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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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네 열둘째인 백에게 부치는 시 스물의 운[寄李十二白二十韻]


寄李十二白二十韻 주001)
이십운(二十韻)
낱말의 뜻은 “스무 개의 운자”라는 말이나, 여기서는 매 짝수의 구마다 그 끝에 달아 지은 같은 계통의 음운인 “진(眞)”계열에 속한 글자들을 말하며, 구체적으로 말하면 첫 번 째 짝수 구 끝에 글자인 “인(人)”에서부터 스무 번째 짝수 구 끝에 글자인 “진(津)”까지의 스무 자를 말한다.
주002)
기이십이백이십운(寄李十二白二十韻)
이 작품은 지덕(至德 肅宗) 원년(756)에 이백(李白)이 심양(潯陽) 감옥에 억류돼 있다가 그 다음 해에 송약사(宋若思)가 군대를 이끌고 이 심양을 지나다가 죄수들을 풀어줄 제 이백도 풀려났었으나, 건원(乾元 肅宗) 원년(758)에 다시 야랑(夜郞)으로 멀리 유배를 가서 있었는데, 이 작품은 작자가 이백을 위로하기 위해서 그 다음 해(759)에 진주(秦州)에서 지어 보낸 것이다. ‘십이(十二)’는 배항으로서 열두째 아들 이백을 가리킨다.

기이십이백이십운
(이씨네 열둘째인 백에게 부치는 시 스물의 운)

昔年 주003)
석년(昔年)
“왕년(往年)”과 같은 말로, 어느 해를 기준으로 하지 않은 지나간 해를 말하며, 그래서 “옛적”이라는 번역이 아주 적합하다.
狂客 주004)
광객(狂客)
글자대로의 뜻은 “미친 손”으로 매우 부정적인 인성의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정신적, 신체적으로 비정상인 인물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천부적으로 자유분방한 기질이나 행태를 지녔거나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무언의 저항이나 조소 등의 행태를 지닌 사람을 말히기도 한다. 여기서는 물론 천부적으로 자유분방한 행태를 많이 보인 하지장을 말한다.
주005)
호(號)
이 글자는 『두시비해』에도 물론 똑같이 이 글자로 기록되어 있다. 이 글자의 뜻은 “부르짖다[大呼]”인데, 이 글자가 중간본에서는 “호(呼)” 자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대로 이백 자신이 스스로 지은 시에서 “나를 보고 귀양온 시선이랬지![呼我謫仙人]”라고 하여, 이 “호” 자를 쓴 것을 보면, 이 행위의 주체자인 하지장의 같은 행위를 표현한 것이라는 점에서 “호(號)” 자보다는 “호(呼)” 자가 맞는 것으로 추정이 되며, 더구나 하지장이 이백을 보고 “부르짖었다”고 하기보다는 그냥 “~이라고 불렀다”거나 “~이라고 했다”가 맞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도 “호(呼)” 자가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두 글자가 흔히 통용되는 경우는 많아서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주006)
이(爾)
이인칭 호칭인 말로서 뜻은 “너”지만, 이것은 우리말에서 흔히 평등한 친교간이나 손 아래 사람에게만 사용하는 호칭어이나, 실제로 이 “이(爾)” 자가 한문 문장이나 이 작품에서처럼 쓰이는 경우에는 우리가 흔히 이해하고 있는 바와 같이 반드시 고정된 호칭어의 의미인 “너”라는 평등 혹은 하대의 말만이 아니라, 존비간의 격차가 훨씬 완화된 의미의 글자로서 우리말로서는 “너”에서부터 “자네”, 그리고 “그대”, “당신” 같은 여러 호칭으로 범용될 수 있는 글자인 것이다. 따라서 작자 두보보다 열 두 살의 연상인 이백(李白)에게 부치는 시이므로, 이 작품에서 “이(爾)” 자는 분명 “그대”나 “당신”이라는 말로 사용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謫仙人 주007)
적선인(謫仙人)
낱말대로의 뜻은 “귀양온 신선”이며, 이 말은 세속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걱정없이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쓰여서, 중국 역사상에서 동방삭(東方朔), 반구중(班邱仲), 두경산(杜京産), 이백(李白), 소식(蘇軾) 등을 호칭하는 말로 쓰였으나, 이 시에서는 이백이 자신의 시 〈대주억하감(對酒憶賀監 : 술을 대하자 하감이 그리워져서)〉에서 스스로 “四明有狂客 風流賀季眞 長安一相見 呼我謫仙人(사명에는 광기에 찬 객이 있어서, 그는 바로 풍류 있는 하계진인데, 장안에서 한번 서로 만나 보고선, 나를 보고 귀양온 신선이랬지!)”라고 한 바대로, 시와 술로 자유분방했던 사명지방 출신인 하지장(賀知章)이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에서 촉(蜀)에서 처음 이 장안을 찾아온 이백을 제일 먼저 찾아 만나서 이백이 보여준 〈촉도난(蜀道難)〉을 읽어보고 금방 놀라서 이백을 “저 하늘 위 옥황상제의 신선 세상에서 이 지상으로 귀양온 신선이요, 저 하늘의 태백성(太白星) 정기를 타고 태어난 사람”이라 부르고는 이내 자신이 차고 있던 금제 거북(金龜)을 풀어 저당을 잡히고는 서로 술을 실컷 마셨다고 알려졌다.
【賀知章이 見李白고 謫仙人이라 니라】

어러운 주008)
어러운
현대어의 “미치다”라는 뜻인 “어럽다”의 관형사형으로 뜻은 “미친 듯한”이다.
客이 잇더니 너를 일훔 주009)
일훔
현대어로는 “이름”인데, 중간본에는 “훔”의 음성모음이 양성모음으로 바뀌어 “홈”으로 기록되어 있다.
호 귀향왯 주010)
귀향왯
현대어로는 “귀양왔는”인데, 중간본에는 “구향왯”으로 기록되어 있다.
仙人이라 더니라

【한자음】 석년유광객 호이적선인【하지장(賀知章)이 이백(李白)을 보고 귀양온 신선(仙人)이라고 불렀다.】
【직역】 옛적에 미친 듯한 손(객지에 와 있는 사람)이 있더니, 그대를 불러 귀양 온 신선(仙人)이라 하였다.
【의역】 옛적에 하지장(賀知章)이 서울 장안에서 이백 그대를 처음 만나서 그대가 술을 참으로 좋아하고 시를 잘도 짓는 것을 보고 너무 감탄하고 너무 동감하며, 그대를 “하늘에서 지상으로 귀양온 신선이다.”라고 불렀다는데,

筆落驚風雨 주011)
필낙경풍우(筆落驚風雨)
이 시구는 문면의 구조 그대로만 번역하면 “붓을 대어 글씨를 쓰니 바람과 비를 놀라게 한다”가 된다. 그런데 이 시구를 시의 한 구절이라는 점과 두보라는 시인에 의한 구상과 수사가 남다르다는 점을 전제로 하면, 이것은 이백의 글 짓는 솜씨는 바로 역동적이며 신속한 바람과 비의 변화양상을 구문의 요체로 터득하여 신속하고 역동적인 글을 지음으로써 그 바람과 비를 오히려 놀라게 한다는 것으로 풀어 읽어야 하며, 그래서 여기서는 바람과 비를 역동적이며 신속한 글의 요체를 터득하는 의인화한 전범으로 인용하여 읊고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詩成泣鬼神 주012)
시성읍귀신(詩成泣鬼神)
뜻 그대로 번역하면, “시가 다 지어지고 나자 귀신을 울게 한다”가 된다. 그런데 이 시구를 역시 시의 한 구절이라는 점과 두보라는 시인에 의한 구상과 수사가 남다르다는 점을 전제로 하면, 이것은 이백의 시 짓는 솜씨는 바로 신비한 기밀과 온갖 조화의 귀신의 속성을 구상의 모형으로 체화하여 기발하고 경이적인 시를 지음으로써 오히려 그 귀신들이 기막혀 울게 한다는 것으로 풀어 읽어야 하며, 그래서 여기서는 귀신을 신비한 기밀과 온갖 조화로 기발하고 경이적인 시상을 얻어내는 의인화한 전범으로 인용하여 읊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하지장이 이백의 〈오서곡(烏棲曲)〉을 읽고서 “이 시는 가히 귀신을 울리겠구나!”라고 하였다.

부들 주013)
현대어의 “붓”이다.
디어 글 스니  비 놀라 주014)
놀라
현대어로는 “놀라는”인데, 중간본에는 “리”으로 기록되어 있어, 혹시 이것과 대응된 글자인 “경(驚)” 자를 바람과 비의 역동적인 변화상태에 더 걸맞다고 여겨지는 “비(飛 : 날다)”로 바꾸어 언해한 것이 아닌가 추정되기도 한다.
고 그를 지니 鬼神이 우놋다

【한자음】 필낙경풍우 시성읍귀신
【직역】 붓을 대어 글을 쓰니 바람과 비도 놀라는 듯하고, 글을 지어 놓으니 귀신이 우는구나!
【의역】 붓을 탁 잡고 글을 지어 쓰고 나니 이 글의 능수능란한 솜씨와 이 글의 놀라운 수준에 바람과 비도 놀랄 만하고, 시를 지어 놓고 나니 이 시의 기발하고 초탈적인 시상과 수사에 귀신들도 너무 놀라서 울게 할 만한 상황이라서,

聲名 주015)
성명(聲名)
글자대로의 뜻은 “소리 난 이름” 또는 “소문이 난 이름”으로 “명성(名聲)”과 같은 말이며, 지금은 “명성”이라는 한자어가 그냥 우리말로 쓰인다.
從此大 汨沒 주016)
골몰(汨沒)
이 한자어는 여러 가지의 뜻을 가지고 있으나, 여기서는 “깊은 물 같은 곳에 빠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一朝伸 주017)
일조신(一朝伸)
이 한자어구의 그냥 뜻은 “하루 아침에 팔자가 확 폈다”인데, 이것은 하지장이 당나라 황제인 현종(玄宗)에게 이백의 뛰어난 재능을 보고하여 황제의 부름을 받고 금난전(金鑾殿)에 가서 뵈면서 시 한 편을 외우자 음식을 하사 받고 한림공봉(翰林供奉)으로 임명된 일을 가리킨다.

소리와 일훔괘 일로부터 크니 뎻던 주018)
뎻던
“디다(꺼지다. 몰락하다)”에 과거 회상을 나타내는 관형사형 어미인 “엿던”이 첨가된 것으로 현대어로는 “몰락하였던”이다.
모  아 주019)
아
아침에. 중간본에서는 “아의”로 기록되어 처격조사 “”가 “의”로 바뀌었고, “아”의 종성 “ㅁ”이 “의”에 연음되어 있지 않다.
펴니라

【한자음】 성명종차대 골몰일조신
【직역】 소리와 이름이 이것으로부터 크게 나니, 아무도 모르던 몸이 하루 아침에 펴지니라.
【의역】 소문과 이름이, 하지장(賀知章)에 의한 칭찬과 놀라운 시 짓기의 재능으로 인해 크고 넓게 알려지자, 저 시궁창에 빠진 듯이 아무도 모른 채 있던 몸이 하루 아침에 세상에 나와 팔자가 확 펴지게 되어서,

文彩 주020)
문채(文彩)
글자대로의 뜻은 “문장의 채색”이라는 것으로 “문채(文綵)”와도 같이 쓰이나, 여기서는 이렇게 문장에 채색이 나게 하는 재능을 대유하여 말하는 것으로, 바로 이백의 자유자재로 시 잘 짓는 훌륭한 재능을 함축한 말로 쓰였다.
殊渥 주021)
수악(殊渥)
글자대로의 뜻은 “남과 아주 다른 은혜와 덕”으로 현종황제의 특별한 은덕을 말한 것이다.
流傳 주022)
유전(流傳)
글자대로의 뜻은 “세상에 널리 퍼져 전한다”로 여기서는 이백의 높은 명성과 시가 그렇게 세상에 널리 퍼져서 오래오래 전해진다는 말이다.
絶倫 주023)
절륜(絶倫)
글자대로의 뜻으로 풀이하면 “윤(倫)” 자는 “무리”를 말하고, “절(絶)” 자는 “뛰어넘는다”이므로 “같은 무리들을 뛰어넘다”이며, 그래서 “출중(出衆)하다”라는 말과 같다. 여기서는 이백의 명성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오래 전해지는 정도가 다른 사람들을 뛰어넘을 거라는 말이다.

빗난 조로 님 殊異 恩渥 닙오니 流傳야 가 반기 주024)
반기
현대어로는 “반드시”이다.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5ㄴ

等倫에 그츠리로다 주025)
그츠리로다
“그츠다(끊다)”의 어근에 어미 “리로다(할 것이다)”가 연결된 것으로 현대어로는 “끊을 것이다”이며, 이것은 이백의 시적 재능과 명성이 다른 사람들의 등급을 끊고 뛰어넘을 것이라는 말이다.

