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오륜행실도 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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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오륜행실도 1집
역주 오륜행실도 1집

정조 때는 이미 세종 때의 한문본 『삼강행실도』는 전하지 않았고 언해본만 전하였으므로, 오륜행실도에 담겨진 책은 언해본 『삼강행실도』와 내용이 같다. 언해본 『삼강행실도』는 성종 21년(1490)에 허침(許琛)과 정석견(鄭錫堅)에게 명하여, 세종조의 『삼강행실도』(330인)를 줄이게 하여 효·충·열 35인씩 105인을 3권 1책으로 간행한 것이다. 이 책은 본문(한문)의 상단 여백에 언해, 즉 한글 번역을 추가한 것으로 선조 13년(1580)과 41년(1608)경에 중간(重刊)되어 지속적으로 간행되었다. 『이륜행실도(二倫行實圖)』는 중종 13년(1518) 조신(曺伸)이 왕명을 받아 ‘장유(長幼)’와 ‘붕우(朋友)’를 대표하는 47인을 모아 펴낸 책이다. 이 책은 원래 중종 때 김안국(金安國)이 건의하여 왕명을 받아 편찬을 시작하였으나 김안국이 경상감사로 가게 되자, 조신이 책임을 맡아 간행하였다. 『오륜행실도』는 이 두 책을 합본하면서 새롭게 번역하고 언해문을 한문과 나란히 편집하여 정리자(整理字)로 간행하였다. 즉, 그림은 목판화, 한문은 금속활자, 한글은 목활자라는 획기적인 인쇄술의 산물이다.

성낙수 교수

1949년 충청남도 당진시 출생.
성당초등학교, 당진중학교, 공주사대부고 졸업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문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문학박사(1983)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강사
청주(여자) 사범대학 강사, 전임강사
동덕여자대학 조교수
한국교원대학교 조교수, 부교수, 교수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외솔회 회장
파리 7대학 파견교수
북경 중앙민족대학 객원교수
청람어문교육학회, 한국문법교육학회 회장 역임.

국어와 국어학 1, 2, 3(2010-2015).
우리말 방언학 (1992)
충남 북부지역의 전통언어와 문학(공저) (2000)
고등학교 작문(1995)
제주도 방언의 통사론적 연구(1992)
국어학서설(공저) (1991)
제주도 방언의 풀이씨의 이음법 연구(1984) 등 20여 권

"불규칙 용언의 학교 문법, "한글 맞춤법"에 수용된 양상과 기본 형태 분석"(2008)
이른바 'ㅎ말음 체언'과 높임법(2008)
간판과 도로의 이름에 대하여(2007) 등 70여 편

역주위원

  • 오륜행실도 권1 : 성낙수(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 교열·윤문·색인위원

  • 오륜행실도 권1 : 박종국 홍현보
  • 고전국역 편집위원회

  • 위원장 : 박종국
  • 위 원 : 강병식 김구진 김무봉 김석득
  • 김승곤 김영배 김석득 남문현
  • 리의도 박충순 성낙수 심우섭
  • 이해철 임홍빈 전상운 최홍식
  • 한무희

『역주 오륜행실도』를 내면서

우리 회는 1956년 10월 9일 창립 후 세종대왕기념사업의 중심 전당인 세종대왕기념관을 건립 세종문화진열실과 연구실을 마련 운영 관리하며, 세종성왕의 정신과 위업의 연구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편으로 한글 전용과 국학 진흥을 위하여 「한문고전국역사업」과 「한글고전역주사업」을 1967년에 기획하여 1968년부터 계속 수행하고 있다.

「한문고전국역사업」은 1968년 1월부터 『조선왕조실록』(세종실록)을 국역 간행하기 시작하여 실록의 한문 원문 901권을 완역 발간하였고, 일반 한문고전으로 『증보문헌비고』, 『매월당집』, 『국조인물고』, 『동국통감』, 『승정원일기』(순종), 『육일재총서』 등 수많은 국학자료를 국역 발간하였으며, 계속하여 『치평요람』, 『각사등록』, 『연행록』 등 문헌의 국역 사업을 벌여 오고 있다.

「한글고전역주사업」은 1990년 6월에 첫발을 내디디어, 『석보상절』 권6, 9, 11의 역주에 착수, 지금까지 매년 꾸준히 계속하고 있는바, 2015년 12월까지 역주 발행한 문헌은 『석보상절』 4책, 『월인석보』(훈민정음언해본 포함) 17책, 『능엄경언해』 5책, 『법화경언해』 7책, 『원각경언해』 10책, 『금강경삼가해』 5책, 『구급방언해』 2책, 『삼강행실도』 1책, 『두시언해』 8책, 『소학언해』 4책, 『사서언해』(논어, 대학, 중용, 맹자) 6책, 『이륜행실도』 1책, 『동국신속삼강행실도』 5책, 『시경언해』 3책, 『서경언해』 1책, 『가례언해』 4책, 『여소학연해』 2책 등 124책을 발간하였고, 2016년 금년에도 『오륜행실도』, 『두시언해』(초간본) 등 15책을 역주 간행할 예정이다.

우리 회 창립 60돌이자 한글 반포 570돌이 되는 올해는 우리 회가 「한문고전국역사업」을 착수한 지 49돌이 되었고, 「한글고전역주사업」을 추진한 지 26돌이 되었다. 그 동안 우리 회가 낸 700여 책의 국역 학술 간행물이 말해 주듯이,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반만년 역사 이래 최고의 한글 국역, 역주 간행 기관임을 자부하는 바이다. 우리 고전의 현대화는 전문 학자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매우 유용한 작업일 수밖에 없다. 우리 회가 이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그 결과 고전의 대중화를 통한 지식 개발 사회의 문화 자본 구축과 역사 의식 및 한국학 연구 활성화에 기여는 물론, 새 겨레문화 창조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사업이 끊임없이 이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회가 이번에 역주한 이 『오륜행실도』는 정조가 정조 21년(1797) 윤음을 내려 『삼강행실도』와 『이륜행실도』를 묶어 새로 번역하고 새로 그림을 새겨서 세종의 정신을 이어받기 위한 노력으로 펴낸 수신서이다.

세종이 펴낸 『삼강행실도』(한문본)를 토대로 하는 행실도류는 후대 임금들의 끝임없는 관심으로 계승되고 발전하여 그 가장 발전된 모습으로 완성된 것이 바로 이 『오륜행실도』이다. 여러 행실도류의 책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우리 말과 글의 변천사와 조선 사회의 생활사를 연구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이번에 『오륜행실도』를 역주함에 있어서, 그 저본으로는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소장본을 영인하고 그것을 저본으로 하였다.

우리 회에서 이 책(효자편)을 역주 간행함에 있어, 역주하여 주신 한국교원대학교 성낙수 명예교수님과, 이 역주 사업을 위하여 지원해 준 교육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이 책 역주 발간에 여러모로 수고해 주신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16년 11월 일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최홍식

일러두기

1. 역주 목적

세종대왕께서는 우리말을 쉽게 적을 수 있는 “훈민정음”을 창조하셨을 뿐만 아니라, 나라의 도덕과 예절을 반듯이 하게 하기 위하여, 『삼강행실도』 같은 책을 편찬하게 하시었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삼강행실도』에 대한 언해가 이루어졌고, 나중에는 『이륜행실도』도 나오게 되었다. 정조는 위의 『삼강행실도』와 『이륜행실도』를 합하여, 『오륜행실도』를 간행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이 책에는 주자학의 근본이 되는 오륜의 내용이 다 담겨지게 되었다. 이 내용들을 우리의 글 ‘한글’로 번역했고, 화원들의 그림을 덧붙여, 일반 백성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그 책이 간행된 지 200여 년이 넘었으므로, 요즘의 일반인들은 이런 책을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운 점이 많다. 그것은 당시의 우리말이나 표기가 지금과 많이 달라,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는 옛 선인들의 훌륭한 예절과 의리, 충절 등을 알게 하고, 우리말과 글에 대한 문화적 유산을 길이 보전하기 위하여 역주 사업을 오래 전부터 전개하여 왔으며, 그 일환으로 이 『오륜행실도』의 역주도 이루어지게 되었다. 쉬운 오늘날의 우리말과 표기로 주를 달아, 일반인들이 쉽게 읽고, 국어학을 공부하는 이들도 옛말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2. 편찬 방침

(1)이 『오륜행실도』는 정조 21년(1797)에 편찬한 책으로 5권 4책이며,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 보관하고 있는 원본을 대상으로 하였다.

(2)이 역주본의 편집은 네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한문 원문·언해 원문·현대어 풀이·옛말과 용어 주해’의 순서로 편집하였다. 시(詩)와 찬(贊)은 언해가 되어 있지 않으나, 현대말로 풀어 제시하였다. 원전과 비교하여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본문이 시작되는 1쪽부터 각 면의 첫 글자 앞에 권수와 각 쪽 앞과 뒤를 다음과 같이 ‘ㄱ, ㄴ’으로 표시하였다.

〈보기〉

제1권 제2쪽 앞면 : 1:2ㄱ遂母

뒷면 : 1:2ㄴ말을

(3) 옛말을 현대어로 옮길 때에는 의역을 하지 않고, 옛말의 의미가 살아있도록 딴 말을 덧붙이지 않는 데 원칙을 두었다.

(4) 한문 내용과 언해 부분은 네모틀에 넣어, 현대어 풀이·주석과 구분이 되도록 하였다.

(5) 현대국어 풀이에서 옛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덧붙인 내용은 〈 〉 안에 넣었다.

(6) 찾아보기 배열 순서는 사전을 따랐다.

3. 역주자 일러두기

(1) 역주는 형태소 분석을 위주로 하되, 가능하면 기본형태를 밝혀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2) 앞에서 한 역주가 다시 나오면, 다시 한번 주를 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3) ‘이-’는 학교 문법에서 서술격 조사로 보고 있으나, 이 책에서는 다른 동사류와 같이 활용이 된다는 점에서 지정사로 다루었다.

(3) 어미는 학교 문법에서 어말 어미와 선어말 어미로 다루고 있으나, 이 책에서는 어미는 한 낱말에 가장 끝에 오는 것만 어미로 보고, 어근과 어미 사이에 나타나는 것은 접미사로 다루었다.

(4) 형태소 분석은 ‘ : ’ 다음에 ‘ ’으로 표시했으며, 각 형태소의 경계는 ‘+’로 표시하고, 어근과 어근, 낱말와 낱말이 합쳐질 때에는 그 사이에 ‘#’를 덧붙였다. 내용에 대한 부가 설명은 ‘;’ 다음에 넣었다.

(5) 형태소 분석에서 형태소의 의미나 기능을 나타낼 때에는 형태소 옆에 ( ) 안에 넣어 표시하였다.

(6) 옛말의 쓰임을 참고로 하기 위해서, ¶표 다음에 『이조어사전』(유창돈, 1977)과 『우리말큰사전』4(한글학회, 1992)에서 인용했으며, 옛 문헌의 이름도 그대로 썼으나, 몇 개는 고친 것도 있다. 〈예: (月 1:12) ⟶ (월인 1:12)〉.

(7) 나머지 인용과 역주에 시용된 기호, 이름 등은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 간행한 역주 내용을 참조하였다. 감사와 더불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오륜행실도 고찰-효자를 중심으로-

성낙수(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1. 머리말

불교를 국교로 했던 고려가 망하고, 유교를 국시로 내세우고 건국한 조선에도 많은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였다. 개국 초기의 혼란스럽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진정되고, 어느 정도 기강이 바로잡혔던 세종 때에도 여러 가지 사건들이 점철되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세종 10년(1428)에 진주에서 김화라는 사람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아버지를 죽인다는 건 어느 나라에서나 심각한 강력 범죄겠지만, 특히 유교를 정치이념으로 삼는 이 시대에는 그 충격이 클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김화는 능지처참에 처해졌지만, 죄인이 죽었다고 해서, 받은 충격이 쉽게 가시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세종은 백성들을 교화시키기 위하여 어떤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종은 마침내 세종 13년(1431) 집현전 직제학이었던 설순 등에게 『삼강행실도』 편찬을 명하여 만 1년만인 세종 14년 6월에 완성하였다. 이 책은 그 뒤 주자소에서 인쇄하여 세종 16년(1434) 11월에 반포하였다. 권부(權溥)가 지은 『효행록(孝行錄)』의 우리나라 옛 사실들을 보태서, 조선과 중국의 서적에서 효자·충신·열녀 등의 사례를 뽑아, 그 행적을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써서 칭송하도록 하였다. 이 책의 제목인 삼강(三綱)은 군위신강(君爲臣綱)·부위자강(父爲子綱)·부위부강(夫爲婦綱)으로서,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사이에 마땅히 지켜야 할 유교적인 도리를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은 효자·충신·열녀 각각 3권 3책으로 되었는데, 우리나라보다는 중국에서 있었던 사례를 중심으로 하여 기술했다. 이는 중국은 오랜 역사 속에서 많은 나라들이 흥망을 거듭했으며,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을 기록해 두었기 때문에 그것을 원용한 까닭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은 각각의 사실에 그림을 붙이고, 이를 설명한 영가(詠歌)나 찬(贊)을 달았다. 내용은 ‘효자도, 충신도, 열녀도’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효자도’에는 ‘순임금의 큰 효성[虞舜大孝]’을 비롯하여, 역대 효자 110명을 대상으로 하였고, ‘충신도’에는 ‘용봉이 간하다가 죽음[龍逢諫死]’ 외에 109명의 충신을, ‘열녀도’에는 ‘아황·여영이 상강에서 죽다[皇英死湘]’ 외 109명의 열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330명 중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효자 22명, 충신 17명, 열녀 15명이 실려 있다.

