殺人第十三
人命至重
彼我無間
暴惡之人
或因貪財
或因讎怨
暮夜無人之中
潛行殺害
自以謂得計
上天
臨下孔昭
鬼神
在傍
早晩發露
必蒙殃孽
17ㄴ
戕殺無罪之人
保全平生者
自古未有
法
謀殺人爲首者斬
下手者絞
因而得財者
不分首從皆斬
咀呪殺人者斬
同居人
雖不知情
流二千里
用毒藥殺人者斬
故用毒蟲蛇咬人致死者斬
朽橋毁船
深水泥濘
故欺人令過渡致死者絞
Ⓒ 필자 | 김정국 / 1519년(중종 14)
사
이 주001) 이: (命)+-이(주격 조사). 생명이. 목숨이.
지그기 주002) 지그기: 지극히. 15세기 문헌에는 ‘至極히’로 표기되어 있다.
디라 주003) 디라: -[重]+-ㄴ디라(종속적 연결 어미). 소중한지라. 소중하므로.
뎌와 나왜 주004) 뎌와 나왜: 뎌[彼]+-와(접속 조사)+나[我]+-와(접속 조사)+-ㅣ(주격 조사). 남과 내가. 두 개 이상의 체언 항목을 나열할 때 사용되는 접속 조사 ‘-과/-와’를 중세 국어에서는 나열되는 맨 끝의 항목에도 붙인 다음 필요한 조사를 다시 연결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문법 질서에 따라 ‘뎌와 나왜’에서도 끝 항목의 ‘나’ 다음에 ‘-와’를 달고서 주격 조사 ‘-ㅣ’를 연결하였다. 어찌 보면 마지막 항목의 접속 조사는 문법적으로 잉여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중세 국어에서도 이러한 질서는 유동적이서 끝 항목에 ‘-와/과’를 붙이지 않는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 현대 국어에 와서는 접속 조사의 이런 용법이 물론 존재하지 않는다.
간겨기 주005) 간겨기: 간격(間隔)+-이(주격 조사). 간격이. 차이가.
업스니
포악 주006) 포악: 포악-[暴惡]+-ㄴ(관형사형 어미). 사납고 악한.
사미 혹
믈 주007) 탐요 주008) 탐요: 탐-[貪]+-욤(명사형 어미)+-(목적격 조사). 탐함을. 탐하기를. 가지거나 차지하고 싶어 욕심내기를.
인며 혹
원 주009) 원: 원슈(怨讐)+-ㅣ(주격 조사). 원수가.
되여 원을 인야
어드운 주010) 어드운: 어듭-[暗]+-은(관형사형 어미). 어두운. 훈민정음 초기 문헌에는 ‘어드’으로 나타난다.
밤 사 업슨
저긔 주011) 저긔: 적[時]+-의(목적격 조사). 적에. ~때에.
마니 주012) 주기
18ㄱ
고
제 주013) 너기되 주014) 너기되: 너기-[思]+-되(종속적 연결 어미). 여기되. 어미 ‘-되’가 15세기에는 삽입 모음이 수반된 ‘-오/우’로 쓰였으므로 ‘너기되’가 15세기에는 ‘너교’로 나타난다.
잘호라 주015) 잘호라: 잘-[能]+-오라(과거 시제 평서법 어미). 잘하였다.
니
하히 주016) 하히: 하ㅎ[天]+-이(주격 조사). 하늘이. ‘하ㅎ’은 ㅎ종성 체언이다.
아래 보시 심히
기 주017) 기: -[明]+-이(부사 접미사). 밝히.
시고
귀시니 주018) 귀시니: 귀신(鬼神)+-이(주격 조사). 귀신이.
겨 주019) 인디라 아모 제나 나타나 반시
앙어 주020) 어: 얼(殃孼)+(목적격 조사). 앙화(殃禍)를. 지은 죄의 앙갚음으로 받는 재앙을.
닙니 죄 업슨 사
주기고 평 주021)
보젼 주022) 보젼: 보젼-[保全]+-ㄹ(관형사형 어미). 보호하여 유지할.
쟤 주023) 쟤: 쟈(者)+-ㅣ(주격 조사). 자(者)가. 사람이.
녜록 주024) 녜록: 녜[古]+-록(조격 조사). 예로. 조사 ‘-록’은 조격 조사 ‘-로’의 강세형이다.
브터 주025) -브터: -부터(보조사). ‘브터 〉부터’ (원순모음화).
잇디 아니니라 법에
야셔 주026) 야셔: -[謀]+-야셔(종속적 연결 어미). 꾀하여서. 모의(謀議)하여서.
