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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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제재로 짓다[偶題]


偶題 주001)
우제(偶題)
당나라 대력(大曆; 代宗) 1년(766)에 기주(夔州)에서 지은 것인데, 이 때 토번(吐蕃)의 난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목〉 우제
(우연한 제재로 짓다)

文章千古事 得失寸心 주002)
촌심(寸心)
현대어로 풀이하면 그냥 “마음”이라는 뜻이나, 옛사람들은 사람 마음의 실제 크기가 사방 한 치의 넓이 정도[方寸]라고 여겨서 “사방 한 치의 마음[方寸心]”이라고 해서 그 준말로서 “촌심(寸心)”이 되었으며, 또한 그냥 “방촌(方寸)”이라고도 하였다. 그런데 “득실”과 합쳐져 “득실촌심지(得失寸心知)”라고 읊어진 이 시구는 앞의 시구 “문장천고사”가 전제 조건인 양 제시되면서 “득과 실을 마음으로 안다”라는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스스로 알 수 있으며, 알 수 있어야 하고, 또 알아야 한다”는 것으로 포괄 해석돼야 하는 것이다.
【言文章之得失 주003)
득실(得失)
글자대로의 뜻은 “얻는 것 곧 이익과 잃는 것 곧 손해”라는 것이나, 여기서는 글과 시를 잘 지어서 명성을 얻어 세상에 나가 지위를 얻고 권세를 갖게 되는 경우와 이 명성이 세상의 시기를 받거나 세상의 권력자나 소인배들의 모함을 받아 스스로의 몸을 망치는 온갖 경우를 겪는 것들을 말한다.
 作者ㅣ 自知之니라】

文章 주004)
문장(文章)
우리말로의 뜻은 “글월”이나, 여기서는 “한 문제를 논술한 글의 한 편”이라는 한 명사(名詞)로서의 의미만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고, 이 “한 편의 글”과 함께 “이 글을 논술하는 행위”까지를 통합적으로 지시하는 말로 쓰였다.
千古 주005)
천고(千古)
글자대로의 뜻은 “천년 전 옛날”이지만, 현재 우리말로는 “썩 먼 옛적” 또는 “매우 오랜 세월”을 지칭하는 것이며, 따라서 이 “문장천고사(文章千古事)”라는 시구는 작자 두보 자신은 물론 무릇 시나 글을 짓는 문인들의 대단한 자부심을 선언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엄정한 자아 성찰을 전제로 하는 묵시를 담고 있는 것이다.
앳 이리니 得거나 失호믄 주006)
실(失)호
현대어로서의 뜻은 “실함은(잃는 것은)”인데, 중간본에서는 “실호믄”으로 기록되어 조사 “”이 “은”으로 바뀌어 있다.
매 주007)
매
현대어로는 “마음에”인데, 중간본에서는 “매”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아니라

【한자음】 문장천고사 득실촌심지【말하자면, 문장이 득이 되는지 실이 되는지는 그 문장을 짓는 이 자신이 스스로 알 것이라는 것이다.】
【직역】 문장(文章)은 천년을 전해 갈 일이니, 득이 될 것인가 실이 될 것인가는 제 마음으로 아느니라.
【의역】 글을 짓는 것은 천년을 전해지게 해야 할 중요한 일이지만, 이것이 짓는 이 자신과 세상을 위해서 득(得; 이익)이 될 것인지 실(失; 손해)이 될 것인지는 작자 자신이 마음속으로 스스로 헤아려서 알아야 할 것이니,

作者皆殊列 名聲豈浪垂 주008)
기낭수(豈浪垂)
글자대로의 뜻은 “아무렇게나 함부로 뒤 세상에 전해져 가겠는가?”인데, 여기서는 시나 문장과 함께 그 작가의 명성이 아무렇게나 함부로 뒤 세상에 오래오래 전해져 가겠는가? 하며, 오히려 매우 확신에 찬 반문형의 선언이라 할 수 있다.
【殊列은 不同於人也ㅣ라】

지리 주009)
지ᅀᅳ리
현대어로 풀면 그 뜻은 “지을 사람” 또는 “지을 이”로, 바로 “작자”라는 말이나, 중간본에서는 “지으리”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 다 等列 주010)
등렬(等列)
현대어로는 “서로 같은 등급의 차례”인데, 여기서는 시인이나 문장가로서의 우열에 따른 등급의 차례를 말한다.
에 다니 일홈과 소리 주011)
일홈과 소리
현대어로 풀이하면 “이름과 소리”인데, 이 언해에서는 “명성(名聲)”이라는 시어를 그 한자 하나하나의 뜻으로 풀이해 놓아서 “일홈과 소리”로 되어 있으나, 이것은 현대어에서는 오히려 한자어 그대로가 더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국어 어휘로 쓰여지고 있어서 “명성”이라는 어휘로 그냥 쓰여지고 있다.
 엇뎨 간대로 주012)
간대로
현대어로 풀이하면 “아무렇게나 함부로”라는 부사어다.
드려가리오 주013)
# 드려가다
이 말은 고어사전에 실려 있지 않으나, 이 말과 상응한 하자인 “수(垂)” 자로 풀어 읽어보면 “드리우다” 또는 “미쳐 가다”이며, 여기서는 “뒤의 세상까지 영원히 전해져 가다”라는 말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한자음】 작자개수열 명성기낭수【열이 다르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직역】 글을 짓는 사람들은 다 그 등급의 열(列)이 다르니, 명성(名聲)이 어찌 함부로 뒤 세상으로 남아 전해지겠는가?
【의역】 시나 글을 짓는 사람들은 모두 그 우열의 등급이 다른 것인데, 시인이나 문장가로서의 명성이 아무렇게나 함부로 뒤 세상 역사에 남아 전해질 수 있겠는가?

