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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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풀자며 지은 다섯 수[解悶五首]


解悶五首 주001)
해민오수(解悶五首)
이 작품은 대력(大曆; 代宗) 원년(766) 기주(夔州)에서 지은 것이다.

해민오수
(고민을 풀자며 지은 다섯 수)

〈첫째 수〉

沈范 주002)
심범(沈范)
앞의 주에서 본 바와 같이 이것은 중국의 남북조시대 양(梁)나라의 시인들인 심약(沈約)과 범운(范雲)을 말하며, 이들은 능숙한 솜씨로 함축성이 높으면서 빼어난 시를 잘 지었다.
早知何水部 주003)
하수부(何水部)
중국의 남북조시대 양(梁)나라의 시인인 하손(何遜)이 수부낭(水部郞)이라는 벼슬을 했기 때문에 “하수부”라고 한 것이며, 그가 8세에 지은 시가 심약의 칭찬을 받았다.
曹劉 주004)
조유(曹劉)
중국 위(魏)나라의 시인이었던 조식(曹植)과 유정(劉楨)을 말하며, 조식은 조조(曹操)의 아들이자 조비(曹丕)의 아우로, 이 세 사람이 모두 시를 잘 지었는데, 특히 조식은 일곱 걸음을 걷는 짧은 시간에 지었다는 “칠보시(七步詩)”가 유명하다.
不待薛郞中 주005)
설낭중(薛郞中)
중국의 당(唐)나라 사람으로 작자 두보와 친했던 설거(薛據)를 말한다. 그는 벼슬이 상서수부낭중(尙書水部郞中)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일컬어졌고, 기백이 있고 시를 능히 지을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 언해 주와 『찬주분류두시』, 그리고 『두시비해』에는 오히려 착오로 “설거(薛璩)”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 “설거”는 작자 두보보다 후대인 송(宋)나라 사람이라 논리상 있을 수 없는 설명이요 고증이다.
【何水部 何遜이라 薛郞中은 薛璩ㅣ라】

沈約 范雲은 주006)
이 고어의 현대어로서의 뜻은 “일찍이”이다.
何水部 아라 주007)
아라
이 고어의 현대어로서의 뜻은 “알거늘”이며, 이것을 분석해서 읽어보면 동사 “알다”에 어미 “아(거늘)”이 연결되면서 연음된 것이다.
曹植 劉楨은 薛郞中을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13ㄴ

들우디
주008)
기들우다
이 고어의 현대어로서의 뜻은 “기다리다”이며, 이 고어는 “기도로다, 기들오다, 기드리다, 기돌오다” 등의 여러 형태로 남아 쓰였다.
아니도다

【한자음】 심범조지하수부 조유불대설낭중【하수부는 하손이다. 설낭중은 설거이다.】
【직역】 심약과 범운은 일찍이 하수부를 알았거늘, 조식과 유정은 설낭중을 기다리지 않았도다.
【의역】 저 하수부 손 같은 사람은 운이 좋아 심약과 범운 같은 훌륭한 선배를 만나 자신의 시를 칭찬 받았는데, 나의 친구 설낭중 거 자네는 운이 없어 그 옛날 조식과 유정 같은 훌륭한 선배가 기다려 주지 않아서,

獨當省署開文苑 兼泛滄浪學釣翁【言薛璩ㅣ 前在省部 而今在荊南也ㅣ라】

省署 주009)
성서(省署)
이 한자어는 “상서성(尙書省)”이라는 관청과 “서원(署員)”이라는 소속 관리를 축약한 말로, 여기서는 “상서성의 관리”라는 뜻으로 쓰였다.
올로 주010)
올로
현대어로 “홀로”이며, 이 고어는 “오로”라는 표기 형태와 함께 쓰였다.
當야 文苑 주011)
문원(文苑)
이 한자어의 현대적 의미는 문학인들을 모아 놓은 모임으로서, 지금의 “문단(文壇)”이라는 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을 여러보고 滄浪 주012)
창랑(滄浪)
글자대로의 뜻은 “찰랑거리는 물결의 맑은 물”이라는 말로, 옛적부터 세속적 구속을 벗어나서 깨끗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항상 몸을 맡겨 놀고 싶어 했던 자유롭고 탈속적인 공간의 상징어였다.
애  우믈 兼야 釣翁 주013)
조옹(釣翁)
글자대로의 뜻은 “낚시질 하는 영감”인데, 이 낱말은 옛날 강태공(姜太公)이 은(殷)나라가 혼란한 정치를 해서 민심을 잃고 패망의 징조가 보이자, 현실에 대한 의지를 버리고 새로운 혁명을 심중에 기대하며 큰 뜻을 품고 위수(渭水)에 낚시를 던져 놓기만 하고 실제로 물고기는 낚지 않고 있다가 주(周)나라의 무왕(武王)을 만나 그를 도와 큰 공을 세웠기 때문에, 후대에는 흔히 속세를 떠나 시골에 가서 자연에 묻히거나 큰 뜻을 품은 채 숨어 사는 사람들을 상징하는 인물로 관용되어 왔으며, 초나라의 굴원과 한(漢)나라의 엄광(嚴光) 같은 사람이 그 좋은 예의 주인공들이다.
을 호놋다

【한자음】 독당성서개문원 겸범창랑학조옹【말하자면, 설거가 앞서 성부에 있었는데 지금은 형남에 있다는 것이다.】
【직역】 성서를 홀로 맡아서 문원을 개설해보고, 창랑에 배 띄우는 것을 함께 하면서 낚시질하는 영감을 배우노라.
【의역】 설거 자네는 홀로 상서성(尙書省)의 관리 직책을 맡아서 문단을 개설해 놓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맑은 물결에 배를 띄워 놀면서 낚시질을 하는 영감을 닮아가고 있네그려!

