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여훈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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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 신정(愼靜)


여훈언해 하:31ㄱ

愼신靜졍第뎨十십一일
婦부人인之지德덕은 莫막大대乎호端단己긔오 端단己긔之지要요은 莫막重듕乎호愼신靜졍ㅣ니 故고로 一일念렴之지微미와 獨독處쳐之지際제를 不블可가不블愼신ㅣ니라 謂위無무有유見견乎호ㅣ나 能능隱은於어天텬乎호아 謂위無무有유知디乎호ㅣ나 不블欺긔於어心심乎호아 故고로 肅슉然연警경惕텩야 恒存존乎호矩구度도며 湛담然연純슌

여훈언해 하:31ㄴ

一일야 不블干간乎호非비僻벽고 動동擧거之지際졔예 如여對舅구姑고며 閨규房방之지間간에 如여臨림師保보야 居거富부貴귀也야애 而이恒懼구乎호驕교盈영며 居거貧빙賤쳔也야애 而이恒懼구乎호放방失실며 居거安안寧령也야애 戰젼戰젼乎호如여蹈도虎호尾미며 兢긍兢긍然연若약履니春츈氷빙니 故고로 奉봉巵치于우手슈야 若약將쟝傾경焉언며 擇地디而이旋션야 若약將쟝陷함焉언은 所소以이愼신之

여훈언해 하:32ㄱ

지至지也야니라 是시故고로 不블惰타於어冥명冥명며 不블驕교於어昭쇼昭쇼야 行之지以이誠셩고 持디之지以이敬경며 念념慮녀有유常샹야 動동則즉無무失실며 思患환預여防방야 愼신則즉無무禍화니 此則즉良냥婦부之지靜졍德덕ㅣ오 貞뎡女녀之지幽유行也야니라 苟구或혹一일息식不블愼신ㅣ면 災害해攸유萃오 少쇼有유一일失실ㅣ면 損손德덕終죵身신리니 雖슈至지靜졍之지中듕ㅣ나 若약十십手슈之지所소指지

여훈언해 하:32ㄴ

며 至지幽유之지處쳐나 若약十십目목之지所소視시니라 中듕庸용에 曰왈戒계愼신乎호其기所소不블覩도며 恐공懼구乎호其기所소不블聞문ㅣ라 니 誠셩能능謹근之지如여此면 則즉百福복ㅣ 來臻진矣의리니 凡범發발一일言언며 行一일善션며 爲위一일事애 皆要요和화平평야 使夫부婦부子妾쳡과 大대小쇼上샹下하로 相샹安안고 如여有유不블和화어든 則즉調됴順슌之지며 夫부主쥬之지怒로를 則즉勸권解之지

여훈언해 하:33ㄱ

고 若약羣군小쇼之지微미過과를 則즉隱은藏장之지야 使內外외大대小쇼相샹安안이 此爲위賢현德덕之지婦부歟여뎌
Ⓒ 구결 | 최세진 / 1532년(중종 27)

