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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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상)
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상)

중국 당(唐)나라 시인 두보(杜甫, 712~770)의 시를 모아 세종 때 처음 만들어진 『찬주분류두시(纂註分類杜詩)』를 저본으로, 조선 성종의 명을 받은 유윤겸(柳允謙), 유휴복(柳休復), 조위(曺偉), 의침(義砧) 등이 언해하여 성종 12년(1481)에 간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언해 시집이다. 모두 25권 17책으로 을해자본이며 이 책은 보통 줄여서 『두시언해(杜詩諺解)』라고 한다.

송준호(宋寯鎬)

1936년 충북 영동 출생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문학박사)

성신여자대학교 사범대학 한문교육학과 부교수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퇴임

저서 :

『한국명가한시선 1』(1999),

『우리 한시 살려 읽기』(2006) 외.

역주위원

  •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 : 송준호
  • 교열·윤문·색인위원

  •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 : 박종국, 홍현보
  • 편집위원

  • 위원장 : 박종국
  • 위 원 : 강병식 김구진 김무봉
  • 김석득 김승곤 김영배
  • 나일성 리의도 박병천
  • 성낙수 오명준 이창림
  • 이해철 임홍빈 전상운
  • 정태섭 조오현 차재경
  • 최홍식 한무희 홍민표

『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을 내면서

우리 세종대왕기념사업회는 1968년 1월부터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을 국역하기 시작하여 실록의 한문 원문 901권을 완역하였고, 『증보문헌비고』, 『국조인물고』, 『매월당집』, 『동국통감』 등 수많은 국학 자료의 번역사업을 벌여 오고 있다. 아울러 1990년 6월부터는 “한글고전 역주 사업”의 첫발을 내디디어, 『석보상절』 권6ㆍ9ㆍ11의 역주에 착수, 지금까지 매년 꾸준히 그 성과물을 간행하여 왔다. 이제 우리 회는 올해로써 한글고전 역주 사업을 추진한 지 24주년이 되었다. 그동안 600책이 넘는 국역, 학술 간행물이 말해주듯이,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고의 한글 국역ㆍ역주 간행 기관임을 자부하는 바이다. 우리 고전의 현대화는 전문 학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매우 유용한 작업일 수밖에 없다. 우리 회가 고전 국역 사업을 수행하는 목적은 우리 고전을 알기 쉬운 현대어로써 한글로 번역하여, 우리 조상의 문화를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새 겨레문화 건설에 이바지함에 있으므로, 앞으로도 이 사업이 끊임없이 이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회는 2013년 말까지 역주하여 간행한 정음 문헌과 책 수는 다음과 같다. 『석보상절』 4책, 『월인석보』 17책, 『능엄경언해』 5책, 『법화경언해』 7책, 『원각경언해』 10책, 『남명집언해』 2책, 『몽산화상법어약록언해』 1책, 『구급방언해』 2책, 『금강경삼가해』 5책, 『선종영가집언해』 2책, 『육조법보단경언해』 3책, 『구급간이방언해』 5책, 『진언권공, 삼단시식문언해』 1책, 『불설아미타경언해, 불정심다라니경언해』 1책, 『반야심경언해』 1책, 『목우자수심결ㆍ사법어 언해』 1책, 『신선태을자금단․간이벽온방․벽온신방』 1책, 『분문온역이해방․우마양저염역병치료방』 1책, 『언해두창집요』 1책, 『언해태산집요』 1책, 『삼강행실도』 1책, 『이륜행실도』 1책, 『정속언해‧경민편』 1책, 『상원사중창권선문‧영험약초‧오대진언』 1책, 『불설대보부모은중경언해』 1책, 『두시언해』(권10, 11, 14) 3책, 『여씨향약언해』 1책, 『번역소학』(권6ㆍ7ㆍ8ㆍ9ㆍ10) 1책, 『소학언해』 4책, 『논어언해』 2책, 『대학언해』 1책, 『중용언해』 1책, 『맹자언해』 3책, 『연병지남』 1책, 『병학지남』 1책, 『화포식언해․신전자취염소방언해』 1책, 『몽산화상육도보설언해』 1책, 『사리영응기』 1책, 『백련초해』 1책, 『칠대만법ㆍ권념요록』 1책 등 모두 99책에 달한다.

