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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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 지역의 스님 여구 사형에게 주다[贈蜀僧閭丘師兄]


贈蜀僧閭丘師兄 주001)
증촉승여구사형(贈蜀僧閭丘師兄)
이 작품은 상원(上元) 2년(761)에 지은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주제를 선인들이 분명히 “문장(文章)”에 속한 것으로 판정하여 여구 큰스님 사형(師兄)의 할아버지요 문장가였던 여구 균 박사를 주인공으로 삼아 읊어진 것으로 분류하였으나, 말미로 오면서는 작자 두보와 만나고 있는 이 여구 큰스님의 득도 경지와 그 인품을 중요하게 다루어 읊고 있어서 단일 주제의 작품이 아님을 보이고 있다.

증촉승여구사형
(촉 지역의 스님 여구 사형에게 주다)

大師銅梁 주002)
동량(銅梁)
동량산. 중국 사천성(四川省)에 있는 산으로 기운이 신령하다고 알려져 있었으며, 그래서 이 시에서는 이 여구(閭丘) 큰스님이 이 산의 정기를 타고 났다고 칭찬하고 있는 것이다.
秀 籍籍名家 주003)
명가(名家)
글자 풀이대로 “명성이 많이 알려진 훌륭한 집안”이라는 말이며, 여기서는 시의 주인공인 여구 큰스님의 할아버지인 태상박사(太常博士) 여구 균(閭丘均)의 집안을 일컬은 것이다.
【銅梁은 山名이라 籍籍 聲名之盛也ㅣ라】

大師 銅梁ㅅ 秀氣 타나니 籍籍 주004)
자자(籍籍)
널리 퍼짐. 우리말의 “소문이 자자하다”라고 할 때에 쓰는 말이다.
일훔 주005)
일훔
현대어로는 “이름”이며, 중간본에서는 “일홈”으로 바뀌어 기록되어 음성모음 “ㅜ”가 양성모음인 “ㅗ”로 바뀌어 있다.
 짒 子孫이로다

【한자음】 대사동량수 자자명가손【‘동량’은 산 이름이다. ‘자자하다’는 것은 명성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직역】 대사(大師)는 동량산(銅梁山)의 빼어난 정기를 타고 났으니, 자자(籍籍)하게 명성이 소문난 집의 자손이로다.
【의역】 대사 형 당신은 동량산의 빼어난 정기를 타고 났을 뿐만 아니라, 자자하게 높은 명성이 소문난 집안의 자손인데,

嗚呼 주006)
오호(嗚呼)
글자 뜻으로는 물론 “아 슬프다”거나, “아 슬프구나”로 풀이할 수밖에 없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그냥 직설적 감정으로서 “슬프다”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깊은 감탄과 무한한 안타까움의 감정을 담은 말로서 “아 참으로 그립고 안타깝도다!”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주007)
선(先)
글자 뜻으로는 물론 “먼저”이지만, 여기서는 그냥 “먼저”가 아니고 어른이나 윗사람이 죽은 것을 높여서 말하는 것으로서, 우리말로는 “돌아가신 아버님이나 옛어른”을 “선인(先人)”이라고 하는 바와 같이 “돌아가신”이라는 뜻으로 쓰여왔다. 따라서 여기의 “선박사(先博士)”는 “돌아가신 박사님”이라는 말이다.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3ㄱ

博士 炳靈精氣奔【大師 太常博士 주008)
태상박사 균(太常博士均)
당(唐)나라의 벼슬인 태상박사이었던 여구 균(閭丘均)을 말하며, 그는 무후(武后)가 집권했던 당시에 태상박사가 됐다가 곧 파면을 당하기도 하였고, 당시의 시인이었던 두심언(杜審言), 진자앙(陳子昻) 등과 나란히 명성을 날리기도 하였다.
之孫이라 炳靈은 英靈이 顯赫也ㅣ라】

슬프다 몬졋 주009)
몬졋
뜻은 “먼저의”로, 명사 “몬져”에 사이시옷 “ㅅ”이 붙어 명사의 관형사형이 되었다.
博士ㅣ 英靈이 빗나 주010)
빗나
뜻은 “빛나”이다.
精氣ㅣ 奔逸더니라

【한자음】 오호선박사 병령정기분【큰스님은 태상박사(太常博士) 균(均)의 손자라. ‘병령(炳靈)’이라는 것은 영특한 신령이 빛나며 나타난다는 말이다.】
【직역】 슬프구나! 먼저 가신 박사님은, 영특하고 빛나신 신령과 정기가 달리는 듯 뛰어나셨느니라.
【의역】 아! 안타깝고 아깝게도 먼저 돌아가신 태상박사님은, 큰스님의 할아버님으로서 그 신령이 빛나고 정기가 달리는 듯 뛰어나셨었기로,

惟昔武皇后 주011)
무황후(武皇后)
당나라 제4대 황제인 고종(高宗)의 황후인 무씨(武氏)가 고종이 죽자 권력을 잡고 국정을 농단하였다. 그러나 작자 두보는 어쨌거나 자신의 조국 황제의 선조 할머니였으므로 어쩔 수 없이 이 시기를 정치가 잘 되어간 시대처럼 표현하고 있다.
臨軒御乾坤 多士盡儒冠 주012)
유관(儒冠)
글자대로의 뜻으로는 “선비가 쓰는 관”이지만, “유(儒; 선비)” 자가 “쓰다, 쓰여지다”의 뜻을 가진 글자 “수(需)” 자와 “사람 인(人)” 자가 합쳐진 것으로서, 바로 세상에 쓰여져야 할 필요한 사람이 바로 “선비”이며, 이 “유관(儒冠)”에서 “관(冠; 갓)” 자가 뒤에 붙어 있지만, 여기서는 “갓을 쓴 선비”라는 말이다.
墨客 주013)
묵객(墨客)
글 잘하는 문인(文人)들은 글을 많이 짓고 많이 기록해야 하며, 그래서 “먹[墨]”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먹을 많이 쓰는 사람”이 바로 문인을 다르게 표현하는 말이 되었다.
藹雲屯

녜 武皇后ㅣ 軒墀 주014)
헌지(軒墀)
황궁 정전(황제가 국사를 수행하는 정식 건물)의 뜨락으로, 여기서는 실제로 황제 권한을 행사하는 위치를 비유하여 쓴 말이지만, 자전(紫殿 : 황제가 나와 앉아서 직접 국가 대사를 처리하는 중심의 전각 건물)이 아닌 헌지(軒墀)에 납시었다고 표현함으로써 무황후가 황제가 아님을 은연중에 말하고 있다.
 臨야 乾坤을 統御실 저긔 한 士ㅣ 다 션 주015)
션
현대어로는 “선비”이다.
오 글 사미 藹藹히 구루미 모댓 주016)
# 모댓다
현대어로는 “모이어 있다”이다.
주017)
모댓
현대어로는 “모인”인데, 중간본에서는 “모댄”으로 고쳐져 기록되어 있으며, “ㅅ”이 이어지는 자음과 동일 유성자음화하여 “ㄴ”으로 되어 있다.
더라

【한자음】 유석무황후 임헌어건곤 다사진유관 묵객애운둔
【직역】 생각건대 예전에 무황후(武皇后)께서, 정전 뜨락에 납시어서 온 천지를 다스리시니, 모인 많은 인사들이 모두 선비들이었고, 글 잘하는 사람[墨客]이 무수히 모여들어 구름이 모여드는 듯하였다.
【의역】 예전에 무황후께서 황궁 정전 뜨락에 납시어서 온 천지를 다스리시니, 이에 부응하여 모인 무수한 인사들이 모두 나라에 쓰여질 만한 선비들이었고, 그래서 문인들이 무수하게 구름처럼 모여들어서,

當時上紫殿 주018)
자전(紫殿)
하늘의 옥황상제가 사는 궁궐은 자미(紫微)라는 별자리에 있다고 해서 이 지상의 황제가 사는 궁궐을 자미원(紫微垣)이라고도 불렀으며, 그래서 중국에서는 왕궁의 모든 벽과 담에 붉은 칠[紫色]을 하고 자금성(紫禁城)이라 하였고, 이 안에 있는 전각을 자전(紫殿)이라 하였다.
不獨卿相 주019)
경상(卿相)
경재(卿宰) 또는 경보(卿輔)라고도 하며, 흔히 우리가 말하는 “정승”을 말한다.
【此 言儒冠墨客이 亦上殿也ㅣ라】

주020)
현대어로는 “때”이다.
블근 殿에 오리 주021)
오리
현대어로는 “오를 사람”으로, “오다(오르다)”에 의존명사인 “이”가 연결되면서 관형사형 어미인 “ㄹ”이 연음된 것이다.
갓 주022)
갓
한갓. 겨우. 여기서는 ‘오직’의 뜻으로 쓰였다.
卿相이 尊니 주023)
존(尊)니
높은 사람뿐. 높은 이들뿐만.
아니러니라

【한자음】 당시상자전 불독경상존【이것은 “갓 쓴 선비들과 그냥 문인들도 또한 궁 안 전각에 올라갔다.”라는 말이다.】
【직역】 그때 붉은 칠을 한 궁 안 정전에 오른 사람은, 오직 정승 대감처럼 높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의역】 그 당시 궁 안 정전에 올라가는 것이 허락되는 대우를 받는 사람은 오직 지위가 높은 정승 대감 같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일반 선비들과 문인들도 모두 황제의 부름을 받아 올라갈 수 있는 대우의 혜택을 입었었고,

世傳閭丘筆 峻極逾崐崙

世예서 相傳 閭丘 주024)
여구(閭丘)
이상에서 언급한 이 말은 그냥 성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바로 이 시를 받을 시의 주인공인 여구 큰스님의 할아버지를 표시한 말이기 때문에, 여기서 풀어쓸 경우에는 상대방 선조에 대한 경어로 표시해야 하므로, 그 벼슬인 “태상박사”의 “박사”라는 말을 빌려서 붙여 번역하였음을 밝힌다.
의 文筆이 노파 崐崙 주025)
곤륜(崐崙)
곤륜산(崑崙山). 역사상 중국의 서북쪽에 있는 가장 크고 가장 험하며 가장 높다고 전해온 산으로, 신선이 살고, 그래서 서왕모(西王母)가 살았다고도 알려져 온 산이다. 『한서(漢書)』 〈지리지(地理志)〉에는 돈황군(敦煌郡)에 있다고 하였으며, 『사기(史記)』 〈대완전(大宛傳)〉에는 황하가 여기에서 발원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냥 중국에서 가장 큰 설산(雪山)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 광서성(廣西省)에도, 안휘성(安徽省)에도, 복건성(福建省)에도 이 명칭의 산이 있으며, 신강(新疆)과 서장(西藏) 지역 일대의 가장 큰 산맥을 일컫기도 한다.
山애 너므니라 다