〈둘째 수〉

李陵蘇武是吾師 孟子論文 주014)
논문(論文)
글자대로의 뜻은 물론 “글을 논하다”이지만, 여기서는 그냥 글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시를 논하고 따져서 오언시(五言詩)의 시초와 원형의 전통을 찾아 그것을 밝혀내고 그것을 모범으로 삼아 시를 지을 줄을 알고 있다는 말이다.
更不疑ㅣ 自註孟雲卿 주015)
맹운경(孟雲卿)
당(唐)나라 시인으로, 벼슬은 교성랑(校書郞)이었고, 두보, 원결(元結)과 서로 친하였다.
이라】

李陵 주016)
이릉(李陵)
중국의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 무관으로 5천명의 군사를 이끌고 흉노를 정벌하다가 화살이 모자라 패전하고 항복하자, 흉노의 추장 선우(單于)가 우교왕(右校王)으로 봉해 주며 회유하여 20여년을 거기에 억류되어 있다가 죽었지만, 그는 오언시(五言詩)의 시조로 알려져 있는 시인이기도 하였다.
蘇武 주017)
소무(蘇武)
앞의 이릉과 같은 시대 같은 한나라 사람으로 흉노에게 사절로 갔다가 선우가 항복하고 신하가 되라고 협박하였으나 끝내 굴복하지 않아 19년 동안 감금되어 양 치기를 시켜 추운 사막에서 눈을 먹으며 버티다가 흉노와 한나라가 협상을 해서 고생 끝에 귀국하였으며, 그도 역시 오언시의 시조로 알려져 있다.
주018)
관형사가 아니라 대명사로서, “이들”와 같은 말이며, 주격조사 ‘이’가 생략된 형태이다. 즉 바로 앞에 말한 이릉과 소무 두 사람을 가리키며, 현대말로 고치면 “이들이”와 같은 말이다.
스스니 주019)
스스니
이 고어의 현대말로의 뜻은 “스승이니”이며, 이 고어를 분석해 보면 명사 “스”에 조사 “이니”가 첨가되면서 연음이 되어 “스스니”가 된 것이다.
孟子 주020)
맹자(孟子)
이 맹자는 성인으로 알려진 맹자인 “맹가(孟軻)”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이 작품에서 작자 두보가 주인공으로 내서워 읊고 있는 “맹운경(孟雲卿)”을 대우해서 부른 호칭이다.
의 글 講論호  疑心 주021)
이것은 현대말의 접미사 “하지”와 같은 것이다.
아니더니라

【한자음】 이릉소무시오사 맹자논문갱불의두보가 스스로 주를 내서 맹운경이라고 하였다.】
【직역】 이릉과 소무 이들이 바로 나의 스승이니, 맹자의 글 의논함을 또 다시 의심하지 아니하였다.
【의역】 맹운경 자네는 “이릉과 소무 이들이 바로 나의 스승이니”라고 확정해 놓고, 그들을 기준으로 스스로 시를 논의하는 것을 다시 의심하지 않고 노력하면서,

一飯 주022)
일반(一飯)
이 한자어는 원래 “한번 밥을 먹는 시간[一飯之頃]”이라는 말의 준말로서 아주 잠시 동안이라는 말이다.
未曾留俗客 주023)
유속객(留俗客)
이 한자어의 글자대로의 뜻은 “속세의 손님을 머물러 있게 한다”인데, 여기서는 세속적인 사람들의 일이나 세속적인 사람들의 생각을 자신의 마음 속에 머물게 한다는 의미로 쓰였으며, 다음 구에서 가장 값진 것으로 인정하고 있는 “옛 사람의 시”와 대립적인 개념으로 전제된 것이다.
數篇今見古人詩 주024)
고인시(古人詩)
이 한자어의 글자대로의 뜻은 “옛 사람의 시”인데, 이것은 그냥 옛 사람이 지은 시라는 시대적인 개념이거나 단순한 문예적인 개념의 특성만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라, 옛 사람이라는 그 작자의 인성론적 순수성과 진실성을 전제로 하여 그 시가 바로 그런 인간성의 반영이라는 전제에서 가치를 부여하여 일컬어진 용어이다.
【此 專言孟雲卿ㅣ라】

번 밥 머글 저긔도 일즉 매 주025)
매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마음에”인데, 중간본에서는 “애”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어 “ㅿ”음이 탈락되어 있으나 “”의 “ㅁ”음은 “애”에 연음되어 있지 않다.
俗客 머믈우디 아니터니 두 주026)
두
이 고어의 현대말로의 뜻은 “두어”인데, 중간본에서는 “두어”로 비뀌어 표기되어 있어 “ㅿ”음이 탈락되어 있다.
篇에 녯 사 그를 이제 보리로다

【한자음】 일반미증류속객 수편금견고인시【이것은 오로지 맹운경을 말한 것이다.】
【직역】 한 번 밥을 먹을 적에도 일찍이 마음에 속된 손님을 머무르게 하지 않더니, 두어 편 되는 옛 사람의 시를 이제 보게 됐구나!
【의역】 한 번 밥을 먹는 짧은 시간에까지도 일찍이 세속적인 생각을 전혀 하지 않더니, 이내 몇몇 수의 시를 지어 놓았는데, 여기서는 지금 세상의 일이나 지금 사람들의 속된 생각을 찾아볼 수 없이 오직 옛 사람들과 같이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만을 담은 시를 볼 수 있게 됐네!

〈셋째 수〉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14ㄱ

復憶襄陽孟浩然 淸詩 주027)
청시(淸詩)
글자대로의 뜻은 “맑은 시”인데, 이 낱말은 훌륭한 시 작품을 찬미하는 말로서 시상의 내적 자질이 참신하고 그 수사적 구성미가 깔끔한 것을 집약하여 시사해주는 아주 좋은 평가어라 할 수 있다.
句句更堪傳

 襄陽앳 孟浩然 주028)
맹호연(孟浩然)
중국 당(唐)나라 시인. 이른바 성당시대(盛唐時代)의 시인으로, 그의 이름 호연(浩然)이 시사하는 바대로, 타고난 품성이 훌륭했을 뿐만 아니라, 시를 아주 잘 지어서, 이 작품에서처럼 동시대의 최고 시인인 두보의 칭송은 물론, 이백(李白) 같은 거장으로부터도 “내가 맹부자를 아끼는 것은, 그 풍류가 온 천하에 소문 나서일세![吾愛孟夫子 風流天下聞]”이라는 칭송의 시를 받기도 하였다.
을 랑노니  그리 주029)
# 글
원문의 “시(詩)” 자를 언해한 말로서, 지금 우리가 일반적인 산문 문장으로 이해하고 또 그런 개념어로 쓰고 있는 “글”이라는 개념과 “시(詩)” 자는 서로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에도 우리 선인들이 “시” 자를 그냥 “글”이라고 언해한 까닭은 옥편(玉篇)이나 자전(字典)에 “시” 자의 뜻풀이가 “글” 또는 “글귀”로 되어 있어서, 이것을 그냥 따라 언해한 것이다.
句마다 다 流傳얌직도다 주030)
얌직다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함직하다”, 또는 “~할 만하다”로서, 이 시구에서 대응되는 한자는 “감(堪)” 자이다.