주014)
소(騷)
이것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충신인 굴원(屈原)이 간신의 모함으로 회왕(懷王)에게서 소외를 당해서 그 억울한 심경을 길게 호소하며 지은 〈이소(離騷 : 근심에 걸려 있다는 뜻)〉라는 글의 약자이며, 그래서 뒤에는 시 자체를 나타내는 글자로도 쓰였다.
주015)
소인(騷人)
위에서 말하고 있는 바대로 이 낱말의 풀이는 “이소(離騷)를 지은 사람, 곧 초(楚)나라의 굴원(屈原)”이 맞는 것이지만, 이것은 그 의미가 확장되어 시를 짓는 시인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다.
嗟不見 漢道 주016)
한도(漢道)
글자대로의 뜻은 물론 “한나라의 길”이지만, 구체적으로는 “한나라 때 사부문학이 옛 법도를 따라 발전해 간 도정”이라는 말로서 이 시대를 대표하는 문인들로는 사마상여(司馬相如), 유향(劉向), 왕포(王褒) 등이 있다.
盛於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8ㄴ

【騷人은 屈原이라 盛於斯 指兩漢ㅅ 諸子之能詩다】

騷人을 슬프다 보디 몯리로소니 漢ㅅ 道ㅣ 이어기 盛니라

【한자음】 소인차불견 한도성어사【이소(離騷)를 지은 사람은 굴원이다. 이보다 더 대단하다는 것은 양한(전한과 후한)의 여러 문인들이 시(詩)(실제로는 사부(辭賦))에 능했었다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직역】 이소를 지은 사람은 이제 슬프게도 만나보지 못하겠으니, 한(漢)나라의 글 짓는 길은 여기 초나라 굴원이 때보다 융성하였느니라.
【의역】 이소를 지은 굴원이는 슬프게도 이제 만나볼 수 없게 됐지만, 이 이소 같은 사부(辭賦)를 짓는 문학 활동은 이 굴원의 시대보다도 융성하게 이루어졌으니,

前輩 주017)
전배(前輩)
글자대로의 뜻은 “앞선 무리”이나 “선배”와 같으며, “연장자”라는 의미도 있지만, 여기서는 “선배”라는 뜻으로 쓰인 것으로 앞에서 말한 초나라의 굴원을 위시해서 사마상여와 유향 같은 사람들을 말한다.
飛騰 주018)
비등(飛騰)
글자대로의 뜻은 “날아 오르다”인데, 여기서는 사부문학의 선배작가들이 뛰어난 재능과 왕성한 의지로 역동적인 창작 활동을 해왔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餘波 주019)
여파(餘波)
글자대로의 뜻은 “남은 잔 물결”이지만, 이것은 “어떤 일이 일어난 뒤에 남아 미치는 영향”이라는 뜻으로 전용되어 쓰이며, 여기서는 바로 이 전용된 뜻으로서 “사부문학이 왕성하게 발전했다가 그 이어진 결과로서의 문학적 실상”을 말한 것으로, 실제로는 중국의 육조시대(六朝時代) 사부문학의 현상을 말한 것이다.
綺麗 주020)
기려(綺麗)
글자대로의 뜻은 “비단결 같이 곱고 아름답다”이나, 여기서는 문장의 인상적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말로서 그 자체의 의미로는 결코 부정적인 것이 아니지만, 이것은 중국문학사 특히 중국 운문문학사에서 주로 너무 공상적이며 유미적인 경향으로 흘러가 현실적 건강성과 진실성이 결여된 것으로 인정되는 이른바 육조시대의 운문 경향을 대표하는 것으로 인해, 뒤에는 부정적인 문풍을 상징하는 말로 쓰여져 왔다.
【文章綺麗 騷雅之末流故로 云餘波ㅣ라】

알 무리 라 文章애 드니 餘波애 빗나미 외니라

【한자음】 전배비등입 여파기려위【문장이 비단처럼 곱고 화려하다는 것은 이소와 풍아(風雅)의 끝물 유행이기 때문에 여파라고 말한 것이다.】
【직역】 선배들은 날아 오르듯이 이 글 짓는 일에 참가했으니, 그 여파(餘波)는 비단처럼 곱고 화려하게 되었다.
【의역】 선배들은 펄펄 날듯이 글을 짓는 일에 힘차게 참가해서 사부(辭賦)의 창작활동을 왕성하게 하더니, 그 이어진 결과의 현상은 극히 비단결처럼 곱고 화려하게 되었기 때문에,

後賢 주021)
후현(後賢)
글자대로의 뜻은 “뒤로 이어진 현명한 사람”으로 앞에 나온 전배(前輩)와 대응되어 쓰여지고 있으며, 여기서는 중국의 한나라 시대 이후에서 작자 두보의 앞 시대까지의 모든 문인들을 총칭한 것이다.
舊例 주022)
구례(舊例)
글자대로의 뜻은 “예전부터 전해져 오는 관례”지만, 여기서는 기왕에서부터 전통적으로 관용돼온 시문의 형식이나 사물적 통념의 관례들을 말하는 것이다.
歷代 주023)
역대(歷代)
글자대로의 뜻은 “지나온 여러 시대”이나, 여기서는 작자 두보의 시대보다 앞선 중국 역사에서의 여러 왕조시대를 일컫는 말로 쓰였다.
淸規 주024)
청규(淸規)
글자대로의 뜻은 “맑은 규칙”이지만, 여기서는 문학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총체적 특질을 지적하여 표상하는 말로서 “깔끔하고 선명하게 새로운 규범”이라는 의미일 것으로 추정된다.

