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事今牢落
人生亦有初 주011) 인생역유초(人生亦有初) 인생은 또한 처음이 있다. 앞의 시구가 읊어내고 있는 ‘추위로 인한 일들이 이제는 설핏하고 쓸쓸해졌다.[寒事今牢落]’라는 것에서 ‘금(今 ; 이제는)’이라는 글자가 매우 강조된 목청을 담은 것임을 알고 새로 읽어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앞 시구는 바로 ‘겨울을 재촉하는 추위가 오면서, 닥칠 상황들로 인해서 지금은 가자도 걷어 치워져, 설핏하고 쓸쓸하지만, 지금이 아닌 처음에는 박이 심어져 가자에 올려지면서 참으로 좋았다’는 말이다. 따라서 뒤의 시구인 ‘인생역유초(人生亦有初)’는 바로 이 앞 시구에서 ‘今(지금. 이제)’이라는 한 글자가 생략된 채 묵시하고 있는 ‘박이 심어져 가자에 올려지면서, 참으로 좋았던 처음’의 이 ‘처음’이 작자 두보 자신을 위시하여, 모든 사람의 인생에도 있었다는 말이며, 그런데 지금은 이런 ‘처음’이 아니라, ‘걷어 치워져 설핏하고 쓸쓸하기만 한 상황’만 남았다는 기막힌 한탄을 읊고 있는 것이다.
【此 言瓠葉이 初生애 作架承之고 結實後에 除架니 如人事之初盛而終衰也ㅣ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치위옛 주012) 치위옛 추위에서의. 고어 명사 ‘치위(추이)’에 처격 조사 ‘에’가 첨가되면서, 그 사이에 모음충돌을 회피하기 위하여, 반모음 ‘ㅣ’가 개입하여 ‘예’가 된 것이다
이리 이제
서의여니 주013) 人生앳 일도 처미 잇니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한사금뇌락 인생역유초【이것은 박 잎이 처음 심어져 자랄 때에는 가자를 만들어 올려져 자라다가 박덩이가 달려져 익은 뒤에는 그 가자가 걷어 치워지니, 이것이 바로 인간의 일이 처음에는 풍성했다가, 끝내는 시들어지는 것과 꼭 같다는 말이다.】
【직역】 추위에 따라 생긴 일들이 이제는 설핏하니, 인생의 일들도 또 처음이 있느니라.
【의역】 이 처음에는 가자에 잘 올려져 있다가, 추위를 맞으면 지금(이제)부터는 가자가 다 걷어 치워져, 설핏하고 쓸쓸해지듯이, 우리 인생의 일들도 역시 그렇게 시작되는 처음이 있지만, 끝내에는 이 박이 올려졌던 가자처럼 걷어 치워질 수밖에 없구나!
Ⓒ 역자 | 송준호 / 2015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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