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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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숨듯 사는 완방(阮昉)이 부추 30단을 보내 주어서[秋日阮隱居致薤三十束]


秋日阮隱居致薤三十束 주001)
추일완은거치해삼십속(秋日阮隱居致薤三十束)
두보가 건원(乾元; 肅宗) 2년(759) 가을 진주(秦州)에서 지은 것이다.

추일 완은거치해삼십속
(가을날 숨듯 사는 완방(阮昉)이 부추 30단을 보내 주어서)

隱者柴門內 주002)
은자시문내(隱者柴門內)
이 작품의 주인공인 완방(阮昉)을 정말로 숨은 듯이 사는 순수하고 소박한 사람으로 풀어가는 단초가 된다. 그래서 주인공을 ‘은자(숨은 사람, 사실은 숨은 듯이 사는 사람)’로 설정하고, 숨어 살기에 걸맞게 살고 있는 집은 가시나무 사립문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畦蔬繞舍秋 주003)
휴소요사추(畦蔬繞舍秋)
이 시구는 숨은 듯이 사는 주인공이 비록 소박하게 살고 있지만, 온 집안을 둘러 있는 채마밭 둑에 자라는 부추들로 해서 마음은 풍성한 가을을 맞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구에서 ‘추’ 자는 시적 주체인 완방과 작자 두보 자신의 소박하지만, 무한히 풍족감을 느끼는 고마운 심경을 담고 있는 것이다.

隱居 사 섭나모 門 주004)
섭나모 문(門)
‘시문(柴門)’을 언해한 것으로, 이것을 글자들대로 풀어 읽으면, ‘땔감나무로 엮은 문’이다. 이것이 실제로는 나무를 엮어서 만든 문일 것이고, 그래서 또 그냥 땔감나무가 아니고, 가시나무를 엮어서 만든 사립문일 것이 분명하다.
안해 바 菜蔬ㅣ 지븨 둘엇 히로다 주005)
히로다
가을이로다. 이 고어 ‘(가을)’은 ‘ㅎ’말음 명사라서 지정사 ‘이로다’가 첨가되면서 ‘ㅎ’이 개입 연음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중간본에서 ‘’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한자음】 은자시문내 휴소요사추
【직역】 숨어 사는 사람의 가시나무 문 안에, 밭둑의 채소가 온 집안을 두른 가을이로다.
【의역】 숨듯이 살고 있는 완은거의 집 가시나무 사립문 안에, 채마밭 두둑에 심은 채소가 온 집안을 두른 듯이 자라서 가을을 맞았는데,

盈筐承露薤 不待致書求

바고니에 주006)
바고니예
바구니에. 이 고어 명사 ‘바고니(바구니)’에 처격조사 ‘에’가 첨가되면서, ‘니’의 ‘ㅣ’ 영향으로 반모음 ‘ㅣ’가 개입되어 ‘예’가 된 것이다.
 이슬이  염규 주007)
염규
이것은 원래 중국 남부지방에 자생하는 채소의 일종으로 ‘염교’라고 불리며, 이 시구의 ‘해(薤)’ 자를 언해한 것인데, 이 글자는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부추’를 지칭하는 글자로도 쓰이고 있어, 여기서는 ‘부추’로 풀이하기로 하였다.
유무야 주008)
유무야
편지하여. 이 고어는 명사 ‘유무(편지, 소식)’에 보조동사 ‘야(하여)’가 연결되어 동사화한 것이다. 그런데 이 ‘유무’는 같은 뜻의 ‘이무’와 함께 쓰였다.
求호 기들오디 주009)
기들오디
기다리지. 이것은 같은 뜻의 ‘기들우다, 기드리다’ 등과 함께 쓰였다.
아니 리로다

【한자음】 영광승로해 불대치서구
【직역】 바구니에 가득한 이슬 맞은 부추를, 편지 보내 요구하는 걸 기다리지 않겠도다.
【의역】 바구니에 가득하게 이슬 젖은 부추를 받고 보니, 편지로 보내달라며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됐고,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73ㄱ

