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 때 김지남이 지은 『신전자초방』에서의 ‘흙모으기[取土]’에 대한 내용을 참고로 들어본다. 길 위에나 담 밑이나 낮에 뜨거운 햇볕을 쬐고 밤기운이 스며들어 빛이 검고 맛이 매운 흙이 가장 좋고, 혹 서늘하거나, 혹 쓰거나, 혹 달거나, 혹 싄 흙은 버금가는 것이요, 오직 짠 흙은 나중에 축축히 젖게 되어 좋지 않다. 그 땅을 보아 흙맛을 보면 흰 데는 맛이 싱겁고, 검은 데는 맛이 두터우니, 굽은 삽으로 그 검은 것을 얇게 긁어내는데 깊게는 하지 말라. 깊게 하면 생흙이 섞여 맛이 엷어진다. 긁어 쓴 뒤에 사람이 밟으면 햇볕도 쬐야 하며, 또 이틀쯤 지나면 기운과 맛이 솟아오르면서 검은 빛이 스스로 난다. 그런데 앞에 쓴 대로 긁어 쓰더라도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거니와, 만일 비를 맞게 되면 여남은 날을 기다렸다가 낮에 뜨거운 햇볕을 쬔 뒤에야 또 긁어서 쓸 수 있다. 비를 맞지 않는다면 맛이 두터우니 앞의 법이 집안에 흙을 오로지하여 씀은 그 알아내기가 쉬운 까닭이다.
흙을 취하는. 흙 고르는. 흙 모으는. 흙을 떠 오는. ‘〉흙’과 같이 제 1음절에서 아래 아(ㆍ)가 다른 모음으로 되는 현상은 거의가 근대국어 후반기, 국어사적으로는 18세기 조선 정조 무렵의 문헌인 『한청문감(漢淸文鑑)』부터라고 풀이한다. 한 세기 정도 앞선 자료인데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한청문감』은 조선 정조 때 학자인 이담(李湛)과, 역관(譯官) 김진하(金振夏) 등이 편찬한 한어 만주어(滿洲語) 사전으로 15권 15책이다. 청나라의 『어제증정청문감(御製增訂淸文鑑)』을 대본으로 하여 갈래지은 사전식으로 엮었다. 만주어를 천부(天部) 시령부(時令部) 지부(地部) 등으로 구분하여 기록하고 한문과 한글로 뜻을 달았다. 한글로 만주어 발음을 표기한 것으로 동종의 책 가운데 가장 어휘가 많고, 당시의 한어 만주어 연구와 국어와의 비교언어학적인 연구에 소중한 자료가 된다.
힘쓰지 말 것이니. ‘힘디’의 부사형 어미 ‘-디’는 의존명사 ‘’에 주격조사 ‘-이’가 유착되어 이루어진 복합구성을 하는 어원을 갖는다. 따라서 어미이면서도 그 뒤에 조사를 따라 붙이는 것은 의존명사가 내재하여 교착어미를 허용하기에 그러하다. 의존명사 ‘’에서 갈라져 나온 형태인데 ‘다’는 공간을 드러내는 의존명사로서 뒤로 오면서 ‘’가 관여하여 이루어진 활용어미가 상당한 분포로 발달하였다. 말하자면 의존명사 ‘’의 실사로서의 의미는 약화되고 문법적인 의미만을 중심으로 쓰이면서 다른 조사와 통합되어 점차 더 많은 어미를 발달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의존명사 ‘-’계의 드는 결합형은 ‘, , , 디’ 등이 있다. 이를 흔히 기원추상명사로도 보아 의존명사 ‘’와 함께 우리말의 문법적인 특징을 발달하는 가장 큰 거멀못이 되었다. 여기 의존명사 ‘’는 관형사형 어미 ‘-ㄹ’ 아래에서만 통합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 파생형은 ‘’와 마찬가지로 ‘, 시, , , ’와 같은 조사와 결합한 유착형들이 중심을 이루어 어미와 조사 그리고 합성 명사 등을 발달시켜 나아갔다.