後엣 어딘 사미 녯 例 조쳐니 주025)
# 조쳐다
현대어로서의 뜻은 “아울러 하다” 또는 “함께 하다”이다.
歷代예 제여곰 주026)
제여곰
현대어로서의 뜻은 “제각기”이다.
 規矩ㅣ 잇도다

【한자음】 후현겸구례 역대각청규
【직역】 뒤 시대로 이어진 어진 사람이 옛 관례를 겸해서 하니, 이어진 시대마다 제 각기 깔끔한 규범을 지니게 되었다.
【의역】 뒤 시대에 이어서 출현한 현명한 문인들은 선배들이 마련해 놓은 옛날의 좋은 관례들을 익혀 겸비해 갖췄으니, 그 뒤로 이어진 시대들은 그 시대마다 제 각각 문학적으로 깔끔하고 선명하게 새로운 규범들을 세워 놓았으며,

주027)
법(法)
이 말은 흔히 사회적, 정치적 규범 제도로서의 뜻인 “법률”로 많이 인식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시와 글을 짓는 데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갖추어지고 지켜져야 할 규범으로서 편의상 “문장의 법도”라고 말할 수 있다.
儒家 주028)
유가(儒家)
글자대로의 뜻은 이미 언해된 바대로 “선비의 집”이지만, 이것은 매우 함축적이고 포괄적인 의미의 말로서 “유교적 소양을 갖춘 사람”이기도 하고, “유교의 학문적 전문성과 수양을 갖춘 집단”과 “유교의 학문과 수양을 체화한 가족이나 가정”을 대표하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바로 이 “유교적 학문과 수양을 체화한 가정”을 말하는 것으로 작자 두보가 자신의 집안이 바로 이런 집안이라는 말이다.
有 心從弱歲 주029)
약세(弱歲)
약년(弱年)과 같은 말로, 대체로 20세를 전후한 청소년기를 말한다.
【法은 文章之法이라 ㅣ 言自從少時로 苦心於文章也ㅣ라】

法은 션 지브로브터 잇니 만 주030)

현대어로는 “마음은”이며, 중간본에서는 “”으로 기록되어 있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져 제 주031)
져 졔
현대어로는 “젊은 때”이며, 중간본에서는 “져믄 졔”로 기록되어 “”가 “으”로 바뀌어 있다.
브터 비노라

【한자음】 법자유가유 심종약세피【“법”이란 “문장의 법”을 말한다. 두보가 말하기를 “소시적부터 문장에 대해서 고심해 왔다.”라는 것이다.】
【직역】 문장의 법(法)은 선비의 집에서부터 있어 왔으니, 내 마음은 소년시기부터 애를 쓰며 피로해 했노라.
【의역】 문장을 짓는 법도는 원래 유가의 문화에서부터 있어 온 것이라 나도 자연히 이것을 익히게 됐지만, 나의 이 문장을 짓는 법도에 대한 마음 씀은 젊은 시절부터 피로할 만큼 애를 써오면서,

永懷江左 주032)
강좌(江左)
중국의 양자강 하류에 있던 지역을 일컫는 말로서 지금의 양자강 왼편에 있는 강소성(江蘇省) 일대를 말하며, 여기에 동진(東晉)의 수도가 있어서 이 지역을 중심으로 펼쳐진 문학의 품격이 이른바 “혜완사포(嵆阮謝鮑)에 의하여 훌륭하게 창작되고 뛰어나서, 여기서는 이 시기의 문학적 품격과 작가들을 함께 비유하여 표현한 말로 쓰였다. 『두시비해』에서는 동진의 원제(元帝)가 강을 건너 수도를 옮겼기 때문에 이 곳을 강좌라 하였고, 여기서 포조와 사현휘 등이 문장을 뛰어나게 잘 지어서 두보가 사뭇 그리워하였다고 하였다.
逸 多病鄴中 주033)
업중(鄴中)
지금 중국의 하남성(河南省) 임장현(臨漳縣) 일대를 말하며, 후한말(後漢末)에 조조(曹操)가 여기에 봉해졌다가 그 아들인 조비(曹丕)가 위(魏)나라를 세우고 여기에 수도를 정함으로써 후한 말기 이른바 건안(建安) 칠재자(七才子 : 공융, 진림, 왕찬, 서간, 완우, 응창, 유정)들과 함께 이 조조(曹操), 조비(曹丕), 조식(曹植) 삼부자가 문학을 담당하면서 너무 신기한 것만을 많이 추구하여 건실함이 결여된 병폐를 남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따라서 “업중”이라는 말은 위나라가 수도로 정했던 이 “업(鄴都 또는 鄴城)” 지방의 범위 안이라는 말로, 여기서는 이 시기를 전후로 여기서 활동한 작가들과 이들의 의하여 이루어진 문학의 품격을 포괄적으로 시사하는 용어로 쓰였다. 그런데 『두시비해』에서는, 위나라의 문제(文帝; 조비)가 그 아우 조식, 칠재자들과 함께 기이하고 괴상한 것을 숭상하는 글을 지어서 두보가 많이 싫어했다고 하였다.
【江左 東晉 所都ㅣ니 謂嵆阮謝鮑之詩라 鄴은 魏 所都ㅣ니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9ㄱ

言曹植之輩라】

江左ㅅ 俊逸호 기리 랑고 鄴中ㅅ 奇怪호 주034)
현대어로는 “많이”인데, 형용사 “하다(많다)”의 어간 “하”에 부사형 접미사 “이”가 결합하여 부사인 “해”로 바뀐 것으로 판단된다.
病도이 너기노라 주035)
# 너기다
현대어로는 “여기다”이다.