比靑芻色 圓齊玉筯頭

뭇구닌 주010)
뭇구니
묶음. 단. 이것은 고어 동사 ‘뭇다(묶다)’에서 파생한 명사이다.
프른 주011)
꼴. 지금의 ‘말과 소의 먹이 풀’인 ‘꼴’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이해하기 쉬우며, 더구나 상응하는 글자인 ‘추(芻)’자에 맞는 말이므로 현대 말인 ‘꼴’.
주012)
빛.
고 주013)
고
같고.
도렫호 주014)
도렫호
둥그런 것은. 이것은 같은 뜻의 ‘도렵다, 도렷다’ 등과 함께 쓰였다.
玉 졋머리와 가지로다

【한자음】 속비청추색 원제옥소두
【직역】 묶음(단)은 푸른 꼴(먹이풀) 빛 같고, 둥그렇긴 옥젓가락 머리와 같구나!
【의역】 이 부추 묶음 빛깔은 푸른 꼴(말과 소의 먹이풀) 빛 같고, 묶음의 둥그런 모양은 옥젓가락의 머리와 같다만,

衰年關鬲 주015)
관격(關鬲)
이것은 ‘관격(關格)’과 같은 말로, 바로 ‘가슴’을 가리키는 말이나, 가슴과 상관되어 생기는 병을 말하기도 하며, 이 병은 바로 ‘냉한 병’이라고 알려져 있다.
味暖 주016)
미난(味暖)
이 한자어에서 ‘미(味)’ 자는 물론 부추의 구미상 미감을 말하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부추의 식품적 기능성 의미를 함께 함축한 말로 쓰였다. 그래서 ‘난(暖; 덥다)’이라고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작자 두보는 앞 시구에서 가슴이 찬 병을 앓고 있다고 하였기 때문에 이 가슴병을 치료할 수 있는 더운 성질의 부추를 먹을 수 있게 됐으니, 이제는 다 시름이 없게 됐다고 기쁘게 읊으며, 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倂無憂【關鬲은 胸也ㅣ라 本草애 薤性이 溫補ㅣ니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늘근 나해 關鬲이 더니 마시 더우니 다 시르미 업도다 주017)
마시 더우니 다 시르미 업도다
맛이 더우니 아울러 시름이 없구나. 이 시구의 ‘병(倂; 나란하다. 아우르다)’ 자를 ‘다’로 언해한 것은, 이 시구 자체내에서는 물론 전체 작품 내에서도 그 의미망의 유기적인 논리가 매우 부자연스럽다. 따라서 이 ‘다’라는 말은 마땅히 사전적 의미대로 ‘아울러’로 했어야 맞다.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쇠년관격랭 미난병무우【‘관격(關鬲)’은 가슴이다. 『본초(本草)』에, 부추의 성질이 따뜻함을 보조해 준다고 하였다.】
【직역】 늙은 나이에 ‘관격(가슴)’이 차더니, 맛이 더우니 다 시름이 없구나!
【의역】 나는 늙은 나이에다 가슴이 냉한데(차가운데), 이 부추의 식품적 성질이 더운 것이라 하니, 그 맛과 함께 다 걱정이 없게 됐구나!
Ⓒ 역자 | 송준호 / 2015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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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추일완은거치해삼십속(秋日阮隱居致薤三十束) : 두보가 건원(乾元; 肅宗) 2년(759) 가을 진주(秦州)에서 지은 것이다.
주002)
은자시문내(隱者柴門內) : 이 작품의 주인공인 완방(阮昉)을 정말로 숨은 듯이 사는 순수하고 소박한 사람으로 풀어가는 단초가 된다. 그래서 주인공을 ‘은자(숨은 사람, 사실은 숨은 듯이 사는 사람)’로 설정하고, 숨어 살기에 걸맞게 살고 있는 집은 가시나무 사립문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주003)