【한자음】 부억양양맹호연 청시구구갱감전
【직역】 또 양양에 있는 맹호연을 그리워하노니, 맑은 글이 시구(詩句)마다 다 흘러서 전해질 만하도다.
【의역】 또 양양에 있는 맹호연을 그리워하나니, 그 까닭은 그의 시구들이 모두 맑고 시원스럽게 이루어져 있어서 후대로 사뭇 흘러 전해질 만큼 좋기 때문인데,

卽今耆舊 주031)
기구(耆舊)
현대어의 뜻은 “늙은이와 옛 친구, 노인”인데, 여기서는 그냥 노인들을 말하는 것으로, 아마도 작자 두보 당시에 풍류를 즐긴다며 노닐기를 좋아했을 늙은 문인들을 지칭한 것으로 추정된다.
新語 주032)
신어(新語)
글자대로의 뜻은 “새로운 말”이나, 여기서는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수사로 잘 구성된 시”를 말한다.
주033)
만(謾)
이 한자의 뜻은 “속이다, 속절없다”이지만, 여기서는 부사어로 쓰여져서 “속절없이, 부질없이”라는 뜻으로 쓰였으며, 이 시에서는 물론 이 작품 전체에서도 매우 중요한 한 글자가 되어 있다.
釣槎頭縮項鯿 주034)
축항편(縮項鯿)
“병어”의 별명으로, “목을 움츠리고 있는 물고기”라고 해서 이렇게 불려졌다고 하며, “축경편(縮頸鯿), 축항선인(縮項仙人)”이라고도 불렀다.
【孟浩然이 槎頭鯿을 낫가 먹더니라 言今之耆舊 不復如浩然之能詩 而徒釣鯿魚而已니라】

곧 이젯 늘그니 주035)
늘그니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늙은이” 곧 “노인”과 같은 것이다.
 새 말미 주036)
말미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말씀” 또는 “말”이나, 여기서는 그냥 말씀이나 그냥 말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시의 낱말”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업스니 들굸 주037)
들굴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등걸” 곧 “나무 등걸”을 말하며, “등궐”이라는 표기로도 쓰였다.
그텟 목 움츤 鯿魚 쇽졀업시 낫가 주038)
낫가
이 고어의 현대말로의 뜻은 “낚아”인데, 이것을 분석해 보면 동사 “낫다”에 어미 “아”가 연결되면서 이 사이에 “ㄱ”음이 삽입되어 연음된 것이다.
먹놋다

【한자음】 즉금기구무신어 만조사두축항편【맹호연이 사두편(병어)을 〈잘〉 낚아다가 요리를 해먹었는데, 지금 늙은이들은 맹호연차럼 시를 짓지도 못하면서 한갓 사두편만 낚아다가 먹을 뿐이라는 말이다.】
【직역】 곧 지금의 늙은이들은 새로운 시어로 시를 짓는 것도 없으면서, 부질없이 뗏목 끝에 목을 움츠리고 있는 병어만 낚아다가 먹는구나!
【의역】 지금의 늙은이들은 새로운 시적 감각의 시를 짓지도 못하면서, 그런 시를 잘 짓던 맹호연이 뗏목 끝에서 낚시질로 병어를 잘 잡아 요리해 먹던 것을 알고서는, 자신들은 그 맹호연의 낚시질하는 관습만 배워 병어만 잡아 요리해 먹는 짓만 하고 있구나!

〈넷째 수〉

陶冶性靈 주039)
도야성령(陶冶性靈)
글자대로의 뜻은 “심성과 영혼을 도야하다”인데, 이것은 유교적 인격도야에 있어서는 기본적이며 절대적인 요건이자 목표였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유교에서는 시의 창작 행위가 단순한 예술적 행위에 그쳐서는 안되고, 그 시를 짓는 과정이 바로 작가의 정신 수양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 전제되어 있다. 그래서 “무슨 딴 것을 준비해 둘 것이 있는가?[存底物]”라고 하며 이 한자어휘를 강한 어조의 반문형으로 끝을 맺고 있는 것이다.
底物 주040)
저물(底物)
이 한자어에서 “저(底)” 자는 흔히 쓰이는 뜻인 “밑”이 아니고, 여기서는 “무슨”이라는 뜻으로서 이 한자어는 “무슨 물건, 무엇” 또는 “무슨 딴 것”으로 쓰인 것이다.
新詩 주041)
신시(新詩)
글자대로의 뜻은 “새로운 시”이나, 여기서는 단순히 소재나 수사가 새로운 시가 아니고 작가가 정신적 수양을 통해서 맑고 깨끗하게 도야된 심성과 영혼을 새롭게 읊어낸 시라는 말이다.
改罷自長吟 주042)
자장음(自長吟)
글자대로의 “스스로 길게 읊다”인데, 이것은 화자인 두보 자신의 시적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표현으로, 여기의 “자(自)” 자는 “스스로”의 뜻이면서 “세상 사람들이 알거나 모르거나 그런 것들에 대해서 전혀 개의치 않고 내 자신 스스로만”이라는 의미를 압축하고 있으며, “장(長)” 자는 역시 그냥 “길게”라는 뜻만이 아니라 역시 “남이 들어주거나 말거나 전혀 상관하지 않고 내 자신은 한량없이 오래오래 홀로 갈무리고 되새길 만큼의 무한한 흥취를 두고두고 길게”라는 의미를 압축하고 있다.
【此 言以詩句로 陶冶性情而已니라】

