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하)

  • 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 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하)
  • 음악(音樂)
  • 양씨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聽楊氏歌]
메뉴닫기 메뉴열기

양씨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聽楊氏歌]


聽楊氏歌 주001)
청양씨가(聽楊氏歌)
두보가 대력(大曆; 代宗) 4년(766)에 기주(夔州)에서 지은 것이다.

청양씨가
(양씨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佳人 주002)
가인(佳人)
이 한자어는 신하가 그리운 임금님을 표현할 때나 어떤 사람이 그리운 친구를 지칭할 때에 쓰여지는 말이기도 하지만, 『한서(漢書)』〈외척전(外戚傳)〉에 ‘이연년가왈 북방유가인 절대이독립(李延年歌曰 北方有佳人 絶代而獨立 : 이연년이 노래하기를 ‘북방에 고운 사람 있는데, 시대를 뛰어넘어 홀로 섰도다’)’라고 한 바대로 여인을 말하며, 『회남자(淮南子)』〈설림훈(說林訓)〉에도 ‘가인부동체(佳人不同體 : 고운 이는 체형이 남 같지 않고)’라고 한 것에서 보는 바대로 여인을 지칭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둘째 구에서 이 주인공이 ‘發皓齒(하얀 이를 들어내며 부르니)’라고 한 것을 봐서도 여인임을 알 수 있다.
絶代 주003)
절대(絶代)
시대를 끊는다. 이것을 이 작품의 시상 내용과 상관시켜 풀어보면, ‘같은 시대의 누구와도 비길 수 없이 뛰어나다’라는 말이며, 이것은 시간적으로만 유일 최고일 뿐만 아니라, 공간적으로도 유일 최고라는 것이라서, ‘절세(絶世 ; 같은 세상에서 비교할 수 없이 홀로 뛰어나다)’라는 말과도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獨立 주004)
독립(獨立)
글자들이 뜻하는 바 ‘홀로 서 있다’라는 이 말은 주인공 양씨가 노래하는 현장에서도 물론 ‘홀로 우뚝하게 서서 노래한다’이면서 ‘온 세상에서도 홀로 우뚝하게 노래를 잘 부르는 주인공으로서 알려져 있게 됐다’는 칭송을 함께하는 말이다.
發皓齒

고온 사 代예 그촌 주005)
그촌
끊은. 동사 ‘긏다(끊다)’에 관형사현 어미 ‘온’이 연결되면서, ‘ㅊ’이 연음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같은 뜻의 ‘긋다’와 ‘다’와 함께 쓰여졌다.
놀애여 오 주006)
오
홀로. 이것은 중간본에서 ‘오아’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셔셔  니예 내놋다 주007)
내놋다
내는구나. 여기서는 바로 노래를 발성한다는 말이다.

【한자음】 가인절대가 독립발호치
【직역】 고운 사람의 같은 시대를 뛰어넘는 노래여, 홀로 서서 하얀 이에서 소리가 나오는구나!
【의역】 같은 시대의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난 노래여, 홀로 서서 하얀 이를 들어내며 부르니,

滿堂慘不樂 響下 주008)
향하(響下)
이 한자어는 주술 구조의 어휘로서 ‘소리가 내려오다’이다. 이것은 물론 작품의 주체인 양씨가 부르는 구슬픈 노래 가락이 〈저 푸른 허공 속에서〉 내려오는 듯하다는 말이다.
靑虛裏 주009)
청허리(靑虛裏)
저 푸른 허공 속에서.
【言歌聲之悲也ㅣ라】

지븨 주010)
지븨
집에. 이것은 명사 ‘집’에 처격조사 ‘의’가 첨가되면서, ‘ㅂ’이 연음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쓰인 처격조사 ‘의’는 현대어의 처격 조사 ‘에’와 같이 쓰이면서, 동시에 소유격 조사 ‘의’로 쓰이기도 하였다.
기 주011)
기
가득히. 이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 부사이지만 원래는 형용사 ‘다(가득하다)’에서 어간 ‘’에 부사형 접미사인 ‘이’가 첨가되어 부사로 전성된 것이다.
안잿 주012)
안잿
앉아 있는. 동사 ‘앉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아’가 연결되면서, ‘ㅈ’이 연음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를 나타내는 ‘잇(있는)’이 연결되면서, ‘아’와 ‘이’가 통합하여 ‘잿’이 된 것이다.
사미 슬허 즐기디 아니 니 소리 프른 虛空ㅅ 소로셔 주013)
소로셔
‘속으로서’ 또는 ‘속에서’. 명사 ‘속’에 조사 ‘로셔(으로서. 에서)’가 첨가되면서, ‘ㄱ’이 연음된 것이다.
리놋다

