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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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루와 상치를 심으며[種萵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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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와 상치를 심으며[種萵苣]


種萵苣 주001)
종와거(種萵苣)
『찬주분류두시』 주에 대력(大曆; 代宗) 원년(766)에 큰 가뭄이 들어, 3월부터 비가 내리지 않다가 6월에 가서 처음 내려서, 마땅히 이 해 가을에 지었을 것이라고 하였다.

종와거
(부루와 상치를 심으며)

旣雨已 秋堂下理小畦 隔種一兩席許萵苣 向二旬矣 而苣不甲拆 獨野莧(패모. 자리공)靑靑 傷時君子 或晩得微祿 轗軻不進 因作此詩

이믜셔 비 오고 개어 집 아래 져고맛 받 이러믈 다리고 두 돗 너븨만 부루 주002)
부루
상추의 옛말.
菜 즈야 주003)
즈야
사이에 두어. 여기서는 ‘사이사이에 심다’로 쓰인 것이며, 이것은 중간본에서는 ‘즈음야’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심고니 두 열흐를 向호 苣 거프리 뎌나디 아니 고 올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65ㄴ

로 햇 비르미 퍼러나니 時옛 君子ㅣ 시혹 늘거 죠고맛 祿 어더도 轗軻야 나가디 몯호 슬허 이 그를 因야 짓노라

서문
이미 비가 오고 개거늘, 가을을 맞은 집 아래 조그만 밭 이랑을 정리하고, 한두 개 돗자리 정도 넓이에 부루와 상치를 사이 사이에 심고 보니, 두 열흘을 향해 가도 상치는 씨 꺼풀이 터져나지 않고, 홀로 야생 비름만 퍼렇게 나오니, 이 때에 군자가 혹시 늙어 조금의 녹을 얻어도, 불우한 채 세상에 나아가지 못함을 슬퍼하여서, 이 글을 인하여 짓노라!

陰陽一錯亂 주004)
음양일착난(陰陽一錯亂)
글자대로 풀이는 ‘음과 양이 한 번 어그러지다. 여기서는 이 우주 질서의 변화원리인 음과 양이 한 번 서로 어긋나서 혼란해지고 있다는 말로, 비와 바람, 기온 등이 너무 고르지 않은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驕蹇不復理 주005)
교건불부리(驕蹇不復理)
교만하고 제멋대로라, 다시 정리할 수 없다. 여기서는 계절의 기후변화가 극히 불순한 상황을 어떻게 다시 손쓸 수 없음을 한탄하고 있는 것이며, 이것은 소위 ‘생생지리(生生之理)’(생명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 만물을 살게 하는 이치)를 실현시키는 권능을 가진 하늘이 이 세상을 돌아보지 않는 듯 안타깝다는 작자 두보의 기막힌 심경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다음 시구로의 사설을 위한 전제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陰陽이 번 어그르처 亂니 외여 주006)
외여
이 고어는 원 시구의 ‘교건(驕蹇)’이라는 한자어를 언해한 것으로, 현대어로의 뜻은 ‘교만하고 제멋대로’라는 상태어인데, 고어사전에서는 이 ‘외여’에 대해서 바로 이 원 시구를 예로 인용하여 풀이하면서, ‘더디다’ 또는 ‘느리다’라는 뜻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 한자어의 뜻이 이 원 시구에서는 물론 어디에서도 ‘더디다’나 ‘느리다’로 쓰인 경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시 작품 전체의 의미망에서도 그런 뜻으로는 유기적인 조직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 다리디 몯리로다

【한자음】 음양일착난 교건불부리
【직역】 음양이 한 번 어그러져 혼란하니, 교만하고 제멋대로라, 다시 다스리지 못하겠구나!
【의역】 우주 음과 양의 질서가 한 번 어긋나서 혼란해지고 나니, 이 자연이 교만하고 제멋대로라, 인력으로는 다시 어떻게 다스려 해볼 수 없을 듯이,

枯旱於其中 炎方慘如燬

그 예 주007)
그 예
그 사이에. 여기서는 ‘음과 양의 착란으로 인해 기후가 아주 불순해서 비도 없이 가물고 덥기만 했던 그 동안’이라는 말로서, 여기의 ‘(사이)’는 공간적 의미가 아닌 시간적 의미로 쓰였다. 그리고 이 고어가 중간본에서는 ‘그이예’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라 니 주008)
니
가무니. 이것은 ㄹ변칙 형용사라, 어미 ‘니’가 연결되면서, ‘ㄹ’이 탈락한 것이다.
더운 히 므여워 주009)
므여워
무서워. 형용사 ‘므엽다(무섭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ㅂ’음이 순경음 ‘ㅸ’으로 바뀌고, 다시 원순모음인 ‘우’로 바뀌어 ‘어’와 통합 복모음화한 것이다. 그런데 이 형용사는 같은 뜻의 ‘므의엽다’와 ‘므다’ 등과 함께 쓰였다.
블븐 도다

【한자음】 고한어기중 염방참여훼
【직역】 그 사이에 마르고 가물어서, 더워진 땅
(지면)
이 무서울 정도로 불붙는 듯하구나!
【의역】 음과 양의 조화가 이렇게 한 번 어그려져 있는 동안에 날씨가 기막히게 건조해지고 가물어, 온통 더워진 땅
(지면)
이 불이 붙을 듯 참혹해져서,

植物半蹉跎 주010)
차타(蹉跎)
미끄러지고 넘어지다. 여기서는 심어 놓은 식물들 곧 채소나 곡류들이 가뭄과 더위 등의 악천후로 인해서, 생장을 못하고 거의 말라 죽어가는 최악의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嘉生 주011)
가생(嘉生)
아름다운 생명체. 이것을 언해 주에서 곡물이나 곡류를 지칭하는 ‘화가(禾稼)’를 말하는 것이라고 한 바대로, 앞에서 말한 채소나 곡류 등의 식물을 말하며, 이것들은 바로 사람과 동물 등을 살리는 기능을 하는 존재들이라서, ‘아름다운 생명체’라는 뜻의 ‘가생’이라고 한 것이다.
將已矣 주012)
장이의(將已矣)
장차 그만이로다. 이것은 기막힌 한탄의 감정을 실어 슬픈 가락으로 끝마치는 종결어이다.
【嘉生 指禾稼다】

生植 주013)
생식(生植)
살리려 심어진.
엿 萬物 주014)
만물(萬物)
수만 가지의 물체. 여기서는 특히 채소나 곡식류 등의 식용 식물들을 말한 것이다.
이 半만 어그르치 주015)
어그르치
어그러지게. 여기서는 식물들이 가뭄과 더위 등의 악천후로 인해서 생장을 못하고, 거의 말라 죽어가는 최악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외니 아다온 나 거시 주016)
아다온 나 거시
이 고어구는 바로 원시의 ‘가생(嘉生)’을 언해한 말로 앞에서 풀어 읽은 바대로, 바로 사람이나 동물 들을 살리는 기능을 하는 ‘채소나 곡류 등의 아름다운 생명체인 식물’을 말하는 것이다.
將次ㅅ 말리러라

【한자음】 식물반차타 가생장이의【‘아름답게 나온 것[嘉生]’은 곡물을 가리킨다.】
【직역】 살리려 심어진 식물이 반만큼이나 어그러뜨려지게 되니, 아름다운 생물들이 장차 그만이겠구나!
【의역】 살리려 심어진 식물들이 반쯤은 어긋나 버리게 되어서, 아름다운 생물인 곡식들이 장차 결실이 없이 그만 끝나겠더니,

雲雷欻奔命 주017)
훌분명(欻奔命)
이 한자어의 글자대로 풀이는 ‘문득 명령에 달려가다. 여기서는 바로 이 한자어휘의 주체인 구름과 우레가 하늘의 비 조종 귀신과 바람 조종 귀신의 명령을 받고 달려간다는 말이다.
師伯 주018)
사백(師伯)
이 한자어는 하늘에 있다는 ‘비 조종 귀신’이라는 ‘우사(雨師)’와 ‘바람 조종 귀신’이라는 ‘풍백(風伯)’을 통합하여 약칭한 말이다.
集所使

구룸과 울에 주019)
울에
우레. 천둥.
왜 믄드시 命令에 奔走니 雨師 風伯이 브룔 거슬 주020)
브룔 거슬
부릴 것을(부려먹을 것을). 동사 ‘브리다(부리다. 사역하다)’에 관형사형 어미 ‘올’이 연결되면서, ‘리’와 ‘올’이 통합 복모음화하여 ‘룔’이 되고, 여기에 다시 이 관형어구의 수식을 받는 의존명사 ‘것’이 연결된 것이며, 여기에 또 다시 목적격 조사 ‘을’이 첨가되면서 ‘ㅅ’이 연음된 것이다.
뫼횃도다 주021)
뫼횃도다
모아 있도다. 동사 ‘모호다(모으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아’가 연결되면서 ‘호’와 ‘아’가 통합 복모음화하여 ‘화’가 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를 나타내는 ‘잇도다’가 연결되면서 ‘화’와 ‘잇’이 다시 통합 복모음화하여 ‘횃’이 된 것이다.