【한자음】 세전여구필 준극유곤륜
【직역】 세상에 전해지고 있는 여구(閭丘) 박사님의 글과 글씨가, 〈그 수준이〉 높아 곤륜산(崐崙山)을 넘었구나 한다.
【의역】 그런데 세상에 서로 아껴 전해지고 있는 여구균 박사님의 글이나 글씨들은 그 문예적 가치의 수준이 아주 높아서 곤륜산을 훌쩍 넘어갈 정도이건만,

鳳藏 주026)
봉장(鳳藏)
글자대로의 뜻으로는, “봉황새가 숨어서 감추어졌다”는 것이며, 중국에서 “봉황새”는 이른바 사서물(四瑞物; 네 가지 상서스러운 동물)의 하나로서 흔히는 임금이나 성인 등을 상징하였으므로, 여기서는 작자가 찬양하고 있는 여구 균을 비유한 말이며, “숨어서 감추어졌다”는 것은 여구 균이 죽어서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이다.
丹霄 주027)
단소(丹霄)
글자대로의 뜻은 그냥 “붉은 노을이 낀 하늘”이지만, 흔히 신선들이 사는 나라의 아름다운 하늘을 상징하는 말로서 왕궁의 하늘을 상징하여 쓰이기도 하였으며, 그래서 여기에서 이 하늘이 “저녁이 되었다. 저물었다”고 한 것은 왕궁과 나라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 어려움을 남기게 됐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龍去 주028)
용거(龍去)
글자대로의 뜻으로는 “용이 가버렸다”는 것이며, 중국을 위시한 동아시아에서 “용”은 역시 사서물(四瑞物)의 하나로서 임금님이나 영웅을 상징하였으며 훌륭한 인물을 비유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여기서는 물론 작자가 찬양하고 있는 여구 균을 비유한 것이며, 이 용이 “가버렸다”라고 한 것은, 여구 균이 죽어서 이 세상에서 떠나가버렸다는 것이다.
白水 주029)
백수(白水)
이 낱말은 여러 가지의 뜻을 가진 것으로서 “아주 맑고 깨끗한 물”. 전설적으로 “곤륜산에서 흘러나오는 다섯 가지 빛깔의 물 중 흰 빛깔의 물”. “사람의 맑고 깨끗한 마음”. 그리고 중국 여러 곳의 강물 명칭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마도 여기서는 용과 관련되고 있는 것으로 봐서 도교적 신비의 곤륜산에서 역시 신비롭게 흰 빛깔로 흘러나온다는 그 물을 말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 신비로운 흰 빛깔의 물이 용이 죽어 가버림으로써 “흐려지게 됐다” 는 것은 이 여구 균의 죽음이 역시 당시 도교 불교적 수양과 수도를 하던 지식인 세계의 상황을 이끌어감에 있어서 어려움을 남기게 됐다는 것을 비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3ㄴ

鳳藏龍去 言均之死也ㅣ라】

鳳이 갈니 주030)
# 갈다
현대어로는 “갈무리하다”, 또는 “감추다”이다.
블근 하 나조히 주031)
나조
저녁에. ㅎ종성체언 “나조ㅎ(저녁. 늦은 오후)”에 처격조사 “”가 붙은 것이다.
오 龍이 나가니  므리 흐리도다

【한자음】 봉장단소모 용거백수혼【봉황이 숨어버리고 용이 가버렸다고 한 것은, 여구균(閭丘均)이 죽었다는 것을 말한다.】
【직역】 봉황새가 숨어버리니 붉은 하늘의 저녁이 되었고, 용이 가버리니 흰 물이 흐려졌도다.
【의역】 여구균 박사님께서 봉황새만큼이나 귀중한 인재로서 궂기셨으니 궁중과 나라의 공무 수행이 어렵게 되었겠고, 역시 용만큼이나 소중한 인물로서 궂기셨으니 선비들의 수양과 수도하는 상황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 채,

靑熒 주032)
청형(靑熒)
산빛이 푸르고 환한 상태.
雪嶺 주033)
설령(雪嶺)
이식(李植)의 『두시비해(杜詩批解)』에는 이 산이 촉(蜀)지방에 있으며 태백산(太白山)이라 부른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 촉지방 우두산(牛頭山) 아래 서성사(瑞聖寺)의 마애비에 여구 균의 글이 새겨져 있다고 하고, 이 서성사는 뒤에 천녕나한선원(天寧羅漢禪院)으로 바뀌었다고 하였다.
碑碣 주034)
비갈(碑碣)
이것은 여러 크기의 비석 중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비를 말한다.
舊製 주035)
구제(舊製)
글자대로의 뜻은 그냥 “옛날 지은 것”이라는 말이나, 여기서는 문맥상으로 당연히 “옛날에 지은 글”이며 구체적으로는 “옛날에 지은 비문”이다.
【牛頭山下애 有閭丘均의 撰瑞聖寺ㅅ 磨崖碑니라】

빗난 雪嶺ㅅ 東녀긔 주036)
동(東)녀긔
중간본에는 “동녀킈”로 되어 “동녁”이 “동녘”으로 말음을 살려 쓴 것을 볼 수 있으며, 현대어로는 “동쪽에”이다.
碑碣애 녯 지 그리 주037)
# 녯 지 글
현대어로는 “옛날에 지은 글”인데, “지”은 중간본에서 반치음 “ㅿ”이 탈락되고 “지은”으로 바뀌어 기록되었으며, 여기의 “녯”은 “녜(옛날)”에 지격조사와 같은 기능의 “ㅅ”이 첨가해서 “글”을 수식하는 관형어가 되어 있어서, 문장의 표면구조로는 분명 “옛날의 글”이지만 실제의 내용으로는 이 “옛날”이 “지은”을 수식해주는 시간 부사어이므로 “옛날에 지은 글”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잇도다

【한자음】 청형설령동 비갈구제존【우두산(牛頭山) 아래에 여구 균(閭丘均)이 지은 서성사(瑞聖寺)의 마애비(磨崖碑)가 있다.】
【직역】 빛나는 설령의 동쪽, 거기에 있는 빗돌에 옛날 지은 비문이 남아 있도다.
【의역】 푸른 산빛이 감도는 설령의 동쪽 우두산 그 아래에, 여구균 박사께서 지으신 글이 서성사라는 절의 석벽을 쪼아 만든 비석 전면에 새겨져 남아 있을 뿐이나,

斯文 주038)
사문(斯文)
이 낱말은 “유교문화” 자체를 지칭하는 매우 중요한 의미의 말로 쓰이면서, 흔히 선비나 공부한 사람의 이름 뒤에 그를 존중해 주는 호칭 용어로 접미사처럼 쓰인 말이기도 하나, 여기서는 그냥 두 글자의 합쳐진 뜻대로 “이 문장”이라는 말로서 바로 여구 균 박사의 비문 글을 말하며, 더 구체적으로는 아마도 그 비문의 탁본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都邑 주039)
도읍(都邑)
이것은 아마도 당시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長安)과 지방의 도시들을 말하는 것이고, 당시부터 실제로 중국에서는 유명 문사들의 글이 새겨진 비문은 많이 탁본이 되어 매매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高價越璵璠 주040)
여번(璵璠)
『설문(說文)』에서 “아름다운 옥구슬이라” 하여, 노(魯)나라에서 산출되는 것으로, 공자(孔子)도 “참으로 아름답도다!”라고 찬미했다고 하였다.

이 글워리 都邑에 흐렛니 주041)
흐렛니
“흐렛다(흩어지다)”의 연결형 어미 “니”가 연결된 것으로, 현대어로는 “흩어져 있나니”이다.
노 주042)
노
현대어로는 “높은”인데, 중간본에서는 “노픈”으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다.
비든 주043)
# 빋
현대어로는 “빚”, 또는 “값”인데, 여기서는 바로 “값”이나 “가치”라는 뜻으로 쓰였다.
구스레 넘도다

【한자음】 사문산도읍 고가월여번
【직역】 이 문장이 큰 도시들에 흩어져서 유행하자, 이 문장
(아마도 탁본된 글일 것)
의 높은 값은 구슬을 넘었도다.
【의역】 이 여구균 박사의 비문 글이 탁본이 되어 큰 도시로 유통되자, 이것을 구하려고 하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그 값이 값진 구슬보다도 높았고,

晩看作者意 妙絶與誰論【作者 指均也ㅣ라】

지 주044)
지
현대어로는 “지은”인데, 중간본에는 “지은”으로 기록되어 반치음 “ㅿ”이 탈락되어 있다.
사 주045)
사
현대어로는 “사람에”인데, 중간본에서는 “사믜”로 기록되어 “사”에 모음조화가 깨진 처격조사 “의”가 첨가되면서 종성이 연음되어 있다.
들 늣거 주046)
늣거
이 말은 중간본에서 “늣거야”로 바뀌어 기록되어 반치음 “ㅿ”이 탈락하여 있으며, 현대어로는 “늦게야”이다.
보니 妙絶호 눌와 주047)
눌와
원래 이 말은 고어 “누(누구)”에 목적격 조사의 축약인 “ㄹ”이 첨가되어 “눌(누구를)”이 된 것인데, 이 말이 그냥 한 낱말이 되어 여기에 다시 첨가되는 비교격조사 “과”가 이 “ㄹ”음 아래에서 다시 초성 “ㄱ”이 탈락하면서 “와”로 바뀐 것으로, 현대어로는 “누구와”이다.
다 주048)
다
이것은 시 원문의 “여(與)” 자를 언해한 말로서 『고어사전』에서 “더불어”라고 풀이되어 있어서, 다만 “무엇과 함께” 같이 쓰는 부사어로만 알고 있지만, 한문(漢文)에서는 반드시 “~과 비교하여”, 또는 “~과 겨루어”라는 뜻의 말이 딸려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으며, 따라서 이 부사어는 반드시 비교문을 유도하는 부사어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어, 여기서는 여구 균 박사의 비문 글의 뜻과 수사의 절묘한 요체를 다른 누구의 글들과 함께 비교할 수 없다는 말이다.
議論리오

【한자음】 만간작자의 묘절여수론【지은 사람[作者]이라는 것은 균을 가리킨다.】
【직역】 지은 사람의 뜻을 늦게서야 보고 나니, 그 절묘함을 누구와 더불어 의논하겠는가?
【의역】 내가 뒤늦게서야 여구 박사 어른의 글 속의 뜻과 수사의 실질을 읽어보니, 그 수사의 수법이 너무 절묘해서 그 누구와 더불어 비교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네!