고요  삼가 第뎨十십一일이라
婦부人인의 德덕은 몸 端단졍케 홈만 주001)
단(端)졍케 홈만:
단정하게 하는 것만큼.
크니 업고 몸 端단졍케  종要요 주002)
종요(要):
요점. 종지(宗旨)의 요긴한 뜻. 종요(宗要).
 고요  삼갈 만 重듕니 업니 故고로  念념 주003)
 념(念):
오직 한 가지 생각. 일념(一念). 본문에 나오는 “ 念의 쟈근 것”(一念之微)은 한 가지 생각의 작은 부분이라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생각의 작은 부분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됨을 교훈하는 구절이다. 옛글인 「술고 칠수(述古七首)」에서 ‘일념지미(一念之微)’에 대해 다음과 같이 교훈한 내용을 볼 수 있다. “성현이 배우는 자에게 말씀하시기를, 예로부터 성현은 방심한 적이 없다 하셨으니 한 생각의 작은 것도 마땅히 깊이 삼가야 할 것이다.[聖賢謂學者曰 自古無放心底聖賢 一念之微 所當深謹]”.
의 쟈근 것과 혼자 인 이 주004)
혼자 인 이:
혼자 있는 동안. 홀로 처해 있는 때. 독처(獨處). 본문에 보면 독처(獨處)하는 것을 삼가라고 하였는데, 이는 보통 사람이 독처하게 되면 사특한 생각이 일어나거나 못된 짓을 하게 될 염려가 있으므로 독처하기를 삼가라고 한 것이다. 이러한 교훈을 다음의 글에서 볼 수 있다. “한가히 거하고 홀로 처할 때에는 사특한 생각이 일어나는 것이다. 사특한 생각이 하나라도 있으면 바로 막고 제지하는 것이 바로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성(誠)이다.[閑居獨處之際 邪無興焉 一有邪思 卽遏制之 乃不自欺之誠也]”〈『심경부주(心經附註)』〉.
를 可가히 삼가디 아니티 몯리니 보리 주005)
보리:
보는 사람이.
이시미 업다 니나 能능히 하애 숨기랴 알리 주006)
알리:
아는 사람이.
이시미 업다 니나 을 소기디 주007)
소기디:
속이지[欺].
아닌냐 주008)
아닌냐:
아니-[不]+-냐(의문법 어미). 아니하느냐. 어간 ‘아니-’는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수의적으로 어간 말음 ‘ㆍ’가 탈락하여 ‘아닣-’으로 교체된다. 그리하여 ‘아닣-’의 말음 ㅎ은 다시 ㄴ, ㅁ 앞에서는 ㄴ으로 교체되고, ㄱ, ㄷ을 만나면 ㅎ과 합쳐서 ㅋ, ㅌ이 된다. ¶光明이 긋디 아니킈 고(석보상절 9:32ㄴ). 사 相이 이저디디 아니호미(능엄경 언해 8:24ㄴ). 堅固야 야디디 아닌니라(능엄경 언해 6:42).
故고로 싁싁

여훈언해 하:33ㄴ

티고 주009)
티고:
깨닫고.
두려야 덛덛이 주010)
덛덛이:
떳떳이. 늘. 한결같이.
규矩구 주011)
규구(矩):
규율. 규구(規矩).
와 법度도를 두며 말가히 주012)
말가히:
말가-[淸]+-이(부사 접미사). 말갛게.
純슌一일 주013)
순일(純一):
슌일. 다른 것이 섞이지 않고 순수함.
야 그르며 주014)
그르며:
그릇되며. 옳지 않으며.
편僻벽 주015)
편벽(僻):
한쪽으로 치우쳐 공평하지 못함. 편벽(偏僻).
 干간티 주016)
간(干)티:
간-[干與]+-디(보조적 연결어미). 관계하여 참여하지.
아니고 움즈기며 니러날 제 舅구姑고 對야며 閨규房방 이예 스승이며 保보 주017)
보(保):
고용인. 심부름꾼.
이 臨님연 야 가으멸며 주018)
가으멸며:
가으멸-[富]+-며(대등적 연결어미). 부요(富饒)하며. 중세 국어에서는 ‘가멸다’로 나타난다.
貴귀  居거욤애 주019)
거(居)요매:
거-[居]+-요-(삽입모음)+-ㅁ(명사형 어미)+-애(처격 조사). 거(居)함에. 용언 어간 ‘-’의 명사형은 삽입모음 ‘-오-’와 명사형 어미 ‘-ㅁ’을 연결하여 ‘홈’으로 됨이 일반적인 현상이나 때로는 삽입모음 ‘-오-’ 앞에 반모음 j를 더하여 ‘욤’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덛덛이 驕교오 주020)
교(驕)오:
교만하고 건방짐. 교오(驕傲). ‘교오과’의 ‘-과’는 접속 조사 ‘와/과’이다. 이 시기에는 모음 아래에서도 ‘-와’ 대신 ‘-과’가 혼용되는 경우가 자주 등장한다.
과 홈을 두려며 가난며 비賤쳔 주021)
비천(賤):
비쳔. 낮고 천함. 비천(卑賤).
  居거요매 덛덛이 放방춍[죵]과 그믈 주022)
그믈:
그-[失]+-ㅁ(명사형 어미)+-을(목적격 조사). 그릇됨을.
주023)
방(放)죵과 그믈:
제멋대로 함과 그릇됨을. ‘방죵과 그믈’을 한문 원문에서는 ‘방실(放失)’이라 하고 있는데, ‘방실’의 뜻은 반성할 줄 몰라 마음을 보존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양심이 작용하지 못하는 타락한 상태를 가리킨다.
두려며 편安안  居거요매 戰젼戰젼 주024)
전전(戰戰):
젼젼. 몹시 두려워서 벌벌 떪.
【戰젼戰젼은 저프닷 주025)
저프닷:
젛-[懼]+-브-(형용사 접미사)+-다(평서법 어미)+ㅅ(사이시옷). 두렵다고 하는.
마리라】
히 범의 이 주026)
이:
꼬리[尾]. 중세 국어에서는 ‘리’로 나타난다.