【한자음】 문채승수악 유전필절윤
【직역】 빛난 재주로 임금님의 특별하신 은혜를 입었사오니, 흘러 전하여 감은 반드시 같은 등급을 끊어 넘으리라.
【의역】 〈이상 두 구에 앞선 두 구에서도 본 바와 같이,〉 또 현종황제의 부름을 받고 황궁에 들어가 ‘청평조(淸平調)’를 지어 바침으로써 황제의 특별하신 칭찬과 총애를 입었으니, 이런 영광과 시의 명성은 역사 위에 넓게 그리고 오래오래 사뭇 전해지면서 그 누구와도 같을 수 없이 전무후무한 경우가 될 것이라,

<용어 realname="">龍舟 주026)
용주(龍舟)
용의 상을 조각하여 수식한 배로 황제가 타던 배이며, 이백이 이 배를 타고 궁안의 백련지(흰 연꽃이 피는 궁안의 연못)에서 시를 지어 바치고 술을 하사 받아 마시며 늦게까지 배를 타고 노닐었다고 알려졌다.
移棹 주027)
만(晩)
글자의 뜻은 그냥 “늦다” 또는 “오후 늦게”지만, 『두시비주』에는 현종황제가 백련지에서 용주를 띄우고 이백을 부르자 이백은 술에 취해 너무 정신을 못 차려서 고력사(高力士)가 부축해서 용주에 오를 때까지 늦추어져 있었다는 뜻의 “晩(늦게까지)” 자라고 설명하고 황제가 이백이 용주에 오르는 동안 늦게까지 기다렸다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 『두시비주』의 내용대로라면 이 『두시언해』에서 언해된 “나조”가 아니고 “늦게까지”라고 해야 한다.
獸錦奪袍新 주028)
탈포신(奪袍新)
이 시 어절의 글자대로의 뜻은 “빼앗은 옷이 새롭다”이지만, 이 시에서는 이백이 황제로부터 하사 받은 옷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부분이므로 “이 하사 받은 옷이 무후가 동방규에게서 새로 빠앗아서 송지문에게 준 그 옷과 같다”라는 긴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이것은 그만큼 최상의 특별 은총의 하사품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玄宗이 泛舟白蓮池야 召白야 作樂章시고 賜錦袍시니라 獸錦은 織成獸文이라 奪字 武后ㅣ 詔從臣賦詩니 東方虯ㅣ 先成대 賜獸袍ㅣ러니 宋之問이 後成야 后ㅣ 嘆賞야 奪虯袍야 與之問니라】

龍舟로  주029)

“(상앗대)”에 목적격조사 “”이 첨용되고 여기에 “ㅊ”이 연음된 것으로 현대어로서의 뜻은 “상앗대를”이다.
옮기던 나조 獸錦 아 주030)
아
“다(빼앗다)”의 어간 “”에 관형사형 어미 “온”이 연결되면서 “ㅿ”이 연음된 것으로 현대어로는 “빼앗은”이다. 그런데 이 말은 중간본에서는 “ㅿ”음이 탈락하고 “아온”으로 바뀌어 기록돼 있다.
오시 새롭더라

【한자음】 용주이도만 수금탈포신현종백련지에 배를 띄우고 이백을 불러 악장을 짓게 하시고 비단옷을 하사하셨다. “짐승비단”이라는 것은 짐승의 털무늬를 짜서 만든 것이다. ‘빼앗았다[奪]’라는 글자는, 무후가 시종하는 신하들에게 시를 짓게 하니, 동방규가 먼저 지어 놓자 ‘짐승털옷’을 하사했다가, 송지문이 뒤이어 잘 지어 놓자 무후가 감탄하며 감상하고서 동방규의 그 털옷을 빼앗아서 지문에게 주었다.】
【직역】 용을 조각해 만든 배를 늦게 노 저어 옮겨가서, 짐승을 수놓은 비단 옷은 새로 빼앗아 준 옷이었다.
【의역】 이백현종황제의 부름을 받고 가서 현종양귀비의 사랑을 미화 찬양한 ‘청평조(淸平調)’를 지어 황제의 극찬을 받고 백련지에서 늦게까지 용주의 상앗대를 저어 옮겨가며 노닐었지만, 황제로부터 하사 받은 짐승비단의 옷은 옛날 무후동방규에게서 새로 빼앗아서 송지문에게 준 그 옷과 같았고,

白日 주031)
백일(白日)
글자대로의 뜻은 “해가 화안하게 밝은 하낮”이지만, 여기서는 무명베 옷이나 입은 무관(無冠)의 시인이었던 이백이 하루 아침에 황제로부터 부름을 받고 자랑하듯 당당하게 지엄한 궁중 황제의 거처인 금란전에 자랑스럽게 오르는 일체의 상황들을 총체적으로 암시하는 상징으로 쓰여진 말이다.
深殿 주032)
심전(深殿)
이 한자어는 분명 실제로 궁안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던 “금란전(金鸞殿)”을 말하지만, 이 “심(深)” 자가 그냥 그 전각의 물리적인 위치상태만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황제와 양귀비 등이 거쳐하는 아주 지엄하고 정중한 공간임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한 것으로, 이런 곳에 가서 황제의 총애를 받는다는 이백의 시인적 존재상을 간접적으로 기리고 있는 것이다.
靑雲滿後塵 주033)
후진(後塵)
글자대로의 뜻은 “뒤에 이는 먼지”이며, 여기에서도 문면만의 뜻으로는 실제로 이백이 타고 오는 마차의 뒤를 따라 일고 있는 먼지이지만, 이말은 훌륭한 사람이나 지위 높은 사람의 뒤를 따르는 자신을 스스로 낮춰 부르는 말이었으므로, 여기서도 이백을 뒤따르던 고관들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言白이 承詔來殿 而遍滿後車之塵也ㅣ라】

 주034)

현대어로서의 뜻은 “밝은”이며, 중간본에서는 “근”으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다.
나래 기픈 殿에 오니 프른 구 주035)
# 프른 구름
청운(靑雲). 이 낱말만의 뜻은 “푸른 구름”이나 전용하여 “높은 이상이나 벼슬”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으며, “높은 벼슬을 한 관리”인 “청운객(靑雲客)”이나 “청운지사(靑雲之士)”라는 낱말의 약어로 쓰였으므로, 여기서는 “높은 벼슬의 관리들”로 쓰였음이 분명하다.
서리예
주036)
프른 구 서리예
중간본에는 “구서리”로 “”이 생략되어 있는데, 이 중간본의 문면을 살펴보면 이것과 상응하는 부분이 아무래도 누군가가 가필을 해서 고친 듯이 글자들의 크기가 다른 부분과 달라진 채 “구서리예예”로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이 중간본의 기록은 오기로 판단된다.
뒤혜 드트리 주037)
# 드틀
현대어로서의 뜻은 “먼지”이다.
더라

【한자음】 백일래심전 청운만후진【말하자면 이백이 황제의 부르시는 글을 받들고 깊은 궁안 전각으로 올 때에 많은 고관들이 이백의 마차 뒤를 따라 먼지가 가득했다는 것이다.】
【직역】 환히 밝은 한낮에 현종의 부름을 받고 궁안 깊숙한 금난전으로 들어올 제, 많은 고관들(푸른 구름)이 뒤따르며 먼지를 가득 일으켰다.
【의역】 『두시비주』에서 말하고 있는 바대로, 황제의 부름을 받고 환히 밝은 한낮에 당당하게 깊은 궁안으로 들어가 금난전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게 될 때, 이 이백의 뒤를 많은 고관들의 마차가 먼지를 가득 일으키며 뒤 따랐으니 이것은 더할 수 없는 최상의 대우요 특별한 은총이었건만,

乞歸 주038)
걸귀(乞歸)
글자대로의 뜻은 “귀향이나 귀휴를 빌리다”인데, 이렇게 무엇을 “빌린다”라고 말하는 것은, 옛날에는 어떤 사람이 직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벼슬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은 임금의 신하가 자동적으로 되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이 사람의 몸은 임금에게 맡겨지는 것이라, 자신이 벼슬을 그만두거나 벼슬을 사직하려면 맡겨진 자기의 몸을 맡고 있는 임금님으로부터 빌려서 간다고 하여 “걸해골(乞骸骨 : 자기의 해골을 빌려서 간다)”이라고 하였기 때문이며, 따라서 여기에서도 이 “걸귀(乞歸)”의 뜻이 그냥 낱말 글자대로의 뜻만이 아니라 “임금님께 맡겨졌던 이 몸을 빌려서 돌아간다”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優詔 주039)
우조(優詔)
“우(優)” 자는 “아주 너그럽고 크다”이며, “조(詔)” 자는 “임금의 명령으로 신하나 백성에게 내리는 글”이라, 이 두 글자가 합쳐진 이 낱말의 뜻은 “아주 대단히 너그러운 배려로 내려주는 글”이라는 말이다.
許 遇我宿心 주040)
숙심(宿心)
글자대로의 뜻은 “전부터 오래 지녀온 마음”이며, 여기서는 작자인 두보 자신과 이백이 일찍부터 서로 깊이 약속하듯 새겨 두었던 마음이라는 말이다.
【白이 爲高力士의 所譖야 乞還鄕이어 帝ㅣ 許之而來 與甫로 相遇也ㅣ라】

지븨 주041)
지븨
“집”에 처격조사 “의”가 첨용되면서 “ㅂ”이 연음된 것이며, 현대어로는 “집에”인데, 이 말은 중간본에서 “집의”로 바뀌어 기록되면서 “ㅂ”이 연음되지 않고 있다.
가 비와 주042)
비와
이 고어의 현대어로는 “빌거늘(구걸하거늘)”인데, 중간본에서는 “비와”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어위큰 주043)
# 어위크다
현대어로는 “넓고 크다” 또는 “관대하다”이다.
詔書로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6ㄱ

許시니 나 와 맛나니 주044)
맛나니
현대어로는 “만나니”인데, 중간본에서는 “만나니”로 바뀌어 기록되며 “ㅅ”음이 유성자음화하여 ”ㄴ”음으로 바뀌어 있다.
미 주045)
미
현대어로는 “마음이”인데, 중간본에서는 “ㅿ”음이 탈락하여 “미”로 바뀌어 기록돼 있다.
親더라

【한자음】 걸귀우조허 우아숙심친【이백이 고력사(高力士)의 중상 모략을 당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해주십사고 간청하자, 황제가 이것을 허락해 주셔서, 이를 계기로 궁안에서 돌아와서 나 두보와 서로 만나게 되었다.】
【직역】 집에 돌아가기를 빌며 간청하자 황제께서 넉넉하신 글로 허락해 주시니, 이렇게 되자 이백이 나 두보를 와서 만나주니, 옛부터 마음속에 서로 약속했던 바대로 아주 친해지게 되었다.
【의역】 앞서 아무 관직도 없던 일개 시인의 신분으로 일시에 황제로부터 너무 최상, 특급의 총애와 은혜를 입어, 다른 많은 고관들에 대한 자성을 고려해야 할 상황에 고력사의 중상을 당했었으니, 이를 계기로 황제께 맡겨진 자신을 고향으로 돌아가 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사 빌어, 황제께서 후하신 배려에 넉넉하신 아량으로 은혜로운 글을 내려 허락해 주심으로써, 이백 그대는 이내 궁에서 나와 자유로워지게 되었고, 그래서 나를 찾아와 서로 만나고 보니, 우리가 서로 일찍부터 마음속에서 깊이 약속했던 바대로 정말로 친해지게 되었으며,

未負幽棲 주046)
유서(幽棲)
글자대로의 뜻은 “아늑하고 깊숙하게 숨듯이 산다”이나, 여기서는 시끄럽고 모순된 속세를 떠나서라는 것이 배경으로 전제된 것이라, 이것은 그 행위의 주체가 탈속적 인격을 소유한 사람임을 시사하며, 더구나 이렇게 숨듯이 살려고 하는 뜻인 “유서지(幽棲志)”가 바로 이백의 원래의 뜻이었다고 읊은 것을 보면, 작자 두보는 이백을 탈속적 인격을 지닌 고상한 인물로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兼全寵辱身 주047)
겸전총욕신(兼全寵辱身)
이 시구의 문면상 의미는 “총애와 욕에서의 몸을 겸해서 온전히 했다”이며, 이 의미의 내용은 정녕 틀림이 없는 설명이다. 이 시구는 물론 그 앞의 시구를 전제로 하여 서로 유기적 인과관계로 파악될 수 있는 것이다. 역사상에서나 세상에 많은 인물들이 흔히 누구로부터 지극한 총애를 받을 때에 지나치게 오만해지거나 비굴해져서 자신을 망치는 경우가 많고, 또한 반대로 기막힌 굴욕을 당하는 경우에 구차스러운 아부와 간교한 술수를 쓰다가 자신을 망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세상 만사의 기틀을 잘 알아차리고 자신의 곧은 뜻과 바른 행동으로 떳떳하고 당당하게 세상에 나가고 들어오면서 그 세속의 올가미나 덫에 걸리지 않고 자신을 깨끗하게 보존하는 사람이 드문 것을 전제로 하면, 이 “겸전총욕신”이라는 이백에 대한 이 평가는 아주 최고 최상의 찬사라 할 수 있다.
【言白이 初蒙寵眷고 今被譖辱야 欲遂隱居之素志而全身也ㅣ라】