吾祖 주049)
오조(吾祖)
작자의 할아버지인 두심언(杜審言)으로, 그는 최융(崔融), 이교(李嶠), 소미도(蘇味道)와 함께 시를 잘 지어서 “초당 문장사우(初唐文章四友)”라는 말을 듣기도 하였고, 진자앙(陳子昻)과 이 시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여구 균(閭丘均)과도 나란히 하는 세 문인으로 인정을 받기도 하였다.
冠高 주050)
관고(冠高)
글자대로의 뜻은 “우두머리로서 우뚝 높다”인데, 작자 두보의 할아버지인 두심언도 당나라 초기시대에 시인으로 우뚝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同年 주051)
동년(同年)
글자대로의 뜻은 물론 “같은 해”라서 흔히 “한 해”라는 말과 같이 쓰이나, “동갑내기”, “같은 해에 과거에 합격한 친구”라는 말로도 쓰이며, 여기서는 아마도 “같은 해에 과거에 합격한 친구”로 쓰였을 것이다.
蒙主恩 주052)
몽주은(蒙主恩)
글자대로의 뜻은 “임금의 은혜를 입었다”는 말로 주로 벼슬을 하는 것을 이르는 것으로 쓰인다.
【言杜審言 주053)
두심언(杜審言)
이것을 중간본에서는 “두심언(杜審言)이”로 표기해서 소유격 조사 “”를 주격조사 “이”로 바꾸었음을 알 수 있다.
 與均으로 同蒙武后擢用 주054)
탁용(擢用)
국가나 임금으로부터 특별히 발탁되어 벼슬에 임용되는 것을 말한다.
之恩也ㅣ라】

우리 한아 주055)
한아
현대어로는 “할아버님의”인데, “한아비(할아버지)”에 소유격조사인 “”가 첨가되면서 “비”의 “ㅣ”음은 탈락하고 “ㅂ”이 연음되어 “한아”가 되었다.
그리 녯사게 주056)
녯사게
현대어로는 “옛사람에게”인데, 중간본에서는 “녯사의게”로 바뀌어 기록되어 앞에서와는 특이하게 “사”의 종성이 연음되어 있지 않다.
爲頭더니  주057)

현대어로는 “같은 해”이며, 여기의 “”은 “하나[一]. 라는 뜻이 아니고, “같다[同. 共]”라는 뜻으로 쓰였다.
예 님 恩惠 닙오니라

【한자음】 오조시관고 동년몽주은【두심언(杜審言)이 여구 균과 더불어 함께 무황후에게 발탁 등용된 것은 은혜를 입었음을 말한 것이다.】
【직역】 우리 할아버님의 글(시)이 옛사람들에게 우두머리가 되어서, 여구 균 박사님과 함께 같은 해에 임금 은혜를 입으셨느니라.
【의역】 그런데 우리 할아버님의 시 수준과 그 명성도 그 때 사람들의 선두가 되어 있으셨고, 그래서 여구 균 박사님과 함께 같은 해에 발탁 등용되는 은혜를 입으셨건만,

豫章 주058)
예장(豫章)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이야기로, 이 예장에서 자란 나무는 키가 하도 커서 해와 달을 끼고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4ㄱ

夾日月 주059)
협일월(夾日月)
글자들의 뜻하는 바대로, 나무의 키가 아주 커서 저 먼 하늘까지 올라가 거기에 있는 해와 달도 겨드랑에 낀다는 말이다. 이 시구에서는 이 해와 달을 끼고 있을 만큼의 키가 크고 높은 나무같이, 두심언과 여구균의 글 짓는 재능과 인격이 그렇게 크고 높다는 비유로 쓰인 말이다.
歲久空深根【言審言이 與均으로 俱抱大材니 如豫章之木이 夾日月也ㅣ라 空深根은 喩子孫이 猶存也ㅣ라】

豫章남기  주060)
# 
현대어로 뜻은 “해와 달”이다.
ᄢᅨᆺ더니 주061)
ᄢᅨᆺ더니
현대어로 뜻은 “끼고 있었더니”이다.
 오라거 주062)
 오라거
여기의 “”는 앞의 “”의 “[日]”가 아니고, “한 해, 두 해” 할 때의 “해[歲]”이다.
갓 주063)
갓
현대어로는 “한갓되이”이며 “공연히, 부질없이” 등과 같이 쓰이는 말로서 이것과 상응하는 글자는 바로 “공(空)” 자다. 그런데 이 말은 “~할 뿐 헛수고”라는 의미의 문맥과 반드시 상관되어 있으며, 그래서 이 말이 쓰이는 경우는 거의 낙망이나 낙담의 경우, 심하게는 허망이나 절망 같은 경우의 자기 표현이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 “공(空)” 자는 이 시구에서만이 아니라 이 작품으로 풀어 읊어내고 있는 작자 자기 처지의 허전하고 안타까운 상황을 집약 암시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글자다. 다시 말하면 작자 자신과 여구 큰스님 두 집 할아버님들께서는 그렇게들 훌륭하셨었지만, 이제는 허망하게도 우리 같은 처지의 자손들만 남겨 놓으시게 됐다는 안타까운 상황을 집약적으로 암시하고 있는 글자인 것이다. 물론 이 작품에서는 이 글자를 통해서 이런 상황을 강하게 암시하면서 동시에 작자 자신의 손자다운 도리와 구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 성찰과 자탄의 심경도 함께 투영되어 있다.
불휘 기펫도다

【한자음】 예장협일월 세구공심근두심언(杜審言)여구균(閭丘均)과 함께 큰 자격[材]을 지녔으니, 그것은 마치도 예장의 나무가 해와 달을 끼고 있는 것 같은 것이다. 한갓 뿌리만 깊다는 것은 자손들이 오히려 남아 있음을 비유한 것이다.】
【직역】 예장나무가 해와 달을 끼고 있었더니, 해[歲] 오래 되거늘 한갓 뿌리만 깊어져 있도다.
【의역】 작자 자신의 할아버님과 여구균 박사님이 큰 자격을 갖추신 것이 예장의 키 큰 나무가 저 높은 하늘의 해와 달을 끼고 서 있는 것 같이 우뚝하셨었지만, 이제는 그 훌륭하셨던 풍모를 뵈올 수 없게 된 채, 세월만 흘러서 한갓 전통의 뿌리만 깊은 자손들로 남아 있을 뿐이니,

小子思疎闊 豈能達詞門【小子 ㅣ라】

小子 주064)
소자(小子)
일반적으로 이 낱말은 아들이 아버지께 자신을 칭하는 말, 제자가 선생님께 자신을 칭하는 말, 선생님이 제자를 칭하는 말 등으로 다양하게 쓰였으며, 여기서는 이상의 경우와 또 다르게 후손이 선조님께 자신을 칭하는 말로 쓴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못난 이 손자”라는 뜻으로 한 말이다.
 디 疎闊 주065)
소활(疎濶)
성격이나 생각이 차분하지 못하고 엉성하며 거친 상태를 말한다.
니 엇뎨 주066)
엇뎨
뜻은 “어찌”인데, 중간본에서는 “엇뎻”으로 표기되어 “사이시옷”이 붙어 있다.
能히 그릐 주067)
그릐
현대어로는 “글의”이지만, 이 말은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짓는 글에 관한 모든 원리와 방법의”라는 함축적인 말이다.
門을 通達리오

【한자음】 소자사소활 기능달사문【소자(小子)는 두보 자신이다.】
【직역】 못난 손자인 나는 생각이 거칠고 엉성하니, 어찌 능히 글을 제대로 짓는 정문을 환하게 알 수 있겠는가?
【의역】 못난 이 손자는 사물을 생각하고 추리하는 것이 거칠고 엉성할 뿐이니, 이런 정신 능력을 가지고서야 어떻게 정연하고 정밀해야 하는 글 짓는 정통의 과정을 알아차릴 수가 있겠는가?

窮愁 주068)
궁수(窮愁)
“장 시름”으로 언해된 이 말에, 내적으로 갈무린 의미는 “크게 이루어 놓으신 할아버님의 문장 명성에 그 일부분 정도도 이어서 계승할 만한 재능을 못 가진 터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깊고 절박한 시름”이라는 것으로서 그 질량적 함축도가 아주 복합적인 말이다.
一揮淚 주069)
일휘루(一揮淚)
글자대로의 뜻은 “단번에 눈물을 훔쳤다”는 것으로서, 극적이며 즉각적인 행태와 환희의 감정이 배경화한 낱말이며, 따라서 그냥 쉽게 축자적 번역이나 평범한 이해를 해서는 안 되는 시어 구조라 할 수 있다.
相遇 주070)
즉(卽)
글자 뜻은 그냥 “곧”이지만, 여기서는 다만 단순한 한 뜻만의 말이 아니라 “여태까지 생각해 왔던 바로 그 누구”라는 의미의 암시인 글자로서,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시 속에서 말한 바 지금 바로 서로 만나 “큰스님 형”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 시 제목의 주인공인 “바로 여구 스님”이라는 말이다.
諸昆 주071)
제곤(諸昆)
글자대로의 뜻은 “여러 형”이지만, 여기서는 작자가 “그저 형들 중의 하나로 부르게 된 그런 형”이라는 말이다.

장 시르메 번 므를 주072)
므를
현대어로서의 뜻은 “눈물을”인데, 이 낱말의 “ㅅ”은 지격조사와 같은 기능을 하므로 “눈의 물을”이 된다. 그런데 중간본에서는 “눈므를”로 표기되어 “ㅅ”이 탈락되어 있다.
슷고 서르 맛보니 곧 兄이로다

【한자음】 궁수일휘루 상우즉제곤
【직역】 가장 깊은 시름에 한번 눈물을 훔쳐 씻고, 서로 마주보니 바로 형이었네!
【의역】 손자로서 아무 노릇도 제대로 못하는 깊은 시름 중에 여구 큰스님 형이 오신다는 것을 알고 너무 반가워 단번에 흐르던 눈물을 손으로 훔쳐 씻고 나서, 서로 만나 보고 있자니 선대로부터 가문 사이에 서로 우의를 이어온 바라서 여태까지 사뭇 만나고 싶었던 바로 그 형이었네!