여훈언해 하:34ㄱ

며
주027)
며:
밟듯하며.
兢긍兢긍 주028)
긍긍(兢兢):
삼가고 두려워함.
【兢긍兢긍은 삼가닷 마리라】히 봄 어 주029)
어:
얼음[氷].
드  주030)
드 :
디딘 듯[踏].
니 故고로 잔을 손애 받드러 將쟝 기우러딜 시 주031)
기우러딜 시:
기울어질 듯이. 여기서의 ‘시’는 ‘이’의 말음 ㅅ을 다음 음절의 초성에 반복해서 적은 이중 표기이다. 이른바 중철(重綴) 표기이다.
며  야 주032)
야:
가리어. 골라서.
도라 將쟝 딜 시 주033)
딜 시:
빠질 듯이.
은  삼가기 至지극히  배니라 이런 故고로 어두운  게으르디 아니며 근  주034)
근 :
밝은 곳.
驕교만티 아니야 行호믈 졍誠셩으로 고 持디호믈 주035)
지(持)호믈:
디호믈. 디-[助]+-오-(삽입모음)+-ㅁ(명사형 어미)+-을(목적격 조사). 돕기를.
공敬경으로 며 念념慮녀 주036)
염려(念慮):
념녀. 앞일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마음을 써서 걱정함.
ㅣ 덛덛미 이셔 움즉이매 그르미 주037)
그르미:
그르-[失]+-ㅁ(명사형 어미)+-이(주격 조사). 그릇됨이. 바로 앞장(하:33ㄴ)에는 ‘그믈’로 표기된 예가 등장한 바 있다.
업스며 患환을 각야 미리 마가 삼가 禍화를 업게 니 이

여훈언해 하:34ㄴ

어딘 婦부의 靜졍 주038)
정(靜):
졍. 정숙(靜淑)한. ‘정숙(靜淑)’은 여자의 성품과 몸가짐이 조용하고 얌전함을 이르는 말이다.
德덕이오 貞뎡女녀 주039)
정녀(貞女):
뎡녀. 슬기롭고 절개가 굳은 여자. 결혼하지 않은 여자.
幽유 주040)
유(幽):
깊은. 그윽한.
行실이니라 진실로 或혹  수미 주041)
 수미:
한 번 쉬는 숨이.
나 삼가디 아니면 災앙과 害해로오미 모 주042)
모:
몯-[會]+-(관형사형 어미). 모이는.
배오 죠고매 주043)
죠고매:
조금.
 그르미 이시면 德덕을 損손해야 몸을 리니 주044)
리니:
-[終]+-리-(미래 시제 선어말어미)+-니(종속적 연결어미). 마칠 것이니.
비록 至지극이 고요 가온나 열 소니 치 바티 며 주045)
열 소니 치 바티 며:
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바와 같이 하며. 즉 아무리 은밀한 곳에서 혼자 한 일이라 하더라도 열 손가락으로 가리킬 정도로 다 드러나게 되므로 조심하라는 말이다. 한문 원문에는 ‘十手之所持’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대학』에 있는 다음의 구절에서 인용한 것이다. “曾子曰 十目所視 十手所持 其嚴乎.”(증자가 말하기를, 열 눈이 보는 바이고 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바이니 그 엄숙함이여.) 증자가 한 말의 뜻은 비록 어둡고 혼자 있더라도 선악은 감출 수 없는 법이니 조심하고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음을 교훈하는 말이다.
至지극이 그윽 고디나 열 누니 보 바티 디니라 주046)
열 누니 보 바티 홀디니라:
열 개의 눈이 보고 있는 것같이 해야 할 것이다[十目之所視]. 즉 아무리 자기밖에 모르는 자기 내면의 일이라도 결국 다른 사람이 다 알게 되므로 항상 조심해야 된다는 말이다. (앞 항목 참조).
中듕庸용 주047)
중용(中庸):
듕용. 공자(孔子)의 손자인 자사(子思)의 저작이라 알려졌다. 오늘날 전해지는 것은 오경(五經)의 하나인 『예기(禮記)』에 있는 〈중용편(中庸篇)〉이 송(宋)나라 때 단행본이 된 것으로, 『대학(大學)』, 『논어(論語)』, 『맹자(孟子)』와 함께 사서(四書)로 불리고 있으며, 송학(宋學)의 중요한 교재가 되었다. 여기서 ‘中’이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 ‘용(庸)’이란 평상(平常)을 뜻한다. 인간의 본성은 천부적(天賦的)인 것이기 때문에 인간은 그 본성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본성을 좇아 행동하는 것이 인간의 도(道)이며, 도를 닦기 위해서는 궁리(窮理)가 필요하다. 이 궁리를 교(敎)라고 한다. 『중용』은 요컨대 이 궁리를 연구한 책이다. 즉 인간의 본성은 한 마디로 말해서 성(誠)일진대, 사람은 어떻게 하여 이 성(誠)으로 돌아가는가를 규명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애 오 그 보디 몯 바애 경戒계며 삼가며 그 듣디 몯 바애 두려다 니 진실로 能능히 삼