性靈을 라 주043)
라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만들어”인데, 이것을 분석해 보면 동사 “다”에 어미 “아”가 연결되면서 “ㄹ”음이 연음된 것이다.
내요 므슷 거슬 주044)
므슷거슬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무슨 것을”인데, 이것을 분석해 보면 관형어 “므슷”에 의존명사 “것”이 첨가되고 여기에 다시 조사 “을”이 첨가되면서 “ㅅ”이 연음된 것이다.
두어셔 리오 새 그를 고툐 주045)
고툐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고침을(고친 것을)”인데, 이것을 분석해 보면 동사 “고티다”에 명사형 어미 “옴”이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목적격 조사 “”이 첨가되면서 연음된 것이다.
고 주046)
고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마치고” 또는 “끝내고”인데, 이것의 원형은 “다”로서 뜻은 “마치다” 또는 “끝내다”이다.
주047)
이 고어와 상응한 한자는 “자(自)” 자이므로 “타(他; 남)” 자와 대립해서 쓰이는 경우 이 시구에서처럼 “내(나이)”의 뜻이지만 그냥 부사로 쓰인 경우 “스스로”의 뜻인데, 여기서는 이 두 개의 뜻이 통합되어 쓰인 것으로 “내 스스로”의 뜻으로 쓰였을 것이며, 이 작품에서 이 “내”로 언해된 이 “자” 자는 “세상 사람들의 어떤 관심도 나는 상관하지 않고 나 혼자만”이라는 초연한 의지를 문면 외로 암시하고 있는 중요한 글자다.
기리 입노라 주048)
입노라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읊노라”인데, 이것은 동사로서 원형이 “입다”이며, “잎다”라는 형태로도 함께 쓰였다.

【한자음】 도야성령존저물 신시개파자장음【이것은 말하자면 시 구절로 성품과 감정을 도야할 뿐이라는 것이다.】
【직역】 심성과 영혼을 도야해 내는 것에 무슨 딴 것을 두고서 할 것인가? 새로운 시로 개선해 지어 놓고 제 스스로 길게 읊노라.
【의역】 심성과 영혼을 새롭게 도야해내는 데에 있어서 무슨 딴 것이 필요하겠는가? 맑고 깨끗한 심성과 영혼으로 새로운 시를 지어 놓고 내 스스로 길게 읊을 뿐이거니와,

熟知二謝 주049)
이사(二謝)
이 한자어는 “두 사씨”라는 말로, 이 두 사씨는 중국의 남북조(南北朝) 시대 남조송(南朝宋)의 두 시인이며 풍류객이었던 사령운(謝靈運)과 그의 친족 동생이었던 사혜련(謝惠連)을 말하며, 사령운은 이 사혜련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아껴서 사랑하였고, 일찍이 시를 지으려고 골몰하였으나 하루 종일 짓지를 못하다가 홀연 잠이 들어 꿈에 사혜련을 만나자 금방 시상이 떠올라 “지당생춘초(池塘生春草)”라는 명구를 지었다고 전한다. 그리고 이 사령운은 마음껏 산수 유람을 즐기면서 시 짓기와 술 마시기에 세월을 보내며 아우 혜련, 하장유(何長瑜). 순옹(荀雍). 양선(羊璿) 등을 모아 문장사우(文章四友)라고 부르며 함께 글을 지으며 노닐었다.
주050)
장(將)
이 시구에서 이 글자의 뜻은 “가지다”로 쓰였다.
能事 주051)
능사(能事)
글자대로의 뜻은 “능한 일”. 또는 “일에 능하다”이지만, 여기서는 시를 자유자재로 잘 구상하고 잘 짓는 수완을 말하는 것이다.
頗學陰何苦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14ㄴ

用心【二謝 靈運 惠連이라 能事用心은 皆言作詩니라】

두 謝 能 일 가져쇼 니기 주052)
니기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익히”이며, 이것을 분석해 보면 동사 “닉다”에 부사형 어미 “이”가 연결되며 “ㄱ”음이 연음된 것이다.
알오 주053)
알오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알고”인데, 이것을 분석해 보면 동사 “알다”에 연결형 어미 “고”가 연결되면서 “고”의 초성 “ㄱ”이 “ㄹ”음 아래서 탈락하였다.
陰鏗 주054)
음갱(陰鏗)
중궁의 육조시대(六朝時代) 진(陳)나라 시인으로 황제 앞에서 즉시로 시를 지어서 극찬을 받았으며, 특히 오언시(五言詩)에 뛰어났다.
何遜 주055)
하손(何遜)
중국의 육조시대 양(梁)나라 시인으로 8세때부터 시를 잘 지었으며, 유효작(劉孝綽)과 함께 시를 잘 지어서 “하유(何劉)”라는 칭송을 들었다.
 ᄡᅮᆷ 주056)
 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마음 씀”인데, 중간본에서는 “ ”으로 바뀌어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되고, “”이 “”으로 바뀌어 있어서, “용(用)” 자의 뜻으로 둘이 쓰였음을 알 수 있고, 또한 이 “”은 “고(苦)” 자의 뜻으로도 쓰였다.
苦이 호 모 주057)
모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자못” 또는 “매우” 등이며, 이것은 “”. “못” 등의 고어와 함께 사용되었다.
호노라

【한자음】 숙지이사장능사 파학음하고용심【두 사씨는 사령운과 사혜련이다. 능한 일과 마음 씀이라는 것은 모두 시 짓는 것을 말한다.】
【직역】 사령운과 사혜련이 시 잘 짓는 일에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익히 알았고, 음갱과 하손이 시 짓는 일에 마음 쓰기를 고생스럽게 한 것을 자못 배웠노라.
【의역】 사령운과 사혜련이 시 잘 짓는 일에 능한 것을 익히 알고 있어서 그 두 사람의 그것들을 모범으로 삼아 놓고, 음갱과 하손이 시 잘 짓기 위해서 애쓴 것을 배워 나도 고심하여 시 짓기를 해 왔노라.