【한자음】 만당참불락 향하청허리【노래 소리가 구슬프다는 말이다】
【직역】 집안에 가득히 앉아 있는 사람들이 슬퍼서 즐겁지 않으니, 소리가 푸른 저 허공 속에서 내려오는구나!
【의역】 노래를 부르는 집안에 가득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너무 구슬퍼진 채 즐거워질 수 없고, 이 노랫소리는 마치 저 푸른 하늘 허공에서 울려 내려오나 싶은데,

江城 주014)
강성(江城)
이 시를 작자 두보가 지금의 사천성 봉절현인 기주에서 지었다고 한 것을, 보면, 이 강가의 성은 아마도 양자강가에 있었을 기주성을 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素月 주015)
소월(素月)
이 한자어는 흔히 눈이 부시게 밝은 달빛을 말하나, 여기서는 노랫소리를 듣고 있는 작자 두보를 위시한 사람들의 심경을 상대적, 대비적으로 더욱 구슬프게 하는 공간적 상황으로서의 강화 기능을 하는 풍경이다.
況乃淸夜起 주016)
황내청야기(況乃淸夜起)
이 시구는 ‘더구나 이내 맑기만 한 이 밤에 잠 못 들고 일어나’로 풀이되는데, 여기의 ‘청야’는 앞 시구의 ‘소월’이라는 공간적 풍경과 함께 시간적 상황으로서 역시 작자 두보를 위시한 사람들의 심경과 행태를 상대적, 대비적으로 더욱 구슬프게 해주는 배경적 풍경이다.

 城이  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49ㄴ

찻거 주017)
찻거
띠고 차 있는데. 여기의 ‘거ᄂᆞᆯ’을 고어사전에서는 현대어의 ‘~매, ~으매, ~로, 으로’ 등으로만 풀었으나, 이 시에서는 ‘~는데’로 풀어 읽어야 하며, 동사 ‘다(띠다)’와 역시 동사 ‘다(가득해지다)’의 접미사와 연결어미가 합쳐진 ‘앗거(았거늘)’이 연결되면서, ‘’의 ‘’음이 묵음화하고, ‘ㅊ’이 바로 ‘앗거’에 연음된 것이다.
며 주018)
며
하물며. 여기서는 ‘더구나’로 풀어 읽어야 한다.
 바 니렛도다 주019)
니렛도다
일어나 있구나. 동사 ‘닐다(일어나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ㄹ’이 연음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를 나타내는 ‘잇도다(있구나!)’가 연결되면서, ‘어’와 ‘이’가 통합하여 ‘니렛도다’가 된 것이다.

【한자음】 강성대소월 황내청야기
【직역】 강가 성이 하얀 달빛을 띠고 있거늘, 하물며 맑은 밤에 일어났도다.
【의역】 강가의 성은 온통 눈이 부시게 밝은 달빛에 싸여 있고, 더구나 맑기만 한 이 고요한 밤에 잠을 못 들고 일어나 앉아 있으며,

老夫悲暮年 주020)
모년(暮年)
늙어버린 나이.
壯士 주021)
장사(壯士)
이 한자어의 뜻은 대개 ‘기개와 체질이 굳센 사람’으로 많이 쓰이나, 여기서는 ‘져믄 사(젊은 사람)’으로 언해된 바대로 ‘한창 젊은 나이의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다.
淚如水

늘근 노 늘근 나 주022)
나
니이를. 이 ‘나(나이)’는 ‘ㅎ’ 말음 명사라서 목적격 조사 ‘’이 첨가되면서, ‘ㅎ’이 첨용되어 ‘’이 된 것이다.
슬코 주023)
슬코
슬퍼하고. 동사 ‘슳다(슬퍼하다)’에 연결형 어미 ‘고’가 연결되면서, ‘ㅎ’음과 ‘ㄱ’음이 통합하여, ‘ㅋ’음이 된 것이다.
져믄 사 므를 믈 티 흘리놋다