幽棲 들 져리디 아니 야 寵辱앳 모 兼全도다

【한자음】 미부유서지 겸전총욕신【말하자면, 이백이 처음에는 기막힌 총애와 은혜를 입고 있다가, 이제는 모함과 모욕을 당해서 숨어 살고 싶어 하던 원래의 뜻을 이루고 몸을 온전히 보존하고자 하는 것이다.】
【직역】 깊숙이 숨어서 살려고 한 원래의 뜻을 저버리지 않고, 총애를 받을 때에나 욕을 보게 됐을 때에나 몸을 다 겸해서 잘 보전하였도다.
【의역】 애초부터 시끄러운 세속을 훌훌 떠나 깊숙이 숨어서 편안하게 살려고 다짐해왔던 원래의 뜻을 저버리지 않고, 황제의 총애를 받아 궁안에서 머무른 영광스럽던 때에도, 고력사의 중상을 당하고 다른 고관들의 모함 위험도 예상되던 때에도 모두 자신의 신변을 안전하게 잘 보존했으면서,

劇談 주048)
극담(劇談)
글자대로의 뜻은 “유창하고 빠르게 하는 말”이나, 여기서는 마음속에 있는 진실한 의지대로 속임없이 그리고 거침없이 한껏 다 말을 잘하는 것을 말하며, 따라서 먼 시골에 묻혀 있던 인재로서의 이백의 언변과 행태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주049)
연(憐)
글자의 뜻으로는 “사랑하다” 또는 “불쌍하다”이지만, 여기서는 어떤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여기게 한다”라는 뜻으로 쓰였다.
野逸 주050)
야일(野逸)
글자대로의 뜻은 그냥 “시골에 숨어 있는 사람”이지만, 이것은 언제나 “시골에 숨은 듯이 살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인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쓰여져 왔으며, 여기서도 물론 이백이 바로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嗜酒 주051)
기주(嗜酒)
이 한자어의 문면만의 뜻은 “술을 즐긴다”이지만, 여기서는 “술을 아주 좋아하며 실컷 즐기고 마신다”로 이백의 음주태도가 매우 낙천적이며 호탕한 것을 함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읽어야 한다.
주052)
견(見)
이 글자의 뜻은 일반적으로 “보다”이지만, 여기서는 아주 복합적인 의미를 함축한 시어로 쓰였음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글자가 쓰이고 있는 “기주견천진(嗜酒見天眞)”의 언해 부분에서는 독자인 우리가 이백의 천진성을 “본다”는 것이지만, 이 시구는 이 언해만이 유일한 번역이 될 수 없고 시적 주체인 이백을 주어로 놓고 읽으면 “술을 실컷 즐겨 마시면서 천진함을 보여준다”로도 번역될 수 있는 것이라, 이 경우에는 “보인다”는 것이 된다.
天眞 주053)
천진(天眞)
이 한자어의 문면만의 뜻은 “타고난 그대로의 꾸밈이 없음”이지만, 이것은 중국이나 우리나라를 위시한 역사에서 사람의 가장 값진 인간성의 본질을 지칭해온 것으로서, 사람의 본성은 그 태어날 때에 하늘이 준 바대로의 순수하고 진실한 그 바탕을 그대로 지니고 사적인 욕망이나 외적 유혹에 절대로 기울어짐이 없이 하늘이 준 바 그대로의 곧고 바른 심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깊고 무거운 의미를 함축한 인성의 본질을 의미하는 말로 이 “천진(天眞)”은 중시돼온 것에 두보는 의미를 부여한 것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으며, 따라서 두보가 이백의 인성을 얼마나 높이 봤는가를 짐작하게 하는 말이다.

말 장호매 주054)
# 장다
현대어로는 “마음대로 실컷하다”, “거침없이 하다”이다.
野逸호 愛憐고 술 즐교매 주055)
즐교매
“즐기다”의 어간에 조성모음 “오”가 연결되어 “즐교”가 되고 여기에 명사형 어미 “ㅁ”이 연결되어 “즐굠”이 되고 여기에 다시 처격조사 “애”가 첨가되고 연음되면서 “즐교매”가 된 것으로, 현대어로는 “즐김에”이다.
하 주샨 주056)
주샨
“주시다”의 어간에 관형사형어미인 “안”이 첨용되면서 “주샨”이 된 것으로, 현대어로는 “주신”이다.
眞情을 보노라

【한자음】 극담련야일 기주견천진
【직역】 말씀을 한껏 하여 시골에 숨었던 인재를 안타깝게 여기게 하고, 술을 정말로 즐겨 마셔 하늘이 준 바대로의 참된 모습을 보게 하누나!
【의역】 꾸밈없이 진실대로 그냥 마음에 있는 것을 거침없이 한껏 말로 잘 풀어내는 그대의 언사를 들어보면 그 먼 시골 고향에 숨겨진 훌륭한 인재였던 것이 너무 안타깝고, 술을 너무 좋아해서 한량도 없이 실컷 마시는 모습에서 하늘이 준 바대로의 천진스런 그대의 인간성을 보게 되는구려!

醉舞梁園夜 行歌泗水春

梁園 주057)
양원(梁園)
중국의 한(漢)나라 때 황자인 양효왕(梁孝王)이 축조하고 놀았다는 정원을 말하며, 원래 명칭은 “토원(兎園)”이었는데, 양효왕이 손님을 좋아해서 유명한 문인인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여기 와서 놀았다고 하며 지금의 하남성(河南省) 상구현(商丘縣)에 있었다. 그런데 이백이 여기에 가서 놀았는지 〈양원음(梁園醉歌)〉이 남아 있으며 두보도 아마 이것을 전제로 이 작품에서 언급해 읊은 것으로 추정된다.
바셔 주058)
바셔
현대어 뜻은 “밤에서”인데,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바믜셔”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어 처격조사 “”가 “의”로 바뀌어 있다.
술 醉야 춤 츠고 泗水 주059)
사수(泗水)
중국의 산동성(山東省) 사수현(泗水縣)에 있는 강물 이름으로 같은 옛 노(魯)나라 지역에 있는 강물 수수(洙水)와 함께 공자(孔子)가 그 제자들을 이 연안 지역에서 가르쳤기 때문에 공자의 학문을 수사학(洙泗學)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백의 문집에는 여기서 시를 지은 기록이 보이지 않지만 이 강물 가에 가서 노닌 사실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보 주060)
보
현대어로는 “봄에”인데,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위의 “바셔”와 같이 격조사가 “의”로 바뀌어 있지 않고 그대로 “보”로 남아 있다.
녀셔 놀애 브르놋다

【한자음】 취무양원야 행가사수춘
【직역】 양원(梁園)에서 맞은 밤에는 술에 취해서 춤 추었고, 사수(泗水) 물가에서 맞은 봄에는 다니면서 노래했노라.
【의역】 그런데 일찍이 양왕(梁王)의 정원에서 밤을 맞았을 때는 즐겁게 술에 취해서 춤을 추었고, 또한 사수 물가에서 봄을 맞았을 때는 물가를 거닐면서 노래를 불렀다면서,

才高心不展 주061)
재고심불전(才高心不展)
이 시구는 그 시어들의 조직과 배합이 시상의 내적 자질을 최대한 강화하는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상호 역비례적으로 구성돼 있어 아주 높은 수사의 수법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나 재주와 능력의 수준이 높으면 당연히 마음속에 품은 뜻을 펼 수 있게 되는 것이 세상에서 다 아는 상식이요 순리인데, 여기서는 재주와 능력의 수준이 높은 데도 오히려 마음속에 품은 뜻은 펼 수 없다고 함으로써 상호 역비례의 모순이며 역리적인 불운의 상황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시의 주인공인 이백의 처지를 더없는 불운의 상황으로 제시함으로써 세상을 향한 공분의 호소와 작자 자신의 울분을 간접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道屈善無隣 주062)
도굴선무린(道屈善無隣)
이 시구도 앞의 시구와 같이 시상의 내적 자질을 최대한 강화할 수 있도록 시어들의 조직과 배합이 역시 상호 역비례적으로 구성돼 있어 고도의 수사적 수법을 보이고 있다. 풀어 말하면 여태까지 곧고 바르게 지켜오던 원칙을 굽혀서까지 세상에 맞추면 세상으로부터 호응을 받는 것이 당연하련만, 내 원칙을 굽혀 세상에 적응하여 착하게 잘해보려 할수록 오히려 호응을 못 받는 처지로 읊어, 역시 시의 주인공인 이백의 처지를 더없는 불운의 상황으로 제시함으로써 세상을 향한 공분의 호소를 한번 더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죄 노포  주063)

현대어로는 “마음을”인데, 중간본에서는 역시 “ㅿ”음이 탈락하여 “”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다.
펴디 주064)
펴디
현대어로는 “펴지”인데, 중간본에서는 “피디”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으며 이것을 현대어로의 뜻으로 풀어보면 “펴지”와 좀 다른 “피지”로 풀어지며, 이 “피다”는 고어사전에 기록되어 있지 않다.
몯니 道ㅣ 구브나 善호 이우지 업도다

【한자음】 재고심불전 도굴선무린
【직역】 재주가 높았는데도 마음속 뜻을 펴지 못하니, 원칙의 길을 굽히기까지 했으나 착하게 잘하려고 한 선의는 동조해 주는 이웃이 없도다!
【의역】 그대는 그 높은 수준의 재능을 가졌는데도 마음속에 품어 온 뜻은 펼쳐 볼 수가 없었고, 곧고 바르게 지켜온 원칙을 굽혀서까지 착하게 잘해 보려고 했건만 그것에 동조하여 주는 사람이 끝내 없었구려!

處士禰衡俊 諸生原憲貧【禰衡 原憲으로 比白니라】

處士 주065)
처사(處士)
이 한자어의 뜻은 “벼슬하지 않고 재야에 묻혀 사는 선비”라는 것이나, 이 말은 벼슬하지 않고 사는 선비들 중에서도 높은 학문과 수양된 인격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사회와 국가로부터 신망을 얻어 국가의 중요한 인물로 추천을 받고 기대를 모은 선비를 말한다. 따라서 이백이 이런 선비들 중에서도 가장 강직했던 이형과 같다고 한 것은 최상의 인물로 비유 칭송한 것이다.
ㅅ 서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6ㄴ

리옌 禰衡 주066)
이형(禰衡)
중국의 후한(後漢) 말기 고고한 인격의 선비로서 공융(孔融)이 조조(曹操)에게 추천하였으나 종내 응하지 않아 조조의 원망을 사서 조조의 모함과 위협을 받았으나 조조를 꾸짖었고 그 뒤에 유표(劉表). 황조(黃祖) 등에게도 추천되었으나 누구에게도 순종하지 않아 끝내는 피살되었다. 따라서 작자가 이백을 이 이형과 같다고 한 것은 이백의 고결하고 강직한 기개를 한껏 칭송한 것이다.
이 俊傑고 諸生 주067)
제생(諸生)
이 한자어의 뜻은 “모든 학생”이지만, 여기서는 공자에게서 공부하는 여러 학생 곧 여러 제자들을 말한다.
ㅅ 서리옌 原憲 주068)
원헌(原憲)
중국의 춘추시대 노(魯)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제자였는데 아주 가난하여 울도 담도 없는 초가에서 아주 어렵게 살 때, 같은 공자의 제자로서 고관이었던 자공(子貢)이 찾아가 만나서는 “무슨 병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재산이 없는 것을 가난하다고 하고, 배운 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병이라고 하는데, 나는 지금 가난할 뿐 병은 아니오”라고 하자, 자공이 부끄러워 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작자가 이백을 이 원헌과 비교한 것은 부귀(부자와 고관)를 추구하고 빈천(가난하고 천한 것)을 싫어 하는 세속의 인간들과는 전혀 다른 고상한 인격의 인물이라는 극상의 칭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난도다

【한자음】 처사이형준 제생원헌빈【이형과 원헌으로 이백을 비긴 것이다.】
【직역】 벼슬 안 한 선비들[處士] 사이에서는 이형(禰衡)처럼 월등하고, 여러 제자들 사이에서는 원헌(原憲)처럼 가난하구나.
【의역】 비유컨대 곧게 뜻을 지키며 벼슬을 안하고 수양만 하며 고상하게 사는 선비들이라면 그들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이형처럼 인격이 빼어나게 월등하고, 비유컨대 성실하게 공부하고 수양만 하며 넉넉지 못하게 산 공자님의 학생(제자)들이라면 그들 중에서도 원헌과 같이 가난해서,