이 책은 백성들의 교육을 위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그림을 통해서, 글자를 모르는 백성들에게까지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특징이 있다. 또한 조선 시대 판화의 주류를 형성하는 ‘삼강오륜’ 계통의 판화들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지속적으로 중간되어, 도덕서로서 널리 읽혔다.

성종 시대에 들어서 삼강행실의 장려정책을 펴기 위해서, 『삼강행실도』를 한글로 번역하여, 서울과 지방 사족(士族)의 가장(家長)과 부로(父老)·교수(敎授)·훈도(訓導) 등으로 하여금 부녀자와 어린이들을 가르치게 하였다. 성종 21년(1490)에 시강원 보덕(侍講院輔德) 허침(許琛)과 이조 정랑(吏曹正郞) 정석견(鄭錫堅)에게 명하여, 세종조의 『삼강행실도』를 산정(刪定)하게 하였다. 실제로 내용을 새롭게 보태지는 않고, 각각의 사례 110개 중에 35개 씩 추려내어, 3권 1책으로 줄여 간행하였는데, 이것이 언해본 『삼강행실도』이다. 이 책은 본문의 상단 여백에 언해, 즉 한글 번역을 추가한 것으로 선조 13년(1580)과 41년(1608)경에 중간(重刊)되어, 지속적으로 간행과 보급이 이루어졌다. 언해본은 번역방식에 따라 의역(音譯) 계통과 직역(直譯) 계통으로 나눠지는데, 조선 초기에는 의역 계통이 간행·보급되다가, 조선 후기에는 직역 계통으로 바뀌었다.

『이륜행실도(二倫行實圖)』는 중종 13년(1518) 조신(曺伸)이 왕명에 의해, ‘장유(長幼)’와 ‘붕우(朋友)’의 윤리를 진작하기 위하여 만든 책이다. 이 책의 초간본은 수택본(手澤本)으로 경상도 금산군(金山郡;지금의 김천)에서 간행하였다. 본문의 각 장은 전면이 도판으로, 도판 상단 여백에 언해가 실려 있고, 후면에는 한문으로 된 행적기록과 시찬(詩贊)이 있다.

이 책은 원래 중종 때의 학자 김안국(金安國)이 승정원(承政院)에 재직할 때 경연에서 중종에게 그 가치를 아뢰어, 왕명으로 편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왕명이 이행되기 전에 김안국이 경상감사로 가게 되자, 전 사역원정(前司譯院正) 조신이 찬집에 대한 책임을 맡아 간행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의 찬술 동기는 유교의 기본 윤리인 오륜(五倫) 중에서 장유와 붕우의 이륜을 민간에 널리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간행된 시기의 사회적 배경을 통해서도 편찬 동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간행 연도는 기묘사화(1519)가 일어나기 바로 전 해로, 조광조(趙光祖)의 혁신정치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무렵이다.

중종은 조광조 등의 신진사류로 하여금 연산군에 의해서 극도로 문란해진 정치질서를 바로잡기 위하여, 전통적인 유교정치를 회복하고, 한편으로는 촌락 집단의 상호부조를 위하여, 이른바 향약(鄕約)을 처음으로 전국에 시행하게 했으며, 민중생활에서도 윤리적인 규범을 확립해 나갔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하에서 조광조와 함께 지치주의(至致主義)를 주장했던 김안국이 백성의 교화를 위해서 『이륜행실도』를 간행하게 된 것이라 하겠다. 이 책의 간행은 앞서 세종 16년(1434)에 간행되었던 『삼강행실도』가 효자·충신·열녀의 행적을 다루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실제적인 ‘오륜도(五倫圖)’의 완결을 의미한다.

내용은 장유와 붕우의 행실이 뛰어난 역대 명현의 행적을 가려 뽑아 형제도(兄弟圖)에는 종족도(宗族圖)를, 붕우도(朋友圖)에는 사생도(師生圖)를 첨가한 것이다. 형제도에 25명, 종족도에 7명, 붕우도에 11명, 사생도에 5명 등 모두 48명의 명현이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중국인으로서 우리나라 사람은 한 명도 수록되어 있지 않다.

중간본(重刊本)으로 선조 12년(1579) 교서관(校書館)에서 개간한 것이 있는데, 판식(版式)은 초간본과 대체로 같으나, 표기법과 언어·사실 등은 차이가 난다. 이 밖에도 중간본으로 영조 3년(1727)과 영조 6년(1730)에 각각 평양·경상·강원 감영의 개간본이 간행되었으며, 이들은 모두 규장각 도서에 있다. 중간본에는 강혼(姜渾)의 서(序)와 박문수(朴文秀)의 발(跋) 등이 기재되어 있다. 이 책의 중간이 여러 차례 이루어진 것은 왕조시대에 윤리 진작을 위한 조정의 권면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는 정조 21년(1797)에 이병모(李秉模)·윤시동(尹蓍東) 등이 왕명에 의하여 『삼강행실도』와 『이륜행실도』를 합하여 수정, 편찬한 책이다. 내용으로는 세종 시대에 간행된 『삼강행실도』와 중종시대에 간행된 『이륜행실도』를 통합하면서, 기존의 행실도류 판화와는 전혀 다른 판화 양식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에는 서지학적으로나 미술사적으로 의의가 깊은 책으로 평가 받는다.

고활자 정리자(整理字)로 간행되었으며 5권 4책으로 되었다. 책 앞부분에 정조의 어제윤음(御製綸音)과 당시 좌승지 이만수(李晩秀)의 ‘오륜행실도 서(序)’가 실려 있다. 중간본은 철종 10년(1859)에 목판으로 간행되었는데, 김병학(金炳學)의 서문이 있다. 각 이본(異本)에는 장서기(藏書記)·내사기(內賜記)와 소장기관의 인(印) 및 교열자의 명단 등이 기재, 수록되어 있다. 또한 삽화본과 언해가 실려 있어, 간본의 변천은 조선시대 판화의 변천과 함께 국어사의 발달과정을 알 수 있는, 서지학적 가치가 높은 문화적 유물이다.

정조는 서문에서 “앞서 간행된 삼강(三綱)·이륜(二倫)이라는 책이 선후로 발간되어 학관(學官)에 반포되어 있어, 백성을 감화시키고 풍속을 좋게 이룩하는 근본이 되었으므로, 두 책을 표준으로 삼아 향음례(鄕飮禮)를 강조하고 행하게 하고자 한다.”라고, 이 책을 간행함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이 모든 일반 백성을 대상 독자로 삼고 있음은, 권채(權採)의 서문에도 있는 바처럼 도판을 먼저 싣고, 그 다음에 행적을 붙임으로써, 백성들이 그림을 통하여 흥미를 가지게 되고, 연후에 설명을 읽도록 한 체제상의 특징에서도 볼 수 있다. 책의 내용으로 권1에서 권3까지 수록된 효자·충신·열녀의 행적은 앞서 간행된 『삼강행실도』 언해본을 재정리하여 수록하였다.

권1의 효자도(孝子圖)에는 민손단의(閔損單衣)를 포함한 역대 명현 33인의 효행이 실려 있고, 권2의 충신도에는 용방간사(龍逄諫死)를 포함한 35인의 충신 행적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충신도에는 고려조의 충신 정몽주(鄭夢周)와 길재(吉再)의 항목도 실려 있음을 볼 수 있다. 권3인 열녀도에는 백희체화(伯姬逮火) 등 35인의 역대 열녀 행적이 소개되고 있다.

한편, 권4·권5의 충신·종족·붕우·사생은 앞의 『이륜행실도』 내용을 그대로 옮겨 싣고 있다. 즉, 권4의 형제도(兄弟圖)에는 급수동사(伋壽同死)를 포함한 24인의 우애를, 종족도(宗族圖)에는 군량척처(君良斥妻) 등 7인의 사실을, 권5에는 누호양여(樓護養呂) 등 붕우 11인과 사생(師生) 5인의 선행을 기록하고 있다. 수록된 사람들은 대체로 중국인이고,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효자 4인, 충신 6인, 열녀 5인만이 실려 있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가치관과 윤리관을 이해하기 위한 귀중한 자료로서, 또한 전통 회화사의 연구를 위해서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책이다. 즉 조선 후기 판화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수록한 인물마다 행실을 기리는 찬(贊)과 시를 적은 글 다음에 삽화를 배치하여, 모두 150점의 판화를 실었다. 내용과 기법에 있어서 인물·풍속·산수·건물 등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고, 당시 유행한 화풍이 반영되어 있으며, 새김 기술이 정교하다.

구성은,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에서와 같이 다른 시간에 벌어진 2·3개의 장면을 한 화면에 엮는 복합적인 구성에서 탈피하여, 한 장면만을 부각하여 보다 간단하고 실감나게 표현하였다. 아울러 전통적인 부감법(俯瞰法)의 시점을 사용하고, 긴장감이 강한 사선 구도를 기본으로 하였다.

『삼강행실도』에 비하여 주변의 경물이 다양하고, 나무의 종류도 많아졌으며, 건물을 위용이 있게 그려, 보다 풍부하게 화면을 구성하였다. 각선(刻線)의 흐름도 보다 유려하여졌고, 가늘고 굵은 선을 대상에 따라 적절히 그렸는데, 인물의 표현·수지법(樹枝法)·준법(皴法) 등을 보면, 당시 도화서(圖畵署)를 중심으로 유행한 김홍도(金弘道)의 화풍이 역력하다. 그러나 아직 김홍도가 그렸다는 증거가 밝혀지지 않았고, 이러한 유형의 작업에는 여러 명의 화원과 각수(刻手)가 참여한 예로 보아, 김홍도나 당시 그의 화풍을 보인 김득신(金得臣)·이인문(李寅文)·장한종(張漢宗) 등의 화원이 그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조선 말기에는 판화를 소재로 하여 민화에서 다수 그려졌고, 글과 판화를 필사(筆寫)한 책이 호암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들 판화 가운데 <효아포시(孝娥抱屍)>·<누백포호(婁伯捕虎)>·<정부청풍(貞婦淸風)>·<명수구관(明秀具棺)>·<중암의장(仲淹義莊)> 등은 작품성이 뛰어나다.

본서에서는 『효자』의 역주만 다루므로, 그에 대해서만 언급하기로 한다.

2. 서지학적인 특징

서지학적인 측면에서는 구성, 판화, 표현상의 특징으로 대별해서 살펴볼 수 있다.

2.1. 구성상의 특징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는 정조 21년(1797)에 이병모(李秉模)·윤시동(尹蓍東) 등이 왕명에 의하여, 『삼강행실도』와 『이륜행실도』를 합하고, 수정하여 편찬하였다. 5권 4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활자 정리자(整理字)로 간행되었다. 이 『오륜행실도』는 꽃무늬 비단으로 표지를 장식하고, 5개의 구멍을 뚫어 매어서, 책을 만들었다.

『오륜행실도』는 규장각의 직제학 이병모와 제학 윤시동이 교열(校閱)을 하고, 제학 이만수(李晩秀) 등이 감인(監印)하였다. 이 책의 구성은, 책머리에 정조 21년에 정조가 내린 어제윤음(御製輪音)이 있으며, 그 다음 이만수가 쓴 『오륜행실도』의 ‘서(序)’가 있다. 다음에는 세종 14년(1432)에 권채(權採)가 쓴 ‘삼강행실도 원서(原序)’, 영조 5년(1726)에 윤헌주(尹憲柱)가 쓴 ‘삼강행실도 원발(原跋)’, 중종 13년(1518)에 강혼(姜渾)이 쓴 ‘이륜행실도 원서(原序)’가 실려 있다. 이어서 교열하고 감인(監印)한 사람들의 관직과 명단이 첨부되어 있다.