이제 우리가 추진한 “한글고전 역주 사업”은 15세기 문헌을 대부분 역주하고 16세기 이후 문헌까지 역주하는 데 이르렀다. 올해는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5, 권16과, 『여사서언해』 등 지난해에 이어 16세기~18세기 문헌을 역주할 예정이다.

이 『분류두공부시언해(分類杜工部詩諺解)』는, 중국 당(唐)나라 시인 두보(杜甫, 712~770)의 시를 모아 세종 때 처음 만들어진 『찬주분류두시(纂註分類杜詩)』를 저본으로, 조선 성종의 명을 받은 유윤겸(柳允謙), 유휴복(柳休復), 조위(曺偉), 의침(義砧) 등이 언해하여 성종 12년(1481)에 간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언해 시집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 25권 17책으로 을해자본이다(후대에는 19책, 20책도 있음). 이 책은 보통 줄여서 『두시언해(杜詩諺解)』라고 한다.

『두시언해』는 다른 언해서와는 달리 원문에 입겿(토)이 없고, 한글과 한문 혼용인 언해문의 한자에도 한글 독음이 달리지 않았다. 두시에 대한 주석은 세종 때부터 행하여졌다고 하나, 번역은 성종의 명으로 처음 이루어진 것이다. 이 책의 책이름에 보이는 공부(工部)는 두보의 관명(官名)이고, 분류(分類)는 시를 기행, 술회, 질병, 회고, 시사(時事) 등과 같이 내용에 따라 분류하였다는 뜻이다. 두시는 71문(門)에 총 1,467수와 다른 사람 작품 16수로서, 그 소재는 세상사에 미치지 않은 것이 없다. 나라를 사랑하는 충정과 같은 인간애가 담겨 있으며, 당시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고, 면밀하게 비판한 사실적인 서사(敍事)인 데서 시사(詩史)라 일컬어지는 위대한 작품이다.

이번에 이 『두시언해』 권16을 역주함에 있어서, 그 저본으로는 통문관에서 1956년에 초간본을 축쇄 영인한 양장본을 저본으로 하였다.

우리 회에서 15세기 문헌인 『두시언해』 권16를 역주 간행함에 있어, 역주를 위해 애써 주신 전 연세대학교 송준호 교수님과 역주 사업을 위하여 지원해 준 교육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이 책의 발간에 여러 모로 수고해 주신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14년 10월 25일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박종국

일러두기

1. 역주 목적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한 이후, 언해 사업이 활발히 전개되어 우리 말글로 기록된 다수의 언해류 고전 등 한글 관계 문헌이 전해 내려오고 있으나, 말이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어서 옛 우리말을 연구하는 전문학자 이외의 다른 분야 학자나 일반인들이 이를 읽어 해독하기란 여간 어려운 실정이 아니다. 그러므로 현대어로 풀이와 주석을 곁들여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이 방면의 지식을 쌓으려는 일반인들에게 필독서가 되게 함은 물론, 우리 겨레의 얼이 스며 있는 옛 문헌의 접근을 꺼리는 젊은 학도들에게 중세국어 국문학 연구 및 우리말 발달사 연구 등에 더욱 관심을 두게 하며, 나아가 주체성 있는 겨레 문화를 이어가는 데 이바지하고자 함에 역주의 목적이 있다.

2. 편찬 방침

(1) 이 『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의 저본으로는, 통문관에서 1956년에 초간본을 축쇄 영인한 양장본을 사용하였다.

(2) 이 책의 편집 내용은 네 부분으로 나누어, ‘한문 원문․언해 원문․현대어 풀이․옛말과 용어 주해’의 차례로 조판하였는데, 특별히 한시를 언해하였으므로 그 운율을 알기 쉽도록 시 제목과 한시 원문은 그대로 음을 달고 풀이를 이어붙였다. 원전과 비교하여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각 쪽이 시작되는 글자 앞에 원문의 장(張)․앞[ㄱ]․뒤[ㄴ] 쪽 표시를 아래와 같이 나타냈다.

〈보기〉 제1장 앞쪽이 시작되는 글자 앞에 : 1ㄱ分類杜工部詩 卷之十五

제3장 뒤쪽이 시작되는 글자 앞에 : 諸侯3ㄴ舊上計 厥貢傾千林

(3) 현대어로 옮기는 데 있어서 될 수 있는 대로 옛글과 ‘문법적으로 같은 값어치’의 글이 되도록 하는 데 기준을 두었다.

