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행실도 4:1ㄱ
伋壽同死
【列國 衛 주001) 열국 위(列國衛): 『이륜행실도』(이하 『이륜』)(1ㄱ)에는 ‘주(周)’로 되어 있음.
】오륜행실도 4:1ㄴ
衛 公子壽者 宣公之子 太子伋之異母弟 公子朔之同母兄也 其母與朔謀
欲殺伋 주002) 욕살급(欲殺伋): 『이륜』(1ㄴ)에는, ‘欲殺伋而立壽 使人與伋 乘舟於河中 將沈而殺之 壽知不能此 因與之同舟 舟人不得殺’로 되어 있음.
共讒於公 公
令伋之齊 使賊先待於隘而殺之 壽知之以告伋使去之 伋不可曰 棄父之命 惡用子矣 有無父之國則可也 及行 壽飮以酒 載其㫌而先往 賊殺之 주003) 영급지제(令伋之第)~적살지(賊殺之): 『이륜』(1ㄴ)에는, ‘又使伋之濟 將使盜 見載㫌 要而殺之 壽上伋 伋曰其父之命 非道也 不可 壽又與之偕行 其母不能止 乃戒之曰壽 無爲前也 壽又竊伋㫌以先行 盜見而殺之’로 되어 있음.
伋至曰 君命殺我 壽有何罪 賊又殺之 주004) 급지왈 군명살아 수유하죄 적우살지(伋至曰 君命殺我 壽有何罪 賊又殺之): 『이륜』(1ㄴ)에는, ‘伋至 痛壽代己之死 涕泣悲哀 載其屍 環至境而自殺’로 되어 있음.
國人傷之 作二子乘舟之詩 주005) 국인상지 작이자승주지시(國人傷之作二子乘舟之詩): 『이륜』에는 없음. 나라 사람들이 슬퍼하여 ‘이자승주(二子乘舟)’라 하는 글을 지었다.
泛泛河舟同濟日 迢迢齊路竊旌時
自逢嚚傲鴒原 주006) 영원(鴒原): 형제가 급한 일이나 어려운 일을 당하여 서로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 『시경(詩經)』 소아(小雅), ‘할미새가 언덕에 날 때 형제끼리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한다.[脊令在原 兄弟急難]’에서 기원한 말로, 이곳의 ‘령(鴒)’은 ‘척령(鶺鴒)’(『시경』의 표현으로는 ‘척령(脊令)’임)을 이른다.
急 一去那堪見兩屍
人倫遭變力難禁 爭死悲懷兩不任 爲寫新編垂萬代 凜然天下弟兄心
Ⓒ 편찬 | 이병모·윤시동 외 / 1797년(정조 21)
오륜행실도 4:2ㄱ
위나라 공 슈 션공의 아이오 태 급의
다른 어미게 나흔 주007) 다른 어미게 나흔: 다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이복(異腹)의. 『이륜(초)』에는 ‘어미 다’(1ㄱ), 『이륜(중・영)』에는 ‘다 어믜게 난’(1ㄱ)으로 언해되었다. 특히 『이륜(초)』의 언해를 감안할 때, 이 부분은 삽입구로 해석되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서 「태 급의 다 어미게 나흔 아이오」에서 ‘태 급’을 ‘낳-’의 주어로 파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아래의 주석 2) 참조). 곧 공자인 ‘수’는 태자 ‘급’의 어머니가 난 아들이 아니고 공자 ‘삭’의 어머니가 난 아들로 ‘수’와 ‘삭’은 친형제라는 것이다. 「태 급의」에 보이는 ‘-의’는 이른바 주어적 속격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태 급의 아이오’라는 관형 구성에 참여한 단순한 속격으로 이해해야 한다.