『오륜행실도』의 내용은 효자(孝子) 33명, 충신(忠臣) 35명, 열녀(烈女) 35명, 형제(兄弟) 24명, 종족(宗族) 7명, 붕우(朋友) 11명, 사생(師生) 5명 등이다. 권1~권3까지는 효자·충신·열녀의 행적을 수록하였는데, 이것은 앞서 간행된 『삼강행실도』 중에서 가려 뽑은 것이다. 권4·권5에는 충신·종족·붕우·사생을 수록하였는데, 이것은 『이륜행실도』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처음 만들어진 『삼강행실도』는 본래 언해가 없는 형태였으나‚ 성종 12년(1481)에 먼저 열녀편이 언해되었고‚ 성종 20년(1489)에 이르러서는 수록인물을 대폭 골라서 줄이고, 각각의 인물에 언해를 달았다. 그리고 이 산삭 언해(刪削諺解)된 이후 간행되는 모든 행실도들의 표준이 되었다. 『삼강행실도』의 체제는 앞면에는 삽화와 언해를 싣고, 뒷면에는 한문으로 쓴 본문(기사)과 그 본문을 압축한 찬시(讚詩)의 형태이다. 그러나 『오륜행실도』에서는 약간의 변화가 나타난다. 즉 삽화·언해·본문·찬시의 구성요소는 동일하나, 그것을 수록하는 방식이 약간 다른데‚ 제1면에는 삽화를, 그 다음에는 본문·찬시·언해를 차례로 싣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또한 삽화에 있어서도 차이가 나타나는데‚ 『삼강행실도』와 다른 행실도들이 하나의 내용을 1~3장면으로 나누어 표현하는데 비해‚ 이 책에서는 중심이 되는 내용 한 장면만을 그리고 있다.

『오륜행실도』는 『삼강행실도』와 『이륜행실도』를 합하여 한 책으로 만들었다고 하나, 수록 인물의 숫자와 기사의 제목에 있어서는 약간의 차이가 나타난다. 『삼강행실도』(언해본)에 수록된 효자편은 총 35명이 수록되어 있는데 비해, 『오륜행실도』에는 ‘곽거매자(郭巨埋子)’와 ‘원각경부(元覺警父)’의 두 내용이 빠져 33인의 사례가 수록되어 있다. 또한 『이륜행실도』에 수록되어 있는 형제편은 총 25명의 사례가 실려 있는데‚ 『오륜행실도』에는 ‘노조책려(盧操策驢)’의 내용이 빠졌다. 그리고 『삼강행실도』의 열녀편에 있는 ‘이씨감연(李氏感燕)’의 기사는 『오륜행실도』에서는 ‘왕씨감연(王氏感燕)’으로 인물 명이 바뀌었는데‚ 이는 『삼강행실도』의 오류를 수정한 것이다. 또한 열녀편의 ‘미처담초(彌妻啖草)’는 ‘미처해도(彌妻偕逃)’로 바뀌었다. 또한 『이륜행실도』의 종족편에 있는 ‘원백동찬(元伯同爨)’의 기사는 ‘장윤동찬(張閏同爨)’으로 인물이 바뀌었는데‚ 이 역시 『이륜행실도』의 오류를 수정한 것이다.

이 책이 간행된 1790년대는 정조 재위 기간 중에서도 여러 가지 서적의 간행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된 시기이다. 즉위 초부터 왕권강화와 문예부흥책에 심혈을 기울인 정조는 규장각을 통해서 사상적·문화적 통치 기반을 조성하고자 했다. 규장각은 군왕의 각별한 지원 아래 자비대령화원 등과 같은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판화 제작과 도서 편찬의 기능을 갖추게 된다.『오륜행실도』는 이러한 정조의 문화적 의지와 정책의 일환으로서, 규장각의 효율적인 체제를 통해서, 우수한 판화를 지니고, 탄생된 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2. 판화의 특징

『오륜행실도』의 판화는 기존의 행실도류 판화와는 완전히 다른 형식을 제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한 화면에 한 가지 장면만을 묘사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줄거리 전달 중심인 기존의 행실도류 판화 형식에서 과감하게 탈피한 형식이다. 이러한 변화를 토대로 이 책의 판화에서는 이름표식도 사라지고, 회화성이 풍부한 판화로 새롭게 변모했다.

이 책에서는 기존의 행실도류 판화의 도상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기존 판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구도와 산수표현법 등이 등장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당대 일반 화단의 뛰어난 회화 수준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조선 후기에 다량으로 유입, 유통되고 있던 중국 서적의 다양하고 뛰어난 삽화들의 영향이 매우 컸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이를 토대로 볼 때 이 책의 판화는 윤리 교화서라는 목적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당시 사람들의 시각적 변화상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판화가 새로운 화풍으로 제작될 수 있었던 데에는 바로 이러한 판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유기적으로 결합된 수평적 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이는 조선시대 최초의 윤리 교화서적인 『삼강행실도』 판화의 제작 시에도 그대로 확인된다.

『오륜행실도』에서 새롭게 등장한 양식들이 이후 민화 외에 일반회화 등을 통해서 더욱 확대 재생산되었다는 점은 당시의 소비자들 사이에 이러한 양식이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가 하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당시의 문헌에는 제작자가 기록된 바가 없기 때문에 기존의 여러 가지 연구에서 막연하게 김홍도를 제작자로 추측해왔다. 그러나 이 책의 원화의 실질적인 제작에는 당시 자비대령화원으로 재직하고 있던 화원들 가운데 몇몇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판화의 우수성으로도 주목받을 만하다.

삼강행실도

이륜행실도

오륜행실도

2.3. 표현상의 특징

조선 초기에 나온 『삼강행실도』에 비하여, 한문으로 된 원문을 언해할 때에 『오륜행실도』에서는 비록 한자어로 된 말이라 할지라도, 한자를 쓰지 않고, 한글로 적었다. 그것은 어려운 한자보다는 한글로 적어, 좀 더 서민들이 읽기를 바라고 한 것이다.

(1) ㄱ. 金自强이 져머셔 아비 죽거늘 어미 孝道호 데 거슬 일 업더니 어미 죽거늘 法다이 居喪며 아비 옮겨다가 合葬고-合葬  무들씨라-侍墓  제 三年을 신 아니 신더니 居喪 고  아비 야 三年 사로려 거늘 겨지븨 녁아미 블 브티고 구틔여 어 오거늘 自强 아니 도라보고 (〈삼강행실도〉 고대본 효자도:33)

ㄴ. 김강은 본됴 셩쥬 사람이니 어려 아비 죽고 어미 셤기되 을 승슌여 그미 업더니 어미 죽으매 부도「듕의 법이라」 디 아니고 티 가례 조차 그 아비와 합장고 삼년을 녀묘야 거상을 매  아비 여 삼년을 다시 이시려거 쳐족들이 잇글고 길로 나가 인여 그 막을 블지르니 강이 빗 라 보고.(〈오륜행실도 1:62〉)

(1ㄱ)과 (1ㄴ)을 비교해 보면, 대립되는 ‘金自强〉김강’, ‘合葬〉합장’, ‘三年〉삼년’, ‘居喪〉거상’, ‘爲〉위’, ‘廬〉녀’로 바뀌었다. 이와 같이 『오륜행실도』의 언해 부분은 한자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초기의 『삼강행실도』에서는 한문으로 된 원문에 토를 다는 정도의 직역을 한 경우가 많았는데, 『오륜행실도』에서는 의역을 한다든지, 부연 설명을 해서, 이해하기가 쉽도록 배려하였다.

(2) ㄱ. 崔婁伯 水原吏尙翥之子 尙翥獵爲虎所害婁伯時年十五 欲捕虎 母止之 婁伯曰 父讎不可報乎 卽荷斧跡虎 虎旣食飽食臥 婁伯直前叱虎曰 汝害吾父 吾當食汝 虎乃掉尾俛伏 遽所而刳其腹 取父骸肉 安於器

ㄴ. 翰林學士 崔累伯 水原 戶長 아리러니 나히 열다신 저긔 아비 山行 갓다가 범믈여늘 가아 자보려 니 어미 말이더니 婁伯이 닐오 아비 怨讐를 아니 가리가 고 즉자히 돗긔 메오 자최 바다가니 버미 마 브르 먹고 누엇거늘 바드러 가아구지주 네 내 아비를 머그내 내 모로매 너를 머구리라 야 리 젓고 업뎨어늘 베텨   아 와 와 내야 그르세 담고(〈삼강행실도〉 고대본 효자도:32)

ㄷ. 최누은 고려 적 슈원 아젼 샹쟈의 아이니 샹쟤 산영다가 범의게 해 배 되니이 누의 나히 십오셰라. 법을 잡고져 거 어미 말린대 누이 오 아븨 원슈엇디 아니 갑흐리오 고 즉시 돗긔 메고 범의 자최 오니 범이 이믜 다 먹고 블러 누엇거 누이 바로 알 라드러 범을 디저 오 네 내 아비 해쳐시니 내 너 먹으리라. 범이 리 치고 업거 돗긔로 어  헤티고 아븨 와 을 내여 그 담고(〈오륜행실도 1:60-61〉)

(2ㄱ)의 한문으로 된 원문을 언해한 (2ㄴ)과 (2ㄷ)을 비교해 보면, 전자에서 한자어에 토만 단 것과 같은 표현이 많은 데 대하여, 후자에서는 좀 더 의역을 하고, 자세한 내용으로 바꾸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속삼강행실도』를 편찬한, 중종 때의 윤헌주가 쓴 ‘삼강행실도 원발’에 “되돌아 보건대, 옛날 언문으로 번역한 것이 말이 너무 간단하여, 해득(解得)하기가 몹시 어려웠다. 이에 글을 모두 고쳐서, 더하기도 하고, 깎아 줄이기도 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아무리 어리석은 남녀일지라도, 모두 알아보기 쉽게 만들어, 이것을 한 도에 나누어 반포하여, 풍화(風化)의 만분의 일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한 데서 그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3) ㄱ. 兪石珎 高山 鄕吏러니 아비 모딘 病야 날마다 病곳 오면 죽거든 사미 마 몯 보거늘 石珎이 밤낫 겨 이셔 하 블러 울며 두루 藥 얻더니 미 닐오 산 사  피예 섯거 머기면 됴리라 야 즉자히 가락 버혀 머기니 病이 즉자히 됴니라.(〈삼강행실도〉 고대본 효자도:34)

ㄴ. 유셕딘은 본됴 고산현 아젼이니 아비 텬을 이악질을 어더 일에 병이 발야 긔졀니 사이 마 보디 못디라. 셕딘이 듀야로 겻 뫼셔 하긔 부르지디며 두로 의약을 구니 사이 닐오 산사의  피에 섯거 먹으면 가히 나으리라 대 셕딘이 즉시 왼손 무명지 허 그 말대로 여 나오니 병이 즉시 나으니라. (〈오륜행실도1:63-64〉)

(3ㄱ)에서 “모딘 病야 날마다 病곳 오면”이 (3ㄴ)에서는 “이악질을 어더 일에 병이 발야 긔졀니”로 좀 더 병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전자에서 “가락 버혀”라고 한 것을 후자에서는 “왼손 무명지 허”로 구체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또한 앞에서 빠졌던 내용을 보탠 부분도 많은데, 그 예를 다음에 보인다.

(4) ㄱ. 尹殷保ㅣ 徐秩이와  스스그 글 호더니 서르 닐오 님금과 어버와 스과 가지로 셤디라 고 됴 차반 어드면 이바며 名日이면 모로매 이바디더니 스이 죽거늘 둘히 제여곰 어버그 侍墓 살아지라 請야 어엿비 너겨 그리라 야 거믄 곳갈 쓰고 居喪 여 손 블 디더 祭 더라.(〈삼강행실도〉 고대본 효자도:35)

ㄴ. 윤은보와 셔즐은 본됴지례현 사이니 가지로 그 고을 사 쟝지도의게 글 호더니  서로 닐오 스승은 부모와 가지니 믈며 우리 스승이 식이 업디라 고 됴흔 음식을 어드면 스승을 먹이고 명일을 만나면 쥬찬을 초아 아비 셤기더니 쟝지되 죽으매 두 사이 그 어버이게 녀묘호믈 쳥대 어버이 어엿비 너겨 허니 이에 졔복으로 스승의 묘측에 이셔 몸소 밥 지어 졔뎐을 밧드더니(〈오륜행실도 1:65-66〉)

위에서 (4ㄱ)에서보다는 (4ㄴ)에서 밑줄 친 부분처럼 상세한 내용을 덧붙였음을 알 수 있다.

3. 국어학적인 특징

국어학적인 측면으로는 표기법, 음운, 어휘, 형태·통사의 특징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초기에 나왔던 『삼강행실도언해(三綱行實圖諺解)』, 『동국신속삼강행실도(東國新續三綱行實圖)』를 비롯한 역대 문헌과 비교해 봐야 할 뿐만 아니라, 현대국어의 여러 양상과도 비교해 봐야 한다.

