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효경언해

  • 역주 효경언해
  • 전(傳) 14장
  • 제4장(고문 제9장) 효치(孝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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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고문 제9장) 효치(孝治)


子ㅣ 曰왈 昔셕者쟈 明명王왕之지以이孝효治티天텬下하也야애 不블敢감遺유小쇼國국之지臣신시니 而이况황於어公공侯후伯子

11ㄱ

男남乎호아 故고로 得득萬만國국之지懽환心심야 以이事其기先션王왕시며

子ㅣ 샤 주001)
자(子)ㅣ 샤:
공자가 말씀하시되. ‘샤’의 기본형은 ‘다’이고 여기에 매개모음 ‘--’와 주체존대의 경어법 선어말 어미 ‘-시-’와 구속형 연결어미 ‘-’가 통합된 형이다. ¶나 일홈 시니(용비어천가 85).
녜 신 님금이 孝효로 주002)
님금이 효(孝)로:
임금이 효로써. 두음회피현상을 거치면서 ‘님금〉임금’이 되었다. 그 어원은 니사금(尼師今) 혹은 닛금이라 한다. 필자(1994)에 따르면, ‘님’은 ‘니마〉님〉임’으로 소리가 변한 것으로 태양신을 이른다. 두음법칙은 단어 첫머리에서 발음하기 까다로운 자음을 발음하기 쉽게 고치는 음운규칙이다. 국어의 단어 첫머리에는 두 개 이상의 자음군이 올 수 없고 ‘ㅇ·ㄹ’도 올 수 없으며 ‘이’나 ‘이-’로 시작되는 이중모음 앞에 ‘ㄴ’도 올 수 없다. 그래서 이러한 자음이나 자음군이 단어 첫머리에 놓이면 이들을 발음하기 쉽게 바꾸게 된다. 말하자면 이러한 자음들이나 어두 자음군이 단어 첫머리에 놓이면 이들을 발음하기 쉬운 소리로 바꾸게 된다. 그 전제는 이러하다. (1)그 자음을 떨어뜨린다. (2)그 자음을 다른 자음으로 바꾼다. (3)그 자음의 앞이나 뒤에 모음을 끼워 넣는다. 한편, 한자 가운데 ‘녀·뇨·뉴·니’로 시작되는 것들은 단어 첫머리에 올 때 ‘ㄴ’을 떨어뜨려 ‘여·요·유·이’로 바뀐다(여자·요소·유대·익명). ‘녀·뇨·뉴·니’에서 ‘ㄴ’이 구개음화된 ㄴ[ɲ]로 발음되어야 하는데 단어 첫머리에서는 이 소리를 발음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낱말의 첫머리가 아니면 ‘ㄴ’이 떨어지지 않는다(남녀·당뇨). 수량 단위 의존명사 ‘냥(兩)·년(年)·자’ 등은 항상 수를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쓰이므로 단어 첫머리에 놓이지 않은 것으로 다루어 원형을 유지한다(다섯 냥, 몇 년). 한자 중에 ‘랴·려·례·료·류·리’로 시작되는 것들은 단어 첫머리에 올 때 유음화된 ‘ㄹ’을 떨어뜨린다(양심·예의). 단어 첫머리에서 모음 앞의 ‘ㄹ’을 발음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어 첫머리가 아니라면, ‘ㄹ’이 떨어지지 않는다(개량·사례). ‘렬’과 ‘률’은 단어 첫머리가 아닌 곳에서도 모음이나 ‘ㄴ’ 뒤에서는 ‘ㄹ’을 떨어뜨려 ‘열·율’로 변한다(나열·비율). 의존명사 ‘리(里)’는 항상 수를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쓰이므로 단어 첫머리에 놓이지 않은 것으로 취급되어 ‘리’가 그대로 남는다(몇 리, 천 리). 한자 중에 ‘라·래·로·뢰·루·르’로 시작되는 것들은 단어 첫머리에 올 때 ‘ㄹ’을 ‘ㄴ’으로 바꾸어 ‘나·내·노·뇌·누·느’로 변한다(낙원·내일·노인). 그러나 단어 첫머리가 아닌 곳에서는 ‘ㄹ’이 ‘ㄴ’으로 바뀌지 않는다(쾌락·거래). 이와 함께 고유어의 경우는 어떠한가. ‘냐옹·녀석·니은(ㄴ)’ 등 ‘ㄴ’이 두음법칙을 따르지 않는 단어가 드물게 나타난다. 의존명사 ‘년·닢·리’ 등은 항상 다른 말 뒤에 붙어 쓰이므로 단어 첫머리에 놓이지 않은 것으로 취급되어 ‘ㄴ·ㄹ’을 유지하고 있다. 한자어 밖의 외래어에서, 특히 젊은 세대에서 ‘ㄴ’과 ‘ㄹ’이 두음법칙을 따르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뉴스·라디오·라면). 다만 외래어의 경우, 어두자음군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매개모음 ‘으’가 사이에 들어가게 된다(드럼·스킨). 중세어에서는 단어 첫머리에서 ‘ㄴ’이 ‘이·여·예’ 등의 앞에 올 수 있었다(니[齒]·녀름[여름]·녀편·녯날[옛날]). ‘ㄹ’도 단어 첫머리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으나 대부분 한자어였다(라귀[나귀]·러울[너구리]). 중세어에서는 ‘ㅲ·ㅳ.ㅄ.ㅶ.ㅴ.ㅵ’ 같은 ‘ㅂ-’계 자음군도 단어 첫머리에 나타날 수 있었다. ‘ㅺ.ㅼ.ㅽ’과 같은 ‘ㅅ-’ 계 자음군도 단어 첫머리에 올 수 있었는데 발음상으로는 ‘ㄲ·ㄸ·ㅃ’과 같은 된소리였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에서는 ‘ㄴ, ㄹ’로 시작되는 한자가 단어 첫머리에 오더라도 원음대로 적고 발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단어 첫머리가 아닌 곳에서 모음이나 ㄴ 뒤에 오는 ‘렬·률’도 그대로 적도록 하고 있는데 모음 뒤에서는 ‘열·율’로 발음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아직도 북한의 지역어에서는 구개음화를 겪지 않은 소리들이 문화어로 통용되고 있다.
天텬下하를 다리심애 敢감히 져근 나랏 신하도 기티디 아니시니 며 公공과 侯후과 伯과 子과 男남【다 가지 졔후의 벼이라】가 故고로 일만 나라희 깃거 을 어더 그 先션王왕을 셤기시며