여훈언해 하:35ㄱ

가믈 이러 면 일百 福복이 와 니리니 믈읟  말 發발며  어딜기를 行며  일 매 다 和화며 平평을 要요야 夫부ㅣ며 婦부ㅣ며 子ㅣ며 妾쳡과 크니며 주048)
크니며:
크-[大]+-ㄴ(관형사형 어미)+이(人, 의존 명사)+-이며(접속 조사). 큰 사람이며. 여기서 큰 사람[大人]은 성인을 가리킨다.
쟈그니 주049)
쟈그니:
쟉-[小]+-ㄴ(관형사형 어미)+이(人, 의존 명사). 작은 사람. 즉 어린 사람을 가리킨다.
며 우히며 아래로 여곰 서 편안케 고 만일 和화티 아니미 잇거든 곧 調됴화 주050)
조(調)화:
됴화. 서로 잘 어울림. 조화(調和).
야 順슌케 며 夫부主쥬의 怒노 곧 勸권야 프러 리고 주051)
프러리고:
플-[解]+-어(연결어미)+리-[棄]+-고(대등적 연결어미). 풀어버리고.
만일 모 아릐 주052)
아릐:
아[兒]+-(복수 접미사)+-의(관형격 조사). 아이들의. 원래 복수 접미사는 ㅎ종성을 가진 ‘-ㅎ’이었으나 여기서는 ㅎ종성이 소실되었다.
쟈근 허믈을 곧 숨겨 초와 주053)
초와:
감초-[藏]+-아(연결어미). 감추어.
안히며 밧기며 주054)
밧기며:
[外]+-이며(접속 조사). 밖이며.
크며 쟈그니로 여곰 서 편안케 호

여훈언해 하:35ㄴ

미 이 어딘 德덕읫 婦부ㅣ 될딘뎌 주055)
될딘뎌:
되-[爲]+-ㄹ딘뎌(평서법 어미). 될 것이다. ‘-ㄹ딘뎌’는 ‘마땅히 그러할 것이다’의 뜻을 영탄조로 장중하게 나타낼 때 쓰이는 어미이다.
Ⓒ 번역 | 최세진 / 1532년(중종 27)