稻粱求未足 薏苡謗何頻【稻粱 鴻鴈의 먹 거시라 馬援이 征交趾야 載薏苡來야 人이 譖之爲明珠니 此 言白이 祿食이 未足而遽遇讒毁也ㅣ라】

稻粱 주069)
도량(稻粱)
글자대로의 뜻은 물론 “벼와 기장”으로, 이 낱말만의 문면상 해석으로는 별다른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지만, 이 시의 주체인 이백의 처한 상황을 배경으로 놓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언외로 시사하는 상관된 의미들을 읽어보면, 첫째로는 훌률한 의지와 재능을 갖춰 족히 고관도 될 만한 이백이라 진정 높은 관직에 있다면 이 벼와 기장 같은 곡식은 별로 귀하게 여길 필요도 없고 기름진 고기와 좋은 술도 흔하게 먹고 마실 수 있었을텐데, 아예 이 벼와 기장 같은 식량도 넉넉히 구해서 먹을 수가 없다는 것을 제시해서, 식생활의 곤란을 알림은 물론 이백이 겪는 억울한 상황에 대한 항변의 근거와 함께 작자 두보의 공분도 간접적으로 싣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구인 “도량구미족(稻粱求未足)”을 작자의 의도로 살려 번역을 한다면 분명 “당당한 인물로서 오히려 뜻을 못 이뤄 벼와 기장 같은 식량도 넉넉하게 구해서 먹을 처지가 못 되는 채 어렵게 살고 있는데”라고 하는 것으로 항변과 공분을 전제하는 글이다.
어두믈 주070)
어두믈
현대어로는 “얻음을”이며, “얻다”의 어간 “얻”에 어미 “움”이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격조사 “을”이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足히 몯 야셔 薏苡 주071)
의이(薏苡)
이 시구에서 이 한자어는 그냥 그 글자만의 뜻인 “율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원(馬援)이라는 인물과 상관된 사연을 문면 외적으로 함축시켜 전고(典故)의 용어로 사용된 것이라, 이미 앞에서 말한 바대로 “간신배들에 의하여 빛나는 진주라고 속였다는 모략을 당한 마원”이 이백을 비유한 말로 대용된 것이므로 “방하빈(謗何頻)”은 바로 “옛날에 마원처럼 턱도 없이 속였다고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모략을 이백 그대는 얼마나 억울하게 당하고 있는가?”라고 하는 동정과 위로와 공분의 결정어인 것이다.
하로미 주072)
하로미
현대어로는 “헐뜯음이”이며, “할다”의 어간 “할”에 어미 “옴”이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격조사 “이”가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모 도다

【한자음】 도량구미족 의이방하빈【벼와 기장은 기러기들의 먹는 것이다. 마원이 교지를 정벌하고서 율무를 싣고 오자 사람들이 이것을 빛나는 진주라고 속였다는 모략을 당했다고 했으니, 이것을 인용한 것은 말하자면 이백이 월급과 식량도 모자라는 처지에 갑자기 무고와 모함을 당했다는 것이다.】
【직역】 벼와 기장을 얻는 것도 넉넉지 못해서, 율무를 가지고 헐뜯음이 자못 자주당했도다.
【의역】 벼와 기장을 구해서 얻어 먹고 사는 것도 넉넉하게 못할 정도로 어려웠는데, 마원이 싣고온 율무가 진주라고 속였다는 모략을 당한 것처럼 이백 그대도 중상과 모략을 자주 당했으며,

五嶺 주073)
오령(五嶺)
중국의 남쪽인 교지(交趾) 지역에 있는 다섯 개의 영(嶺)마루로서, 대유(大庾), 시안(始安), 임화(臨貨), 계양(桂陽), 게양(揭陽) 등을 말하며 이곳들은 무척 더운 곳으로 알려졌다.
炎蒸地 三危 주074)
삼위(三危)
지금 중국의 감숙성(甘肅省) 조서산(鳥鼠山) 서쪽에 있었다는 산으로 옛날에 삼묘씨(三苗氏)를 이 곳으로 추방했다고 전해지는 아주 황량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放逐臣【白이 坐永王璘의 府僚야 流夜郞니 五嶺三危ㅣ 與夜郞으로 相接니라】

五嶺 더위   해 주075)
해
현대어로는 “땅(지역)에”인데, 중간본에서는 “헤”로 기록되어 조사 “애”가 “에”로 바뀌어 있다.
三危예 내쳣 臣下ㅣ로다

【한자음】 오령염증지 삼위방축신【이백이 영왕 인의 부하 관료로 연좌되어 야랑으로 유배되어 가니, 오령과 삼위가 야랑과 서로 접해 있었다.】
【직역】 오령(五嶺)의 더위 찌는 듯한 땅에, 삼위(三危)에 내쫓긴 신하로다.
【의역】 끝내는 남쪽으로는 오령의 근처로서 찌는 듯이 더운 곳에다가, 서쪽으로는 옛날 삼묘(三苗)가 귀양 간 곳인 삼위도 접해 있는 그 야랑 땅에 내쫓긴 신하의 신세로 귀양을 가버린 채,

幾年遭鵩鳥 獨泣向麒麟【用賈誼與孔子事야 比白之遭貶而道窮니라】

몃 鵩鳥 주076)
복조(鵩鳥)
낱말의 뜻은 “올빼미”이나, 여기서는 이 올빼미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담아 쓰여진 복합적 전고의 용어다. 중국 전한(前漢) 시대 가의(賈誼)가 장사왕(長沙王)의 스승으로 좌천되어 있을 때 올빼미가 날아와 울어서 걱정하고 있다가 장사(長沙)로 귀양을 갔다. 그래서 거기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복조부(鵩鳥賦)〉를 지었다. 그런데 이 시구에서 “올빼미를 만났다[遭鵩鳥]”라고 한 것은 유배를 당하여 살게 된 불운한 삶을 대유한 말이다.
맛니렛니오 주077)
맛니렛니오
현대어로는 “만났던가?”이며, “맛닐다”의 어간 “맛닐”에 어미 “엣니오”가 첨가되면서 “ㄹ”이 연음된 것이다.
오 주078)
오
현대어로는 “홀로”이며, 중간본에서는 “오아”로 “ㅿ”이 탈락해서 기록돼 있다.
우러 麒麟 주079)
기린(麒麟)
낱말의 뜻은 그냥 “기린”이며, 대체로 이 동물은 중국에서 성인을 상징하는 성스러운 동물이었는데, 여기서는 공자와 상관된 내용을 함축한 전고의 용어로 원용되었다. 공자의 어머니 안징재(顔徵在)가 꿈에 기린을 보고 공자를 임신했다고 하여 기린은 곧 성인인 공자를 상징하기도 하고 중국역사의 성군(聖君)들인 여(堯), 순(舜), 우(禹), 탕(湯), 문왕(文王), 무왕(武王) 등을 상징하기 때문에, 공자는 이런 성군들을 만나야 성스러운 이상정치를 수행할 수가 있는데 자신이 생존한 당시에 그런 성군이 세상에 없으니, 비록 기린이 자신을 상싱하여 세상에 나타났을 망정 뜻을 펼 수가 없어 공자는 동병상련의 처지로서 그 기린을 향해 울었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 시구 “독읍향기린(獨泣向麒麟 ; 홀로 기린을 향해 울 뿐이다)”는 문면상으로는 물론 공자가 그렇게 했다는 말이지만, 이 시구에서는 이백도 공자와 같이 이렇게 울 수밖에 없는 시대적 불운을 겪고 있다는 말이다.
을 向놋다

【한자음】 기년조복조 독읍향기린【가의와 공자가 겪은 일들을 가지고 이백이 유배를 당해서 살길이 궁지에 몰린 것을 비유한 것이다.】
【직역】 몇 해 동안 올빼미가 우는 불운[鵩鳥]을 만나게 됐는가, 홀로 울면서 기린만을 향하게 됐구려!
【의역】 이백 그대는 그 몇 해 동안을 옛날 한(漢)나라의 가의처럼 유배 당하는 불운을 당해야 하는가? 홀로 울면서 옛날 공자님께서 불운을 겪어 기린을 향해 우셨던 것같이 울 수밖에 없게 됐구려!

蘇武先還漢 黃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7ㄱ

公豈事秦【蘇武ㅣ 在匈奴十九年而還니라 黃公은 四皓之一이니 避秦而隱니 此ᄂᆞᆫ 喩白의 不從 주080)
인(璘)
중국의 당(唐)나라 현종(玄宗) 황제의 열 번째 아들인 이인(李璘)으로 영왕(永王)이라 봉해졌으며 뒤에 대도독(大都督)이 되어 부하를 많이 거느리게 되고, 군사력이 강해지자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하여 처형되었다. 그런데 잠시 이 영왕에게 불려가 있던 이백은 이 영왕의 반란 공모에 관계했다고 하는 일부의 비판을 받아 야랑(夜郞)으로 유배를 당했다가 나중에 풀려났다.
也ㅣ라】

蘇武 주081)
소무(蘇武)
중국의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 사람으로 흉노(匈奴)에 사신으로 갔다가 구료를 당하여 흉노의 추장 선우(單于)의 항복 강요를 끝내 거부하여 극지에 19년 동안 감금되었다가 머리가 허옇게 세어져 겨우 풀려나 귀국하였다. 그래서 많은 시에서 중요한 인물로 인용되어 읊어졌다.
ㅣ 몬져 漢애 도라오니 黃公 주082)
황공(黃公)
중국의 전국시대 말기 사람들로 진(秦)나라의 학정을 혐오하여 산속으로 들어가 숨어 살았던 “상산사호(商山四皓)” 중의 한 사람인 “하(夏)나라 황공(黃公)”을 말한다.
은 엇뎨 秦을 셤기리오

【한자음】 소무선환한 황공기사진【소무가 흉노 지역에 19년 동안 억류되어 있다가 돌아왔다. 황공은 네 늙은이 중의 한 사람으로 진나라를 피해서 숨어 있었으니, 이것은 이백이 영왕 인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직역】 소무(蘇武)가 먼저(앞서) 한나라에 돌아왔으니, 황공(黃公)은 어찌 진(秦)나라를 섬기리오?
【의역】 한(漢)나라 때 소무가 흉노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고 19년을 억류돼 있었다가 끝내는 먼저 조국 한나라로 돌아온 것처럼 이백 그대도 유배에서 풀려나 돌아올 테고, 진(秦)나라 때 사호(四皓) 중의 한 사람인 하황공(夏黃公)이 포악한 진나라를 섬기지 않고 숨은 것처럼 이백 그대도 어찌 영왕 인 같은 사람을 섬기려 하겠는가, 아마도 그대가 영왕 인을 섬겼다고 유배된 것은 정녕 무고일 것이오.

楚筵辭醴日 梁獄上書辰申公 주083)
신공(申公)
중국의 한(漢)나라 문제(文帝) 때 사람으로 이름은 배(培)이며, 일찍부터 황제의 아들인 초원왕(楚元王)과 친해져서 함께 부구백(浮丘伯)에게 가서 공부하여 박사(博士) 벼슬까지 하였으나, 어느 날 초원왕의 잔치 자리에 초청 받아 가니 자신의 식성을 잘 알면서도 단술을 준비해 놓지 않은 것을 보고 사양하고 나와서는 다시 가지 않았다.
이 見楚ㅅ 元王 不設醴酒고 辭行니 比白 辭璘而歸也ㅣ라 鄒陽 주084)
추양(鄒陽)
중국의 한(漢)나라 경제(景帝) 때 사람으로, 매승(枚乘)과 함께 황제의 아들인 오왕(吳王)에게 가서 신임을 받았으나, 오왕이 반역의 뜻을 품은 것을 알고 글을 올려 간하자 듣지 않아, 매승과 함께 역시 황제의 아들인 양효왕(梁孝王) 무에게로 가서 의탁하였는데, 양승(羊勝)에 의해 참소를 당하여 감옥에 갇혀 곧 죽게 되자 간곡하게 글을 올려 풀려나서 다시 상객(上客)이 되었으나, 양효왕이 무고한 사람을 처형하려는 것을 보고 이내 떠나버렸다.
이 囚梁獄而上書니 比白之坐事下獄也ㅣ라】

楚ㅅ 돗 주085)
돗
돗자리에. “돗”에 처격조사 “”가 첨가되면서 삽입음인 “ㄱ”이 연음된 것이다.
醴酒 말오 주086)
말오
말고. 사양하고. “ㄹ”음 아래에서 “ㄱ”이 탈락하여 “오”가 된 것이다.
나오던 나리여 梁ㅅ 獄애셔 上書 저기로다

