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효경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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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經) 1장
  • (고문 제5장) 선비[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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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제5장) 선비[士]


資於어事父부야 以이事母모호 而이愛同동며 資於어事父부야 以이事君군

5ㄴ

호 而이敬경同동이라 故고로 母모取츄其기愛고 而이君군取츄其기敬경니 兼겸之지者쟈ㅣ 父부也야ㅣ라 故고로 以이孝효事君군則즉忠튱이오 以이敬경事長댱則즉順슌이니 忠튱順슌을 不블失실야 以이事其기上샹然연後후에사 能능保보其기爵쟉祿록며 而이守슈其기祭졔祀리니 蓋개士之지孝효也야ㅣ라
Ⓒ 필자 | 공안국 /

아비 셤기기예 뢰야 주001)
셤기기예 뢰야:
섬김을 바탕 삼음으로써. ‘셤기기예’의 기본형은 ‘셤기다’이며, 여기에 명사형 어미 ‘-기’와 부사격 조사 ‘-에’가 통합된 것이다. 이때 ‘-에’는 모음동화에 따라서 ‘-예’로 소리가 변한 것이다. ‘’는 한자어 ‘以’의 대역어로 쓰인 형이다. ‘뢰야’의 ‘뢰-’는 ‘바탕’을 뜻하는 ‘뢰(資賴)’에 동사화 어미 ‘다’가 통합되어 쓴 형이다. ‘다’는 일종의 대동사로서 ‘뢰’라는 의미를 대신하면서 동사화의 구실을 하고 있다. 한국어에서 ‘하-’라는 형태는 서술 기능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하고도 생산적인 문법 요소다. 동작성이나 상태성의 명사 또는 어근이 서술 기능을 드러내는데 ‘하-’의 구실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숱한 한자 어휘 등 형태론적으로 용언의 범주에 들지 않는 어휘 성분의 대다수는 이 ‘하-’와 어울림으로써 서술어로서의 문법적 기능을 온전히 드러낸다. 따라서 한국어의 서술어 문제를 다루는 데는 ‘하-’의 기본 기능을 올바로 파악하고 기술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아버지 섬김의 본보기로 최사립을 들 수 있다. 『동국신속삼강행실도』 효자편에 보면 최사립의 효행에 대한 그림과 행적이 나오는데, ‘사립단지(斯立斷指)’라는 제목으로 효자 최사립에 대한 사연을 기록하고 있다. 사립단지의 주인공 최사립은 연산군 때 경기도 과천시 막계동에서 첨지중추부사 최결(崔潔)의 아들로 태어났다. 졸년은 분명하지가 않다. 어려서부터 효성이 지극하고, 부지런히 학문을 갈고 닦아 한결같이 『소학(小學)』의 가르침대로 실천하며 어버이를 정성으로 섬겼다. 그의 효성은 근동(芹洞)에도 널리 퍼져 칭찬이 자자했다. 과천시 막계동에는 효자 최사립과 관련한 ‘벽상갈화(壁上葛花)’의 이야기가 전해온다. 추운 겨울 최사립은 약을 써도 낫지 않는 아버지의 병을 근심하고 있었다. 그때 병환 중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내가 칡꽃을 먹으면 살 것 같다.”