제11. 고요한 가운데 삼가기
결혼한 여자의 덕은 몸을 단정하게 하는 것만큼 큰 것이 없고, 몸을 단정하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조용한 가운데 신중히 하는 만큼의 소중한 것이 없다. 그러므로 한 가지 작은 생각에 처하고 혼자 있는 때에 처하여 가히 삼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니, 보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지만 능히 하늘 앞에 숨길 수 있으랴?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마음을 속이는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엄숙히 깨닫고 두렵게 여겨 떳떳이 규율과 법칙을 두며, 맑고 순수하여 옳지 않고 공평하지 못한 데에 간여하지 아니한다. 움직이며 일어날 때는 시부모를 대하듯이 하며 부녀자가 거처하는 방[閨房] 사이에 스승이나 교육을 맡은 분이 왕림한 듯이 한다. 부귀한 가운데 거함으로 인해 늘 교만하고 풍요해할까 두려워하며, 가난하며 비천한 가운데 거함으로 인해 늘 방종하고 양심이 그릇될까 두려워하며, 편안한 가운데 거함으로 인해 벌벌 떨면서【전전(戰戰)은 두렵다는 말이다.】 호랑이의 꼬리를 밟듯하며, 조심스럽게【긍긍(兢兢)은 삼가다는 말이다.】 봄날에 얼음을 디디듯하니, 그러므로 잔을 손에 들었을 때 자칫 기울지 않을까 , 땅 위의 일정한 자리에서 회전하면 자칫 어지럼에 빠지지 않을까 해서 조심하기를 극진히 해야 할 것이다. 이러므로 어두운 곳에서 〈남이 보지 않는다고〉 게을리 하지 말며, 남이 볼 수 있는 밝은 데서는 교만하지 말고 행하기를 정성되게 하고, 돕기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하며, 염려는 떳떳함이 있어(정도(正道)를 가기 때문에) 움직여도 그릇됨이 없고, 환난을 생각하여 미리 막고 조심해서 화(禍)를 없게 하니, 이것이 어진 아내의 정숙(靜淑)한 덕이요, 절개가 굳은 여자의 깊은 행실이다. 진실로 혹 한 번 숨을 쉼에 조심하지 아니하면 재앙과 해로움이 모이는 바이고, 조그만 하나의 잘못이라도 있으면 덕(德)에 손해를 입고 목숨을 마칠 것이니, 비록 지극히 조용한 가운데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열 손가락으로 가리킬 정도로 다 드러나는 바이고, 지극히 깊숙한 내면의 일이지만 열 개의 눈이 주시할 정도로 훤히 들여다보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중용』에 이르기를, “그 볼 수 없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신중하며, 그 들을 수 없는 것에 대해 두려워한다.”라고 하였으니, 진실로 능히 신중하기를 이렇듯이 하면 백 가지 복이 찾아올 것이다. 무릇 말 한 마디 하고 어진 것을 한 가지 행하고 한 가지 일을 함에 있어서 모두 화목함과 평안함이 요구되어 남편이나 아내나 자식이나 첩이나 큰 사람이나 어린 사람,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으로 하여금 서로 편안하게 할지언정, 만일 화목하지 않음이 있다면 곧 조화를 이루어 따르도록 할 것이며, 남편의 노여움은 곧 풀도록 권한다. 만일 모든 아이들의 조그만 허물을 곧 숨겨 주고 감춰서 안팎의 사람이나 큰 사람이나 어린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편안하게 하면 이는 어진 덕을 지닌 아내가 될 것이다.
Ⓒ 역자 | 김문웅 / 2014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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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단(端)졍케 홈만:단정하게 하는 것만큼.
주002)
종요(要):요점. 종지(宗旨)의 요긴한 뜻. 종요(宗要).
주003)
