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오륜행실도 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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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오륜행실도 2집
역주 오륜행실도 2집

정조 때는 이미 세종 때의 한문본 『삼강행실도』는 전하지 않았고 언해본만 전하였으므로, 오륜행실도에 담겨진 책은 언해본 『삼강행실도』와 내용이 같다. 언해본 『삼강행실도』는 성종 21년(1490)에 허침(許琛)과 정석견(鄭錫堅)에게 명하여, 세종조의 『삼강행실도』(330인)를 줄이게 하여 효·충·열 35인씩 105인을 3권 1책으로 간행한 것이다. 이 책은 본문(한문)의 상단 여백에 언해, 즉 한글 번역을 추가한 것으로 선조 13년(1580)과 41년(1608)경에 중간(重刊)되어 지속적으로 간행되었다. 『이륜행실도(二倫行實圖)』는 중종 13년(1518) 조신(曺伸)이 왕명을 받아 ‘장유(長幼)’와 ‘붕우(朋友)’를 대표하는 47인을 모아 펴낸 책이다. 이 책은 원래 중종 때 김안국(金安國)이 건의하여 왕명을 받아 편찬을 시작하였으나 김안국이 경상감사로 가게 되자, 조신이 책임을 맡아 간행하였다. 『오륜행실도』는 이 두 책을 합본하면서 새롭게 번역하고 언해문을 한문과 나란히 편집하여 정리자(整理字)로 간행하였다. 즉, 그림은 목판화, 한문은 금속활자, 한글은 목활자라는 획기적인 인쇄술의 산물이다.

성낙수 교수

1949년 충청남도 당진시 출생.
성당초등학교, 당진중학교, 공주사대부고 졸업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문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문학박사(1983)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강사
청주(여자) 사범대학 강사, 전임강사
동덕여자대학 조교수
한국교원대학교 조교수, 부교수, 교수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외솔회 회장
파리 7대학 파견교수
북경 중앙민족대학 객원교수
청람어문교육학회, 한국문법교육학회 회장 역임.

국어와 국어학 1, 2, 3(2010-2015).
우리말 방언학 (1992)
충남 북부지역의 전통언어와 문학(공저) (2000)
고등학교 작문(1995)
제주도 방언의 통사론적 연구(1992)
국어학서설(공저) (1991)
제주도 방언의 풀이씨의 이음법 연구(1984) 등 20여 권

"불규칙 용언의 학교 문법, "한글 맞춤법"에 수용된 양상과 기본 형태 분석"(2008)
이른바 'ㅎ말음 체언'과 높임법(2008)
간판과 도로의 이름에 대하여(2007) 등 70여 편

역주위원

  • 오륜행실도 권2 : 성낙수(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 교열·윤문·색인위원

  • 오륜행실도 권2 : 박종국 홍현보
  • 고전국역 편집위원회

  • 위원장 : 박종국
  • 위 원 : 강병식 김구진 김무봉 김석득
  • 김승곤 김영배 김석득 남문현
  • 리의도 박충순 성낙수 심우섭
  • 이해철 임홍빈 전상운 최홍식
  • 한무희

『역주 오륜행실도』를 내면서

우리 회는 1956년 10월 9일 창립 후 세종대왕기념사업의 중심 전당인 세종대왕기념관을 건립 세종문화진열실과 연구실을 마련 운영 관리하며, 세종성왕의 정신과 위업의 연구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편으로 한글 전용과 국학 진흥을 위하여 「한문고전국역사업」과 「한글고전역주사업」을 1967년에 기획하여 1968년부터 계속 수행하고 있다.

「한문고전국역사업」은 1968년 1월부터 『조선왕조실록』(세종실록)을 국역 간행하기 시작하여 실록의 한문 원문 901권을 완역 발간하였고, 일반 한문고전으로 『증보문헌비고』, 『매월당집』, 『국조인물고』, 『동국통감』, 『승정원일기』(순종), 『육일재총서』 등 수많은 국학자료를 국역 발간하였으며, 계속하여 『치평요람』, 『각사등록』, 『연행록』 등 문헌의 국역 사업을 벌여 오고 있다.

「한글고전역주사업」은 1990년 6월에 첫발을 내디디어, 『석보상절』 권6, 9, 11의 역주에 착수, 지금까지 매년 꾸준히 계속하고 있는바, 2015년 12월까지 역주 발행한 문헌은 『석보상절』 4책, 『월인석보』(훈민정음언해본 포함) 17책, 『능엄경언해』 5책, 『법화경언해』 7책, 『원각경언해』 10책, 『금강경삼가해』 5책, 『구급방언해』 2책, 『삼강행실도』 1책, 『두시언해』 8책, 『소학언해』 4책, 『사서언해』(논어, 대학, 중용, 맹자) 6책, 『이륜행실도』 1책, 『동국신속삼강행실도』 5책, 『시경언해』 3책, 『서경언해』 1책, 『가례언해』 4책, 『여소학연해』 2책 등 124책을 발간하였고, 2016년 금년에도 『오륜행실도』, 『두시언해』(초간본) 등 15책을 역주 간행할 예정이다.

우리 회 창립 60돌이자 한글 반포 570돌이 되는 올해는 우리 회가 「한문고전국역사업」을 착수한 지 49돌이 되었고, 「한글고전역주사업」을 추진한 지 26돌이 되었다. 그 동안 우리 회가 낸 700여 책의 국역 학술 간행물이 말해 주듯이,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반만년 역사 이래 최고의 한글 국역, 역주 간행 기관임을 자부하는 바이다. 우리 고전의 현대화는 전문 학자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매우 유용한 작업일 수밖에 없다. 우리 회가 이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그 결과 고전의 대중화를 통한 지식 개발 사회의 문화 자본 구축과 역사 의식 및 한국학 연구 활성화에 기여는 물론, 새 겨레문화 창조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사업이 끊임없이 이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회가 이번에 역주한 이 『오륜행실도』는 정조가 정조 21년(1797) 윤음을 내려 『삼강행실도』와 『이륜행실도』를 묶어 새로 번역하고 새로 그림을 새겨서 세종의 정신을 이어받기 위한 노력으로 펴낸 수신서이다.

세종이 펴낸 『삼강행실도』(한문본)를 토대로 하는 행실도류는 후대 임금들의 끝임없는 관심으로 계승되고 발전하여 그 가장 발전된 모습으로 완성된 것이 바로 이 『오륜행실도』이다. 여러 행실도류의 책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우리 말과 글의 변천사와 조선 사회의 생활사를 연구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이번에 『오륜행실도』를 역주함에 있어서, 그 저본으로는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소장본을 영인하고 그것을 저본으로 하였다.

우리 회에서 이 책(효자편)을 역주 간행함에 있어, 역주하여 주신 한국교원대학교 성낙수 명예교수님과, 이 역주 사업을 위하여 지원해 준 교육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이 책 역주 발간에 여러모로 수고해 주신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16년 11월 일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최홍식

일러두기

1. 역주 목적

일러두기세종대왕께서는 우리말을 쉽게 적을 수 있는 “훈민정음”을 창조하셨을 뿐만 아니라, 나라의 도덕과 예절을 반듯이 하게 하기 위하여, 『삼강행실도』 같은 책을 편찬하게 하시었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삼강행실도』에 대한 언해가 이루어졌고, 나중에는 『이륜행실도』도 나오게 되었다. 정조는 위의 『삼강행실도』와 『이륜행실도』를 합하여, 『오륜행실도』를 간행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이 책에는 주자학의 근본이 되는 오륜의 내용이 다 담겨지게 되었다. 이 내용들을 우리의 글 ‘한글’로 번역했고, 화원들의 그림을 덧붙여, 일반 백성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그 책이 간행된 지 200여 년이 넘었으므로, 요즘의 일반인들은 이런 책을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운 점이 많다. 그것은 당시의 우리말이나 표기가 지금과 많이 달라,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는 옛 선인들의 훌륭한 예절과 의리, 충절 등을 알게 하고, 우리말과 글에 대한 문화적 유산을 길이 보전하기 위하여 역주 사업을 오래 전부터 전개하여 왔으며, 그 일환으로 이 『오륜행실도』의 역주도 이루어지게 되었다. 쉬운 오늘날의 우리말과 표기로 주를 달아, 일반인들이 쉽게 읽고, 국어학을 공부하는 이들도 옛말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2. 편찬 방침

(1) 이 『오륜행실도』는 정조 21년(1797)에 편찬한 책으로 5권 4책이며,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 보관하고 있는 원본을 대상으로 하였다.

(2) 이 역주본의 편집은 네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한문 원문·언해 원문·현대어 풀이·옛말과 용어 주해’의 순서로 편집하였다. 시(詩)와 찬(贊)은 언해가 되어 있지 않으나, 현대말로 풀어 제시하였다. 원전과 비교하여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본문이 시작되는 1쪽부터 각 면의 첫 글자 앞에 권수와 각 쪽 앞과 뒤를 다음과 같이 ‘ㄱ, ㄴ’으로 표시하였다.

〈보기〉

제1권 제2쪽 앞면 : 1:2ㄱ遂母

뒷면 : 1:2ㄴ말을

(3) 옛말을 현대어로 옮길 때에는 의역을 하지 않고, 옛말의 의미가 살아있도록 딴 말을 덧붙이지 않는 데 원칙을 두었다.

(4) 한문 내용과 언해 부분은 네모틀에 넣어, 현대어 풀이·주석과 구분이 되도록 하였다.

(5) 현대국어 풀이에서 옛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덧붙인 내용은 〈 〉 안에 넣었다.

(6) 찾아보기 배열 순서는 사전을 따랐다.

3. 역주자 일러두기

(1) 역주는 형태소 분석을 위주로 하되, 가능하면 기본형태를 밝혀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2) 앞에서 한 역주가 다시 나오면, 다시 한번 주를 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3) ‘이-’는 학교 문법에서 서술격 조사로 보고 있으나, 이 책에서는 다른 동사류와 같이 활용이 된다는 점에서 지정사로 다루었다.

(3) 어미는 학교 문법에서 어말 어미와 선어말 어미로 다루고 있으나, 이 책에서는 어미는 한 낱말에 가장 끝에 오는 것만 어미로 보고, 어근과 어미 사이에 나타나는 것은 접미사로 다루었다.

(4) 형태소 분석은 ‘ : ’ 다음에 ‘ ’으로 표시했으며, 각 형태소의 경계는 ‘+’로 표시하고, 어근과 어근, 낱말와 낱말이 합쳐질 때에는 그 사이에 ‘#’를 덧붙였다. 내용에 대한 부가 설명은 ‘;’ 다음에 넣었다.

(5) 형태소 분석에서 형태소의 의미나 기능을 나타낼 때에는 형태소 옆에 ( ) 안에 넣어 표시하였다.

(6) 옛말의 쓰임을 참고로 하기 위해서, ¶표 다음에 『이조어사전』(유창돈, 1977)과 『우리말큰사전』4(한글학회, 1992)에서 인용했으며, 옛 문헌의 이름도 그대로 썼으나, 몇 개는 고친 것도 있다. 〈예: (月 1:12) ⟶ (월인 1:12)〉.

(7) 나머지 인용과 역주에 시용된 기호, 이름 등은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 간행한 역주 내용을 참조하였다. 감사와 더불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오륜행실도』 고찰-충신을 중심으로-

성낙수(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1. 머리말

본고는 앞서 논의한 ‘효자’편에 이어서, ‘충신’편의 특징을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같은 책이므로, 역사적・서지학적인 측면은 대동소이하기에 생략하고, 국어학적인 특징을 찾아, 앞서 논의한 것에서 부족한 내용을 깁고 고치려는 것이 목적이다.

『오륜행실도』는 원래 세종대에 만들어진 『삼강행실도』(1434)를 산정(刪定)하여 언해한 성종대의 『삼강행실도』(1490)와 중종대에 만들어진 『이륜행실도』(1518)를 재번역하여, 정조의 명을 받아 정조 21년(1797)에 간행한 교화서이다.

『오륜행실도』라는 이름은 다음과 같은 정조의 말에서 나온 것을 알 수 있다.