주073)
주(住)
이 글자의 뜻은 “머물다”이다. 이것을 사람이 사는 상태로 놓고 보면 그 주체가 나그네이며 임시적인 것으로서 안정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작자 두보가 자신이 이 금관성에 있는 상태를 이렇게 “머물다”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바로 현재 자신이 있는 곳이 고향이 아닌 타향이며 그래서 나그네 신세로서 머물러 있는 채 외롭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면서 다음으로 이어지는 위문 요청을 예비하고 있는 것이라서, 누구나 다 아는 글자요 뜻이지만 이 시구에서는 기막힌 시사를 하는 글자임을 눈여겨 봐야 한다. 그런데도 이 언해에서 오히려 “머물다”로 번역하지 않고, “있다”로 번역한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될 만하다.
錦官城 兄 주074)
거(居)
이 글자의 뜻은 “살고 있다”이다. 이것을 역시 사람이 사는 상태로 놓고 보면 그 주체가 떠도는 사람이거 나그네가 아니고 안정된 상태의 삶의 주인공임을 추정해 알 수 있다. 따라서 앞구에서 작자 두보가 “머물러 있다(住)”고 한 것과 대비해보면 이 큰스님 형은 안정된 주인공임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거(居)” 자도 그냥 범상하게 읽어 넘기지 말고 앞 구의 “주(住)” 자와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상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祗樹園【祗樹園 뎌리라】

나 錦官城 주075)
금관성(錦官城)
중국 사천성 성도(成都)에 있는 성으로 두보는 여기에 오래 머물러 있으며 초당(草堂)을 지어 놓고 한 동안 살기도 하였다.
에 이쇼니 兄은 祗樹園 주076)
지수원(祗樹園)
이것은 아마도 옛날 인도의 한 지역인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의 약어인 “기수원(祇樹園)”을 착오로 이해하여 “기(祇)” 자를 “지(祗)” 자로 오용(잘못 씀)한 것으로 추정되며, 따라서 이 기수원은 불교에서 사원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그냥 기원(祇園)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원래는 석가모니가 왕사성(王舍城)에서 설법하던 숲이며 이것을 고독장자(孤獨長者)에게 주었기 때문에 “기수급고독원”이라고 하였다.
에 사놋다

【한자음】 아주금관성 형거지수원【지수원(祗樹園)은 절이다.】
【직역】 나는 금관성(錦官城)에 머물고 있었으니, 형은 지수원에 살고 계셨구나!
【의역】 그런데 나는 금관성에 살고 있는데, 형은 여기서 멀지 않은 절에 계셨었네!

地近慰旅愁 往來當丘樊【樊은 藩籬 주077)
번리(藩籬)
여기서는 “울타리”라는 뜻으로 쓰였으며, 다른 경우에는 어떤 것을 둘러서 보호해준다는 의미로 인해 한 국가나 한 주체를 중심으로 그 국가나 주체를 보호 방위해주는 국가들이나 존재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也ㅣ라】

주078)
이것과 상응하는 “지(地)”의 글자 뜻만으로 언해하면 “땅”이나, “지역”이지만, 이 시에서의 문맥상 의미로 보면 작자와 상대인 여구 큰스님 형이 살고 있는 두 곳을 말한다.
히 갓가와 나그내 시르믈 와 慰問니 오며 가 두들겟 주079)
두들겟
이 낱말은 “두듥(두둑)”에 처격조사인 “에”가 첨가되면서 “ㄱ”이 연음되었고 여기에 다시 지격조사 기능을 하는 “ㅅ”이 첨가되어 “두둑에 있는”이라는 뜻의 말이 되었다.
울흘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4ㄴ

當놋다

【한자음】 지근위려수 왕래당구번【번(樊)은 울타리다.】
【직역】 땅이 가까워 나그네 시름을 와 위문해 주니, 오고 가는 데에 있어서 두둑의 울타리 정도와 맞먹을 뿐이네!
【의역】 비록 내가 머물고 있는 금관성에서 큰스님 형이 살고 계신 절까지는 지역 거리가 아주 가까워서 겨우 두둑에 쳐져 있는 울타리를 거치는 정도로 서로 왕래하기가 쉬워 나의 외로운 객지 시름을 와서 위로해 주었지만,

天涯 주080)
천애(天涯)
글자대로의 뜻은 “하늘 끝 먼곳”이지만,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고향 아닌 객지인 여기 성도에서 나그네 신세로 체류해 있는 외로움을 전제로 바로 객지인 이 성도를 말하고 있다.
滯雨 주081)
체우(滯雨)
글자대로의 뜻은 “질긎하게 내리는 비에 잡혀 있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안녹산(安祿山). 사사명(史思明) 등의 반란으로 전란을 겪으며 타향인 이 객지에서 외롭고 고생스럽게 사는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비유적으로 쓴 말이다.
粳稻 주082)
갱도(粳稻)
글자대로의 뜻은 “메벼(멥쌀)”이지만, 아마도 작자 두보가 자신을 비유하는 말로 쓴 것으로 추정된다.
臥不飜

하  주083)

현대어로는 “가에”인데, 중간본에는 “의”로 기록되어 “ㅿ”이 탈락하고 처격조사 “”가 “의”로 바뀌어 있다.
오란 비 주084)
오란 비
이 말에 상응한 “체우(滯雨)”의 낱말 뜻은 “꼼짝없이 잡혀 머물러 있게 하는 짓궂은 비”이며, 이 경우 비의 성향을 간단히 집약해 현대어로 말하면 “오랜 비”가 된다.
歇니 주085)
“벼”에 주격조사인 “이”가 첨가돼야 하는데, 이 “벼”의 “ㅕ”와 “이”가 하나의 모음으로 축약하면서 “이”가 “ㅣ”로 바뀌어 “ㅕ”와 복합하면서 새 복모음인 “ㅖ”로 바뀐 것이며, 그래서 현대어로 풀어 읽어보면 “벼가”가 된다.
므레 누워 두의티디 주086)
# 두의티다
뒤치다. 뒤집다. 현대어로는 물건을 번득이어 뒤집는 것을 말하는 “번드치다”이며, 여기서는 비에 젖어 엎어져버린 벼포기들이 다시 일어나 서지 못함을 말하고 있다.
몯얫도다

【한자음】 천애헐체우 갱도와불번
【직역】 하늘 가에 오랜 비가 멈추고 나니, 벼가 물에 누워 번드치지 못하였다.
【의역】 저 하늘 끝 오래 내리던 질궂은 비가 멈추었건만, 이 비를 사뭇 맞아 젖어버린 메벼 포기는 물에 누워진 채 다시 일어나 제 온전한 상태를 자랑해 보이지 못하는 것처럼, 작자 자신도 오랜 시름에 지쳐서 다시 정신을 가다듬지 못한 채로,

漂然 주087)
표연(漂然)
글자대로의 뜻은 “물 위에 둥둥 뜬 듯이 정처가 없는 상태”를 말하며,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자신의 정처없이 유랑하는 처지의 상황을 비유하기 위해 사용한 부사어다.
薄遊 주088)
박유(薄遊)
글자대로의 뜻은 “경제력이 전혀 없이 어려운 처지로서 유랑하는 것”을 말하며, 원래는 “박유(薄游)”로 표기되어 쓰여왔으나 아마도 “유(遊)” 자와 “유(游)” 자를 통용하기도 해서 이렇게 쓴 것으로 추정된다.
주089)
권(倦)
이 글자는 뜻이 “고달파하다”, “지치다”, “가빠 하다”로서 작자 자신의 객지생활이 처한 실제의 곤궁한 상황을 집약하여 보여주는 것으로서, 다음 구의 끝 글자인 “돈(敦)”의 뜻인 “인정이 두텁다, 후하다, 푸근하다”와 대응되면서 작자 자신의 극적인 상황 전환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능을 기막히게 잘 수행한 수사의 핵이 되는 글자다.
始與道侶 주090)
도려(道侶)
낱말의 뜻은 “도를 닦아 인격이 높은 벗 또는 친구”로서, 여기서는 바로 “여구(閭丘)”를 높여서 일컬은 말이다.
【道侶 指大師다】

漂然히 사오나이 주091)
사오나이
형용사 “사오납다(사납다)”의 부사형으로 현대어로는 “사납게”이며, 여기서는 삶의 형편이 아주 안 좋은 상태를 말한다.
노로매 주092)
노로매
“놀다(놀다)”에 이유나 근거를 나타내는 어미 “매”가 연결되면서 조음소인 “오”가 개입되고 여기에 “놀”의 종성 “ㄹ”이 연음된 것으로, 현대어로의 표현은 “놀기 때문에”이다.
가타니 주093)
가타니
“가다(가빠 하다)”에 연결형어미 “다니”가 연결되면서 “”와 “다”가 한 소리로 통합하면서 격음인 “타”로 바뀐 것이다. 힘겨워 하니.
비르서 주094)
비르서
현대어로의 표현은 “비로소”이다.
道侶와 다 敦厚히 노라

【한자음】 표연박유권 시여도려돈【도려(道侶)는 대사(大師 : 큰스님)를 가리킨다.】
【직역】 물 위 뜬 듯이 초라하고 곤궁한 상태로 사납게 떠돌고 있는 처지로서 가빠하고 있었더니, 비로소 도 닦은 짝과 함께 푸근하게 사귀게 됐노라.
【의역】 물 위에 뜬 풀처럼 정처 없이 곤궁한 상태로 떠돌 듯이 이 성도에 와서 힘들고 지쳐서 살고 있었지만, 비로소 이렇게 불도를 닦은 훌륭한 사람인 형과 짝이 되어 넉넉하고 푸근하게 사귀게 되었는데,

景晏步脩廊 주095)
이(而)
이 글자는 이른바 “연사(連詞 : 문장을 서로 이어주는 기능을 하는 품사)”로서 엄밀한 의미로 어떤 개념의 뜻은 없어서, 우리나라에서는 옛적부터 “말 이어줄 이” 자라고 불러왔다. 다시 말하면 개념은 없고 기능만 하는 글자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중국이나 우리나라를 막론하고 분명 어떤 개념의 뜻을 갖진 않았지만, 특수한 상태로 쓰이는 경우에는 특정하게 뜻이 있는 것처럼 풀어 해석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왔다. 바로 이 작품에서 “이무거마훤(而無車馬喧)”은 일찍이 중국의 동진(東晉)시대 시인 도연명(陶淵明)이 그의 〈잡시(雜詩)〉에서 지어 쓴 것을 작자 두보가 그대로 표절해 활용한 것인데, 도연명의 시에서 이 “이(而)” 자는 “그런데도”, 또는 “그래도”로 번역을 해서 읽어야 하도록 되어 있으며, 두보의 이 작품에서도 그렇게 번역해서 읽어야 하도록 되어 있어서 “경안보수랑 이무거마훤”은 “햇볕이 져 가자 긴 회랑 안을 거닐다가 보니, 이 회랑이 넓어 사람들의 말이나 마차들이 모여들어 시끄러울 만한 곳인데, 그런데도 마차와 말로 인한 시끄러움은 없다.”로 풀어지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이(而)” 자는 “그런데도”로 뜻이 있는 것처럼 풀어서 읽게 되는 것이다.
無車馬喧

 늣거 긴 지븨셔 주096)
지븨셔
이것은 현대어로도 “집에서”이나, 여기서는 이 “집”이 바로 “랑(廊)”의 언해이므로 그냥 집이 아니고 “회랑”이다.
건노니 술위 주097)
술위
현대어로의 뜻 “수레”인데, 중간본에는 “술의”로 기록되어 있다.
와 왜 들에유미 주098)
들에유미
“들에다(떠들썩하다)”의 명사형어미 “윰”이 첨가되어 동명사가 되고 여기에 다시 주격조사 “이”가 첨용된 것으로, 현대어로는 “떠들석한 것이”이다.
업도다

【한자음】 경안보수랑 이무거마훤
【직역】 햇볕이 늦어져서 긴 회랑에서 거닐면서 보니, 그런데도 수레와 말들에 의한 시끄러움이 없구나!
【의역】 오후가 되어 햇볕이 져갈 무렵 긴 회랑에서 거닐면서 보니, 속세 사람들이 타고 왔음직한 마차나 말들로 인한 시끄러운 세상의 풍경은 전혀 볼 수가 없어,

夜闌接軟語 주099)
연어(軟語)
현대어로는 “부드러운 말”이지만 이 시에서는 보다 확충 부연된 의미로서의 “부드럽고 정겨운 말”로 쓰였다.
落月如金盆 주100)
금분(金盆)
글자대로의 뜻은 “누런 황금의 동이”라는 말로, 대체로 봄이나 여름 밤 하늘에 뜨는 보름달의 빛이 누렇게 보이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이렇게 관습화한 색감으로 인해, 달을 이 “둥그런 황금의 동이”로 비유 원용한 것이나, 이것은 단순히 물리적 상태로만 비유된 것이 아니라 “노란”이 아닌 “누우런”이라는 색감어로 원용됨으로써 설핏한 심기가 투영되어 있다.