 념(念):오직 한 가지 생각. 일념(一念). 본문에 나오는 “ 念의 쟈근 것”(一念之微)은 한 가지 생각의 작은 부분이라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생각의 작은 부분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됨을 교훈하는 구절이다. 옛글인 「술고 칠수(述古七首)」에서 ‘일념지미(一念之微)’에 대해 다음과 같이 교훈한 내용을 볼 수 있다. “성현이 배우는 자에게 말씀하시기를, 예로부터 성현은 방심한 적이 없다 하셨으니 한 생각의 작은 것도 마땅히 깊이 삼가야 할 것이다.[聖賢謂學者曰 自古無放心底聖賢 一念之微 所當深謹]”.
주004)
혼자 인 이:혼자 있는 동안. 홀로 처해 있는 때. 독처(獨處). 본문에 보면 독처(獨處)하는 것을 삼가라고 하였는데, 이는 보통 사람이 독처하게 되면 사특한 생각이 일어나거나 못된 짓을 하게 될 염려가 있으므로 독처하기를 삼가라고 한 것이다. 이러한 교훈을 다음의 글에서 볼 수 있다. “한가히 거하고 홀로 처할 때에는 사특한 생각이 일어나는 것이다. 사특한 생각이 하나라도 있으면 바로 막고 제지하는 것이 바로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성(誠)이다.[閑居獨處之際 邪無興焉 一有邪思 卽遏制之 乃不自欺之誠也]”〈『심경부주(心經附註)』〉.
주005)
보리:보는 사람이.
주006)
알리:아는 사람이.
주007)
소기디:속이지[欺].
주008)
아닌냐:아니-[不]+-냐(의문법 어미). 아니하느냐. 어간 ‘아니-’는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수의적으로 어간 말음 ‘ㆍ’가 탈락하여 ‘아닣-’으로 교체된다. 그리하여 ‘아닣-’의 말음 ㅎ은 다시 ㄴ, ㅁ 앞에서는 ㄴ으로 교체되고, ㄱ, ㄷ을 만나면 ㅎ과 합쳐서 ㅋ, ㅌ이 된다. ¶光明이 긋디 아니킈 고(석보상절 9:32ㄴ). 사 相이 이저디디 아니호미(능엄경 언해 8:24ㄴ). 堅固야 야디디 아닌니라(능엄경 언해 6:42).
주009)
티고:깨닫고.
주010)
덛덛이:떳떳이. 늘. 한결같이.
주011)
규구(矩):규율. 규구(規矩).
주012)
말가히:말가-[淸]+-이(부사 접미사). 말갛게.
주013)
순일(純一):슌일. 다른 것이 섞이지 않고 순수함.
주014)
그르며:그릇되며. 옳지 않으며.
주015)
편벽(僻):한쪽으로 치우쳐 공평하지 못함. 편벽(偏僻).
주016)
간(干)티:간-[干與]+-디(보조적 연결어미). 관계하여 참여하지.
주017)
보(保):고용인. 심부름꾼.
주018)
가으멸며:가으멸-[富]+-며(대등적 연결어미). 부요(富饒)하며. 중세 국어에서는 ‘가멸다’로 나타난다.
주019)
거(居)요매:거-[居]+-요-(삽입모음)+-ㅁ(명사형 어미)+-애(처격 조사). 거(居)함에. 용언 어간 ‘-’의 명사형은 삽입모음 ‘-오-’와 명사형 어미 ‘-ㅁ’을 연결하여 ‘홈’으로 됨이 일반적인 현상이나 때로는 삽입모음 ‘-오-’ 앞에 반모음 j를 더하여 ‘욤’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주020)
교(驕)오:교만하고 건방짐. 교오(驕傲). ‘교오과’의 ‘-과’는 접속 조사 ‘와/과’이다. 이 시기에는 모음 아래에서도 ‘-와’ 대신 ‘-과’가 혼용되는 경우가 자주 등장한다.
주021)
비천(賤):비쳔. 낮고 천함. 비천(卑賤).
주022)
그믈:그-[失]+-ㅁ(명사형 어미)+-을(목적격 조사). 그릇됨을.
주023)
방(放)죵과 그믈:제멋대로 함과 그릇됨을. ‘방죵과 그믈’을 한문 원문에서는 ‘방실(放失)’이라 하고 있는데, ‘방실’의 뜻은 반성할 줄 몰라 마음을 보존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양심이 작용하지 못하는 타락한 상태를 가리킨다.
주024)
전전(戰戰):젼젼. 몹시 두려워서 벌벌 떪.
주025)
저프닷:젛-[懼]+-브-(형용사 접미사)+-다(평서법 어미)+ㅅ(사이시옷). 두렵다고 하는.
주026)
이:꼬리[尾]. 중세 국어에서는 ‘리’로 나타난다.
주027)
며:밟듯하며.
주028)
긍긍(兢兢):삼가고 두려워함.
주029)
어:얼음[氷].
주030)
드 :디딘 듯[踏].
주031)
기우러딜 시:기울어질 듯이. 여기서의 ‘시’는 ‘이’의 말음 ㅅ을 다음 음절의 초성에 반복해서 적은 이중 표기이다. 이른바 중철(重綴) 표기이다.
주032)
야:가리어. 골라서.
주033)
딜 시:빠질 듯이.
주034)
근 :밝은 곳.
주035)
