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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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를 걷어 치우고[除架]


除架 주001)
제가(除架)
두보가 건원(乾元; 肅宗) 2년(759) 가을 진주(秦州)에서 지은 것이다.

제가
(가자를 걷어 치우고)

束薪 주002)
속신(束薪)
땔감나무(섶)를 묶다. 여기서는 바로 박이 달려서 잘 자랄 수 있도록 지탱해 주기 위해서, 이 땔감나무 가지를 묶어서 만들어진 가자(시렁)를 말한다.
已零落 瓠葉轉蕭#疏【束薪야 爲架니 今瓠 已摘故로 零落也ㅣ라】

뭇군 서비 마 러지니 박 니피 장 주003)
장
가장. 이 고어는 바로 원 시구의 ‘전(轉)’ 자를 언해한 것이나, 실제로 이 ‘전(轉)’ 자에는 ‘장(가장)’이라는 의미가 없고, 또 이런 의미로 쓰이는 예도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장’이라는 언해의 의미로는 이 시구 내에서는 물론 전 작품의 의미망과의 유기성도 인정될 수 없으므로, 이것은 마땅히 ‘갈수록’이라는 부사어로 풀어 읽어야 하다,
서의도다 주004)
서의도다
쓸쓸하구나. 이 고어 형용사의 원형은 ‘서의다(쓸쓸하다)’이다.

【한자음】 속신이영락 과엽전소소【땔나무 가지를 묶어 가자(시렁)를 만들었으나, 이제는 박을 이미 땄기 때문에 낡아버렸다.】
【직역】 땔감나무 가지를 묶어 만든 가자(시렁)가 이미 낡아 쓸모가 없어졌으니, 박 잎이 갈수록 쓸쓸해지는구나!
【의역】 박을 다 따버렸으니 땔감나무 가지를 묶어서 만든 가자(시렁)가 다 망가져 쓸 수가 없게 됐고, 그래서 박잎들도 갈수록 쓸쓸해지고 있으나,

幸結白花了 寧辭靑蔓除 주005)
행결백화료 녕사청만제(幸結白花了寧辭靑蔓除)
각각 그 ‘행결(幸結 ; 요행히도 ~했으니)’과 ‘영사(寧辭 ; 오히려 ~하겠는가?)’라는 서두로 발화하면서, 서로 기막힌 유기적 문맥으로 결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두 시구는 박이라는 식물을 의인화하여 천혜(天惠 ; 하늘의 혜택)에 감사하고 순응하며, 자기 분수로 겸손해하는 것을 은연중의 의의로 곱게 투영하고 있다.

幸혀  고지 조 니 엇뎨 주006)
엇뎨
어찌. 둘째 시구의 ‘녕(寧)’ 자를 언해한 것으로 실제로 이 ‘녕’ 자의 의미로는 이 ‘어찌’라는 것보다 ‘오히려’라는 의미로 풀어 읽는 것이 이상의 두 시구로 이루어지고 있는 의미망을 훨씬 더 절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프른 너출 주007)
너출
넌출. 덩굴.
거더 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73ㄴ

료 말리오 주008)
말리오
말겠는가. 이것은 둘째 시구의 ‘사(辭)’ 자를 언해한 것으로 역시 이상 두 시구의 의미망을 보다 유기적으로 더 적실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말리오’보다는 ‘오히려’로 풀어 읽는 것이 훨씬 명료하다.

【한자음】 행결백화료 녕사청만제
【직역】 요행히도 흰 꽃이 결실을 마쳤으니, 어찌 푸른 덩굴이 버려지는 것을 말겠는가?
【의역】 요행히도 흰 꽃들이 지고난 뒤에 박들이 결실을 거두었으니, 오히려 푸른 덩굴들이 제거되는 것쯤이야 사양하랴만,

秋蟲聲不去 暮雀意何如【下句 言除架而鳥雀이 失栖也ㅣ라】

 벌어즤 주009)
벌어즤
가을 벌레의. ‘’이 중간본에서는 ‘’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그리고 ‘벌어즤’를 풀어보면, 원형인 ‘벌어지(벌레)’에 소유격 조사 ‘의’가 첨가되면서 ‘지’가 합해져 축약된 것이다.
소리 나 가디 아니니 나죗 새 든 엇더니오 주010)
나죗 새 든 엇더니오
이 고어 시구의 현대어로의 뜻은 ‘저녁의 새 뜻은 어떠할 건가. 여기서는 저녁을 맞아 자려고 돌아온 새들이 깃들여 자는 둥지가 있던 박 덩굴의 가자(시렁)들이 다 망가져 버렸으니, 이 새들의 심경이 어떠할 것인가 하며 기막힌 연민의 정을 보내기 위해서, ‘나죄(저녁)’라는 절박한 시간에 놓여진 존재로서, ‘새’가 주체로 설정되고, 여기에 잘 자리를 잃은 그 참담한 상황에 놓인 새들의 심경에 동병상련의 심경으로 동참하며, 읊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작자 두보 자신의 유랑적 상황과 인생역정이 말없이 투영되어 있다.

