동정호 위)’, 그리고 ‘프른뫼[靑峯]’를 실제의 상태로 놓고 보면, ‘군산’은 바로 ‘동정호 위’에 있고 ‘청봉(푸른 뫼)’은 바로 ‘군산’의 ‘청봉(푸른 봉우리)’인 것이다. 그래서 이 시구를 우리 선인들이 알기 쉽게 표현한다면, 마땅히 ‘湖上君山之靑峯’으로 했어야 하나, 중국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君山湖上之靑峯’도 이 문장과 같은 의미로 관용되고 있는 것이며, 다만 우리말에서는 명사어들만의 연속인 문구나 문장에서 앞의 명사를 뒤의 명사의 관형어로 파악 이해해온 언어적 관습 때문에 우리 선인들은 이 고어구처럼 언해를 한 것이며,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것은 잘못 된 언해인 것이다.
자최 滅沒호 삼가 말라

【한자음】 중위고왈장혜장혜 이지생야심정직 신물견수용약 학변화위용 사아불득이지부지 멸적어군산호상지청봉【‘군산’은 ‘동정호’의 중심에 있다.】
【직역】 거듭 알려서 말하기를 ‘지팡이여, 지팡이여, 너의 태어남이 아주 바르고 곧으니, 물을 보고서 뛰어 놀다가는, 변화하여 용이 되는 것을 배워, 나로 하여금 너의 보호와 유지를 받지 못하게 하여, 물 위 군산의 푸른 봉우리에 나의 자취가 없어지게 하는 것은 삼가하여 하지 말라’.
【의역】 나는 지팡이에게 거듭 알려서 말하노니, ‘지팡이여, 지팡이여, 너는 태생의 바탕이 아주 바르고 곧으니, 물결을 보고 한껏 뛰어놀다가, 변화하는 것을 배워 용이 돼버린 채, 나로 하여금 너의 보호와 유지를 받지 못하게 하여, 동정호 물 위 군산의 푸른 봉우리에 나의 자취가 그냥 없어져 버리게 되는 것은 제발 하지 말라!’

噫風塵鴻洞 주039)
홍동(鴻洞)
크게 하나가 된 상태. 끝없이 서로 이어지는 상태. 여기서는 ‘끝이 없이 이어지는 상태’인 ‘사뭇’이라는 말로 쓰인 것으로 추정되며, 따라서 이 부사어의 지배적 유도로 ‘일어난다’라는 동사는 문외로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豺虎 주040)
시호(豺虎)
승냥이와 범. 여기서는 실제의 이 동물들을 말하기보다는 이 동물들과 같이 무섭고 사나운 어떤 대상이나 상황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咬人 忽失雙杖兮 吾將曷從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슬프다 매 드트리 주041)
드트리
티끌이. 명사 ‘드틀(티끌)’에 주격 조사 ‘이’가 첨가되면서 ‘ㄹ’이 연음된 것이다.
고 주042)
고
가득하고. 이것은 같은 뜻의 말로 ‘다, 득다’ 등과 함께 쓰였다.
豺虎ㅣ 사 므니 주043)
므니
무니. ㄹ변칙동사인 ‘믈다(물다)’에 연결형 어미 ‘느니’가 연결되면서, ‘ㄹ’이 탈락된 것이다.
두 막대 믄듯 주044)
믄듯
문득.
일흐면 내 將次ㅅ 누를 조리오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희풍진홍동혜 시호교인 홀실쌍장혜 오장갈종
【직역】 슬프구나! 바람결에 먼지와 티끌이 가득하고, 승냥이와 범이 사람을 무니, 두 지팡이를 잃어버린다면, 나는 장차 누구를 좇아 따르리오?
【의역】 아 슬프구나! 바람결에 먼지와 티끌이 사뭇 일어나고, 승냥이와 범이 사람을 무는 판이니, 갑자기 이 두 지팡이를 잃는다면, 나는 장차 누구를 좇아 따르겠는가?
Ⓒ 역자 | 송준호 / 2015년 12월 30일

원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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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도죽장인 증장유후(桃竹杖引贈章留後) : 『두시상주(杜詩詳註)』 주에 따르면, 두보가 광덕(廣德; 代宗) 원년(763) 겨울에 재주(梓州)에서 지은 것이며, 다만 제목의 장유후가 어떤 사람인지 이름을 알 수는 없으나, 그 직위가 유후인 것으로 봐서, 당시 절도사나 관찰사의 공석에 그 관리 소임을 했던 사람으로 추정이 된다.