【한자음】 노부비모년 장사누여수
【직역】 늙은 놈은 늙은 나이를 슬퍼하고, 젊은 사람은 눈물을 물같이 흘리는구나!
【의역】 늙은 놈의 신세인 나는 늙어버린 이 나이를 슬퍼하고, 젊은 사람들은 눈물을 물처럼 줄줄 흘리면서,

玉杯 주024)
옥배(玉杯)
옥 술잔. 이 한자어는 옥 술잔 자체만을 말하려 한 것이 아니라, 이 옥 술잔을 잡고 술을 마시려 하는 작자 두보와 그곳에 함께 있으면서, 양씨의 기막힌 노래를 함께 들은 사람들이 모두 아무 소리도 없이 오래 가만히 있게 됐다는 사연 등을 언외로 함축하고 있다.
久寂寞 金管迷宮徵 주025)
미궁치(迷宮徵)
‘궁’과 ‘치’의 가락을 헷갈려 잃어버리게 됐다. 이것은 종이나 관악기, 현악기 등의 연주자들도 양씨 노랫가락에 맞춘 ‘궁’과 ‘치’의 가락을 헷갈려 잃어버리게 되어, 연주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上句 言不敢發聲也ㅣ라 下句 言絃竹宮徵之聲이 不逮於歌也ㅣ라】

玉杯 가지고 오래 괴외얫더니 주026)
괴외얫더니
고요하게 있더니. 고요한 채 있더니. 형용사 ‘괴외다(고요하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아’가 연결되면서, 그 사이에 ‘ㅣ’가 삽입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를 나타내는 ‘잇더니’가 연결되면서 ‘야’와 ‘잇’이 통합 복모음화하여 ‘얫’이 된 것이다.
鐘聲管絃 주027)
종성관현(鐘聲管絃)
이것은 시 원문 중 ‘금관’을 풀이한 말로서 종성은 종소리이고, 관현은 관악기의 소리와 현악기의 소리를 말하며, 이것들은 양씨의 기막힌 노래와 비교하기 위해서, 시적 어휘로 인용된 소재들이다.
이 주028)
이
~이야. 이것은 강조형 조사로서 고어사전에는 ‘(야)’만 기록돼 있으며, 중간본에는 ‘이아’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되어 있다.
宮徵 迷失리로다

【한자음】 옥배구적막 금관미궁치【윗 구는 감히 소리를 낼 수 없었다는 말이요, 아랫 구는 현악기와 관악기의 ‘궁’과 ‘치’의 소리가 노래만 못하다는 말이다.】
【직역】 옥 술잔을 가지고 오래 고요한 채 있었더니, 종과 관악기, 현악기가 ‘궁’과 ‘치’의 가락을 헷갈려 잃어버렸도다.
【의역】 양씨가 부르는 기막힌 노래에 사람들은 너무 구슬퍼져 옥 술잔의 술을 마신대도 오랫동안 노래할 생각을 못하게 됐고, 종이나 관악기나 현악기들도 모두 ‘궁’과 ‘치’의 가락을 헷갈려 잃어버려, 오히려 이 양씨의 노래를 맞춰 연주할 수 없게 됐으니,

勿云聽者疲 주029)
물운청자피(勿云聽者疲)
이 시구는 작자 두보가 양씨의 노래를 지금 듣고 있는 사람과 또는 앞으로 어느 기회에 들을 사람들을 향해서 부탁하듯, 타이르듯, 깨우치듯 하는 말로서 ‘혹시라도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여, 이 음악적 수준이 얼마나 높은 것인 지를 모르고 그저 피곤하구나라고 말하지는 제발 말라.’ 라는 내용의 것이다.
愚智 주030)
우지(愚智)
이것을 언해에서는 ‘어리니와 智慧니(어리석은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라고 풀었으나, 이것을 이 시구의 전체적 주제와 상관시켜 유기적으로 풀어 읽자면 이것은 ‘어리석은 사람이건 지혜로운 사람이건 모두가’라는 것으로 풀어 읽는 것이 좋다.
心盡死 주031)
# 심사(心死)
이 한자어는 중국의 『열자(列子)』 〈탕문(湯問)〉에 ‘심사형폐(心死形廢 ; 평상시에 지녀온 마음이 다 없어지고, 지니고 있던 몸의 형체도 다 버려진 듯한 상태)’라는 말에서 온 것으로, 어떤 것에 너무 감동을 받아 일체 잡념을 잊고 무아지경에 들어간 상태를 말하며, 따라서 여기의 ‘심(心)’ 자는 바로 세속적 잡념에 사로잡혀 있던 마음을 말한다.
【此 言聽者感心之深也ㅣ라】