〈다섯째 수〉

不見高人 주058)
고인(高人)
이 한자어의 글자대로의 뜻은 “높은 사람”이지만, 이것은 물론 “인품이 고상한 사람”이며 더구나 여기서는 “짓는 시의 품격도 높고 풍류를 즐기는 인품도 고상한 사람”이라는 복합적인 의미를 담은 것이다.
王右丞 주059)
왕우승(王右丞)
여기서 “왕(王)”은 작자 두보보다 조금 선배인 시인 왕유(王維)를 말하며 그는 당시에 전원시인으로 크게 이름을 떨쳤을 뿐만 아니라 그림에도 능해서 이른바 남종화(南宗畵)의 시조가 되었던 사람이며, 우승(右丞)은 그의 벼슬이다.
藍田 주060)
남전(藍田)
중국의 섬서성(陝西省) 장안(長安) 동남 쪽에 있는 지역으로 옥의 산지로 유명하던 곳이며, 여기에 왕유가 별장을 짓고 머물렀다.
丘壑蔓 주061)
한(寒)
이 한자는 물론 이 언해에서 번역된 대로 “차다”로 가장 많이 쓰여지고 있으나, 여기서는 그냥 물리적인 성질만의 “차다”가 아니라, 주인 왕유가 없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 심리적인 인상이 가미된 상태의 “쓸쓸하다”로 쓰였음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右丞 王維의 別墅ㅣ 在藍田니라】

노 사람 王右丞을 보디 몯 리로소니 藍田ㅅ 두듥과 굴헝에  藤草ㅣ 너추렛도다 주062)
너추렛도다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넌출지어져 있구나!”인데, 이것을 분석해 보면 동사 “너출다”에 부사형 어미 “어”가 연결되며 연음되어 “넌추러(넌출지어)”가 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사 “잇도다!(있구나!)”가 연결되면서 “러”와 “잇”이 “렛”으로 복합모음화한 것이다.

【한자음】 불견고인왕우승 남전구학만한등【우승 왕유의 별장이 남전에 있다.】
【직역】 고상한 사람 왕우승을 보지 못 하겠으니, 남전의 둔덕과 구렁에 차가운 등 덩굴만 넌출져 있도다.
【의역】 고상한 풍류 시인 왕우승(유)을 만나보지 못 하게 됐으니, 그 왕우승이 있던 남전 별장의 둔덕과 구렁에는 차가운(쓸쓸한) 등덩굴들만 넌출진 채 있겠다만,