라고 했는데, 때는 추운 겨울이라 칡꽃을 구할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최사립은 정화수를 떠놓고 칡꽃을 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산신령에게 정성으로 기도했다. 그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다 죽어있던 칡넝쿨이 방벽을 타고 뻗어 나와 칡꽃을 피웠다. 최사립이 꽃을 따서 정성을 다해 만든 갈화탕으로 아버지의 병환은 씻은 듯이 다 나았다. 호사다마라. 그의 어머니가 몹시 아팠고 그는 지극 정성으로 보살폈다. 『동국신속삼강행실도』에는 ‘최사립은 어머니의 병이 몹시 심해지자 손가락을 베어 흘린 피로 모친을 구원했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홀로 남은 아버지를 기쁘게 하고자 친척 일가를 불러 모아 날마다 술과 고기를 대접했다.’라고 적고 있다. 사립의 이러한 극진한 효행은 중종 30년(1535) 4월 경기도 관찰사 윤은필이 장계를 올려 임금에게 알려졌다. 중종은 사립의 효자문을 세우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 기꺼이 허락하고 그를 표창하도록 했다. 마침내 선조 7년(1574) 선비들의 추천에 따라 선조는 효자인 배천군수 최사립을 통정대부 이조참의로 추서, 그의 효행을 후세에 알렸으며, 그 뒤 『삼강행실록』에도 그 사적을 올렸다. 최사립의 효자 정문은 과천동에 정면 3칸, 측면 1칸 규모의 맞배 지붕 홑처마 양식으로 다시 세웠다.
어미를 셤기되 랑홈이 가지며 아비 셤기기예 뢰야 님금을 셤기되 공경홈이 가지라 주002)
공경홈이 가지라:
공경함이 한가지다. 공경함을 같게 해야 한다. ‘공경홈’은 동사 ‘공경다’에서 명사형 어미 ‘-ㅁ’이 통합될 때 삽입모음 ‘-오-’가 선어말 어미로 통합된 형이다. 삽입모음이란 용언이 활용할 때 어간과 어말 어미 사이에 끼어드는 일종의 선어말 어미 ‘-오(요)/우(유)-’의 형태소를 말한다. 삽입모음은 15세기 중세 국어에서 규칙적으로 쓰여 오다가 『중간 두시언해』(1632)에 이르러 혼란한 양상을 보였다. 현대 국어에서의 시문이나 문어체 표기에서나 그 흔적을 더러 볼 수 있을 뿐이다. 여기서는 삽입모음에 대한 여러 학설의 줄거리를 살펴보도록 한다.
*허웅 : 종결-연결어미와 결합한 ‘-오/우-’는 일인칭 주어에 호응하는 활용어미이며, 전성어미의 관형사형과 통합된 것은 대상 활용을 나타낸다고 풀이하였다. 중세국어만의 특징으로 상정하였다.
*이숭녕 : 삽입모음 ‘-오/우-’가 개재함은 주관적 판단, 또는 의도의 개입을 나타내는 의도법인데 직서법에 대응되는 표현이다.
*김형규 : 일인칭 주어에 호응하는 문법적 형태도 의도법의 표현도 아니다. 다만 선인들이 호감을 가지는 모음을 자유롭게 삽입한 것일 뿐이다.
*이남덕 : 삽입모음 ‘-오/우-’가 개입되는 것은 그 불개입의 직설법에 대응되는, 정의적(情意的) 강조를 나타내는 정동법(情動法)인데, ‘노라’와 같이 ‘오/우’가 개입된 것은 그 중의 주관적 정동법으로서 1인칭 주어에 호응하며, ‘놋다, 도다’처럼 ‘-옷-’ 또는 ‘-도-’가 개재된 것은 객관적 정동법으로서 2, 3인칭, 또는 비인간의 주어에 연결된다고 보았다.
*강길운 : 형용사는 원래 화자의 가정이 가해진 말이므로, 그 관형사형엔 ‘-오/우-’가 개입하지 않는데, 동사는 그렇지 않은 말이어서 ‘-오/우-’가 개재하여 형용사같이 한정을 나타내었다. 나아가서 명사형은 물론, 종결·연결어미에 결합한 ‘-오/우-’도 역시 한정을 표시한다. 여기 ‘가정’이란 사고의 대상의 성질·한계를 화자가 확정지음을 나타낸다고 보았다.
故고로 어