〈전(傳) 제4장 효치(孝治)〉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옛날 밝으신 임금은 효로써 천하를 다스림에 감히 작은 나라의 신하도 버리지 아니하셨다. 하물며 공·후·백·자·남【다섯 가지는 신하들의 벼슬이라】이랴.”〈라고 하였다.〉 그런 고로 모든 나라의 기뻐하는 마음을 얻음으로써 그 선왕을 섬기셨으며,

治티國국者쟈ㅣ 不블敢감侮모於어鰥환寡과ㅣ니 而이況황於어士民민乎호아 故고로 得득

11ㄴ

百姓셩之지懽환心심야 以이事其기先션君군며

나라흘 다리 이 敢감히 鰥환이며 寡과에도 업슈이 녀기디 주003)
업슈이 녀기디:
업신여기지. ‘업슈이’의 기본형은 ‘없다’이고 여기에 부사화 어미 ‘-이‘가 통합된 형임. 전설모음화와 단모음화를 거쳐서 ‘업슈〉업수〉업스〉업시’로 소리가 달라졌을 것으로 보인다. 전설모음화는 본디 전설모음이 아닌데 앞서는 치조 파찰음 뒤에서 전설모음으로 그 소리가 변동하는 현상이다. 전설모음화는 현재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변변하지 못한 사람을 업숭이라 함을 보아도 ‘업수-’형이 가능하다. 현행 표준어 규정에 따르면 이 역행동화에 의해 이루어진 발음은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하였다. 해서 괴기, 손잽이, 멕이다 등은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풋내기, 시골내기 등의 내기나 냄비 등은 이 모음역행동화 형들로서 변한 소리를 인정한다. 또 위의 차비와 채비도 역사적으로는 한자어 차비에서 온 것으로 보이지만 어원에서 멀어진 것으로 보아 채비를 표준어로 인정한다. 마침내 이 모음역행동화 형들은 대부분은 표준어로 인정하기 않고 있고, 아지랑이 역시 아지랭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아지랑이의 경우는 표준어 규정 제 9항 밑에 붙임으로 따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성격이 다른 것으로 본 것이다.
아니니 며 士과 셩가 故고로 百姓셩의 깃거 을 주004)
깃거 을:
기뻐하는 마음을. ‘깃거’의 기본형은 ‘깃거다’인데 여기에 관형사형 어말어미 ‘-’이 통합되었다. 연철과 역행동화를 따라서 ‘깃거다〉기다〉기꺼하다-기뻐하다’로 소리가 변천을 겪어왔다. ㅅ-계 합용병서의 단일화를 거쳐서 ‘기다〉기꺼하다’로 소리가 변동하였다.
어더 그 先션君군을 셤기며