【한자음】 영회강좌일 다병업중기【강좌는 동진의 수도가 있던 지역이니, 혜강(嵆康), 완적(阮籍), 사현휘(謝玄暉), 포조(鮑照)의 시를 말하는 것이다. 업(鄴)은 위(魏)나라가 수도로 삼은 곳이니, 조식의 무리를 말하는 것이다.】
【직역】 강좌(江左) 문학의 품격이 잘나고 뛰어남을 영원히 그리워하고, 업중(鄴中) 문학의 품격이 기묘한 것을 매우 병적인 것으로 여겼다.
【의역】 동진의 수도가 있는 강좌지역에서 꽃을 피운 문학의 품격은 혜강, 완적, 사현휘, 포조 등의 활약으로 아주 훌륭하고 뛰어났던 것을 영원히 두고 그리워하게 됐으나, 위나라의 수도가 있던 업중지역에서 조식을 위시한 이른바 건안(建安) 칠자(七子) 등에 의하여 펼쳐진 문학의 품격은 너무 기묘한 것만을 많이 추구하여 병적인 것으로 여겼으며,

騄驥 주036)
녹기(騄驥)
낱말의 글자대로의 뜻은 “준마와 천리마”이지만, 여기서는 물론 글을 잘 지을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사람을 비유하여 쓰인 것이다.
皆良馬 麒麟帶好兒 주037)
기린대호아(麒麟帶好兒)
이 시구를 직역하면 “기린은 그대로 좋은 새끼를 갖고 있다”가 되는데, 여기서 기린은 물론 글을 잘 짓는 재능을 지닌 문장가를 비유하여 쓰인 것으로 “좋은 새끼를 갖고 있다”는 표현은 작자가 자신 말고 다른 집안의 문장가들은 역시 똑같이 글을 잘 짓는 재능을 가진 아들들을 두고 있다는 것으로서, 작자 자신의 아들들과 대비되고 있음을 전제로 삼아 인용한 것이다.
車輪徒已斲 주038)
거륜도이착(車輪徒已斲)
이 시구 역시 직역하면 “마차 바퀴를 한갓 벌써 깎아 놓았을 뿐”이라는 것이며, 이것은 『장자(莊子)』에서 나온 이야기로서, 옛날 중국의 제(齊)나라 환공(桓公)이라는 임금이 책을 읽고 있는데 마차 바퀴를 깎아 만드는 기술자가 와서 보고, “그 책의 내용이 옛날 성인들이 남긴 술지게미 같은 것일 뿐입니다.”라고 말하자, 환공이 “겨우 마차 바퀴나 만드는 사람과 무엇을 이야기할 것이 있느냐?”라고 하며 무시하려 하였다. 그러자 이 기술자는 “마차 바퀴를 만드는 것도 그냥 남에게 배우고 따라서 익히기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숙련과 노력을 거쳐 마음으로 그 이치를 터득하고 자연스럽게 손에 익어져야 좋은 마차 바퀴가 깎여집니다. 그래서 제가 제 기술을 자식들에게 그냥 가르쳐 줄 수도 없고 자식들 역시 저에게서 그냥 배워서 터득될 수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따라서 이 시구를 인용한 것은 작자 두보 자신이 시를 짓는 재능을 오랜 노력과 숙련으로 터득하여 갖고 있지만, 그 재능을 자신이 그냥 지니고 있을 뿐 아들들에게 그것을 가르쳐서 전해 줄 수는 없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말하기 위한 제시라고 할 수 있다.
堂構惜仍虧 주039)
당구석잉휴(堂構惜仍虧)
이 시구 역시 직역하면 “집의 터를 닦는 것과 거기에 집을 짓는 것은 안타깝지만 이내 틀려졌다.”라는 것이며, 여기에서 “당구(堂構)”라는 말은 『서경(書經)』의 〈대고(大誥)〉에 나오는 “아버지가 집을 지으려고 이미 계획을 다 해놓았지만 그 아들이 터도 닦으려 하지 않는데 하물며 집을 짓겠는가?[若考作室 旣底法 厥子乃弗肯堂 矧肯構]”라는 데에서 인용된 것으로, 뒤로 이어진 “석잉휴(惜仍虧; 안타깝지만 이내 틀려졌다)”라는 말과 함께 두보 자신이 자신의 글 짓는 재능이 아들들에게 가르쳐서 이어질 수도 없으려니와 아들들이 스스로 터득하려 하지도 않으니 문장으로 이어져 온 집안의 문장 전통이 전해지기는 안타깝지만 이내 틀려졌다는 한탄을 대신하여 읊고 있는 것이다. 택당(澤堂) 이식(李植)은 그의 『두시비해』에서 작자 두보가 시인 두심언의 종손으로 자신까지 이어져 온 집안의 문학적 전통이 아들 종문(宗文)과 종무( 宗武)에게 제대로 이어지지 못할 것을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輪扁이 謂桓公曰 臣이 斲輪 得之心而應之手호 臣不能以喩臣子ㅣ며 臣子ㅣ 亦不能受之於臣이니라 書에 若考ㅣ 作室이어든 厥子ㅣ 乃不肯堂이온 矧肯構아 此 言騄驥麒麟 皆有良子니 ㅣ 乃嘆其子之不能傳家業而廢棄也ㅣ니라】