깊게 취하기를 힘쓰지 말지니. 『신전자초방』에서는 깊이 취하지 않는 이유와 영향관계를 밝히고 있다. 흙을 깊이 취하면, 생흙이 섞여 맛이 엷어지기 때문이다. 긁어 쓴 뒤에 사람이 밟으면, 햇볕도 쬐어야 하고, 또 이틀쯤 지나면 기운과 맛이 솟아오르면서 검은 빛이 스스로 난다. 앞에서 쓴 대로 긁어 쓰더라도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 빗츨 보아 을 맛보면 흰 맛이 슴겁고 검은 맛이 두텁니 곱은 삷흐로 그 검은 거슬 엷게 긁고 깁히 말띠니 깊이 면 흙이 섯겨 맛이 엷니라 긁어 후의 사도 으며 볏도 야 두어날이 디나면 기운과 맛이 소사 올라 검은 빗치 스스로 나니 젼대로 긁어 면 가히 진티 아니려니와 만일 비 맛나면 열 나믄 날이나 익 볏츨 야 디낸 후에야 가히 긁어 리니라.〈신전자초방〉.
흙이 더러 짜거나 더러는 시거나 더러는 달거나 더러는 맵거나 한 것이. ‘者쟈ㅣ’의 ‘ㅣ’는 주격조사 ‘-이’의 이형이다. 바로 앞 음절의 모음이 ㅣ가 아닌 다른 모음이나 ㅣ를 포함하지 않은 복모음이 올 경우에 통합되는 주격조사다. 같은 17 세기 말이나 조금 늦은 시기에 김지남(金指南)이 지은 『신전자초방』에는 ‘거나’의 짠 흙은 나중에 습기를 빨아 들여 젖게 되므로 좋지 않은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 됴흐니 法법티 거도여 取라
Ⓒ 언해 | 이서 / 1635년(인조 13)
오래된 집안의 혹 부엌 바닥이나 혹은 마루 아래거나 혹은 벽 아래나 혹은 헌 구들장 밑 흙을 굽은 삽으로 조심스럽게 가만히 윗부분만 긁어 취하고, 깊이 취하지 말 것이다. 혀로 그 맛을 핥아 맛보면, 혹 짜거나 혹 시거나 혹 달거나 혹 맵거나 한 것 이것이 좋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거두어 취하라.
취토(取土):숙종 때 김지남이 지은 『신전자초방』에서의 ‘흙모으기[取土]’에 대한 내용을 참고로 들어본다. 길 위에나 담 밑이나 낮에 뜨거운 햇볕을 쬐고 밤기운이 스며들어 빛이 검고 맛이 매운 흙이 가장 좋고, 혹 서늘하거나, 혹 쓰거나, 혹 달거나, 혹 싄 흙은 버금가는 것이요, 오직 짠 흙은 나중에 축축히 젖게 되어 좋지 않다. 그 땅을 보아 흙맛을 보면 흰 데는 맛이 싱겁고, 검은 데는 맛이 두터우니, 굽은 삽으로 그 검은 것을 얇게 긁어내는데 깊게는 하지 말라. 깊게 하면 생흙이 섞여 맛이 엷어진다. 긁어 쓴 뒤에 사람이 밟으면 햇볕도 쬐야 하며, 또 이틀쯤 지나면 기운과 맛이 솟아오르면서 검은 빛이 스스로 난다. 그런데 앞에 쓴 대로 긁어 쓰더라도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거니와, 만일 비를 맞게 되면 여남은 날을 기다렸다가 낮에 뜨거운 햇볕을 쬔 뒤에야 또 긁어서 쓸 수 있다. 비를 맞지 않는다면 맛이 두터우니 앞의 법이 집안에 흙을 오로지하여 씀은 그 알아내기가 쉬운 까닭이다.