나라를 다스리는 이는 감히 홀아비와 과부에게도 업신여기지 아니하니, 하물며 선비와 백성이랴. 그러므로 백성의 기뻐하는 마음을 얻어 그 어른을 섬겼으며,

治티家가者ㅣ不블敢감失실於어臣신妾쳡이니 而이况황於어妻처子乎호아 故고로 得득人인之지懽환心심야 以이事其기親친니라

집을 다리 이 敢감히 臣신과 妾쳡의게도

12ㄱ

일티 아니니 며 안해과 식가 주005)
며 안해과 식가:
하물며 아내와 자식에게서랴? ‘안해’는 ㅎ종성체언 ‘안’에 접미사 ‘-애’가 유착하여 이루어진 형태인데 뒤로 오면서 음운탈락과 연철이 일어나면서 안해〉안애〉아내로 소리가 변하였다. 15세기에 쓰이던 중세국어 가운데 체언(명사, 수사, 대명사)과 조사가 결합될 때 아무런 이유 없이 ㅎ이 덧붙는 낱말들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하늘, 바다, 나라, 안’ 따위가 있다. 예를 들어 ‘바다’란 명사에 조사 ‘-이’가 붙는 경우 ‘바다이’가 되어야 마땅하다. ‘바다’는 ㅎ종성체언이므로 ‘바다+ㅎ+이’가 되어 ‘바다히’라고 썼다. 이런 영향이 현재 쓰이는 말에도 나타나고 있는데 ‘안, 암/수, 머리, 살’이 바로 그런 낱말들이다. 예를 들어 안팎(안ㅎ+밖), 암탉(암ㅎ+닭), 수평아리(수ㅎ+병아리), 머리카락(머리ㅎ+가락), 살코기(살ㅎ+고기), 집우(ㅎ)〉집웅〉지붕 등이 있다. 그러나 ㅅ과 같이 거센소리가 없거나 된소리가 오는 경우는 더 이상 거센소리로 적을 수 없다. 따라서 꿩의 경우는 ‘암-수’가 결합되어도 ‘암꿩, 수꿩’으로 써야 하고, ‘소’의 경우도 ‘수소’가 된다. ‘-가’는 의문형 종결어미로 간접 의문을 제기한다. 분포로 보아 ‘-ㄴ가’의 빈도가 높다. 문장을 끝내주는 종결법 문체라고 볼 수 있다. ‘며’에서 아래아의 변이와 원순모음화를 거치면서 ‘며〉하믈며〉하물며’로 소리가 변하였다. 일종의 동화현상으로서 청각인상을 분명하게 하기 위한 음운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순음성 자음 앞뒤에서 중설모음 ‘ㅡ’가 올 때 ㅜ로 소리가 나는 현상이다.
故고로 사의 깃거 을 어더 그 어버이 셤기니라

집을 다스리는 이는 감히 가신이나 계집종에게도 〈믿음을〉 잃지 아니하니 하물며 아내와 자식이랴. 그러므로 〈많은〉 사람의 기뻐하는 마음을 얻음으로써 그 어버이를 섬기는 것이다.

夫부然연故고로 生則즉親친이 安안之지고 祭제則즉 鬼귀ㅣ享향之지라 是시以이로 天텬下하ㅣ 和화平평야 災害해ㅣ 不블生며 禍화亂란이 不블作작니 故고로 明명王왕之지以이孝효治티天텬下하ㅣ 如여此ㅣ라 詩시云운 有유覺각德덕行을 四國국ㅣ 順슌之지라 니라