【한자음】 운뢰훌분명 사백집소사
【직역】 구름과 우레가 문득 명령에 바쁘게 달려가니, ‘우사(雨師; 비 조종신)’와 ‘풍백(風伯; 바람 조종신)’이 부릴 것을 모았구나!
【의역】 구름과 우레가 문득 명령을 받았는지 바쁘게 막 움직이고 번쩍이며 울려대니, 비 조종 귀신과 바람 조종 귀신이 부려먹을 부하들을 다 모았는지,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66ㄱ

麾赤白日 澒洞 주022)
홍동(澒洞)
파도가 치솟는 모양. 사뭇 잇닿아 이어지는 모양. 그런데 언해에서는 이것을 ‘펴뎌(펴져서)’로 풀었으니, 아마도 밝던 햇빛이 구름에 덮이면서 붉은 빛으로 변하다가 이어지던 끝에 ‘청광기(靑光起)’라고 하여, 이내 푸른 구름으로 바뀌어 피어난다는 말이며, 이것은 아마도 비가 올 기미를 암시하는 말로 쓰여진 것이라 하겠다.
靑光起【澒洞 相連皃ㅣ라 上句 言師伯이 指麾所使니라】

指麾호매 白日이 블것니 펴뎌 주023)
펴뎌
퍼져서. 이것은 원 시구의 ‘홍동(澒洞)’을 언해한 말로서, 이 한자어의 원래 뜻은 앞에서 살펴본 바대로 ‘사뭇 잇닿아 이어지는 모양’을 시사하는 말임에도 여기서 ‘퍼져서’로 풀어 읽은 것은, 바로 ‘해가 구름에 덮여서 붉은 빛으로 있는 것이 이어지다가, 그 붉은 구름빛이 더 퍼져서’라는 실제적 상황을 상정하여 매우 융통성 있게 이해한 결과로 추정된다.
프른 구 비치 니럿도다

【한자음】 지휘적백일 홍동청광기【‘홍동(澒洞)’은 서로 잇닿은 모양이다. 윗 구는 ‘비 조종 귀신’과 ‘바람 조종 귀신’이 부릴 것을 지휘한다는 말이다.】
【직역】 지휘를 하자 밝은 해가 붉어졌으니, 퍼져서 푸른 구름의 빛이 일어났구나!
【의역】 ‘비 조종 귀신’과 ‘바람 조종 귀신’이 지휘를 하자, 하늘에 밝던 해가 붉은 빛으로 변해지더니, 그 붉은 빛이 사뭇 이어 퍼져서, 이내 푸른 구름으로 바뀌어 피어나면서,

雨聲先已風 주024)
우성선이풍(雨聲先已風)
이 시구는 다음 시구와의 의미망상 상호 유기성을 감안하여 풀어 읽어야 하고, 거기에 따라 번역,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이 시구를 ‘빗소리에 몬져 미 마니’로 언해하여, 바로 비가 오기 직전에 먼저 바람이 그쳤다는 말이다. 이 언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선이풍(先已風)’에 대한 이해와 풀이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 선인들은 ‘선’(先)을 ‘먼저’라는 시간 부사로, ‘이(已)’를 ‘말다’라는 동사로, ‘풍(風)’을 ‘바람이’라는 명사 주어로 이해하여 풀어 읽은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풀어 읽으면, 다음 시구에서 ‘빗발들이 다 서쪽으로 쏠려진다’라는 현상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 된다. 다시 말하면, 이 언해의 ‘미 마니(바람이 그치니)’를 놓고 보면 ‘바람이 먼저부터 그쳤는데, 왜 빗발들이 서쪽으로 쏠리느냐?’하는 문제를 제기할 경우에 대해서 답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선이풍’은 ‘선’을 ‘그 전부터’라는 시간부사로, ‘이’를 ‘벌써’라는 역시 시간부사로, ‘풍’을 ‘바람이 불고 있었다’라는 구체성의 동사로 풀어 합리적으로 이해하여 읽어야 한다.
散足 주025)
산족(散足)
흩어진 발. 여기서는 바로 쏟아지는 비의 ‘흩어진 발’이라는 말이라, 언해에서 풀이된 바대로 ‘빗발’이라는 말로 쓰인 것이다.
盡西靡

빗소리에 몬져 미 마니 흐른 주026)
흐른
흩은. 흩어진. 이 고어 동사의 원형은 ‘흐르다(흩다)’이다.
빗바리 다 西ㅅ녀그로 렛얏도다 주027)
렛얏도다
비스듬하구나. 쓰러질 듯하구나. 여기서는 ‘쏠려져 있구나!’라는 말로 쓰였다.

【한자음】 우성선이풍 산족진서미
【직역】 빗소리에 먼저 바람이 그만두니, 흩은 빗발이 다 서쪽으로 쏠려졌구나!
【의역】 빗소리가 나기 시작하면서는, 그 전부터 벌써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었기 때문에 그래서 흩어지는 빗발들이 다 서쪽으로 쏠려지고,

山泉 주028)
산천(山泉)
산골짜기나 산허리에서 솟아나 흐르는 샘물.
落滄江 霹靂 주029)
벽력(霹靂)
벼락.
猶在耳 주030)
유재이(猶在耳)
오히려 귀에 있다. 여기에서 ‘재(在)’ 자는 많은 시 작품에서 쓰여지는 경우에 그냥 사전적 지시 의미인 ‘있다’로 풀이되는 것이 아니라, 흔히 ‘~만 있다(남아 있다)’로 풀어 읽어야 할 때가 많다. 여기에서도 이와 같이 쓰인 것으로서 바로 ‘(벼락을 치던 천둥소리는) 오히려 귀에만 남아 있다’로 풀어 읽어야 한다. 왜냐 하면 다음 시구들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상황인 ‘다음 날의 아침에까지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이틀 밤을 지나서야 시원함이 끝났다’는 것의 전제로서 그 원인이었던 비와 함께 천둥 소리가 ‘실제로는 끝나고, 귀에만 여운으로 남아 있지만’이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뫼햇 미 滄江애 흘러디니 霹靂소리 오히려 귀예 잇도다

【한자음】 산천낙창강 벽력유재이
【직역】 산의 샘물이 푸른 강물 위에 흘러 떨어지니, 벼락 치는 소리는 오히려 귀에 남아 있도다.
【의역】 산에서 솟는 샘물이 흘러 푸른 강물 위로 떨어지고, 하늘에서 벼락 치던 천둥 소리는 오히려 귀에만 남아 있지만,

終朝 주031)
종조(終朝)
아침이 다 가도록. 아침이 다 끝나도록. 여기서는 ‘다음날 아침이 다 가도록’으로 풀어 읽어야 한다.
紆颯沓 주032)
우삽답(紆颯沓)
이 한자어에서 ‘우(紆)’ 자는 ‘감돌아 남아 있다’이며, ‘삽답(颯沓)’은 ‘온통’이라는 부사어이나, 여기서는 언외의 주어인 ‘천둥과 함께 내린 비 끝의 서늘함’이 생략되어 있는 것으로 읽어야 한다. 따라서 ‘서늘함이 온통 감돌아 남아 있다’로 풀어 읽어야 한다.
信宿 주033)
신숙(信宿)
이 한자어에서 ‘신(信)’ 자 하나의 의미도 ‘이틀 밤을 자다’이므로, 이 한자어의 뜻은 ‘이틀 밤을 자다’이다.
罷瀟洒 주034)
파소쇄(罷瀟洒)
이 한자어에서 ‘파(罷)’ 자는 ‘끝나다’이며, ‘소쇄(瀟洒)’는 ‘비바람이 치고 싹 씻어내다’이나, 이런 다음에 전개되는 물리적 상태인 ‘깨끗하고 시원한 기운’ 또는 이런 기운으로 인한 ‘깨끗하고 시원한 심기’를 말하며, 따라서 여기서는 ‘이 깨끗하고 시원한 기운이 끝나다’라는 말이다.