騄驥 다 됴 히오 麒麟은 됴 삿기 帶얏니라 술윗 바회 갓 마  주040)
# 다
이것을 『고어사전』에서는 “뻐개지다”로 풀이를 했는데. 이것은 이 말에 상응하는 한자인 “착(斲)”의 사전 풀이인 “뻐개다”와 “쪼개다”를 그냥 옮겨 놓은 것으로 추정되거니와, 이 한자의 풀이에는 “깎다”도 있으며, 여기서는 “깎아 만들다”의 뜻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니로다
주041)
 니로다
현대어로 풀어 읽으면 “깎아서 만들어 놓았을 뿐이다”로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글을 짓는 재능을 자신이 터득하여 능숙하게 숙련되어 있을 뿐이라는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니로다”가 중간본에서는 “이로다”로 기록되어 “”이 연음 표기되지 않고 절음 표기되어 있다.
터 닷가 주042)
터 닷가
현대어로 풀이하면 “터 닦거든”인데, 이것을 중간본에서는 “터 닷가든”으로 기록하여 “”이 “든”으로 바뀌어 현대어에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지믈 주043)
지믈
현대어로는 “지음을”인데, 이것을 중간본에서는 “지우믈”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지즈루 주044)
지즈루
현대어로는 “인하여”이다.
저릴가 주045)
# 저리다
현대어로는 “이지러지다”이다.
앗기노라 주046)
# 앗기다
현대어로는 “아끼다”이다.

【한자음】 녹기개양마 기린대호아 거륜도이착 당구석잉휴【윤편이 환공에게 말하기를, “신이 바퀴 깎는 것을 마음으로 터득하고 손에 맞춰 활용하지만 신도 이것을 아들에게 알려줄 수는 없고, 신의 아들도 신에게서 이것을 받아 알 수는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서경(書經)』에서, “아버지가 집을 지으려 하건만 그 아들이 터도 닦으려 하지 않는데 하물며 집을 짓겠는가?” 했으니, 이것은 말하자면, 준마와 천리마, 그리고 기린은 다 착한 새끼를 갖고 있지만, 두보는 자신의 아들들에게 집안의 사업을 전해 줄 수 없어 폐기하게 된 것을 탄식한 것이다.】
【직역】 준마와 천리마는 다 좋은 말들이요, 기린은 좋은 새끼를 데리고 있지만, 수레바퀴를 한갓 벌써 깎아 놓았을 뿐이요, 집터 잡기나 집 짓기는 이내 틀려져서 안타깝도다.
【의역】 그런데, 다른 집의 아들들은 모두 준마와 천리마처럼 좋은 말 같이 훌륭하고, 다른 집들은 또 기린 같은 아들들을 두고 있건만, 나는 마차 바퀴 깎아 만드는 기술자처럼 나 자신도 글 짓는 재간을 가지고만 있을 뿐 그것을 아들들에 어떻게 전해줄 수 없고 아들들도 그것을 스스로 쉽게 터득하기 쉽지 않아서, 글을 짓는 원리는 물론 글을 짓는 실천을 기대하기는 글렀으니,