바미 다록 주101)
다록
현대어로는 “다하도록”인데, 중간본에는 “다도록”으로 바뀌어 기록돼 있다.
보라온 말 相接호니 디 리 金盆 도다

【한자음】 야란접연어 낙월여금분
【직역】 밤이 다 가도록 부드러운 말을 하며 서로 대해 있자니, 지는 달이 금으로 된 동이[金盆] 같도다.
【의역】 밤이 다 지새도록 큰스님 형과 부드럽고 정겨운 이야기를 하며 서로 마주해 있다가 보니, 어느새 지고 있는 달이 금빛 누런 둥근 동이 모양으로 저 하늘에 떠 있으니,

漠漠 주102)
막막(漠漠)
글자대로의 뜻은 “넓고 아득한 상태”로, 여기서는 종잡을 수 없이 혼탁한 인심과 세태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강조한 부사어로 쓰였다.
世界 주103)
흑(黑)
글자의 뜻은 그냥 “검다”이지만, 여기서는 당시 극히 부조리하고 불명확한 사회적 상황과 세상의 형편이 너무도 전망할 수 없는 부정적 상태임을 복합적, 함축적으로 집약 시사하는 아주 핵심의 글자다.
區區 주104)
구구(區區)
글자대로의 뜻은 “변변치 못한 상태”, “제각기 다른 상태”로, 여기서는 야박하고 지리멸렬해진 세상의 인심을 역시 부정적으로 강조한 부사어로 쓰였다.
爭奪 주105)
번(繁)
글자의 뜻은 그냥 “많다”, “성하다”, “번잡하다” 등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위의 언해에서는 “많다”의 뜻인 “하다”로 번역하였는데, 이것은 약간 미흡한 번역으로서, 당시 명리에 휩싸여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행태를 복합적으로 아주 적절하게 암시하는 이 글자는 그냥 “많게”만의 뜻이 아니라 “복잡하게”의 뜻도 함축하고 있는 것이라 오히려 “번잡하게”로 번역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으로 판단되며, 이 글자 역시 아주 잘 배치된 핵심의 글자다.

아득히 世界ㅣ 거므니 區區히 톼아미 주106)
톼아미
뜻은 “다투었음이”로, 중간본에서는 “ㅿ”이 탈락하여 “톼이오미”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다.
하도다

【한자음】 막막세계흑 구구쟁탈번
【직역】 아득히 세계가 검어지니, 구구하게 서로 다툼이 많도다.
【의역】 지금은 큰스님 형과 내가 이렇게 이야기를 서로 주고 받으며 마주하여 밤을 지새우고 있지만, 지금까지를 되짚어 보면 너무도 가늠할 수 없이 아득하게 세상일과 인심이 위선과 사술로 암흑 속에 휘말려서, 제각기들 서로 명리에만 몰두하며 치열한 다툼만 하는 판국이지만,

唯有 주107)
유유(唯有)
글자대로의 낱말 뜻은 “오직 ~이 있다”이다. 그런데 이것을 그 문맥적 의미 구성의 논리로 따져 보면, “오직 ~이 있다”는 것은 “다른 ~은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큰스님 형은 “오직 마니주 같이 원만하고 밝게 닦여진 불교적 덕성만 지녔지 그밖의 어떤 세속적 요소는 전혀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렇게 말밖의 말을 찾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摩尼珠 주108)
마니주(摩尼珠)
범어(梵語)에서 “말니(末尼)”라고도 하는 보배로운 구슬[珠]로 『열반경(涅槃經)』에서 말하기를, “이 구슬을 흐린 물에 던지면 그 물이 바로 맑아진다.”라고 하였고, 『원각경(圓覺經)』에는 말하기를, “마니주는 맑고 깨끗하여 다섯 가지 빛을 띠고, 그 맞추어 빛을 내야 할 경우에는 따라 맞추어서 빛을 낸다.”고 하였으며, 『선실지(宣室志)』에서는 “풍익(馮翊)에 사는 엄생(嚴生)이 현산(峴山)에 살다가 탄알만한 구슬 하나를 얻었는데, 호인(胡人)이 ”흐린 물에 이것을 던지면 그 물이 맑아진다“며 삼십만 냥을 내고 가져 갔다.
可照 주109)
가조(可照)
글자대로의 낱말 뜻은 “비출 수 있다”지만, 이것은 앞구의 “유유(唯有) : 오직 ~이 있다”와 상호 유기적으로 조응관계를 이루어 “오직 ~이 있어서, ~만은 비춰 환하게 알 수 있다”라는 긴밀한 의미들의 상호 연결망을 만들고 있다. 따라서 이 두 구의 “유유(唯有)”와 “가조(可照)”를 상관적으로 파악하고 해석하는 것이 이 두 구의 시상 구조는 물론 작품 전체의 의미적 구성의 실상과 그 변조를 파악하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요건이 된다.
濁水 주110)
탁수(濁水)
글자대로의 낱말 뜻은 “흐린 물”, 또는 “흐려진 물”이지만, 여기서는 물욕에 얽매여 동물화한 사람들의 인심 상황과 그로 인해 혼탁해진 세상 형편을 비유적으로 쓴 말이다.
【摩尼珠 喩法性圓明니 言大師ㅣ 不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5ㄱ

