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네 열두째인 산인 표에게 부치는 서른 운[寄張十二山人彪三十韻]
窮秋 주166) 궁추(窮秋) 글자대로의 뜻은 “다해 가는 가을”인데, 이것을 좀더 쉽게 풀어 이 작품의 전체적인 의미망과 상관시켜 읽어보면 “다 끝나가는 늦가을”로 대체로 음력 9월경을 말한 것으로 추정된다.
正
搖落 주167) 요락(搖落) 글자대로의 뜻은 “흔들려서 떨어지다”인데,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늦 가을이라 모든 나뭇잎들이 찬 가을 바람에 흔들려서 떨어지고 서릿발에 모든 풀들도 시들어버린다”는 것을 말하며, 따라서 그냥 물리적인 상태로의 “흔들려서 떨어지다”가 아니고 주로 가을의 기후변화로 인해서 초목들의 잎이 떨어지고 시들어진 쓸쓸한 상태만을 표현하는 말이며 이런 이유로 해서 자연히 글을 짓는 사람들에게는 동시에 마음의 상태를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말이 되기도 하였다.
廻首
望 주168) 망(望) 이 글의 뜻은 “바라보다”인데, 이 “바라보다”를 풀어서 읽어보면 “바라다”와 “보다”라는 두 동사가 통합된 것으로 “멀리 무엇을 향해서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본다”는 것이며, 시에서는 “실제의 구체적인 대상을 바라본다”는 것만이 아니라 “비현장의 무형적인 대상을 향해 그리워한다”의 뜻으로도 더 많이 쓰였다. 그래서 이 글자는 이 두보의 시 “춘망(春望)”이 “봄날 무엇을 향해 골똘하게 바라면서 본다[春日凝望]”의 준말인 것과 같이 이 “망(望)” 자는 “기막히게 그리워한다”의 뜻을 함축한다.
松筠 주169) 송균(松筠) 글자대로의 뜻이 “소나무와 대나무”인데, 여기서는 “소나무와 대나무의 숲”이라는 말로 쓰이면서 동시에 이 숲 속에서 이 소나무와 대나무와 같이 곧고 강인한 지조를 지닌 채 살고 살고 있는 고결한 선비를 연상하게 하는 말로 쓰였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 장표의 고결한 인품을 암시하고 있다.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다 주170) 다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다해 가는” 또는 “끝나 가는”인데, 이것을 풀어보면 동사 “다다(다하다)”에 광현사형 어미 “”이 연결된 것이다.
주171)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가을에”인데, 이것을 풀어보면 명사 “”에 ㅎ첨용의 처격조사 “”가 첨가된 것이다. 그런데 “”이 중간본에서는 “”로 표기되어 “ㅿ”은이 탈라하여 있다.
正히
이어여 주172) 이어여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흔들려서”인데, 이것을 풀어보면 동사 “이어다(흔들다)”에 피동보조어간 “이”가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부사형 연결어미 “어”가 연결되면서, “이”와 함께 복모음화한 것이다.
러디니 머리
도혀 주173) 도혀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돌려서”이다.
솔와 대
라노라 주174) 라노라 이 고어의 현대어로의 뜻은 “바라노라” 또는 “바라보노라”인데, 여기서는 “바라보노라”라는 뜻으로 쓰였으며, 앞의 “망(望)”의 설명에서 말한 바대로, 작자 두보가 상대인 장표를 만나보고 싶은 심경이 너무 간절하다는 것을 함축한 글자로서, 여기서도 역시 “그립다”라는 의미를 부차적으로 함묵하고 있다.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궁추정요락 회수망송균
【직역】 끝나가는 가을에 바로 흔들려 떨어져버리니, 머리를 돌려서 소나무와 대나무를 바라보노라.
【의역】 다 끝나가는 이 가을에 산천초목들이 다 흔들려서 떨어져버리니, 머리를 돌려서 장표 자네가 살고 있을 그 먼곳의 소나무 숲과 대나무 숲을 향해 바라볼 뿐일세!
Ⓒ 역자 | 송준호 / 2014년 12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