아미 도록 주035)
도록
다 가도록. 마치도록. 이 고어의 원형은 ‘다(끝나다. 마치다)’이다.
서늘호미 버므렛니 주036)
버므럿니
둘리었으니. 동사 ‘버믈다(둘리다. 얽히다)’에 시제접미사 ‘엇’과 부사형 연결어미 ‘니(으니)’가 연결되면서, ‘ㄹ’이 연음된 것이다.
이틄밤 자 주037)
자
자야. 동사 ‘자다[宿]’에 강세 보조사인 ‘’가 첨가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자아’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瀟洒 도다

【한자음】 종조우삽답 신숙파소쇄
【직역】 아침이 다 가도록 서늘함이 감돌아 있으니, 이틀 밤을 자고나서야 시원한 기운이 끝났도다.
【의역】 다음날 아침이 다 가도록 서늘함이 온통 감돌며 남아 있더니, 이렇게 이틀 밤을 자고나서야 시원한 기운이 끝나서,

堂下可以畦 주038)
가이휴(可以畦)
‘휴(畦)’ 자는 ‘밭두둑’이니, 이 글자 앞에 있는 ‘가이(可以)’라는 어구의 풀이인 ‘가히 써’와 상관시켜 읽으면 ‘가히 써 밭두둑’이라는 말이 된다. 여기서는 이 ‘가히 써’라는 부사가 ‘~을 ~하게 한다’이거나 또는 ‘~을 ~하다’라는 것으로 바뀌도록 유도함으로써 ‘밭두둑’이라는 명사를 동사로 전성하게(바뀌어지게) 하였다. 따라서 이 한자어는 ‘가히 밭 두둑을 일구어 만들 만하다’라고 풀어 읽어야 한다.
呼童對經始 주039)
경시(經始)
이 한자어를 이 언해에서는 ‘비루수 經營유라(비로소 경영하였다)’로 풀어 읽었는데, 이것은 원래 『맹자(孟子)』 〈양혜왕 상(梁惠王上)〉의 ‘경시영대(經始靈臺)’에서 나온 어휘로 주로 ‘토목 공사를 계획하여 시작하다’라는 말이며, 여기서는 바로 ‘밭을 일구기 시작하다’라는 말로 쓰였다.

집 아래 어루 받이럼 릴 아 블러 마조셔 주040)
마조셔
마주해서.
비루수 주041)
비루수
비로소.
經營유라 주042)
유라
시키었노라. 동사 ‘다(시키다)’에 감탄형 어미 ‘우라(어라! 노라!)’가 연결되면서 ‘’의 영향으로 ‘ㅣ’가 개입되어 ‘유라’가 된 것이다.

【한자음】 당하가이휴 호동대경시
【직역】 집 아래에 가히 밭이랑을 만들 만하기에, 아이를 불러 마주하여 비로소 일을 시작하게 하였다.
【의역】 집 아래쪽에 족히 밭두둑을 일구어 만들 만하기 때문에, 아이를 불러서 마주하여 비로소 일구는 일을 시작하게 하고,

苣兮蔬之常 隨事 주043)
수사(隨事)
일을 따르다. 여기서는 상추를 심는 일과 상관된 사항이라 ‘파종하는 일의 순서에 따라서’라는 말로 쓰였다.
其子 주044)
기자(其子)
그 씨. 여기서는 ‘상추의 씨’를 가리킨다.

萵苣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66ㄴ

샹녯 주045)
샹녯
보통의. 흔한.
菜蔬ㅣ니 이 조차 그 주046)
씨(종자). ‘볍씨’에서처럼 본래의 ‘ㅂ’이 다시 살아난 말도 있다.
 심고라

【한자음】 거혜소지상 수사예기자
【직역】 상추는 보통의 채소이니, 파종하는 일의 순서에 따라 그 씨들을 심고자 하노라.
【의역】 상추는 보통의 흔한 채소이나, 이것을 채소 파종하는 일의 순서에 따라서 그 씨를 심어야 하기에.

破塊數席間 주047)
수석간(數席間)
이 한자어를 언해에서 ‘두 돗 만 ’라고 풀이한 바대로 현대어로 풀어 읽으면, ‘두어 개 돗자리만한 공간의 지면’으로, 구체적으로 말하면 앞에서 말한 집 아래 밭두둑에서 두어 개 돗자리를 펴놓은 것만큼의 넓이인 공간을 말하며, 이것은 그리 넓지 않고 작다는 겸손의 의미도 곁들여진 말이다. 여기의 ‘두’와 ‘만’은 중간본에서 각각 ‘두어’와 ‘이만’으로 기록되어 ‘ㅿ’음이 탁락하여 있다.
荷鋤 주048)
하서(荷鋤)
호미를 메다. 이것은 농사를 지으며, 토목일을 하는 것을 대유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功易止

두 돗 만  무저글 주049)
무저글
흙무더길(흙무더기를).
리니 주050)
리니
깨뜨리니. 여기서는 ‘흙을 깨뜨리고 상추 씨를 심는 것’을 말한다.
호 머요매 주051)
머요매
메었음에도. 동사 ‘메다(메다)’에 명사형 연결어미 ‘옴’이 연결되면서, ‘메’에서의 반모음 ‘ㅣ’음이 ‘옴’과 통합 복모음화하여 ‘머욤’이 되고, 여기에 다시 처격조사 ‘애’가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功夫 주052)
공부(功夫)
이 한자어는 흔히 ‘공부(工夫)’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나, 여기서는 ‘일’이라는 뜻으로 쓰였으며, 구체적으로는 밭두둑의 흙무더기를 깨뜨리고 씨를 심는 일을 말한 것이다.
 수이 그치리로다

【한자음】 파괴수석간 하서공이지
【직역】 두어 개 돗자리 사이만한 곳의 흙무더기를 깨뜨리니, 호미를 멨지마는 하던 일을 쉽게 그만두겠도다.
【의역】 두어 개 돗자리만큼인 공간의 흙무더기를 깨뜨려야 하기에, 호미를 메기는 했지만, 흙을 깨뜨리고 상치 씨를 심던 일을 쉽게 그만두겠고,

兩旬不甲坼 주053)
불갑탁(不甲坼)
씨 껍질이 터지지 않는다. 여기서는 ‘이렇게 씨 껍질이 터지지 않아서 새싹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까지를 함축한 말로 쓰였다.
空惜埋泥滓 주054)
공석매니재(空惜埋泥滓)
이 시구에는 ‘매니재(진흙 속에 묻혀 있다)’라는 술어의 주어인 ‘와거자(상추의 씨)’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는 것으로서, 시구 자체 내에서는 이 주술어의 구가 다시 ‘공석(괜히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의 목적어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구에서 ‘공(괜히 ~할 뿐이다)’이라는 이 한자는 시상 변주의 기능을 아주 잘하고 있는 중요한 글자다.