(4) 원문 내용(한문 원문과 언해문)은 네모틀에 넣어서 현대 풀이문․주석과 구별하였으며, 원문 가운데 훼손되어 읽을 수 없는 글자는 □로 표시하였다.

(5) 현대어 풀이에서, 옛글의 구문(構文)과 다른 곳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보충한 말은 〈 〉 안에 넣었다.

(6) 찾아보기 배열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 초성순 : ㄱ ㄲ ㄴ ㅥ ㄷ ㄸ ㄹ ㅁ ㅱ ㅂ ㅲ ㅳ ㅃ ㅄ ㅴ ㅵ ㅷ ㅸ ㅅ ㅺ ㅻ ㅼ ㅽ ㅆ ㅾ ㅿ ㅇ ㆀ ㆁ ㆆ ㅈ ㅉ ㅊ ㅋ ㅌ ㅍ ㅎ ㆅ

② 중성순 : ㅏ ㅐ ㅑ ㅒ ㅓ ㅔ ㅕ ㅖ ㅗ ㅘ ㅙ ㅚ ㅛ ㆉ ㅜ ㅝ ㅞ ㅟ ㅠ ㆌ ㅡ ㅢ ㅣ ㆍ ㆎ

③ 종성순 : ㄱ ㄴ ㄴㅅ ㄴㅈ ㄴㅎ ㄷ ㄹ ㄹㄱ ㄹㄷ ㄹㅁ ㄹㅂ ㄹㅅ ㅀ ㅁ ㅁㄱ ㅯ ㅰ ㅂ ㅄ ㅅ ㅺ ㅼ ㅿ ㆁ ㅈ ㅊ ㅋ ㅌ ㅍ ㅎ

3. 역주자 일러두기

(1) 역주는 가능한 한, 두보 시 원문을 충실히 해석하고 설명함으로써 언해문과의 차이점이나 잘못을 바로잡고자 노력하였다.

(2) 따라서 원문의 현대어 풀이는 두 가지를 제시하였는데, 하나는, 언해문의 원형을 살려서 읽을 수 있도록 한 【직역】 글이고, 또 하나는, 언해문이 나눈 두 구씩 혹은 네 구씩의 의미 단위들이, 그 각 단위들 상호간에는 물론 작품 총체의 주지를 기축으로 어떻게 상호간에 유기적으로 통일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의미망의 구조에 상응한 종결형 혹은 연결형의 어미로 남겨서 거의 산문화한 문장들로 번역한 【의역】 글이다.

(3) 이렇게 직역과 의역을 나란히 제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두보 시를 이해하고 뜻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에 관하여

송준호(전 연세대학교 교수)

이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에는 문장(文章), 서화(書畵), 음악(音樂), 기용(器用), 식물(食物) 등 5가지로 분류된 제재들을 읊은 시 총 67수가 실려 있다.

이 두시(杜詩)의 언해(諺解)는 〈춘망(春望)〉의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를 “나라히 破亡니 뫼콰  잇고”로 하여, “”이라는 조사를 붙여서 언해함으로써, 자연의 유상함과 인간사의 무상함이 대비되어 발상되고 있는 이 작품의 본질을 잘 살려서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성춘초목심(城春草木深)”은 “잣 보 플와 나모 기폣도다”로 하여, “성춘(城春)”이 댓구인 앞 구의 “국파(國破)”와 대응되는 구조로서 “춘(春)”이 동사로 전성하여 풀이되어야 하는 것임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이상에서처럼 이 두시의 언해는 성종 12년(1481) 즈음에 언해되었음에도 참으로 놀랄 부분이 많은 동시에, 한편으로는 우리말과 한문이 서로 다른 이질성의 어문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또 한자(漢字)에 대한 이해를 대부분 “일자일의(一字一意; 한 글자에 한 가지의 뜻)”만인 것으로 학습했음으로 해서, 〈촉상(蜀相)〉의 “영계벽초자춘색(映堦碧草自春色)”을 “버텅에 비취옛 프른 프른 절로  비치 외옛고”로 언해되어 “자(自)”를 “절로”로만 잘못 이해하였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두보시에 대하여 백가(百家; 백 사람)가 주를 달았다고 알려진 바대로, 그 치밀한 수사와 수다한 전고(典故)의 작품들을 이렇게 언해한 우리 선인들은, 이 두시언해를 우리 문학사상 번역문학의 금자탑으로 확립시킨 그 놀라운 재능과 보람된 공로의 주인공으로 길이 기려질 분들이다.

