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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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 부는 피리 소리를 듣고[秋笛]


秋笛 주001)
추적(秋笛)
두보가 건원(乾元; 肅宗) 2년(758)에 지은 것이나, 지은 곳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작품의 제목은 ‘취적(吹笛)’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추적
(이 가을에 부는 피리 소리를 듣고)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51ㄴ

淸商 주002)
청상(淸商)
맑은 ‘상(商)’의 소리. 이 ‘상’의 소리는 이른바 ‘오음(五音; 宮商角徵羽)’ 중의 하나로서, 계절로는 ‘가을’, 오행(五行)으로는 ‘금(金)’, 방위로는 ‘서쪽’에 속한다. 그런데 이 소리는 가을을 상징하는 소리로서, 아주 맑으면서도 센[勁淸] 것으로서 감정적으로는 슬픈 소리로 알려져 있다.
欲盡奏 奏苦血沾衣【五音에 唯商이 最悲니라】

 商ㅅ 소리 다 奏코져 니 奏 소리 苦로외니 드르리 주003)
드르리
들을 이. 듣는 사람.
피므를 주004)
피므를
피눈물을.
오새 저지놋다 주005)
오새 저지놋다
옷에 적시는구나. ‘저지놋다’는 ‘젖게 하는구나’이다.

【한자음】 청상욕진주 주고혈첨의【‘오음
(五音 : 다섯 가지 소리)
’ 중에 오직 ‘상(商)의 소리’가 가장 슬프다.】
【직역】 맑은 ‘상(商)’의 소리를 다 연주하려고 하니, 연주하는 소리 괴로우니 듣는 사람이 피눈물을 옷에 적시는구나!
【의역】 피리를 부는 누군가가 맑은 ‘상(商)’의 소리를 다 연주하려고 하는데, 연주하여 내는 소리가 너무 괴로워 듣는 사람들이 피눈물로 옷을 적시겠는데,

他日 주006)
타일(他日)
다른 날. 오늘이 아닌 다음에 다른 날. 여기서는 ‘이 다음에. 다음에. 나중에’라는 말이다.
傷心極 征人 주007)
정인(征人)
출정한 사람. 바로 전장에 나가 전투에 참가한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서, 여기서는 당시 중국의 서북방 국경지역을 무수히 침범하는 외적과의 전투로 인명의 피해가 많은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白骨歸【言士有死於戰야 以白骨而歸時에 聞此聲則尤傷心也ㅣ라】

다 나래  슬후믈 장 호 주008)
장 호
가장 한껏 할 것은. 이 말은 구체적으로 이 고어의 앞에 있는 말인 ‘슬픔을’을 목적어로 한 것이라, ‘가장 극도로 못 견디게 처절할 경우는’으로 풀어 읽어야 한다.
征伐던 사미  로 도라올 저기니라

【한자음】 타일상심극 정인백골귀【전장에서 죽은 인사(人士)가 있어 백골로 귀향할 때에, 〈누구든지〉 이 피리 소리를 듣는다면 더욱 마음이 슬플 것이라는 말이다.】
【직역】 이 다음에 마음이 슬픔을 가장 심하게 느낄 경우는, 전장에 나갔던 사람이 백골로 돌아올 때일 것이다.
【의역】 이렇게 맑고 처량한 ‘상(商)’의 소리를 들었으니, 우리가 이 다음에 마음이 가장 슬픔을 심하게 느끼게 될 경우는, 전장에 나가 전사한 한 인사가 백골로 돌아올 적일 것이라,

相逢恐恨過 주009)
한과(恨過)
이 한자어를 원 시구 전체의 의미로 상관시켜 풀어 읽으면, ‘(피리 소리를 듣는 사람들의) 슬픈 한이 너무 심할 것’이 된다.
故作 주010)
고작(故作)
짐짓 짓는다. 이것을 앞 시구의 의미망과 상관시켜 피리를 부는 주체의 의지로 풀어 읽으면, ‘일부러 ~한다’라고 할 수 있다.
發聲微