두 열흐를 거푸리 주055)
거프리
꺼플이. 이것은 같은 뜻의 ‘거피’와 함께 쓰였다.
뎌나디 아니니 갓 긔 무텨슈믈 주056)
무텨슈믈
묻히었음을. 동사 ‘무티다(묻히다)’에 과거시제의 접미사 ‘엇’이 연결되면서 ‘티’와 ‘엇’이 통합 복모음화하여 ‘텻’이 되고, 여기에 다시 명사형 접미사 ‘움’이 연결되면서 ‘텻’의 ‘ㅣ’음 영향으로 또 하나의 ‘ㅣ’음이 개입되어 ‘슘’이 되었으며, 또 다시 목적격 조사 ‘을’이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슬노라

【한자음】 양순불갑탁 공석매니재
【직역】 두 열흘을 지나도 씨가 터져 나오지 않으니, 괜히 진흙에 묻혀 있음을 슬퍼하노라.
【의역】 두 열흘을 넘겼어도 씨가 터져 싹이 나오지 않으니, 괜히 씨만 진흙 속에 묻혀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울 뿐인데,

野莧 주057)
야현(野莧)
야생 비름풀. 야생 쇠비름. 개비름. 비름이란 ‘비린내 나는 풀’이란 의미에서 유래하는 아주 오래된 우리말 식물이다.
迷汝來 宗生 주058)
종생(宗生)
‘총생(叢生)’이라는 말과 같은 것으로서, ‘무더기를 이루어 살아가다’라는 말이며, 이것은 이 야생 비름이라는 풀이 실제로 많은 포기를 이루어 살고 있기 때문에 한 말이다.
實於此

햇 비르 주059)
햇 비르
야생 비름은.
네 온 모리로소니 모다 나미 주060)
모다 나미
무더기를 이루어 태어남이. 여기서는 ‘무더기를 이루어 살아감이’이다. 이것은 위에서 본 바대로 ‘종생(宗生)’을 언해한 말인데, 우리 선인들이 이것을 ‘총생(叢生)’과 같은 말로 보고 언해한 것이나, 이것은 분명 ‘포기를 이루어 살아감이’라는 말이다.
實로 이ᇰ어기로다 주061)
이ᇰ어기로다
여기로다. 여기였구나. 이곳이다.

【한자음】 야현미여래 종생실어차
【직역】 들판의 비름은 네가 온 곳을 모르겠더니, 무더기를 이루어 사는 것이 실로 여기였구나!
【의역】 들판의 야생 비름 네가 대체 살아온 곳이 어디인지를 몰랐었더니, 무더기를 이루어 살고 있는 곳이 바로 여기였구나!

此輩豈無秋 亦蒙寒露委【此輩 指野莧다】

이 무른 엇뎨 히 주062)
히
가을이. 이 ‘(가을)’은 ‘ㅎ’말음 명사라서 ‘히’가 된 것이며, 이것이 중간본에서 ‘히’로 바뀌어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업스리오   이스를 니버 주063)
니버
입어. 여기서는 ‘(찬 이슬을) 맞아’로 쓰인 것이다.
리이리라 주064)
리이리라
버려지리라. 동사 ‘리다(버리다. 폐기하다)’에 피동접미사인 ‘이’가 첨가되고, 여기에 다시 미래시제 종결어미 ‘리라’가 연결된 것이다.

【한자음】 차배기무추 역몽한로위【이것들이란 야생 비름을 가리키는 것이다.】
【직역】 이 무리들은 어찌 가을이 없겠는가? 또한 찬 이슬을 맞고 시들어 버려질 것이다.
【의역】 들판의 야생 비름들에게도 어찌 가을이 없겠는가? 뿐만 아니라 또한 가을이 오면 찬 이슬을 맞고, 시들어지기기도 할 터인데,

翻然出地速 滋蔓戶庭毁

도로혀 해서 나미 니 너추러 주065)
너추러
넌출져서. 덩굴이 늘어져서. 동사 ‘너출다(넌출지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ㄹ’이 연음된 것이다.
門과 왜 야디놋다 주066)
야디놋다
해어지는구나. 허물어지는구나.

【한자음】 번연출지속 자만호정훼
【직역】 도로 땅 속에서 솟아나옴이 빠르니, 덩굴이 자라 문과 뜨락이 훼손되는구나!
【의역】 가을 겨울을 지나며 살아졌나 싶던 야생 비름이 땅 속에서 빠르게도 솟아나서, 그 포기와 덩굴이 마구 자라 문과 뜨락 할 것 없이 훼손되니,

因知邪干正 주067)
인지사간정(因知邪干正)
‘인지(因知)’는 야생 비름이 마구 자라서, 싱추를 못 자라고 못 살게 하는 것을 보고서 이것을 미루어서, ‘사간정(邪干正)’(인간 세상에서는 간사한 무리들이 바른 사람을 음해하여 빛을 못 보고, 죽게 하는 상황)을 안다는 말이다.
掩抑 주068)
엄억(掩抑)
가려 덮고 억압 중지하다. 여기서는 간사한 무리들이 바른 사람을 가려서 덮고 억압한다는 말이다.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67ㄱ

至沒齒 주069)
지몰치(至沒齒)
여기서 ‘몰치’는 ‘종신(終身)’(죽다)과 같은 말이라, 이 한자어의 뜻은 ‘죽음에 이르다’라는 말로, 바로 ‘죽는다’라는 것이다.
【此 因苣의 爲莧所侵로 知君子ㅣ 爲小人의 所掩抑야 至死而不得進也ㅣ라】

奸邪 사미 正 사 干犯 주070)
간범(干犯)
간섭하며 덤빈다.
면 리외여 주071)
리외여
가림을 당하여. 동사 ‘리오다(가리우다)’에 피동접미사인 ‘이’가 첨가되면서 ‘리외’가 되고, 여기에 다시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외’의 ‘ㅣ’ 영향으로 또 하나의 반모음 ‘ㅣ’가 개입되어 ‘여’가 된 것이다.
주구메 니르러 가 因야 아노라

【한자음】 인지사간정 엄억지몰치【이것은 상추에 비름이 덤벼들므로 인해서, ‘군자(君子)’가 ‘소인(小人)’의 방해로 인해서 죽는 지경에 이르러도 나아갈 수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직역】 간사한 사람이 바른 사람을 간섭하며 덤벼들면, 가려진 채 죽음에 이르게 됨을 인하여 아노라.
【의역】 이 야생 비름이 마구 자라나서 상추를 방해하는 것을 보니, 이것을 견주어서 간사한 무리들이 바른 사람에게 간섭하며 덤벼들어, 이 바른 사람을 가로막아, 이 사람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가려진 채 끝내는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을 알겠거니와,

賢良 주072)
현량(賢良)
현명하고 선량하다. 여기서는 ‘현명하고 선량한 사람’이라는 말로, 앞에서 말한 바 ‘사(邪)’(간사한 무리)에 대립시켜 언급한 ‘정(正)’(바른 사람)과 일치된 존재로 지칭된 것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이런 사람들을 선발하기 위한 과거제도로서 ‘현량과(賢良科)’도 있었다.
得祿 주073)
득록(得祿)
녹(월급)을 얻게 됐다. 이것은 이 녹을 받을 수 있는 벼슬을 얻었다는 말을 바꾸어 한 말이다.
守道不封己 주074)
불봉기(不封己)
‘봉(封)’ 자의 의미는 ‘북돋우다’, 또는 ‘후하게 하다’이다. 따라서 이 한자어의 뜻은 ‘자기 몸을 스스로 후하게 돌보거나 잘 챙기거나 하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賢良 비록 祿 어더도 道義 守야 모 둗거이 주075)
둗거이
후하게. 원형은 ‘둗겁다(두껍다)’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자기 자신을) 후하게 챙긴다’는 말로 쓰였다.
아니니라

【한자음】 현량수득록 수도불봉기
【직역】 현명하고 착한 사람은 비록 벼슬하여도, 도리와 의리를 지켜서 자신을 후하게 하려 하지 않는다.
【의역】 현명하고 선량한 사람은 비록 벼슬하여 녹
(월급)
을 받아도, 도리와 의리를 지킬 뿐 자기 자신을 잘살 수 있게 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아서,

擁塞 주076)
옹색(擁塞)
꽉 끼고 막히다. 집이나 방 따위의 자리가 비좁고 답답하다. 여기서는 이 동사어의 주어가 바로 다음 구에 나오는 ‘형기(荊杞)’(가시나무와 구기자나무 같은 잡목)이다. 이 나무들은 이미 앞의 시구에 나온 ‘사(邪)’(간사한 무리)와 일치하는 존재들로서, 이런 존재들이 역시 앞의 시구에 나온 ‘정(正)’(바른 사람)과 일치하는 존재들인 ‘지란(芝蘭)’(지초와 난초)을 자라지 못하도록 ‘꽉 끼고 막는다’는 말이다. 이것은 작자 두보와 같은 유가적 시인들이 항상 시대의 혼란한 상황을 파악하고 평가할 경우 그 상황의 주체들을 ‘군자(君子)’와 ‘소인(小人)’, ‘현신(賢臣)’과 ‘간신(奸臣)’, ‘정(正; 바른 사람)’과 ‘사(邪; 간사한 무리)’ 등의 대립으로 파악하고, 평가해 온 실례를 보이는 것이다.
芝蘭 주077)
지란(芝蘭)
지초(芝草)와 난초(蘭草). 동양에서 예부터 향기롭고 고상한 초본과 식물이라, 순결하고 숭고한 인격체의 상징으로 대유되어 쓰여 왔다.
衆多盛荊杞 주078)
형기(荊杞)
가시나무와 구기자나무. 이것은 다른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며, 영악스럽게 잘 자라서 흔히 흉폭한 간신배나 무뢰한으로 비유되어 쓰였다.
【此 言非特苣ㅣ 爲莧所掩이라 芝蘭이 亦爲荊杞所敗니라】