爲汚濁所累也ㅣ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오직 잇 摩尼珠옷 可히 흐린 믌 주111)
“원(源)” 자를 풀이한 고어로 뜻은 “근원”이며, 이 “”에서 보는 바와 이 “”은 “ㅎ”유기음을 대동하는 말(ㅎ종성체언)임을 알 수 있다.
 비취리로다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유유마니주 가조탁수원【마니주(摩尼珠)는 불교의 법성(法性)이 원만하고 밝은 것[圓明]을 비유한 것이니, 말하자면 대사(大師)가 더럽고 흐린 것에 더럽혀지는 바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직역】 오직 지니고 있는 마니주 구슬은, 가히 흐린 물의 근원까지를 비춰 줄 만하도다.
【의역】 큰스님 형이, 세속인들과는 전혀 달리 오직 마음속에 마니주를 지니고 있으신 듯 온통 두루두루 모두를 환하고 밝게 깨치시는 부처님의 법성과 지혜를 지니셔서, 세속의 더러운 물욕에 결코 오염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더러운 물욕의 근원을 비추어 환하게 알 수 있겠습니다.
Ⓒ 역자 | 송준호 / 2014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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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증촉승여구사형(贈蜀僧閭丘師兄) : 이 작품은 상원(上元) 2년(761)에 지은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주제를 선인들이 분명히 “문장(文章)”에 속한 것으로 판정하여 여구 큰스님 사형(師兄)의 할아버지요 문장가였던 여구 균 박사를 주인공으로 삼아 읊어진 것으로 분류하였으나, 말미로 오면서는 작자 두보와 만나고 있는 이 여구 큰스님의 득도 경지와 그 인품을 중요하게 다루어 읊고 있어서 단일 주제의 작품이 아님을 보이고 있다.
주002)
동량(銅梁) : 동량산. 중국 사천성(四川省)에 있는 산으로 기운이 신령하다고 알려져 있었으며, 그래서 이 시에서는 이 여구(閭丘) 큰스님이 이 산의 정기를 타고 났다고 칭찬하고 있는 것이다.
주003)
명가(名家) : 글자 풀이대로 “명성이 많이 알려진 훌륭한 집안”이라는 말이며, 여기서는 시의 주인공인 여구 큰스님의 할아버지인 태상박사(太常博士) 여구 균(閭丘均)의 집안을 일컬은 것이다.
주004)
자자(籍籍) : 널리 퍼짐. 우리말의 “소문이 자자하다”라고 할 때에 쓰는 말이다.
주005)
일훔 : 현대어로는 “이름”이며, 중간본에서는 “일홈”으로 바뀌어 기록되어 음성모음 “ㅜ”가 양성모음인 “ㅗ”로 바뀌어 있다.
주006)
오호(嗚呼) : 글자 뜻으로는 물론 “아 슬프다”거나, “아 슬프구나”로 풀이할 수밖에 없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그냥 직설적 감정으로서 “슬프다”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깊은 감탄과 무한한 안타까움의 감정을 담은 말로서 “아 참으로 그립고 안타깝도다!”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주007)
선(先) : 글자 뜻으로는 물론 “먼저”이지만, 여기서는 그냥 “먼저”가 아니고 어른이나 윗사람이 죽은 것을 높여서 말하는 것으로서, 우리말로는 “돌아가신 아버님이나 옛어른”을 “선인(先人)”이라고 하는 바와 같이 “돌아가신”이라는 뜻으로 쓰여왔다. 따라서 여기의 “선박사(先博士)”는 “돌아가신 박사님”이라는 말이다.
주008)
태상박사 균(太常博士均) : 당(唐)나라의 벼슬인 태상박사이었던 여구 균(閭丘均)을 말하며, 그는 무후(武后)가 집권했던 당시에 태상박사가 됐다가 곧 파면을 당하기도 하였고, 당시의 시인이었던 두심언(杜審言), 진자앙(陳子昻) 등과 나란히 명성을 날리기도 하였다.
주009)
몬졋 : 뜻은 “먼저의”로, 명사 “몬져”에 사이시옷 “ㅅ”이 붙어 명사의 관형사형이 되었다.
주010)
빗나 : 뜻은 “빛나”이다.
주011)
무황후(武皇后) : 당나라 제4대 황제인 고종(高宗)의 황후인 무씨(武氏)가 고종이 죽자 권력을 잡고 국정을 농단하였다. 그러나 작자 두보는 어쨌거나 자신의 조국 황제의 선조 할머니였으므로 어쩔 수 없이 이 시기를 정치가 잘 되어간 시대처럼 표현하고 있다.
주012)
유관(儒冠) : 글자대로의 뜻으로는 “선비가 쓰는 관”이지만, “유(儒; 선비)” 자가 “쓰다, 쓰여지다”의 뜻을 가진 글자 “수(需)” 자와 “사람 인(人)” 자가 합쳐진 것으로서, 바로 세상에 쓰여져야 할 필요한 사람이 바로 “선비”이며, 이 “유관(儒冠)”에서 “관(冠; 갓)” 자가 뒤에 붙어 있지만, 여기서는 “갓을 쓴 선비”라는 말이다.
주013)
묵객(墨客) : 글 잘하는 문인(文人)들은 글을 많이 짓고 많이 기록해야 하며, 그래서 “먹[墨]”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먹을 많이 쓰는 사람”이 바로 문인을 다르게 표현하는 말이 되었다.
주014)
헌지(軒墀) : 황궁 정전(황제가 국사를 수행하는 정식 건물)의 뜨락으로, 여기서는 실제로 황제 권한을 행사하는 위치를 비유하여 쓴 말이지만, 자전(紫殿 : 황제가 나와 앉아서 직접 국가 대사를 처리하는 중심의 전각 건물)이 아닌 헌지(軒墀)에 납시었다고 표현함으로써 무황후가 황제가 아님을 은연중에 말하고 있다.
주015)
션 : 현대어로는 “선비”이다.
주016)
# 모댓다 : 현대어로는 “모이어 있다”이다.
주017)
모댓 : 현대어로는 “모인”인데, 중간본에서는 “모댄”으로 고쳐져 기록되어 있으며, “ㅅ”이 이어지는 자음과 동일 유성자음화하여 “ㄴ”으로 되어 있다.
주018)
자전(紫殿) : 하늘의 옥황상제가 사는 궁궐은 자미(紫微)라는 별자리에 있다고 해서 이 지상의 황제가 사는 궁궐을 자미원(紫微垣)이라고도 불렀으며, 그래서 중국에서는 왕궁의 모든 벽과 담에 붉은 칠[紫色]을 하고 자금성(紫禁城)이라 하였고, 이 안에 있는 전각을 자전(紫殿)이라 하였다.
주019)
경상(卿相) : 경재(卿宰) 또는 경보(卿輔)라고도 하며, 흔히 우리가 말하는 “정승”을 말한다.
주020)
 : 현대어로는 “때”이다.
주021)
오리 : 현대어로는 “오를 사람”으로, “오다(오르다)”에 의존명사인 “이”가 연결되면서 관형사형 어미인 “ㄹ”이 연음된 것이다.
주022)
갓 : 한갓. 겨우. 여기서는 ‘오직’의 뜻으로 쓰였다.
주023)
존(尊)니 : 높은 사람뿐. 높은 이들뿐만.
주024)
여구(閭丘) : 이상에서 언급한 이 말은 그냥 성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바로 이 시를 받을 시의 주인공인 여구 큰스님의 할아버지를 표시한 말이기 때문에, 여기서 풀어쓸 경우에는 상대방 선조에 대한 경어로 표시해야 하므로, 그 벼슬인 “태상박사”의 “박사”라는 말을 빌려서 붙여 번역하였음을 밝힌다.
주025)
곤륜(崐崙) : 곤륜산(崑崙山). 역사상 중국의 서북쪽에 있는 가장 크고 가장 험하며 가장 높다고 전해온 산으로, 신선이 살고, 그래서 서왕모(西王母)가 살았다고도 알려져 온 산이다. 『한서(漢書)』 〈지리지(地理志)〉에는 돈황군(敦煌郡)에 있다고 하였으며, 『사기(史記)』 〈대완전(大宛傳)〉에는 황하가 여기에서 발원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냥 중국에서 가장 큰 설산(雪山)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 광서성(廣西省)에도, 안휘성(安徽省)에도, 복건성(福建省)에도 이 명칭의 산이 있으며, 신강(新疆)과 서장(西藏) 지역 일대의 가장 큰 산맥을 일컫기도 한다.
주026)
봉장(鳳藏) : 글자대로의 뜻으로는, “봉황새가 숨어서 감추어졌다”는 것이며, 중국에서 “봉황새”는 이른바 사서물(四瑞物; 네 가지 상서스러운 동물)의 하나로서 흔히는 임금이나 성인 등을 상징하였으므로, 여기서는 작자가 찬양하고 있는 여구 균을 비유한 말이며, “숨어서 감추어졌다”는 것은 여구 균이 죽어서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이다.
주027)
단소(丹霄) : 글자대로의 뜻은 그냥 “붉은 노을이 낀 하늘”이지만, 흔히 신선들이 사는 나라의 아름다운 하늘을 상징하는 말로서 왕궁의 하늘을 상징하여 쓰이기도 하였으며, 그래서 여기에서 이 하늘이 “저녁이 되었다. 저물었다”고 한 것은 왕궁과 나라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 어려움을 남기게 됐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주028)
용거(龍去) : 글자대로의 뜻으로는 “용이 가버렸다”는 것이며, 중국을 위시한 동아시아에서 “용”은 역시 사서물(四瑞物)의 하나로서 임금님이나 영웅을 상징하였으며 훌륭한 인물을 비유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여기서는 물론 작자가 찬양하고 있는 여구 균을 비유한 것이며, 이 용이 “가버렸다”라고 한 것은, 여구 균이 죽어서 이 세상에서 떠나가버렸다는 것이다.
주029)
백수(白水) : 이 낱말은 여러 가지의 뜻을 가진 것으로서 “아주 맑고 깨끗한 물”. 전설적으로 “곤륜산에서 흘러나오는 다섯 가지 빛깔의 물 중 흰 빛깔의 물”. “사람의 맑고 깨끗한 마음”. 그리고 중국 여러 곳의 강물 명칭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마도 여기서는 용과 관련되고 있는 것으로 봐서 도교적 신비의 곤륜산에서 역시 신비롭게 흰 빛깔로 흘러나온다는 그 물을 말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 신비로운 흰 빛깔의 물이 용이 죽어 가버림으로써 “흐려지게 됐다” 는 것은 이 여구 균의 죽음이 역시 당시 도교 불교적 수양과 수도를 하던 지식인 세계의 상황을 이끌어감에 있어서 어려움을 남기게 됐다는 것을 비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030)
# 갈다 : 현대어로는 “갈무리하다”, 또는 “감추다”이다.
주031)
나조 : 저녁에. ㅎ종성체언 “나조ㅎ(저녁. 늦은 오후)”에 처격조사 “”가 붙은 것이다.
주032)
청형(靑熒) : 산빛이 푸르고 환한 상태.
주033)
설령(雪嶺) : 이식(李植)의 『두시비해(杜詩批解)』에는 이 산이 촉(蜀)지방에 있으며 태백산(太白山)이라 부른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 촉지방 우두산(牛頭山) 아래 서성사(瑞聖寺)의 마애비에 여구 균의 글이 새겨져 있다고 하고, 이 서성사는 뒤에 천녕나한선원(天寧羅漢禪院)으로 바뀌었다고 하였다.
주034)
비갈(碑碣) : 이것은 여러 크기의 비석 중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비를 말한다.
주035)
구제(舊製) : 글자대로의 뜻은 그냥 “옛날 지은 것”이라는 말이나, 여기서는 문맥상으로 당연히 “옛날에 지은 글”이며 구체적으로는 “옛날에 지은 비문”이다.
주036)
동(東)녀긔 : 중간본에는 “동녀킈”로 되어 “동녁”이 “동녘”으로 말음을 살려 쓴 것을 볼 수 있으며, 현대어로는 “동쪽에”이다.
주037)
