農家
無遠慮
秋收之後
恃其穀賤
姑息放心
取飽朝夕
釀酒作餠
濫用殆盡故
春夏農務之時
必若飢窘
未得力業
一甁之酒
數器之餠
可活一朔
秋冬
撙節儲積
深藏不費
以備農粮
安東人
今秋
收穫
明年春夏所食
計除堅藏
餘穀
撙節喫破故
農不失業
雖遇凶荒
不患飢餓
北道之人
秋成卽時
濫食無節
不用升斗
作餠炊食
朝飽不計夕飢故
一
13ㄱ
遇不稔
餓殍相望
深思利害
務爲儲積
法
濫費會飮
亦有罪焉
Ⓒ 필자 | 김정국 / 1519년(중종 14)
녀름진 주001) 녀름진: 녀름[農事]+짓-[作]+-(관형사형 어미). 농사짓는. ‘짓’을 자음동화가 일어난 대로 표기하여 ‘진’이 되었다.
지비 먼
혀요미 주002) 혀요미: 혜-[慮]+-옴(명사형 어미)+-이(주격 조사). 헤아림이. 깊게 생각함이. 어간 ‘혜-’의 말음 j 가 그 다음에 연결된 어미 ‘-옴’으로 옮겨 더해져 ‘-욤’이 되었다.
업서
주003) : 가을[秋]. 15세기에는 ‘ㅎ’로 나타난다.
거둔 후에 곡셔기
쳔 주004) 쳔: 쳔-[賤]+-ㄴ(관형사형 어미). 천한 흔한.
주 주005) 주: 줄(의존 명사)+-(목적격 조사). ~줄을. ~것을.
미더 주006) 안 주007) 안
주008) : [心]+-(목적격 조사). 마음을. 15세기에는 ‘’으로 쓰였다.
노하 주009) 됴셔긔 주010) 됴셔긔: 됴셕(朝夕)+-의(처격 조사). 아침저녁에. 조석으로.
주011) : [腹]+-(보조사). 배까지. 여기서 ‘’은 ‘배가 부를 때까지’ 또는 ‘배가 부르도록’의 뜻으로 쓰인 말이다.
머그며 술
비며 주012) 비며: 빚-[釀]+-며(대등적 연결 어미). 빚으며. 담그며.
라 주013) 라: -[作]+-아(연결 어미). 만들어.
넘즈기 주014) 넘즈기: 넘-[濫, 過]+-즉-[형용사 접미사]+-이(부사접미사). 지나치게. 넘치게. 현대어에서 형용사 ‘높직하다’의 파생 부사가 ‘높직이’로 되듯이 여기서도 ‘넘즉다’의 파생 부사가 ‘넘즈기’로 되었다.
주015) : -[用]+-어(연결 어미). 써. 사용하여.
업게
호모로 주016) 호모로: -[爲]+-옴(명사형 어미)+-오로(조격 조사). 함으로. 조사 ‘-오로’는 ‘-로/으로’의 변이된 형태이다.
봄과 녀르메 녀름 힘써 지을
시져 주017) 시져: 시졀(時節)+-(처격 조사). 시절에. 때에. 앞의 대문에서는 ‘시저레’로 표기된 것이 여기서는 ‘시져’로 나타나고 있어 표기의 혼란을 엿볼 수 있다.
반시
주려 주018) 주려: 주리-[飢]+-어(연결 어미). 굶주려. 이 낱말도 앞의 대문에서는 ‘주으리-’로 쓰였는데 여기서는 ‘주리-’로 쓰이고 있어 어형이 유동적임을 알 수 있다.
군급요매 주019) 군급요매: 군급(窘急)-+-욤(명사형 어미)+-애(처격 조사). 군색(窘塞)함에. 군색은 필요한 것이 없거나 모자라서 딱하고 옹색한 것을 말한다.
고로어 주020) 고로어: 고롭-[苦]+-아(연결 어미). 괴로워. 이는 ‘고로와’로 표기되어야 할 어형이 ‘고로어’로 표기되었다.
소어블 주021) 소어블: 소업(所業)+-을(목적격 조사). 생업을. 소업이 여기서는 농사를 가리킨다.
힘써 디 몯니 술과 두어 그릇 기 가히
주022) : [一]+[月]+-(목적격 조사). 한 달을.
살 거시라
과 주023) 과: ㅎ[秋]+-과(접속 조사). 가을과. ‘ㅎ’은 ㅎ종성 체언이므로 ‘콰’로 표기되어야 하지만 ‘과’로 표기된 것을 보아 ‘ㅎ’의 ㅎ종성이 소멸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다음 쪽 13ㄴ에 쓰인 “올 ”에서 보듯이 이에는 ㅎ종성이 유지되고 있어 ㅎ종성의 표기가 동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겨레 주024) 겨레: 겨[冬]+-에(처격 조사). 겨울에. 15세기에는 ‘겨’로 표기되었다.
존졀 주025) 존졀(撙節): 씀씀이를 아껴 알맞게 씀. 절약함.
야
뎌 주026) 뎌: 디-[儲]+-어(연결 어미). 아끼고 모아 두어. 여투어.