리며 주079)
리며
이 고어는 고어사전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어휘로서, 이 고어와 상응한 한자인 ‘옹(擁)’의 뜻을 봐서, ‘꽉 끼며’라는 내용의 말일 것으로 판단된다.
리와 芝蘭 야리니 주080)
야리니
손상시켰으니. 헐어버렸으니.
한 가남기 주081)
한 가남기
많은 가시나무가.
盛도다

【한자음】 옹색패지란 중다성형기【이것은, 유독 상추만이 비름에 의하여 방해를 받는 것이 아니라, 지초와 난초도 가시나무와 구기자나무 같은 천한 잡목들에 의하여 망쳐지게 된다는 것이다.】
【직역】 꽉 끼고 가려서 지초와 난초를 훼손해 버리니, 많은 가시나무가 무성하구나!
【의역】 꽉 끼고 막아서 지초와 난초를 훼손해 버리면서, 많은 가시나무만 무성할 뿐이니,

中園 주082)
중원(中園)
‘원중(園中)’과 같은 말로, ‘울안 가운데’ 또는 ‘채마밭 가운데’라는 말이다.
陷蕭艾 老圃 주083)
노포(老圃)
기술이 노련한 정원사를 말하는데, 이 한자어를 우리 선인들은 ‘늘근 원두리’로 언해하였다. 그런데 이것을 우리의 ‘원두(園頭)’와 같은 것으로 여겨, 이렇게 언해한 것은 아무래도 착오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노포(늙은 원두한이)’는 아마도 작자 두보가 자신을 대입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원두(園頭) : 원래 불교 선종에서 채마밭을 관리하는 스님을 부르던 말로, 아마도 여기에 근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바대로 우리 나라에서 참외, 수박 따위를 지키는 사람을 지칭했으며, 그래서 이 사람이 지키는 일을 보던 공간을 ‘원두막(園頭幕)’이라 하였다.
永爲恥【言苣ㅣ 陷於蕭艾니 老圃ㅣ 以未治로 爲恥也ㅣ라】

위 가온  서리예 빠뎻니 늘근 원두리 주084)
원두리
원두한이. 원두막에서 참외나 수박을 지키는 사람. 노포(老圃). 원노(園奴).
기리 붓그려 노라

【한자음】 중원함소애 노포영위치【말하자면 상추가 쑥대들에 묻혀버렸으니, 늙은 채마밭 주인이 이 쓱대들을 정리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한다는 것이다.】
【직역】 울안 가운데 쑥대들 속에 빠진 듯 묻혀벼렸으니, 늙어 원두막 주인 노릇할 사람이 영원히 부끄럽게 되었노라.
【의역】 상추가 울안 가운데에서 쑥대들 포기 속에 빠진 듯 묻혀버렸으니, 늙어서 원두막 주인 노릇을 하려던 사람은 이 쑥대들을 정리해버리지 못해 영원히 부끄러워 하게 되었지만,

登于白玉盤 주085)
백옥반(白玉盤)
흰 옥쟁반. 지극히 깨끗하고 귀한 용기라서, 지극히 고귀하신 임금님의 신분에 상응하여 사용되는 것이며, 그래서 또 임금님의 사랑을 받을 만큼 신선한 채소이기 때문에 상추는 이 흰 옥쟁반에 담아, 올려져서 바쳐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흰 옥쟁반은 임금님의 사랑을 받을 만큼 신선한 채소인 상추를 바치기 위해서, 이 시의 소재로 선택된 것이며, 이 배경에는 비름 같은 천한 채소는 감히 흰 옥쟁반에 올려질 생각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말없이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67ㄴ