(1) 나는 이것을 두렵게 여겨서, 내각의 신하들에게 명하기를, “훈의(訓義)

설순(偰循):
<정의>조선 전기의 때의 학자 · 문신. 본관은 경주(慶州). 자는 보덕(輔德). 고려 때 귀화한 위구르(Uighur) 출신 손(遜)의 손자로 장수(長壽)의 아들로서, 1408년(태종 8) 생원으로 식년문과에 급제, 1420년(세종 2) 교리, 이듬해 좌사경(左司經), 1425년 시강관을 거쳐 인동현감이 되었음. 1427년 문과중시에 합격, 이듬해 왕명으로 『효행록(孝行錄)』을 증수하였고, 1431년 집현전 부제학으로서 『삼강행실도』를 편수하기 시작, 1434년 완성하였으며, 그 해 이조 우참의가 되어 윤회(尹淮) 등과 함께 『통감훈의(通鑑訓義)』를 편찬하였고, 동지중추원사에 이르렀고, 여러 분야의 학문에 박학하였으며 특히 역사에 뛰어났고, 문장으로도 이름이 높았음.훈의(訓義):
<정의>한자·한문 읽는 법과 뜻.
에 따라 고증(考證)
태종황제(太宗皇帝):
<정의>명나라 태종. 명나라 제3대 황제(재위 1402~1424). 지방의 번왕(蕃王)으로 연왕(燕王)이라 불렸으며 건문제가 공격해오자 난을 일으켜 황제가 되었음.고증(考證):
<정의>깊이 헤아려 논증함.
하라.” 하였으며, 삼강
효행록(孝行錄):
<정의>고려 충목왕 때의 효자 권보(權溥)와 그의 아들 준(準)에 관한 기록을 모아 엮은 책. 고려 말에 초판이 나왔으며, 세종 10년(1428)에 설순(偰循) 등이 개정하여 중간하였음. 초간본에는 이제현(李齊賢)의 서(序)가 있고, 후에 권근(權近)이 주해와 발문을 달아 화공에게 그림을 그리게 한 뒤 그것을 이제현에게 주면서 찬(賛)을 지어 달라고 부탁하여 아버지를 위안하였다 함. 이에 권보도 38효행을 골라 이제현에게서 찬을 지어 받았는데, 전 24찬은 12구(句), 후 38찬은 8구로 되어 있음.삼강:
<정의>한나라의 동중서와 반고가 인간 관계의 기본으로서 강조한 세 가지 덕목으로, 임금은 신하의 근본이고[君爲臣綱(군위신강)], 어버이는 자식의 근본이며[父爲子綱(부위자강)], 남편은 부인의 근본[夫爲婦綱(부위부강)]이라는 것임. 이는 유교 전통의 인간 관계 덕목인 오륜 등을 배경으로 한 것인데, 특히 주종적 상하관계의 원리로서 기강 확립을 꾀하려는 성격이 강하며, 그 내용은 효, 충, 열로 요약됨.
이륜
이제현(李齊賢):
<정의>고려 충렬왕 14년(1287)~공민왕 16년(1367). 고려 후기의 문신·학자·문인. 본관은 경주(慶州). 초명은 지공(之公). 자는 중사(仲思), 호는 익재(益齋)·역옹(櫟翁). 고려 건국 초의 삼한공신(三韓功臣) 금서(金書)의 후예로 아버지는 검교시중(檢校侍中) 진(瑱)이다. 아버지 진이 과거를 통해 크게 출세함으로써, 비로소 가문의 이름이 높아졌음.이륜:
<정의>윗사람에 대한 예절[장유]과 벗 사이의 믿음[붕우]에 관한 예절.
의 행실 등의 글도 『소학』과 같이 출판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서, 하나의 책으로 정리해서, 『오륜행실』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삼강행실도』의 간행은 다음과 같은 서문에서 그 뜻을 살펴볼 수 있다.

(2) 선덕(宣德)

주자소(鑄字所):
<정의>태종 3년(1403)에 승정원의 직속기관으로 설치되어 문종 1년(1451) 7월부터 12월까지 잠깐 폐지된 적이 있으며, 세조 6년(1460) 5월에 교서관에 이속시켜, 전교서(典校署)로 개칭되었음.선덕(宣德):
<정의>명조(明朝) 제5대 황제 선종(宣宗) 주첨기(朱瞻基)의 연호로 서기 1426년~1435년의 10년간 사용되었음.
신해년(辛亥年)
고명(誥命):
<정의>중국 황제가 제후국의 국왕을 인준(認准)하는 문서. 고려 말 또는 조선 시대 국왕은 형식적으로는 중국 황제의 고명을 받게 되어 있었으나 실제로는 즉위한 다음 추인하는 데 불과하였음.신해년(辛亥年):
<정의>세종 13년. 선덕 6년. 서기 1432년.
여름에 우리 주상 전하가 근신(近臣)에게 명하기를, “삼대(三代)
사관혼의(士冠婚儀):
<정의>동자(童子)가 직분을 받아 사(士)의 지위에 있으면, 나이 20세에 관례를 치르는 일과 혼례를 치르는 일.삼대(三代):
<정의>중국(中國) 상대(上代)의 하(夏), 은(殷), 주(周)의 세 왕조(王朝)를 말함.
의 정치는 모두 인륜을 밝혔는데, 후세에는 교화가 차츰 해이해져서, 백성이 서로 화목하지 못하니, 부자・군신・부부의 큰 인륜이 모두 본연의 성품과 위배되어, 항상 박(薄)한 데에 흘렀다. 그러나 간혹 탁월한 행실과 높은 절개가 습속에 휩쓸리지 아니하여, 보고 듣는 사람을 깨우쳐 일으키는 자도 많았다. 내가 그 특이한 것을 뽑아서, 그림으로 그리고, 찬(贊)을 지어서, 안팎에 반포하고자 하니, 거의 어리석은 남자나 무식한 여자들도 모두 보고 느껴 흥기할 것이니, 또한 백성을 교화하고, 풍속을 이룩하는 한 가지 방도이다.”라고 하시고, 여기서 집현전
영릉(英陵):
<정의>조선 4대 임금 세종(世宗)과 그 비(妃) 소헌왕후(昭憲王后) 심씨(沈氏)를 모신 능. 현재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에 있음. 여기서는 세종을 가리킴.집현전:
<정의>세종 2년(1420)에 궁중에 설치한 학문연구기관. 집현전 제도는 중국에서 연원한 것으로 한나라 이래 있었으나, 그 제도가 정비된 것은 당나라 현종 때로서 학사(學士)를 두고 시강(侍講)·장서(藏書)·사서(寫書)·수서(修書)·지제고(知制誥) 등을 담당하게 하였음. 우리나라에도 오래 전에 이 제도가 도입되어 삼국시대에 이와 유사한 제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집현전이라는 명칭이 처음 사용된 것은 고려 인종 때임.
부제학
공렬(功烈):
<정의>드높고 큰 공적.부제학:
<정의>조선시대 홍문관과 그 전신이었던 집현전의 정3품 당상관직.
설순(偰循) 주010)
찬(贊):
<정의>인간의 훌륭함, 사물의 아름다움 등을 찬양하는 한문체의 글. 원래는 신명(神明)에게 바치는 글이었으나 후세에 변하여 잡찬(雜贊) ·애찬(哀贊) ·사찬(史贊) 등으로 나누어졌음. 잡찬은 인물 ·서화(書畵) ·문장 등에 대한 찬으로 대표적인 예는 족자나 액자로 된 회화 속에 쓰여진 시(詩) ·가(歌) ·문장 등이 있고, 애찬이란 남의 죽음을 애도하고 고인의 덕을 찬양하는 글로서 한(漢)나라의 채옹(蔡邕)이 쓴 “의랑호공부인애찬(議郞胡公夫人哀贊)”은 유명함. 사찬이란 『사기(史記)』・『한서(漢書)』 등을 비롯한 역대 사서의 책 끝에 그 책에 수록된 인물에 대한 포폄(褒貶 : 칭찬함과 나무람)을 적은 것임. 우리나라도 예부터 많은 학자 ·지명인사들에 의한 여러 가지 찬이 전해짐.
에게 명령하여, 편찬하는 일을 맡게 하셨다. 그리하여 중국으로부터 우리 동방에 이르기까지 고금의 서적에 있는 것을 찾아보지 않은 것이 없이 하여, 효자・충신・열녀로 뚜렷이 기술할 만한 사람을 각각 1백 10인을 뽑아서 전면에는 그림을 그리고, 후면에는 그 사실을 기록했으며, 아울러 시(詩)까지 써 놓았다. 효자에 있어서는 삼가 태종황제(太宗皇帝) 주011)
사도(司徒):
<정의>중국의 관직명. 순임금 때에는 주(主)로 교육(敎育)만을 맡았으나, 주(周)나라 때에는 호구(戶口)・전토(田土)・재화(財貨)・교육(敎育)을 맡아보았음. 전한(前漢) 때에 대사도(大司徒)로 이름을 고치어, 대사마(大司馬)・대사공(大司空)과 아울러 삼공(三公)이라 했음.
께서 하사하신 <서명 realname="孝順事實">『효순사실(孝順事實)』의 시를 기록하고, 겸하여 신의 고조(高祖) 신 <인명 realname="權溥">보(溥)가 지은 <서명 realname="">『효행록(孝行錄)』 주012)
전악(典樂):
<정의>조선시대 장악원에서 음악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정6품 잡직. 궁중에서 음악을 맡아보던 잡직(雜職)으로, 임시로 봉급을 주기 위해 두었던 체아직(遞兒職) 녹관(祿官)이다. 이 중에 가장 우두머리였으므로 아래로 종6품 부전악·정7품 전율·종7품 부전율·정8품 전음·종8품 부전음·정9품 전성·종9품 부전성 모두를 거느렸음. 음악교육과 연습에 관한 일을 맡았으며, 정원은 1명이었고, 영조 때에 1명을 더 늘려 2명이 되었음.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음악인인 악사(樂師)에게 주었으며, 그 아래에는 종6품 잡직인 부전악 2명을 두었고, 1명은 악사, 1명은 악생(樂生)이나 악공(樂工)을 임명했음.
가운데 있는 명현(名賢) <인명 realname="李齊賢">이제현(李齊賢) 주013)
성조(聖祖):
<정의>거룩한 조상. 곧 성인이나 성왕의 조상을 이름.
의 찬(贊)을 가져왔고, 그 나머지는 보신(輔臣) 주014)
천서(天敍):
<정의>하늘에서 부여한 차서(次序). 즉 순서 있게 구분하여 벌여 나가는 관계.<현대말>높은 벼슬아치들.
으로 하여금 나누어 짓게 하였으며, 충신과 열녀의 시도 문신들로 하여금 나누어 짓게 하여, 편찬이 끝나자, 『삼강행실도』란 이름을 내리고, 주자소(鑄字所) 주015)
오전(五典):
<정의>사람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의 떳떳한 도리(道理). 곧 부자(父子) 사이의 친애(親愛). 군신(君臣) 사이의 의리(義理), 부부(夫婦) 사이의 분별(分別), 장유(長幼) 사이의 차서(次序), 붕우(朋友) 사이의 신의(信義). 아버지는 의리(義理)로, 어머니는 자애(慈愛)로, 형은 우애(友愛)로, 아우는 공경(恭敬)으로, 자식은 효도(孝道)로 각각(各各) 대하여야 할 마땅한 길.
로 하여금 발간해서 영구히 전하게 하였다.

정조가 이를 다시 『오륜행실도』로 편찬하게 된 뜻은 다음과 같은 서문에 담겨 있다.

