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見秋雲動 주013) 불견추운동(不見秋雲動) 가을 구름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없다. 이것은 작자 두보가 이 작품의 주체인 누군가가 부는 피리 소리의 가락이 너무도 슬퍼서, 저 하늘에 떠 있는 구름들도 두보 자신과 같이 시름에 잠겨 가만히 있는 것 같아, 구름이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 시구는 객관적인 상황 파악의 언표가 아니라, 주관적인 상황 인식의 언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마지막 시구에서 이 앞 시구의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웠던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서 이 ‘없다’라는 종결형은 ‘~는 것 같더니’라는 연결형으로 바꾸어 풀어 읽어야 하는 것이며, 그래서 이 시구는 ‘가을 구름은 가만히 떠 있는 채 움직임을 볼 수 없는 것 같더니’로 풀어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悲風稍稍飛 주014) 비풍초초비(悲風稍稍飛) 슬픈 바람이 조금조금씩 날아간다. ‘바람이 날아간다’라는 이 풀이가 언어적 의미 논리상 불완전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마땅히 다시 완전한 의미 논리로 풀어 읽어야 하며, 더구나 앞 시구의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서 여기에 맞게 풀어 읽는다면, ‘(움직이지 않는 듯하던 구름들은) 슬픈 바람 결에 조금조금씩 날아가는 듯하구나!’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도 객관적인 상황 파악의 언표가 아니라, 역시 주관적인 상황 인식의 언표라 할 수 있다.
【言笛聲이 哀切야 風雲이 亦爲之悽慘也ㅣ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구루믜 주015) 구루믜 가을 구름의.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 구루미’로 기록되어 ‘ㅿ’이 탈락하여 있고, 또한 ‘믜’가 ‘미’로 바뀌어 기록되면서, 소유격형이 주격형으로 바뀌어 있다.
뮈유믈 보디 몯리로소니 슬픈 미
젹젹 주016) 젹젹 이 고어는 ‘초초(稍稍)’를 언해한 것으로서 현대어로의 뜻은 ‘조그마치’ 또는 ‘조금조금씩, 조그마하게’ 등이다.
다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불견추운동 비풍초초비【피리 소리가 애절해서 바람과 구름도 또한 쓸쓸해 하고 슬퍼한다는 말이다.】
【직역】 가을 구름의 움직임을 볼 수 없겠으나, 슬픈 바람에 조금조금씩 날아간다.
【의역】 저 하늘 가을 구름은 가만히 떠 있는 채 움직임을 볼 수 없는 것 같더니, 이내 슬픈 바람결에 조금조금씩 날아가는 듯하구나!
Ⓒ 역자 | 송준호 / 2015년 12월 30일
원본이미지
이 기사는 전체 2개의 원본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