주047)
만(謾)
이 글자의 뜻은 “속이다, 느리다, 또, 설만하다, 오만하다” 등으로 되어 있으나, 이 글자와 상응한 언해인 “쇽졀업시”라는 뜻과는 어느 것도 서로 맞지 않고, 오히려 이 “쇽졀없이”와 상응하는 뜻을 가진 글자는 이 “만(謾)” 자가 아니라 “만(漫)” 자이며, 실제로 『전당시(全唐詩)』의 두보 시집에는 바로 이 “만(漫)” 자로 되어 있다. 아마도 이 초간본 『두시언해』에서는 이 “만(謾)” 자가 관습적으로 “만(漫)” 자와 통용되는 것으로 알고 쓴 것으로 판단되나, 실제로는 “만(謾)” 자와 전혀 통용되지 않는다. 일단 “만(漫)” 자로 정정해 놓고, 이 “만작잠부론(漫作潛夫論)”이라는 시구에서 “쇽졀업시”라는 뜻으로 쓰인 이 부사어는, 작자 두보가 자기 한탄의 안타까운 몸짓을 아주 잘 살려 보여주는 참 좋은 시안자라고 할 수 있다.
潛夫論 주048)
잠부론(潛夫論)
중국의 한(漢)나라 사람 왕부(王符)가 바른 성품으로 세상으로부터 소외를 당하자 숨어 살면서 세상과 나라의 잘못된 일들을 비판하는 글을 몰래 썼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는 남자의 논의”라는 의미로 이런 명칭이 붙여졌다.
虛傳幼婦碑 주049)
허전유부비(虛傳幼婦碑)
중국의 한(漢)나라 때 “조아(曹娥)”라는 아가씨가 아버지가 물에 빠져 죽자 슬피 울며 아버지를 따라 물에 몸을 던져 죽은지 5일만에 아버지의 시신을 안은 그녀의 시신이 떠올라 이 갸륵한 사실을 상우(上虞)라는 이곳 원님인 도상(度尙)이 그의 제자인 한단순(邯鄲淳)을 시켜 제문을 지어 읽고 그것을 비에 새겨 세웠는데, 이것을 조아비(曹娥碑)라고 하였으며, 그 뒤에 채옹(蔡邕)이 이 비문을 읽어보고 그 비의 옆쪽에 “황견유부 외손제구(黃絹幼婦外孫虀臼)”라는 여덟 글자를 새겨 놓았다. 그런데 조조(曹操)가 부하인 양수(楊修)와 함께 이 비 앞을 지나다가 옆에 새겨진 이 여덟 글자가 무엇을 암시하는 내용인지를 몰라 골똘하게 생각만 하다가 양수에게 묻자 양수는 알고 있다고 하였다. 조조가 내가 무엇인지를 깨칠 때까지 말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였다. 조조가 30리 가량의 거리를 가다가 비로소 마음속으로 깨쳤다고 자부하며 양수 제가 이것을 알았을까 하고 속으로 뇌까리며 묻자, 양수는 거침없이 이 여덟 글자는 바로 “절묘호사(絶妙好辭; 기가 막히게 좋은 글)”라는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그래서 조조는 양수에게 “내가 자네에게 30리를 못 따라 갔네[吾不及卿三十里]”라고 하며 스스로 뒤졌음을 자인하였다. 그런데 두보는 여기서 “허전유부비(虛傳幼婦碑; 유부비만 헛되게 전하게 되었다)”라고 한 것은 채옹이가 “황견유부(黃絹幼婦)”라는 글로 이른바 파자(破字)놀이인 비문(碑文)을 써 놓았듯이 신비한 글을 지어 놓아도 그것을 풀어 읽고 배워서 문장의 재능을 이어갈 아들이 없어 헛된 일이 되고 말았다는 것을 한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도 “허(虛)히(헛되게)”라고 하여 부사어로 쓰인 이 “허(虛)” 자는 역시 작자 두보의 낙망한 심정의 서글픈 상황을 잘 살려 보여주는 시안자라고 할 수 있다.
【王符ㅣ 隱居야 作潛夫論다 曹娥碑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9ㄴ

陰에 有黃絹幼婦 外孫虀臼 八字니 黃絹 色絲ㅣ니 絶ㆆ 字ㅣ오 幼婦 少女ㅣ니 妙ㆆ 字ㅣ오 外孫 女子ㅣ니 好ㆆ 字ㅣ오 虀臼 受辛이니 辭ㆆ 字ㅣ니 謂絶妙好辭也ㅣ라 此 ㅣ 自嘆徒作絶妙之詩 而子不能傳之也ㅣ라】

쇽졀업시 潛夫論을 지미로소니 주050)
지미로소니
이것을 어간과 어미와 조사로 분석해 보면 “+움+이로소니”이며, 현대어로 풀이하면 “지은 것이니”인데, 중간본에서는 “지우미로소니”로 바뀌어 기록되어서 “ㅿ”음이 탈락되어 있다.
幼婦碑 虛히 주051)
허(虛)히
현대어로 풀이해 보면 “헛되게”인데, 이 “허(虛)히”를 분석해 보면 “허(虛)”라는 한자를 그대로 우리말로 이해하고 그것을 그대로 어간으로 인식하여 여기에 부사형어미인 “히”를 직접 연결하여 그냥 우리말로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거니와, 이런 예는 오늘에는 순수한 우리말로 이해할 정도로 보편화한 부사인 “열심(熱心)히, 심(甚)히, 간절(懇切)히” 등 매우 많다.
傳리로다 주052)
전(傳)리로다
현대의 우리말로 풀이해 보면 “전할 것이다”인데, 이것 역시 앞의 “허(虛)히”처럼 한자와 순수 우리말의 결합으로 우리말화하는 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이것은 중국어가 고립어로서 동사나 형용사의 기능을 형태적으로 분명히 알 수 없으므로, 교착어인 우리말의 동사나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 “하다”를 붙여 말을 만들게 된 것이다.

【한자음】 만작잠부론 허전유부비【왕부가 숨어 살면서 〈잠부론(潛夫論)〉을 짓다. 조아비(曹娥碑) 뒤쪽에 “황견유부(黃絹幼婦) 외손제구(外孫虀臼)”라는 여덟 글자가 있으니, 황견(黃絹; 누런 명주실)은 빛깔 있는 실[色絲]이므로 이 두 글자를 한 글자로 합해 보면 “절(絶; 기막히게)”이라는 글자가 되고, 유부(幼婦; 어린 아낙)는 나이 적은 여자[少女]이므로 이 두 글자를 한 글자로 합해 보면 “묘(妙)”라는 글자가 되며, 외손(外孫)은 딸[女]의 아들[子]이므로 이 두 글자를 한 글자로 합해 보면 “호(好)”라는 글자가 되고, 제구(虀臼; 절구통)는 매운 것[辛]을 받아들이는 것[受]이므로 이 두 글자를 한 글자로 합해 보면 “사(辭)”라는 글자가 되어, 이상의 네 글자를 합치면 “절묘호사(絶妙好辭)”가 되어 그 뜻이 “아주 기막히게 좋은 글”이라는 말이 된다. 이것은 두보 자신이 비록 뛰어나게 좋은 시를 한갓 지어 놓을 뿐 아들들에게 그 재능이 전해지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는 것이다.】
【직역】 부질없이 『잠부론(潛夫論)』을 지어 놓은 것이니, 유부비(幼婦碑)를 헛되게 전하게 되었다.
【의역】 선행 두 구에서 읊은 내용을 전제로 하여 여기서는 그 결과로서 실망적인 실상을 읊고 있는 것으로서, 작자 두보 자신이 왕부의 『잠부론』에 비교될 만큼 좋은 글을 지어 놓았다 해도 부질없는 일이 됐고, 〈조아비〉의 비문 같은 기이한 글을 지어 놓았다고 해도 풀어 읽을 아들이 없어 허망하게 됐음을 한탄할 뿐인 채로,