지(持)호믈:디호믈. 디-[助]+-오-(삽입모음)+-ㅁ(명사형 어미)+-을(목적격 조사). 돕기를.
주036)
염려(念慮):념녀. 앞일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마음을 써서 걱정함.
주037)
그르미:그르-[失]+-ㅁ(명사형 어미)+-이(주격 조사). 그릇됨이. 바로 앞장(하:33ㄴ)에는 ‘그믈’로 표기된 예가 등장한 바 있다.
주038)
정(靜):졍. 정숙(靜淑)한. ‘정숙(靜淑)’은 여자의 성품과 몸가짐이 조용하고 얌전함을 이르는 말이다.
주039)
정녀(貞女):뎡녀. 슬기롭고 절개가 굳은 여자. 결혼하지 않은 여자.
주040)
유(幽):깊은. 그윽한.
주041)
 수미:한 번 쉬는 숨이.
주042)
모:몯-[會]+-(관형사형 어미). 모이는.
주043)
죠고매:조금.
주044)
리니:-[終]+-리-(미래 시제 선어말어미)+-니(종속적 연결어미). 마칠 것이니.
주045)
열 소니 치 바티 며: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바와 같이 하며. 즉 아무리 은밀한 곳에서 혼자 한 일이라 하더라도 열 손가락으로 가리킬 정도로 다 드러나게 되므로 조심하라는 말이다. 한문 원문에는 ‘十手之所持’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대학』에 있는 다음의 구절에서 인용한 것이다. “曾子曰 十目所視 十手所持 其嚴乎.”(증자가 말하기를, 열 눈이 보는 바이고 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바이니 그 엄숙함이여.) 증자가 한 말의 뜻은 비록 어둡고 혼자 있더라도 선악은 감출 수 없는 법이니 조심하고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음을 교훈하는 말이다.
주046)
열 누니 보 바티 홀디니라:열 개의 눈이 보고 있는 것같이 해야 할 것이다[十目之所視]. 즉 아무리 자기밖에 모르는 자기 내면의 일이라도 결국 다른 사람이 다 알게 되므로 항상 조심해야 된다는 말이다. (앞 항목 참조).
주047)
중용(中庸):듕용. 공자(孔子)의 손자인 자사(子思)의 저작이라 알려졌다. 오늘날 전해지는 것은 오경(五經)의 하나인 『예기(禮記)』에 있는 〈중용편(中庸篇)〉이 송(宋)나라 때 단행본이 된 것으로, 『대학(大學)』, 『논어(論語)』, 『맹자(孟子)』와 함께 사서(四書)로 불리고 있으며, 송학(宋學)의 중요한 교재가 되었다. 여기서 ‘中’이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 ‘용(庸)’이란 평상(平常)을 뜻한다. 인간의 본성은 천부적(天賦的)인 것이기 때문에 인간은 그 본성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본성을 좇아 행동하는 것이 인간의 도(道)이며, 도를 닦기 위해서는 궁리(窮理)가 필요하다. 이 궁리를 교(敎)라고 한다. 『중용』은 요컨대 이 궁리를 연구한 책이다. 즉 인간의 본성은 한 마디로 말해서 성(誠)일진대, 사람은 어떻게 하여 이 성(誠)으로 돌아가는가를 규명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주048)
크니며:크-[大]+-ㄴ(관형사형 어미)+이(人, 의존 명사)+-이며(접속 조사). 큰 사람이며. 여기서 큰 사람[大人]은 성인을 가리킨다.
주049)
쟈그니:쟉-[小]+-ㄴ(관형사형 어미)+이(人, 의존 명사). 작은 사람. 즉 어린 사람을 가리킨다.
주050)
조(調)화:됴화. 서로 잘 어울림. 조화(調和).
주051)
프러리고:플-[解]+-어(연결어미)+리-[棄]+-고(대등적 연결어미). 풀어버리고.
주052)
아릐:아[兒]+-(복수 접미사)+-의(관형격 조사). 아이들의. 원래 복수 접미사는 ㅎ종성을 가진 ‘-ㅎ’이었으나 여기서는 ㅎ종성이 소실되었다.
주053)
초와:감초-[藏]+-아(연결어미). 감추어.
주054)
밧기며:[外]+-이며(접속 조사). 밖이며.
주055)
될딘뎌:되-[爲]+-ㄹ딘뎌(평서법 어미). 될 것이다. ‘-ㄹ딘뎌’는 ‘마땅히 그러할 것이다’의 뜻을 영탄조로 장중하게 나타낼 때 쓰이는 어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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