(3) 정조 21년 정사 정월 초하루에, 늙은이는 쉬게 하고,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위로해야 한다는 뜻으로 팔방의 백성들에게 고명(誥命) 주016)

천질(天秩):
<정의>하늘이 만물에 질서를 지어 줌. 또는 그 질서.
을 반포하고, 그 후에 또 향음주, 향약조례, 사관혼의(士冠婚儀) 주017)
오례(五禮):
<정의>나라에서 행하는 5가지 의례(儀禮). 대사(大祀) ·중사(中祀) ·소사(小祀) 등의 제사에 관한 길례(吉禮), 본국(本國) 및 이웃나라의 국상(國喪)이나 국장(國葬)에 관한 흉례(凶禮), 출정(出征) 및 반사(班師)에 관한 군례(軍禮), 국빈(國賓)을 맞이하고 보내는 빈례(賓禮), 즉위 ·책봉 ·국혼(國婚) ·사연(賜宴) ·노부(鹵簿) 등에 관한 가례(嘉禮) 등을 말함.
를 한 권의 책으로 합쳐서 가르치게 한 바가 있다. 그리고 또 말씀하시기를, “우리나라의 의식(儀式)이 높이 갖추어진 것은, 우리 영릉(英陵) 주018)
주역(周易):
<정의>유교 경전으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인 동시에 가장 난해한 글로 일컬어짐. 공자가 극히 진중하게 여겨 받들고 주희(朱熹)가 ‘역경(易經)’이라 이름하여 숭상한 이래로 『주역』은 오경의 으뜸으로 손꼽히게 되었음. 『주역』은 상경(上經)·하경(下經) 및 십익(十翼)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십익은 단전(彖傳) 상하, 상전(象傳) 상하, 계사전(繫辭傳) 상하, 문언전(文言傳)·설괘전(說卦傳)·서괘전(序卦傳)·잡괘전(雜卦傳) 등 10편을 말함.
시대부터 착한 도(道)를 서로 계승하여, 정치와 교화가 아름답고 밝게 되자, 『삼강(三綱)』과 『이륜(二倫)』이라는 책이 선・후로 발간되어, 학관(學官)에 반포되어 있으므로, 백성을 감화시키고, 풍속을 좋게 이루게 하는 근본이 되었으니, 이제 향음례(鄕飮禮)를 강론하고, 행하게 하려면, 마땅히 이 두 책을 표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하셨고, 그 책을 『오륜행실(五倫行實)』이라고 이름을 지은 다음에 신(臣) 만수(晩秀) 주019)
계사(繫辭):
<정의>괘사(卦辭)와 효사(爻辭)를 통틀어 이르는 말. 점술가들이 많이 이용하는 『주역』은 8괘(八卦)와, 그것을 결합한 64괘, 그리고 각 괘의 길흉을 서술한 괘사(卦辭), 각 괘를 이루는 여섯 개의 효를 설명한 효사(爻辭)가 중심이 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괘사와 효사를 합친 것을 계사(繫辭)라고 함.<정의>본관은 연안(延安). 자는 성중(成仲), 호는 극옹(屐翁)·극원(屐園). 정신(正臣)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철보(喆輔)이고, 아버지는 좌의정 복원(福源)이며, 어머니는 안수곤(安壽坤)의 딸임. 정조 7년(1783) 사마시에 합격하고 음보(蔭補)로 부사과를 지냈으며, 정조 13년(1789) 식년 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였음. 이어 직각이 되고 도당록(都堂錄; 홍문관의 수찬(修撰)․교리(校理) 등을 선발하기 위해 작성한 의정부의 제2차 추천기록)에 등록되었음. 정조 19년(1795) 대사성으로 규장각 제학을 겸했으며, 이듬해 정리자(整理字) 만드는 일을 감독하였고, 이듬해 대사간에 이어 정조 23년(1799) 대사성으로 우유선(右諭善)을 겸했고, 정조 24년(1800) 제조․예조판서․검교직제학․이조판서 등을 차례로 지냈으며, 이어 공조판서를 거쳐, 순조가 즉위한 뒤 수원부유수가 되어 화녕전(華寧殿)을 완성한 공으로 품계가 숭정대부(崇政大夫)에 올랐음.
가 이 사업에 간여한 일이 있음을 들으시고, 이 책의 서문을 쓰라는 명령을 내리셨다.

그래서 이 책을 편찬한 이는 다음과 같이 그 내용을 말하였다.

(4) 이 책의 내용을 말한다면, 위로는 순결한 행실과 아름다운 절개를 싣고, 옆으로 높은 공렬(功烈) 주020)

과 거룩한 모범이 될 만한 일들을 채취하여, 글로 기록하고, 그림으로 형용하며, 시로 읊고, 찬(贊) 주021)
으로 기려서, 필부(匹夫)와 필부(匹婦)들로 하여금 책을 펴서, 한 번만 눈으로 보아도 그 감동된 마음과 애절한 심정이 자연스럽게 생기도록 하였다. 신하로서는 충성하고, 자식으로서는 효도하고, 아내로서는 정조를 지키며, 어른을 어른으로 대접하고, 친구를 친구로 대접한다는, 각자가 타고난 성품과 당연히 해야 할 직분을 알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므로 사도(司徒) 주022)
전악(典樂) 주023)
의 소속이 깨우치거나, 가르쳐 주는 공력을 기다릴 것 없이, 어진 사람은 머리를 숙이고, 여기에 따르게 되며, 어리석은 사람도 걸음을 빨리 하여, 따라오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우리 성조(聖祖) 주024)
께서 처음으로 편집하라고 명하신 것이요, 전하께서도 계승하여 천명하신 것이다. 이제 신들이 관려(管蠡) 주025) 관규여측(管窺蠡測)의 준말. 대롱으로 엿보고 송곳이 가리키는 곳을 살핀다는 뜻으로, 작은 소견이나 자기 견해를 겸손하게 말하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
같은 소견으로 어찌 그 중간에 한 말씀으로 찬사를 드릴 수 있겠는가. 다만 <서명 realname="">『상서(尙書)』 주026) 중국 전통 산문의 근원. 한대(漢代) 이전까지는 ‘서(書)’라고 불렸는데, 이후 유가사상의 지위가 상승됨에 따라 소중한 경전이라는 뜻을 포함시켜 한대(漢代)에는 『상서(尙書)』라 하였으며, 송대(宋代)에 와서 『서경(書經)』이라 부르게 되었음. 현재는 『상서』와 『서경』 두 명칭이 혼용되고 있으며, 우(虞), 하(夏), 상(商), 주(周) 시대의 역사적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음. 오늘날 전해지고 있는 상서는 58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周) 당시의 원본이 아니라 위진남북조시대에 나온 위작(僞作)임. 상서는 진시황(秦始皇)의 분서갱유(焚書坑儒)로 인해 소실되어 전승과정이 복잡하고 진위(眞僞)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판본으로는 금문상서(今文尙書)와 고문상서(古文尙書)가 있음.
에 이르기를, “천서(天敍) 주027)
도 법칙이 있는데, 우리 인간은 오전(五典) 주028)
을 바로 잡아야 하니, 이 오전을 도타이 하라. 천질(天秩) 주029) 도 예(禮)가 있으니, 우리 인간도 오례(五禮) 주030) 를 써야 할 것인 바, 이 오례를 떳떳이 하라. 다같이 공경한 마음으로 협력하여, 융화를 이루어 착하게 하라.”라고 했다. 또 주역(周易) 주031) 계사(繫辭) 주032) 에서 말하기를, “그 기회와 변통을 보아, 법과 예를 행하라. 미루어 행하는 것은 도(道)에 있으며, 말을 아니 해도 믿게 되는 것은 덕과 행동에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므로 이 백성은 요순의 백성이요, 이 세상도 당우의 세상이다. 당우의 교화를 이 세상에 행함과 동시에 요순의 정치가 이 백성에게 미치게 된 것도 전하께서 모든 정치를 하실 때마다 요순과 당우에 부합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삼강행실도』 ‘충신도’에 수록된 이는 110명이었지만, 『언해 삼강행실도』에는 35명이 실려 있고, 『오륜행실도』에도 35명이 실려 있다. 이 중 중국사람이 29명, 우리나라 사람이 6명이다. 주인공은 여성은 한 명도 없고, 다 남자이며, 거의 벼슬살이를 한 사람들이다.

2. 국어학적인 특징

국어학적인 측면으로는 표기법, 음운, 어휘, 형태・통사의 특징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초기에 나왔던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언해본), 『동국신속삼강행실도(東國新續三綱行實圖)』를 비롯한 역대 문헌과 비교해 봐야 할 뿐만 아니라, 현대국어의 여러 양상과도 비교해 봐야 한다.

2.1. 표기법의 특징

표기법은 ‘훈민정음’이 창제 당시부터 우리말을 표기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므로, 소리나는 대로 적는 것이 원칙이었다. 즉 당시에는 현대 언어학에서 말하는 어근[root]이나 접사[affix], 기본형태[basic morph] 등에 관한 이론이 없었기 때문에 그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었다. 주033) <정의>현대국어에서 맞춤법이 제정된 것은 1933년에 조선어학회에서 정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이며, 지금의 〈한글 맞춤법〉은 1989년 3월 1일부터 시행되도록 문교부에서 고시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예에서 기본형태를 밝혀 적어, 언어학자들을 놀라게 한다. 다음에 그 예를 보인다.

(5)ㄱ. 곶爲李花, 의갗爲狐皮, 爲土, 낛爲釣, 爲酉時, 못爲池

ㄴ. 나치, 옮거늘, 도다, 앉거늘, 낛드리워

(5ㄱ)은 『훈민정음해례』에 나타나 있는 예를 든 것으로 발음대로 쓰지 않고, 기본형태를 밝혀 적은 것이다. 발음대로라면, 각각 ‘곧, 여갇, , 낙, , 몯’이었을 것이다. (5ㄴ)은 뒤에 닿소리로 시작되는 요소가 오므로, 하나의 받침만 쓰거나, 중화된 음으로 적어야 하는데도, 기본형태를 밝혀 적은 예들이다.(고영근 1997:22) 또한 홀소리로 시작되는 어미, 또는 접사, 조사가 이어질 때에도 어근이나 체언의 형태소를 밝혀 적는 경우도 많았다.(고영근 1997:23)

(6)ㄱ. 눈에, 손로, 일, 몸이, 죵

ㄴ. 안아, 안시니다, 담아, 감아

(6ㄱ)은 체언과 조사, (6ㄴ)은 어근과 접사, 또는 어미와 합쳐질 때 기본형태를 밝혀 적은 예들이다. 『오륜행실도』에서도 이와 같은 표기법은 이어지고 있다. 다음의 예를 보자.

(7) 유의  뢰니 공 뎨라 어버이 셤기믈[셤김-을] 지효로  집이 가난야 믈음식을 먹으며 어버이 위야 니 밧긔[-의] 을 져오더니 어버이 죽은 후의 남으로 초나라 놀 조츤[좇-은] 술위 일이오 오만종의 곡식을 흐며 자리 겹으로 안즈며[앉-으며] 솟츨[-을] 버려 먹을 이에 탄식여 오 비록 믈을 먹으며 어버이 위야 을 지랴 나 가히 엇디 못 리로다 대 공 드시고 샤 로 가히 닐오 살아셔 셤기매 힘을 다고 죽은 후 셤기매 모믈[모-을] 다다 리로다(『오륜행실도』 ‘자로부미’).

위의 (7)에서 밑줄 친 부분은 체언이나 어근이 뒤에 오는 홀소리에 연철하여 표기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중세국어와는 달리 많은 부분에서 받침으로 끝나는 어근이나 체언 다음에 홀소리로 시작되는 접사 또는 어미, 조사가 와도 구분하여 썼다.

(8) 강혁은 한나라 님츼 사이니[사-이니] 어려서 아븨 일코 란리 만나 어미 업고 피란여 양 믈을[믈-을] 고 드른 거 주어 공양 로 도적을 만나 혹 겁박여 잡아[잡-아]가려 면 믄득 울며 비되 노뫼 이셔라 고 말이[말-이] 공슌고 졀야 사을[사-을] 감동니 도적이 마 해티 못고 혹 피란 곳을[곳-을] 르치니 인여 난리듕에 모 다 보젼디라 가난고 궁박여 몸과 발을[발-을] 벗고 고공이 되어 어미 공양되 어믜 몸에[몸-에] 편 거 아니 죡 거시 업디라 건무<원주>【한 광무 대 년호라】 말에 어미로 더브러 고향에 도라와 양 셰시에 관가의셔  셩 졈고 혁이 어미 늙으므로[늙-으므로] 요동티 아니니 향리 사이[사-이] 일 강거효<원주>【거효 큰 라】라 더니 어미 죽으매 양 무덤겻 녀막고 거상을 되 상복을 마 벗디 못 니 군 승연<원주>【군슈 아 벼이라】을 보내여 상복을 벗겻더니 원화<원주>【한 쟝뎨 대 년호라】 듕에 됴셔 샤 곡식 쳔셕을 주시고 양 팔월의 댱니<원주>【원이라】로 존문고 고양과 술을[술-을] 주라 시다(『오륜행실도』 ‘강혁거효’).

이 예들은 이 시기에는 이미 이른바 형태주의 표기법 혹은 ‘끊어적기’(고영근 1997:23)가 상당히 일반화했음을 보여준다. 주034) 이는 이른바 형태주의적 표기로 ‘어간’과 ‘어미’, ‘체언’과 ‘조사’를 구분해 적기로 한 〈한글맞춤법 통일안〉에 앞서 현대 언어학적 인식이 있었음을 말해 준다.(이희승・안병희 1989:158-195)

2.2. 문자・음운론적인 특징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한글 자모가 28자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초기에는 이런 글자들이 다 잘 쓰였으나, 어떤 글자들은 변화가 일어났고, 어떤 글자들은 아예 없어졌는데, 주035) ‘ㆆ, ㅿ, ㆁ, ・, ㅸ, ㅹ’와 같은 글자들이 없어졌다.(박병채 271-274) 18세기 말에 쓰여진 『오륜행실도』에서도 역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 사례들을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2.1. ‘ㅿ, ㅸ, ㆁ’이 사용 안 됨.