주002)
도죽(桃竹) : 대나무의 일종으로 당시 중극의 파촉과 투주 사이[巴渝間]에서 생장하는 것으로 잎은 종려나무 잎 같고, 몸통은 대나무 같은 채 마디가 많으며, 결이 촘촘하고 단단해서 지팡이로 사용할 만하다고 하였다.
주003)
척도(尺度) : 글자대로의 의미는 한 자나 한 치 같이 길이의 기준을 의미하는 ‘제도’ 또는 ‘법도’라는 것이나, 여기서는 ‘척도족’이라고 해서, ‘족(足)’ 자가 동사로 쓰여진 것으로 봐서, ‘한 해에 한 자 남짓씩 자랐다’라는 뜻일 것이 분명하다.
주004)
서린 돌 : 이것은 오히려 지금 우리말로 쓰이고 있는 ‘큰 반석’이라는 말이다.
주005)
겨 : 뿜겨. 동사 ‘다(뿜다)’에 피동접미사 ‘기’가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부사형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이’와 ‘어’가 통합 복모음화하여 ‘겨’가 된 것이다.
주006)
강비(江妃) : 강의 왕비. 여기서는 중국의 『열선전(列仙傳)』과 『산해경(山海經)』에 나오는 천제(天帝)의 두 딸로서 양자강에 살고 있다는 여자 신선(神女)을 말하며, 일명 ‘강비(江婓)’라고도 하였다.
주007)
수선(水仙) : 글자들이 뜻하는 바대로 ‘물 속의 신선’이라고 하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어서, 풍이(馮夷)가 죽어서, 오자서(伍子胥)가 죽어서, 곽박(郭璞)이 죽어서 수선이 됐다는 등의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주008)
석불득(惜不得) : 아끼며 얻지 못하다. 여기서는 ‘(강의 왕비와 물의 신선이) 도죽를 기막히게 좋아하여 안타까울 정도로 아끼지만, 자신들이 어찌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그들도 끝내 도죽을 갖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주009)
불휘 : 뿌리.
주010)
버혀 : 베어. 그 원형은 ‘버히다’이며, 이것은 같은 뜻으로 ‘베히다’와 함께 쓰였다.
주011)
거플 : 꺼플. 이것은 같은 뜻의 ‘거피’와 함께 쓰였다.
주012)
갓니 : 깎으니. 동사 ‘갓다(깎다)’는 어미 변화에 ‘ㄱ’이 개입되는 특수 동사라서, 연결형 어미 ‘니’가 연결되면서, ‘ㄱ’이 개입된 것이다.
주013)
재동(梓潼) : 재주(梓州)를 달리 부르는 말. 이 재주가 동쪽에는 재나무(가래나무) 숲을 가지고 있고, 서쪽에는 동수(潼水; 동냇물)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둘을 합쳐 ‘재동’이라고 불렀다.
주014)
사군(使君) : 중국에서 지방의 행정 총책임을 맡은 최고 관리를 말한다. 여기서는 아마도 작자 두보가 현재 머물고 있는 재주의 행정 총책임자인 자사(刺史)나 주목(牧使)일 것으로 추정되며, 우리나라 같으면 옛날 ‘원님’을 말한다.
주015)
무슬 : 묶음을. 이 명사의 원형은 ‘뭇(묶음)’이며, 이 명사에 목적격 조사 ‘을’이 첨가되면서, ‘ㅅ’이 연음된 것이다.
주016)
손히 : 손님들이. ‘ㅎ’말음 명사인 ‘’에 주격 조사 ‘이’가 첨가되면서, ‘ㅎ’이 첨용되어 ‘히’가 되었다.
주017)
갱유성(鏗有聲) : ‘쨍’하는 소리가 있다. 여기서는 이 깡마른 도죽 지팡이라, 이것이 손톱에만 부딪혀도 ‘쨍’하는 소리가 난다는 말이다.
주018)
슬허 : 슬퍼하여. 이것은 원 시구의 ‘연(憐)’ 자를 언해한 것으로 우리 선인들이 이 한자의 가장 많이 쓰이는 의미인 ‘슳다(슬퍼하다)’로 좀 쉽게 풀이한 것인데, 여기서는 그냥 ‘슬허(슬퍼하여)’가 아니고, ‘불쌍하게 여기어’나 ‘딱하게 여기어’라는 뜻의 고어로 풀어 언해했어야 한다.
주019)
토배 : 손톱에. 이것은 같은 뜻의 ‘돕’과 ‘손톱’ 등과 함께 쓰였다.