緣情 주053)
연정(緣情)
글자대로의 뜻은 “감정을 인연하여”가 되지만, 여기서는 두보 자신이 가슴 속에 일어나는 감정을 숨김 없이 그대로 따라서 한다는 말로서, 자신의 심정을 숨김없이 진실하게 그대로 시로 읊어낸다는 진정을 토로한 것이다.
주054)
위(慰)
이 글자는 물론 “자위(自慰)”라는 말을 생략한 글자로서, 자신의 처지를 누구에게서도 위로 받을 수 없이 외로운 두보 자신의 슬픈 심정을 집약한 글자라고 할 수 있다.
漂蕩 주055)
표탕(漂蕩)
글자대로의 뜻은 “둥둥 떠서 흘러가는 상태”지만, 여기서는 작자 두보 자신의 정처 없이 유랑하는 상황을 비유한 말로 쓰였다.
抱疾屢遷移 주056)
천이(遷移)
글자대로의 뜻은 “옮겨 다니는 상태”를 말하며, 바로 작자 두보 자신이 한 곳에 정착할 수 없이 자주 옮겨 다니는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 緣情 글 지 모로매 아란 디나 브터 나라】

들 브터셔 그를 지 주057)
지
현대어로의 풀이는 “지어”인데, 중간본에서는 “지어”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였다.
漂蕩히 뇨 주058)
뇨
현대어로서의 뜻은 “다님을(다니는 것을)”이다. 중간본에서는 “니”로 표기되어 있어서 어미에서 모음 음소인 “ㅗ”가 생략되어 있다.
慰勞코 病을 아나셔 조 올마니노라

【한자음】 연정위표탕 포질루천이【정을 인연으로 하여 글을 짓되 모름지기 아무런 뜻이나 붙여서 하는 것이다.】
【직역】 뜻을 붙여서 글을 지어 아무렇게나 둥둥 뜬 듯 떠돌아 다니는 것을 위로하고, 병(病)을 안고서 자주 옮겨 다니노라.
【의역】 가슴 속에 이는 정을 그대로 따라 시를 지어서 정처 없이 아무렇게나 떠돌아 다니는 내 자신을 스르로 위로하면서, 병을 그냥 껴안은 채 자주 이곳 저곳으로 옮겨 다닐 뿐,

經濟 주059)
경제(經濟)
이 말은 물론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준말로서 “세상을 경영하고 백성을 구제하다”라는 뜻이라, 옛날부터 선비나 지성인이 반드시 대응하여 수행해야 할 책무였기 때문에 이것을 담당 수행하기 위해서 선비나 지성인은 그에 상응한 지식과 능력을 수련해야 했으며, 따라서 여기서는 이런 의의를 인식한 작자가 이것에 대한 무능함을 “참장책(慙長策; 이에 대한 장구한 계책에는 부끄럽다)”이라고 스스로 실토하는 자세로 자기 성찰과 자아 책망을 함으로써 유가적 지성인의 참여의식과 함께 겸손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慙長策 飛棲 주060)
비서(飛棲)
글자대로의 뜻은 “날아다니다가 깃들인다”이며, 『장자(莊子)』에서 “뱁새가 날아다니다가 어디에 의지해 사는 데는 겨우 나무 한 가지에 불과할 뿐이다.”라고 한 것에서 연유한 말로,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나그네 신세로 떠돌다가 잠간씩 머물며 살아가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假一枝 주061)
가일지(假一枝)
글자대로의 뜻은 “한 가지를 빌릴 뿐이다”이며, 역시 앞에서도 본 바대로 『장자』에서 “겨우 나무 한 가지를 빌려 깃들인다”는 말로,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나그네로서 잠깐씩 어디에 의지해 사는 안타까운 상황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上句 言無經濟之才다 莊子애 鷦鷯ㅣ 巢不過一枝라니 ㅣ 自喩旅寓다】

經濟란 긴 謀策 주062)
모책(謀策)
이 낱말의 글자대의 뜻은 “도모하는 계책을”이나, 중간본에서는 “모책(謀策)을”로 바뀌어 표기되어 있어서 조사 “”이 “을”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붓그리고 라가 깃기므란 주063)
깃기므란
이 고어의 현대어적 풀이는 “깃들임은”이나, 중간본에서는 “깃기우므란”으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되어 있다.
 가지 비렛노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10ㄱ

주064)
# 비레다
현대어로서의 뜻은 “빌리다”인데, 이 고어가 고어사전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다.