15세기에 사용되던 반치음이나 순경음, 그리고 이른바 ‘옛이응’이 이 책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다. 이는 국어사적으로 다음과 같은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반치음 ‘ㅿ’은 중세국어에서부터 사용되었지만, 이는 ‘ㅅ’과 상보적 분포[complementary distribution]를 이루었다. 즉 ‘ㅅ’이 유성음화되는 위치에서 거의 정확하게 ‘ㅿ’이 사용되었다.(허웅 1986:468-470) 그러므로 이는 음소로 보기보다는 변이음[allo-phone]으로 보아야 하지만, 표기는 17세기까지도 되었으므로, 『오륜행실도』에서 쓰이지 않은 것은 변화로 취급되어야 마땅하다.

다음은 이전의 문헌에서 ‘ㅿ’이 쓰였던 예들이 『오륜행실도』에서 다르게 표기된 것이다.

(9) 겨(구간 1:75)〉겨(오륜 1:2, 1:23, 1:44), 마(훈몽 중:7)〉마을(오륜 1:39), 아(월인 1:5)〉아(오륜 1:41, 1:42), 처(용가 78)〉처음(오륜 1:62)

그러므로 『오륜행실도』에서는 ‘ㅿ’으로 표기되었던 것은 ‘ㅇ’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ㅸ’도 ‘ㅂ’이 울림소리가 된 것인데, 후에 반홀소리 /w/로 바뀌거나 없어지기 전의 과도기음으로 본다.(허웅 1986:314-321) 『오륜행실도』에서는 ‘ㅸ’이 쓰이던 자리에 반홀소리 ‘오・우(/w/)’로 표기가 되었다. 특히 용언에서는 현대국어에서도 이른바 ‘ㅂ 불규칙 용언’ 주036) <풀이>어간의 끝소리인 ‘ㅂ’이 닿소리 요소 앞에서는 기본형태가 유지가 되지만, 홀소리로 시작되는 요소 앞에서 ‘오/우’(/w/)로 바뀌게 된다. 으로 표기되는 것과 같다.

(10) 셜워고(오륜 1:52) ¶디치로 셜다가(월인 9:26),

치워(오륜 1:25) ¶치과 더과(월인 7:58),

두려오니(오륜 1:39) ¶두려 光이라(월인 8:26)

‘ㆁ’은 『훈민정음』에서 ‘아음(牙音)’의 ‘불청불탁(不淸不濁)’에 해당되는 표기로, 종성으로서만이 아니라 초성으로서도 음가가 있었다. 15세기에는 그런 음가를 가진 낱말들이 다음과 같이 많이 쓰였다.

(11) 이(훈민해례 용자해), 이귀(석보 19:17), 이(석보 13:18), : 리(훈몽 상:21), 다 시다(삼강 효:15)

『오륜행실도』에서는 이런 ‘ㆁ’의 표기는 하지 않고, 받침이나 초성으로도 모두 ‘ㅇ’으로 표기하였다.

(12) 이에(오륜 1:4, 1:5), 니어(1:25), 더여디이다(1:56)

2.2.2. 겹닿소리의 간소화

15세기부터 겹닿소리는 합용병서(合用並書)의 형태로 많이 쓰였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된소리 표기가 아닌,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여기에는 크게 ‘ㅅ계’와 ‘ㅂ계’가 있었다. 이들이 된소리로 바뀌게 된 것은 허웅(1986:471-482)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다.

(13)ㄱ. ‘ㅅ계’는 대체로 서기 16세기 초기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진다.

ㄴ. ‘ㅂ계’는 17세기 끝에서부터 동요하기 시작하여 1730년 경에는 그 변천은 완성되었다.

ㄷ. ‘ㅄ계’는 16세기부터 동요하기 시작하여, 17세기에는 된소리로 합류한 것도 있고, ‘ㅂ계’로 합류한 것도 있다.(이것은 ‘ㅂ계’와 운명을 같이한다.)

그런데 『오륜행실도』에서는 위의 세 계통의 겹닿소리가 다 쓰이고 있는데, 이 때는 거의 된소리로 변천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아래에 제시하는 예들은 현대국어에서 예외없이 된소리이기 때문이다.

(14)ㄱ. ‘ㅅ계’(‘오륜’ 생략, 숫자는 쪽수. 이하 같음)

ㅺ : 어(42ㄴ, 50ㄴ), 을며(73ㄱ), 처(8ㄱ), 흐니(12ㄱ), 츠려(75ㄴ), 치리라(18ㄴ), 거(12ㄱ)

ㅼ : (68ㄱ), 라(65ㄱ, 70ㄴ), (32ㄴ), (5ㄴ), 여(23ㄱ), 디뇨(47ㄴ), (50ㄱ), 라간(48ㄱ), 이라(58ㄱ)

ㅽ : 디려(66ㄱ), (66ㄱ), 으며(43ㄱ), 리고(57ㄱ), 니(50ㄱ)

ㅾ : 저(40ㄴ), 여(63ㄱ), 여디고(33ㄱ), 치니(33ㄴ)

ㄴ. ‘ㅂ계’

ㅳ : 이(75ㄱ), 으니(23ㄱ)

ㅄ : (66ㄱ), 하(67ㄴ), 화(4ㄱ), 던(32ㄴ), (5ㄴ), 아(68ㄱ), 기(2ㄱ), (32ㄴ)

ㅶ : 듯(27ㄱ), 고(43ㄱ)

2.2.3. 겹홀소리의 표기와 음가

‘훈민정음’ 창제 이래 두겹홀소리로 표기되었던 ‘ㅑ, ㅕ, ㅒ, ㅖ, ㅙ, ㅝ, ㅞ, ㅠ’가 이 책에서는 그대로 표기가 되었다. ‘ㅐ, ㅔ, ㆎ’는 각각 /aj, əj, ʌj/와 같은 ‘내림겹홀소리’였을 것인데, 서기 1780년 경까지는 그런 발음의 표기였다가, 서기 1800년 대에 와서야 단모음이 되었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허웅 1986:482-487), 『오륜행실도』에서의 이런 표기는 아직 ‘내림겹홀소리’의 표기라고 해야 한다. ‘ㅚ, ㅟ, ㅢ’도 각각 /oj, uj, ɨj/를 표기하는 것이었는데, 이들이 ‘오름겹홀소리’가 되었다가, 홑홀소리로 바뀐 것은 19세기 이후의 일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의 표기는 ‘내림겹홀소리’의 표기다.(허웅 1986:486-487) 마찬가지로 세겹홀소리로 표기된 ‘ㅒ, ㅖ, ㅙ, ㅞ’는 각각 /jaj, jəj, waj, wəj/의 표기였으나, 19세기에 각각 /jɛ, je, wɛ, we’로 변했고, ‘ㆉ, ㆌ’는 대개 말끝에서 주격, 또는 지정사가 연결될 때에 나타나는데, 주격조사 ‘가’가 생기고, 겹홀소리들의 변화가 일어난 19세기에 없어졌는데,(허웅 1986: 487-488) 이 책에서는 그대로 쓰이고 있다.

『오륜행실도』에서 쓰이고 있는 겹홀소리들의 양상은 다음과 같다.

(15)ㄱ. /j/ 계 : ‘ㅐ, ㅑ, ㅒ, ㅔ, ㅕ, ㅖ, ㅛ, ㅠ, ㅢ, ㆎ’

ㄴ. /w/ 계 : ‘ㅘ, ㅙ, ㅚ, ㅝ, ㅞ, ㅟ’

ㄷ. 겹홀소리+ㅣ : ‘ㆌ, ㆉ’

(15ㄴ)에서는 ‘(22ㄴ)’처럼 ‘쇼+ㅣ(주격조사)’인 것도 있으나, ‘믄(58ㄴ)’에서는 한자 발음을 그렇게 적은 것이다.

2.2.4. 거센소리 되기와 나눠 적기

‘훈민정음’ 창제 때부터 거센소리(ㅎ 포함)는 차청(次淸)으로 표기되었는데, 이 소리는 원래부터 거센소리로 낱말에 들어있던 것과 ‘ㅎ’이 앞음절의 끝이나 뒤음절의 첫소리로 올 때, 거센소리가 될 수 있는 예삿소리 ‘ㄱ, ㄷ, ㅂ, ㅈ’은 각각 ‘ㅋ, ㅌ, ㅍ, ㅊ’로 바뀐다. 그 예는 다음과 같다.

(16)ㄱ. 원래의 거센소리 : 차탄더니(50ㄴ), 칼로(43ㄱ), 털을(12ㄱ), 파고(7ㄴ)

ㄴ. ‘ㅎ+예삿소리, 예삿소리+ㅎ’ : 격동케(74ㄴ), 면티(48ㄱ)

(16ㄴ)과는 달리 기본형태를 밝히기 위한 표기에는 ‘ㅎ’과 예삿소리를 구분해 적었다.

(17) 못게(70ㄱ), 밧흘(73ㄱ), 잡히여(42ㄱ)

이 책을 쓸 때에는 거센소리에 대한 음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예들이 있다. 즉 거센소리를 예삿소리와 거센소리의 합음으로 보고, 이를 나누어 적었다.

(18) (23ㄱ), 딕희여(35ㄱ), 츠려(75ㄴ)

(18)의 예들은 체언의 기본형태에 ‘ㅊ’을 받침으로 해도, 그것이 홀소리로 시작되는 요소가 올 때 ‘ㅊ’이 연철되었다고 봐도 되는데, 구태여 ‘ㅅ 받침’-발음으로는 /ㄷ/을 쓴 것은, 뒤에 오는 ‘ㅊ’소리가 ‘/ㄷ/’ 다음에 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다음의 예처럼 거센소리를 예삿소리와 ‘/ㅎ/’의 합음이라고 보고, 나누어 썼다.

(19) 깁히(57ㄱ)

거센소리의 생성에는 이른바 ‘ㅎ 말음 체언’이 큰 몫을 했다고 여겨지는데, 이는 우리말에서 태초부터 있었던 것으로 중세국어 이후 우리말 표기에 많이 등장하며, 이 책에서도 많은 예가 나온다.

(20) 길셔(18ㄱ), 둘흘(50ㄴ), 들(7ㄴ), 밧흘(73ㄱ)

(20)에 나타난 예들처럼 ‘ㅎ 말음’이 많이 쓰일 경우 뒤에 예삿소리로 시작되는 요소가 오면, 거센소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다른 옛 문헌에서는 이런 경우가 아주 많다.

(21) 하콰 콰(능엄 2:20), 너븐 드르콰(능엄9:22), 몸과 콰 손과 발와(석보 13:19)

그러므로 ‘ㅎ 말음 체언’이 많이 나타난다는 것은 거센소리의 생성이 쉬웠다는 방증이 된다.

2.2.5. 잇몸소리가 입천장소리 되지 않음

입천장소리 되기는 입천장소리가 아닌 소리가 뒤에 오는 홀소리 /i/나 반홀소리 /j/를 닮아, 입천장소리가 되는 현상이다. 이는 /i/나 /j/가 앞홀소리이면서, 높은홀소리여서 발음하기가 쉽기 때문에 입천장소리가 아닌 소리가 발음하기 쉬운 곳으로 옮겨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잇몸소리 ‘ㄷ, ㄸ, ㅌ’이 각각 센입천장소리 ‘ㅈ, ㅉ, ㅊ’으로 바뀌거나, 여린입천장소리 ‘ㄱ, ㄲ, ㅋ’이 각각 센입천장소리 ‘ㅈ, ㅉ, ㅊ’으로 바뀌거나, 목구멍소리 ‘ㅎ’이 센입천장소리 ‘ㅅ’이 되는 현상들이 있는데, 통시적인 면에서는 잇몸소리가 센입천장소리로 바뀌는 현상만 다룬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자어는 원래 중국어를 표기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말과는 많이 차이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그 발음들이 우리말로 바뀌면서, 현대국어에서는 입천장소리가 아니었던 것이 입천장소리로 바뀌었다. 그러나 『오륜행실도』에서는 아직 그 현상이 일반화되지 않았다.

(22) 대댱(63ㄱ), 댱슈(7ㄴ), 뎡몽쥬(79ㄴ), 됴뎡(15ㄱ)

순수한 우리말에서도 현대국어에서는 입천장소리가 된 것이 이 책에서는 잇몸소리로 표기한 것이 많다.

(23) 갑디(33ㄱ), 됴희와(32ㄴ), 딕희여(35ㄱ), 티거(9ㄴ), 텨(3ㄴ)

(22)의 예들은 〈한글 맞춤법〉에서 인정하는 ‘입천장소리 되기’에 해당되지 않는 것들이다.(이희승・안병희 1991:41-45)

2.2.6. ‘ㄴ’과 ‘ㄹ’이 머릿소리 규칙에 적용 안 됨

‘머릿소리 규칙’은 현대국어에서 말의 첫머리에 오는 닿소리가 본래의 음가를 잃고 다른 음으로 발음되는 것을 말하는데, 다음과 같은 유형이 있다.