# 녯 지 글 : 현대어로는 “옛날에 지은 글”인데, “지”은 중간본에서 반치음 “ㅿ”이 탈락되고 “지은”으로 바뀌어 기록되었으며, 여기의 “녯”은 “녜(옛날)”에 지격조사와 같은 기능의 “ㅅ”이 첨가해서 “글”을 수식하는 관형어가 되어 있어서, 문장의 표면구조로는 분명 “옛날의 글”이지만 실제의 내용으로는 이 “옛날”이 “지은”을 수식해주는 시간 부사어이므로 “옛날에 지은 글”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주038)
사문(斯文) : 이 낱말은 “유교문화” 자체를 지칭하는 매우 중요한 의미의 말로 쓰이면서, 흔히 선비나 공부한 사람의 이름 뒤에 그를 존중해 주는 호칭 용어로 접미사처럼 쓰인 말이기도 하나, 여기서는 그냥 두 글자의 합쳐진 뜻대로 “이 문장”이라는 말로서 바로 여구 균 박사의 비문 글을 말하며, 더 구체적으로는 아마도 그 비문의 탁본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주039)
도읍(都邑) : 이것은 아마도 당시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長安)과 지방의 도시들을 말하는 것이고, 당시부터 실제로 중국에서는 유명 문사들의 글이 새겨진 비문은 많이 탁본이 되어 매매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주040)
여번(璵璠) : 『설문(說文)』에서 “아름다운 옥구슬이라” 하여, 노(魯)나라에서 산출되는 것으로, 공자(孔子)도 “참으로 아름답도다!”라고 찬미했다고 하였다.
주041)
흐렛니 : “흐렛다(흩어지다)”의 연결형 어미 “니”가 연결된 것으로, 현대어로는 “흩어져 있나니”이다.
주042)
노 : 현대어로는 “높은”인데, 중간본에서는 “노픈”으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다.
주043)
# 빋 : 현대어로는 “빚”, 또는 “값”인데, 여기서는 바로 “값”이나 “가치”라는 뜻으로 쓰였다.
주044)
지 : 현대어로는 “지은”인데, 중간본에는 “지은”으로 기록되어 반치음 “ㅿ”이 탈락되어 있다.
주045)
사 : 현대어로는 “사람에”인데, 중간본에서는 “사믜”로 기록되어 “사”에 모음조화가 깨진 처격조사 “의”가 첨가되면서 종성이 연음되어 있다.
주046)
늣거 : 이 말은 중간본에서 “늣거야”로 바뀌어 기록되어 반치음 “ㅿ”이 탈락하여 있으며, 현대어로는 “늦게야”이다.
주047)
눌와 : 원래 이 말은 고어 “누(누구)”에 목적격 조사의 축약인 “ㄹ”이 첨가되어 “눌(누구를)”이 된 것인데, 이 말이 그냥 한 낱말이 되어 여기에 다시 첨가되는 비교격조사 “과”가 이 “ㄹ”음 아래에서 다시 초성 “ㄱ”이 탈락하면서 “와”로 바뀐 것으로, 현대어로는 “누구와”이다.
주048)
다 : 이것은 시 원문의 “여(與)” 자를 언해한 말로서 『고어사전』에서 “더불어”라고 풀이되어 있어서, 다만 “무엇과 함께” 같이 쓰는 부사어로만 알고 있지만, 한문(漢文)에서는 반드시 “~과 비교하여”, 또는 “~과 겨루어”라는 뜻의 말이 딸려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으며, 따라서 이 부사어는 반드시 비교문을 유도하는 부사어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어, 여기서는 여구 균 박사의 비문 글의 뜻과 수사의 절묘한 요체를 다른 누구의 글들과 함께 비교할 수 없다는 말이다.
주049)
오조(吾祖) : 작자의 할아버지인 두심언(杜審言)으로, 그는 최융(崔融), 이교(李嶠), 소미도(蘇味道)와 함께 시를 잘 지어서 “초당 문장사우(初唐文章四友)”라는 말을 듣기도 하였고, 진자앙(陳子昻)과 이 시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여구 균(閭丘均)과도 나란히 하는 세 문인으로 인정을 받기도 하였다.
주050)
관고(冠高) : 글자대로의 뜻은 “우두머리로서 우뚝 높다”인데, 작자 두보의 할아버지인 두심언도 당나라 초기시대에 시인으로 우뚝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주051)
동년(同年) : 글자대로의 뜻은 물론 “같은 해”라서 흔히 “한 해”라는 말과 같이 쓰이나, “동갑내기”, “같은 해에 과거에 합격한 친구”라는 말로도 쓰이며, 여기서는 아마도 “같은 해에 과거에 합격한 친구”로 쓰였을 것이다.
주052)
몽주은(蒙主恩) : 글자대로의 뜻은 “임금의 은혜를 입었다”는 말로 주로 벼슬을 하는 것을 이르는 것으로 쓰인다.
주053)
두심언(杜審言) : 이것을 중간본에서는 “두심언(杜審言)이”로 표기해서 소유격 조사 “”를 주격조사 “이”로 바꾸었음을 알 수 있다.
주054)
탁용(擢用) : 국가나 임금으로부터 특별히 발탁되어 벼슬에 임용되는 것을 말한다.
주055)
한아 : 현대어로는 “할아버님의”인데, “한아비(할아버지)”에 소유격조사인 “”가 첨가되면서 “비”의 “ㅣ”음은 탈락하고 “ㅂ”이 연음되어 “한아”가 되었다.
주056)
녯사게 : 현대어로는 “옛사람에게”인데, 중간본에서는 “녯사의게”로 바뀌어 기록되어 앞에서와는 특이하게 “사”의 종성이 연음되어 있지 않다.
주057)
 : 현대어로는 “같은 해”이며, 여기의 “”은 “하나[一]. 라는 뜻이 아니고, “같다[同. 共]”라는 뜻으로 쓰였다.
주058)
예장(豫章) :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이야기로, 이 예장에서 자란 나무는 키가 하도 커서 해와 달을 끼고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주059)
협일월(夾日月) : 글자들의 뜻하는 바대로, 나무의 키가 아주 커서 저 먼 하늘까지 올라가 거기에 있는 해와 달도 겨드랑에 낀다는 말이다. 이 시구에서는 이 해와 달을 끼고 있을 만큼의 키가 크고 높은 나무같이, 두심언과 여구균의 글 짓는 재능과 인격이 그렇게 크고 높다는 비유로 쓰인 말이다.
주060)
#  : 현대어로 뜻은 “해와 달”이다.
주061)
ᄢᅨᆺ더니 : 현대어로 뜻은 “끼고 있었더니”이다.
주062)
 오라거 : 여기의 “”는 앞의 “”의 “[日]”가 아니고, “한 해, 두 해” 할 때의 “해[歲]”이다.
주063)
갓 : 현대어로는 “한갓되이”이며 “공연히, 부질없이” 등과 같이 쓰이는 말로서 이것과 상응하는 글자는 바로 “공(空)” 자다. 그런데 이 말은 “~할 뿐 헛수고”라는 의미의 문맥과 반드시 상관되어 있으며, 그래서 이 말이 쓰이는 경우는 거의 낙망이나 낙담의 경우, 심하게는 허망이나 절망 같은 경우의 자기 표현이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 “공(空)” 자는 이 시구에서만이 아니라 이 작품으로 풀어 읊어내고 있는 작자 자기 처지의 허전하고 안타까운 상황을 집약 암시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글자다. 다시 말하면 작자 자신과 여구 큰스님 두 집 할아버님들께서는 그렇게들 훌륭하셨었지만, 이제는 허망하게도 우리 같은 처지의 자손들만 남겨 놓으시게 됐다는 안타까운 상황을 집약적으로 암시하고 있는 글자인 것이다. 물론 이 작품에서는 이 글자를 통해서 이런 상황을 강하게 암시하면서 동시에 작자 자신의 손자다운 도리와 구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 성찰과 자탄의 심경도 함께 투영되어 있다.
주064)
소자(小子) : 일반적으로 이 낱말은 아들이 아버지께 자신을 칭하는 말, 제자가 선생님께 자신을 칭하는 말, 선생님이 제자를 칭하는 말 등으로 다양하게 쓰였으며, 여기서는 이상의 경우와 또 다르게 후손이 선조님께 자신을 칭하는 말로 쓴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못난 이 손자”라는 뜻으로 한 말이다.
주065)
소활(疎濶) : 성격이나 생각이 차분하지 못하고 엉성하며 거친 상태를 말한다.
주066)
엇뎨 : 뜻은 “어찌”인데, 중간본에서는 “엇뎻”으로 표기되어 “사이시옷”이 붙어 있다.
주067)
그릐 : 현대어로는 “글의”이지만, 이 말은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짓는 글에 관한 모든 원리와 방법의”라는 함축적인 말이다.
주068)
궁수(窮愁) : “장 시름”으로 언해된 이 말에, 내적으로 갈무린 의미는 “크게 이루어 놓으신 할아버님의 문장 명성에 그 일부분 정도도 이어서 계승할 만한 재능을 못 가진 터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깊고 절박한 시름”이라는 것으로서 그 질량적 함축도가 아주 복합적인 말이다.
주069)
일휘루(一揮淚) : 글자대로의 뜻은 “단번에 눈물을 훔쳤다”는 것으로서, 극적이며 즉각적인 행태와 환희의 감정이 배경화한 낱말이며, 따라서 그냥 쉽게 축자적 번역이나 평범한 이해를 해서는 안 되는 시어 구조라 할 수 있다.
주070)
즉(卽) : 글자 뜻은 그냥 “곧”이지만, 여기서는 다만 단순한 한 뜻만의 말이 아니라 “여태까지 생각해 왔던 바로 그 누구”라는 의미의 암시인 글자로서,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시 속에서 말한 바 지금 바로 서로 만나 “큰스님 형”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 시 제목의 주인공인 “바로 여구 스님”이라는 말이다.
주071)
제곤(諸昆) : 글자대로의 뜻은 “여러 형”이지만, 여기서는 작자가 “그저 형들 중의 하나로 부르게 된 그런 형”이라는 말이다.
주072)
므를 : 현대어로서의 뜻은 “눈물을”인데, 이 낱말의 “ㅅ”은 지격조사와 같은 기능을 하므로 “눈의 물을”이 된다. 그런데 중간본에서는 “눈므를”로 표기되어 “ㅅ”이 탈락되어 있다.
주073)
주(住) : 이 글자의 뜻은 “머물다”이다. 이것을 사람이 사는 상태로 놓고 보면 그 주체가 나그네이며 임시적인 것으로서 안정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작자 두보가 자신이 이 금관성에 있는 상태를 이렇게 “머물다”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바로 현재 자신이 있는 곳이 고향이 아닌 타향이며 그래서 나그네 신세로서 머물러 있는 채 외롭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면서 다음으로 이어지는 위문 요청을 예비하고 있는 것이라서, 누구나 다 아는 글자요 뜻이지만 이 시구에서는 기막힌 시사를 하는 글자임을 눈여겨 봐야 한다. 그런데도 이 언해에서 오히려 “머물다”로 번역하지 않고, “있다”로 번역한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될 만하다.
주074)
거(居) : 이 글자의 뜻은 “살고 있다”이다. 이것을 역시 사람이 사는 상태로 놓고 보면 그 주체가 떠도는 사람이거 나그네가 아니고 안정된 상태의 삶의 주인공임을 추정해 알 수 있다. 따라서 앞구에서 작자 두보가 “머물러 있다(住)”고 한 것과 대비해보면 이 큰스님 형은 안정된 주인공임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거(居)” 자도 그냥 범상하게 읽어 넘기지 말고 앞 구의 “주(住)” 자와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상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주075)
금관성(錦官城) : 중국 사천성 성도(成都)에 있는 성으로 두보는 여기에 오래 머물러 있으며 초당(草堂)을 지어 놓고 한 동안 살기도 하였다.
주076)