3.1. 표기법의 특징

표기법은 『훈민정음』이 창제 당시부터 우리말을 표기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므로, 소리나는 대로 적는 것이 원칙이었다. 즉 당시에는 현대 언어학에서 말하는 어근[root]이나 접사[affix], 기본형태[basic morph] 등에 관한 이론이 없었기 때문에 그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었다. 주001)

*
<정의>현대국어에서 맞춤법이 제정된 것은 1933년에 조선어학회에서 정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이며, 지금의 『한글 맞춤법』은 1989년 3월 1일부터 시행되도록 문교부에서 고시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예에서 기본형태를 밝혀 적어, 언어학자들을 놀라게 한다. 다음에 그 예를 보인다.

(5) ㄱ. 곶爲李花, 의갗爲狐皮, 爲土, 낛爲釣, 爲酉時, 못爲池

ㄴ. 나치, 옮거늘, 도다, 앉거늘, 낛드리워

(5ㄱ)은 『훈민정음해례』에 나타나 있는 예를 든 것으로 발음대로 쓰지 않고, 기본형태를 밝혀 적은 것이다. 발음대로라면, 각각 ‘곧, 여갇, , 낙, , 몯’이었을 것이다. (5ㄴ)은 뒤에 닿소리로 시작되는 요소가 오므로, 하나의 받침만 쓰거나, 중화된 음으로 적어야 하는데도, 기본형태를 밝혀 적은 예들이다.(고영근 1997:22) 또한 홀소리로 시작되는 어미, 또는 접사, 조사가 이어질 때에도 어근이나 체언의 형태소를 밝혀 적는 경우도 많았다.(고영근 1997:23)

(6) ㄱ. 눈에, 손로, 일, 몸이, 죵

ㄴ. 안아, 안시니다, 담아, 감아

(6ㄱ)은 체언과 조사, (6ㄴ)은 어근과 접사, 또는 어미와 합쳐질 때 기본형태를 밝혀 적은 예들이다. 『오륜행실도』에서도 이와 같은 표기법은 이어지고 있다. 다음의 예를 보자.

(7) 즁유의  뢰니 공 뎨라 어버이 셤기믈 지효로  집이 가난

셤김-을

야 믈음식을 먹으며 어버이 위야 니밧긔 을 져오더니 어버이 죽

-의

은 후의 남으로 초나라 놀 조츤 술위 일이오 오만종의 곡식을 흐며

좇-은

자리 겹으로 안즈며솟츨 버려 먹을 이에 탄식여 오 비록 믈을

앉-으며 -을

먹으며 어버이 위야 을 지랴 나 가히 엇디 못리로다 대 공 드시고 샤 로 가히 닐오 살아셔 셤기매 힘을 다고 죽은 후 셤기매 모믈 다다 리로다(〈오륜행실도 1:4〉)

모-을

위의 (7)에서 밑줄 친 부분은 체언이나 어근이 뒤에 오는 홀소리에 연철하여 표기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중세국어와는 달리 많은 부분에서 받침으로 끝나는 어근이나 체언 다음에 홀소리로 시작되는 접사 또는 어미, 조사가 와도 구분하여 썼다.

(8) 강혁은 한나라 님츼 사이니 어려서 아븨 일코 란리 만나 어미 업

사-이니

고 피란여 양 믈을 고 드른 거 주어 공양 로 도적을 만나

믈-을

혹 겁박여 잡아가려 면 믄득 울며 비되 노뫼 이셔라 고 말이 공슌

잡-아 말-이

고 졀야 사을 감동니 도적이 마 해티 못고 혹 피란 곳을

사-을 곳-을

르치니 인여 난리듕에 모 다 보젼디라 가난고 궁박여 몸과 발을

발-을

벗고 고공이 되어 어미 공양되 어믜몸에 편 거 아니 죡 거시 업

몸-에

디라 건무 한 광무 대 년호라 말에 어미로 더브러 고향에 도라와 양 셰시에 관가의셔 셩 졈고 혁이 어미 늙으므로 요동티 아니니 향리사이

늙-으므로 사-이

일 강거효 거효 큰 라 라 더니 어미 죽으매 양 무덤겻 녀막고 거상을 되 상복을 마 벗디 못니 군 승연 군슈아 벼이라 을 보내여 상복을 벗겻더니 원화 한 쟝뎨 대 년호라 듕에 됴셔샤 곡식 쳔셕을 주시고 양 팔월의 댱니 원이라 로 존문고 고양과 술을 주라 시다

술-을

(〈오륜행실도 1:9-10〉)

이 예들은 이 시기에는 이미 이른바 형태주의 표기법 혹은 ‘끊어적기’(고영근 1997:23)가 상당히 일반화했음을 보여준다. 주002)

*
이는 이른바 형태주의적 표기로 ‘어간’과 ‘어미’, ‘체언’과 ‘조사’를 구분해 적기로 한 『한글맞춤법 통일안』에 앞서 현대 언어학적 인식이 있었음을 말해 준다.(이희승・안병희 1989:158-195)

3.2. 문자·음운론적인 특징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한글 자모가 28자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초기에는 이런 글자들이 다 잘 쓰였으나, 어떤 글자들은 변화가 일어났고, 어떤 글자들은 아예 없어졌는데, 주003)

*
ㆆ, ㅿ, ㆁ, ㆍ, ㅸ, ㅹ’와 같은 글자들이 없어졌다.(박병채, 271-274)
18세기 말에 쓰여진 『오륜행실도』에서도 역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 사례들을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3.2.1. ‘ㅿ, ㅸ, ㆁ’이 사용 안 됨.

15세기에 사용되던 반치음이나 순경음, 그리고 이른바 ‘옛이응’이 이 책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다. 이는 국어사적으로 다음과 같은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반치음 ‘ㅿ’은 중세국어에서부터 사용되었지만, 이는 ‘ㅅ’과 상보적 분포[com plementary distribution]를 이루었다. 즉 ‘ㅅ’이 유성음화되는 위치에서 거의 정확하게 ‘ㅿ’이 사용되었다.(허웅1986:468-470) 그러므로 이는 음소로 보기보다는 변이음[allo-phone]으로 보아야 하지만, 표기는 17세기까지도 되었으므로, 『오륜행실도』에서 쓰이지 않은 것은 변화로 취급되어야 마땅하다.

다음은 이전의 문헌에서 ‘ㅿ’이 쓰였던 예들이 『오륜행실도』에서 다르게 표기된 것이다. 주004)

*
예 문헌의 인용은 관례에 따름. 단 책 이름이 없는 것은 『오륜행실도』이며, 쪽 다음에 앞면과 뒷면을 표시하는 ‘ㄱ, ㄴ’은 생략함.

(9) 겨(구간 1:75)〉겨〈오륜 1;2, 1:23, 1:44〉, 마(훈몽 중:7)〉마을(오륜 1:39), 아(월인 1:5)〉아(오륜 1:41, 1:42), 처(용가 78)〉처음(오륜 1:62).

그러므로 『오륜행실도』에서는 ‘ㅿ’으로 표기되었던 것은 ‘ㅇ’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ㅸ’도 ‘ㅂ’이 울림소리가 된 것인데, 후에 반홀소리 /w/로 바뀌거나 없어지기 전의 과도기음으로 본다.(허웅 1986:314-321) 『오륜행실도』에서는 ‘ㅸ’이 쓰이던 자리에 반홀소리 ‘오·우(/w/)’로 표기가 되었다. 특히 용언에서는 현대국어에서도 이른바 ‘ㅂ 불규칙 용언’ 주005)

*
<풀이>어간의 끝소리인 ‘ㅂ’이 닿소리 요소 앞에서는 기본형태가 유지가 되지만, 홀소리로 시작되는 요소 앞에서 '오/우(/w/'로 바뀌게 된다.
으로 표기되는 것과 같다.

(10) 셜워고(오륜 1:52) ¶디치로 셜다가(월인 9:26), 치워(오륜 1:25) ¶치과 더과(월인 7:58), 두려오니(오륜 1:39) ¶두려 光이라(월인 8:26)

(11) 이(훈민 해례본 용자해), 이귀(석보 19:17), 이(석보 13:18), :리(훈몽 상:21), 다시다(삼강 효:15)

『오륜행실도』에서는 이런 ‘ㆁ’의 표기는 하지 않고, 받침이나 초성으로 ‘ㅇ’이 쓰였다.

(12) 이에(오륜 1:4, 1:5), 니어(1:25), 더여디이다(1:56)

3.2.2. 겹닿소리의 간소화

15세기부터 겹닿소리는 합용병서(合用並書)의 형태로 많이 쓰였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된소리 표기가 아닌,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주006)

*
합용병서가 단순한 된소리 표기가 아님은, ‘’이 『계림유사』에서 ‘菩薩’로 표기된 것과 비교해 볼 때 ‘ㅂ’이 발음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이희승·안병희 1989:35)
여기에는 크게 ‘ㅅ계’와 ‘ㅂ계’가 있었다. 이들이 된소리로 바뀌게 된 것은 허웅(1986:471-482)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다.

(13)ㄱ. ‘ㅅ계’는 대체로 서기 16세기 초기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진다.

ㄴ. ‘ㅂ계’는 17세기 끝에서부터 동요하기 시작하여 1730년 경에는 그 변천은 완성되었다.

ㄷ. ‘ㅄ계’는 16세기부터 동요하기 시작하여, 17세기에는 된소리로 합류한 것도 있고, ‘ㅂ계’로 합류한 것도 있다.(이것은 ‘ㅂ계’와 운명을 같이한다.)

그런데 『오륜행실도』에서는 위의 세 계통의 겹닿소리가 다 쓰이고 있는데, 이 때는 거의 된소리로 변천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아래에 제시하는 예들은 현대국어에서 예외 없이 된소리이기 때문이다.

(14) ㄱ. ‘ㅅ계’

ㅺ : 쳐(1:25), 리디(1:49-50), 리(1:60), 고(1:18), 디저(1:60), 러(1:15), (1:66), 코(1:50), 라(1:26), 무러(1:58), 여(1:56)

ㅼ : (1:23), 다가(1:56), (1:12), (1:11), 이(1:35), 여(1:25), 니(1:13), (1:37), 을(1:21), (1:25), 어(1:37), 라와(1:48), 오니(1:60), 이(1:35)

ㅽ : 디고(1:43), 혀(1:17), 쳣더니(1:27), (1:64), 니(1:58), 리(1:66)

ㅾ : 긔(1:29)

ㄴ. ‘ㅂ계’

ㅳ : 을(1:49), 안(1:21)

ㅄ : 홈에(1:21), 고(1:12), (1:37), 을(1:4)

ㅶ : 면(1:19)

3.2.3. 겹홀소리의 표기와 음가

“훈민정음” 창제 이래 두겹홀소리로 표기되었던 ‘ㅑ, ㅕ, ㅒ, ㅖ, ㅙ, ㅝ, ㅞ, ㅠ’가 이 책에서는 그대로 표기가 되었다. ‘ㅐ, ㅔ, ㆎ’는 각각 /aj, əj, ʌj/와 같은 ‘내림겹홀소리’였을 것인데, 서기 1780년경까지는 그런 발음의 표기였다가, 서기 1800년대에 와서야 단모음이 되었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허웅 1986:482-487), 『오륜행실도』에서의 이런 표기는 아직 ‘내림겹홀소리’의 표기라고 해야 한다. ‘ㅚ, ㅟ, ㅢ’도 각각 /oj, uj, ɨj/를 표기하는 것이었는데, 이들이 ‘오름겹홀소리’가 되었다가, 홑홀소리로 바뀐 것은 19세기 이후의 일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의 표기는 ‘내림겹홀소리’의 표기다.(허웅 1986:486-487) 마찬가지로 세겹홀소리로 표기된 ‘ㅒ, ㅖ, ㅙ, ㅞ’는 각각 /jaj, jəj, waj, wəj/의 표기였으나, 19세기에 각각 /jɛ, je, wɛ, we/로 변했고, ‘ㆉ, ㆌ’는 대개 말끝에서 주격, 또는 지정사가 연결될 때에 나타나는데, 주격조사 ‘가’가 생기고, 겹홀소리들의 변화가 일어난 19세기에 없어졌는데(허웅 1986:487-488), 이 책에서는 그대로 쓰이고 있다.

『오륜행실도』에서 쓰이고 있는 겹홀소리들의 양상은 다음과 같다.

(15) ㄱ. /j/ 계 : ‘ㅐ, ㅑ, ㅒ, ㅔ, ㅕ, ㅖ, ㅛ, ㅠ, ㅢ, ㆎ’

ㄴ. /w/ 계 : ‘ㅘ, ㅙ, ㅚ, ㅝ, ㅞ, ㅟ’

ㄷ. 겹홀소리+ㅣ : ‘ㆌ, ㆉ’

(15ㄴ)에서는 ‘(1:21)’처럼 ‘쇼+ㅣ(주격조사)’인 것도 있으나, ‘매(1:11)’에서는 한자 발음을 그렇게 적은 것이다.