(24)ㄱ. 흐름소리[流音] /ㄹ/이 말머리에 올 수 없다. 어두에서 홀소리 앞에서 /ㄹ/은 /ㄴ/으로 바뀐다. (예) 량심(良心)→양심, 력설(力說)→역설, 류행(流行)→유행, 리과(理科)→이과, 락원(樂園)→낙원, 로인(老人)→노인, 루각(樓閣)→누각, 래일(來日)→내일, 뇌성(雷聲)→뇌성

ㄴ. 잇몸 콧소리[齒頸鼻音] /ㄴ/이 말머리에서 /i/나 /j/ 앞에서 영(零)이 된다. (예) 녀자(女子)→여자, 뇨소(尿素)→요소, 뉴대(紐帶)→유대, 니토(泥土)→이토.

ㄷ. 말머리에 겹자음이 올 수 없다. 그러나 옛말에서는 많이 쓰였다.

ㄹ. /ㆁ/이 말머리에서 쓰이지 않는다.

그런데 『오륜행실도』에서는 (24ㄱ, ㄴ, ㄷ)의 규칙이 적용되지 않은 예들이 많다. (24ㄷ)의 경우는 이미 앞에서 다루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25)ㄱ. 냥식과(29ㄴ), 녈녀(7ㄴ), 뇽방이(2ㄱ), 뉵슈뷔(57ㄴ), 니디(20ㄴ)

ㄴ. 렬렬여(83ㄴ), 률이(12ㄱ), 릉과(13ㄱ), 리(7ㄴ)

2.2.6. 앞홀소리 되기 없음

우리말에서 뒤홀소리 /ㅏ/, /ㅓ/, /ㅗ/, /ㅜ/, /ㅡ/는 뒤 음절 모음 /ㅣ/가 이어나면 /ㅣ/의 전설성에 동화되어 앞홀소리 /ㅐ/, /ㅔ/, /ㅣ/, /ㅚ/, /ㅟ/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일부 낱말을 제외하고는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는다.

『오륜행실도』에서는 이런 앞홀소리 되기에 관한 예들이 별로 없다는 것은 그 당시에 이미 한성 혹은 경기도 지역어가 쓰였을 뿐만 아니라, 기본형태를 적는 것에 충실했다는 이야기가 된다.(*는 일어날 수 있는 변화지만 그렇지 않음의 표시)

(26) 긔록니라(63ㄴ) *기록니라, 긔졀엿다가(45ㄴ) *기졀하엿다가, 거즛(38ㄱ) *거짓, 저(40ㄴ) *저, 믜온(77ㄴ) *미온

2.2.7. 입술소리 다음의 둥근홀소리 되기 없음

중세국어부터 쓰이던 입술소리 다음의 안둥근홀소리 ‘ㅡ’가 현대국어에서는 대부분 둥근홀소리 ‘ㅜ’로 바뀌었다. 이는 입술소리가 양입술을 오무려서 내는 소리이므로, 그 다음에 내는 소리는, 안둥근홀소리보다는 둥근홀소리로 내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륜행실도』에서는 아직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표는 위와 같음.)

(27) 머믈고(65ㄴ) *머물고, 믈러나라(27ㄴ) *물러나라, 믈의(66ㄱ) *물의, 브른대(57ㄱ) *부른대, 븍방(11ㄴ) *북방, 븟그러오미(58ㄴ) *부끄러오미, 리고(57ㄱ) *리고

2.2.8. 없어짐

이는 기본형태에서 어떤 음소가 떨어져 나가거나, 없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현대국어에서는 〈한글 맞춤법〉에서 어휘형태소[lexicological morpheme]일 경우에는 기본형태를 밝혀 적고, 문법형태소[grammatical morph eme]일 때에는 변이형태[allo-morph]로 적어도 되는 것으로 정해 놓았다. 그러나 『오륜행실도』에서는 체언에서 둘 받침이 묵음이 되거나, 용언에서 불규칙적인 활용으로 변화가 일어나면, 그대로 적었다.(*표는 위와 같음.)

(27)ㄱ. 업도다(58ㄴ) *없도다

ㄴ. 어(42ㄴ) *어, 디(23ㄱ) *디, 블러(12ㄱ) *브르어, 누어(78ㄱ) *눕어

(27ㄱ)은 둘받침으로 끝나는 어근인 기본형태에서 하나의 음소가 음절 규칙에 따라서 없어지는 경우이고, (27ㄴ)은 불규칙 용언으로 어근인 기본형태에서 음소가 없어지는 것이다. (27ㄱ)은 다음과 같이 기본형태를 밝혀 적은 것과는 다른 현상이다.

(28) 늙고(15ㄱ) *늑고, 디(43ㄱ) *디

2.2.9. 더해짐

더해짐은 없었던 음소가 더해지는 것인데, 대개 홀소리 충돌[hiatus]을 막기 위해서 반홀소리 /j/가 더해지거나, ‘르 불규칙 용언’인 경우에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 다음의 예가 그런 것이다.

(29)ㄱ. 되여(33ㄱ) *되어, 보여(38ㄱ) *보어, 여(45ㄴ) *어

ㄴ. 닐러(12ㄱ) *니르어, 리(30ㄱ) *르이, 불러(43ㄱ) *부르어

(29ㄱ)은 홀소리와 홀소리가 만날 때 반홀소리 /j/가 더해진 예이고, (29ㄴ)은 ‘르 불규칙 용언’의 끝음절 ‘르’가 홀소리로 시작되는 요소와 만날 때 ‘ㅡ’가 없어지고, ‘ㄹㄹ’이 된 것이다.

2.2.10. 줄어짐

줄어짐은 두 개 이상의 음소나 음절이 합해져, 줄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다음에 그 예들을 보인다.

(30)ㄱ. 군(9ㄴ) *군이, 급히(9ㄴ) *급이, 너겨(63ㄱ) *너기어, 기려(65ㄴ) *기다리어

ㄴ. 면티(48ㄱ) *면디, 셰코(52ㄴ) *셰고

(30ㄱ)은 두 음절이 합해진 경우고, (30ㄴ)은 두 음소가 합해진 경우다.

2.3. 형태・통사론적 특징

여기서는 어휘・형태소・통사가 서로 맞물려 있으므로, 이를 명사류・부사류・관형사류・조사류・동사류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이하에서, 필요한 경우에만 형태소 분석을 하기로 함.)

2.3.1. 명사류

명사류는 명사・대명사・수사로 나누어진다. 그러나 이들은 비슷한 점이 많으므로, 함께 다루기로 한다.

2.3.1.1. 본래명사류와 전성명사류

본래명사류는 본래부터 명사류였던 것이고, 전성명사류는 다른 품사에서 파생접사에 의하여, 파생된 것이다. 다음의 예를 보자.

(31)ㄱ. 간관(77ㄴ), 강남(69ㄴ), 강산(65ㄱ), 개(30ㄱ), 거진(75ㄱ)

ㄴ. 무덤(52ㄴ), 홈(52ㄴ), 삶(7ㄴ), 죽엄(25ㄱ)

(31ㄱ)은 본래부터 명사・대명사・수사인 예들이나, (31ㄴ)은 동사류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여기에 쓰인 파생접미사는 ‘{-ㅁ/-옴/-/-엄}이다.

본래명사류에는 다음과 같은 옛말들이 나타나고 있다.

(32)ㄱ. 굼ㄱ(12ㄴ)

ㄴ. 길셔(18ㄱ), 둘흘(50ㄴ), 들(7ㄴ), 밧흘(73ㄱ)

(32ㄱ)은 중세어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어근이고, (32ㄴ)은 이른바 ‘ㅎ 말음 체언’으로 현대국어와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보여 준다.

2.3.1.2. 예삿말과 높임말

명사류에는 예삿말과 높임말이 있다. 물론 이들은 높임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높임말이 주어로 쓰일 때는 ‘주체 높임법’이 사용되고, 목적어나 부사어로 쓰일 때에는 ‘객체높임법’이, 들을이가 되면 ‘상대높임법’이 사용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특별히 높임말 명사류가 없고, 다만 조사 또는 동사류의 높임법에서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33)ㄱ. 튱혼을 위로여디이다 대 샹이 좃 (84ㄱ)

[+높임] [+높임] [+높임][-높임]

ㄴ. 님군뫼셧더니 (22ㄴ)

[+높임] [+높임]

(33ㄱ)에서 인용한 말은 말할이가 신하이고, 들을이가 임금이므로 상대 높임이 되었고, 상위문은 주어가 임금이므로, 주체 높임이 되었다. (32ㄴ)은 ‘님군’은 높임말이 아님에도 서술어에 높임법이 쓰였으므로 높임말이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이 주어가 생략되어도, 서술어를 보면 높임말을 확인할 수 있다.

(34) (주어) 디 말라 다 (23ㄱ)

[+높임] [+높임]

(34)에서는 주어는 생략되어 있으나, 서술어에 높임법이 쓰였으므로, 이 문장의 주어는 황제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서술어의 쓰임만 높임말을 식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다음과 같이 조사의 쓰임을 보고도 알 수 있다.

(35) 쥬운이 텬긔 와 (15ㄱ)

[+높임][+높임][+높임]

(35)에서 ‘텬’에게 조사 ‘긔’가 쓰이고, 서술어에 ‘뵙-’이 쓰여, ‘텬’는 높임말이 되었다.

2.3.2. 부사류

부사류는 부사만 있는데, 이를 본래부사와 파생부사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36)ㄱ. 각각(70ㄴ), 구여(12ㄴ), 다시(12ㄱ), 더욱(43ㄱ), 도로(38ㄱ), 몬져(40ㄴ)

ㄴ. 가히(5ㄴ), 구챠히(75ㄴ), 깁히(57ㄱ), 만이(40ㄱ) 오(2ㄱ)

(36ㄴ)에서 부사 파생접미사는 {-이}가 대부분이나, {-오}나 {-리}와 같은 것들도 쓰였다.

2.3.3. 관형사류

관형사류에는 관형사만 있는데, 여기에도 본래관형사와 파생관형사가 있다.

(37)ㄱ. 모든(22ㄴ), 거즛(38ㄱ), 여러(45ㄴ), 무(43ㄴ)

ㄴ. 두(6ㄱ), 스무(61ㄱ), 큰(6ㄱ), 이(32ㄴ), 그(33ㄱ), (33ㄴ)

(37ㄱ)은 본래부터 관형사였으나, (37ㄴ)은 다른 품사에서 파생된 것이다. 예컨대 ‘그, 이’ 같은 것은 대명사에서 파생되었다. 이 때의 파생접미사는 {-∅-(영)}이다. 그러나 수사에서 파생된 관형사는 기본형태를 바꾸지 않은 것은 파생접미사가 {-∅-(영)}이나, ‘, 두, 세, 네’은 각각 다르다.

(38) ;나+ㄴ(관형사 파생접미사), 두;둘+ㄴ(관형사 파생접미사), 세;셋+ㄴ(관형사 파생접미사), 네;ㄴ(관형사 파생접미사)

2.3.4. 조사류

조사는 격조사와 접속조사, 보조사로 나눈다.

격조사(格助詞)는 체언을 같은 문장 안의 다른 낱말과 일정한 문법적 관계를 맺는 구실을 한다. 그래서 격(格) 개념의 차이에 따라 격조사의 하위분류 방법이 달라진다. 변형생성문법에서는 격을 심층구조상의 내면격(또는 심층격)과 표면구조상의 표면격으로 구분한다. 격조사를 표면상에 나타난 형태에만 국한하여 분류하는 것이 표면격에 대한 분류인데, 본고에서는 이 방법을 택한다.

격조사는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가 있다.

(39)ㄱ. 주격 조사 : 앞의 체언을 주어가 되게 함.

ㄴ. 관형격 조사 : 앞의 체언을 관형어가 되게 함.

ㄷ. 목적격 조사 : 앞의 체언을 타동사의 목적어가 되게 함.

ㄹ. 부사격 조사:앞의 체언을 부사어가 되게 함. 다른 격조사에 비해 그 숫자가 많으며, 처소, 도구, 자격, 원인, 동반, 비교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님.

ㅁ. 호격 조사 : 독립어로서 호칭이 되게 함.

접속조사(接續助詞)는 두 성분을 이어 주는 구실을 한다.

보조사(補助詞)는 여러 성분에 두루 붙어 특별한 뜻을 더해 주는 구실을 하며, 격조사가 올 자리에 쓰이거나, 격조사 혹은 보조사 뒤에 다시 보조사가 쓰이기도 하며, 체언뿐만 아니라 부사나 연결어미 뒤에도 쓰인다.