最傳秀句 주063)
최전수구(最傳秀句)
이 한자어구의 글자대로의 뜻은 “우수한 시구를 한껏 전파하다”인데, 이 어구의 “전(傳)” 자는 이 어구에 이어진 “환구만(寰區滿)”이 “온 천지, 온 나라에 가득하다”나 “온 천지, 온 나라에 가득하게”로 번역된다는 점을 전제로 “많이”와 “널리”라는 부사어를 문면 외로 함축한 것으로 읽혀지는 것이다.
寰區滿 未絶風流 주064)
풍류(風流)
글자대로의 뜻은 물론 “풍치 있고 멋스럽게 노는 일”이지만, 여기서는 그냥 “노는 일”이 아니라 “시를 흥취 높게 지으면서 삶을 즐기는 멋”을 말하는 것으로 시와 무관한 채 노니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相國 주065)
상국(相國)
글자대로의 뜻은 “나라를 돕다”라는 것으로, 그런 구실을 하는 인물로서의 “정승”이라는 일반적 의미로 전의된 것이지만, 여기서는 그런 직위에 있는 특정한 인물을 지칭한 것으로서, 바로 왕유의 아우 왕진(王縉)을 말한다.
【此 言王維ㅣ 能傳秀句 而其弟ㅣ 相國縉이 繼其風流也ㅣ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안직 주066)
안직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부사인 “가장[最]”이다.
됴 긄 句 傳야 寰區 주067)
환구(寰區)
이 한자어의 뜻은 “온 천지” 또는 “온 나라”이다.
얫니 주068)
얫니
가득하게 있으니. 분석하면 형용사 “다”에 부사형 어미 “아”가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사 “잇니”가 연결되어, 복합모음화하여 통합되면서 동화현상에 따라 또 “ㅣ”음이 삽입된 것이다.
風流ㅣ 긋디 주069)
긋디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끊기지”이다.
아니 호 相國이 能도다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최전수구환구만 미절풀류상국능【이것은 말하자면 왕유가 능히 빼어난 시구들을 전해줄 수 있어기에 그의 아우로서 정승인 진이 그 시의 풍류(멋)를 잇게 됐다는 것이다.】
【직역】 가장 좋은 시구를 전파하여 온 나라에 가득하였으니, 풍류가 끊기지 않게 하는 것은 아우인 정승이 능하구나!
【의역】 온 천지, 온 나라에 가장 많이 훌륭한 시구들을 퍼뜨려 놓았으니, 그 시인으로서 남긴 풍류를 끊기지 않고 전해가게 하는 것은 바로 그 아우이며 정승인 진이 할 수 있겠구나!
Ⓒ 역자 | 송준호 / 2014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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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해민오수(解悶五首) : 이 작품은 대력(大曆; 代宗) 원년(766) 기주(夔州)에서 지은 것이다.
주002)
심범(沈范) : 앞의 주에서 본 바와 같이 이것은 중국의 남북조시대 양(梁)나라의 시인들인 심약(沈約)과 범운(范雲)을 말하며, 이들은 능숙한 솜씨로 함축성이 높으면서 빼어난 시를 잘 지었다.
주003)
하수부(何水部) : 중국의 남북조시대 양(梁)나라의 시인인 하손(何遜)이 수부낭(水部郞)이라는 벼슬을 했기 때문에 “하수부”라고 한 것이며, 그가 8세에 지은 시가 심약의 칭찬을 받았다.
주004)
조유(曹劉) : 중국 위(魏)나라의 시인이었던 조식(曹植)과 유정(劉楨)을 말하며, 조식은 조조(曹操)의 아들이자 조비(曹丕)의 아우로, 이 세 사람이 모두 시를 잘 지었는데, 특히 조식은 일곱 걸음을 걷는 짧은 시간에 지었다는 “칠보시(七步詩)”가 유명하다.
주005)
설낭중(薛郞中) : 중국의 당(唐)나라 사람으로 작자 두보와 친했던 설거(薛據)를 말한다. 그는 벼슬이 상서수부낭중(尙書水部郞中)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일컬어졌고, 기백이 있고 시를 능히 지을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 언해 주와 『찬주분류두시』, 그리고 『두시비해』에는 오히려 착오로 “설거(薛璩)”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 “설거”는 작자 두보보다 후대인 송(宋)나라 사람이라 논리상 있을 수 없는 설명이요 고증이다.
주006)
일 : 이 고어의 현대어로서의 뜻은 “일찍이”이다.
주007)
아라 : 이 고어의 현대어로서의 뜻은 “알거늘”이며, 이것을 분석해서 읽어보면 동사 “알다”에 어미 “아(거늘)”이 연결되면서 연음된 것이다.
주008)
기들우다 : 이 고어의 현대어로서의 뜻은 “기다리다”이며, 이 고어는 “기도로다, 기들오다, 기드리다, 기돌오다” 등의 여러 형태로 남아 쓰였다.
주009)
성서(省署) : 이 한자어는 “상서성(尙書省)”이라는 관청과 “서원(署員)”이라는 소속 관리를 축약한 말로, 여기서는 “상서성의 관리”라는 뜻으로 쓰였다.
주010)
올로 : 현대어로 “홀로”이며, 이 고어는 “오로”라는 표기 형태와 함께 쓰였다.
주011)
문원(文苑) : 이 한자어의 현대적 의미는 문학인들을 모아 놓은 모임으로서, 지금의 “문단(文壇)”이라는 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주012)
창랑(滄浪) : 글자대로의 뜻은 “찰랑거리는 물결의 맑은 물”이라는 말로, 옛적부터 세속적 구속을 벗어나서 깨끗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항상 몸을 맡겨 놀고 싶어 했던 자유롭고 탈속적인 공간의 상징어였다.
주013)
조옹(釣翁) : 글자대로의 뜻은 “낚시질 하는 영감”인데, 이 낱말은 옛날 강태공(姜太公)이 은(殷)나라가 혼란한 정치를 해서 민심을 잃고 패망의 징조가 보이자, 현실에 대한 의지를 버리고 새로운 혁명을 심중에 기대하며 큰 뜻을 품고 위수(渭水)에 낚시를 던져 놓기만 하고 실제로 물고기는 낚지 않고 있다가 주(周)나라의 무왕(武王)을 만나 그를 도와 큰 공을 세웠기 때문에, 후대에는 흔히 속세를 떠나 시골에 가서 자연에 묻히거나 큰 뜻을 품은 채 숨어 사는 사람들을 상징하는 인물로 관용되어 왔으며, 초나라의 굴원과 한(漢)나라의 엄광(嚴光) 같은 사람이 그 좋은 예의 주인공들이다.
주014)
논문(論文) : 글자대로의 뜻은 물론 “글을 논하다”이지만, 여기서는 그냥 글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시를 논하고 따져서 오언시(五言詩)의 시초와 원형의 전통을 찾아 그것을 밝혀내고 그것을 모범으로 삼아 시를 지을 줄을 알고 있다는 말이다.
주015)
맹운경(孟雲卿) : 당(唐)나라 시인으로, 벼슬은 교성랑(校書郞)이었고, 두보, 원결(元結)과 서로 친하였다.
주016)
이릉(李陵) : 중국의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 무관으로 5천명의 군사를 이끌고 흉노를 정벌하다가 화살이 모자라 패전하고 항복하자, 흉노의 추장 선우(單于)가 우교왕(右校王)으로 봉해 주며 회유하여 20여년을 거기에 억류되어 있다가 죽었지만, 그는 오언시(五言詩)의 시조로 알려져 있는 시인이기도 하였다.
주017)
소무(蘇武) : 앞의 이릉과 같은 시대 같은 한나라 사람으로 흉노에게 사절로 갔다가 선우가 항복하고 신하가 되라고 협박하였으나 끝내 굴복하지 않아 19년 동안 감금되어 양 치기를 시켜 추운 사막에서 눈을 먹으며 버티다가 흉노와 한나라가 협상을 해서 고생 끝에 귀국하였으며, 그도 역시 오언시의 시조로 알려져 있다.
주018)