서르 맛나 주011)
맛나
만나. 동사 ‘맛나다(만나다)’에 보조적 연경어미 ‘아’가 연결되었으나, 동음생략의 작용으로 ‘아’가 묵음화하여 생략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과 같은 뜻의 ‘맛니다’와 ‘맛닐다’가 함께 쓰였다.
슬후믈 너무 가 저허 소리 내요 微微히 호 짐즛 주012)
짐즛
이 고어는 원 시구의 ‘고(故)’ 자를 언해한 것으로 현대어로의 뜻은 ‘짐짓’ 또는 ‘일부러’이다. 이것은 같은 뜻으로 ‘짐’, ‘짐즉’과 함께 쓰였다.
짓다

【한자음】 상봉공한가 고작발성미
【직역】 서로 만나서 슬픔을 너무 겪게 될까 두러워, 피리 소리 내는 것을 적게 하는 것을 일부러 한다.
【의역】 듣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서는 슬픔을 너무 심하게 겪을까 두려워서, 이 피리를 부는 이는 일부러 피리 소리를 적게 내는 것 같다만,

不見秋雲動 주013)
불견추운동(不見秋雲動)
가을 구름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없다. 이것은 작자 두보가 이 작품의 주체인 누군가가 부는 피리 소리의 가락이 너무도 슬퍼서, 저 하늘에 떠 있는 구름들도 두보 자신과 같이 시름에 잠겨 가만히 있는 것 같아, 구름이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 시구는 객관적인 상황 파악의 언표가 아니라, 주관적인 상황 인식의 언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마지막 시구에서 이 앞 시구의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웠던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서 이 ‘없다’라는 종결형은 ‘~는 것 같더니’라는 연결형으로 바꾸어 풀어 읽어야 하는 것이며, 그래서 이 시구는 ‘가을 구름은 가만히 떠 있는 채 움직임을 볼 수 없는 것 같더니’로 풀어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悲風稍稍飛 주014)
비풍초초비(悲風稍稍飛)
슬픈 바람이 조금조금씩 날아간다. ‘바람이 날아간다’라는 이 풀이가 언어적 의미 논리상 불완전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마땅히 다시 완전한 의미 논리로 풀어 읽어야 하며, 더구나 앞 시구의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서 여기에 맞게 풀어 읽는다면, ‘(움직이지 않는 듯하던 구름들은) 슬픈 바람 결에 조금조금씩 날아가는 듯하구나!’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도 객관적인 상황 파악의 언표가 아니라, 역시 주관적인 상황 인식의 언표라 할 수 있다.
【言笛聲이 哀切야 風雲이 亦爲之悽慘也ㅣ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 구루믜 주015)
 구루믜
가을 구름의.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 구루미’로 기록되어 ‘ㅿ’이 탈락하여 있고, 또한 ‘믜’가 ‘미’로 바뀌어 기록되면서, 소유격형이 주격형으로 바뀌어 있다.
뮈유믈 보디 몯리로소니 슬픈 미 젹젹 주016)
젹젹
이 고어는 ‘초초(稍稍)’를 언해한 것으로서 현대어로의 뜻은 ‘조그마치’ 또는 ‘조금조금씩, 조그마하게’ 등이다.
다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불견추운동 비풍초초비【피리 소리가 애절해서 바람과 구름도 또한 쓸쓸해 하고 슬퍼한다는 말이다.】
【직역】 가을 구름의 움직임을 볼 수 없겠으나, 슬픈 바람에 조금조금씩 날아간다.
【의역】 저 하늘 가을 구름은 가만히 떠 있는 채 움직임을 볼 수 없는 것 같더니, 이내 슬픈 바람결에 조금조금씩 날아가는 듯하구나!
Ⓒ 역자 | 송준호 / 2015년 12월 30일