주020)
다텨 : ‘부딪혀’ 또는 ‘건드려져’. 동사 ‘다티다(건드리다. 부딪히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이’와 ‘어’가 통합 복모음화하여 ‘텨’가 된 것이다.
주021)
노부(老夫) : 늙은 남자. 이것은 이미 앞의 〈청양씨가(聽楊氏歌)〉에서 본 바대로 작자 두보가 자신을 스스로 겸손하게 비하하여 쓴 말이다. 그래서 우리 선인들은 두보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거기에 가장 부합하는 ‘늘근 노미(늙은 놈이)’라는 놀라운 어감의 어휘를 찾아 참신한 언해를 하고 있다.
주022)
동남정(東南征) : 동남쪽으로 가다. 여기의 ‘정(征)’ 자는 분명한 목적지나 목표를 정해서 확실한 기대를 갖고 편하게 가는 행위가 아니라, 간절한 그리움으로 가고 싶지만 가기가 쉽지 않아, 힘들게 가야 하는 안타가운 여정을 가는 것을 말하며, 여기서는 바로 고향을 가기 위해서, 우선 그 경과 지역인 동남쪽으로 힘들게 가고자 한다는 말이다.
주023)
노유필위귀신탈(路幽必爲鬼神奪) : 이 시구에서 ‘노유(路幽)’는 글자들의 뜻만 인 ‘길이 아늑하다’로 쓰인 것이 아니고, 오히려 ‘길이 너무 깊숙하고 외져 매우 험하다’는 말이며, 또한 ‘귀신’이라는 말도 정말 귀신을 인정하여 쓴 말이 아니라, ‘귀신처럼 뜻밖의 무서운 무엇’을 비유하여 쓴 말이며, ‘必爲 ~奪’은 그래서 이런 것들에 의하여, 두보 자신이 지니고 가던 것들을 반드시 탈취 당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주024)
장검혹여교룡쟁(杖劍或與蛟龍爭) : 이 시구에서 ‘장검(칼을 짚고 있다)’은 여행 중에 위험을 대비한 준비이지만, 그것으로도 미진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것은 그냥 ‘칼을 짚고서’로 풀어서 읽지 말고 반드시 ‘칼을 짚고서도’로 풀어 읽어야 한다. 그리고 ‘교룡’은 반드시 이 동물 자체를 실재하는 것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고 있는 강물 속의 사나운 동물을 대표적으로 비유하여 표현한 것이다.
주025)
녀가 : 가서. 다녀가서. 이 동사의 고어 원형은 ‘녀가다’로 이 원형에 보조적 연결어미 ‘아’가 연결되면서, ‘가’와 ‘아’의 동성모음 중복 회피로 인한 ‘아’음의 탈락 결과다.
주026)
 : 상앗대를. 이 고어의 원형은 ‘(상앗대)’으로 여기서는 목적격 조사 ‘’이 첨가되면서 ‘ㅊ’이 연음된 것이다.
주027)
반기 : 반드시. 이것은 같은 뜻의 ‘반개, 반시, 반’ 등과 함께 쓰였다.
주028)
아미 : 빼았음이. 동사 ‘앗다(빼앗다)’에 명사형 어미 ‘옴’이 연결되면서, ‘ㅅ’이 모음 사이에서 반치음 ‘ㅿ’으로 유성음화하여 연음되고, 여기에 다시 주격 조사 ‘이’가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아오미’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주029)
디펴 : 짚어.
주030)
시혹 : 혹시.
주031)
장혜장혜(杖兮杖兮) : 이 한자어에서 ‘혜’는 ‘~이여’ 같은 이른바 호격기능(呼格機能; ~을 부르는 기능)의 조사라서,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자신의 외로운 여정 중 보호를 받겠다는 심경에서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지팡이를 의인화하여 ‘지팡이여, 지팡이여’라고 애소하듯 읊고 있는 것이다.
주032)
이지생야심정직(爾之生也甚正直) : 이 시구는 앞의 시구의 애소하듯 호격으로 읊고 있는 것에 이어 보다 더 지팡이를 고상한 인격체로 제고하여 읊은 것이며, 이것은 한편 작자 두보 자신의 난감한 객지의 현실적 처지를 무언의 배경으로 하여, 그 심경을 호소하는 대상으로 삼기 위한 전제적 추정의 수사인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너는 애초부터 태생의 바탕이 아주 바르고 곧으니’라고 완전히 고상한 인격의 주체로 추어올려, 내가 너를 어떤 상황에도 굳건하게 믿고 의지할 만한 대상이라고 확신한다는 기대를 무언으로 담고 있는 것이다.