기피 주027) 기피: 깊-[深]+-이(부사 접미사). 깊이.
간 주028) 고
허비티 주029) 허비티: 허비(虛費)-+-디(보조적 연결 어미). 허비하지. 헛되이 쓰지.
말라 녀름
13ㄴ
지을
시게 주030) 시게: 식(糧食)+-에(처격 조사). 양식에.
예비라 안 사미
올 주031) 주032) : ㅎ[秋]+-(처격 조사). 가을에.
거두워 주033) 거두워: 거두-[收]+-어(연결 어미). 거두어. 어간 말음 ㅜ의 영향으로 어미 ‘-어’가 ‘-워’로 교체되었다.
간슈 주034) 야
년 주035) 봄 녀름 머글 거 혜아려
더러 주036) 더러: 덜-[減]+-어(연결 어미). 덜어내어.
구디 주037) 구디: 굳-[堅]+-이(부사 접미사). 굳게. 단단히.
간고
나믄 주038) 나믄: 남-[餘]+-은(관형사형 어미). 남은.
곡셔그로 존졀야 머그므로 녀름지이예 소어블
일티 주039) 일티: 잃-[失]+-디(보조적 연결 어미). 잃지.
아니며 비록
가난 주040) 만나 주리기 근심 아니니라 븍도 사 곡셕 닉거든
즉재 주041) 즉재: 즉시. 곧. 15세기 국어에서 ‘즉재’와 ‘즉자히’가 공존하였다.
너무 머거 존져리 업서
되 주042) 되: 되[升]. 곡식, 가루, 액체 따위를 담아 분량을 헤아리는 데 쓰는 그릇.
마 주043) 마: 말[斗]+-(목적격 조사). 말을. 한 말은 한 되의 열 배이다.
디 아니야 글 며
바 주044) 지어 아 브르매
나죄 주045) 나죄: 저녁. ‘석(夕)’을 뜻하는 ‘나죄’는 중세 국어에서 ‘나조ㅎ’의 형태로도 많이 쓰였다.
주릴 주 혜아리디
아니모로 주046) 아니모로: 아니-[不]+-ㅁ(명사형 어미)+-오로(조격 조사). 아니함으로. 중세 국어에서 부정을 나타내는 보조 용언 ‘아니-’에 모음이나 유성자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제외)가 연결되면 수의적으로 ‘--’가 탈락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리하여 여기서도 ‘아니→아님’이 되었다.
버니나 주047) 버니나: 번[一回]+-이나(보조사). 한 번이라도.
녀름
사오나오 주048) 사오나오: 사오납-[不良]+-(명사형 어미)+-(목적격 조사). 좋지 않음을.
만나면 주려 죽 사미
서 주049) 서: 서로[相]. 15세기에는 ‘서르’로 나타난다.
14ㄱ
라니 주050) 바라니: 바라-[望]+-니(종속적 연결 어미). 바라보니.
기피
니며 주051) 니며: 니-[利]+-며(대등적 연결 어미). 이로우며.
해로오 주052) 해로오: 해[害]+-롭-(형용사 접미사)+-ㅁ(명사형 어미)+-(목적격 조사). 해로움을.
혜아려 힘써
뎨뎍 주053) 라 법에 너모 허비며
모다셔 주054) 모다셔: 몯-[會]+-아셔(종속적 연결 어미). 모여서.
술
머고미 주055) 머고미: 먹-[食]+-옴(명사형 어미)+-이(주격 조사). 먹음이. 먹는 것이.
죄 인니라
Ⓒ 언해 | 김정국 / 1519년(중종 14) 10월
농사짓는 집이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가을걷이를 한 후에 곡식이 흔한 줄만 믿고 잠깐 마음을 놓아 조석으로 배가 부르도록 먹으며 술을 빚고 떡을 만들면서 지나치게 곡식을 써 없게 한 탓으로 봄과 여름이 되어 힘써 농사를 지을 때 반드시 굶주리고 군색(窘塞)함으로 지쳐 농사를 힘써 짓지 못하게 되니, 술 한 병과 떡 두어 그릇으로 가히 한 달을 살아야 될 것이다. 가을과 겨울에 절약하고 아껴서 깊이 간수하고 허비하지 말라. 농사지을 양식을 미리 준비해 두어라. 안동(安東) 사람은 올 가을에 거두어 간수한 것에서 내년 봄과 여름에 먹을 것을 헤아려 덜어내어서는 단단히 간수하고 남은 곡식으로 절약하여 먹음으로써 농사짓는 일을 잃지 아니하며 비록 흉년을 만나도 굶주림을 걱정하지 않는다. 북도(北道) 사람은 곡식이 익으면 〈수확하여〉 너무 먹어 절약함이 없고 되[升]와 말[斗]을 사용하지 않은 채 떡을 만들고 밥을 지어 아침에 배부르게 먹으매 저녁에 배고플 줄은 헤아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 번이라도 농사가 흉작을 만나면 굶어 죽는 사람이 서로 바라볼 뿐이니,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을 깊이 헤아려 힘써 저축하여라.
법에는, 너무 허비하며 모여서 술 먹는 것이 또한 죄가 된다.
Ⓒ 역자 | 김문웅 / 2010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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