12ㄴ

그런 故고로 사라셔 어버이 편안히 녀기시고 祭제면 귀신이 흠향디라 주006)
귀신이 흠향디라:
귀신이 제사를 받아들이는 까닭에. ‘디라’의 ‘디’는 의존명사로 기원형인 ‘’에 주격조사 ‘-이’가 유착되어 형성된 것이다. 다시 의존명사 ‘디’에 설명의 연결형 어미가 통합된 것임. 이러한  류의 의존명사는 반드시 관형형 어미 아래 통합되는 분포상의 제약이 있다. 이러한 의존명사의 의존적인 특징이 관형사형 어미와 유착하여 이루어지는 어미와 조사가 우리말의 문법적인 특징의 가장 대표적인 교착성을 발달시켜 왔다. 의존명사 가운데 기원의존명사로 보이는 ‘, ’가 그 중심에 선다.
이러모로 天텬下하ㅣ 和화平평야 灾害해 나디 아니며 禍화亂란이 作쟉디 아니니 故고로 明명王왕의 孝효로 天텬下하 다리심이 주007)
효(孝)로 천하(天下) 다리심이:
효행으로써 나라를 다스리시니. 흔히 효치(孝治)라고 이른다. 효치가 발전한 모습이 충치(忠治)가 된다.
이럿 디라 詩시예 닐오 큰 德덕行을 네녁 나라히 順슌다 니라

무릇 그러하니 살아서는 어버이가 편안히 여기시고 〈돌아가시어〉 제사하면 귀신이 이를 받는다. 이런 까닭에 천하가 평화로워지며 재해가 일어나지 않고 화란이 일어나지 아니한다. 그런 고로 밝으신 임금이 효로써 천하를 다스리심이 이와 같았으므로, 『시경』 〈대아 억편〉에 이르기를, “임금의 덕행이 위대하니 사방의 나라가 〈모두〉 그를 따른다.”라고 하였다.

右우 傳뎐之지四章쟝이니 釋셕民민用용和화睦목上샹下하無무怨원다
Ⓒ 필자 | 공안국 /

右우 傳뎐의 넷잿 章쟝이니 셩이

13ㄱ

和화睦목야 우히며 아래 怨원이 업슴을 사기다
Ⓒ 역자 | 홍문관 / 1589년(선조 22)