이제 이 16권의 언해를 풀어 읽으면서 밝혀지는 문제점들을 예시함으로써 해제를 대신하기로 한다.

1. 오자(誤字)의 문제

〇〈단청인 증조장군패(丹靑引贈曹將軍覇)〉의 “간유화육불화육(幹惟畵肉不畵肉)”에서 “불화육(不畵肉)”은 분명히 “불화골(不畵骨)”의 착오된 기록으로 추정된다. 이 언해문에서도 “간(幹)은 오직 고기 그리고  그리디 몯 니”로 되어 있어서 “”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〇〈야청허십송시 애이유작(夜聽許十誦詩愛而有作)〉의 끝 구 ‘전(闐; 마차 소리)’ 자는 분명히 ‘격(闃; 고요하다)’ 자를 오기한 것이 확실하다. 이 “전(闐)” 자는 시적 의미로도 맞지 않으며 각운(脚韻)의 규칙으로도 맞지 않는다. 중간본에는 이 “격(闃)” 자로 정정되어 있으며 두보의 원 시집에도 이 글자로 되어 있다.

〇〈증촉승여구사형(贈蜀僧閭丘師兄)〉의 ‘지수원(祗樹園)’은 ‘기수원(祇樹園)’이라야 맞는데, ‘기(祇)’ 자를 ‘지(祗)’ 자로 잘못 기록하고 있다.

2. 한문장(漢文章)과 우리말 문장 간의 구조적 이질성 문제

〇〈송두구귀성도(送竇九歸成都)〉에서, “비이갱고절 하인부대명(非爾更苦節何人符大名)”을, “네  節介 苦로이 아니면, 어느 사미 큰 일후메 마리오”로 언해하였는데, 여기서 “갱고절(更苦節; 또 절개를 고생스럽게 지키다)”은 “이(爾 ; 자네)”를 뒤에서 수식해 주는 관형어라 이에 맞춰 “다시금 절개를 고생스럽게 지킨 자네가 아니면, 어느 사람이 그 큰 명성에 걸맞겠는가?”로 번역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말의 문장에서는 관형어가 반드시 그 수식을 받는 말 앞에만 놓이는 것이 절대적인 원칙이라 이러한 우리말 문장의 어법으로 체질화된 우리 선인들이 전혀 생소한 후치형 관형어의 구문 구조를 서술어의 구조로 풀이하게 된 것은 모국어적 생리로서의 당연한 결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언해 후 문맥의 의미론적 합리성 여부를 점검하거나 작자의 주제의식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하서는 의문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〇〈기장십이산인표 삼십운(寄張十二山人彪三十韻)〉의 “조통교계밀 만접도류신(早通交契密晩接道流新)”을 “사괴요 親密호 일 通고, 道流의 새로외요 느져 接對호라”로 언해하여, “밀(密)”을 형용사의 명사형으로, “신(新)”도 역시 형용사의 명사형으로 풀어 읽었는데, 이 “밀(密)”은 실로 “친밀히”라는 상태부사로서 “통(通)”을 뒤에서 수식한 것이고, “신(新)”은 실로 “새로”라는 상태부사로서 “접(接)”을 뒤에서 수식한 것이다. 우리말에서는 부사어가 반드시 동사나 형용사 같은 서술어 앞에 놓이기 때문에 뒤에 놓이는 경우는 여기에서처럼 동사나 형용사 같은 서술어로 읽혀지는 언어 관습이 체화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싯귀는 “일찌감친 사귐을 친밀히 통했고, 늦게서는 도류들을 새로 접했도다”로 번역되어야 한다.

3. 어휘 자체가 다르게 표기된 문제

〇〈야청허십송시 애이유작(愛聽許十誦詩愛而有作)〉의 ‘서르(서로)’가 중간본에서는 ‘서’로 바뀌어 표기되어 있다.

4. 작품의 주지에 맞지 않게 오역된 문제

〇〈강각와병 주필기정최노양시어(江閣臥病走筆寄呈崔盧兩侍御)〉의 “향문금대갱(香聞錦帶羹)”에서 “문(聞)”의 뜻을 “맡다(고어)”나 “맏다(고어)”로 언해하지 않고 “듣다”로만 직역하여 주지에 맞지 않게 하였다.