【한자음】 추충성불거 모작의하여【아래 시구는 가자를 걷어 치워서 새들이 깃들 곳을 잃었다는 것을 말한다.】
【직역】 가을 벌레가 소리를 내며 가지 아니 하니, 저물녘 새의 뜻은 어떠할 건가?
【의역】 가을 벌레도 소리를 내어 울며 가지 않으니, 저물녘을 맞은 새는 뜻이 어떠할 건가?

寒事今牢落 人生亦有初 주011)
인생역유초(人生亦有初)
인생은 또한 처음이 있다. 앞의 시구가 읊어내고 있는 ‘추위로 인한 일들이 이제는 설핏하고 쓸쓸해졌다.[寒事今牢落]’라는 것에서 ‘금(今 ; 이제는)’이라는 글자가 매우 강조된 목청을 담은 것임을 알고 새로 읽어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앞 시구는 바로 ‘겨울을 재촉하는 추위가 오면서, 닥칠 상황들로 인해서 지금은 가자도 걷어 치워져, 설핏하고 쓸쓸하지만, 지금이 아닌 처음에는 박이 심어져 가자에 올려지면서 참으로 좋았다’는 말이다. 따라서 뒤의 시구인 ‘인생역유초(人生亦有初)’는 바로 이 앞 시구에서 ‘今(지금. 이제)’이라는 한 글자가 생략된 채 묵시하고 있는 ‘박이 심어져 가자에 올려지면서, 참으로 좋았던 처음’의 이 ‘처음’이 작자 두보 자신을 위시하여, 모든 사람의 인생에도 있었다는 말이며, 그런데 지금은 이런 ‘처음’이 아니라, ‘걷어 치워져 설핏하고 쓸쓸하기만 한 상황’만 남았다는 기막힌 한탄을 읊고 있는 것이다.
【此 言瓠葉이 初生애 作架承之고 結實後에 除架니 如人事之初盛而終衰也ㅣ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치위옛 주012)
치위옛
추위에서의. 고어 명사 ‘치위(추이)’에 처격 조사 ‘에’가 첨가되면서, 그 사이에 모음충돌을 회피하기 위하여, 반모음 ‘ㅣ’가 개입하여 ‘예’가 된 것이다
이리 이제 서의여니 주013)
서의여니
쓸쓸해 하니.
人生앳 일도  처미 잇니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한사금뇌락 인생역유초【이것은 박 잎이 처음 심어져 자랄 때에는 가자를 만들어 올려져 자라다가 박덩이가 달려져 익은 뒤에는 그 가자가 걷어 치워지니, 이것이 바로 인간의 일이 처음에는 풍성했다가, 끝내는 시들어지는 것과 꼭 같다는 말이다.】
【직역】 추위에 따라 생긴 일들이 이제는 설핏하니, 인생의 일들도 또 처음이 있느니라.
【의역】 이 처음에는 가자에 잘 올려져 있다가, 추위를 맞으면 지금(이제)부터는 가자가 다 걷어 치워져, 설핏하고 쓸쓸해지듯이, 우리 인생의 일들도 역시 그렇게 시작되는 처음이 있지만, 끝내에는 이 박이 올려졌던 가자처럼 걷어 치워질 수밖에 없구나!
Ⓒ 역자 | 송준호 / 2015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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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제가(除架) : 두보가 건원(乾元; 肅宗) 2년(759) 가을 진주(秦州)에서 지은 것이다.
주002)
속신(束薪) : 땔감나무(섶)를 묶다. 여기서는 바로 박이 달려서 잘 자랄 수 있도록 지탱해 주기 위해서, 이 땔감나무 가지를 묶어서 만들어진 가자(시렁)를 말한다.
주003)
장 : 가장. 이 고어는 바로 원 시구의 ‘전(轉)’ 자를 언해한 것이나, 실제로 이 ‘전(轉)’ 자에는 ‘장(가장)’이라는 의미가 없고, 또 이런 의미로 쓰이는 예도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장’이라는 언해의 의미로는 이 시구 내에서는 물론 전 작품의 의미망과의 유기성도 인정될 수 없으므로, 이것은 마땅히 ‘갈수록’이라는 부사어로 풀어 읽어야 하다,
주004)