지수원(祗樹園) : 이것은 아마도 옛날 인도의 한 지역인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의 약어인 “기수원(祇樹園)”을 착오로 이해하여 “기(祇)” 자를 “지(祗)” 자로 오용(잘못 씀)한 것으로 추정되며, 따라서 이 기수원은 불교에서 사원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그냥 기원(祇園)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원래는 석가모니가 왕사성(王舍城)에서 설법하던 숲이며 이것을 고독장자(孤獨長者)에게 주었기 때문에 “기수급고독원”이라고 하였다.
주077)
번리(藩籬) : 여기서는 “울타리”라는 뜻으로 쓰였으며, 다른 경우에는 어떤 것을 둘러서 보호해준다는 의미로 인해 한 국가나 한 주체를 중심으로 그 국가나 주체를 보호 방위해주는 국가들이나 존재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주078)
 : 이것과 상응하는 “지(地)”의 글자 뜻만으로 언해하면 “땅”이나, “지역”이지만, 이 시에서의 문맥상 의미로 보면 작자와 상대인 여구 큰스님 형이 살고 있는 두 곳을 말한다.
주079)
두들겟 : 이 낱말은 “두듥(두둑)”에 처격조사인 “에”가 첨가되면서 “ㄱ”이 연음되었고 여기에 다시 지격조사 기능을 하는 “ㅅ”이 첨가되어 “두둑에 있는”이라는 뜻의 말이 되었다.
주080)
천애(天涯) : 글자대로의 뜻은 “하늘 끝 먼곳”이지만,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고향 아닌 객지인 여기 성도에서 나그네 신세로 체류해 있는 외로움을 전제로 바로 객지인 이 성도를 말하고 있다.
주081)
체우(滯雨) : 글자대로의 뜻은 “질긎하게 내리는 비에 잡혀 있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안녹산(安祿山). 사사명(史思明) 등의 반란으로 전란을 겪으며 타향인 이 객지에서 외롭고 고생스럽게 사는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비유적으로 쓴 말이다.
주082)
갱도(粳稻) : 글자대로의 뜻은 “메벼(멥쌀)”이지만, 아마도 작자 두보가 자신을 비유하는 말로 쓴 것으로 추정된다.
주083)
 : 현대어로는 “가에”인데, 중간본에는 “의”로 기록되어 “ㅿ”이 탈락하고 처격조사 “”가 “의”로 바뀌어 있다.
주084)
오란 비 : 이 말에 상응한 “체우(滯雨)”의 낱말 뜻은 “꼼짝없이 잡혀 머물러 있게 하는 짓궂은 비”이며, 이 경우 비의 성향을 간단히 집약해 현대어로 말하면 “오랜 비”가 된다.
주085)
볘 : “벼”에 주격조사인 “이”가 첨가돼야 하는데, 이 “벼”의 “ㅕ”와 “이”가 하나의 모음으로 축약하면서 “이”가 “ㅣ”로 바뀌어 “ㅕ”와 복합하면서 새 복모음인 “ㅖ”로 바뀐 것이며, 그래서 현대어로 풀어 읽어보면 “벼가”가 된다.
주086)
# 두의티다 : 뒤치다. 뒤집다. 현대어로는 물건을 번득이어 뒤집는 것을 말하는 “번드치다”이며, 여기서는 비에 젖어 엎어져버린 벼포기들이 다시 일어나 서지 못함을 말하고 있다.
주087)
표연(漂然) : 글자대로의 뜻은 “물 위에 둥둥 뜬 듯이 정처가 없는 상태”를 말하며,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자신의 정처없이 유랑하는 처지의 상황을 비유하기 위해 사용한 부사어다.
주088)
박유(薄遊) : 글자대로의 뜻은 “경제력이 전혀 없이 어려운 처지로서 유랑하는 것”을 말하며, 원래는 “박유(薄游)”로 표기되어 쓰여왔으나 아마도 “유(遊)” 자와 “유(游)” 자를 통용하기도 해서 이렇게 쓴 것으로 추정된다.
주089)
권(倦) : 이 글자는 뜻이 “고달파하다”, “지치다”, “가빠 하다”로서 작자 자신의 객지생활이 처한 실제의 곤궁한 상황을 집약하여 보여주는 것으로서, 다음 구의 끝 글자인 “돈(敦)”의 뜻인 “인정이 두텁다, 후하다, 푸근하다”와 대응되면서 작자 자신의 극적인 상황 전환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능을 기막히게 잘 수행한 수사의 핵이 되는 글자다.
주090)
도려(道侶) : 낱말의 뜻은 “도를 닦아 인격이 높은 벗 또는 친구”로서, 여기서는 바로 “여구(閭丘)”를 높여서 일컬은 말이다.
주091)
사오나이 : 형용사 “사오납다(사납다)”의 부사형으로 현대어로는 “사납게”이며, 여기서는 삶의 형편이 아주 안 좋은 상태를 말한다.
주092)
노로매 : “놀다(놀다)”에 이유나 근거를 나타내는 어미 “매”가 연결되면서 조음소인 “오”가 개입되고 여기에 “놀”의 종성 “ㄹ”이 연음된 것으로, 현대어로의 표현은 “놀기 때문에”이다.
주093)
가타니 : “가다(가빠 하다)”에 연결형어미 “다니”가 연결되면서 “”와 “다”가 한 소리로 통합하면서 격음인 “타”로 바뀐 것이다. 힘겨워 하니.
주094)
비르서 : 현대어로의 표현은 “비로소”이다.
주095)
이(而) : 이 글자는 이른바 “연사(連詞 : 문장을 서로 이어주는 기능을 하는 품사)”로서 엄밀한 의미로 어떤 개념의 뜻은 없어서, 우리나라에서는 옛적부터 “말 이어줄 이” 자라고 불러왔다. 다시 말하면 개념은 없고 기능만 하는 글자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중국이나 우리나라를 막론하고 분명 어떤 개념의 뜻을 갖진 않았지만, 특수한 상태로 쓰이는 경우에는 특정하게 뜻이 있는 것처럼 풀어 해석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왔다. 바로 이 작품에서 “이무거마훤(而無車馬喧)”은 일찍이 중국의 동진(東晉)시대 시인 도연명(陶淵明)이 그의 〈잡시(雜詩)〉에서 지어 쓴 것을 작자 두보가 그대로 표절해 활용한 것인데, 도연명의 시에서 이 “이(而)” 자는 “그런데도”, 또는 “그래도”로 번역을 해서 읽어야 하도록 되어 있으며, 두보의 이 작품에서도 그렇게 번역해서 읽어야 하도록 되어 있어서 “경안보수랑 이무거마훤”은 “햇볕이 져 가자 긴 회랑 안을 거닐다가 보니, 이 회랑이 넓어 사람들의 말이나 마차들이 모여들어 시끄러울 만한 곳인데, 그런데도 마차와 말로 인한 시끄러움은 없다.”로 풀어지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이(而)” 자는 “그런데도”로 뜻이 있는 것처럼 풀어서 읽게 되는 것이다.
주096)
지븨셔 : 이것은 현대어로도 “집에서”이나, 여기서는 이 “집”이 바로 “랑(廊)”의 언해이므로 그냥 집이 아니고 “회랑”이다.
주097)
술위 : 현대어로의 뜻 “수레”인데, 중간본에는 “술의”로 기록되어 있다.
주098)
들에유미 : “들에다(떠들썩하다)”의 명사형어미 “윰”이 첨가되어 동명사가 되고 여기에 다시 주격조사 “이”가 첨용된 것으로, 현대어로는 “떠들석한 것이”이다.
주099)
연어(軟語) : 현대어로는 “부드러운 말”이지만 이 시에서는 보다 확충 부연된 의미로서의 “부드럽고 정겨운 말”로 쓰였다.
주100)
금분(金盆) : 글자대로의 뜻은 “누런 황금의 동이”라는 말로, 대체로 봄이나 여름 밤 하늘에 뜨는 보름달의 빛이 누렇게 보이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이렇게 관습화한 색감으로 인해, 달을 이 “둥그런 황금의 동이”로 비유 원용한 것이나, 이것은 단순히 물리적 상태로만 비유된 것이 아니라 “노란”이 아닌 “누우런”이라는 색감어로 원용됨으로써 설핏한 심기가 투영되어 있다.
주101)
다록 : 현대어로는 “다하도록”인데, 중간본에는 “다도록”으로 바뀌어 기록돼 있다.
주102)
막막(漠漠) : 글자대로의 뜻은 “넓고 아득한 상태”로, 여기서는 종잡을 수 없이 혼탁한 인심과 세태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강조한 부사어로 쓰였다.
주103)
흑(黑) : 글자의 뜻은 그냥 “검다”이지만, 여기서는 당시 극히 부조리하고 불명확한 사회적 상황과 세상의 형편이 너무도 전망할 수 없는 부정적 상태임을 복합적, 함축적으로 집약 시사하는 아주 핵심의 글자다.
주104)
구구(區區) : 글자대로의 뜻은 “변변치 못한 상태”, “제각기 다른 상태”로, 여기서는 야박하고 지리멸렬해진 세상의 인심을 역시 부정적으로 강조한 부사어로 쓰였다.
주105)
번(繁) : 글자의 뜻은 그냥 “많다”, “성하다”, “번잡하다” 등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위의 언해에서는 “많다”의 뜻인 “하다”로 번역하였는데, 이것은 약간 미흡한 번역으로서, 당시 명리에 휩싸여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행태를 복합적으로 아주 적절하게 암시하는 이 글자는 그냥 “많게”만의 뜻이 아니라 “복잡하게”의 뜻도 함축하고 있는 것이라 오히려 “번잡하게”로 번역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으로 판단되며, 이 글자 역시 아주 잘 배치된 핵심의 글자다.
주106)
톼아미 : 뜻은 “다투었음이”로, 중간본에서는 “ㅿ”이 탈락하여 “톼이오미”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다.
주107)
유유(唯有) : 글자대로의 낱말 뜻은 “오직 ~이 있다”이다. 그런데 이것을 그 문맥적 의미 구성의 논리로 따져 보면, “오직 ~이 있다”는 것은 “다른 ~은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큰스님 형은 “오직 마니주 같이 원만하고 밝게 닦여진 불교적 덕성만 지녔지 그밖의 어떤 세속적 요소는 전혀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렇게 말밖의 말을 찾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주108)
마니주(摩尼珠) : 범어(梵語)에서 “말니(末尼)”라고도 하는 보배로운 구슬[珠]로 『열반경(涅槃經)』에서 말하기를, “이 구슬을 흐린 물에 던지면 그 물이 바로 맑아진다.”라고 하였고, 『원각경(圓覺經)』에는 말하기를, “마니주는 맑고 깨끗하여 다섯 가지 빛을 띠고, 그 맞추어 빛을 내야 할 경우에는 따라 맞추어서 빛을 낸다.”고 하였으며, 『선실지(宣室志)』에서는 “풍익(馮翊)에 사는 엄생(嚴生)이 현산(峴山)에 살다가 탄알만한 구슬 하나를 얻었는데, 호인(胡人)이 ”흐린 물에 이것을 던지면 그 물이 맑아진다“며 삼십만 냥을 내고 가져 갔다.
주109)
가조(可照) : 글자대로의 낱말 뜻은 “비출 수 있다”지만, 이것은 앞구의 “유유(唯有) : 오직 ~이 있다”와 상호 유기적으로 조응관계를 이루어 “오직 ~이 있어서, ~만은 비춰 환하게 알 수 있다”라는 긴밀한 의미들의 상호 연결망을 만들고 있다. 따라서 이 두 구의 “유유(唯有)”와 “가조(可照)”를 상관적으로 파악하고 해석하는 것이 이 두 구의 시상 구조는 물론 작품 전체의 의미적 구성의 실상과 그 변조를 파악하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요건이 된다.
주110)
탁수(濁水) : 글자대로의 낱말 뜻은 “흐린 물”, 또는 “흐려진 물”이지만, 여기서는 물욕에 얽매여 동물화한 사람들의 인심 상황과 그로 인해 혼탁해진 세상 형편을 비유적으로 쓴 말이다.
주111)
 : “원(源)” 자를 풀이한 고어로 뜻은 “근원”이며, 이 “”에서 보는 바와 이 “”은 “ㅎ”유기음을 대동하는 말(ㅎ종성체언)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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