드를 사미 가다 주032)
가다
‘피로해 하는구나!’ 또는 ‘가빠하는구나!’이다.
니디 말라 어리니와 智慧니왜 미 다 주겟도다 주033)
미다주겠도다
마음이 다 죽었구나. 이것은 시의 원문인 ‘心盡死’를 사전적 의미대로의 축자적(逐字的) 직역(直譯)만을 한 것으로, 이 언해문의 문면만의 의미를 가지고는 무슨 내용인지를 파악할 길이 없다. 따라서 앞에서 풀이한 바대로 ‘일상에서 세속적인 잡념에 사로잡혀 있던 마음은 죽은 듯이 사라져버리고, 순수하고 새로운 무아지경에 들어간 것’을 말한다. 여기의 ‘미’는 중간본에서 ‘미’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되어 있다.

【한자음】 물운청자피 우지심진사【이것은 듣는 사람이 마음의 느낌이 깊다는 말이다.】
【직역】 ‘들을 사람이 피곤하다’는 말은 하지 말라. 어리석은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이 마음이 다 죽겠도다.
【의역】 사람들이여 ‘이 양씨의 노래를 들을 사람은 피곤하겠구나!’라는 말은 하지 말라, 어리석은 사람이건 지혜로운 사람이건 모두 이 노래에 너무 감동을 깊이 받아, 세속의 온갖 잡념에 사로잡혔던 마음은 다 죽은 것처럼 사라지고, 새로운 무아지경에 들 것이라,

古來傑出士 주034)
걸출사(傑出士)
아주 뛰어나게 잘난 선비. 여기서는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이며, 노래하는 주체인 양씨와 비교하기 위해서 인용된 대상으로, 양씨도 이 뛰어나게 잘난 선비만큼 많은 사람들의 귀를 기울이게 할 훌륭한 명가수이면서, 그래서 또 그렇게 많은 진정한 청중을 기다리고 있을 사람이라는 말이다.
豈待一知己 주035)
기대일지기(豈待一知己)
이 시구를 우리 선인들은 흔히 해온 언해의 관습대로 ‘엇뎨 나 몸 아 것을 기들우리오’로 언해하지 않고, ‘엇뎨 몸 아 나 기들우리오’라고 언해하였는데, 이것은 한 문장의 이질적 언어 구조에 대한 이해와 풀이로서 아주 놀라운 수준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一知己’의 ‘一’은 ‘한 사람’이며, ‘知己’는 ‘나를 진정으로 알아주다’. 이 두 단위의 어휘를 합치면 ‘한 사람이 나를 진정으로 알아주다’라는 한 문장이 될 수도 있고, ‘나를 진정으로 알아주는 한 사람’이라는 한 문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것은 ‘豈待一知己’라는 이 시구에서 ‘豈待(어찌 기다리겠는가?)’라는 타동사구가 등장하여, 그 목적어를 필요로 하고 있는 구조라서,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한 문장보다는 한 문구 특히 명사구가 요구되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나를 진정으로 알아주는 한 사람’이라는 문구가 적합하며, 뿐만 아니라 우리 선인들은 이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면서, ‘一知己’에서 ‘一’은 ‘한 사람’이라는 것과 ‘知己’는 ‘나를 알아주는’이라는 설명적 관형어로서 이것이 뒤에서 앞에 있는 ‘一(한 사람)’을 수식해주는 것임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말에서는 관형어가 반드시 그 수식을 받는 말 앞에만 놓이지, 절대로 뒤에 놓이지 않는 언어적 관습화에도 불구하고, 이것과 전혀 다른 한 문장의 언어적 관습을 무자각적으로나마 터득 활용하였다는 점이 대단히 놀라운 것이다.
吾聞昔秦靑 주036)
진청(秦靑)
중국의 『열자(列子)』 〈탕문(湯問)〉에 나오는 옛날의 가수로서, 설담(薛譚)이라는 사람이 그에게 가서 노래를 배우다가, 미처 그의 노래 기능을 다 익히지 못했으면서도, 자신이 있다고 생각해서 떠나려 하자, 진청이 이 설담을 교외에서 전송하면서 노래를 부르니, 그 슬픈 노랫가락이 숲의 나뭇가지들을 울리고 흘러가던 구름을 멈추어, 이것을 본 설담이 사과를 하고, 다시 진청을 따라와서는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고 하였다.
傾側天下耳 주037)
경측천하이(傾側天下耳)
천하의 귀를 기울이게 한다. 이것은 바로 이 시의 주인공인 양씨도 바로 이 진청만큼 노래를 기막히게 잘 불러서,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다 듣고 싶어 귀를 기울이게 할 것이라는 친송을 대신한 말이다.
【天下之人이 豈 傾耳而聽 則非但一知己而已니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녜로 오매 傑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50ㄱ