이 책에서 격조사의 쓰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40)ㄱ. 주격조사 : 거진이(75ㄱ), 검극이(47ㄴ), 나라히(6ㄱ);{ㅣ/이}

ㄴ. 관형격조사 : 건강의(49ㄴ), 고향의(17ㄴ), 곳의(3ㄴ), 공의(58ㄴ);{의}

ㄷ. 목적격조사 : 가기(82ㄱ), 거마(18ㄱ), 고굉을(40ㄱ);{을//를}

ㄹ. 부사격 : 닿음-;결을에(65ㄴ), 들에(12ㄴ), 들(7ㄴ);{ㆎ/에}

떠남-군듕의셔(63ㄱ), 길셔(18ㄱ), 듕노에셔(29ㄴ);{셔/의셔}

수여-금인의게(42ㄱ), 네게(30ㄱ), 녹산의게(29ㄴ), 놈의게(77ㄴ);{긔/의긔}

향방-날려(30ㄱ), 니겸려(29ㄴ);{다려}

가온대로(57ㄴ), 남경으로(52ㄱ), 셔문으로(10ㄱ);{으로}

연장-공으로(40ㄱ), 관로(54ㄴ), 군로(7ㄴ), 널로(3ㄴ);{로/으로/으로}

ㅂ. 호격조사 : 놈아(30ㄱ), 닐위미여(43ㄴ), 도적놈아(38ㄱ)

접속조사는 다음과 같이 쓰인다.

(41). 고경과(29ㄴ), 남졔운과(33ㄴ), 냥식과(29ㄴ)

보조사는 다음과 같이 쓰인다.

(42)ㄱ. 시작-일로브터(1:15);{로브터}

ㄴ. 단지-녹만(15ㄱ), ;{만}

ㄷ. 각자- 홈마다(52ㄴ);{마다}

ㄹ. 자격-대로(82ㄱ);{대로}

ㅁ. 동일-티(3ㄴ);[티]

ㅂ. 각자-날마다(32ㄴ);{마다}

ㅅ. 역시-대부인도(12ㄴ), ;{도}

ㅇ. 종착-죵들디(70ㄴ);({디}

ㅈ. 주제-공승은(17ㄴ), 너(25ㄱ);{은/}

2.3.5. 동사류

동사류는 서술어가 되는 기능을 하는데, 동사・지정사・형용사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활용을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데, 여기서는 본래의 낱말과 파생 낱말을 살펴보고, 어근과 어미, 접사를 중심으로 논의해 보기로 한다.

2.3.5.1. 본래의 낱말과 합성・파생 낱말

동사류도 원래부터 동사・형용사였던 것이 있는 반면, 다른 품사와 합성이 되거나, 파생된 것도 많다. 주037) <풀이>다른 품사와 결합된 경우 합성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두 낱말을 분리했을 때, 앞에 오는 낱말이 뒤에 오는 낱말이 독립되어 쓰일 수 있으면, 합성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예를 들면, ‘감동하-’는 ‘감동을(도, 만, 까지, 은) 하-’로 분리할 수 있으므로 합성이라고 본다. 이때의 ‘하-’는 이른바 대동사(代動詞) 혹은 허동사(虛動詞)의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서정수 1994:539 -587) 이 경우 ‘-’는 독립된 낱말이므로 파생접사로 보기는 어렵다.

다음은 본래동사와 합성이나 파생된 동사의 예들이다.(편의상 몇 개만 예를 든다.)

(43)ㄱ. 가-(15ㄴ), 가지-(12ㄴ),

ㄴ.① 간-(2ㄱ);간(諫)+-, 강개-(27ㄱ);강개(慷慨)+-, 강잉여(24ㄴ);강잉(强仍)+-

② 랑-(2ㄱ), -(21ㄱ), 아니-(35ㄱ)

(43ㄱ)은 본래동사이고, (43ㄴ)은 합성동사인데, (43ㄴ①)은 한자에 ‘-’가 붙어서 합성 혹은 파생이 되었고, (43ㄴ②)는 우리말에 ‘-’가 붙어서 합성이 되었다.

다음은 본래형용사와 합성 혹은 합성 혹은 파생형용사의 예이다.

(44)ㄱ. 괴롭-(12ㄴ), -(12ㄴ), 늙-(15ㄱ), 다-(57ㄱ), 슬프-(13ㄱ)

ㄴ. ① 렬렬-(83ㄴ);렬렬(烈烈)+하-, 약-(15ㄱ);약(弱)+-, 오활하-(54ㄴ);오활(迂闊)+--

② 더-(43ㄱ);더+-, 득-(38ㄴ);득+-

(44ㄱ)은 본래형용사들이며, (44ㄴ①)은 한자에 ‘-’가 붙은 것이고, (44ㄴ②)는 우리말에서 합성 혹은 파생된 예들이다.

2.3.5.2. 어근과 어미

동사류는 활용을 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는 교착어인 우리말의 한 특징이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활용을 하는 동사류는 어간[stem]과 어미[ending]로 구분해왔다. 우리말에서 활용을 처음으로 주장한 최현배(1937:173)에서는 “풀이씨의 끝이, 그 쓰히는 법을 따라서, 여러 가지로 바꾸히는 조각(部分)을 씨끝(語尾, termination)이라 하며, 그 바꾸히지 아니하는 조각을 씨줄기, 더러는 줄이어서 줄기(語幹, stem, Stamm)라 일컫느니라.”라고 하였다. 또한 최현배(1937:174)에서는 “풀이씨를 이루기에 最小限度의 中心槪念을 代表하는 줄기를 씨몸 더러는 씨뿌리 또는 뿌리(語根)라 하며, 그 다음에 돕는 조각을 도움뿌리(補助語幹-助根)라 하느니라.”라고 하였다. 이는 학교문법에서도 잘 적용이 되다가 1985년 이른바 통합문법에서 그 내용이 바뀌었다. ‘깨뜨리이시었습니다’라는 낱말을 예를 들어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45)ㄱ. 뜨리 이 시 었 습 니

줄기 도움줄기 씨끝

ㄴ. 뜨리 이 시 었 습니

어간 접사 선어말어미 어말어미

형태론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45ㄱ)에서 ‘뜨리’와 ‘이’는 파생접미사이므로 활용에서 ‘도움줄기’로 보아도 무방하나, 굴곡접미사인 ‘시’, ‘었’, ‘습’, ‘니’는 각각 접미사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는 접미사이긴 하나, 전통적인 관점에서 ‘씨끝’ 곧 어미로 불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본고에서는 다음과 같이 명칭을 붙인다.

(46) 뜨리

어근 강조 태 주체높임 시제 겸양 시상 상대높임 종결어미

접미사 접미사 접미사 접미사 접미사 접미사 접미사 접미사

[root] [emphatic [voice [honorifi [tense [humble [aspect [honorific [terminal

suffix] suffix] suffix1] suffix] suffix] suffix] suffix2] suffix]

이러한 관점에서 동사류는 다음과 같이 어근과 어미로 구분한다.

자격법 어미; 명사형 어미, 관형사형 어미, 부사형 어미

(47) 어근+(접미사)+ 연결법 어미; 연결어미

종결법 어미; 종결어미

2.3.5.2.1. 자격법 어미

자격법 어미는 명사형 어미, 관형사형 어미, 부사형 어미로 나눈다.

『오륜행실도』에서 명사형 어미의 쓰임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48)ㄱ. 가기(82ㄱ);가-+-기, 기(2ㄱ);-+-기+, 살기(45ㄱ);살-+-기+

ㄴ. 갑흐미(3ㄴ);갑ㅎ-+-음+이, 귀미(18ㄴ);귀--+-ㅁ+이, 셤기미(58ㄱ);셤기-+-ㅁ+이

(48ㄱ)에서는 명사형 어미 ‘-기’가, (48ㄴ)에서는 ‘-ㅁ/-옴’이 쓰였음을 알 수 있다. 관형사형 어미의 쓰임은 다음과 같다.

(49)ㄱ. 간(7ㄴ);간+-+-는,

ㄴ. 가진(38ㄱ); 가지-+-ㄴ, 겨신(61ㄱ);겨시-+-ㄴ, (30ㄱ);-+-

ㄷ. 갑흘(35ㄴ);갑ㅎ-+-을, 겨실(81ㄴ);겨시-+-ㄹ, 누릴(36ㄱ);누리-+-ㄹ

ㄹ. 머므러(45ㄴ);머믈르-+-엇-+-더-+-ㄴ, 먹던(12ㄴ);먹-+-더-+-ㄴ

(49ㄱ)에서는 진행을 나타내는 관형사형 어미 ‘-’이 쓰였고, (49ㄴ)에서는 ‘-ㄴ/-은’이 쓰였는데, 형용사일 때는 시간성과 관련이 없는 수식이고, 동사일 때는 동작이 완료되었음을 나타낸다. (49ㄷ)은 동작이나 상태의 추정을 나타내는 ‘-ㄹ/-을’이 쓰였다. (49ㄴ)에서는 ‘회상 시상 접미사’ ‘-더-’에 관형사형 어미 ‘-ㄴ’이 쓰여, 과거의 일이 완료되었음을 나타낸다.

부사형 어미는 다음과 같이 쓰인다.

(50)ㄱ. 구챠히(75ㄴ);구차+하-+-이, 만히(75ㄴ);많-+-이

ㄴ. 굴게(50ㄱ);굴+하-+-게, 알게(3ㄴ);+알-+-게

(50ㄱ)에서는 부사형 어미는 ‘-이’가, (50ㄴ)에서는 ‘-게’가 쓰임을 알 수 있다.

2.3.5.2.2. 연결법 어미

연결법 어미에는 연결어미와 보조적 연결어미가 있다.

2.3.5.2.2.1. 연결어미

연결법 어미는 그 쓰임이 다양하므로, 몇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51)ㄱ. {-으니} : 상황, 이유・원인

예 : 가니(15ㄴ), 갓더니(5ㄴ)

ㄴ. {-고} : 벌림

예 : 가지고(12ㄴ), 갑고(3ㄴ), 거리고(10ㄱ), 일고(18ㄱ)

ㄷ. {-아셔} : 상황, 이유・원인

예 : 간야(2ㄱ), 강개여(27ㄱ), 거두어(57ㄱ), 고여(6ㄱ)

ㄹ. {-나} : 반전

예 : 이시나(18ㄴ);, 죽으나(27ㄱ)

ㅁ. {-으며} : 벌림

예 : 가며(72ㄴ), 경신며(2ㄱ), 치며(29ㄴ), 잡으며(33ㄱ)

ㅂ. {-으려} : 의도

예 : 가려(60ㄴ), 구원려(26ㄴ), 닙히려(42ㄴ), 망려(40ㄱ), 엄습랴(38ㄱ)

ㅅ. {-다가} : 멈춤

예 : 가다가(18ㄱ), 가도앗다가(53ㄱ), 긔록엿다가(45ㄴ), 나오다가(27ㄱ)

ㅇ. {-도록} : 미침

예 : 죽도록(36ㄱ), 흐르도록(15ㄴ), 니록(30ㄱ)

ㅈ. {-거든} : 가정

예 : 구거든(82ㄱ), 되엿거든(65ㄴ)

ㅊ. {-으되} : 조건

예 : 굴므되(8ㄱ),

ㅋ. {-으면} : 가정

예 : 이러면(32ㄴ), 잡으면(36ㄱ)

ㅌ. {-오} : 근거

예 : 오(2ㄱ), 샤(15ㄴ), 닐오(3ㄴ)

ㅍ. {-거} : 기정사실

예 : 드리거(50ㄴ), 보거(10ㄱ), 거(12ㄱ), 아니거(2ㄱ), 어(50ㄴ)

ㅎ. {-매} : 상황

예 : 마치매(38ㄴ), 졉시매(35ㄴ), 매(54ㄴ), 반매(29ㄱ), 실신매(47ㄴ)

ㄲ. {-고져} : 희망

예 : 되고져(57ㄴ), 맛고져(18ㄱ), 밧고져(13ㄱ), 죽이고져(77ㄴ)

ㄸ. {-아도} : 양보

예 : 죽어도(13ㄱ)

ㅃ. {-거니와} : 사실

예 : 구미어니와(35ㄴ), 업거니와(35ㄴ), 죽거니와(3ㄴ)

ㅆ. {-지언정} : 양보

예 : 될디언뎡(50ㄱ), 죽을디언졍(47ㄴ)

ㅉ. {-ㄴ대} : 상태

예 : 말린대(12ㄱ);말-+-리-+-ㄴ대, 브신대(81ㄴ);브-+-시-+-ㄴ대, 원컨대(13ㄱ);원+-+-건대

2.3.5.2.2.2. 보조적 연결어미

보조적 연결어미는 본용언과 보조용언을 이어주는 구실을 한다. 이에는 {-디}, {-아}, {-게}, {-고}가 있다.

