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행실도 4:3ㄴ
卜式 河南人 以田畜爲事 有少弟 弟壯 式脫身出 獨取畜羊百餘口 田宅財物 盡與弟 式入山
牧十餘秊 주001) 목십여년(牧十餘秊): 『오륜행실도(이하 『오륜』)』의 ‘년(秊)’는 『이륜』에서는 ‘년(年)’임.
致千餘頭 買田宅而弟盡破其産 式輒復分與之
世業遺財付友于 脫身
甘件牧豬 주002) 감건목저(甘件牧豬): 『오륜』의 ‘저(豬)’는 『이륜』에서는 ‘저(猪)’임.
奴 買宅何心吾獨富 千頭分向弟家輸
錐刀爭利世紛紛 誰念天親一體分 他日佐時輸粟盡 此心孝悌便移君
Ⓒ 편찬 | 이병모·윤시동 외 / 1797년(정조 21)
복식은 한나라 하남 사이니
밧 갈고 즘 치기로 일 삼더니 주003) 밧 갈고 즘 치기로 일 삼더니: 농사(農事)와 목축(牧畜)을 직업으로 삼았다. 현대어에서 동사 어간 ‘삼-’을 서술어로 하는 문형은 ‘NP1-을 NP2-로 삼-’(예 : 나를 심복으로 삼다)으로 나타나지만, 중세어에서는 두 논항의 격표지 실현이 뒤바뀐 ‘NP1-으로 NP2-를 삼-’으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오륜』에서도 ‘삼-’은 ‘날로 심복을 삼앗니’(2:4ㄱ)의 예에서 보듯이 중세어 이래의 문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NP2의 격표지가 생략되었을 뿐 ‘NP1-으로 NP2-를 삼-’이라는 종래의 문형을 확인할 수 있다.
져근 아이 이셔
이믜 주004) 이믜: 곧. 막. 바야흐로. 중세어 이래 ‘이믜’(단 15세기 문헌에는 ‘이믜셔’)는 (현대어 ‘이미’와 같은) “기(旣), 이(已)”의 의미뿐 아니라 “장(將), 취(就)”의 의미로도 쓰였다. ¶이믜셔 그 구은 고기 가져오라[就將那燒肉來]〈번역박통사(1515) 상:6ㄱ〉. 여기서는 문맥상 과거 사실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므로 후자의 의미[將]로 쓰였다고 보아야 하나 『오륜』에서 ‘이믜’는 “기(旣), 이(已)”의 의미로 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세어 이래 “장(將), 취(就)”의 의미로는 ‘쟝’도 쓰였지만 ‘쟝’가 보통 막연한 미래를 가리킨 데 비해 ‘이믜’는 어떤 기준 시점 직후의 가까운 미래를 가리키는 것이 보통이었다. 현대어에서 ‘이미’는 (‘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장(將), 취(就)”의 의미는 잃고 “기(旣), 이(已)”의 의미로만 쓰여 의미 영역이 축소된 양상을 보인다.
댱셩니 식이 젼과 믈을 다
아 주005) 아: 아우를. 『이륜(초)』에는 ‘아’, 『이륜(중・영)』에는 ‘아’로 등장하여 ‘아〉아’의 변화를 보여 준다. 중세어에서 ‘아’는 모음(매개 모음 포함)으로 시작하는 조사(공동격 제외)와 결합할 때 ‘아~ㅇ’의 특수 어간 교체를 보여 ‘이’(주격형), ‘’(주제형), ‘’(대격형) 등으로 나타났다. /ㅿ/의 음가 소실로 ‘아〉아’의 변화가 일어난 뒤에도 ‘아’는 이전 시기 ‘아’의 곡용 방식을 따라 ‘아이’, ‘아’, ‘아’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아’로 나타나 ‘아’가 더 이상 이전 시기 ‘아’의 곡용 방식에 따르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 같은 ‘아’의 새로운 곡용 방식은 이미 『이륜(중・영)』에서도 관찰되는 것이나 일관된 양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대격형에서는 ‘아’과 ‘아’이 병존하지만 주제형에서는 ‘아’으로만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오륜』에서는 주제형이 ‘아’으로 일관하여 새로운 곡용 방식에 보다 철저한 양상을 보여 준다.
주고 다만 기르던 양
오륜행실도 4:4ㄱ
여 구 가지고 홀로 산듕에 드러가
십여 년을 주006) 십여 년을: 십여 년을. 『이륜(초)』에는 ‘여나믄 ’, 『이륜(중・영)』에는 ‘여라믄 ’로 등장한다. 『이륜』류에 비해 『오륜』에서는 원문의 한자를 그대로 살려 번역한 격경향을 보여 주는데 앞에 나온 ‘야 구’(‘구’는 한자의 ‘口(입)’의 독음으로 현대어의 사람을 셀 때의 단위와 같다.)이나 다음에 나오는 ‘쳔여 두에 니니’에서도 비슷한 번역 태도를 살필 수 있다. 『이륜(초)』에는 이들 부분이 각각 ‘일 나닐’, ‘일쳔 나마 도어’로, 『이륜(중・영)』에는 ‘일 나니’, ‘일쳔이 나마 되어’로 번역되었다. 『이륜』류에 등장하는 ‘여나믄’ 내지 ‘여라믄’은 ‘열[十 ]’과 ‘남’(‘남[餘]-’의 관형형)의 복합으로 분석될 어형이다. ‘열나’(¶南녀긔 열나 수멧더시니〈육조법보단경언해 서:4ㄴ〉)과 같은 어형이 기원형에 가까울 것이나 중세 문헌에는 ‘열’의 말음 /ㄹ/이 탈락한 ‘여나믄’ 내지 ‘여라믄’으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후자의 ‘여라믄’은 ‘열나믄’에서 유음화를 먼저 겪은 뒤 /ㄹ/ 탈락이 일어난 어형에 해당한다.1
양을 쳐 양이 셩여 쳔여 두에 니니 젼을 사 두엇더니 그 아이 가산을 다
패거 주007) 패거: 패(敗)하거늘. (잃어) 없애자. 탕진(蕩盡)하자. 『이륜(초)』에는 ‘배오 잇거’로 번역되어 이곳의 ‘패-’가 “없애다, 망치다[亡, 破]”를 뜻하는 동사 어간 ‘배-’와 유사한 의미로 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오륜』의 다른 곳에는 ‘패-’가 자동사로 쓰인 예도 있어 타동사로만 쓰인 ‘배-’와 차이를 보인다. 『오륜』의 ‘가산이 졈졈 패니[生業壞已逾半]’(4:38ㄱ)가 그 예다.
식이 문득 다시 화 주니라
Ⓒ 편찬 | 이병모·윤시동 외 / 1797년(정조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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