出 사 엇뎨 몸 아 나 기들우리오 주038)
기들우리오
기다리겠는가. 그 원형은 ‘기들우다’이며, 이것은 같은 뜻으로 ‘기들오다’, ‘기드리다’라는 말들과 함께 쓰였다.
나 드로니 주039)
드로니
들으니. 이것은 ‘ㄷ’ 변칙 동사 ‘듣다’에 연결형 어미 ‘오니’가 연결되면서, ‘ㄷ’이 ‘ㄹ’로 바뀌면서 연음된 것이다.
녜 秦靑이 天下앳 귀 기우리게 더니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고래걸출사 기대일지기 오문석진청 경측천하이【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귀를 기우리고 듣는다고 했으면, 바로 마음을 아는 사람이 하나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직역】 옛날부터 오면서 아주 잘난 사람은, 참말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어찌 하나만 기다리겠는가? 나는 듣자하니 옛날에 진청(秦靑)이 천하의 귀를 기울이게 했었다고 하더니라!
【의역】 예로부터 지금까지 천하에 난 사람이라면, 진실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어찌 한두 사람만이겠는가? 내가 듣기로는 옛날 노래 잘하기로 유명한 진청이란 자가 노래를 부르면, 천하의 듣는 이 귀를 모두 기울이게 했다고 하였다.
Ⓒ 역자 | 송준호 / 2015년 12월 30일