3.2.4. 거센소리 되기와 나눠적기

“훈민정음” 창제 때부터 거센소리(ㅎ 포함)는 차청(次淸)으로 표기가 되었는데, 이 소리는 원래부터 거센소리로 낱말에 들어있던 것과 ‘ㅎ’이 앞음절의 끝이나 뒤음절의 첫소리로 올 때, 거센소리가 될 수 있는 예삿소리 ‘ㄱ, ㄷ, ㅂ, ㅈ’은 각각 ‘ㅋ, ㅌ, ㅍ, ㅊ’로 바뀐다. 그 예는 다음과 같다.

(16)ㄱ. 원래의 거센소리 : 그치디(1:5), 치더니(1:21), 명월쳥풍이로다(1:61), 베플고(1:39),비통여(1:52), 수풀의(1:23), 일더라(1:15), 칼과(1:39), 타(1:58)

ㄴ. ‘ㅎ+예삿소리, 예삿소리+ㅎ’ : 긔츌티(1:29), 념녀티(1:27), 랑티(1:25), 이러고(1:19), 일코(1:9), 청컨대(1:54)

(16ㄴ)과는 달리 기본형태를 밝히기 위한 표기에는 ‘ㅎ’과 예삿소리를 구분해 적었다.

(17) 못(1:35), 죡(1:9), 지극(1:17), 닙히고(1:2), 딕희니(1:61), 읇허(1:61)

이 책을 쓸 때에는 거센소리에 대한 음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예들이 있다. 즉 거센소리를 받침소리 /ㄷ/과 거센소리의 합음으로 보고, 이를 나누어 적은 것이다.

(18) 솟츨(1:4), (1:33), 빗(1:39), 밧(1:44), 잇튼(1:27)

(18)의 예들은 체언의 기본형태에 ‘ㅊ’ 또는 ‘ㅌ’을 받침으로 해도, 그것이 홀소리로 시작되는 요소가 올 때 ‘ㅊ’ 또는 ‘ㅌ’이 연철되었다고 봐도 되는데 주007)

*
<풀이>‘솣을’, ‘낯을’, ‘빛’, ‘잍은날’로 적어도 발음은 같은데, 그 당시에는 거센소리 앞에 /ㄷ/ 소리가 꼭 발음되었을 이유는 없다.
, 구태여 ‘ㅅ 받침’(발음으로는 /ㄷ/)을 쓴 것은, 뒤에 오는 ‘ㅊ’, ‘ㅌ’ 소리가 ‘/ㄷ/’ 다음에 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다음의 예처럼 거센소리를 예삿소리와 ‘/ㅎ/’의 합음이라고 보고, 나누어 썼다.

(19) 깁흔(1:29, 1:42)

거센소리의 생성에는 이른바 ‘ㅎ 말음 체언’ 주008)

*
‘ㅎ 말음 체언’에 대한 용어는 많으나, 다른 받침이 있는 체언에도 쓰이는 점을 고려하여, 이 명칭이 맞다고 본다.(성낙수 2011:75-90)
이 큰 몫을 했다고 여겨지는데, 이는 우리말에서 태초부터 있었던 것으로 중세국어 이후 우리말 표기에 많이 등장하며, 이 책에서도 많은 예가 나온다.

(20) 겻(1:9), 길히(1:18), 나라히(1:44), 밋(1:43), 밧(1:44), 히(1:23)

(20)에 나타난 예들처럼 ‘ㅎ 말음’이 쓰일 경우 뒤에 예삿소리로 시작되는 요소가 오면, 거센소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다른 옛 문헌에서는 이런 경우가 아주 많다.

(21) 하콰 콰(능엄 2:20), 너븐 드르콰(능엄 9:22), 몸과 콰 손과 발와(석보 13:19)

그러므로 ‘ㅎ 말음 체언’이 많이 나타난다는 것은, 거센소리의 생성이 쉬웠다는 방증이 된다.

3.2.5. 잇몸소리가 입천장소리 되지 않음

입천장소리 되기는 입천장소리가 아닌 소리가 뒤에 오는 홀소리 /i/나 반홀소리 /j/를 닮아, 입천장소리가 되는 현상이다. 이는 /i/나 /j/가 앞홀소리이면서, 높은홀소리어서 발음하기가 쉽기 때문에 입천장소리가 아닌 소리가 발음하기 쉬운 곳으로 옮겨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잇몸소리 ‘ㄷ, ㄸ, ㅌ’이 각각 센입천장소리 ‘ㅈ, ㅉ, ㅊ’으로 바뀌거나, 여린입천장소리 ‘ㄱ, ㄲ, ㅋ’이 각각 센입천장소리 ‘ㅈ, ㅉ, ㅊ’으로 바뀌거나, 목구멍소리 ‘ㅎ’이 센입천장소리 ‘ㅅ’이 되는 현상들이 있는데, 통시적인 면에서는 잇몸소리가 센입천장소리로 바뀌는 현상만 다룬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자어는 원래 중국어를 표기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말과는 많이 차이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그 발음들이 우리말로 바뀌어, 현대국어에서는 입천장소리가 아니었던 것이 입천장소리로 바뀌었다. 그러나 『오륜행실도』에서는 아직 그 현상이 일반화되지 않았다.

(22) 뎨라 : ‘뎨(弟子)+라’(1:2), 톈하(天下)(1:5), 됴석(朝夕)(1:12), 시듕(侍中) (1:12), 됴서(詔書)(1:17), 됴뎡(朝廷)(1:21), 듁순(竹筍)(1:23), 딘(晉)나라(1:28)

순수한 우리말에서도 현대국어에서는 입천장소리가 된 것이 이 책에서는 잇몸소리로 표기한 것이 많다.

(23) 내티고져(1:2), 어딜이(1:2), 엇디(1:4), 됴화여(1:5), 도라오디(1:5), 못디라(1:7), 해티(1:10), 레딜대(1:12), 티거(1:17), 텨서(1:29)

(22)의 예들은 〈한글 맞춤법〉에서 인정하는 입천장소리 되기에 해당되지 않는 것들이다.(이희승·안병희 1991:41-45)

3.2.6. ‘ㄴ’과 ‘ㄹ’이 머릿소리 규칙에 적용 안 됨

‘머릿소리 규칙’은 현대국어에서 말의 첫머리에 오는 닿소리가 본래의 음가를 잃고, 다른 음으로 발음되거나 없어지는 것과 어떤 음이 올 수 없음을 말하는데, 다음과 같은 유형이 있다.

(24)ㄱ. 흐름소리[流音] /ㄹ/이 말머리에 올 수 없다. 어두에서 홀소리 앞에서 /ㄹ/은 /ㄴ/으로 바뀐다. 또한 다음 (24ㄴ)의 규칙에 의해서 /i/나 /j/ 앞에서는 ‘Ø(영)’이 된다.

(예) 량심(良心)→양심, 력설(力說)→역설, 류행(流行)→유행, 리과(理科)→이과, 락원(樂園)→낙원, 로인(老人)→노인, 루각(樓閣)→누각, 래일(來日)→내일, 뇌성(雷聲)→뇌성

ㄴ. 잇몸 콧소리[齒頸鼻音] /ㄴ/이 말머리에서 /i/나 /j/ 앞에서 ‘Ø(영)’이 된다.

(예) 녀자(女子)→여자, 뇨소(尿素)→요소, 뉴대(紐帶)→유대, 니토(泥土)→이토.

ㄷ. 말머리에 겹자음이 올 수 없다. 그러나 옛말에서는 많이 쓰였다.

ㄹ. /ㆁ/이 말머리에서 쓰이지 않는다.

그런데 『오륜행실도』에서는 (24ㄱ, ㄴ, ㄷ)의 규칙이 적용되지 않은 예들이 많다. (24ㄷ)의 경우는 이미 앞에서 다루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25)ㄱ. 니디(1:58), 니레(1:42), 니고(1:15), 니문에(1:11), 니블을(1:15), 니어(1:25), 니옷(1:15), 니워(1:12), 닐러(1:19), 닑디(1:22), 님군긔(1:40), 님재(1:19), 님츼(1:9), 녀막을(1:62), 녀진이(1:52), 녀허(1:61), 년호라(1:9), 념녀티(1:27), 녜(1:19), 뉴시(1:58), 뉵아편을(1:22)

ㄴ. 란리(1:9), 량나라(1:39), 리변을(1:35), 리의(1:27)

3.2.6. 앞홀소리 되기 없음

우리말에서 뒤홀소리 /ㅏ/, /ㅓ/, /ㅗ/, /ㅜ/, /ㅡ/ 는 뒤 음절 모음 /ㅣ/가 이어나면, /ㅣ/의 전설성에 동화되어, 앞홀소리 /ㅐ/, /ㅔ/, /ㅣ/, /ㅚ/, /ㅟ/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일부 낱말을 제외하고는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는다.

『오륜행실도』에서는 이런 앞홀소리 되기에 관한 예들이 별로 없다는 것은 그 당시에 이미 한성 혹은 경기도 지역어가 쓰였을 뿐만 아니라, 기본형태를 적는 것에 충실했다는 이야기가 된다.(*는 일어날 수 있는 변화지만, 그렇지 않음을 표시함.)

(26) 긔이히(1:39) *기이히, 긔졀엿다가(1:56) *기졀하엿다가, 누이며(1:45) *뉘이며, 더듸니(1:32) *더디니, 버히니(1:21) *베히니, 삿기(1:44) *샛기, 죽이니(1:17) *쥑이니, 부드치니(1:21) *부디치니

3.2.7. 입술소리 다음의 둥근홀소리 되기 없음

중세국어부터 쓰이던 입술소리 다음의 안둥근홀소리 ‘ㅡ’가 현대국어에서는 대부분 둥근홀소리 ‘ㅜ’로 바뀌었다. 이는 입술소리가 양입술을 오무려서 내는 소리이므로, 그 다음에 내는 소리는, 안둥근홀소리보다는 둥근홀소리로 내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륜행실도』에서는 아직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표는 위와 같음.)

(27) 강믈이(1:13) *강물이, 니블을(1:15) *이불을, 더브러(1:9) *더부러, 므른대(1:37) *무른대므(1:19) *무, 믄득(1:9) *문득, 브드치니(1:21) *부드치니, 브르시되(1:21) *부르시되, 브르지져(1:11) *부르지져, 브리디(1:12) *부리디, 븍두셩이라(1:35) *북두셩이라, 블고(1:25) *불고, 블근(1:56) *불근, 블지르니(1:2) *불지르니, 블측(1:0) *불측, 븟그러워(1:11) *붓그러워, 븟드러(1:42) *붓드러, 프른(1:56) *푸른

3.2.8. 없어짐

이는 기본형태에서 어떤 음소가 떨어져 나가거나, 없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현대국어에서는 〈한글 맞춤법〉에서 어휘형태소[lexicological morpheme]일 경우에는 기본형태를 밝혀 적고, 문법형태소[grammatical morpheme]일 때에는 변이형태[allo-morph]로 적어도 되는 것으로 정해 놓았다. 주009)

*
지금 쓰고 있는 〈한글 맞춤법〉은 이른바 형태주의로 ‘어간’(엄격히 말하면 ‘어근’)과 ‘어미’, ‘체언’과 ‘조사’를 구분해 적는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어휘형태소는 기본형태를 밝혀 적고, 문법형태소는 변이형태를 그대로 적는다’는 말과 같다.(이희승·안병희 1989: 58-105)
그러나 『오륜행실도』에서는 체언에서 둘 받침이 묵음이 되거나, 용언에서 불규칙적인 활용으로 변화가 일어나면, 그대로 적었다.(*표는 위와 같음.)

(28)ㄱ. 안(1:21) *앉, 업디라(1:23) *없디라

ㄴ. 우다가(1:5) *울다가, 니어(1:25) *닛어, 비되(1:9) *빌되, 슬피(1:21) *슬프이, 누른(1:25) *누렇은, 누이며(1:45) **눕이며

(28ㄱ)은 둘받침으로 끝나는 어근인 기본형태에서 하나의 음소가 음절 규칙에 따라서 없어지는 경우이고, (28ㄴ)은 불규칙 용언으로 어근인 기본형태에서 음소가 없어지는 것이다. (28ㄱ)은 다음과 같이 기본형태를 밝혀 적은 것과는 다른 현상이다.

(29) 늙고(1:23) *늑고, 닑디(1:22) *닉디, 디(1:52) *밥디

3.2.9. 더해짐

더해짐은 없었던 음소가 더해지는 것인데, 대개 홀소리충돌[hiatus]을 막기 위해서 반홀소리 /j/가 더해지거나, 이른바 ‘르 불규칙 용언’인 경우에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 다음의 예가 그런 것이다.