원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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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추적(秋笛) : 두보가 건원(乾元; 肅宗) 2년(758)에 지은 것이나, 지은 곳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작품의 제목은 ‘취적(吹笛)’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주002)
청상(淸商) : 맑은 ‘상(商)’의 소리. 이 ‘상’의 소리는 이른바 ‘오음(五音; 宮商角徵羽)’ 중의 하나로서, 계절로는 ‘가을’, 오행(五行)으로는 ‘금(金)’, 방위로는 ‘서쪽’에 속한다. 그런데 이 소리는 가을을 상징하는 소리로서, 아주 맑으면서도 센[勁淸] 것으로서 감정적으로는 슬픈 소리로 알려져 있다.
주003)
드르리 : 들을 이. 듣는 사람.
주004)
피므를 : 피눈물을.
주005)
오새 저지놋다 : 옷에 적시는구나. ‘저지놋다’는 ‘젖게 하는구나’이다.
주006)
타일(他日) : 다른 날. 오늘이 아닌 다음에 다른 날. 여기서는 ‘이 다음에. 다음에. 나중에’라는 말이다.
주007)
정인(征人) : 출정한 사람. 바로 전장에 나가 전투에 참가한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서, 여기서는 당시 중국의 서북방 국경지역을 무수히 침범하는 외적과의 전투로 인명의 피해가 많은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주008)
장 호 : 가장 한껏 할 것은. 이 말은 구체적으로 이 고어의 앞에 있는 말인 ‘슬픔을’을 목적어로 한 것이라, ‘가장 극도로 못 견디게 처절할 경우는’으로 풀어 읽어야 한다.
주009)
한과(恨過) : 이 한자어를 원 시구 전체의 의미로 상관시켜 풀어 읽으면, ‘(피리 소리를 듣는 사람들의) 슬픈 한이 너무 심할 것’이 된다.
주010)
고작(故作) : 짐짓 짓는다. 이것을 앞 시구의 의미망과 상관시켜 피리를 부는 주체의 의지로 풀어 읽으면, ‘일부러 ~한다’라고 할 수 있다.
주011)
맛나 : 만나. 동사 ‘맛나다(만나다)’에 보조적 연경어미 ‘아’가 연결되었으나, 동음생략의 작용으로 ‘아’가 묵음화하여 생략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과 같은 뜻의 ‘맛니다’와 ‘맛닐다’가 함께 쓰였다.
주012)
짐즛 : 이 고어는 원 시구의 ‘고(故)’ 자를 언해한 것으로 현대어로의 뜻은 ‘짐짓’ 또는 ‘일부러’이다. 이것은 같은 뜻으로 ‘짐’, ‘짐즉’과 함께 쓰였다.
주013)
불견추운동(不見秋雲動) : 가을 구름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없다. 이것은 작자 두보가 이 작품의 주체인 누군가가 부는 피리 소리의 가락이 너무도 슬퍼서, 저 하늘에 떠 있는 구름들도 두보 자신과 같이 시름에 잠겨 가만히 있는 것 같아, 구름이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 시구는 객관적인 상황 파악의 언표가 아니라, 주관적인 상황 인식의 언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마지막 시구에서 이 앞 시구의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웠던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서 이 ‘없다’라는 종결형은 ‘~는 것 같더니’라는 연결형으로 바꾸어 풀어 읽어야 하는 것이며, 그래서 이 시구는 ‘가을 구름은 가만히 떠 있는 채 움직임을 볼 수 없는 것 같더니’로 풀어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주014)
비풍초초비(悲風稍稍飛) : 슬픈 바람이 조금조금씩 날아간다. ‘바람이 날아간다’라는 이 풀이가 언어적 의미 논리상 불완전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마땅히 다시 완전한 의미 논리로 풀어 읽어야 하며, 더구나 앞 시구의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서 여기에 맞게 풀어 읽는다면, ‘(움직이지 않는 듯하던 구름들은) 슬픈 바람 결에 조금조금씩 날아가는 듯하구나!’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도 객관적인 상황 파악의 언표가 아니라, 역시 주관적인 상황 인식의 언표라 할 수 있다.
주015)
 구루믜 : 가을 구름의.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 구루미’로 기록되어 ‘ㅿ’이 탈락하여 있고, 또한 ‘믜’가 ‘미’로 바뀌어 기록되면서, 소유격형이 주격형으로 바뀌어 있다.
주016)
젹젹 : 이 고어는 ‘초초(稍稍)’를 언해한 것으로서 현대어로의 뜻은 ‘조그마치’ 또는 ‘조금조금씩, 조그마하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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