원본이미지
이 기사는 전체 3개의 원본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석
주001)
청양씨가(聽楊氏歌) : 두보가 대력(大曆; 代宗) 4년(766)에 기주(夔州)에서 지은 것이다.
주002)
가인(佳人) : 이 한자어는 신하가 그리운 임금님을 표현할 때나 어떤 사람이 그리운 친구를 지칭할 때에 쓰여지는 말이기도 하지만, 『한서(漢書)』〈외척전(外戚傳)〉에 ‘이연년가왈 북방유가인 절대이독립(李延年歌曰 北方有佳人 絶代而獨立 : 이연년이 노래하기를 ‘북방에 고운 사람 있는데, 시대를 뛰어넘어 홀로 섰도다’)’라고 한 바대로 여인을 말하며, 『회남자(淮南子)』〈설림훈(說林訓)〉에도 ‘가인부동체(佳人不同體 : 고운 이는 체형이 남 같지 않고)’라고 한 것에서 보는 바대로 여인을 지칭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둘째 구에서 이 주인공이 ‘發皓齒(하얀 이를 들어내며 부르니)’라고 한 것을 봐서도 여인임을 알 수 있다.
주003)
절대(絶代) : 시대를 끊는다. 이것을 이 작품의 시상 내용과 상관시켜 풀어보면, ‘같은 시대의 누구와도 비길 수 없이 뛰어나다’라는 말이며, 이것은 시간적으로만 유일 최고일 뿐만 아니라, 공간적으로도 유일 최고라는 것이라서, ‘절세(絶世 ; 같은 세상에서 비교할 수 없이 홀로 뛰어나다)’라는 말과도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주004)
독립(獨立) : 글자들이 뜻하는 바 ‘홀로 서 있다’라는 이 말은 주인공 양씨가 노래하는 현장에서도 물론 ‘홀로 우뚝하게 서서 노래한다’이면서 ‘온 세상에서도 홀로 우뚝하게 노래를 잘 부르는 주인공으로서 알려져 있게 됐다’는 칭송을 함께하는 말이다.
주005)
그촌 : 끊은. 동사 ‘긏다(끊다)’에 관형사현 어미 ‘온’이 연결되면서, ‘ㅊ’이 연음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같은 뜻의 ‘긋다’와 ‘다’와 함께 쓰여졌다.
주006)
오 : 홀로. 이것은 중간본에서 ‘오아’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주007)
내놋다 : 내는구나. 여기서는 바로 노래를 발성한다는 말이다.
주008)
향하(響下) : 이 한자어는 주술 구조의 어휘로서 ‘소리가 내려오다’이다. 이것은 물론 작품의 주체인 양씨가 부르는 구슬픈 노래 가락이 〈저 푸른 허공 속에서〉 내려오는 듯하다는 말이다.
주009)
청허리(靑虛裏) : 저 푸른 허공 속에서.
주010)
지븨 : 집에. 이것은 명사 ‘집’에 처격조사 ‘의’가 첨가되면서, ‘ㅂ’이 연음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쓰인 처격조사 ‘의’는 현대어의 처격 조사 ‘에’와 같이 쓰이면서, 동시에 소유격 조사 ‘의’로 쓰이기도 하였다.
주011)
기 : 가득히. 이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 부사이지만 원래는 형용사 ‘다(가득하다)’에서 어간 ‘’에 부사형 접미사인 ‘이’가 첨가되어 부사로 전성된 것이다.
주012)
안잿 : 앉아 있는. 동사 ‘앉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아’가 연결되면서, ‘ㅈ’이 연음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를 나타내는 ‘잇(있는)’이 연결되면서, ‘아’와 ‘이’가 통합하여 ‘잿’이 된 것이다.
주013)
소로셔 : ‘속으로서’ 또는 ‘속에서’. 명사 ‘속’에 조사 ‘로셔(으로서. 에서)’가 첨가되면서, ‘ㄱ’이 연음된 것이다.
주014)
강성(江城) : 이 시를 작자 두보가 지금의 사천성 봉절현인 기주에서 지었다고 한 것을, 보면, 이 강가의 성은 아마도 양자강가에 있었을 기주성을 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015)
소월(素月) : 이 한자어는 흔히 눈이 부시게 밝은 달빛을 말하나, 여기서는 노랫소리를 듣고 있는 작자 두보를 위시한 사람들의 심경을 상대적, 대비적으로 더욱 구슬프게 하는 공간적 상황으로서의 강화 기능을 하는 풍경이다.
주016)