이 : 관형사가 아니라 대명사로서, “이들”와 같은 말이며, 주격조사 ‘이’가 생략된 형태이다. 즉 바로 앞에 말한 이릉과 소무 두 사람을 가리키며, 현대말로 고치면 “이들이”와 같은 말이다.
주019)
스스니 : 이 고어의 현대말로의 뜻은 “스승이니”이며, 이 고어를 분석해 보면 명사 “스”에 조사 “이니”가 첨가되면서 연음이 되어 “스스니”가 된 것이다.
주020)
맹자(孟子) : 이 맹자는 성인으로 알려진 맹자인 “맹가(孟軻)”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이 작품에서 작자 두보가 주인공으로 내서워 읊고 있는 “맹운경(孟雲卿)”을 대우해서 부른 호칭이다.
주021)
티 : 이것은 현대말의 접미사 “하지”와 같은 것이다.
주022)
일반(一飯) : 이 한자어는 원래 “한번 밥을 먹는 시간[一飯之頃]”이라는 말의 준말로서 아주 잠시 동안이라는 말이다.
주023)
유속객(留俗客) : 이 한자어의 글자대로의 뜻은 “속세의 손님을 머물러 있게 한다”인데, 여기서는 세속적인 사람들의 일이나 세속적인 사람들의 생각을 자신의 마음 속에 머물게 한다는 의미로 쓰였으며, 다음 구에서 가장 값진 것으로 인정하고 있는 “옛 사람의 시”와 대립적인 개념으로 전제된 것이다.
주024)
고인시(古人詩) : 이 한자어의 글자대로의 뜻은 “옛 사람의 시”인데, 이것은 그냥 옛 사람이 지은 시라는 시대적인 개념이거나 단순한 문예적인 개념의 특성만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라, 옛 사람이라는 그 작자의 인성론적 순수성과 진실성을 전제로 하여 그 시가 바로 그런 인간성의 반영이라는 전제에서 가치를 부여하여 일컬어진 용어이다.
주025)
매 :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마음에”인데, 중간본에서는 “애”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어 “ㅿ”음이 탈락되어 있으나 “”의 “ㅁ”음은 “애”에 연음되어 있지 않다.
주026)
두 : 이 고어의 현대말로의 뜻은 “두어”인데, 중간본에서는 “두어”로 비뀌어 표기되어 있어 “ㅿ”음이 탈락되어 있다.
주027)
청시(淸詩) : 글자대로의 뜻은 “맑은 시”인데, 이 낱말은 훌륭한 시 작품을 찬미하는 말로서 시상의 내적 자질이 참신하고 그 수사적 구성미가 깔끔한 것을 집약하여 시사해주는 아주 좋은 평가어라 할 수 있다.
주028)
맹호연(孟浩然) : 중국 당(唐)나라 시인. 이른바 성당시대(盛唐時代)의 시인으로, 그의 이름 호연(浩然)이 시사하는 바대로, 타고난 품성이 훌륭했을 뿐만 아니라, 시를 아주 잘 지어서, 이 작품에서처럼 동시대의 최고 시인인 두보의 칭송은 물론, 이백(李白) 같은 거장으로부터도 “내가 맹부자를 아끼는 것은, 그 풍류가 온 천하에 소문 나서일세![吾愛孟夫子 風流天下聞]”이라는 칭송의 시를 받기도 하였다.
주029)
# 글 : 원문의 “시(詩)” 자를 언해한 말로서, 지금 우리가 일반적인 산문 문장으로 이해하고 또 그런 개념어로 쓰고 있는 “글”이라는 개념과 “시(詩)” 자는 서로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에도 우리 선인들이 “시” 자를 그냥 “글”이라고 언해한 까닭은 옥편(玉篇)이나 자전(字典)에 “시” 자의 뜻풀이가 “글” 또는 “글귀”로 되어 있어서, 이것을 그냥 따라 언해한 것이다.
주030)
얌직다 :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함직하다”, 또는 “~할 만하다”로서, 이 시구에서 대응되는 한자는 “감(堪)” 자이다.
주031)
기구(耆舊) : 현대어의 뜻은 “늙은이와 옛 친구, 노인”인데, 여기서는 그냥 노인들을 말하는 것으로, 아마도 작자 두보 당시에 풍류를 즐긴다며 노닐기를 좋아했을 늙은 문인들을 지칭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032)
신어(新語) : 글자대로의 뜻은 “새로운 말”이나, 여기서는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수사로 잘 구성된 시”를 말한다.
주033)
만(謾) : 이 한자의 뜻은 “속이다, 속절없다”이지만, 여기서는 부사어로 쓰여져서 “속절없이, 부질없이”라는 뜻으로 쓰였으며, 이 시에서는 물론 이 작품 전체에서도 매우 중요한 한 글자가 되어 있다.
주034)
축항편(縮項鯿) : “병어”의 별명으로, “목을 움츠리고 있는 물고기”라고 해서 이렇게 불려졌다고 하며, “축경편(縮頸鯿), 축항선인(縮項仙人)”이라고도 불렀다.
주035)
늘그니 :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늙은이” 곧 “노인”과 같은 것이다.
주036)
말미 :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말씀” 또는 “말”이나, 여기서는 그냥 말씀이나 그냥 말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시의 낱말”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주037)
들굴 :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등걸” 곧 “나무 등걸”을 말하며, “등궐”이라는 표기로도 쓰였다.
주038)
낫가 : 이 고어의 현대말로의 뜻은 “낚아”인데, 이것을 분석해 보면 동사 “낫다”에 어미 “아”가 연결되면서 이 사이에 “ㄱ”음이 삽입되어 연음된 것이다.
주039)
도야성령(陶冶性靈) : 글자대로의 뜻은 “심성과 영혼을 도야하다”인데, 이것은 유교적 인격도야에 있어서는 기본적이며 절대적인 요건이자 목표였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유교에서는 시의 창작 행위가 단순한 예술적 행위에 그쳐서는 안되고, 그 시를 짓는 과정이 바로 작가의 정신 수양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 전제되어 있다. 그래서 “무슨 딴 것을 준비해 둘 것이 있는가?[存底物]”라고 하며 이 한자어휘를 강한 어조의 반문형으로 끝을 맺고 있는 것이다.
주040)
저물(底物) : 이 한자어에서 “저(底)” 자는 흔히 쓰이는 뜻인 “밑”이 아니고, 여기서는 “무슨”이라는 뜻으로서 이 한자어는 “무슨 물건, 무엇” 또는 “무슨 딴 것”으로 쓰인 것이다.
주041)
신시(新詩) : 글자대로의 뜻은 “새로운 시”이나, 여기서는 단순히 소재나 수사가 새로운 시가 아니고 작가가 정신적 수양을 통해서 맑고 깨끗하게 도야된 심성과 영혼을 새롭게 읊어낸 시라는 말이다.
주042)
자장음(自長吟) : 글자대로의 “스스로 길게 읊다”인데, 이것은 화자인 두보 자신의 시적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표현으로, 여기의 “자(自)” 자는 “스스로”의 뜻이면서 “세상 사람들이 알거나 모르거나 그런 것들에 대해서 전혀 개의치 않고 내 자신 스스로만”이라는 의미를 압축하고 있으며, “장(長)” 자는 역시 그냥 “길게”라는 뜻만이 아니라 역시 “남이 들어주거나 말거나 전혀 상관하지 않고 내 자신은 한량없이 오래오래 홀로 갈무리고 되새길 만큼의 무한한 흥취를 두고두고 길게”라는 의미를 압축하고 있다.
주043)
라 :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만들어”인데, 이것을 분석해 보면 동사 “다”에 어미 “아”가 연결되면서 “ㄹ”음이 연음된 것이다.
주044)