(30)ㄱ. 되여(1:35) *되어, 보내여(:135) *보내어, 웨여(1:35) *웨어, 되엿디라(1:39) *되엇디라, 여(1:55) *어

ㄴ. 블러(1:12) *브르어, 리(1:66) *르이, 게얼니(1:7) *게으르이

(30ㄱ)은 홀소리와 홀소리가 만날 때 반홀소리 /j/가 더해진 예이고, (30ㄴ)은 ‘르 불규칙 용언’의 끝음절 ‘르’가 홀소리로 시작되는 요소와 만날 때 ‘ㅡ’가 없어지고, ‘ㄹㄹ’이 된 것이다.

3.2.10. 줄어짐

줄어짐은 두 개 이상의 음소나 음절이 합해져, 줄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다음에 그 예들을 보인다.

(31)ㄱ. 검뉘(1:35) *검누이, 셰라(1:39) *셰이라, 셩히(1:39) *셩이, 너겨(1:41) *너기어, 져(1:42) *지어, 이셔(1:43) *이시어, 긋쳐(1:44) *그치어, 셤견(1:45) *셤기언, 얼켯(1:56) *얼키엇, 베혀(1:58) *베히어

ㄴ. 면티(1:53) *면디, 고티(1:54) *고디, 해티(1:9) *해디

(31ㄱ)은 두 음절이 합해진 경우고, (31ㄴ)은 두 음소가 합해진 경우다.

3.3. 형태·통사론적 특징

여기서는 어휘·형태소·통사가 서로 맞물려 있으므로, 이를 명사류·부사류·관형사류·조사류·동사류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3.3.1. 명사류

명사류는 명사·대명사·수사로 나누어진다. 그러나 이들은 비슷한 점이 많으므로, 함께 다루기로 한다.

3.3.1.1. 본래명사류와 파생명사류

본래명사류는 본래부터 명사류였던 것이고, 파생명사류는 다른 품사에서 파생접사에 의하여, 파생된 것이다. 다음의 예를 보자.

(32)ㄱ. 설포(1:11), 사1:11), 아비(1:11), 너(1:12), 내(1:12), 우리(1:65), 므(1:19), 둘(1:25), 세(1:2), 그(1:19), 뉘(1:21), 스믈여(1:7), 여긔(1:21)

ㄴ. 늣김(1:61); {늣기-}+{-ㅁ}, 무덤(1:9); {묻-}+{-엄}, 홈(1:21); {호-}+{-ㅁ}, 슬픔(1:5); {슬프-}+{-ㅁ}, (1:66); {-}+{-ㅁ}, 어(1:29); {얼-}+{-}, 우롬(1:5); {울-}+{-옴}, 죽엄(1:42); {죽-}+{엄}

(32ㄱ)은 본래부터 명사·대명사·수사인 예들이나, (32ㄴ)은 동사류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여기에 쓰인 파생접미사는 ‘{-ㅁ/-옴/-/-엄}이다.

본래명사류에는 다음과 같은 옛말들이 나타나고 있다.

(33) ㄱ. 나모(1:56)/(1:21),

ㄴ. 나라ㅎ(1:44), ㅎ(1:52), 밧ㅎ(1:44), 우ㅎ(1:13), 길ㅎ(1:18)

(33ㄱ)은 중세어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어근이고, (33ㄴ)은 이른바 ‘ㅎ 말음 체언’으로 현대국어와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보여 준다.

3.3.1.2. 예삿말과 높임말

명사류에는 예삿말과 높임말이 있다. 물론 이들은 높임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높임말이 주어로 쓰일 때는 ‘주체 높임법’이 사용되고, 목적어나 부사어로 쓰일 때에는 ‘객체높임법’이, 듣는이가 되면 ‘상대높임법’이 사용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특별히 높임말 명사류가 없고, 다만, 조사 또는 동사류의 높임법에서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34) ㄱ. 어미업면세 아이치우리로다(1:2)

[-높임] [-높임] [-높임] [-높임]

ㄴ. 다이 노모겨시되 (1:6)

[+높임] [+높임]

(34ㄱ)은 주어 자리에 있는 낱말이 높임말이 아니고, 서술어에도 높임법이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34ㄴ)은 ‘노모’가 높임말이 아님에도 서술어에 높임법이 쓰였으므로 높임말이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이 주어가 생략되어도, 서술어를 보면 높임말을 확인할 수 있다.

(35) (천자) 원화 듕에 됴셔샤 곡식 천 셕을 주시고(1:10)

[+높임] [+높임] [+높임]

(35)에서는 주어는 생략되어 있으나, 서술어에 높임법이 쓰였으므로, 이 문장의 주어는 황제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서술어의 쓰임만으로 높임말을 식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다음과 같이 조사의 쓰임을 보고도 알 수 있다.

(36) 부모 됴셕으로 뵈는 녜라(1:11)

[+높임] [+높임] [+높임]

(36)에서 ‘부모’에게 조사 ‘긔’가 쓰이고, 서술어에 ‘뵈’가 쓰여, ‘부모’는 높임말이 되었다.

3.3.2. 부사류

부사류는 부사만 있는데, 이를 본래부사와 파생부사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37)ㄱ. 거의(1:14), 과연(1:7), 다시(1:12), 더브러(19), 더옥(1:25), 드듸여(1:2), 므릇(1:5), 양(1:9), 바로(1:31), 비록(1:4), (1:11), 리(1:66), 엇디(1:4), 이제(1:19), 죠금도(1:47), 친히(1:25), 홀로(1:15), 맛당이(1:18), 내(1:7), 각각(1:12), 고로(1:35), 몸소(1:15), 므릇(1:5), 믄득(1:9), 서로(1:48), 스로(1:7), 마(1:51), 이믜(1:6), 자조(1:11)

ㄴ. 가히(1:4); {가(可)}+{-}+{-이}, 감히(1:7); {감(敢)+{-}+{-이}, 게얼리(1:47); {게어르-}+{-이}, 귀히1:15); {귀(貴)}+{-}+{-이}, 오(1:2); {-}+{-오}, 닐오(1:23); {닐-}+{-오}, 먼니(1:37); {멀-}+{-리}, 비로소(1:35); {비롯-}+{-오}, 슈고로이(1:21); {슈고(受苦)}+{-롭-}+{-이}, 싁싁이(1:39); {싁싁}+{-}+{-이}, 심히(1:5); {심(甚)}+{-}+{-이}, 어엿비(1:66); {어엿브-}+{-이}, 급히(1:54); {급(急)+{-}+{-이}

(37ㄴ)에서 부사 파생접미사는 {-이}가 대부분이나, {-오}나 {-오}, {-리}와 같은 것들도 쓰였다.

3.3.3. 관형사류

관형사류에는 관형사만 있는데, 여기에도 본래관형사와 파생관형사가 있다.

(38)ㄱ. 모든(1:33), 므(1:19), 여러(1:21), 온(1:21)

ㄴ. 그(1:2), 다(1:29), 두(1:19), 세(147) 구(147), 148, (1:25), 네(137), 십오(1:38), 이(156), 삼(162), (1:4), 쳔(1:10)

(38ㄱ)은 본래부터 관형사였으나, (38ㄴ)은 다른 품사에서 파생된 것이다. 예컨대 ‘그, 이’ 같은 것은 대명사에서 파생되었다. 이 때의 파생접미사는 {-Ø-(영)}이다. 그러나 수사에서 파생된 관형사는 기본형태를 바꾸지 않은 것은 파생접미사가 {-Ø-(영)}이나, ‘, 두, 세, 네’은 각각 다르다. 주010)

*
<정의>최현배(1937:791-796) 이래로 이는 ‘셈어떤씨[數冠形詞]’로 다루어왔다. 본고에서는 이를 수사에서 파생된 것으로 본다.

(39) ; 나+ㄴ(관형사 파생접미사), 두; 둘+ㄴ(관형사 파생접미사), 세; 셋+ㄴ(관형사 파생접미사), 네; ㄴ(관형사 파생접미사)

3.3.4. 조사류

조사는 격조사와 접속조사, 보조사로 나눈다.

격조사(格助詞)는 체언을 같은 문장 안의 다른 낱말과 일정한 문법적 관계를 맺는 구실을 한다. 그래서 격(格) 개념의 차이에 따라 격조사의 하위분류방법이 달라진다. 변형생성문법에서는 격을 심층구조상의 내면격(또는 심층격)과 표면구조상의 표면격으로 구분한다. 격조사를 표면상에 나타난 형태에만 국한하여 분류하는 것이 표면격에 대한 분류인데, 본고에서는 이 방법을 택한다.

격조사는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가 있다.

(40)ㄱ. 주격 조사 : 앞의 체언을 주어가 되게 함.

ㄴ. 관형격 조사 : 앞의 체언을 관형어가 되게 함.

ㄷ. 목적격 조사 : 앞의 체언을 타동사의 목적어가 되게 함.

ㄹ. 부사격 조사:앞의 체언을 부사어가 되게 함. 다른 격조사에 비해 그 숫자가 많으며, 처소, 도구, 자격, 원인, 동반, 비교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님.

ㅁ. 호격 조사:독립어로서 호칭이 되게 함.

접속조사(接續助詞)는 두 성분을 이어 주는 구실을 한다.

보조사(補助詞)는 여러 성분에 두루 붙어 특별한 뜻을 더해 주는 구실을 하며, 격조사가 올 자리에 쓰이거나, 격조사 혹은 보조사 뒤에 다시 보조사가 쓰이기도 하며, 체언뿐만 아니라 부사나 연결어미 뒤에도 쓰인다.

3.3.4.1. 격조사

이 책에서 격조사의 쓰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41)ㄱ. 주격조사 : 계모ㅣ(1:1), 이(1:35); {ㅣ/이}

ㄴ. 관형격조사 : 문하의(1:23), 병의(1:35), 민손의(1:2); {의}

ㄷ. 목적격조사 : 병을(1:56), 술위(1:4), 말을(1:2); {/을/를}

ㄹ. 부사격조사 : 처소-겻(1:9), 믈에(1:29); {ㆎ/에}

떠남-집의셔(1:35), 아래셔(1:56); {셔/의셔}

닿음-디(1:35)

수여-부모긔(1:11), 법의게(1:50), 님군긔(1:40); {긔/의긔}

향방-종려(132), 쳔려(1:56); {다려}

연장-몸으로(1:15), 벼로(1:52), 입으로(1:58); {로/으로/으로}

ㅂ. 호격조사 : 부모여(1:21)

3.3.4.2. 접속조사

접속조사는 다음과 같이 쓰인다.

(42) 문안과(1:52), 부모와(1:65), 사과(1:48)

3.3.4.3. 보조사

보조사는 다음과 같이 쓰인다.

(43)ㄱ. 시작-일로브터(1:15); {로브터}

ㄴ. 단지-믈만(1:45); {만}

ㄷ. 각자- (1:37); {마다}

ㄹ. 자격-법대로(137); {대로}

ㅁ. 동일-티(1:42); {티}

ㅂ. 각자-아마다(1:51); {마다}

ㅅ. 역시-죠곰도(1:47); {도}

ㅇ. 종착-죵신디(1:46); {디}

ㅈ. 미침-죵신토록(1:21); {토록}

ㅊ. 주제-집은(1:12), 조아(1:19); {은/}

3.3.5. 동사류

동사류는 서술어가 되는 기능을 하는데, 동사·지정사·형용사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활용을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데, 여기서는 본래의 낱말과 파생 낱말을 살펴보고, 어근과 어미, 접사를 중심으로 논의해 보기로 한다.

3.3.5.1. 본래의 낱말와 합성·파생 낱말

동사류도 원래부터 동사·형용사였던 것이 있는 반면, 다른 품사와 합성이 되거나 파생된 것도 많다. 주011)

*
<풀이>다른 품사와 결합된 경우 합성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두 낱말을 분리했을 때, 앞에 오는 낱말이나 뒤에 오는 낱말이 독립되어 쓰일 수 있으면, 합성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예를 들면, ‘감동하-’는 ‘감동을(도, 만, 까지, 은) 하-’로 분리할 수 있으므로 합성이라고 본다. 이 때의 ‘하-’는 이른바 대동사(代動詞) 혹은 ‘허동사(虛動詞)의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서정수 1994:539-587) 이 경우 ’-‘는 독립된 낱말이므로 파생접사로 보기는 어렵다.

다음은 본래동사와 합성이나 파생된 동사의 예들이다.(편의상 몇 개만 예를 든다.)