6ㄱ

믜게 그 랑홈을 고 님금 그 공경홈을 니 兼겸 거시 아비라 故고로 孝효로 님금을 셤기면 튱셩이오 공경으로 얼운을 셤기면 공슌홈이니 튱셩과 공슌을 일티 아니야 그 우흘 셤긴 然연後후에사 能능히 그 벼슬과 록을 안보며 주003)
그 벼슬과 록을 안보며:
그 벼슬과 녹봉(祿俸)을 안보(安保)하며. ‘작록(爵祿)’은 관작과 녹봉이며 관작은 관직과 작위를 이른다. 곧 벼슬과 녹봉을 말한다. 안보는 편안하게 유지함을 말한다. 『효경언해』(1589)의 언해문을 보면 한자어인데도 한자를 병기하지 않고 정음으로만 표기한 것이 큰 비율을 차지하는데, 위의 문장에서도, ‘뢰야, 공경홈이, 고, 튱셩이오, 공경으로, 공슌홈이니, 록을, 안보며’ 등이 정음으로만 표기하고 있다.
그 祭졔祀를 딕희리니 士의 孝효ㅣ라
Ⓒ 역자 | 홍문관 / 1589년(선조 22)

〈제5장 선비[士]〉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아버지 섬김을 바탕 삼아 어머니를 섬기되 〈그〉 사랑함이 한가지며, 아버지 섬김을 바탕 삼아 임금을 섬기되 〈그〉 공경함이 한가지다. 그러므로 어머니께는 그 사랑함을 취하고 임금께는 그 공경함을 취하는 것이니, 〈그 사랑과 공경을〉 겸한 이가 아버지다. 그러므로 효로써 임금을 섬기면 충성이요, 공경으로써 어른을 섬기면 공순함이니, 충성과 공순을 잃지 아니하여 그 웃어른을 섬긴 뒤라야 능히 그 벼슬과 녹을 보존하며 그 제사를 지킬 수 있으니 〈이것이〉 대략 선비의 효도하는 길이다.
Ⓒ 역자 | 정호완 / 2014년 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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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셤기기예 뢰야:섬김을 바탕 삼음으로써. ‘셤기기예’의 기본형은 ‘셤기다’이며, 여기에 명사형 어미 ‘-기’와 부사격 조사 ‘-에’가 통합된 것이다. 이때 ‘-에’는 모음동화에 따라서 ‘-예’로 소리가 변한 것이다. ‘’는 한자어 ‘以’의 대역어로 쓰인 형이다. ‘뢰야’의 ‘뢰-’는 ‘바탕’을 뜻하는 ‘뢰(資賴)’에 동사화 어미 ‘다’가 통합되어 쓴 형이다. ‘다’는 일종의 대동사로서 ‘뢰’라는 의미를 대신하면서 동사화의 구실을 하고 있다. 한국어에서 ‘하-’라는 형태는 서술 기능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하고도 생산적인 문법 요소다. 동작성이나 상태성의 명사 또는 어근이 서술 기능을 드러내는데 ‘하-’의 구실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숱한 한자 어휘 등 형태론적으로 용언의 범주에 들지 않는 어휘 성분의 대다수는 이 ‘하-’와 어울림으로써 서술어로서의 문법적 기능을 온전히 드러낸다. 따라서 한국어의 서술어 문제를 다루는 데는 ‘하-’의 기본 기능을 올바로 파악하고 기술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아버지 섬김의 본보기로 최사립을 들 수 있다. 『동국신속삼강행실도』 효자편에 보면 최사립의 효행에 대한 그림과 행적이 나오는데, ‘사립단지(斯立斷指)’라는 제목으로 효자 최사립에 대한 사연을 기록하고 있다. 사립단지의 주인공 최사립은 연산군 때 경기도 과천시 막계동에서 첨지중추부사 최결(崔潔)의 아들로 태어났다. 졸년은 분명하지가 않다. 어려서부터 효성이 지극하고, 부지런히 학문을 갈고 닦아 한결같이 『소학(小學)』의 가르침대로 실천하며 어버이를 정성으로 섬겼다. 그의 효성은 근동(芹洞)에도 널리 퍼져 칭찬이 자자했다. 과천시 막계동에는 효자 최사립과 관련한 ‘벽상갈화(壁上葛花)’의 이야기가 전해온다. 추운 겨울 최사립은 약을 써도 낫지 않는 아버지의 병을 근심하고 있었다. 그때 병환 중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내가 칡꽃을 먹으면 살 것 같다.”