藉以如霞綺 주086)
자이여하기(藉以如霞綺)
‘자(藉)’ 자를 사전적으로는 지시되어 있지 않은 의미인 ‘다(포장하다. 싸다)’로 융통성 있게 언해하여 의미망에 맞도록 한 것은, 아주 놀라운 풀이라고 할 수 있으며, ‘여하기(如霞綺)’는 목적어 ‘상추’를 진귀하게 하기 위한 장치로서 인용된 것으로, 여기의 ‘여하’라는 관형사적 수식어는 그 싸이는 상추가 아른아른 보일 만큼의 반투명의 비단임을 시사하는 표현의 수식어로서 아주 실감나는 표현이다.
莧也 주087)
현야(莧也)
비름이야. 여기서는 ‘야(也)’ 자가 비름을 아주 천하고 흔한 풀임을 비하하는 호칭의 기능을 하는 조사이다.
無所施 胡顔 주088)
호안(胡顔)
이 한자어를 우리 선인들은 ‘어느 ’으로 풀어서 언해하였으나,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이 ‘야생 비름’을 천격의 대상으로 비하하여 표현한 것이라, 현대어로는 ‘무슨 체면’으로 풀어 읽어야 한다.
入筐篚【言萵苣ㅣ 生長야 登玉盤藉綺巾而進于君王則野莧이 無所用이니 安得入筐篚也ㅣ리오 以比君子ㅣ 進用則小人이 必退也ㅣ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白玉盤에 올이고 주089)
올이고
올리고(바치고). 여기의 ‘이’는 당시에는 사동접미사로 쓰인 것이며 현대어로는 ‘리’와 같다.
雲霞  기로 면 주090)
면
싸면(포장하면).
비르믄  업거니 어느 로 筐篚에 들리오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등우백옥반 자이여하기 현야무소시 호안입광비【말하자면 상추가 자라나서 옥쟁반에 올라서 비단수건에 싸여져 임금님께 바쳐지게 되면, 개비름 따위는 소용이 없을 것이니, 어찌 바치는 광주리에 담겨질 수가 있겠는가? 이것으로써 군자가 진출하여 등용되면 소인들은 반드시 퇴출되는 것을 비긴 것이다.】
【직역】 흰 옥쟁반에 올라서, 구름과 안개 같은 비단에 싸여져 바쳐지면, 비름은 쓸 데가 없을 것이니, 무슨 얼굴로 광주리에 들겠는가?
【의역】 상추가 흰 옥쟁반에 올려져서, 구름과 안개 같이 아름다운 비단으로 잘 싸여서 임금님께 바쳐지면, 야생 쇠비름 따위는 쓸 데가 없을 것이니, 쇠비름 제가 무슨 얼굴로
(=체면으로)
임금님께 바치는 광주리에 들어갈 수가 있겠는가?
Ⓒ 역자 | 송준호 / 2015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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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종와거(種萵苣) : 『찬주분류두시』 주에 대력(大曆; 代宗) 원년(766)에 큰 가뭄이 들어, 3월부터 비가 내리지 않다가 6월에 가서 처음 내려서, 마땅히 이 해 가을에 지었을 것이라고 하였다.
주002)
부루 : 상추의 옛말.
주003)
즈야 : 사이에 두어. 여기서는 ‘사이사이에 심다’로 쓰인 것이며, 이것은 중간본에서는 ‘즈음야’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주004)
음양일착난(陰陽一錯亂) : 글자대로 풀이는 ‘음과 양이 한 번 어그러지다. 여기서는 이 우주 질서의 변화원리인 음과 양이 한 번 서로 어긋나서 혼란해지고 있다는 말로, 비와 바람, 기온 등이 너무 고르지 않은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주005)
교건불부리(驕蹇不復理) : 교만하고 제멋대로라, 다시 정리할 수 없다. 여기서는 계절의 기후변화가 극히 불순한 상황을 어떻게 다시 손쓸 수 없음을 한탄하고 있는 것이며, 이것은 소위 ‘생생지리(生生之理)’(생명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 만물을 살게 하는 이치)를 실현시키는 권능을 가진 하늘이 이 세상을 돌아보지 않는 듯 안타깝다는 작자 두보의 기막힌 심경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다음 시구로의 사설을 위한 전제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주006)
외여 : 이 고어는 원 시구의 ‘교건(驕蹇)’이라는 한자어를 언해한 것으로, 현대어로의 뜻은 ‘교만하고 제멋대로’라는 상태어인데, 고어사전에서는 이 ‘외여’에 대해서 바로 이 원 시구를 예로 인용하여 풀이하면서, ‘더디다’ 또는 ‘느리다’라는 뜻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 한자어의 뜻이 이 원 시구에서는 물론 어디에서도 ‘더디다’나 ‘느리다’로 쓰인 경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시 작품 전체의 의미망에서도 그런 뜻으로는 유기적인 조직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주007)
그 예 : 그 사이에. 여기서는 ‘음과 양의 착란으로 인해 기후가 아주 불순해서 비도 없이 가물고 덥기만 했던 그 동안’이라는 말로서, 여기의 ‘(사이)’는 공간적 의미가 아닌 시간적 의미로 쓰였다. 그리고 이 고어가 중간본에서는 ‘그이예’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주008)
니 : 가무니. 이것은 ㄹ변칙 형용사라, 어미 ‘니’가 연결되면서, ‘ㄹ’이 탈락한 것이다.
주009)
므여워 : 무서워. 형용사 ‘므엽다(무섭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ㅂ’음이 순경음 ‘ㅸ’으로 바뀌고, 다시 원순모음인 ‘우’로 바뀌어 ‘어’와 통합 복모음화한 것이다. 그런데 이 형용사는 같은 뜻의 ‘므의엽다’와 ‘므다’ 등과 함께 쓰였다.
주010)
차타(蹉跎) : 미끄러지고 넘어지다. 여기서는 심어 놓은 식물들 곧 채소나 곡류들이 가뭄과 더위 등의 악천후로 인해서, 생장을 못하고 거의 말라 죽어가는 최악의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주011)
가생(嘉生) : 아름다운 생명체. 이것을 언해 주에서 곡물이나 곡류를 지칭하는 ‘화가(禾稼)’를 말하는 것이라고 한 바대로, 앞에서 말한 채소나 곡류 등의 식물을 말하며, 이것들은 바로 사람과 동물 등을 살리는 기능을 하는 존재들이라서, ‘아름다운 생명체’라는 뜻의 ‘가생’이라고 한 것이다.
주012)
장이의(將已矣) : 장차 그만이로다. 이것은 기막힌 한탄의 감정을 실어 슬픈 가락으로 끝마치는 종결어이다.
주013)
생식(生植) : 살리려 심어진.
주014)
만물(萬物) : 수만 가지의 물체. 여기서는 특히 채소나 곡식류 등의 식용 식물들을 말한 것이다.
주015)
어그르치 : 어그러지게. 여기서는 식물들이 가뭄과 더위 등의 악천후로 인해서 생장을 못하고, 거의 말라 죽어가는 최악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주016)
아다온 나 거시 : 이 고어구는 바로 원시의 ‘가생(嘉生)’을 언해한 말로 앞에서 풀어 읽은 바대로, 바로 사람이나 동물 들을 살리는 기능을 하는 ‘채소나 곡류 등의 아름다운 생명체인 식물’을 말하는 것이다.
주017)
훌분명(欻奔命) : 이 한자어의 글자대로 풀이는 ‘문득 명령에 달려가다. 여기서는 바로 이 한자어휘의 주체인 구름과 우레가 하늘의 비 조종 귀신과 바람 조종 귀신의 명령을 받고 달려간다는 말이다.
주018)
사백(師伯) : 이 한자어는 하늘에 있다는 ‘비 조종 귀신’이라는 ‘우사(雨師)’와 ‘바람 조종 귀신’이라는 ‘풍백(風伯)’을 통합하여 약칭한 말이다.
주019)
울에 : 우레. 천둥.
주020)
브룔 거슬 : 부릴 것을(부려먹을 것을). 동사 ‘브리다(부리다. 사역하다)’에 관형사형 어미 ‘올’이 연결되면서, ‘리’와 ‘올’이 통합 복모음화하여 ‘룔’이 되고, 여기에 다시 이 관형어구의 수식을 받는 의존명사 ‘것’이 연결된 것이며, 여기에 또 다시 목적격 조사 ‘을’이 첨가되면서 ‘ㅅ’이 연음된 것이다.
주021)
뫼횃도다 : 모아 있도다. 동사 ‘모호다(모으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아’가 연결되면서 ‘호’와 ‘아’가 통합 복모음화하여 ‘화’가 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를 나타내는 ‘잇도다’가 연결되면서 ‘화’와 ‘잇’이 다시 통합 복모음화하여 ‘횃’이 된 것이다.
주022)
홍동(澒洞) : 파도가 치솟는 모양. 사뭇 잇닿아 이어지는 모양. 그런데 언해에서는 이것을 ‘펴뎌(펴져서)’로 풀었으니, 아마도 밝던 햇빛이 구름에 덮이면서 붉은 빛으로 변하다가 이어지던 끝에 ‘청광기(靑光起)’라고 하여, 이내 푸른 구름으로 바뀌어 피어난다는 말이며, 이것은 아마도 비가 올 기미를 암시하는 말로 쓰여진 것이라 하겠다.