(44)ㄱ. 가-(1:58), 가지-(1:29), 갑-(1:18), 견-(1:48), 그치-(1:5), 나-(1:44)

ㄴ. ① 감동-(1:2); 감동(感動)+-, 거상-(1:27); 거상(居喪)+-, 거쳐-(1:50); 거처(居處)+-, 겁박-(1:9); 갑박(劫迫)+-, 구-(1:33); 구(求)+-

② 깃드리-(1:47); 깃+들+이-, 길들-(1:44); 길+들-, 벼-(1:25); 벼+-, 랑-(1:47); 랑+-, 절-(1:37); 절+-

(44ㄱ)은 본래동사이고, (44ㄴ)은 합성동사인데, (44ㄴ①)은 한자에 ‘-’가 붙어서 합성 혹은 파생이 되었고, (44ㄴ②)는 우리말에 파생접사가 붙어서 합성이 되었다.

다음은 본래형용사와 합성 혹은 파생형용사의 예이다.

(45) ㄱ. 그-(1:25), 누르-(1:25), 검-(1:54), 븕-(1:56), 슬프-(1:27), 프르-(1:56)

ㄴ. ①진-(1:35); 진(盡)+-, 쳥-(1:39); 쳥(淸白)+-, 지극(1: 42); 지극(至極)+-, 가-(1:50); 가(艱難)+-, 슈고롭-(1:21); 슈고(受苦)+롭-, 샹셔롭-(1:33); 샹셔(祥瑞)+롭-

②더-(1:56); 더+-, -(1:41); +-, 못-(1:45); 못+-, 이윽-(1:35);이+-, 밋브-(1:7);밋+브-

(45ㄱ)은 본래형용사들이며, (45ㄴ①)은 한자에서 파생된 것이고, (45ㄴ②)는 우리말에서 파생된 예들이다.

3.3.5.2. 어근과 어미

동사류는 활용을 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는 교착어인 우리말의 한 특징이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활용을 하는 동사류는 어간[stem]과 어미[ending]로 구분해왔다. 우리말에서 활용을 처음으로 주장한 최현배(1937:173)에서는, “풀이씨의 끝이, 그 쓰히는 법을 따라서, 여러 가지로 바꾸히는 조각(部分)을 씨끝(語尾, termination)이라 하며, 그 바꾸히지 아니하는 조각을 씨줄기, 더러는 줄이어서 줄기(語幹, stem, Stamm)라 일컫느니라.”라고 하였다. 또한 최현배(1937:174)에서는 “풀이씨를 이루기에 최소한도의 중심개념을 대표하는 줄기를 씨몸 더러는 씨뿌리 또는 뿌리(語根)라 라며, 그 다음에 돕는 조각을 도움뿌리(補助語幹-助根)라 하느니라.”라고 하였다. 이는 학교문법에서도 잘 적용이 되다가 1985년 이른바 통합문법에서 그 내용이 바뀌었다. ‘깨뜨리이시었습니다’라는 낱말을 예를 들어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46) ㄱ. 뜨리이 시 었 습 니

줄기 도움줄기 씨끝

ㄴ. 뜨리 이시 었 습 니

어간 접사 선어말어미 어말어미

형태론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46ㄱ)에서 ‘뜨리’와 ‘이’는 파생접미사이므로 활용에서 ‘도움줄기’로 보아도 무방하나, 굴곡접미사인 ‘시’, ‘었’, ‘습’, ‘니’는 각각 접미사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는 접미사이긴 하나, 전통적인 관점에서 ‘씨끝’ 곧 어미로 불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본고에서는 다음과 같이 명칭을 붙인다.

(47) 뜨리

어근 강조접미사 태접미사 존대접미사 시제접미사 겸양접미사 시상접미사 종결어미

[root] [emphatic [voice [honorific [tense [humble [aspect [terminal

suffix] suffix] suffix] suffix] suffix] suffix] suffix]

이러한 관점에서 동사류는 다음과 같이 어근과 어미로 구분한다.

어근+(접미사)자격법어미명사형 어미, 관형사형 어미, 부사형 어미
연결법어미연결어미, 보조적 연결어미
종결법어미종결어미

3.3.5.3.1. 자격법 어미

자격법 어미는 명사형 어미, 관형사형 어미, 부사형 어미로 나눈다.

3.3.5.3.1.1. 명사형 어미

『오륜행실도』에서 명사형 어미의 쓰임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49)ㄱ. 거상기(1:35); 거상+++, 먹기(1:23); 먹++, 살기(1:12);살++

ㄴ. 뉘우미(1:39); 뉘우치++이, 봉양호믈(1:58); 봉양+++을, 신호믈(1:35);대신+++을, 셤기믈(1:3); 셤기++을, 랑미(1:48); 랑+++이

(49ㄱ)에서는 명사형 어미 ‘-기’가, (49ㄴ)에서는 ‘-ㅁ/-옴’이 쓰였음을 알 수 있다.

3.3.5.3.1.2. 관형사형 어미

관형사형 어미의 쓰임은 다음과 같다.

(50)ㄱ. 거상(1:8); 거상++, 돕(1:7); 돕+, 니러(1:44); 니러+

ㄴ. 누른(1:25); 누르+, 늙은(1:12); 늙+, 다른(1:54); 다르+, 셩(1:29); 셩++, 어린(1:39); 어리+, 죽은(1:4); 죽+

ㄷ. 공양(1:9); 공양++, (1:37); +, 나갈(1:48); 나가+, 죽을(1:40); 죽+

ㄹ. 다리던(1:12); 다리+더+, 만나던(1:19); 만나+더+

ㅁ. 아니연(1:42); 아니++여+

(50ㄱ)에서는 진행을 나타내는 관형사형 어미 ‘-’이 쓰였고, (50ㄴ)에서는 ‘-ㄴ/-은’이 쓰였는데, 형용사일 때는 시간성과 관련이 없는 수식이고, 동사일 때는 동작이 완료되었음을 나타낸다. (50ㄷ)은 동작이나 상태의 추정을 나타내는 ‘/-ㄹ/-을’이 쓰였다. (50ㄹ)에서는 ‘회상 시상 접미사’ ‘-더-’에 관형사형 어미 ‘-ㄴ’이 쓰여, 과거의 일이 완료되었음을 나타낸다. (50ㅁ)은 내포문의 서술어에 완료 시제 접미사 ‘엿’이 쓰이고, 관형사형 어미와 합쳐진 형태다.

3.3.5.3.1.3. 부사형 어미

부사형 어미는 다음과 같이 쓰인다.

(51)ㄱ. 급히(1:54); 급++이, 능히(1:7); 능++이, 셩히(1:39); 셩++이, 슬피(1:21); 슬프+이, 게얼리(1:47); 게으르+이, 괴이히(1:39); 괴++이

ㄴ. 갑게(1:19); 갑+게, 밋브게(1:7); 밋브+게

ㄷ. 죵신토록(1:21); 죵신++도록

(51ㄱ)에서는 부사형 어미는 ‘-이’, (51ㄴ)에서는 ‘-게’, (51ㄷ)에서는 ‘-도록’이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3.5.3.2. 연결법 어미

연결법 어미에는 연결어미와 보조적 연결어미가 있다.

3.3.5.3.2.1. 연결어미

연결법 어미는 그 쓰임이 다양하므로, 몇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52)ㄱ. {-으니} : 상황, 이유·원인

예 : 가니(1:19); 가+니, 가더니(1:58) : 가+더+니, 감동니(1:9); 감동++니, 갓더니(1:51); 가+앗+더+니, 치더니(1:21); 가치+더+니, 구니(1:33); 구++니, 늙으니(1:9); 늙+으니, 노핫더니(1:40); 놓+앗+더+니, 등이니(1:37); 등+이+니, 밧자와시니(1:54); 받+자오+앗+이니, 되엿더니(1:21); 되+엿+더+니, 만나니(1:19); 만나+니, 병드럿더니(1:35); 병+들+엇+더+니

ㄴ. {-고} : 벌림

예 : 가고(1:5); 가+고, 가지고(1:5); 가지+고, 감동고(1:2); 감동++고, 거리고(1:52); 거리+고, 니러나고(1:25); 닐+어+나+고, 사이오(1:58); 사람+이+오

ㄷ. {-야/아셔} : 상황, 이유·원인

예 : 가난야(1:4); 가난++야, 가셔(1:18); 가+아셔, 감동여(1:33); 감동++여, 놀나(1:19); 놀나+아, 가초아(1:51); 가초+아, 거쳐와(1:42); 거치+어+오+아, 길러(1:48); 기르+어, 니러(1:19); 니+러,

ㄹ. {-나} : 반전

예 : 가난나(1:50); 가난++나

ㅁ. {-(으)며} : 벌림

예 : 가지며(1:12); 가지+며, 검으며(1:43); 검+으며, 누이며(1:45); 눕+이+며, 니러나며(1:54); 닐+어+나+며, 두리며(1:29); 두리+며, 먹으며(1:4); 먹+으며

ㅂ. {-(으)려} : 의도

예 : 가려(1:9); 가+려, 잡으려(1:25); 잡+으려, 가려(1:7); 가++려

ㅅ. {-(아)다가} : 멈춤

예 : 디나다가(1:52); 디나+다가, 라렬엿다가(1:48); 라렬++엿+다가, 호다가(1:27); 배호+다가, 살앗다가(1:58); 살+앗+다가, 뷔다가(1:30); 뷔+다가

ㅇ. {-(아)다가} : 보탬

예 : 가져다가(1:29); 가지+어다가, 져다가(1:46); 지+어다가

ㅈ. {-(으)매} : 인정

예 : 급재매(1:51); 급재++매, 갓치이매(1:40); 갓치+이+매

ㅊ. {-(으)되} : 조건

예 : 것거디되(1:44); +어+디+되, 되되(1:58); 되+되, 먹으되(1:29); 먹+으되, 브르시되(1:21); 브르+시+되

ㅋ. {-(으)면} : 가정

예 : 겨이면(1:15); 겨+이+면, 먹으면(1:37); 먹+으면, 다면(1:29); 다다르+면

ㅌ. {-오} : 근거

예 : 오(1:2); +오, 샤(1:4); +시+아대, 닐오(1:4); 닐+오

ㅍ. {-거} : 기정사실

예 : 나거(1:23); 나+거, 누엇거(1:60); 눕+엇+거, 버히거(1:37); 버히+거, 내티거(1:12); 내티+거

ㅎ. {-매} : 이유·원인

예 : 나으매(1:6); 낫+으매, 되매(1:35); 되+매, 병들매(1:45); 병+들+매

ㄲ. {-고져} : 희망

예 : 내티고져(1:2); 내티+고져, 효양고져(1:50); 효양++고져, 먹고져(1:23); 먹+고져

ㄸ. {-야도} : 양보

예 : 못야도(1:7); 못++야도

ㅃ. {-으므로} : 이유·원인

예 : 늙으므로(1:9); 늙+으므로

ㅆ. {-(으)라} : 목적

예 : 보라(1:51); 보+라

3.3.5.3.2.2. 보조적 연결어미

보조적 연결어미는 본용언과 보조용언을 이어주는 구실을 한다. 이에는 {-디}, {-아}, {-게}, {-고}가 있다.

(53)ㄱ. {-디}

예 : 가디(1:11); 가+디, 것디(1:52); 걷+디, 공양디(1:15); 공양++디, 그치디(1:5); 그치+디

ㄴ. {-아}

예 : 나아갈(1:39); 나+아+가+ㄹ, 도라가(1:5); 돌+아+가+아, 라와(1:27); +아+오+아, 드러가(1:23); 들+어+가+아

ㄷ. {-게}

예 : 넘게(1:35); 넘+게, 아니케(1:9); 아니+게

ㄹ. {-고}

예 : 거리고(:152); 거리+고

3.3.5.3.3. 종결법 어미

우리말의 종결법 어미는, 상대높임법으로 말할이와 들을이의 상대적 높낮이를 나타내며, 서술법·의문법·청유법·명령법·감탄법을 표현한다. 이는 구어[spoken language]에서 분명하며, 문어[written language]에도 반영이 된다. 그런데 옛 문헌의 경우는 구어의 자료가 많지 않으면, 당시의 종결법 어미를 분석하기가 매우 어렵다.『오륜행실도』의 경우도 거의 문헌 형식으로 되어 있어, 구어의 쓰임을 잘 알 수 없지만, 직접인용 등의 예들에서 분석하는 수밖에 없다.

본고에서는 종결법 어미를 [+높임]과 [-높임]으로 나누고, ‘서술법·의문법·청유법·명령법·명령법’으로 분류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3.3.5.3.3.1. 서술법 어미

서술법은 말할이가 들을이에게 자기의 말을 해버리는 데 그치거나, 약속을 하거나, 또는 느낌을 나타내는 표현법이다.(허웅 1975:487) 이에는 다음과 같은 어미가 쓰인다.