라고 했는데, 때는 추운 겨울이라 칡꽃을 구할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최사립은 정화수를 떠놓고 칡꽃을 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산신령에게 정성으로 기도했다. 그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다 죽어있던 칡넝쿨이 방벽을 타고 뻗어 나와 칡꽃을 피웠다. 최사립이 꽃을 따서 정성을 다해 만든 갈화탕으로 아버지의 병환은 씻은 듯이 다 나았다. 호사다마라. 그의 어머니가 몹시 아팠고 그는 지극 정성으로 보살폈다. 『동국신속삼강행실도』에는 ‘최사립은 어머니의 병이 몹시 심해지자 손가락을 베어 흘린 피로 모친을 구원했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홀로 남은 아버지를 기쁘게 하고자 친척 일가를 불러 모아 날마다 술과 고기를 대접했다.’라고 적고 있다. 사립의 이러한 극진한 효행은 중종 30년(1535) 4월 경기도 관찰사 윤은필이 장계를 올려 임금에게 알려졌다. 중종은 사립의 효자문을 세우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 기꺼이 허락하고 그를 표창하도록 했다. 마침내 선조 7년(1574) 선비들의 추천에 따라 선조는 효자인 배천군수 최사립을 통정대부 이조참의로 추서, 그의 효행을 후세에 알렸으며, 그 뒤 『삼강행실록』에도 그 사적을 올렸다. 최사립의 효자 정문은 과천동에 정면 3칸, 측면 1칸 규모의 맞배 지붕 홑처마 양식으로 다시 세웠다.
주002)
공경홈이 가지라:공경함이 한가지다. 공경함을 같게 해야 한다. ‘공경홈’은 동사 ‘공경다’에서 명사형 어미 ‘-ㅁ’이 통합될 때 삽입모음 ‘-오-’가 선어말 어미로 통합된 형이다. 삽입모음이란 용언이 활용할 때 어간과 어말 어미 사이에 끼어드는 일종의 선어말 어미 ‘-오(요)/우(유)-’의 형태소를 말한다. 삽입모음은 15세기 중세 국어에서 규칙적으로 쓰여 오다가 『중간 두시언해』(1632)에 이르러 혼란한 양상을 보였다. 현대 국어에서의 시문이나 문어체 표기에서나 그 흔적을 더러 볼 수 있을 뿐이다. 여기서는 삽입모음에 대한 여러 학설의 줄거리를 살펴보도록 한다.
*허웅 : 종결-연결어미와 결합한 ‘-오/우-’는 일인칭 주어에 호응하는 활용어미이며, 전성어미의 관형사형과 통합된 것은 대상 활용을 나타낸다고 풀이하였다. 중세국어만의 특징으로 상정하였다.
*이숭녕 : 삽입모음 ‘-오/우-’가 개재함은 주관적 판단, 또는 의도의 개입을 나타내는 의도법인데 직서법에 대응되는 표현이다.
*김형규 : 일인칭 주어에 호응하는 문법적 형태도 의도법의 표현도 아니다. 다만 선인들이 호감을 가지는 모음을 자유롭게 삽입한 것일 뿐이다.
*이남덕 : 삽입모음 ‘-오/우-’가 개입되는 것은 그 불개입의 직설법에 대응되는, 정의적(情意的) 강조를 나타내는 정동법(情動法)인데, ‘노라’와 같이 ‘오/우’가 개입된 것은 그 중의 주관적 정동법으로서 1인칭 주어에 호응하며, ‘놋다, 도다’처럼 ‘-옷-’ 또는 ‘-도-’가 개재된 것은 객관적 정동법으로서 2, 3인칭, 또는 비인간의 주어에 연결된다고 보았다.
*강길운 : 형용사는 원래 화자의 가정이 가해진 말이므로, 그 관형사형엔 ‘-오/우-’가 개입하지 않는데, 동사는 그렇지 않은 말이어서 ‘-오/우-’가 개재하여 형용사같이 한정을 나타내었다. 나아가서 명사형은 물론, 종결·연결어미에 결합한 ‘-오/우-’도 역시 한정을 표시한다. 여기 ‘가정’이란 사고의 대상의 성질·한계를 화자가 확정지음을 나타낸다고 보았다.
주003)
그 벼슬과 록을 안보며:그 벼슬과 녹봉(祿俸)을 안보(安保)하며. ‘작록(爵祿)’은 관작과 녹봉이며 관작은 관직과 작위를 이른다. 곧 벼슬과 녹봉을 말한다. 안보는 편안하게 유지함을 말한다. 『효경언해』(1589)의 언해문을 보면 한자어인데도 한자를 병기하지 않고 정음으로만 표기한 것이 큰 비율을 차지하는데, 위의 문장에서도, ‘뢰야, 공경홈이, 고, 튱셩이오, 공경으로, 공슌홈이니, 록을, 안보며’ 등이 정음으로만 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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