아이오 공 삭의
어미의게 나흔 주008) 어미의게 나흔: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동복(同腹)의. 『이륜(초)』, 『이륜(중・영)』에는 ‘ 어믜게 난’으로 언해되었다. 『이륜』류에서 한결같이 ‘나-’를 이용하여 언해한 것을 볼 때 『오륜』에서 ‘낳-’을 이용하여 언해한 것은 착오일 가능성이 있다. 중세어 이래 ‘나-’는 “출(出)”의 의미 외에 『훈몽자회』(1527)의 ‘生 날 ’(상:17ㄴ)에서 보듯이 “생(生)”의 의미로도 함께 쓰였다. 『왜어류해』(1700?)에 보이는 ‘生 날 産 나흘 산’(41ㄴ)의 예를 감안할 때 (“생(生)”의 의미를 매개로) 어간 ‘나-’ 대신 동의의 어간 ‘낳-’을 사용한 것이 『오륜』의 언해가 아닌가 한다. 한편 『이륜』류에 비추어 ‘어미의게’의 표기도 특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륜』류의 ‘어믜게’서 보듯이 중세어에서 어간 말음으로 /ㅣ/를 갖는 체언은 속격 ‘-의’나 여격 ‘-의게’ 앞에서 말음 /ㅣ/가 탈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여기서는 (앞서 ‘어미게’의 예를 포함하여) 말음 /ㅣ/가 탈락하지 않은 표기를 보여 주는데, 현대어와 같이 속격형이나 여격형에서 어간 말음 /ㅣ/가 유지되기 시작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형이라 슈의 어미 삭으로 더브러 여 급을 죽이려 여
가지로 주009) 가지로: 함께. ‘가지’는 ‘[一]#가지[種]’의 통사 구성에 소급할 어형이나 이미 중세어부터 “동(同)”이나 “공(共)”의 뜻으로 어휘화된 용례가 빈번히 등장한다. 여기서는 “공(共: 함께)”의 의미로 쓰였는데, 중세어에서 “동(同)”의 의미는 ‘가짓, 가지로, 가지(이)-’ 등 다양한 어형에서 확인될 수 있지만 “공(共)”의 의미는 ‘가지로’에서만 확인된다. 『신증유합』(1576)에 등장하는 ‘同 가지 동’(하:49ㄱ), ‘共 가지로 공’(하:61ㄴ)의 훈(訓)이 참고된다.
션공의게 참소니 공이 급으로 여곰 졔나라 신 가라 고 도적을
즈레 주010) 즈레: 미리. 앞질러. ‘즈르[徑]-’와 관련될 어형이나 형태 분석이 확실치 않다. 중세어에서 ‘즈르[徑]-’의 부동사형은 일반적으로 ‘즐어’로 나타났다. ¶과 말괘 고면 道애 어루 즐어 나가리라[心言之直則 道애 可徑造矣리라]〈능엄경언해 1:44ㄴ〉. 이 ‘즐어’는 근대어에 들어 ‘ㄹㅇ’의 변화에 따라 ‘즐러’나 ‘즈러’로 나타나는데 특이하게 『역어유해』(1690)에서만큼은 ‘起復거상 즐에 벗기다’(상:42ㄴ)의 예에서 보듯이 ‘즐에’로 나타났다. 이곳의 ‘즈레’는 바로 ‘즐에’의 변화형으로서, 이것이 치음 아래 ‘ㅡ〉ㅣ’의 변화를 겪은 것이 바로 현대어의 ‘지레’라 할 수 있다. ‘즈레’는 ‘즈르-+-에’로 분석될 수도 있으나 여기서 상정하는 부사화 접미사 ‘-에’가 ‘이대’(←읻[善]-), ‘고대’(←곧[直]-) 등 극소수 예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보내여 죽이라 니 알고 급의게 고여 라나라 대 급이 듯디 아니여 오 아븨 명을 리면 엇디 식이라 리오 고 쟝 술로 급을 먹여 케 고 급의 긔 만이 아사 몬져 가니 도적이 긔 보고 급인가 여
오륜행실도 4:2ㄴ
죽이거 급이 니러 오 님군이 날을 죽이라 시니
무 주011) 무: 무슨. 『오륜』의 다른 곳에는 ‘므’(1:19ㄱ)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중세어의 ‘므슴’에 소급할 어형으로, 근대어에 들어 ‘므’과 함께 나타나기 시작하다가 18세기 문헌부터는 (『오륜』이 그러하듯이) ‘므’을 압도하며 등장한다. 중세어에서 ‘므슴’은 ‘므슴#NP’의 구성에 참여하여 관형적 용법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므슴#-’를 비롯) ‘므슴#NP’의 구성에 참여하여 명사 내지 부사적 용법을 보이기도 하였다. ¶네 뎌를 자 므슴다〈번역노걸대 하:1ㄱ〉. ¶信을 因야 이 간 노니 나닐 므슴 펴리오[因信야 略此노니 餘更何申이리오]〈선종영가집언해 하:128ㄱ〉. 