사 주기매
읏듬 주027) 으로 쟈 목 버히고 손
디 주028) 디: 딯-[搗]+-(관형사형 어미). 찧은. 손을 댄. 여기서는 손으로 친다는 뜻이다. 한문 원문에는 “손 디”을 ‘下手(하수)’로 나타내고 있는데 ‘하수’는 손을 대어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노 목 아 주기고 인여셔 므를 어든 노 읏드미며 조차 니 노 분간티 아니야 목 버히고
노을구러 주029) 노을구러: 노을굴-[咀呪]+-어(연결 어미). 저주하여. ‘노을구러’를 규장각본(1658)에는 “방졍야”(18ㄱ)로 번역하고 있는데, ‘방졍다’는 주술을 쓴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남에게 재앙이나 불행이 일어나도록 빈다는 말이다.
사 주기 노란 목 버히고
주030) 사 사믄
비록 주031) 을 아디 몯
18ㄴ
나
뉴 이쳔리 주032) 보내고 독 약을 사 주긴 노 목 버히고
부러 주033) 독
벌어지 주034) 벌어지: 벌레. 15세기에는 ‘벌에’가 쓰였으며 ‘벌어지’는 방언형으로 보인다.
며
여므로 주035) 여므로: 염[蛇]+-으로(조격 조사). 뱀으로.
주036) : 써. ‘’[用]를 쓸 자리에 ‘’가 쓰였다. ᄥ은 이 문헌을 비롯해 17세기의 두 문헌에 그 용례가 등장한다. 된소리를 표기하는 한 방식으로 ᄥ의 사용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사
믈여 주037) 믈여: 믈-[咬]+-이-(사동 접미사)+-어(연결 어미). 물게 하여. ‘믈다〉물다’(원순모음화).
죽게 쟈 목 버히고
서근 주038) 서근: 석-[朽]+-은(관형사형 어미). 썩은. ‘석다〉썩다’(경음화).
리 주039) 며
헌 주040) 헌: 헐-[毁]+-ㄴ(관형사형 어미). 낡아서 쓸 수 없는. 어간 말음 ㄹ이 ㄴ 앞에서 탈락하였다.
과 주041) 과: [舟]+-과(접속 조사). 배와. 중세 국어에서 접속 조사 ‘-와/과’는 체언의 음운 조건에 따라 현재와 같이 체언의 끝소리가 모음인 경우에는 ‘-와’, 자음인 경우에는 ‘-과’로 교체되지만, 체언의 끝소리가 ㄹ일 경우에는 현재와 달리 ‘-와’가 쓰였다. 그런데 여기서는 ‘’ 아래에서 ‘-과’가 쓰였다. 이처럼 ‘-와’가 실현되어야 할 환경에서 ‘-과’가 나타나는 혼란이 16세기부터 종종 발견된다.
기픈
므리며 주042) 므리며: 믈[水]+-이며(저복 조사). 물과. ‘믈〉물’(원순모음화).
즈러 주043) 수의 주044) 수의: 수의-[水濘]+-(관형사형 어미). 수렁이 된. 진창이 된. 규장각본(1658)에는 축약형인 ‘쉬’으로 되어 있다.
부러 사
소겨 주045) 소겨: 속-[欺]+-이-(사동 접미사)+-어(연결 어미). 속여.
디내며 주046) 디내며: 디나-[通過]+-ㅣ-(사동 접미사)+-며(대등적 연결 어미). 지나게 하여.
건너여 주047) 건너여: 건너-[渡]+-여(연결 어미). 건너서.
죽게 노 목 아 주기라
Ⓒ 언해 | 김정국 / 1519년(중종 14) 10월
사람의 목숨이 지극히 소중하므로 남과 나 사이에 간격이 없으니, 즉 남이나 나나 서로 다르지 아니하니, 포악한 사람이 혹 재물을 탐함으로 인하여, 또는 원수가 되어 맺힌 원망을 인하여 어두운 밤 사람 없는 때에 몰래 죽이고는 제 스스로 잘하였다고 여긴다. 그렇지만 하늘이 아래로 굽어보시기를 가장 밝히 하시고, 귀신이 곁에 있어서 아무 때나 나타나 반드시 재앙(災殃)을 입게 되니,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평생을 보전할 자가 예로부터 있지 않다.
법에는, 모의(謀議)하여서 사람을 죽인 경우에 우두머리는 목을 베고, 손을 대어 죽인 자는 목 졸라 죽이며, 이로 인하여 재물을 얻은 자는 우두머리와 따라다니는 부하를 구별하지 않고 목을 벤다. 주술을 써서 사람을 죽인 자도 목을 베고, 함께 살던 사람은 비록 그 뜻을 알지 못하였더라도 이천(二千) 리 밖으로 귀양 보내며, 독약을 사용하여 사람을 죽인 자는 목을 벤다. 고의로 독을 가진 벌레와 뱀으로써 사람을 물려 죽게 한 자도 목을 베고, 썩은 다리[橋]와 낡아서 쓸 수 없는 배[舟]와 깊은 물과 질어서 수렁이 된 곳에 고의로 사람을 속여 건너 지나가게 하여 죽게 한 자는 목 졸라 죽이라 하였다.
Ⓒ 역자 | 김문웅 / 2010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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