【한자음】 초연사예일 양옥상서신【신공이 초나라 원왕에게 갔으나 왕이 단술을 준비해놓지 않자 떠나버렸다고 했으니, 이것은 이백이 영왕 인에게 갔었으나 그의 대우가 박하여 바로 사양하고 돌아온 것을 비유한 것이다. 추양이 양나라 감옥에서 글을 올렸다고 했으니, 이것은 이백이 영왕 인 사건에 연루되어 감옥에 갇힌 것을 비유한 것이다.】
【직역】 초원왕 잔치 자리에 단술 때문에 사양하고 떠나오던 날이여, 양(梁)나라 감옥에서 글을 올리던 때로다.
【의역】 그런데 한(漢)나라 때, 자신의 식성을 알면서도 단술을 준비하지 않은 초원왕(楚元王)의 잔치 자리에서 사양하고 떠나온 신공(申公)처럼, 이백도 영왕 인의 대접을 제대로 못 받아서 떠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 뒤에는 다시 옛날 한나라 때 양효왕(梁孝王)에게 갔다가 참소를 당해 감옥에서 글을 올리며 갇혀 있었던 추양(鄒陽)처럼 이백 그대도 지금 갇혀 있는 채,

已用當時法 주087)
이용당시법(已用當時法)
시구대로의 뜻은 “이미 적용된 당시의 법”이지만, 이 시구에서는 바로 시적 주인공인 이백에게 적용된 것이므로 그냥 “법”이 아니라 바로 “형법”이며, 따라서 이 시구를 구체적으로 풀어 읽는다면 바로 “이백 그대에게는 이미 당시의 형법이 적용되어 하옥되어 있건만”이 된다.
誰將此義陳 주088)
수장차의진(誰將此義陳)
시구대로의 뜻은 “누가 이 진의를 가지고 진술할 것인가?”이지만, 이 시구는 역시 시적 주체인 이백의 절박한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므로, 앞의 시구의 “이용(已用)~”과 이 시구의 “수장(誰將)~”은 상호 “이미 ~해 있건만, 누가 ~해 줄 것인가?”라는 절박한 상황의 하소연을 담아 읊고 있는 연결 고리를 이룬다.
【言璘이 本待白이 甚薄니 白은 豈與其叛謀ㅣ리오 朝廷이 不察其心而已施於法니 誰肯爲陳此義리오】

마 주089)
마
현대어로도 남아 있는 “이미” 또는 “벌써”라는 뜻의 부사어이다.
當時옛 法을 거니 주090)
# 다
현대어로는 “쓰다”이다.
뉘 이 들 디녀셔 주091)
# 디니다
현대어로는 “지니다”이다.
베프리오

【한자음】 이용당시법 수장차의진【말하자면, 인이 본래부터 이백을 대접하기를 박하게 했으니, 이백은 어찌 인과 더불어 반역 모의를 했겠는가? 조정이 이백의 마음을 살펴보지 않고서 이미 법대로 형이 시행되었으니, 그 누가 이렇게 된 사건의 진의를 거침없이 진술하려 하겠는가?】
【직역】 이미 당시의 형법을 적용해버렸으니, 그 누가 이 사건의 진의를 살펴 가지고 진술하려 하겠는가?
【의역】 이백 그대가 지금 감옥에 갇힌 것은, 그 당시 그대의 진심과 영왕 인과의 실제 관계는 불화해서 공모할 상황이 아닌데도 그것들을 참작도 하지 않고 그냥 당시 형법을 적용해버려 이렇게 되었건만, 이런 억울한 처지의 배경과 진실을 그 누가 밝혀서 요로에 진술하려 하겠는가?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슬플 뿐이라.

주092)
음(吟)
뜻이나 음으로 별 차이가 없이 같은 글자로 쓰이기는 하지만 중간본에서는 오히려 좀 궁벽하게 통용되는 “금(唫)” 자로 바뀌어 있다.
주093)
노음(老吟)
글자대로의 뜻은 “늙어서 시 읊다”인데, 이 작품과 이 시구에서는 “늙은 채 시만 읊는다”로 풀어 읽어야 하며, 특히 “노(老 : 늙다)” 자의 쓰임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미를 담은 것으로 읽어야 한다. 작자인 두보 자신보다 12세나 나이가 더 많은 이백에게 주는 이 시에서 자신이 “늙었다”라는 말을 쓰는 것은 매우 결례일 수가 있는 데에도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은, 두보 자신이 그런 것을 모르거나 결례를 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에게 자신을 무력한 존재나 무용한 존재로 스스로 낮추는 자기 겸손의 행태이며, 옛사람들의 시에서는 이 “늙음”은 자기 존재의 무력화나 비하를 시사하는 문학적 관습행위로 관용되어 왔다. 따라서 여기서도 두보의 그런 생활태도와 의식으로 관용된 표현이다.
秋月下 病起 주094)
병기(病起)
글자대로의 뜻은 “병을 앓다가 일어난다”인데, 앞의 시구에서 “늙었다”는 것이 자기 겸손의 관습용어로 쓰인 것처럼 여기서도 실제로 병이 들어 있어서가 아니라, 병이 들어 있어 세상의 명리나 부귀에 관심이 전혀 없다는 것을 시사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세상에서 무용한 존재로 인식, 소외됨으로써 오히려 시비 많고 갈등 많은 세상에서 자신을 지혜롭게 보전해가는 삶의 관행이었다. 따라서 외적으로는 지극히 소극적 행태의 일면 같지만 내적으로는 바른 삶을 위한 매우 적극적인 의식의 관습행위였음을 알아야 한다.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7ㄴ

暮江濱

늘구메 주095)
늘구메
늙음에. 중간본에서는 “늘그메”로 적어 명사형 어미 “움”이 “음”으로 바뀌었다.
  아래셔 그를 입고 주096)
# 입다
현대어로서의 뜻은 “읊다”이다.
병얏다가 나죗   주097)

현대어로는 “가에”인데, 중간본에서는 “”로 기록되어 반치음 “ㅿ”이 탈락되어 있다.
주098)
나죗  
현대어로서의 뜻은 “저물녘의 강의 가에. 저문 강가에”인데, 중간본에서는 “나죄 ”으로 기록되어 있어서 “나죗”의 사이시옷이 탈락되어 있다.
니렛도다

【한자음】 노음추월하 병기모강빈
【직역】 늙어서까지 가을 달 아래서 시를 읊고, 병들어서까지 해 저물녘 강가에서 일어났도다.
【의역】 이런 형편이라, 나는 그저 이렇게 늙어오면서 가을 달빛 아래서 시나 읊고, 병들어 있다가 해 저물녘에 강가에나 나가서 몸을 일으켜 겨우 기운을 차리고 살고 있지만,