서의도다 : 쓸쓸하구나. 이 고어 형용사의 원형은 ‘서의다(쓸쓸하다)’이다.
주005)
행결백화료 녕사청만제(幸結白花了寧辭靑蔓除) : 각각 그 ‘행결(幸結 ; 요행히도 ~했으니)’과 ‘영사(寧辭 ; 오히려 ~하겠는가?)’라는 서두로 발화하면서, 서로 기막힌 유기적 문맥으로 결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두 시구는 박이라는 식물을 의인화하여 천혜(天惠 ; 하늘의 혜택)에 감사하고 순응하며, 자기 분수로 겸손해하는 것을 은연중의 의의로 곱게 투영하고 있다.
주006)
엇뎨 : 어찌. 둘째 시구의 ‘녕(寧)’ 자를 언해한 것으로 실제로 이 ‘녕’ 자의 의미로는 이 ‘어찌’라는 것보다 ‘오히려’라는 의미로 풀어 읽는 것이 이상의 두 시구로 이루어지고 있는 의미망을 훨씬 더 절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주007)
너출 : 넌출. 덩굴.
주008)
말리오 : 말겠는가. 이것은 둘째 시구의 ‘사(辭)’ 자를 언해한 것으로 역시 이상 두 시구의 의미망을 보다 유기적으로 더 적실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말리오’보다는 ‘오히려’로 풀어 읽는 것이 훨씬 명료하다.
주009)
벌어즤 : 가을 벌레의. ‘’이 중간본에서는 ‘’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그리고 ‘벌어즤’를 풀어보면, 원형인 ‘벌어지(벌레)’에 소유격 조사 ‘의’가 첨가되면서 ‘지’가 합해져 축약된 것이다.
주010)
나죗 새 든 엇더니오 : 이 고어 시구의 현대어로의 뜻은 ‘저녁의 새 뜻은 어떠할 건가. 여기서는 저녁을 맞아 자려고 돌아온 새들이 깃들여 자는 둥지가 있던 박 덩굴의 가자(시렁)들이 다 망가져 버렸으니, 이 새들의 심경이 어떠할 것인가 하며 기막힌 연민의 정을 보내기 위해서, ‘나죄(저녁)’라는 절박한 시간에 놓여진 존재로서, ‘새’가 주체로 설정되고, 여기에 잘 자리를 잃은 그 참담한 상황에 놓인 새들의 심경에 동병상련의 심경으로 동참하며, 읊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작자 두보 자신의 유랑적 상황과 인생역정이 말없이 투영되어 있다.
주011)
인생역유초(人生亦有初) : 인생은 또한 처음이 있다. 앞의 시구가 읊어내고 있는 ‘추위로 인한 일들이 이제는 설핏하고 쓸쓸해졌다.[寒事今牢落]’라는 것에서 ‘금(今 ; 이제는)’이라는 글자가 매우 강조된 목청을 담은 것임을 알고 새로 읽어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앞 시구는 바로 ‘겨울을 재촉하는 추위가 오면서, 닥칠 상황들로 인해서 지금은 가자도 걷어 치워져, 설핏하고 쓸쓸하지만, 지금이 아닌 처음에는 박이 심어져 가자에 올려지면서 참으로 좋았다’는 말이다. 따라서 뒤의 시구인 ‘인생역유초(人生亦有初)’는 바로 이 앞 시구에서 ‘今(지금. 이제)’이라는 한 글자가 생략된 채 묵시하고 있는 ‘박이 심어져 가자에 올려지면서, 참으로 좋았던 처음’의 이 ‘처음’이 작자 두보 자신을 위시하여, 모든 사람의 인생에도 있었다는 말이며, 그런데 지금은 이런 ‘처음’이 아니라, ‘걷어 치워져 설핏하고 쓸쓸하기만 한 상황’만 남았다는 기막힌 한탄을 읊고 있는 것이다.
주012)
치위옛 : 추위에서의. 고어 명사 ‘치위(추이)’에 처격 조사 ‘에’가 첨가되면서, 그 사이에 모음충돌을 회피하기 위하여, 반모음 ‘ㅣ’가 개입하여 ‘예’가 된 것이다
주013)
서의여니 : 쓸쓸해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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