주023)
펴뎌 : 퍼져서. 이것은 원 시구의 ‘홍동(澒洞)’을 언해한 말로서, 이 한자어의 원래 뜻은 앞에서 살펴본 바대로 ‘사뭇 잇닿아 이어지는 모양’을 시사하는 말임에도 여기서 ‘퍼져서’로 풀어 읽은 것은, 바로 ‘해가 구름에 덮여서 붉은 빛으로 있는 것이 이어지다가, 그 붉은 구름빛이 더 퍼져서’라는 실제적 상황을 상정하여 매우 융통성 있게 이해한 결과로 추정된다.
주024)
우성선이풍(雨聲先已風) : 이 시구는 다음 시구와의 의미망상 상호 유기성을 감안하여 풀어 읽어야 하고, 거기에 따라 번역,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이 시구를 ‘빗소리에 몬져 미 마니’로 언해하여, 바로 비가 오기 직전에 먼저 바람이 그쳤다는 말이다. 이 언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선이풍(先已風)’에 대한 이해와 풀이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 선인들은 ‘선’(先)을 ‘먼저’라는 시간 부사로, ‘이(已)’를 ‘말다’라는 동사로, ‘풍(風)’을 ‘바람이’라는 명사 주어로 이해하여 풀어 읽은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풀어 읽으면, 다음 시구에서 ‘빗발들이 다 서쪽으로 쏠려진다’라는 현상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 된다. 다시 말하면, 이 언해의 ‘미 마니(바람이 그치니)’를 놓고 보면 ‘바람이 먼저부터 그쳤는데, 왜 빗발들이 서쪽으로 쏠리느냐?’하는 문제를 제기할 경우에 대해서 답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선이풍’은 ‘선’을 ‘그 전부터’라는 시간부사로, ‘이’를 ‘벌써’라는 역시 시간부사로, ‘풍’을 ‘바람이 불고 있었다’라는 구체성의 동사로 풀어 합리적으로 이해하여 읽어야 한다.
주025)
산족(散足) : 흩어진 발. 여기서는 바로 쏟아지는 비의 ‘흩어진 발’이라는 말이라, 언해에서 풀이된 바대로 ‘빗발’이라는 말로 쓰인 것이다.
주026)
흐른 : 흩은. 흩어진. 이 고어 동사의 원형은 ‘흐르다(흩다)’이다.
주027)
렛얏도다 : 비스듬하구나. 쓰러질 듯하구나. 여기서는 ‘쏠려져 있구나!’라는 말로 쓰였다.
주028)
산천(山泉) : 산골짜기나 산허리에서 솟아나 흐르는 샘물.
주029)
벽력(霹靂) : 벼락.
주030)
유재이(猶在耳) : 오히려 귀에 있다. 여기에서 ‘재(在)’ 자는 많은 시 작품에서 쓰여지는 경우에 그냥 사전적 지시 의미인 ‘있다’로 풀이되는 것이 아니라, 흔히 ‘~만 있다(남아 있다)’로 풀어 읽어야 할 때가 많다. 여기에서도 이와 같이 쓰인 것으로서 바로 ‘(벼락을 치던 천둥소리는) 오히려 귀에만 남아 있다’로 풀어 읽어야 한다. 왜냐 하면 다음 시구들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상황인 ‘다음 날의 아침에까지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이틀 밤을 지나서야 시원함이 끝났다’는 것의 전제로서 그 원인이었던 비와 함께 천둥 소리가 ‘실제로는 끝나고, 귀에만 여운으로 남아 있지만’이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주031)
종조(終朝) : 아침이 다 가도록. 아침이 다 끝나도록. 여기서는 ‘다음날 아침이 다 가도록’으로 풀어 읽어야 한다.
주032)
우삽답(紆颯沓) : 이 한자어에서 ‘우(紆)’ 자는 ‘감돌아 남아 있다’이며, ‘삽답(颯沓)’은 ‘온통’이라는 부사어이나, 여기서는 언외의 주어인 ‘천둥과 함께 내린 비 끝의 서늘함’이 생략되어 있는 것으로 읽어야 한다. 따라서 ‘서늘함이 온통 감돌아 남아 있다’로 풀어 읽어야 한다.
주033)
신숙(信宿) : 이 한자어에서 ‘신(信)’ 자 하나의 의미도 ‘이틀 밤을 자다’이므로, 이 한자어의 뜻은 ‘이틀 밤을 자다’이다.
주034)
파소쇄(罷瀟洒) : 이 한자어에서 ‘파(罷)’ 자는 ‘끝나다’이며, ‘소쇄(瀟洒)’는 ‘비바람이 치고 싹 씻어내다’이나, 이런 다음에 전개되는 물리적 상태인 ‘깨끗하고 시원한 기운’ 또는 이런 기운으로 인한 ‘깨끗하고 시원한 심기’를 말하며, 따라서 여기서는 ‘이 깨끗하고 시원한 기운이 끝나다’라는 말이다.
주035)
도록 : 다 가도록. 마치도록. 이 고어의 원형은 ‘다(끝나다. 마치다)’이다.
주036)
버므럿니 : 둘리었으니. 동사 ‘버믈다(둘리다. 얽히다)’에 시제접미사 ‘엇’과 부사형 연결어미 ‘니(으니)’가 연결되면서, ‘ㄹ’이 연음된 것이다.
주037)
자 : 자야. 동사 ‘자다[宿]’에 강세 보조사인 ‘’가 첨가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자아’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주038)
가이휴(可以畦) : ‘휴(畦)’ 자는 ‘밭두둑’이니, 이 글자 앞에 있는 ‘가이(可以)’라는 어구의 풀이인 ‘가히 써’와 상관시켜 읽으면 ‘가히 써 밭두둑’이라는 말이 된다. 여기서는 이 ‘가히 써’라는 부사가 ‘~을 ~하게 한다’이거나 또는 ‘~을 ~하다’라는 것으로 바뀌도록 유도함으로써 ‘밭두둑’이라는 명사를 동사로 전성하게(바뀌어지게) 하였다. 따라서 이 한자어는 ‘가히 밭 두둑을 일구어 만들 만하다’라고 풀어 읽어야 한다.
주039)
경시(經始) : 이 한자어를 이 언해에서는 ‘비루수 經營유라(비로소 경영하였다)’로 풀어 읽었는데, 이것은 원래 『맹자(孟子)』 〈양혜왕 상(梁惠王上)〉의 ‘경시영대(經始靈臺)’에서 나온 어휘로 주로 ‘토목 공사를 계획하여 시작하다’라는 말이며, 여기서는 바로 ‘밭을 일구기 시작하다’라는 말로 쓰였다.
주040)
마조셔 : 마주해서.
주041)
비루수 : 비로소.
주042)
유라 : 시키었노라. 동사 ‘다(시키다)’에 감탄형 어미 ‘우라(어라! 노라!)’가 연결되면서 ‘’의 영향으로 ‘ㅣ’가 개입되어 ‘유라’가 된 것이다.
주043)
수사(隨事) : 일을 따르다. 여기서는 상추를 심는 일과 상관된 사항이라 ‘파종하는 일의 순서에 따라서’라는 말로 쓰였다.
주044)
기자(其子) : 그 씨. 여기서는 ‘상추의 씨’를 가리킨다.
주045)
샹녯 : 보통의. 흔한.
주046)
 : 씨(종자). ‘볍씨’에서처럼 본래의 ‘ㅂ’이 다시 살아난 말도 있다.
주047)
수석간(數席間) : 이 한자어를 언해에서 ‘두 돗 만 ’라고 풀이한 바대로 현대어로 풀어 읽으면, ‘두어 개 돗자리만한 공간의 지면’으로, 구체적으로 말하면 앞에서 말한 집 아래 밭두둑에서 두어 개 돗자리를 펴놓은 것만큼의 넓이인 공간을 말하며, 이것은 그리 넓지 않고 작다는 겸손의 의미도 곁들여진 말이다. 여기의 ‘두’와 ‘만’은 중간본에서 각각 ‘두어’와 ‘이만’으로 기록되어 ‘ㅿ’음이 탁락하여 있다.
주048)
하서(荷鋤) : 호미를 메다. 이것은 농사를 지으며, 토목일을 하는 것을 대유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주049)
무저글 : 흙무더길(흙무더기를).
주050)
리니 : 깨뜨리니. 여기서는 ‘흙을 깨뜨리고 상추 씨를 심는 것’을 말한다.
주051)
머요매 : 메었음에도. 동사 ‘메다(메다)’에 명사형 연결어미 ‘옴’이 연결되면서, ‘메’에서의 반모음 ‘ㅣ’음이 ‘옴’과 통합 복모음화하여 ‘머욤’이 되고, 여기에 다시 처격조사 ‘애’가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주052)
공부(功夫) : 이 한자어는 흔히 ‘공부(工夫)’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나, 여기서는 ‘일’이라는 뜻으로 쓰였으며, 구체적으로는 밭두둑의 흙무더기를 깨뜨리고 씨를 심는 일을 말한 것이다.
주053)
불갑탁(不甲坼) : 씨 껍질이 터지지 않는다. 여기서는 ‘이렇게 씨 껍질이 터지지 않아서 새싹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까지를 함축한 말로 쓰였다.
주054)
공석매니재(空惜埋泥滓) : 이 시구에는 ‘매니재(진흙 속에 묻혀 있다)’라는 술어의 주어인 ‘와거자(상추의 씨)’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는 것으로서, 시구 자체 내에서는 이 주술어의 구가 다시 ‘공석(괜히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의 목적어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구에서 ‘공(괜히 ~할 뿐이다)’이라는 이 한자는 시상 변주의 기능을 아주 잘하고 있는 중요한 글자다.
주055)
거프리 : 꺼플이. 이것은 같은 뜻의 ‘거피’와 함께 쓰였다.
주056)