〇〈증촉승여구사형(贈蜀僧閭丘師兄)〉에서 “아주금관성 형거지수원(我住錦官城兄居祗樹園)”의 “주(住)”를 “머물다”로 언해하지 않고 “잇다”로 한 것은, “거(居)”를 “살다”로 언해해서 안정된 상태의 여구(閭丘)와 대비적으로 불안정하고 외로운 작자 두보 자신의 상황을 암시한 것임을 잘못 이해한 소치이다.

〇〈애청허십송시 애이유작(愛聽許十誦詩愛而有作)〉의 “자연자초예 취박수전척(紫鷰自超詣翠駮誰剪剔)”을 “紫鷰이 절로 어 가니 翠駮을 뉘  리오”로 언해되어 앞의 싯귀가 뒤의 싯귀의 원인이 되는 부사형 어절로 풀이하였으나, 이것은 전후 두 싯귀가 대등한 병렬형임을 오해한 풀이다.

〇〈송고팔분문학적홍길주(送顧八分文學適洪吉州)〉의 “필력파여지(筆力破餘地)”를 “부듸 히미 나  혜티놋다”로 언해하여 ‘여지(餘地)’를 사전적 기본 지시 의미로의 직역만 하고, 그 전의적인 의미인 ‘여유(餘裕)’로는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오역을 하고 있다.

5. 문장의 주지에 맞지 않는 어미를 사용한 문제

〇〈희위육절(戱爲六絶)〉의 “금인치점류전부 불각전현외후생(今人嗤點流傳賦不覺前賢畏後生)”의 주(註)에 “論語에 後生可畏라 니 이졧 사미 前人의 됴 그를 우니 非可畏者ㅣ니라”에서 “後生可畏라 니”는 순접의 어미인데, 이것은 마땅히 “~라 나”라는 역접의 어미로 했어야 한다.

6. 착오로 기록된 문제

〇〈이조팔분소전가(李潮八分小篆歌)〉에 주(註)를 달면서, 한(漢)나라 영제(靈帝)의 연호인 “광화(光和)”를 그 앞서의 환제(桓帝)의 연호라고 잘못 기술하였다.

7. 고어사전에 실려 있지 않은 고어

〇 싁싁다 : ‘아스라이 예스럽다’의 뜻인 듯한 말.

8. 초간본과 중간본 사이에 음운 변천의 현상 문제

〇 반치음이나 순경음의 변천 양상은 모두 확인되는 대로 적시하였다.

9. 일러 두기

〇 택당(澤堂) 이식(李植)이 두보의 시에 대하여 수행한 『찬주두시 택풍당비해(纂註杜詩 澤風堂批解)』를 인용할 경우에는 그냥 축약해서 『두시비해(杜詩批解)』로 쓰기로 하였다.

끝으로 이 언해문의 현대어적 풀이는 먼저 언해문의 어휘와 구문 형태를 현대어와 현대어적 형태로 바꾸어서 가능한 한 그 언해문의 원형을 살려서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두시가 기본적으로 그 내적 요소들 상호간의 생명적 유기성과 긴밀도가 보다 강하고 높은 시라는 점에서, 그것도 절구(絶句)나 율시(律詩)는 물론 고시(古詩)도 그 각 구(句)들 혹은 각 연(聯)들 사이에는 상호 철저하게 강하고 긴밀한 유기적 관계를 짓고 있다는 점에서, 두 구씩 혹은 네 구씩 분리해서 각각의 독립된 의미 단위들처럼 개별적 문장 형태로 이루어진 이 언해문들은 작품 전체의 주지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는 근원적인 한계를 지닌 자료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원문의 현대어적 풀이는 두 가지를 제시하였는데, 하나는, 언해문의 원형을 살려서 읽을 수 있도록 한 <원주>【직역】 글이고, 또 하나는, 언해문이 나눈 두 구씩 혹은 네 구씩의 의미 단위들이, 그 각 단위들 상호간에는 물론 작품 총체의 주지를 기축으로 어떻게 상호간에 유기적으로 통일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의미망의 구조에 상응한 종결형 혹은 연결형의 어미로 남겨서 거의 산문화한 문장들로 제시한 <원주>【의역】 글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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