그러나 『오륜』에서 ‘무’(‘므’을 포함하여)은 ‘무 NP’의 구성으로만 등장하고, 중세어의 ‘므슴#-’에 대응될 구성은 반드시 ‘무엇#-’로 나타나, 이미 『오륜』에서는 (현대어의 ‘무슨’과 마찬가지로) ‘무’이 관형사로 굳어진 양상을 보인다. 현대어에는 ‘무’을 대신하여 ‘무슨’이 정착한 셈이나 이를 ‘무〉무슨’의 직접적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 어말 ‘ㅁ〉ㄴ’의 변화 동기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이전에 ‘므슨’의 형태가 17세기 문헌부터 등장하는 것을 감안하면(므슨 조뢴 일오〈권념요록(1637) 1ㄴ〉), 현대어의 ‘무슨’은 ‘므스’의 속격형 ‘므슷’으로부터 ‘므슷〉므슨〉무슨’의 변화를 거친 어형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죄 이시리오 대 도적이 죽이니 나라 사이
슬허 여 주012) 슬허 여: 슬퍼하여. 『이륜(초)』, 『이륜(중)』에는 ‘슬허’로 등장하여, 이곳의 ‘슬허 -’가 ‘슳-’과 대등한 의미로 쓰였음을 말해 준다. 중세어에서 ‘-, 두리-, 므-, 즐기-’ 등과 같은 심리 동사는 자체나 ‘-어 -’ 구성에 참여한 형태로 ‘NP1(경험주)-이 NP2(대상)-를 V’의 심리 구문을 이루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에 비해 (심리 동사에서 파생된) 심리 형용사 ‘깃브-, 두립-, 므엽-, 즐겁-’ 등은 ‘NP1(대상)-이 V’의 심리 구문을 이루고 ‘-어 -’와 구성에 참여하는 일이 없어 ‘*깃버 -, *두리워 -, *므여워 -, *즐거워 -’와 같은 구성은 중세 문헌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셟[苦]-, 슬[厭]-’와 같은 경우는 심리 동사와 심리 형용사 양쪽의 용법을 모두 지녔는데, 이들의 예외적 용법이 점차 다른 심리 형용사에도 파급되면서 (종래의) 심리 형용사는 ‘NP1(경험주)-이 NP2(대상)-이 V’의 심리 구문을 이루는가 하면 ‘-어 -’ 구성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슳-’에서 파생된 ‘슬프-’(←‘슳-+-브-’)가 ‘-어 -’ 구성에 참여하여 ‘슬퍼-’로 나타나는 것도 『동신속』(1617)을 위시하여 근대 문헌에 들어와서의 일이다. ¶열둘에 아븨 상 만나 슬퍼 기 너모 야〈동신속(1617) 7:74ㄴ〉.
이승쥬【
두 사이 고 가단 말이라 주013) 두 사이 타고 가단 말이라: ‘두 사람이 배를 타고 가다.’라는 말이다. ‘-단’은 중세어라면 ‘-닷’과 같이 속겨 ‘-ㅅ’이 개입한 관형 구성으로 소급할 형식이다. 중세어에서 속격 ‘-ㅅ’은 ‘-닷 마리라’의 예와 같이 ‘-다’로 종결되는 문장 뒤에 통합하여 후행 명사를 수식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 경우 ‘-닷’은 ‘-다 {논/홀}’과 같은 관형 구성과 의미상 대등한 가치를 지녔다. ‘-닷’은 16세기 이후에는 ‘-단’으로 변화한 형태가 등장하는데, 이 ‘-단’이 근대어에 들어 ‘-다 ’ 구성의 ‘’ 생략형과 혼동되면서 언중에게는 ‘-다’과 동일한 가치로 인식되기에 이른다. 현대어에서 ‘-단’을 “‘-다는’의 준말” 또는 “‘-다고 한’이 줄어든 말”(『표준』)로 처리하는 것도 이러한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라 글을 지으니라
Ⓒ 편찬 | 이병모·윤시동 외 / 1797년(정조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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