莫怪恩波隔 乘槎 주099)
승사(乘槎)
글자대로의 뜻은 “뗏목을 타다”인데, 이 말은 중국의 『박물지(博物志)』에 나온는 바대로 하늘의 은하수가 바다와 통해 있어서 뗏목을 타고 바다를 항해해서 끝내는 하늘에 올라간다는 것인데,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이백과 함께 이렇게 뗏목을 함께 타고 하늘로 올라가서 하느님(옥황상제)을 만나겠다는 말이다.
問津 주100)
문진(問津)
이 한자어의 뜻 풀이는 “배가 건너다니는 나룻터를 묻는다”이며, 이 말의 유래는 『논어(論語)』 〈미자(微子)〉에 나오는 것으로 공자가 길을 가다가 건너야 할 큰물을 만나서 어디가 건너는 나루터인지를 몰라 제자인 자로(子路)를 시켜서 밭을 갈고 있는 장저(長沮)와 걸익(桀溺)에게 물어봤다는 데에서 시작한 것이며, 학문을 닦는 방도나 세상을 살아가는 길을 뜻하는 말로도 전용되었다. 여기서는 바로 세상을 살아가는 길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言白은 莫怪天子之恩이 隔絶라 欲與白로 上天而問之也ㅣ로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恩波 주101)
은파(恩波)
글자대로의 뜻은 “은혜의 물결”이며, 여기서는 “황제가 베풀어 주는 은총의 물결”이라는 말이다.
주102)
격(隔)
이것은 “격절(隔絶; 막혀서 끊기다)”의 준말로, 여기서는 “황제의 총애가 막혀서 끊겼다”는 말이다.
絶야쇼 怪異히 너기디 말라 들굴 주103)
들굴
이 고어는 한자 “사(槎)” 자를 풀이한 우리말로 고어사전에서 현대어의 “등걸”이라고만 풀이해 놓았는데, 이것은 미흡한 이해의 풀이다. 왜냐 하면 이 “사” 자는 현대의 우리말로 “등걸”이라는 뜻과 함께 “뗏목”이라는 뜻으로도 쓰이는 글자인데, 이 시에서는 “등걸”이 아니라 “뗏목”으로 쓰인 것이므로 고어사전에는 “뗏목”이라는 뜻으로도 풀이해 놓아야 한다.
타 다  주104)
ᄋᆞᆯ
이 고어는 고어사전에 수록되어 있지 않은 말이나, 상응하는 한자인 “진(津)”의 뜻을 봐서 현대어로는 “나루를”임을 알 수 있다.
무러 하해 올아가리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막괴은파격 승사여문진【말하자면, 이백은 천자의 은혜가 끊겨 막힌 것을 괴이하게 여기지 말라. 이백과 함께 하늘에 올라가서 그 이유를 묻고져 한다는 것이다.】
【직역】 은혜의 물결이 막혀서 끊긴 것을 괴이하게 여기지 말라. 뗏목 타고 함께 나루를 물어서 하늘에 올라가리라.
【의역】 호탕한 기상과 기발한 재능으로 품었던 큰 뜻이 중상과 무고로 꺾인 채 억울하게 옥살이를 치르고 있는 이백의 안타까운 상황을 마음으로 함께하며 칭송도 하고 경탄도 하고 사설도 하고 푸념도 하고 원망도 하고 하소도 하며, 그 목청의 장단과 고저와 강약을 기막힌 호소의 가락으로 읊다가, 이 끝 구들에는 이백과 두보 서로의 기막힌 운명의 한을 하늘에 묻자는 안타까운 자위의 다짐으로 달래며 눈물 감춘 슬픔을 삼켜 읊고 있는 것이다.
Ⓒ 역자 | 송준호 / 2014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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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이십운(二十韻) : 낱말의 뜻은 “스무 개의 운자”라는 말이나, 여기서는 매 짝수의 구마다 그 끝에 달아 지은 같은 계통의 음운인 “진(眞)”계열에 속한 글자들을 말하며, 구체적으로 말하면 첫 번 째 짝수 구 끝에 글자인 “인(人)”에서부터 스무 번째 짝수 구 끝에 글자인 “진(津)”까지의 스무 자를 말한다.
주002)
기이십이백이십운(寄李十二白二十韻) : 이 작품은 지덕(至德 肅宗) 원년(756)에 이백(李白)이 심양(潯陽) 감옥에 억류돼 있다가 그 다음 해에 송약사(宋若思)가 군대를 이끌고 이 심양을 지나다가 죄수들을 풀어줄 제 이백도 풀려났었으나, 건원(乾元 肅宗) 원년(758)에 다시 야랑(夜郞)으로 멀리 유배를 가서 있었는데, 이 작품은 작자가 이백을 위로하기 위해서 그 다음 해(759)에 진주(秦州)에서 지어 보낸 것이다. ‘십이(十二)’는 배항으로서 열두째 아들 이백을 가리킨다.
주003)
석년(昔年) : “왕년(往年)”과 같은 말로, 어느 해를 기준으로 하지 않은 지나간 해를 말하며, 그래서 “옛적”이라는 번역이 아주 적합하다.
주004)
광객(狂客) : 글자대로의 뜻은 “미친 손”으로 매우 부정적인 인성의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정신적, 신체적으로 비정상인 인물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천부적으로 자유분방한 기질이나 행태를 지녔거나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무언의 저항이나 조소 등의 행태를 지닌 사람을 말히기도 한다. 여기서는 물론 천부적으로 자유분방한 행태를 많이 보인 하지장을 말한다.
주005)
호(號) : 이 글자는 『두시비해』에도 물론 똑같이 이 글자로 기록되어 있다. 이 글자의 뜻은 “부르짖다[大呼]”인데, 이 글자가 중간본에서는 “호(呼)” 자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대로 이백 자신이 스스로 지은 시에서 “나를 보고 귀양온 시선이랬지![呼我謫仙人]”라고 하여, 이 “호” 자를 쓴 것을 보면, 이 행위의 주체자인 하지장의 같은 행위를 표현한 것이라는 점에서 “호(號)” 자보다는 “호(呼)” 자가 맞는 것으로 추정이 되며, 더구나 하지장이 이백을 보고 “부르짖었다”고 하기보다는 그냥 “~이라고 불렀다”거나 “~이라고 했다”가 맞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도 “호(呼)” 자가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두 글자가 흔히 통용되는 경우는 많아서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주006)
이(爾) : 이인칭 호칭인 말로서 뜻은 “너”지만, 이것은 우리말에서 흔히 평등한 친교간이나 손 아래 사람에게만 사용하는 호칭어이나, 실제로 이 “이(爾)” 자가 한문 문장이나 이 작품에서처럼 쓰이는 경우에는 우리가 흔히 이해하고 있는 바와 같이 반드시 고정된 호칭어의 의미인 “너”라는 평등 혹은 하대의 말만이 아니라, 존비간의 격차가 훨씬 완화된 의미의 글자로서 우리말로서는 “너”에서부터 “자네”, 그리고 “그대”, “당신” 같은 여러 호칭으로 범용될 수 있는 글자인 것이다. 따라서 작자 두보보다 열 두 살의 연상인 이백(李白)에게 부치는 시이므로, 이 작품에서 “이(爾)” 자는 분명 “그대”나 “당신”이라는 말로 사용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주007)
적선인(謫仙人) : 낱말대로의 뜻은 “귀양온 신선”이며, 이 말은 세속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걱정없이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쓰여서, 중국 역사상에서 동방삭(東方朔), 반구중(班邱仲), 두경산(杜京産), 이백(李白), 소식(蘇軾) 등을 호칭하는 말로 쓰였으나, 이 시에서는 이백이 자신의 시 〈대주억하감(對酒憶賀監 : 술을 대하자 하감이 그리워져서)〉에서 스스로 “四明有狂客 風流賀季眞 長安一相見 呼我謫仙人(사명에는 광기에 찬 객이 있어서, 그는 바로 풍류 있는 하계진인데, 장안에서 한번 서로 만나 보고선, 나를 보고 귀양온 신선이랬지!)”라고 한 바대로, 시와 술로 자유분방했던 사명지방 출신인 하지장(賀知章)이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에서 촉(蜀)에서 처음 이 장안을 찾아온 이백을 제일 먼저 찾아 만나서 이백이 보여준 〈촉도난(蜀道難)〉을 읽어보고 금방 놀라서 이백을 “저 하늘 위 옥황상제의 신선 세상에서 이 지상으로 귀양온 신선이요, 저 하늘의 태백성(太白星) 정기를 타고 태어난 사람”이라 부르고는 이내 자신이 차고 있던 금제 거북(金龜)을 풀어 저당을 잡히고는 서로 술을 실컷 마셨다고 알려졌다.
주008)
어러운 : 현대어의 “미치다”라는 뜻인 “어럽다”의 관형사형으로 뜻은 “미친 듯한”이다.
주009)
일훔 : 현대어로는 “이름”인데, 중간본에는 “훔”의 음성모음이 양성모음으로 바뀌어 “홈”으로 기록되어 있다.
주010)
귀향왯 : 현대어로는 “귀양왔는”인데, 중간본에는 “구향왯”으로 기록되어 있다.
주011)
필낙경풍우(筆落驚風雨) : 이 시구는 문면의 구조 그대로만 번역하면 “붓을 대어 글씨를 쓰니 바람과 비를 놀라게 한다”가 된다. 그런데 이 시구를 시의 한 구절이라는 점과 두보라는 시인에 의한 구상과 수사가 남다르다는 점을 전제로 하면, 이것은 이백의 글 짓는 솜씨는 바로 역동적이며 신속한 바람과 비의 변화양상을 구문의 요체로 터득하여 신속하고 역동적인 글을 지음으로써 그 바람과 비를 오히려 놀라게 한다는 것으로 풀어 읽어야 하며, 그래서 여기서는 바람과 비를 역동적이며 신속한 글의 요체를 터득하는 의인화한 전범으로 인용하여 읊고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주012)
시성읍귀신(詩成泣鬼神) : 뜻 그대로 번역하면, “시가 다 지어지고 나자 귀신을 울게 한다”가 된다. 그런데 이 시구를 역시 시의 한 구절이라는 점과 두보라는 시인에 의한 구상과 수사가 남다르다는 점을 전제로 하면, 이것은 이백의 시 짓는 솜씨는 바로 신비한 기밀과 온갖 조화의 귀신의 속성을 구상의 모형으로 체화하여 기발하고 경이적인 시를 지음으로써 오히려 그 귀신들이 기막혀 울게 한다는 것으로 풀어 읽어야 하며, 그래서 여기서는 귀신을 신비한 기밀과 온갖 조화로 기발하고 경이적인 시상을 얻어내는 의인화한 전범으로 인용하여 읊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하지장이 이백의 〈오서곡(烏棲曲)〉을 읽고서 “이 시는 가히 귀신을 울리겠구나!”라고 하였다.
주013)
붇 : 현대어의 “붓”이다.
주014)
놀라 : 현대어로는 “놀라는”인데, 중간본에는 “리”으로 기록되어 있어, 혹시 이것과 대응된 글자인 “경(驚)” 자를 바람과 비의 역동적인 변화상태에 더 걸맞다고 여겨지는 “비(飛 : 날다)”로 바꾸어 언해한 것이 아닌가 추정되기도 한다.
주015)
성명(聲名) : 글자대로의 뜻은 “소리 난 이름” 또는 “소문이 난 이름”으로 “명성(名聲)”과 같은 말이며, 지금은 “명성”이라는 한자어가 그냥 우리말로 쓰인다.
주016)
골몰(汨沒) : 이 한자어는 여러 가지의 뜻을 가지고 있으나, 여기서는 “깊은 물 같은 곳에 빠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주017)
일조신(一朝伸) : 이 한자어구의 그냥 뜻은 “하루 아침에 팔자가 확 폈다”인데, 이것은 하지장이 당나라 황제인 현종(玄宗)에게 이백의 뛰어난 재능을 보고하여 황제의 부름을 받고 금난전(金鑾殿)에 가서 뵈면서 시 한 편을 외우자 음식을 하사 받고 한림공봉(翰林供奉)으로 임명된 일을 가리킨다.
주018)
뎻던 : “디다(꺼지다. 몰락하다)”에 과거 회상을 나타내는 관형사형 어미인 “엿던”이 첨가된 것으로 현대어로는 “몰락하였던”이다.
주019)
아 : 아침에. 중간본에서는 “아의”로 기록되어 처격조사 “”가 “의”로 바뀌었고, “아”의 종성 “ㅁ”이 “의”에 연음되어 있지 않다.
주020)
문채(文彩) : 글자대로의 뜻은 “문장의 채색”이라는 것으로 “문채(文綵)”와도 같이 쓰이나, 여기서는 이렇게 문장에 채색이 나게 하는 재능을 대유하여 말하는 것으로, 바로 이백의 자유자재로 시 잘 짓는 훌륭한 재능을 함축한 말로 쓰였다.
주021)
수악(殊渥) : 글자대로의 뜻은 “남과 아주 다른 은혜와 덕”으로 현종황제의 특별한 은덕을 말한 것이다.
주022)
유전(流傳) : 글자대로의 뜻은 “세상에 널리 퍼져 전한다”로 여기서는 이백의 높은 명성과 시가 그렇게 세상에 널리 퍼져서 오래오래 전해진다는 말이다.
주023)
절륜(絶倫) : 글자대로의 뜻으로 풀이하면 “윤(倫)” 자는 “무리”를 말하고, “절(絶)” 자는 “뛰어넘는다”이므로 “같은 무리들을 뛰어넘다”이며, 그래서 “출중(出衆)하다”라는 말과 같다. 여기서는 이백의 명성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오래 전해지는 정도가 다른 사람들을 뛰어넘을 거라는 말이다.
주024)
반기 : 현대어로는 “반드시”이다.
주025)
그츠리로다 : “그츠다(끊다)”의 어근에 어미 “리로다(할 것이다)”가 연결된 것으로 현대어로는 “끊을 것이다”이며, 이것은 이백의 시적 재능과 명성이 다른 사람들의 등급을 끊고 뛰어넘을 것이라는 말이다.
주026)
용주(龍舟) : 용의 상을 조각하여 수식한 배로 황제가 타던 배이며, 이백이 이 배를 타고 궁안의 백련지(흰 연꽃이 피는 궁안의 연못)에서 시를 지어 바치고 술을 하사 받아 마시며 늦게까지 배를 타고 노닐었다고 알려졌다.
주027)
만(晩) : 글자의 뜻은 그냥 “늦다” 또는 “오후 늦게”지만, 『두시비주』에는 현종황제가 백련지에서 용주를 띄우고 이백을 부르자 이백은 술에 취해 너무 정신을 못 차려서 고력사(高力士)가 부축해서 용주에 오를 때까지 늦추어져 있었다는 뜻의 “晩(늦게까지)” 자라고 설명하고 황제가 이백이 용주에 오르는 동안 늦게까지 기다렸다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 『두시비주』의 내용대로라면 이 『두시언해』에서 언해된 “나조”가 아니고 “늦게까지”라고 해야 한다.
주028)
탈포신(奪袍新) : 이 시 어절의 글자대로의 뜻은 “빼앗은 옷이 새롭다”이지만, 이 시에서는 이백이 황제로부터 하사 받은 옷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부분이므로 “이 하사 받은 옷이 무후가 동방규에게서 새로 빠앗아서 송지문에게 준 그 옷과 같다”라는 긴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이것은 그만큼 최상의 특별 은총의 하사품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주029)