므슷거슬 :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무슨 것을”인데, 이것을 분석해 보면 관형어 “므슷”에 의존명사 “것”이 첨가되고 여기에 다시 조사 “을”이 첨가되면서 “ㅅ”이 연음된 것이다.
주045)
고툐 :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고침을(고친 것을)”인데, 이것을 분석해 보면 동사 “고티다”에 명사형 어미 “옴”이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목적격 조사 “”이 첨가되면서 연음된 것이다.
주046)
고 :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마치고” 또는 “끝내고”인데, 이것의 원형은 “다”로서 뜻은 “마치다” 또는 “끝내다”이다.
주047)
내 : 이 고어와 상응한 한자는 “자(自)” 자이므로 “타(他; 남)” 자와 대립해서 쓰이는 경우 이 시구에서처럼 “내(나이)”의 뜻이지만 그냥 부사로 쓰인 경우 “스스로”의 뜻인데, 여기서는 이 두 개의 뜻이 통합되어 쓰인 것으로 “내 스스로”의 뜻으로 쓰였을 것이며, 이 작품에서 이 “내”로 언해된 이 “자” 자는 “세상 사람들의 어떤 관심도 나는 상관하지 않고 나 혼자만”이라는 초연한 의지를 문면 외로 암시하고 있는 중요한 글자다.
주048)
입노라 :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읊노라”인데, 이것은 동사로서 원형이 “입다”이며, “잎다”라는 형태로도 함께 쓰였다.
주049)
이사(二謝) : 이 한자어는 “두 사씨”라는 말로, 이 두 사씨는 중국의 남북조(南北朝) 시대 남조송(南朝宋)의 두 시인이며 풍류객이었던 사령운(謝靈運)과 그의 친족 동생이었던 사혜련(謝惠連)을 말하며, 사령운은 이 사혜련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아껴서 사랑하였고, 일찍이 시를 지으려고 골몰하였으나 하루 종일 짓지를 못하다가 홀연 잠이 들어 꿈에 사혜련을 만나자 금방 시상이 떠올라 “지당생춘초(池塘生春草)”라는 명구를 지었다고 전한다. 그리고 이 사령운은 마음껏 산수 유람을 즐기면서 시 짓기와 술 마시기에 세월을 보내며 아우 혜련, 하장유(何長瑜). 순옹(荀雍). 양선(羊璿) 등을 모아 문장사우(文章四友)라고 부르며 함께 글을 지으며 노닐었다.
주050)
장(將) : 이 시구에서 이 글자의 뜻은 “가지다”로 쓰였다.
주051)
능사(能事) : 글자대로의 뜻은 “능한 일”. 또는 “일에 능하다”이지만, 여기서는 시를 자유자재로 잘 구상하고 잘 짓는 수완을 말하는 것이다.
주052)
니기 :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익히”이며, 이것을 분석해 보면 동사 “닉다”에 부사형 어미 “이”가 연결되며 “ㄱ”음이 연음된 것이다.
주053)
알오 :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알고”인데, 이것을 분석해 보면 동사 “알다”에 연결형 어미 “고”가 연결되면서 “고”의 초성 “ㄱ”이 “ㄹ”음 아래서 탈락하였다.
주054)
음갱(陰鏗) : 중궁의 육조시대(六朝時代) 진(陳)나라 시인으로 황제 앞에서 즉시로 시를 지어서 극찬을 받았으며, 특히 오언시(五言詩)에 뛰어났다.
주055)
하손(何遜) : 중국의 육조시대 양(梁)나라 시인으로 8세때부터 시를 잘 지었으며, 유효작(劉孝綽)과 함께 시를 잘 지어서 “하유(何劉)”라는 칭송을 들었다.
주056)
  :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마음 씀”인데, 중간본에서는 “ ”으로 바뀌어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되고, “”이 “”으로 바뀌어 있어서, “용(用)” 자의 뜻으로 둘이 쓰였음을 알 수 있고, 또한 이 “”은 “고(苦)” 자의 뜻으로도 쓰였다.
주057)
모 :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자못” 또는 “매우” 등이며, 이것은 “”. “못” 등의 고어와 함께 사용되었다.
주058)
고인(高人) : 이 한자어의 글자대로의 뜻은 “높은 사람”이지만, 이것은 물론 “인품이 고상한 사람”이며 더구나 여기서는 “짓는 시의 품격도 높고 풍류를 즐기는 인품도 고상한 사람”이라는 복합적인 의미를 담은 것이다.
주059)
왕우승(王右丞) : 여기서 “왕(王)”은 작자 두보보다 조금 선배인 시인 왕유(王維)를 말하며 그는 당시에 전원시인으로 크게 이름을 떨쳤을 뿐만 아니라 그림에도 능해서 이른바 남종화(南宗畵)의 시조가 되었던 사람이며, 우승(右丞)은 그의 벼슬이다.
주060)
남전(藍田) : 중국의 섬서성(陝西省) 장안(長安) 동남 쪽에 있는 지역으로 옥의 산지로 유명하던 곳이며, 여기에 왕유가 별장을 짓고 머물렀다.
주061)
한(寒) : 이 한자는 물론 이 언해에서 번역된 대로 “차다”로 가장 많이 쓰여지고 있으나, 여기서는 그냥 물리적인 성질만의 “차다”가 아니라, 주인 왕유가 없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 심리적인 인상이 가미된 상태의 “쓸쓸하다”로 쓰였음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주062)
너추렛도다 :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넌출지어져 있구나!”인데, 이것을 분석해 보면 동사 “너출다”에 부사형 어미 “어”가 연결되며 연음되어 “넌추러(넌출지어)”가 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사 “잇도다!(있구나!)”가 연결되면서 “러”와 “잇”이 “렛”으로 복합모음화한 것이다.
주063)
최전수구(最傳秀句) : 이 한자어구의 글자대로의 뜻은 “우수한 시구를 한껏 전파하다”인데, 이 어구의 “전(傳)” 자는 이 어구에 이어진 “환구만(寰區滿)”이 “온 천지, 온 나라에 가득하다”나 “온 천지, 온 나라에 가득하게”로 번역된다는 점을 전제로 “많이”와 “널리”라는 부사어를 문면 외로 함축한 것으로 읽혀지는 것이다.
주064)
풍류(風流) : 글자대로의 뜻은 물론 “풍치 있고 멋스럽게 노는 일”이지만, 여기서는 그냥 “노는 일”이 아니라 “시를 흥취 높게 지으면서 삶을 즐기는 멋”을 말하는 것으로 시와 무관한 채 노니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주065)
상국(相國) : 글자대로의 뜻은 “나라를 돕다”라는 것으로, 그런 구실을 하는 인물로서의 “정승”이라는 일반적 의미로 전의된 것이지만, 여기서는 그런 직위에 있는 특정한 인물을 지칭한 것으로서, 바로 왕유의 아우 왕진(王縉)을 말한다.
주066)
안직 :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부사인 “가장[最]”이다.
주067)
환구(寰區) : 이 한자어의 뜻은 “온 천지” 또는 “온 나라”이다.
주068)
얫니 : 가득하게 있으니. 분석하면 형용사 “다”에 부사형 어미 “아”가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존재사 “잇니”가 연결되어, 복합모음화하여 통합되면서 동화현상에 따라 또 “ㅣ”음이 삽입된 것이다.
주069)
긋디 :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끊기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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