무텨슈믈 : 묻히었음을. 동사 ‘무티다(묻히다)’에 과거시제의 접미사 ‘엇’이 연결되면서 ‘티’와 ‘엇’이 통합 복모음화하여 ‘텻’이 되고, 여기에 다시 명사형 접미사 ‘움’이 연결되면서 ‘텻’의 ‘ㅣ’음 영향으로 또 하나의 ‘ㅣ’음이 개입되어 ‘슘’이 되었으며, 또 다시 목적격 조사 ‘을’이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주057)
야현(野莧) : 야생 비름풀. 야생 쇠비름. 개비름. 비름이란 ‘비린내 나는 풀’이란 의미에서 유래하는 아주 오래된 우리말 식물이다.
주058)
종생(宗生) : ‘총생(叢生)’이라는 말과 같은 것으로서, ‘무더기를 이루어 살아가다’라는 말이며, 이것은 이 야생 비름이라는 풀이 실제로 많은 포기를 이루어 살고 있기 때문에 한 말이다.
주059)
햇 비르 : 야생 비름은.
주060)
모다 나미 : 무더기를 이루어 태어남이. 여기서는 ‘무더기를 이루어 살아감이’이다. 이것은 위에서 본 바대로 ‘종생(宗生)’을 언해한 말인데, 우리 선인들이 이것을 ‘총생(叢生)’과 같은 말로 보고 언해한 것이나, 이것은 분명 ‘포기를 이루어 살아감이’라는 말이다.
주061)
이ᇰ어기로다 : 여기로다. 여기였구나. 이곳이다.
주062)
히 : 가을이. 이 ‘(가을)’은 ‘ㅎ’말음 명사라서 ‘히’가 된 것이며, 이것이 중간본에서 ‘히’로 바뀌어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주063)
니버 : 입어. 여기서는 ‘(찬 이슬을) 맞아’로 쓰인 것이다.
주064)
리이리라 : 버려지리라. 동사 ‘리다(버리다. 폐기하다)’에 피동접미사인 ‘이’가 첨가되고, 여기에 다시 미래시제 종결어미 ‘리라’가 연결된 것이다.
주065)
너추러 : 넌출져서. 덩굴이 늘어져서. 동사 ‘너출다(넌출지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ㄹ’이 연음된 것이다.
주066)
야디놋다 : 해어지는구나. 허물어지는구나.
주067)
인지사간정(因知邪干正) : ‘인지(因知)’는 야생 비름이 마구 자라서, 싱추를 못 자라고 못 살게 하는 것을 보고서 이것을 미루어서, ‘사간정(邪干正)’(인간 세상에서는 간사한 무리들이 바른 사람을 음해하여 빛을 못 보고, 죽게 하는 상황)을 안다는 말이다.
주068)
엄억(掩抑) : 가려 덮고 억압 중지하다. 여기서는 간사한 무리들이 바른 사람을 가려서 덮고 억압한다는 말이다.
주069)
지몰치(至沒齒) : 여기서 ‘몰치’는 ‘종신(終身)’(죽다)과 같은 말이라, 이 한자어의 뜻은 ‘죽음에 이르다’라는 말로, 바로 ‘죽는다’라는 것이다.
주070)
간범(干犯) : 간섭하며 덤빈다.
주071)
리외여 : 가림을 당하여. 동사 ‘리오다(가리우다)’에 피동접미사인 ‘이’가 첨가되면서 ‘리외’가 되고, 여기에 다시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외’의 ‘ㅣ’ 영향으로 또 하나의 반모음 ‘ㅣ’가 개입되어 ‘여’가 된 것이다.
주072)
현량(賢良) : 현명하고 선량하다. 여기서는 ‘현명하고 선량한 사람’이라는 말로, 앞에서 말한 바 ‘사(邪)’(간사한 무리)에 대립시켜 언급한 ‘정(正)’(바른 사람)과 일치된 존재로 지칭된 것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이런 사람들을 선발하기 위한 과거제도로서 ‘현량과(賢良科)’도 있었다.
주073)
득록(得祿) : 녹(월급)을 얻게 됐다. 이것은 이 녹을 받을 수 있는 벼슬을 얻었다는 말을 바꾸어 한 말이다.
주074)
불봉기(不封己) : ‘봉(封)’ 자의 의미는 ‘북돋우다’, 또는 ‘후하게 하다’이다. 따라서 이 한자어의 뜻은 ‘자기 몸을 스스로 후하게 돌보거나 잘 챙기거나 하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주075)
둗거이 : 후하게. 원형은 ‘둗겁다(두껍다)’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자기 자신을) 후하게 챙긴다’는 말로 쓰였다.
주076)
옹색(擁塞) : 꽉 끼고 막히다. 집이나 방 따위의 자리가 비좁고 답답하다. 여기서는 이 동사어의 주어가 바로 다음 구에 나오는 ‘형기(荊杞)’(가시나무와 구기자나무 같은 잡목)이다. 이 나무들은 이미 앞의 시구에 나온 ‘사(邪)’(간사한 무리)와 일치하는 존재들로서, 이런 존재들이 역시 앞의 시구에 나온 ‘정(正)’(바른 사람)과 일치하는 존재들인 ‘지란(芝蘭)’(지초와 난초)을 자라지 못하도록 ‘꽉 끼고 막는다’는 말이다. 이것은 작자 두보와 같은 유가적 시인들이 항상 시대의 혼란한 상황을 파악하고 평가할 경우 그 상황의 주체들을 ‘군자(君子)’와 ‘소인(小人)’, ‘현신(賢臣)’과 ‘간신(奸臣)’, ‘정(正; 바른 사람)’과 ‘사(邪; 간사한 무리)’ 등의 대립으로 파악하고, 평가해 온 실례를 보이는 것이다.
주077)
지란(芝蘭) : 지초(芝草)와 난초(蘭草). 동양에서 예부터 향기롭고 고상한 초본과 식물이라, 순결하고 숭고한 인격체의 상징으로 대유되어 쓰여 왔다.
주078)
형기(荊杞) : 가시나무와 구기자나무. 이것은 다른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며, 영악스럽게 잘 자라서 흔히 흉폭한 간신배나 무뢰한으로 비유되어 쓰였다.
주079)
리며 : 이 고어는 고어사전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어휘로서, 이 고어와 상응한 한자인 ‘옹(擁)’의 뜻을 봐서, ‘꽉 끼며’라는 내용의 말일 것으로 판단된다.
주080)
야리니 : 손상시켰으니. 헐어버렸으니.
주081)
한 가남기 : 많은 가시나무가.
주082)
중원(中園) : ‘원중(園中)’과 같은 말로, ‘울안 가운데’ 또는 ‘채마밭 가운데’라는 말이다.
주083)
노포(老圃) : 기술이 노련한 정원사를 말하는데, 이 한자어를 우리 선인들은 ‘늘근 원두리’로 언해하였다. 그런데 이것을 우리의 ‘원두(園頭)’와 같은 것으로 여겨, 이렇게 언해한 것은 아무래도 착오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노포(늙은 원두한이)’는 아마도 작자 두보가 자신을 대입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원두(園頭) : 원래 불교 선종에서 채마밭을 관리하는 스님을 부르던 말로, 아마도 여기에 근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바대로 우리 나라에서 참외, 수박 따위를 지키는 사람을 지칭했으며, 그래서 이 사람이 지키는 일을 보던 공간을 ‘원두막(園頭幕)’이라 하였다.
주084)
원두리 : 원두한이. 원두막에서 참외나 수박을 지키는 사람. 노포(老圃). 원노(園奴).
주085)
백옥반(白玉盤) : 흰 옥쟁반. 지극히 깨끗하고 귀한 용기라서, 지극히 고귀하신 임금님의 신분에 상응하여 사용되는 것이며, 그래서 또 임금님의 사랑을 받을 만큼 신선한 채소이기 때문에 상추는 이 흰 옥쟁반에 담아, 올려져서 바쳐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흰 옥쟁반은 임금님의 사랑을 받을 만큼 신선한 채소인 상추를 바치기 위해서, 이 시의 소재로 선택된 것이며, 이 배경에는 비름 같은 천한 채소는 감히 흰 옥쟁반에 올려질 생각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말없이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주086)
자이여하기(藉以如霞綺) : ‘자(藉)’ 자를 사전적으로는 지시되어 있지 않은 의미인 ‘다(포장하다. 싸다)’로 융통성 있게 언해하여 의미망에 맞도록 한 것은, 아주 놀라운 풀이라고 할 수 있으며, ‘여하기(如霞綺)’는 목적어 ‘상추’를 진귀하게 하기 위한 장치로서 인용된 것으로, 여기의 ‘여하’라는 관형사적 수식어는 그 싸이는 상추가 아른아른 보일 만큼의 반투명의 비단임을 시사하는 표현의 수식어로서 아주 실감나는 표현이다.
주087)
현야(莧也) : 비름이야. 여기서는 ‘야(也)’ 자가 비름을 아주 천하고 흔한 풀임을 비하하는 호칭의 기능을 하는 조사이다.
주088)
호안(胡顔) : 이 한자어를 우리 선인들은 ‘어느 ’으로 풀어서 언해하였으나,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이 ‘야생 비름’을 천격의 대상으로 비하하여 표현한 것이라, 현대어로는 ‘무슨 체면’으로 풀어 읽어야 한다.
주089)
올이고 : 올리고(바치고). 여기의 ‘이’는 당시에는 사동접미사로 쓰인 것이며 현대어로는 ‘리’와 같다.
주090)
면 : 싸면(포장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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