(54)ㄱ. {-다} : [+높임]

예 : 치우리이다(1:2), 하직이다(1:5), 그리리이다(1:6), 나이다(1:19), 잇이다(1:21)

ㄴ. {-다/-라} : [-높임]

예 : 되니라(1:2), 뎨라(1:4), 못리로다(1:4), 리로다(1:4), 사이라(1:4), 죽은디라(1:5), 사이러라(1:5), 못디라(1:6), 허랃디라(1:6), 더라(1:7), 이셔라(1:9), 시다(1:10), 못리라(1:12), 이시다(1:12), 셰오다(1:13), 일더라(1:15), 되니라(1:15), 되리라(1:19), 되버서날디라(1:32), 살리라(1:33), 아니니라(1:33), 복호 (133), 이틀이라(1:35), 어디라(1:19), 아니리라(1:19), 직녜라(1:19), 시니라(1:19), 올나가더라(1:19), 되엿디라(1:39)

3.3.5.3.3.2. 의문법 어미

의문법은 말할이가 들을이에게 대답을 요구하거나, 자기 마음속에 의문을 품어보는 것을 나타내는 표현법이다.(허웅 1975:495) 이에는 다음과 같은 어미가 쓰인다.

(55)ㄱ. {-오} : [+높임]

예 : 버리오(1:40), 모로리오(1:39), 삼으리오(1:19)

ㄴ. {-냐/-뇨} : [-높임]

예 : 봉양소냐(1:6), 잇뇨(1:19)

ㄷ. {-다} : [-높임]

예 : 다(1:21), 아니다(1:27), 죽을다(1:39)

ㄹ. {-고} : [-높임]

예 : 당고(1:20), 두엇고(1:48), 놀날가(1:54)

3.3.5.3.3.3. 명령법 어미

명령법은 말할이가 들을이에게 어떤 행동을 하기를 또는 해주기를 요구 혹은 명령하는 표현법이다.(허웅 1975:516) 여기서 청유법 어미는 찾을 수 없었다.

(56)ㄱ. {-쇼셔} : [+높임]

예 : 구호쇼셔(1:53), 가쇼셔(1:53)

ㄴ. {-라} : [-높임]

예 : 시험하라(1:39), 츠라(1:24), 딕희라(1:25)

3.3.5.3.3.4. 감탄법 어미

감탄법은 말할이가 어떤 일에 감탄하는 것을 표현하는 종결법이다.

(57)ㄱ. {-다} : [-높임]

예 : 샷다(1:21

ㄴ. {-도다/-로다} : [-높임]

예 : 무궁도다(1:61)감탄, 명월쳥풍이로다(1:61)

3.3.5.3. 접미사

동사류에서 나타나는 접미사는 어근과 어미를 제외한 부분으로서, 강세접미사·태접미사·주체높임접미사·시제접미사·객체높임접미사·상대높임접미사·시상접미사가 있다. 이 중에서 강세접미사·태접미사는 파생접미사이고, 나머지는 굴곡접미사다. 파생접미사는 활용에서는 다시 어간을 만들므로, 최현배(1937)에서의 이른바 도움줄기[補助語幹]의 개념에 맞는 것이다.

3.3.5.3.1. 강세접미사

강세접미사는 낱말 뜻을 강하게 해주는 구실을 한다. 이에는 {-치-}가 쓰인다.

(58) {-치-}

예 : 쳣더니(1:27); (ㄷ)+치+엇+다+니, 쳐(1:25); +치+어

3.3.5.3.2. 태접미사

태접미사에는 수동태 접미사와 사동태 접미사가 있다.

3.3.5.3.2.1. 수동태 접미사[passive voice suffix]

수동태는 주어가 어떤 동작의 대상이 되어, 그 작용을 받을 때의 관계를 나타내는 동사의 한 형태인데, 수동태접미사는 능동태의 동사를 수동태의 동사로 만드는 구실을 한다. 이에는 {-이-}가 쓰인다.

(59) {-이-}

예 : 갓치이매(1:40);갓치+이+매, 열리디라(1:54), 열+리++디+라, 뵈여(1:54);보+이+어, 막히여(1:42);막+히+어, 믈리이니(1:30);믈+리+이+니, 잡히여(1:39);잡+히+여

3.3.5.3.2.2. 사동태 접미사[causative voice suffix]

사동태는 남에게 어떤 행동을 시키게 하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동사의 한 형태다. 여기에는 파생접미사 {-이-}가 쓰인다.

(60) {-이-}

예 : 이시다(1:12); +이+시+다, 몰니이니(1:47); 몰+니+이+니(1:47), 누이며(1:45); 눕+이+며, 닙히고(1:2); 닙+히+고, 저히며(1:39); 젛+이+며, 죽이니(1:17); 죽+이+니

3.3.5.3.3. 주체높임접미사

존대접미사는 주체 높임을 나타내는 데 쓰인다. 이에는 {-시-}가 있다.

(61) {-시-}

예 : 감동샤(1:19); 감동++시+아, 므신대(1:5); 믇+으시+ㄴ대, 시다(1:10); +시+다, 졍문시다(1:44); 졍문++시+다

3.3.5.3.4. 시제접미사

시제접미사는 이 책에서 현재 {-Ø-}, 완료 {-앗-}이 쓰인다.

3.3.5.3.4.1. 현재시제접미사

현재시제는 동작이나 상태가 현재임을 나타낸다 현재시제접미사에는 {-Ø-}가 쓰인다.

(62) {-Ø-}

예 : 리로다(1:4); +Ø+로+다, 사이라(1:5); 사+이+Ø+라, 시다(1:10); +Ø+시+다, 셰오다(1:13); 셰오+Ø+다

3.3.5.3.4.2. 완료시제접미사

완료시제는 동작이나 상태가 완료되었음을 나타낸다. 완료시제접미사에는 {-앗-}이 쓰인다.

(63) {-앗-}

예 : 엿더니(1:18); +엿+더+니, 되엿더니(1:21); 되+엿+더+니, 샷다(1:21); +시+앗+다, 두엇거(1:27); 두+엇+거, 밧와시니(1:54); 밧+오+아시+니

3.3.5.3.5. 객체높임접미사

객체높임은 목적어나 부사어에 해당되는 객체를 높이는 것이다. 객체높임접미사에는 {--}이 쓰인다.

(64) {--}

예 : 뵈고(1:45); 뵈++고, 밧와시니(1:54); 밧+오+아시+니

3.3.5.3.6. 시상접미사

시상접미사에는 {-니-}, {-리-}, {-더-} 등이 쓰인다.

3.3.5.3.6.1. 지속 혹은 진행시상접미사

지속 혹은 진행을 나타내는 접미사에는 {-니-}가 쓰인다. 서술어가 동사이면, 진행시상[progressive aspect]이 되고, 형용사나 지정사면, 지속시상[durative aspect]이 된다.

(65) {-니-}

예 : 되니라(1:2); 되+니+라, 오니라(1:12); 오+니+라, 잇뇨(1:19); 잇++뇨, 잇이다(1:21); 잇++이+다, 니니라(1:25); 니+니+라

3.3.5.3.6.2. 회상시상접미사

지난 일을 회상하는 구실을 하는 회상시상[retrospective aspect] 접미사에는 {-더-}가 쓰인다.

(66) {-더-}

예 : 더라(1:27); +더+라, 니더라(1:28); 니+더+라, 놀나더라(1:34); 놀나+더+라, 사이러라(1:5); 사+이+러+라, 향합이러라(1:66); 향합+이+러+라

3.3.5.3.6.3. 추정시상접미사

어떤 동작이나 상태에 대하여 미루어 짐작하는 추정[prospective aspect] 시상접미사에는 {-리-}가 쓰인다.

(67) {-리-}

예 : 치우리이다(1:2); 치우+리+이+다, 리로다(1:4); +리+로다, 그리리이다(1:7); 그리++리+이+다, 되리라(1:18); 되+리+라

3.3.5.3.7. 상대높임접미사

상대높임접미사는 중세국어에서 {--}로 쓰이던 것인데, 이 책에서는 {-이-}로 나타난다. 들을이를 높이는 구실을 하며, 종결어미 {-다} 혹은 {-가}와 같이 쓰인다.

(68) {-이-}

예 : 치우리이다(1:2); 치우+리+이+다, 그리리이다(1:7); 그리++리+이+다

4. 맺는 말

이상으로 『오륜행실도』 ‘효자도’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 책은 18세기 후반에 쓰여진 것으로 서지적·국어학적으로 의미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서지학적으로는 이 책은 『삼강행실도』와 『이륜행실도』를 합한 것이기는 하나, 내용에 있어서는 특히 『삼강행실도』의 대상이 많이 삭제되거나 바뀌었고, 『이륜행실도』는 그대로 옮겨왔다. 내용 설명에서도 『오륜행실도』에서는 먼저 나온 책들보다는 의역이 많고, 자세한 면이 있다.

판화에서도 이전의 행실도류 판화와는 완전히 다른 형식을 나타냈는데, 한 화면에 한 가지 장면만을 묘사했다. 기존 판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구도와 산수표현법 등이 등장하게 되었다.

국어학적으로는 18세기 말의 국어의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국어사적인 변화도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이다. 다만 문어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므로, 종결어미와 같은 실제 대화에서 쓰이는 자료가 풍부하지는 않다. 또한 이번에 다룬 것은 ‘효자도’에 한정되었기 때문에 다른 권에서 나온 자료들로 보완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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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해(1967), 한국어구조론3, 서울:연세대학교 대학원.

박종국(2003), 한글문헌 해제, 서울:세종대왕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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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수(2011), 국어와 국어학, 서울:채륜.

송일기(2001), 조선시대 행실도 판본 및 판화에 관한 연구, 서울:서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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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안병희(1989), 한글 맞춤법 강의, 서울:신구문화사.

최현배(1937), 우리말본, 서울:연희전문학교 출판부(초판), 정음사(개정판).

한글학회(1992), 우리말 큰사전, 서울:어문각.

허웅(1986), 국어 음운학, 서울:샘문화사.

------(1975), 우리 옛말본-형태론-, 서울:샘문화사.

주001)
*<정의>현대국어에서 맞춤법이 제정된 것은 1933년에 조선어학회에서 정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이며, 지금의 『한글 맞춤법』은 1989년 3월 1일부터 시행되도록 문교부에서 고시한 것이다.
주002)
*이는 이른바 형태주의적 표기로 ‘어간’과 ‘어미’, ‘체언’과 ‘조사’를 구분해 적기로 한 『한글맞춤법 통일안』에 앞서 현대 언어학적 인식이 있었음을 말해 준다.(이희승・안병희 1989:158-195)
주003)
*ㆆ, ㅿ, ㆁ, ㆍ, ㅸ, ㅹ’와 같은 글자들이 없어졌다.(박병채, 271-274)
주004)
*예 문헌의 인용은 관례에 따름. 단 책 이름이 없는 것은 『오륜행실도』이며, 쪽 다음에 앞면과 뒷면을 표시하는 ‘ㄱ, ㄴ’은 생략함.
주005)
*<풀이>어간의 끝소리인 ‘ㅂ’이 닿소리 요소 앞에서는 기본형태가 유지가 되지만, 홀소리로 시작되는 요소 앞에서 '오/우(/w/'로 바뀌게 된다.
주006)
*합용병서가 단순한 된소리 표기가 아님은, ‘’이 『계림유사』에서 ‘菩薩’로 표기된 것과 비교해 볼 때 ‘ㅂ’이 발음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이희승·안병희 1989:35)
주007)
*<풀이>‘솣을’, ‘낯을’, ‘빛’, ‘잍은날’로 적어도 발음은 같은데, 그 당시에는 거센소리 앞에 /ㄷ/ 소리가 꼭 발음되었을 이유는 없다.
주008)
*‘ㅎ 말음 체언’에 대한 용어는 많으나, 다른 받침이 있는 체언에도 쓰이는 점을 고려하여, 이 명칭이 맞다고 본다.(성낙수 2011:75-90)
주009)
*지금 쓰고 있는 〈한글 맞춤법〉은 이른바 형태주의로 ‘어간’(엄격히 말하면 ‘어근’)과 ‘어미’, ‘체언’과 ‘조사’를 구분해 적는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어휘형태소는 기본형태를 밝혀 적고, 문법형태소는 변이형태를 그대로 적는다’는 말과 같다.(이희승·안병희 1989: 58-105)
주010)
*<정의>최현배(1937:791-796) 이래로 이는 ‘셈어떤씨[數冠形詞]’로 다루어왔다. 본고에서는 이를 수사에서 파생된 것으로 본다.
주011)
*<풀이>다른 품사와 결합된 경우 합성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두 낱말을 분리했을 때, 앞에 오는 낱말이나 뒤에 오는 낱말이 독립되어 쓰일 수 있으면, 합성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예를 들면, ‘감동하-’는 ‘감동을(도, 만, 까지, 은) 하-’로 분리할 수 있으므로 합성이라고 본다. 이 때의 ‘하-’는 이른바 대동사(代動詞) 혹은 ‘허동사(虛動詞)의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서정수 1994:539-587) 이 경우 ’-‘는 독립된 낱말이므로 파생접사로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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