(取):흙을 취하는. 흙 고르는. 흙 모으는. 흙을 떠 오는. ‘〉흙’과 같이 제 1음절에서 아래 아(ㆍ)가 다른 모음으로 되는 현상은 거의가 근대국어 후반기, 국어사적으로는 18세기 조선 정조 무렵의 문헌인 『한청문감(漢淸文鑑)』부터라고 풀이한다. 한 세기 정도 앞선 자료인데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한청문감』은 조선 정조 때 학자인 이담(李湛)과, 역관(譯官) 김진하(金振夏) 등이 편찬한 한어 만주어(滿洲語) 사전으로 15권 15책이다. 청나라의 『어제증정청문감(御製增訂淸文鑑)』을 대본으로 하여 갈래지은 사전식으로 엮었다. 만주어를 천부(天部) 시령부(時令部) 지부(地部) 등으로 구분하여 기록하고 한문과 한글로 뜻을 달았다. 한글로 만주어 발음을 표기한 것으로 동종의 책 가운데 가장 어휘가 많고, 당시의 한어 만주어 연구와 국어와의 비교언어학적인 연구에 소중한 자료가 된다.
힘디 말니:힘쓰지 말 것이니. ‘힘디’의 부사형 어미 ‘-디’는 의존명사 ‘’에 주격조사 ‘-이’가 유착되어 이루어진 복합구성을 하는 어원을 갖는다. 따라서 어미이면서도 그 뒤에 조사를 따라 붙이는 것은 의존명사가 내재하여 교착어미를 허용하기에 그러하다. 의존명사 ‘’에서 갈라져 나온 형태인데 ‘다’는 공간을 드러내는 의존명사로서 뒤로 오면서 ‘’가 관여하여 이루어진 활용어미가 상당한 분포로 발달하였다. 말하자면 의존명사 ‘’의 실사로서의 의미는 약화되고 문법적인 의미만을 중심으로 쓰이면서 다른 조사와 통합되어 점차 더 많은 어미를 발달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의존명사 ‘-’계의 드는 결합형은 ‘, , , 디’ 등이 있다. 이를 흔히 기원추상명사로도 보아 의존명사 ‘’와 함께 우리말의 문법적인 특징을 발달하는 가장 큰 거멀못이 되었다. 여기 의존명사 ‘’는 관형사형 어미 ‘-ㄹ’ 아래에서만 통합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 파생형은 ‘’와 마찬가지로 ‘, 시, , , ’와 같은 조사와 결합한 유착형들이 중심을 이루어 어미와 조사 그리고 합성 명사 등을 발달시켜 나아갔다.
기피 (取)키를 힘디 말니:깊게 취하기를 힘쓰지 말지니. 『신전자초방』에서는 깊이 취하지 않는 이유와 영향관계를 밝히고 있다. 흙을 깊이 취하면, 생흙이 섞여 맛이 엷어지기 때문이다. 긁어 쓴 뒤에 사람이 밟으면, 햇볕도 쬐어야 하고, 또 이틀쯤 지나면 기운과 맛이 솟아오르면서 검은 빛이 스스로 난다. 앞에서 쓴 대로 긁어 쓰더라도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 빗츨 보아 을 맛보면 흰 맛이 슴겁고 검은 맛이 두텁니 곱은 삷흐로 그 검은 거슬 엷게 긁고 깁히 말띠니 깊이 면 흙이 섯겨 맛이 엷니라 긁어 후의 사도 으며 볏도 야 두어날이 디나면 기운과 맛이 소사 올라 검은 빗치 스스로 나니 젼대로 긁어 면 가히 진티 아니려니와 만일 비 맛나면 열 나믄 날이나 익 볏츨 야 디낸 후에야 가히 긁어 리니라.〈신전자초방〉.
혹(或) 거나 혹(或) 싀거나 혹(或) 거나 혹(或) 거나 쟈(者)ㅣ:흙이 더러 짜거나 더러는 시거나 더러는 달거나 더러는 맵거나 한 것이. ‘者쟈ㅣ’의 ‘ㅣ’는 주격조사 ‘-이’의 이형이다. 바로 앞 음절의 모음이 ㅣ가 아닌 다른 모음이나 ㅣ를 포함하지 않은 복모음이 올 경우에 통합되는 주격조사다. 같은 17 세기 말이나 조금 늦은 시기에 김지남(金指南)이 지은 『신전자초방』에는 ‘거나’의 짠 흙은 나중에 습기를 빨아 들여 젖게 되므로 좋지 않은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