 : “(상앗대)”에 목적격조사 “”이 첨용되고 여기에 “ㅊ”이 연음된 것으로 현대어로서의 뜻은 “상앗대를”이다.
주030)
아 : “다(빼앗다)”의 어간 “”에 관형사형 어미 “온”이 연결되면서 “ㅿ”이 연음된 것으로 현대어로는 “빼앗은”이다. 그런데 이 말은 중간본에서는 “ㅿ”음이 탈락하고 “아온”으로 바뀌어 기록돼 있다.
주031)
백일(白日) : 글자대로의 뜻은 “해가 화안하게 밝은 하낮”이지만, 여기서는 무명베 옷이나 입은 무관(無冠)의 시인이었던 이백이 하루 아침에 황제로부터 부름을 받고 자랑하듯 당당하게 지엄한 궁중 황제의 거처인 금란전에 자랑스럽게 오르는 일체의 상황들을 총체적으로 암시하는 상징으로 쓰여진 말이다.
주032)
심전(深殿) : 이 한자어는 분명 실제로 궁안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던 “금란전(金鸞殿)”을 말하지만, 이 “심(深)” 자가 그냥 그 전각의 물리적인 위치상태만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황제와 양귀비 등이 거쳐하는 아주 지엄하고 정중한 공간임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한 것으로, 이런 곳에 가서 황제의 총애를 받는다는 이백의 시인적 존재상을 간접적으로 기리고 있는 것이다.
주033)
후진(後塵) : 글자대로의 뜻은 “뒤에 이는 먼지”이며, 여기에서도 문면만의 뜻으로는 실제로 이백이 타고 오는 마차의 뒤를 따라 일고 있는 먼지이지만, 이말은 훌륭한 사람이나 지위 높은 사람의 뒤를 따르는 자신을 스스로 낮춰 부르는 말이었으므로, 여기서도 이백을 뒤따르던 고관들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주034)
 : 현대어로서의 뜻은 “밝은”이며, 중간본에서는 “근”으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다.
주035)
# 프른 구름 : 청운(靑雲). 이 낱말만의 뜻은 “푸른 구름”이나 전용하여 “높은 이상이나 벼슬”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으며, “높은 벼슬을 한 관리”인 “청운객(靑雲客)”이나 “청운지사(靑雲之士)”라는 낱말의 약어로 쓰였으므로, 여기서는 “높은 벼슬의 관리들”로 쓰였음이 분명하다.
주036)
프른 구 서리예 : 중간본에는 “구서리”로 “”이 생략되어 있는데, 이 중간본의 문면을 살펴보면 이것과 상응하는 부분이 아무래도 누군가가 가필을 해서 고친 듯이 글자들의 크기가 다른 부분과 달라진 채 “구서리예예”로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이 중간본의 기록은 오기로 판단된다.
주037)
# 드틀 : 현대어로서의 뜻은 “먼지”이다.
주038)
걸귀(乞歸) : 글자대로의 뜻은 “귀향이나 귀휴를 빌리다”인데, 이렇게 무엇을 “빌린다”라고 말하는 것은, 옛날에는 어떤 사람이 직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벼슬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은 임금의 신하가 자동적으로 되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이 사람의 몸은 임금에게 맡겨지는 것이라, 자신이 벼슬을 그만두거나 벼슬을 사직하려면 맡겨진 자기의 몸을 맡고 있는 임금님으로부터 빌려서 간다고 하여 “걸해골(乞骸骨 : 자기의 해골을 빌려서 간다)”이라고 하였기 때문이며, 따라서 여기에서도 이 “걸귀(乞歸)”의 뜻이 그냥 낱말 글자대로의 뜻만이 아니라 “임금님께 맡겨졌던 이 몸을 빌려서 돌아간다”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주039)
우조(優詔) : “우(優)” 자는 “아주 너그럽고 크다”이며, “조(詔)” 자는 “임금의 명령으로 신하나 백성에게 내리는 글”이라, 이 두 글자가 합쳐진 이 낱말의 뜻은 “아주 대단히 너그러운 배려로 내려주는 글”이라는 말이다.
주040)
숙심(宿心) : 글자대로의 뜻은 “전부터 오래 지녀온 마음”이며, 여기서는 작자인 두보 자신과 이백이 일찍부터 서로 깊이 약속하듯 새겨 두었던 마음이라는 말이다.
주041)
지븨 : “집”에 처격조사 “의”가 첨용되면서 “ㅂ”이 연음된 것이며, 현대어로는 “집에”인데, 이 말은 중간본에서 “집의”로 바뀌어 기록되면서 “ㅂ”이 연음되지 않고 있다.
주042)
비와 : 이 고어의 현대어로는 “빌거늘(구걸하거늘)”인데, 중간본에서는 “비와”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주043)
# 어위크다 : 현대어로는 “넓고 크다” 또는 “관대하다”이다.
주044)
맛나니 : 현대어로는 “만나니”인데, 중간본에서는 “만나니”로 바뀌어 기록되며 “ㅅ”음이 유성자음화하여 ”ㄴ”음으로 바뀌어 있다.
주045)
미 : 현대어로는 “마음이”인데, 중간본에서는 “ㅿ”음이 탈락하여 “미”로 바뀌어 기록돼 있다.
주046)
유서(幽棲) : 글자대로의 뜻은 “아늑하고 깊숙하게 숨듯이 산다”이나, 여기서는 시끄럽고 모순된 속세를 떠나서라는 것이 배경으로 전제된 것이라, 이것은 그 행위의 주체가 탈속적 인격을 소유한 사람임을 시사하며, 더구나 이렇게 숨듯이 살려고 하는 뜻인 “유서지(幽棲志)”가 바로 이백의 원래의 뜻이었다고 읊은 것을 보면, 작자 두보는 이백을 탈속적 인격을 지닌 고상한 인물로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047)
겸전총욕신(兼全寵辱身) : 이 시구의 문면상 의미는 “총애와 욕에서의 몸을 겸해서 온전히 했다”이며, 이 의미의 내용은 정녕 틀림이 없는 설명이다. 이 시구는 물론 그 앞의 시구를 전제로 하여 서로 유기적 인과관계로 파악될 수 있는 것이다. 역사상에서나 세상에 많은 인물들이 흔히 누구로부터 지극한 총애를 받을 때에 지나치게 오만해지거나 비굴해져서 자신을 망치는 경우가 많고, 또한 반대로 기막힌 굴욕을 당하는 경우에 구차스러운 아부와 간교한 술수를 쓰다가 자신을 망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세상 만사의 기틀을 잘 알아차리고 자신의 곧은 뜻과 바른 행동으로 떳떳하고 당당하게 세상에 나가고 들어오면서 그 세속의 올가미나 덫에 걸리지 않고 자신을 깨끗하게 보존하는 사람이 드문 것을 전제로 하면, 이 “겸전총욕신”이라는 이백에 대한 이 평가는 아주 최고 최상의 찬사라 할 수 있다.
주048)
극담(劇談) : 글자대로의 뜻은 “유창하고 빠르게 하는 말”이나, 여기서는 마음속에 있는 진실한 의지대로 속임없이 그리고 거침없이 한껏 다 말을 잘하는 것을 말하며, 따라서 먼 시골에 묻혀 있던 인재로서의 이백의 언변과 행태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주049)
연(憐) : 글자의 뜻으로는 “사랑하다” 또는 “불쌍하다”이지만, 여기서는 어떤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여기게 한다”라는 뜻으로 쓰였다.
주050)
야일(野逸) : 글자대로의 뜻은 그냥 “시골에 숨어 있는 사람”이지만, 이것은 언제나 “시골에 숨은 듯이 살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인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쓰여져 왔으며, 여기서도 물론 이백이 바로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주051)
기주(嗜酒) : 이 한자어의 문면만의 뜻은 “술을 즐긴다”이지만, 여기서는 “술을 아주 좋아하며 실컷 즐기고 마신다”로 이백의 음주태도가 매우 낙천적이며 호탕한 것을 함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읽어야 한다.
주052)
견(見) : 이 글자의 뜻은 일반적으로 “보다”이지만, 여기서는 아주 복합적인 의미를 함축한 시어로 쓰였음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글자가 쓰이고 있는 “기주견천진(嗜酒見天眞)”의 언해 부분에서는 독자인 우리가 이백의 천진성을 “본다”는 것이지만, 이 시구는 이 언해만이 유일한 번역이 될 수 없고 시적 주체인 이백을 주어로 놓고 읽으면 “술을 실컷 즐겨 마시면서 천진함을 보여준다”로도 번역될 수 있는 것이라, 이 경우에는 “보인다”는 것이 된다.
주053)
천진(天眞) : 이 한자어의 문면만의 뜻은 “타고난 그대로의 꾸밈이 없음”이지만, 이것은 중국이나 우리나라를 위시한 역사에서 사람의 가장 값진 인간성의 본질을 지칭해온 것으로서, 사람의 본성은 그 태어날 때에 하늘이 준 바대로의 순수하고 진실한 그 바탕을 그대로 지니고 사적인 욕망이나 외적 유혹에 절대로 기울어짐이 없이 하늘이 준 바 그대로의 곧고 바른 심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깊고 무거운 의미를 함축한 인성의 본질을 의미하는 말로 이 “천진(天眞)”은 중시돼온 것에 두보는 의미를 부여한 것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으며, 따라서 두보가 이백의 인성을 얼마나 높이 봤는가를 짐작하게 하는 말이다.
주054)
# 장다 : 현대어로는 “마음대로 실컷하다”, “거침없이 하다”이다.
주055)
즐교매 : “즐기다”의 어간에 조성모음 “오”가 연결되어 “즐교”가 되고 여기에 명사형 어미 “ㅁ”이 연결되어 “즐굠”이 되고 여기에 다시 처격조사 “애”가 첨가되고 연음되면서 “즐교매”가 된 것으로, 현대어로는 “즐김에”이다.
주056)
주샨 : “주시다”의 어간에 관형사형어미인 “안”이 첨용되면서 “주샨”이 된 것으로, 현대어로는 “주신”이다.
주057)
양원(梁園) : 중국의 한(漢)나라 때 황자인 양효왕(梁孝王)이 축조하고 놀았다는 정원을 말하며, 원래 명칭은 “토원(兎園)”이었는데, 양효왕이 손님을 좋아해서 유명한 문인인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여기 와서 놀았다고 하며 지금의 하남성(河南省) 상구현(商丘縣)에 있었다. 그런데 이백이 여기에 가서 놀았는지 〈양원음(梁園醉歌)〉이 남아 있으며 두보도 아마 이것을 전제로 이 작품에서 언급해 읊은 것으로 추정된다.
주058)
바셔 : 현대어 뜻은 “밤에서”인데,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바믜셔”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어 처격조사 “”가 “의”로 바뀌어 있다.
주059)
사수(泗水) : 중국의 산동성(山東省) 사수현(泗水縣)에 있는 강물 이름으로 같은 옛 노(魯)나라 지역에 있는 강물 수수(洙水)와 함께 공자(孔子)가 그 제자들을 이 연안 지역에서 가르쳤기 때문에 공자의 학문을 수사학(洙泗學)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백의 문집에는 여기서 시를 지은 기록이 보이지 않지만 이 강물 가에 가서 노닌 사실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주060)
보 : 현대어로는 “봄에”인데, 이것이 중간본에서는 위의 “바셔”와 같이 격조사가 “의”로 바뀌어 있지 않고 그대로 “보”로 남아 있다.
주061)
재고심불전(才高心不展) : 이 시구는 그 시어들의 조직과 배합이 시상의 내적 자질을 최대한 강화하는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상호 역비례적으로 구성돼 있어 아주 높은 수사의 수법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나 재주와 능력의 수준이 높으면 당연히 마음속에 품은 뜻을 펼 수 있게 되는 것이 세상에서 다 아는 상식이요 순리인데, 여기서는 재주와 능력의 수준이 높은 데도 오히려 마음속에 품은 뜻은 펼 수 없다고 함으로써 상호 역비례의 모순이며 역리적인 불운의 상황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시의 주인공인 이백의 처지를 더없는 불운의 상황으로 제시함으로써 세상을 향한 공분의 호소와 작자 자신의 울분을 간접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주062)
도굴선무린(道屈善無隣) : 이 시구도 앞의 시구와 같이 시상의 내적 자질을 최대한 강화할 수 있도록 시어들의 조직과 배합이 역시 상호 역비례적으로 구성돼 있어 고도의 수사적 수법을 보이고 있다. 풀어 말하면 여태까지 곧고 바르게 지켜오던 원칙을 굽혀서까지 세상에 맞추면 세상으로부터 호응을 받는 것이 당연하련만, 내 원칙을 굽혀 세상에 적응하여 착하게 잘해보려 할수록 오히려 호응을 못 받는 처지로 읊어, 역시 시의 주인공인 이백의 처지를 더없는 불운의 상황으로 제시함으로써 세상을 향한 공분의 호소를 한번 더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주063)
 : 현대어로는 “마음을”인데, 중간본에서는 역시 “ㅿ”음이 탈락하여 “”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다.
주064)
펴디 : 현대어로는 “펴지”인데, 중간본에서는 “피디”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으며 이것을 현대어로의 뜻으로 풀어보면 “펴지”와 좀 다른 “피지”로 풀어지며, 이 “피다”는 고어사전에 기록되어 있지 않다.
주065)
처사(處士) : 이 한자어의 뜻은 “벼슬하지 않고 재야에 묻혀 사는 선비”라는 것이나, 이 말은 벼슬하지 않고 사는 선비들 중에서도 높은 학문과 수양된 인격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사회와 국가로부터 신망을 얻어 국가의 중요한 인물로 추천을 받고 기대를 모은 선비를 말한다. 따라서 이백이 이런 선비들 중에서도 가장 강직했던 이형과 같다고 한 것은 최상의 인물로 비유 칭송한 것이다.
주066)