(52)ㄱ. {-디}

예 : 가디(2ㄱ), 그치디(30ㄱ), 르치디(3ㄴ)

ㄴ. {-아}

예 : 구여(38ㄴ), 의논여(21ㄱ), 잡아(23ㄱ)

ㄷ. {-게}

예 : 괴롭게(12ㄴ), 굴게(50ㄱ), 알게(3ㄴ)

ㄹ. {-고}

예 : 가지고(12ㄴ), 거리고(10ㄱ), 브릅고(27ㄴ)

2.3.5.2.3. 종결법 어미

우리말의 종결법 어미는, 상대높임법으로 말할이와 들을이의 상대적 높・낮이를 나타내며, 서술법・의문법・청유법・명령법・감탄법을 표현한다. 이는 구어[spoken language]에서 분명하며, 문어[written language]에도 반영이 된다. 그런데 옛 문헌의 경우는 구어의 자료가 많지 않으면, 당시의 종결법 어미를 분석하기가 매우 어렵다. 『오륜행실도』의 경우도 거의 문헌 형식으로 되어 있어, 구어의 쓰임을 잘 알 수 없지만, 직접인용 등의 예들에서 분석하는 수밖에 없다.

본고에서는 종결법 어미를 [+높임]과 [-높임]으로 나누고, ‘서술법・의문법・청유법・명령법・명령법’으로 분류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2.3.5.2.3.1. 서술법 어미

서술법은 말할이가 들을이에게 자기의 말을 해버리는 데 그치거나, 약속을 하거나, 또는 느낌을 나타내는 표현법이다.(허웅 1986:487) 이에는 다음과 같은 어미가 쓰인다.

(53)ㄱ. {-다} : [+높임]

예 : 딩계리이다(15ㄴ), 봉양리이다(70ㄱ), 아니리이다(23ㄱ), 쟝우로소이다(15ㄴ), 죽이리이다(33ㄱ)

ㄴ. {-다/-라} : [-높임]

예 : 가니라(5ㄴ), 갑흐리라(57ㄴ), 갑흘디라(27ㄴ), 굴엿노라(33ㄴ) 라나더라(52ㄴ), 슬프다(13ㄱ), 실신다(47ㄴ), 튜증시다(82ㄱ)

2.3.5.2.3.2. 의문법 어미

의문법은 말할이가 들을이에게 대답을 요구하거나, 자기 마음속에 의문을 품어보는 것을 나타내는 표현법이다.(허웅 1986:495) 이에는 다음과 같은 어미가 쓰인다.

(54)ㄱ. {-가} : [+높임]

예 : 뎡리잇가(5ㄴ), 망가(2ㄱ), 뵈오리잇가(5ㄴ), 말고(16ㄱ)

ㄴ. {-오} : [-높임]

예 : 가리오(55ㄱ), 그치리오(47ㄴ), 다래리오(50ㄱ), 무드리오(65ㄴ)

ㄷ. {-냐/-뇨} : [-높임]

예 : 사랏냐(78ㄱ), 나뇨(47ㄴ), 디뇨(47ㄴ), 엇더뇨(35ㄴ), 잇냐(22ㄴ)

ㄹ. {-다} : [-높임]

예 : 말인다(15ㄴ), 멸다(6ㄱ), 보내엿다(72ㄴ), 아니엿다(60ㄴ)

ㅁ. {-아} : [-높임]

예 : 아니랴(20ㄴ); 아니+-+-리-+-아

2.3.5.2.3.3. 명령법 어미

명령법은 말할이가 들을이에게 어떤 행동을 하기를 또는 해주기를 요구 혹은 명령하는 표현법이다.(허웅 1986:516) 여기서 청유법 어미는 찾을 수 없었다.

(55)ㄱ. {-쇼셔} : [+높임]

예 : 라나쇼셔(9ㄴ), 마르쇼셔(15ㄱ), 쇼셔(82ㄱ)

ㄴ. {-라} : [-높임]

예 : 도모라(6ㄱ), 라나라(32ㄴ), 막으라(50ㄴ), 먹으라(40ㄴ)

2.3.5.2.3.4. 감탄법 어미

감탄법은 말할이가 어떤 일에 감탄하는 것을 표현하는 종결법이다.

(56) {-도다/-로다} : [-높임]

예 : 니미로다(6ㄱ), 다핫도다(13ㄱ), 못리로다(45ㄱ), 아니시다(43ㄱ), 업리로다(40ㄴ)

2.3.5.3. 접미사

동사류에서 나타나는 접미사는 어근과 어미를 제외한 부분으로서, 강세접미사・태접미사・주체높임접미사・시제접미사・객체높임접미사・상대높임접미사・시상접미사가 있다. 이 중에서 강세접미사・태접미사는 파생접미사이고, 나머지는 굴곡접미사다. 파생접미사는 활용에서는 다시 어간을 만들므로 최현배(1937)에서의 이른바 도움줄기[補助語幹]의 개념이 맞는 것이다.

2.3.5.3.1. 강세접미사

강세접미사는 낱말의 뜻을 강하게 해주는 구실을 한다. 이에는 {-치-}가 쓰인다.

(57) {-치-}

예 : 치거(43ㄱ);+치+거, 밀치고(18ㄱ);밀치고(18ㄱ);밀-+-치-+-고

3.3.5.3.2. 태접미사

태접미사에는 수동태 접미사와 사동태 접미사가 있다.

2.3.5.3.2.1. 수동태접미사[passive voice suffix]

수동태는 주어가 어떤 동작의 대상이 되어, 그 작용을 받을 때의 관계를 나타내는 동사의 한 형태인데, 수동태접미사는 능동태의 동사를 수동태의 동사로 만드는 구실을 한다. 이에는 {-이-}가 쓰인다.

(58) {-이-}

예 : 잡히여(42ㄱ);잡-+-히-+-여, 깃드림(35ㄴ);깃+들-+-이-+ㅁ, 플니샤(15ㄴ);플-+-니-+-시-+-아

2.3.5.3.2.2. 사동태접미사[causative voice suffix]

사동태는 남에게 어떤 행동을 시키게 하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동사의 한 형태다. 여기에는 파생접미사 {-이-}가 쓰인다.

(59) {-이-}

예 : 이여(84ㄱ);-+-이-+-여, 먹이고(12ㄴ), 버히니(40ㄴ)버히-+-이-+-니, 벗기고(42ㄱ);벗-+-기-+-고, 죽이리라(72ㄴ);죽-+-이-+-리-+-라

2.3.5.3.3. 주체높임접미사

높임접미사는 주체 높임을 나타내는 데 쓰인다. 이에는 {-시-}가 있다.

(59) {-시-}

예 : 너기샤(14ㄴ);너기-+-시-+아, 무르시(15ㄴ);묻-+-으시-+고, 내시고(82ㄱ);내-+-시-+고

2.3.5.3.4. 시제접미사

시제접미사는 이 책에서 현재 {-Ø-}, 완료 {-앗-}이 쓰인다.

2.3.5.3.4.1. 현재시제접미사

현재시제는 동작이나 상태가 현재임을 나타낸다 현재시제접미사에는 {-Ø-}가 쓰인다.

(60) {-Ø-}

예 : 됴셰라(17ㄴ);도셔+이-+-Ø-+-라, 말이오(58ㄴ);말+이-+-Ø-+-오

2.3.5.3.4.2. 완료시제접미사

완료시제는 동작이나 상태가 완료되었음을 나타낸다. 완료시제접미사에는 {-앗-}이 쓰인다.

(61) {-앗-}

예 : 가도앗다가(53ㄱ);가도-+-앗-+-다가, 결단여시니(13ㄱ);결단+-+-여시-+-니, 굴엿노라(33ㄴ);굴+-+-엿-+-노라

2.3.5.3.5. 객체높임접미사

객체높임은 목적어나 부사어에 해당되는 객체를 높이는 것이다. 객체높임접미사에는 {--}이 쓰인다.

(62) {--}

예 : 받와(47ㄱ);받-+--+-아, 엿오(5ㄱ);엿+-오-+-대,

2.3.5.3.6. 시상접미사

시상접미사에는 {-니-}, {-리-}, {-더-} 등이 쓰인다.

2.3.5.3.6.1. 지속 혹은 진행시상접미사

지속 혹은 진행을 나타내는 접미사에는 {-니-}가 쓰인다. 서술어가 동사이면, 진행시상[progressive aspect]이 되고, 형용사나 지정사면, 지속시상[durative aspect]이 된다.

(63) {-니-}

예 : 기리니라(18ㄱ), 니라(27ㄴ), 멸다(6ㄱ), 반다(29ㄴ)

2.3.5.3.6.2. 회상시상접미사

지난 일을 회상하는 구실을 하는 회상시상[retrospective aspect]접미사에는 {-더-}가 쓰인다.

(64) {-더-}

예 : 겨시더니(80ㄱ), 니럿더니(17ㄴ), 머므더니(61ㄱ), 인이러라(30ㄴ)

2.3.5.3.6.3. 추정시상접미사

어떤 동작이나 상태에 대하여 미루어 짐작하는 추정[prospective aspect]시상접미사에는 {-리-}가 쓰인다.

(65) {-리-}

예; 년좌리라(12ㄱ), 못리로다(45ㄱ), 무엇리오(22ㄴ)

2.3.5.3.7. 상대높임접미사

상대높임접미사는 중세국어에서 {--}로 쓰이던 것인데, 이 책에서는 {-이-}로 나타난다. 들을이를 높이는 구실을 하며, 종결어미 {-다} 혹은 {-가}와 같이 쓰인다.

(66) {-이-}

예 : 뎡리잇가(5ㄴ), 딩계리이다(15ㄴ), 봉양리이다(70ㄱ), 뵈오리잇가(5ㄴ), 죽이리이다(33ㄱ)

3. 맺는 말

이상으로 『오륜행실도』 ‘충신도’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 책은 18세기 후반에 쓰여진 것으로 서지적・국어학적으로 의미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음은 앞에서 역주한 ‘효자도’에서 논의하였다. 본고는 그것을 이어 깁고 고치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

‘충신도’에 나타난 국어학적 특징은 ‘효자도’와 대동소이하다. 다만 내용이 다르므로 쓰여진 낱말이나 문장에서 더 많은 자료를 분석할 수 있었다. 다른 더 좋은 자료는 나머지 내용들에서 보충되리라고 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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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1975), 우리 옛말본-형태론-, 서울 : 샘문화사.