주033)
신물(愼勿) : 삼가하여 ~을 ~하게 하지 말라. 이것은 이 한자어로 시작하는 셋째 시구부터 끝의 여섯째 시구까지의 상황들이 이루어지지 말게 하라는 간절한 부탁이며, 그래서 이 시구들은 거의 간곡한 청탁의 산문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주034)
학변화위룡(學變化爲龍) : 변화를 배워서 용이 되다. 이것은 시구의 문외(文外) 주어(主語)인 지팡이가 물의 역동상을 보고, 신비한 변화의 재능을 배워서, 역시 신비한 존재인 용이 된다는 것인데, 이것은 물론 작자 두보가 지팡이를 용으로 비유하며, 보다 초현실적 신비의 존재로 설정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승천하는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여, ‘자신이 여행 중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되어, 끝내는 동정호의 군산 봉우리에 자취만 남기고 없어지게 될 수 있다.’는 절망으로 설정된 다음 시구들에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상관되도록 구상하고, 수사한 놀라운 수법을 보이는 것이다.
주035)
나미 : 낳음이. 태생이. 이 동사는 원 시구의 ‘생(生)’ 자를 언해한 것으로 원형은 아마도 ‘나다(낳다)’로 추정되며, 이 원형에 명사형 어미 ‘ㅁ’이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주격 조사 ‘이’가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주036)
믈 보곡 : 물 보고서. 여기의 ‘곡’은 어미로서, 현대어의 어미로서는 ‘고서’인 것이다.
주037)
네 더위자보 : 부축함을. 이것은 원 시구의 ‘이지부지(爾之扶持)’를 언해한 것으로 실제 시 전체의 의미망으로 상관시켜 풀어 읽으면 ‘보호하고 유지시켜 주다’가 된다.
주038)
군산(君山)ㅅ 웃 프른 뫼해 : 군산의 강 위 푸른 봉우리에. 이것은 원 시구의 문장 어순을 기계적으로 따라 풀어 언해한 것으로 이것은 ‘군산의 강(호수)’이라는 구와 ‘강(호수) 위의 푸른 봉우리에’라는 구가 하나로 이어져 있는 시구로 이것을 그대로 풀어 읽으면, ‘군산의 강, 그 강 위의 푸른 봉우리에’가 된다. 그런데 ‘군산’과 ‘ 우[湖上](동정호 위)’, 그리고 ‘프른뫼[靑峯]’를 실제의 상태로 놓고 보면, ‘군산’은 바로 ‘동정호 위’에 있고 ‘청봉(푸른 뫼)’은 바로 ‘군산’의 ‘청봉(푸른 봉우리)’인 것이다. 그래서 이 시구를 우리 선인들이 알기 쉽게 표현한다면, 마땅히 ‘湖上君山之靑峯’으로 했어야 하나, 중국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君山湖上之靑峯’도 이 문장과 같은 의미로 관용되고 있는 것이며, 다만 우리말에서는 명사어들만의 연속인 문구나 문장에서 앞의 명사를 뒤의 명사의 관형어로 파악 이해해온 언어적 관습 때문에 우리 선인들은 이 고어구처럼 언해를 한 것이며,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것은 잘못 된 언해인 것이다.
주039)
홍동(鴻洞) : 크게 하나가 된 상태. 끝없이 서로 이어지는 상태. 여기서는 ‘끝이 없이 이어지는 상태’인 ‘사뭇’이라는 말로 쓰인 것으로 추정되며, 따라서 이 부사어의 지배적 유도로 ‘일어난다’라는 동사는 문외로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주040)
시호(豺虎) : 승냥이와 범. 여기서는 실제의 이 동물들을 말하기보다는 이 동물들과 같이 무섭고 사나운 어떤 대상이나 상황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주041)
드트리 : 티끌이. 명사 ‘드틀(티끌)’에 주격 조사 ‘이’가 첨가되면서 ‘ㄹ’이 연음된 것이다.
주042)
고 : 가득하고. 이것은 같은 뜻의 말로 ‘다, 득다’ 등과 함께 쓰였다.
주043)
므니 : 무니. ㄹ변칙동사인 ‘믈다(물다)’에 연결형 어미 ‘느니’가 연결되면서, ‘ㄹ’이 탈락된 것이다.
주044)
믄듯 :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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