윗(오른쪽) 글은 〈성현이 지으신〉 전의 넷째 장이니, 백성이 화목하게 함으로써 위와 아래가 원망이 없게 함을 풀이한 것이다.
Ⓒ 역자 | 정호완 / 2014년 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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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자(子)ㅣ 샤:공자가 말씀하시되. ‘샤’의 기본형은 ‘다’이고 여기에 매개모음 ‘--’와 주체존대의 경어법 선어말 어미 ‘-시-’와 구속형 연결어미 ‘-’가 통합된 형이다. ¶나 일홈 시니(용비어천가 85).
주002)
님금이 효(孝)로:임금이 효로써. 두음회피현상을 거치면서 ‘님금〉임금’이 되었다. 그 어원은 니사금(尼師今) 혹은 닛금이라 한다. 필자(1994)에 따르면, ‘님’은 ‘니마〉님〉임’으로 소리가 변한 것으로 태양신을 이른다. 두음법칙은 단어 첫머리에서 발음하기 까다로운 자음을 발음하기 쉽게 고치는 음운규칙이다. 국어의 단어 첫머리에는 두 개 이상의 자음군이 올 수 없고 ‘ㅇ·ㄹ’도 올 수 없으며 ‘이’나 ‘이-’로 시작되는 이중모음 앞에 ‘ㄴ’도 올 수 없다. 그래서 이러한 자음이나 자음군이 단어 첫머리에 놓이면 이들을 발음하기 쉽게 바꾸게 된다. 말하자면 이러한 자음들이나 어두 자음군이 단어 첫머리에 놓이면 이들을 발음하기 쉬운 소리로 바꾸게 된다. 그 전제는 이러하다. (1)그 자음을 떨어뜨린다. (2)그 자음을 다른 자음으로 바꾼다. (3)그 자음의 앞이나 뒤에 모음을 끼워 넣는다. 한편, 한자 가운데 ‘녀·뇨·뉴·니’로 시작되는 것들은 단어 첫머리에 올 때 ‘ㄴ’을 떨어뜨려 ‘여·요·유·이’로 바뀐다(여자·요소·유대·익명). ‘녀·뇨·뉴·니’에서 ‘ㄴ’이 구개음화된 ㄴ[ɲ]로 발음되어야 하는데 단어 첫머리에서는 이 소리를 발음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낱말의 첫머리가 아니면 ‘ㄴ’이 떨어지지 않는다(남녀·당뇨). 수량 단위 의존명사 ‘냥(兩)·년(年)·자’ 등은 항상 수를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쓰이므로 단어 첫머리에 놓이지 않은 것으로 다루어 원형을 유지한다(다섯 냥, 몇 년). 한자 중에 ‘랴·려·례·료·류·리’로 시작되는 것들은 단어 첫머리에 올 때 유음화된 ‘ㄹ’을 떨어뜨린다(양심·예의). 단어 첫머리에서 모음 앞의 ‘ㄹ’을 발음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어 첫머리가 아니라면, ‘ㄹ’이 떨어지지 않는다(개량·사례). ‘렬’과 ‘률’은 단어 첫머리가 아닌 곳에서도 모음이나 ‘ㄴ’ 뒤에서는 ‘ㄹ’을 떨어뜨려 ‘열·율’로 변한다(나열·비율). 의존명사 ‘리(里)’는 항상 수를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쓰이므로 단어 첫머리에 놓이지 않은 것으로 취급되어 ‘리’가 그대로 남는다(몇 리, 천 리). 한자 중에 ‘라·래·로·뢰·루·르’로 시작되는 것들은 단어 첫머리에 올 때 ‘ㄹ’을 ‘ㄴ’으로 바꾸어 ‘나·내·노·뇌·누·느’로 변한다(낙원·내일·노인). 그러나 단어 첫머리가 아닌 곳에서는 ‘ㄹ’이 ‘ㄴ’으로 바뀌지 않는다(쾌락·거래). 이와 함께 고유어의 경우는 어떠한가. ‘냐옹·녀석·니은(ㄴ)’ 등 ‘ㄴ’이 두음법칙을 따르지 않는 단어가 드물게 나타난다. 의존명사 ‘년·닢·리’ 등은 항상 다른 말 뒤에 붙어 쓰이므로 단어 첫머리에 놓이지 않은 것으로 취급되어 ‘ㄴ·ㄹ’을 유지하고 있다. 한자어 밖의 외래어에서, 특히 젊은 세대에서 ‘ㄴ’과 ‘ㄹ’이 두음법칙을 따르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뉴스·라디오·라면). 다만 외래어의 경우, 어두자음군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매개모음 ‘으’가 사이에 들어가게 된다(드럼·스킨). 중세어에서는 단어 첫머리에서 ‘ㄴ’이 ‘이·여·예’ 등의 앞에 올 수 있었다(니[齒]·녀름[여름]·녀편·녯날[옛날]). ‘ㄹ’도 단어 첫머리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으나 대부분 한자어였다(라귀[나귀]·러울[너구리]). 중세어에서는 ‘ㅲ·ㅳ.ㅄ.ㅶ.ㅴ.ㅵ’ 같은 ‘ㅂ-’계 자음군도 단어 첫머리에 나타날 수 있었다. ‘ㅺ.ㅼ.ㅽ’과 같은 ‘ㅅ-’ 계 자음군도 단어 첫머리에 올 수 있었는데 발음상으로는 ‘ㄲ·ㄸ·ㅃ’과 같은 된소리였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에서는 ‘ㄴ, ㄹ’로 시작되는 한자가 단어 첫머리에 오더라도 원음대로 적고 발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단어 첫머리가 아닌 곳에서 모음이나 ㄴ 뒤에 오는 ‘렬·률’도 그대로 적도록 하고 있는데 모음 뒤에서는 ‘열·율’로 발음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아직도 북한의 지역어에서는 구개음화를 겪지 않은 소리들이 문화어로 통용되고 있다.