주014)
<현대말>높은 벼슬아치들.
주019)
<정의>본관은 연안(延安). 자는 성중(成仲), 호는 극옹(屐翁)·극원(屐園). 정신(正臣)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철보(喆輔)이고, 아버지는 좌의정 복원(福源)이며, 어머니는 안수곤(安壽坤)의 딸임. 정조 7년(1783) 사마시에 합격하고 음보(蔭補)로 부사과를 지냈으며, 정조 13년(1789) 식년 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였음. 이어 직각이 되고 도당록(都堂錄; 홍문관의 수찬(修撰)․교리(校理) 등을 선발하기 위해 작성한 의정부의 제2차 추천기록)에 등록되었음. 정조 19년(1795) 대사성으로 규장각 제학을 겸했으며, 이듬해 정리자(整理字) 만드는 일을 감독하였고, 이듬해 대사간에 이어 정조 23년(1799) 대사성으로 우유선(右諭善)을 겸했고, 정조 24년(1800) 제조․예조판서․검교직제학․이조판서 등을 차례로 지냈으며, 이어 공조판서를 거쳐, 순조가 즉위한 뒤 수원부유수가 되어 화녕전(華寧殿)을 완성한 공으로 품계가 숭정대부(崇政大夫)에 올랐음.
주025)
관규여측(管窺蠡測)의 준말. 대롱으로 엿보고 송곳이 가리키는 곳을 살핀다는 뜻으로, 작은 소견이나 자기 견해를 겸손하게 말하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
주026)
중국 전통 산문의 근원. 한대(漢代) 이전까지는 ‘서(書)’라고 불렸는데, 이후 유가사상의 지위가 상승됨에 따라 소중한 경전이라는 뜻을 포함시켜 한대(漢代)에는 『상서(尙書)』라 하였으며, 송대(宋代)에 와서 『서경(書經)』이라 부르게 되었음. 현재는 『상서』와 『서경』 두 명칭이 혼용되고 있으며, 우(虞), 하(夏), 상(商), 주(周) 시대의 역사적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음. 오늘날 전해지고 있는 상서는 58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周) 당시의 원본이 아니라 위진남북조시대에 나온 위작(僞作)임. 상서는 진시황(秦始皇)의 분서갱유(焚書坑儒)로 인해 소실되어 전승과정이 복잡하고 진위(眞僞)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판본으로는 금문상서(今文尙書)와 고문상서(古文尙書)가 있음.
주033)
<정의>현대국어에서 맞춤법이 제정된 것은 1933년에 조선어학회에서 정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이며, 지금의 〈한글 맞춤법〉은 1989년 3월 1일부터 시행되도록 문교부에서 고시한 것이다.
주034)
이는 이른바 형태주의적 표기로 ‘어간’과 ‘어미’, ‘체언’과 ‘조사’를 구분해 적기로 한 〈한글맞춤법 통일안〉에 앞서 현대 언어학적 인식이 있었음을 말해 준다.(이희승・안병희 1989:158-195)
주035)
‘ㆆ, ㅿ, ㆁ, ・, ㅸ, ㅹ’와 같은 글자들이 없어졌다.(박병채 271-274)
주036)
<풀이>어간의 끝소리인 ‘ㅂ’이 닿소리 요소 앞에서는 기본형태가 유지가 되지만, 홀소리로 시작되는 요소 앞에서 ‘오/우’(/w/)로 바뀌게 된다.
주037)
<풀이>다른 품사와 결합된 경우 합성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두 낱말을 분리했을 때, 앞에 오는 낱말이 뒤에 오는 낱말이 독립되어 쓰일 수 있으면, 합성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예를 들면, ‘감동하-’는 ‘감동을(도, 만, 까지, 은) 하-’로 분리할 수 있으므로 합성이라고 본다. 이때의 ‘하-’는 이른바 대동사(代動詞) 혹은 허동사(虛動詞)의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서정수 1994:539 -587) 이 경우 ‘-’는 독립된 낱말이므로 파생접사로 보기는 어렵다.
주001)
훈의(訓義):<정의>한자·한문 읽는 법과 뜻.
주002)
고증(考證):<정의>깊이 헤아려 논증함.
주003)
삼강:<정의>한나라의 동중서와 반고가 인간 관계의 기본으로서 강조한 세 가지 덕목으로, 임금은 신하의 근본이고[君爲臣綱(군위신강)], 어버이는 자식의 근본이며[父爲子綱(부위자강)], 남편은 부인의 근본[夫爲婦綱(부위부강)]이라는 것임. 이는 유교 전통의 인간 관계 덕목인 오륜 등을 배경으로 한 것인데, 특히 주종적 상하관계의 원리로서 기강 확립을 꾀하려는 성격이 강하며, 그 내용은 효, 충, 열로 요약됨.
주004)
이륜:<정의>윗사람에 대한 예절[장유]과 벗 사이의 믿음[붕우]에 관한 예절.
주005)
선덕(宣德):<정의>명조(明朝) 제5대 황제 선종(宣宗) 주첨기(朱瞻基)의 연호로 서기 1426년~1435년의 10년간 사용되었음.
주006)
신해년(辛亥年):<정의>세종 13년. 선덕 6년. 서기 1432년.
주007)
삼대(三代):<정의>중국(中國) 상대(上代)의 하(夏), 은(殷), 주(周)의 세 왕조(王朝)를 말함.
주008)
집현전:<정의>세종 2년(1420)에 궁중에 설치한 학문연구기관. 집현전 제도는 중국에서 연원한 것으로 한나라 이래 있었으나, 그 제도가 정비된 것은 당나라 현종 때로서 학사(學士)를 두고 시강(侍講)·장서(藏書)·사서(寫書)·수서(修書)·지제고(知制誥) 등을 담당하게 하였음. 우리나라에도 오래 전에 이 제도가 도입되어 삼국시대에 이와 유사한 제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집현전이라는 명칭이 처음 사용된 것은 고려 인종 때임.
주009)
부제학:<정의>조선시대 홍문관과 그 전신이었던 집현전의 정3품 당상관직.
주010)
설순(偰循):<정의>조선 전기의 때의 학자 · 문신. 본관은 경주(慶州). 자는 보덕(輔德). 고려 때 귀화한 위구르(Uighur) 출신 손(遜)의 손자로 장수(長壽)의 아들로서, 1408년(태종 8) 생원으로 식년문과에 급제, 1420년(세종 2) 교리, 이듬해 좌사경(左司經), 1425년 시강관을 거쳐 인동현감이 되었음. 1427년 문과중시에 합격, 이듬해 왕명으로 『효행록(孝行錄)』을 증수하였고, 1431년 집현전 부제학으로서 『삼강행실도』를 편수하기 시작, 1434년 완성하였으며, 그 해 이조 우참의가 되어 윤회(尹淮) 등과 함께 『통감훈의(通鑑訓義)』를 편찬하였고, 동지중추원사에 이르렀고, 여러 분야의 학문에 박학하였으며 특히 역사에 뛰어났고, 문장으로도 이름이 높았음.
주011)
태종황제(太宗皇帝):<정의>명나라 태종. 명나라 제3대 황제(재위 1402~1424). 지방의 번왕(蕃王)으로 연왕(燕王)이라 불렸으며 건문제가 공격해오자 난을 일으켜 황제가 되었음.
주012)
효행록(孝行錄):<정의>고려 충목왕 때의 효자 권보(權溥)와 그의 아들 준(準)에 관한 기록을 모아 엮은 책. 고려 말에 초판이 나왔으며, 세종 10년(1428)에 설순(偰循) 등이 개정하여 중간하였음. 초간본에는 이제현(李齊賢)의 서(序)가 있고, 후에 권근(權近)이 주해와 발문을 달아 화공에게 그림을 그리게 한 뒤 그것을 이제현에게 주면서 찬(賛)을 지어 달라고 부탁하여 아버지를 위안하였다 함. 이에 권보도 38효행을 골라 이제현에게서 찬을 지어 받았는데, 전 24찬은 12구(句), 후 38찬은 8구로 되어 있음.
주013)
이제현(李齊賢):<정의>고려 충렬왕 14년(1287)~공민왕 16년(1367). 고려 후기의 문신·학자·문인. 본관은 경주(慶州). 초명은 지공(之公). 자는 중사(仲思), 호는 익재(益齋)·역옹(櫟翁). 고려 건국 초의 삼한공신(三韓功臣) 금서(金書)의 후예로 아버지는 검교시중(檢校侍中) 진(瑱)이다. 아버지 진이 과거를 통해 크게 출세함으로써, 비로소 가문의 이름이 높아졌음.
주015)
주자소(鑄字所):<정의>태종 3년(1403)에 승정원의 직속기관으로 설치되어 문종 1년(1451) 7월부터 12월까지 잠깐 폐지된 적이 있으며, 세조 6년(1460) 5월에 교서관에 이속시켜, 전교서(典校署)로 개칭되었음.
주016)
고명(誥命):<정의>중국 황제가 제후국의 국왕을 인준(認准)하는 문서. 고려 말 또는 조선 시대 국왕은 형식적으로는 중국 황제의 고명을 받게 되어 있었으나 실제로는 즉위한 다음 추인하는 데 불과하였음.
주017)
사관혼의(士冠婚儀):<정의>동자(童子)가 직분을 받아 사(士)의 지위에 있으면, 나이 20세에 관례를 치르는 일과 혼례를 치르는 일.
주018)
영릉(英陵):<정의>조선 4대 임금 세종(世宗)과 그 비(妃) 소헌왕후(昭憲王后) 심씨(沈氏)를 모신 능. 현재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에 있음. 여기서는 세종을 가리킴.
주020)
공렬(功烈):<정의>드높고 큰 공적.
주021)
찬(贊):<정의>인간의 훌륭함, 사물의 아름다움 등을 찬양하는 한문체의 글. 원래는 신명(神明)에게 바치는 글이었으나 후세에 변하여 잡찬(雜贊) ·애찬(哀贊) ·사찬(史贊) 등으로 나누어졌음. 잡찬은 인물 ·서화(書畵) ·문장 등에 대한 찬으로 대표적인 예는 족자나 액자로 된 회화 속에 쓰여진 시(詩) ·가(歌) ·문장 등이 있고, 애찬이란 남의 죽음을 애도하고 고인의 덕을 찬양하는 글로서 한(漢)나라의 채옹(蔡邕)이 쓴 “의랑호공부인애찬(議郞胡公夫人哀贊)”은 유명함. 사찬이란 『사기(史記)』・『한서(漢書)』 등을 비롯한 역대 사서의 책 끝에 그 책에 수록된 인물에 대한 포폄(褒貶 : 칭찬함과 나무람)을 적은 것임. 우리나라도 예부터 많은 학자 ·지명인사들에 의한 여러 가지 찬이 전해짐.
주022)
사도(司徒):<정의>중국의 관직명. 순임금 때에는 주(主)로 교육(敎育)만을 맡았으나, 주(周)나라 때에는 호구(戶口)・전토(田土)・재화(財貨)・교육(敎育)을 맡아보았음. 전한(前漢) 때에 대사도(大司徒)로 이름을 고치어, 대사마(大司馬)・대사공(大司空)과 아울러 삼공(三公)이라 했음.
주023)
전악(典樂):<정의>조선시대 장악원에서 음악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정6품 잡직. 궁중에서 음악을 맡아보던 잡직(雜職)으로, 임시로 봉급을 주기 위해 두었던 체아직(遞兒職) 녹관(祿官)이다. 이 중에 가장 우두머리였으므로 아래로 종6품 부전악·정7품 전율·종7품 부전율·정8품 전음·종8품 부전음·정9품 전성·종9품 부전성 모두를 거느렸음. 음악교육과 연습에 관한 일을 맡았으며, 정원은 1명이었고, 영조 때에 1명을 더 늘려 2명이 되었음.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음악인인 악사(樂師)에게 주었으며, 그 아래에는 종6품 잡직인 부전악 2명을 두었고, 1명은 악사, 1명은 악생(樂生)이나 악공(樂工)을 임명했음.
주024)
성조(聖祖):<정의>거룩한 조상. 곧 성인이나 성왕의 조상을 이름.
주027)
천서(天敍):<정의>하늘에서 부여한 차서(次序). 즉 순서 있게 구분하여 벌여 나가는 관계.
주028)
오전(五典):<정의>사람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의 떳떳한 도리(道理). 곧 부자(父子) 사이의 친애(親愛). 군신(君臣) 사이의 의리(義理), 부부(夫婦) 사이의 분별(分別), 장유(長幼) 사이의 차서(次序), 붕우(朋友) 사이의 신의(信義). 아버지는 의리(義理)로, 어머니는 자애(慈愛)로, 형은 우애(友愛)로, 아우는 공경(恭敬)으로, 자식은 효도(孝道)로 각각(各各) 대하여야 할 마땅한 길.
주029)
천질(天秩):<정의>하늘이 만물에 질서를 지어 줌. 또는 그 질서.
주030)
오례(五禮):<정의>나라에서 행하는 5가지 의례(儀禮). 대사(大祀) ·중사(中祀) ·소사(小祀) 등의 제사에 관한 길례(吉禮), 본국(本國) 및 이웃나라의 국상(國喪)이나 국장(國葬)에 관한 흉례(凶禮), 출정(出征) 및 반사(班師)에 관한 군례(軍禮), 국빈(國賓)을 맞이하고 보내는 빈례(賓禮), 즉위 ·책봉 ·국혼(國婚) ·사연(賜宴) ·노부(鹵簿) 등에 관한 가례(嘉禮) 등을 말함.
주031)
주역(周易):<정의>유교 경전으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인 동시에 가장 난해한 글로 일컬어짐. 공자가 극히 진중하게 여겨 받들고 주희(朱熹)가 ‘역경(易經)’이라 이름하여 숭상한 이래로 『주역』은 오경의 으뜸으로 손꼽히게 되었음. 『주역』은 상경(上經)·하경(下經) 및 십익(十翼)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십익은 단전(彖傳) 상하, 상전(象傳) 상하, 계사전(繫辭傳) 상하, 문언전(文言傳)·설괘전(說卦傳)·서괘전(序卦傳)·잡괘전(雜卦傳) 등 10편을 말함.
주032)
계사(繫辭):<정의>괘사(卦辭)와 효사(爻辭)를 통틀어 이르는 말. 점술가들이 많이 이용하는 『주역』은 8괘(八卦)와, 그것을 결합한 64괘, 그리고 각 괘의 길흉을 서술한 괘사(卦辭), 각 괘를 이루는 여섯 개의 효를 설명한 효사(爻辭)가 중심이 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괘사와 효사를 합친 것을 계사(繫辭)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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