휴소요사추(畦蔬繞舍秋) : 이 시구는 숨은 듯이 사는 주인공이 비록 소박하게 살고 있지만, 온 집안을 둘러 있는 채마밭 둑에 자라는 부추들로 해서 마음은 풍성한 가을을 맞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구에서 ‘추’ 자는 시적 주체인 완방과 작자 두보 자신의 소박하지만, 무한히 풍족감을 느끼는 고마운 심경을 담고 있는 것이다.
주004)
섭나모 문(門) : ‘시문(柴門)’을 언해한 것으로, 이것을 글자들대로 풀어 읽으면, ‘땔감나무로 엮은 문’이다. 이것이 실제로는 나무를 엮어서 만든 문일 것이고, 그래서 또 그냥 땔감나무가 아니고, 가시나무를 엮어서 만든 사립문일 것이 분명하다.
주005)
히로다 : 가을이로다. 이 고어 ‘(가을)’은 ‘ㅎ’말음 명사라서 지정사 ‘이로다’가 첨가되면서 ‘ㅎ’이 개입 연음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중간본에서 ‘’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주006)
바고니예 : 바구니에. 이 고어 명사 ‘바고니(바구니)’에 처격조사 ‘에’가 첨가되면서, ‘니’의 ‘ㅣ’ 영향으로 반모음 ‘ㅣ’가 개입되어 ‘예’가 된 것이다.
주007)
염규 : 이것은 원래 중국 남부지방에 자생하는 채소의 일종으로 ‘염교’라고 불리며, 이 시구의 ‘해(薤)’ 자를 언해한 것인데, 이 글자는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부추’를 지칭하는 글자로도 쓰이고 있어, 여기서는 ‘부추’로 풀이하기로 하였다.
주008)
유무야 : 편지하여. 이 고어는 명사 ‘유무(편지, 소식)’에 보조동사 ‘야(하여)’가 연결되어 동사화한 것이다. 그런데 이 ‘유무’는 같은 뜻의 ‘이무’와 함께 쓰였다.
주009)
기들오디 : 기다리지. 이것은 같은 뜻의 ‘기들우다, 기드리다’ 등과 함께 쓰였다.
주010)
뭇구니 : 묶음. 단. 이것은 고어 동사 ‘뭇다(묶다)’에서 파생한 명사이다.
주011)
 : 꼴. 지금의 ‘말과 소의 먹이 풀’인 ‘꼴’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이해하기 쉬우며, 더구나 상응하는 글자인 ‘추(芻)’자에 맞는 말이므로 현대 말인 ‘꼴’.
주012)
빗 : 빛.
주013)
고 : 같고.
주014)
도렫호 : 둥그런 것은. 이것은 같은 뜻의 ‘도렵다, 도렷다’ 등과 함께 쓰였다.
주015)
관격(關鬲) : 이것은 ‘관격(關格)’과 같은 말로, 바로 ‘가슴’을 가리키는 말이나, 가슴과 상관되어 생기는 병을 말하기도 하며, 이 병은 바로 ‘냉한 병’이라고 알려져 있다.
주016)
미난(味暖) : 이 한자어에서 ‘미(味)’ 자는 물론 부추의 구미상 미감을 말하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부추의 식품적 기능성 의미를 함께 함축한 말로 쓰였다. 그래서 ‘난(暖; 덥다)’이라고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작자 두보는 앞 시구에서 가슴이 찬 병을 앓고 있다고 하였기 때문에 이 가슴병을 치료할 수 있는 더운 성질의 부추를 먹을 수 있게 됐으니, 이제는 다 시름이 없게 됐다고 기쁘게 읊으며, 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주017)
마시 더우니 다 시르미 업도다 : 맛이 더우니 아울러 시름이 없구나. 이 시구의 ‘병(倂; 나란하다. 아우르다)’ 자를 ‘다’로 언해한 것은, 이 시구 자체내에서는 물론 전체 작품 내에서도 그 의미망의 유기적인 논리가 매우 부자연스럽다. 따라서 이 ‘다’라는 말은 마땅히 사전적 의미대로 ‘아울러’로 했어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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