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언의 쌍 소나무 그림을 놀리듯이 읊은 노래[戱韋偃爲雙松圖歌]
已令拂拭
光凌亂 주048) 광릉난(光凌亂) 빛이 야단스럽다. 이것은 빛이 나는 것을 부정적인 인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빛이 번쩍번쩍 잘 난다’는 말로서 이 천이 그림을 그리기에 아주 좋는 바탕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請公
放筆 주049) 방필(放筆) 붓을 내어 놓다. 여기서는 그림을 그릴 주인공 위언이 명화가라는 것을 전제로 자유자재로 붓질을 한껏 놀려 그리라는 칭송의 부탁이다.
爲
直幹 주050) 직간(直幹) 곧은 줄기. 여기서는 그리는 소나무의 둥치를 곧게 그리라는 청탁만이 아니라, 몇 백년 겨울을 푸르른 채 꿋꿋하게 이기며 곧게 서 있는 소나무의 상태를 굳고 곧은 기개와 지조의 선비로 인격화하여, 비유적으로 활용한 표현이기도 하다.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마
여 주051) 여 하여금. 이 시구 안에서는 ‘누구로 하여금 하게 하다’라는 사동(使動)의 술어인데, 문면에는 그 사동의 대상인 ‘누구로’나 ‘누구를’이라는 실체가 생략되어 있으며, 이 ‘영(令:하여금)’ 자나 ‘사(使:하여금)’ 자는 거의 이렇게 사동의 대상이 생략된 채 쓰이는 경우가 많다.
며 스져 주052) 며 스저 털며 닦아. 이 고어구에서 ‘스저’는 분명 ‘스서(씻어)’를 잘못 표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식(拭)’(씻다. 닦다) 자를 언해한 것이 분명하고, 이 한자의 뜻이 ‘씻다’이므로 정녕 ‘스저’가 아닌 ‘스서’임이 분명하며, 그래서 중간본에서는 ‘스서’로 바로잡아 표기되어 있다.
비치
어즈러우니 주053) 어즈러우니 어지러우니. 이 고어는 시구의 ‘능난(凌亂)’을 언해한 것으로 비록 축자적인 풀이로 맞는 것이긴 하지만, 시의 총체적 의미망에 맞게 이해해야 한다면, 매우 정리가 되지 않고, 혼란스런 상태의 심상을 함축한 이 ‘어즈러우니’라는 풀이는 적합하지 않으며, 이 시에서 ‘능난’은 오히려 좀은 역동적인 인상의 뜻인 ‘빛깔이 번쩍번쩍 나는 상태’를 표현한 것이 분명하다.
請 주054) 그듸 부들 노하고
읏드믈 주055) 읏드믈 으뜸을. 밑둥치를. 근본을. 여기서는 한자 ‘간(幹)’을 풀이한 것으로 ‘밑둥치를’로 풀이되는 것이다.
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이령불식광릉난 청공방필위직간
【직역】 이미 떨어서 씻어지게 하여 빛이 야단스러우니, 청하건대 그대의 붓을 마음껏 놀려 곧은 밑둥치를 만들게나!
【의역】 내가 벌써 그 동쪽 비단 천을 먼지를 털고, 깨끗하게 닦아 놓게 하여서, 그 천의 빛깔이 번쩍번쩍 나고 있으니, 그대에게 청하건대, 그대의 붓을 마음껏 놀려서, 다시 곧은 한 둥치의 소나무로 그려 놓게나!
Ⓒ 역자 | 송준호 / 2015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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