황내청야기(況乃淸夜起) : 이 시구는 ‘더구나 이내 맑기만 한 이 밤에 잠 못 들고 일어나’로 풀이되는데, 여기의 ‘청야’는 앞 시구의 ‘소월’이라는 공간적 풍경과 함께 시간적 상황으로서 역시 작자 두보를 위시한 사람들의 심경과 행태를 상대적, 대비적으로 더욱 구슬프게 해주는 배경적 풍경이다.
주017)
찻거 : 띠고 차 있는데. 여기의 ‘거ᄂᆞᆯ’을 고어사전에서는 현대어의 ‘~매, ~으매, ~로, 으로’ 등으로만 풀었으나, 이 시에서는 ‘~는데’로 풀어 읽어야 하며, 동사 ‘다(띠다)’와 역시 동사 ‘다(가득해지다)’의 접미사와 연결어미가 합쳐진 ‘앗거(았거늘)’이 연결되면서, ‘’의 ‘’음이 묵음화하고, ‘ㅊ’이 바로 ‘앗거’에 연음된 것이다.
주018)
며 : 하물며. 여기서는 ‘더구나’로 풀어 읽어야 한다.
주019)
니렛도다 : 일어나 있구나. 동사 ‘닐다(일어나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ㄹ’이 연음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를 나타내는 ‘잇도다(있구나!)’가 연결되면서, ‘어’와 ‘이’가 통합하여 ‘니렛도다’가 된 것이다.
주020)
모년(暮年) : 늙어버린 나이.
주021)
장사(壯士) : 이 한자어의 뜻은 대개 ‘기개와 체질이 굳센 사람’으로 많이 쓰이나, 여기서는 ‘져믄 사(젊은 사람)’으로 언해된 바대로 ‘한창 젊은 나이의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다.
주022)
나 : 니이를. 이 ‘나(나이)’는 ‘ㅎ’ 말음 명사라서 목적격 조사 ‘’이 첨가되면서, ‘ㅎ’이 첨용되어 ‘’이 된 것이다.
주023)
슬코 : 슬퍼하고. 동사 ‘슳다(슬퍼하다)’에 연결형 어미 ‘고’가 연결되면서, ‘ㅎ’음과 ‘ㄱ’음이 통합하여, ‘ㅋ’음이 된 것이다.
주024)
옥배(玉杯) : 옥 술잔. 이 한자어는 옥 술잔 자체만을 말하려 한 것이 아니라, 이 옥 술잔을 잡고 술을 마시려 하는 작자 두보와 그곳에 함께 있으면서, 양씨의 기막힌 노래를 함께 들은 사람들이 모두 아무 소리도 없이 오래 가만히 있게 됐다는 사연 등을 언외로 함축하고 있다.
주025)
미궁치(迷宮徵) : ‘궁’과 ‘치’의 가락을 헷갈려 잃어버리게 됐다. 이것은 종이나 관악기, 현악기 등의 연주자들도 양씨 노랫가락에 맞춘 ‘궁’과 ‘치’의 가락을 헷갈려 잃어버리게 되어, 연주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주026)
괴외얫더니 : 고요하게 있더니. 고요한 채 있더니. 형용사 ‘괴외다(고요하다)’에 보조적 연결어미 ‘아’가 연결되면서, 그 사이에 ‘ㅣ’가 삽입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를 나타내는 ‘잇더니’가 연결되면서 ‘야’와 ‘잇’이 통합 복모음화하여 ‘얫’이 된 것이다.
주027)
종성관현(鐘聲管絃) : 이것은 시 원문 중 ‘금관’을 풀이한 말로서 종성은 종소리이고, 관현은 관악기의 소리와 현악기의 소리를 말하며, 이것들은 양씨의 기막힌 노래와 비교하기 위해서, 시적 어휘로 인용된 소재들이다.
주028)
이 : ~이야. 이것은 강조형 조사로서 고어사전에는 ‘(야)’만 기록돼 있으며, 중간본에는 ‘이아’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되어 있다.
주029)
물운청자피(勿云聽者疲) : 이 시구는 작자 두보가 양씨의 노래를 지금 듣고 있는 사람과 또는 앞으로 어느 기회에 들을 사람들을 향해서 부탁하듯, 타이르듯, 깨우치듯 하는 말로서 ‘혹시라도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여, 이 음악적 수준이 얼마나 높은 것인 지를 모르고 그저 피곤하구나라고 말하지는 제발 말라.’ 라는 내용의 것이다.
주030)
우지(愚智) : 이것을 언해에서는 ‘어리니와 智慧니(어리석은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라고 풀었으나, 이것을 이 시구의 전체적 주제와 상관시켜 유기적으로 풀어 읽자면 이것은 ‘어리석은 사람이건 지혜로운 사람이건 모두가’라는 것으로 풀어 읽는 것이 좋다.
주031)
# 심사(心死) : 이 한자어는 중국의 『열자(列子)』 〈탕문(湯問)〉에 ‘심사형폐(心死形廢 ; 평상시에 지녀온 마음이 다 없어지고, 지니고 있던 몸의 형체도 다 버려진 듯한 상태)’라는 말에서 온 것으로, 어떤 것에 너무 감동을 받아 일체 잡념을 잊고 무아지경에 들어간 상태를 말하며, 따라서 여기의 ‘심(心)’ 자는 바로 세속적 잡념에 사로잡혀 있던 마음을 말한다.
주032)