이형(禰衡) : 중국의 후한(後漢) 말기 고고한 인격의 선비로서 공융(孔融)이 조조(曹操)에게 추천하였으나 종내 응하지 않아 조조의 원망을 사서 조조의 모함과 위협을 받았으나 조조를 꾸짖었고 그 뒤에 유표(劉表). 황조(黃祖) 등에게도 추천되었으나 누구에게도 순종하지 않아 끝내는 피살되었다. 따라서 작자가 이백을 이 이형과 같다고 한 것은 이백의 고결하고 강직한 기개를 한껏 칭송한 것이다.
주067)
제생(諸生) : 이 한자어의 뜻은 “모든 학생”이지만, 여기서는 공자에게서 공부하는 여러 학생 곧 여러 제자들을 말한다.
주068)
원헌(原憲) : 중국의 춘추시대 노(魯)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제자였는데 아주 가난하여 울도 담도 없는 초가에서 아주 어렵게 살 때, 같은 공자의 제자로서 고관이었던 자공(子貢)이 찾아가 만나서는 “무슨 병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재산이 없는 것을 가난하다고 하고, 배운 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병이라고 하는데, 나는 지금 가난할 뿐 병은 아니오”라고 하자, 자공이 부끄러워 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작자가 이백을 이 원헌과 비교한 것은 부귀(부자와 고관)를 추구하고 빈천(가난하고 천한 것)을 싫어 하는 세속의 인간들과는 전혀 다른 고상한 인격의 인물이라는 극상의 칭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069)
도량(稻粱) : 글자대로의 뜻은 물론 “벼와 기장”으로, 이 낱말만의 문면상 해석으로는 별다른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지만, 이 시의 주체인 이백의 처한 상황을 배경으로 놓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언외로 시사하는 상관된 의미들을 읽어보면, 첫째로는 훌률한 의지와 재능을 갖춰 족히 고관도 될 만한 이백이라 진정 높은 관직에 있다면 이 벼와 기장 같은 곡식은 별로 귀하게 여길 필요도 없고 기름진 고기와 좋은 술도 흔하게 먹고 마실 수 있었을텐데, 아예 이 벼와 기장 같은 식량도 넉넉히 구해서 먹을 수가 없다는 것을 제시해서, 식생활의 곤란을 알림은 물론 이백이 겪는 억울한 상황에 대한 항변의 근거와 함께 작자 두보의 공분도 간접적으로 싣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구인 “도량구미족(稻粱求未足)”을 작자의 의도로 살려 번역을 한다면 분명 “당당한 인물로서 오히려 뜻을 못 이뤄 벼와 기장 같은 식량도 넉넉하게 구해서 먹을 처지가 못 되는 채 어렵게 살고 있는데”라고 하는 것으로 항변과 공분을 전제하는 글이다.
주070)
어두믈 : 현대어로는 “얻음을”이며, “얻다”의 어간 “얻”에 어미 “움”이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격조사 “을”이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주071)
의이(薏苡) : 이 시구에서 이 한자어는 그냥 그 글자만의 뜻인 “율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원(馬援)이라는 인물과 상관된 사연을 문면 외적으로 함축시켜 전고(典故)의 용어로 사용된 것이라, 이미 앞에서 말한 바대로 “간신배들에 의하여 빛나는 진주라고 속였다는 모략을 당한 마원”이 이백을 비유한 말로 대용된 것이므로 “방하빈(謗何頻)”은 바로 “옛날에 마원처럼 턱도 없이 속였다고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모략을 이백 그대는 얼마나 억울하게 당하고 있는가?”라고 하는 동정과 위로와 공분의 결정어인 것이다.
주072)
하로미 : 현대어로는 “헐뜯음이”이며, “할다”의 어간 “할”에 어미 “옴”이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격조사 “이”가 첨가되면서 “ㅁ”이 연음된 것이다.
주073)
오령(五嶺) : 중국의 남쪽인 교지(交趾) 지역에 있는 다섯 개의 영(嶺)마루로서, 대유(大庾), 시안(始安), 임화(臨貨), 계양(桂陽), 게양(揭陽) 등을 말하며 이곳들은 무척 더운 곳으로 알려졌다.
주074)
삼위(三危) : 지금 중국의 감숙성(甘肅省) 조서산(鳥鼠山) 서쪽에 있었다는 산으로 옛날에 삼묘씨(三苗氏)를 이 곳으로 추방했다고 전해지는 아주 황량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주075)
해 : 현대어로는 “땅(지역)에”인데, 중간본에서는 “헤”로 기록되어 조사 “애”가 “에”로 바뀌어 있다.
주076)
복조(鵩鳥) : 낱말의 뜻은 “올빼미”이나, 여기서는 이 올빼미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담아 쓰여진 복합적 전고의 용어다. 중국 전한(前漢) 시대 가의(賈誼)가 장사왕(長沙王)의 스승으로 좌천되어 있을 때 올빼미가 날아와 울어서 걱정하고 있다가 장사(長沙)로 귀양을 갔다. 그래서 거기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복조부(鵩鳥賦)〉를 지었다. 그런데 이 시구에서 “올빼미를 만났다[遭鵩鳥]”라고 한 것은 유배를 당하여 살게 된 불운한 삶을 대유한 말이다.
주077)
맛니렛니오 : 현대어로는 “만났던가?”이며, “맛닐다”의 어간 “맛닐”에 어미 “엣니오”가 첨가되면서 “ㄹ”이 연음된 것이다.
주078)
오 : 현대어로는 “홀로”이며, 중간본에서는 “오아”로 “ㅿ”이 탈락해서 기록돼 있다.
주079)
기린(麒麟) : 낱말의 뜻은 그냥 “기린”이며, 대체로 이 동물은 중국에서 성인을 상징하는 성스러운 동물이었는데, 여기서는 공자와 상관된 내용을 함축한 전고의 용어로 원용되었다. 공자의 어머니 안징재(顔徵在)가 꿈에 기린을 보고 공자를 임신했다고 하여 기린은 곧 성인인 공자를 상징하기도 하고 중국역사의 성군(聖君)들인 여(堯), 순(舜), 우(禹), 탕(湯), 문왕(文王), 무왕(武王) 등을 상징하기 때문에, 공자는 이런 성군들을 만나야 성스러운 이상정치를 수행할 수가 있는데 자신이 생존한 당시에 그런 성군이 세상에 없으니, 비록 기린이 자신을 상싱하여 세상에 나타났을 망정 뜻을 펼 수가 없어 공자는 동병상련의 처지로서 그 기린을 향해 울었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 시구 “독읍향기린(獨泣向麒麟 ; 홀로 기린을 향해 울 뿐이다)”는 문면상으로는 물론 공자가 그렇게 했다는 말이지만, 이 시구에서는 이백도 공자와 같이 이렇게 울 수밖에 없는 시대적 불운을 겪고 있다는 말이다.
주080)
인(璘) : 중국의 당(唐)나라 현종(玄宗) 황제의 열 번째 아들인 이인(李璘)으로 영왕(永王)이라 봉해졌으며 뒤에 대도독(大都督)이 되어 부하를 많이 거느리게 되고, 군사력이 강해지자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하여 처형되었다. 그런데 잠시 이 영왕에게 불려가 있던 이백은 이 영왕의 반란 공모에 관계했다고 하는 일부의 비판을 받아 야랑(夜郞)으로 유배를 당했다가 나중에 풀려났다.
주081)
소무(蘇武) : 중국의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 사람으로 흉노(匈奴)에 사신으로 갔다가 구료를 당하여 흉노의 추장 선우(單于)의 항복 강요를 끝내 거부하여 극지에 19년 동안 감금되었다가 머리가 허옇게 세어져 겨우 풀려나 귀국하였다. 그래서 많은 시에서 중요한 인물로 인용되어 읊어졌다.
주082)
황공(黃公) : 중국의 전국시대 말기 사람들로 진(秦)나라의 학정을 혐오하여 산속으로 들어가 숨어 살았던 “상산사호(商山四皓)” 중의 한 사람인 “하(夏)나라 황공(黃公)”을 말한다.
주083)
신공(申公) : 중국의 한(漢)나라 문제(文帝) 때 사람으로 이름은 배(培)이며, 일찍부터 황제의 아들인 초원왕(楚元王)과 친해져서 함께 부구백(浮丘伯)에게 가서 공부하여 박사(博士) 벼슬까지 하였으나, 어느 날 초원왕의 잔치 자리에 초청 받아 가니 자신의 식성을 잘 알면서도 단술을 준비해 놓지 않은 것을 보고 사양하고 나와서는 다시 가지 않았다.
주084)
추양(鄒陽) : 중국의 한(漢)나라 경제(景帝) 때 사람으로, 매승(枚乘)과 함께 황제의 아들인 오왕(吳王)에게 가서 신임을 받았으나, 오왕이 반역의 뜻을 품은 것을 알고 글을 올려 간하자 듣지 않아, 매승과 함께 역시 황제의 아들인 양효왕(梁孝王) 무에게로 가서 의탁하였는데, 양승(羊勝)에 의해 참소를 당하여 감옥에 갇혀 곧 죽게 되자 간곡하게 글을 올려 풀려나서 다시 상객(上客)이 되었으나, 양효왕이 무고한 사람을 처형하려는 것을 보고 이내 떠나버렸다.
주085)
돗 : 돗자리에. “돗”에 처격조사 “”가 첨가되면서 삽입음인 “ㄱ”이 연음된 것이다.
주086)
말오 : 말고. 사양하고. “ㄹ”음 아래에서 “ㄱ”이 탈락하여 “오”가 된 것이다.
주087)
이용당시법(已用當時法) : 시구대로의 뜻은 “이미 적용된 당시의 법”이지만, 이 시구에서는 바로 시적 주인공인 이백에게 적용된 것이므로 그냥 “법”이 아니라 바로 “형법”이며, 따라서 이 시구를 구체적으로 풀어 읽는다면 바로 “이백 그대에게는 이미 당시의 형법이 적용되어 하옥되어 있건만”이 된다.
주088)
수장차의진(誰將此義陳) : 시구대로의 뜻은 “누가 이 진의를 가지고 진술할 것인가?”이지만, 이 시구는 역시 시적 주체인 이백의 절박한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므로, 앞의 시구의 “이용(已用)~”과 이 시구의 “수장(誰將)~”은 상호 “이미 ~해 있건만, 누가 ~해 줄 것인가?”라는 절박한 상황의 하소연을 담아 읊고 있는 연결 고리를 이룬다.
주089)
마 : 현대어로도 남아 있는 “이미” 또는 “벌써”라는 뜻의 부사어이다.
주090)
# 다 : 현대어로는 “쓰다”이다.
주091)
# 디니다 : 현대어로는 “지니다”이다.
주092)
음(吟) : 뜻이나 음으로 별 차이가 없이 같은 글자로 쓰이기는 하지만 중간본에서는 오히려 좀 궁벽하게 통용되는 “금(唫)” 자로 바뀌어 있다.
주093)
노음(老吟) : 글자대로의 뜻은 “늙어서 시 읊다”인데, 이 작품과 이 시구에서는 “늙은 채 시만 읊는다”로 풀어 읽어야 하며, 특히 “노(老 : 늙다)” 자의 쓰임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미를 담은 것으로 읽어야 한다. 작자인 두보 자신보다 12세나 나이가 더 많은 이백에게 주는 이 시에서 자신이 “늙었다”라는 말을 쓰는 것은 매우 결례일 수가 있는 데에도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은, 두보 자신이 그런 것을 모르거나 결례를 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에게 자신을 무력한 존재나 무용한 존재로 스스로 낮추는 자기 겸손의 행태이며, 옛사람들의 시에서는 이 “늙음”은 자기 존재의 무력화나 비하를 시사하는 문학적 관습행위로 관용되어 왔다. 따라서 여기서도 두보의 그런 생활태도와 의식으로 관용된 표현이다.
주094)
병기(病起) : 글자대로의 뜻은 “병을 앓다가 일어난다”인데, 앞의 시구에서 “늙었다”는 것이 자기 겸손의 관습용어로 쓰인 것처럼 여기서도 실제로 병이 들어 있어서가 아니라, 병이 들어 있어 세상의 명리나 부귀에 관심이 전혀 없다는 것을 시사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세상에서 무용한 존재로 인식, 소외됨으로써 오히려 시비 많고 갈등 많은 세상에서 자신을 지혜롭게 보전해가는 삶의 관행이었다. 따라서 외적으로는 지극히 소극적 행태의 일면 같지만 내적으로는 바른 삶을 위한 매우 적극적인 의식의 관습행위였음을 알아야 한다.
주095)
늘구메 : 늙음에. 중간본에서는 “늘그메”로 적어 명사형 어미 “움”이 “음”으로 바뀌었다.
주096)
# 입다 : 현대어로서의 뜻은 “읊다”이다.
주097)
 : 현대어로는 “가에”인데, 중간본에서는 “”로 기록되어 반치음 “ㅿ”이 탈락되어 있다.
주098)
나죗   : 현대어로서의 뜻은 “저물녘의 강의 가에. 저문 강가에”인데, 중간본에서는 “나죄 ”으로 기록되어 있어서 “나죗”의 사이시옷이 탈락되어 있다.
주099)
승사(乘槎) : 글자대로의 뜻은 “뗏목을 타다”인데, 이 말은 중국의 『박물지(博物志)』에 나온는 바대로 하늘의 은하수가 바다와 통해 있어서 뗏목을 타고 바다를 항해해서 끝내는 하늘에 올라간다는 것인데,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이백과 함께 이렇게 뗏목을 함께 타고 하늘로 올라가서 하느님(옥황상제)을 만나겠다는 말이다.
주100)
문진(問津) : 이 한자어의 뜻 풀이는 “배가 건너다니는 나룻터를 묻는다”이며, 이 말의 유래는 『논어(論語)』 〈미자(微子)〉에 나오는 것으로 공자가 길을 가다가 건너야 할 큰물을 만나서 어디가 건너는 나루터인지를 몰라 제자인 자로(子路)를 시켜서 밭을 갈고 있는 장저(長沮)와 걸익(桀溺)에게 물어봤다는 데에서 시작한 것이며, 학문을 닦는 방도나 세상을 살아가는 길을 뜻하는 말로도 전용되었다. 여기서는 바로 세상을 살아가는 길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주101)
은파(恩波) : 글자대로의 뜻은 “은혜의 물결”이며, 여기서는 “황제가 베풀어 주는 은총의 물결”이라는 말이다.
주102)
격(隔) : 이것은 “격절(隔絶; 막혀서 끊기다)”의 준말로, 여기서는 “황제의 총애가 막혀서 끊겼다”는 말이다.
주103)
들굴 : 이 고어는 한자 “사(槎)” 자를 풀이한 우리말로 고어사전에서 현대어의 “등걸”이라고만 풀이해 놓았는데, 이것은 미흡한 이해의 풀이다. 왜냐 하면 이 “사” 자는 현대의 우리말로 “등걸”이라는 뜻과 함께 “뗏목”이라는 뜻으로도 쓰이는 글자인데, 이 시에서는 “등걸”이 아니라 “뗏목”으로 쓰인 것이므로 고어사전에는 “뗏목”이라는 뜻으로도 풀이해 놓아야 한다.
주104)
ᄋᆞᆯ : 이 고어는 고어사전에 수록되어 있지 않은 말이나, 상응하는 한자인 “진(津)”의 뜻을 봐서 현대어로는 “나루를”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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