주003)
업슈이 녀기디:업신여기지. ‘업슈이’의 기본형은 ‘없다’이고 여기에 부사화 어미 ‘-이‘가 통합된 형임. 전설모음화와 단모음화를 거쳐서 ‘업슈〉업수〉업스〉업시’로 소리가 달라졌을 것으로 보인다. 전설모음화는 본디 전설모음이 아닌데 앞서는 치조 파찰음 뒤에서 전설모음으로 그 소리가 변동하는 현상이다. 전설모음화는 현재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변변하지 못한 사람을 업숭이라 함을 보아도 ‘업수-’형이 가능하다. 현행 표준어 규정에 따르면 이 역행동화에 의해 이루어진 발음은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하였다. 해서 괴기, 손잽이, 멕이다 등은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풋내기, 시골내기 등의 내기나 냄비 등은 이 모음역행동화 형들로서 변한 소리를 인정한다. 또 위의 차비와 채비도 역사적으로는 한자어 차비에서 온 것으로 보이지만 어원에서 멀어진 것으로 보아 채비를 표준어로 인정한다. 마침내 이 모음역행동화 형들은 대부분은 표준어로 인정하기 않고 있고, 아지랑이 역시 아지랭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아지랑이의 경우는 표준어 규정 제 9항 밑에 붙임으로 따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성격이 다른 것으로 본 것이다.
주004)
깃거 을:기뻐하는 마음을. ‘깃거’의 기본형은 ‘깃거다’인데 여기에 관형사형 어말어미 ‘-’이 통합되었다. 연철과 역행동화를 따라서 ‘깃거다〉기다〉기꺼하다-기뻐하다’로 소리가 변천을 겪어왔다. ㅅ-계 합용병서의 단일화를 거쳐서 ‘기다〉기꺼하다’로 소리가 변동하였다.
주005)
며 안해과 식가:하물며 아내와 자식에게서랴? ‘안해’는 ㅎ종성체언 ‘안’에 접미사 ‘-애’가 유착하여 이루어진 형태인데 뒤로 오면서 음운탈락과 연철이 일어나면서 안해〉안애〉아내로 소리가 변하였다. 15세기에 쓰이던 중세국어 가운데 체언(명사, 수사, 대명사)과 조사가 결합될 때 아무런 이유 없이 ㅎ이 덧붙는 낱말들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하늘, 바다, 나라, 안’ 따위가 있다. 예를 들어 ‘바다’란 명사에 조사 ‘-이’가 붙는 경우 ‘바다이’가 되어야 마땅하다. ‘바다’는 ㅎ종성체언이므로 ‘바다+ㅎ+이’가 되어 ‘바다히’라고 썼다. 이런 영향이 현재 쓰이는 말에도 나타나고 있는데 ‘안, 암/수, 머리, 살’이 바로 그런 낱말들이다. 예를 들어 안팎(안ㅎ+밖), 암탉(암ㅎ+닭), 수평아리(수ㅎ+병아리), 머리카락(머리ㅎ+가락), 살코기(살ㅎ+고기), 집우(ㅎ)〉집웅〉지붕 등이 있다. 그러나 ㅅ과 같이 거센소리가 없거나 된소리가 오는 경우는 더 이상 거센소리로 적을 수 없다. 따라서 꿩의 경우는 ‘암-수’가 결합되어도 ‘암꿩, 수꿩’으로 써야 하고, ‘소’의 경우도 ‘수소’가 된다. ‘-가’는 의문형 종결어미로 간접 의문을 제기한다. 분포로 보아 ‘-ㄴ가’의 빈도가 높다. 문장을 끝내주는 종결법 문체라고 볼 수 있다. ‘며’에서 아래아의 변이와 원순모음화를 거치면서 ‘며〉하믈며〉하물며’로 소리가 변하였다. 일종의 동화현상으로서 청각인상을 분명하게 하기 위한 음운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순음성 자음 앞뒤에서 중설모음 ‘ㅡ’가 올 때 ㅜ로 소리가 나는 현상이다.
주006)
귀신이 흠향디라:귀신이 제사를 받아들이는 까닭에. ‘디라’의 ‘디’는 의존명사로 기원형인 ‘’에 주격조사 ‘-이’가 유착되어 형성된 것이다. 다시 의존명사 ‘디’에 설명의 연결형 어미가 통합된 것임. 이러한  류의 의존명사는 반드시 관형형 어미 아래 통합되는 분포상의 제약이 있다. 이러한 의존명사의 의존적인 특징이 관형사형 어미와 유착하여 이루어지는 어미와 조사가 우리말의 문법적인 특징의 가장 대표적인 교착성을 발달시켜 왔다. 의존명사 가운데 기원의존명사로 보이는 ‘, ’가 그 중심에 선다.
주007)
효(孝)로 천하(天下) 다리심이:효행으로써 나라를 다스리시니. 흔히 효치(孝治)라고 이른다. 효치가 발전한 모습이 충치(忠治)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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