가다 : ‘피로해 하는구나!’ 또는 ‘가빠하는구나!’이다.
주033)
미다주겠도다 : 마음이 다 죽었구나. 이것은 시의 원문인 ‘心盡死’를 사전적 의미대로의 축자적(逐字的) 직역(直譯)만을 한 것으로, 이 언해문의 문면만의 의미를 가지고는 무슨 내용인지를 파악할 길이 없다. 따라서 앞에서 풀이한 바대로 ‘일상에서 세속적인 잡념에 사로잡혀 있던 마음은 죽은 듯이 사라져버리고, 순수하고 새로운 무아지경에 들어간 것’을 말한다. 여기의 ‘미’는 중간본에서 ‘미’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되어 있다.
주034)
걸출사(傑出士) : 아주 뛰어나게 잘난 선비. 여기서는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이며, 노래하는 주체인 양씨와 비교하기 위해서 인용된 대상으로, 양씨도 이 뛰어나게 잘난 선비만큼 많은 사람들의 귀를 기울이게 할 훌륭한 명가수이면서, 그래서 또 그렇게 많은 진정한 청중을 기다리고 있을 사람이라는 말이다.
주035)
기대일지기(豈待一知己) : 이 시구를 우리 선인들은 흔히 해온 언해의 관습대로 ‘엇뎨 나 몸 아 것을 기들우리오’로 언해하지 않고, ‘엇뎨 몸 아 나 기들우리오’라고 언해하였는데, 이것은 한 문장의 이질적 언어 구조에 대한 이해와 풀이로서 아주 놀라운 수준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一知己’의 ‘一’은 ‘한 사람’이며, ‘知己’는 ‘나를 진정으로 알아주다’. 이 두 단위의 어휘를 합치면 ‘한 사람이 나를 진정으로 알아주다’라는 한 문장이 될 수도 있고, ‘나를 진정으로 알아주는 한 사람’이라는 한 문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것은 ‘豈待一知己’라는 이 시구에서 ‘豈待(어찌 기다리겠는가?)’라는 타동사구가 등장하여, 그 목적어를 필요로 하고 있는 구조라서,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한 문장보다는 한 문구 특히 명사구가 요구되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나를 진정으로 알아주는 한 사람’이라는 문구가 적합하며, 뿐만 아니라 우리 선인들은 이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면서, ‘一知己’에서 ‘一’은 ‘한 사람’이라는 것과 ‘知己’는 ‘나를 알아주는’이라는 설명적 관형어로서 이것이 뒤에서 앞에 있는 ‘一(한 사람)’을 수식해주는 것임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말에서는 관형어가 반드시 그 수식을 받는 말 앞에만 놓이지, 절대로 뒤에 놓이지 않는 언어적 관습화에도 불구하고, 이것과 전혀 다른 한 문장의 언어적 관습을 무자각적으로나마 터득 활용하였다는 점이 대단히 놀라운 것이다.
주036)
진청(秦靑) : 중국의 『열자(列子)』 〈탕문(湯問)〉에 나오는 옛날의 가수로서, 설담(薛譚)이라는 사람이 그에게 가서 노래를 배우다가, 미처 그의 노래 기능을 다 익히지 못했으면서도, 자신이 있다고 생각해서 떠나려 하자, 진청이 이 설담을 교외에서 전송하면서 노래를 부르니, 그 슬픈 노랫가락이 숲의 나뭇가지들을 울리고 흘러가던 구름을 멈추어, 이것을 본 설담이 사과를 하고, 다시 진청을 따라와서는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고 하였다.
주037)
경측천하이(傾側天下耳) : 천하의 귀를 기울이게 한다. 이것은 바로 이 시의 주인공인 양씨도 바로 이 진청만큼 노래를 기막히게 잘 불러서,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다 듣고 싶어 귀를 기울이게 할 것이라는 친송을 대신한 말이다.
주038)
기들우리오 : 기다리겠는가. 그 원형은 ‘기들우다’이며, 이것은 같은 뜻으로 ‘기들오다’, ‘기드리다’라는 말들과 함께 쓰였다.
주039)
드로니 : 들으니. 이것은 ‘ㄷ’ 변칙 동사 ‘듣다’에 연결형 어미 ‘오니’가 연결되면서, ‘ㄷ’이 ‘ㄹ’로 바뀌면서 연음된 것이다.
책목차이전페이지다음페이지페이지상단이동글자확대글자축소다운로드의견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