【한자음】 경제참장책 비서가일지【위의(첫째) 시구는 경제적 재능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 장자에 뱁새가 깃들여 봐야 한개 가지에 불과하다 하였으니, 이것은 두보가 자신이 나그네로 붙어 사는 것을 스스로 비유한 것이다.】
【직역】 경제(經濟)를 위해 장구하게 도모하고 계획하는 것에 너무 부족한 것을 부끄러워하고, 나그네로 삶이 날아가서 깃들여 사는 데 겨우 한 가지를 빌리는 것과 같았노라.
【의역】 세상을 크게 경영하고 백성을 잘 살게 하기 위한 계획이나 술책 같은 것엔 아예 무능해서 부끄럽기 그지 없는 사람으로, 나그네 신세로 떠돌면서 여기저기에 잠간씩 의지해 사는 것이, 새 한 마리 가지 하나에 겨우 깃들여 사는 꼴과 같은데,

塵沙傍蜂蠆 江峽繞蛟螭【蜂蠆蛟螭 皆毒物이니 此 ㅣ 言行路之難다】

塵沙 주065)
진사(塵沙)
글자대로의 뜻은 “먼지와 모래”이지만, 여기서는 먼지와 모래가 날리는 악조건의 날씨와 장소를 대표적으로 말하는 것으로 작자인 두보 자신이 유랑하는 지역의 공간적, 기후적 악조건을 집약 시사하는 말이다.
ㅅ 서리예 蜂蠆 주066)
봉채(蜂蠆)
글자대로의 뜻은 “벌과 말벌”이나, 이것은 그냥 “사람을 쏘는 독한 벌들”이라는 통합적인 한 낱말로 쓰였으며. 작자 두보가 실제로 겪었을 상황의 설명이라 할 수 있다.
바라 주067)
바라
고어 “바라다(의지하다. 곁따르다)”의 부사형으로 현대어로서의 뜻은 “곁에 따라”. “의지하듯 하여”이나, 여기서는 결코 주체가 자발적이거나 능동적으로 하는 행동의 양태를 표현한 것은 아니고 불쾌한 채 불가피하게 피동적으로 하는 행동의 양태를 표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니고 江峽 주068)
강협(江峽)
글자대로의 뜻은 “강가의 산 골짝”으로, 이것은 정녕 작자 두보가 실제로 유랑하는 도중 경과하며 체험했을 험난한 곳이었을 것이다.
蛟螭 주069)
교리(蛟螭)
글자대로의 뜻은 “도롱룡과 교룡”이지만, 앞의 봉채(蜂蠆)와 같이 실제로는 징그럽고 불쾌한 모양새를 지닌 “도롱룡” 같은 수중 곤충을 일컫는 통합적인 한 낱말로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버므러 주070)
버므러
고어 “버믈다(둘리다, 얽매다)”의 부사형으로 현대어로는 “둘려서” 또는 “얽매여서”이나, 여기서도 결코 주체가 자발적이거나 능동적으로 하는 행동의 양태를 표현한 것이 아니고 불쾌한 채 불가피하게 피동적으로 하는 행동의 양태를 표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니노라

【한자음】 진사방봉채 강협요교리【말벌과 도롱용은 모두 독이 있는 동물들이니, 이것은 두보가 나그네로 돌아다니는 것의 어려움을 말하는 것이다.】
【직역】 먼지 모래 사이에서 말벌 떼들 곁에 따라 다녔고, 강가 골짝에서는 도롱룡 떼에 둘려 싸여 다녔다.
【의역】 먼지와 모래 날리는 속에서는 말벌 떼 같은 독충들 곁에 따라 다니듯 함께 다니기도 하였고, 강가 골짝에서는 도롱룡 떼 같은 징그러운 곤충들에 둘러 싸여 다니기도 하였네!

蕭瑟唐虞遠 聯翩 주071)
연편(聯翩)
글자대로의 뜻은 “끊기지 않고 서로 잇다”이며, 여기서는 진(秦)나라의 혼란기에 항우의 초나라와 유방의 한나라가 서로 바로 이어 등장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楚漢 주072)
초한(楚漢)
글자대로의 뜻은 “초나라와 한나라”이며, 여기의 “초나라는 춘추전국시대에 있던 그 초나라가 아니고 그 후 항우가 혁명을 일으키고 세운 초나라로 이 초나라는 항우가 죽자 곧 소멸하였으며, 한(漢)나라는 유방에 의해서 세워진 나라로 유비(劉備)의 촉한(蜀漢)까지 이어진 나라였다. 그런데 작자 두보는 이 한나라도 앞의 당우와는 대비적으로 혼란과 위기의 왕조시대로 본 것이다.
【言治世遠而時多亂也ㅣ라】

蕭瑟 주073)
소슬(蕭瑟)
글자대로의 뜻은 “으스스하고 쓸쓸하다”라는 물리적 상태를 설명하는 형용사지만, 여기서는 보다 포괄적이며 문화적인 외적 상황과 그와 상관된 인간의 내적 상황을 통합적으로 형용하는 형용사로 활용된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작자 두보가 역사를 종관하면서 환기된 부정적 인상을 표현한 말이다.
唐虞 주074)
당우(唐虞)
글자대로의 뜻은 “당(唐)나라와 우(虞)나라”라는 것으로, 당나라의 임금인 요(堯)는 왕위를 아들에게 넘기지 않고 큰 효자로 알려져 추천된 순(舜)에게 넘겨 주었고, 순도 아들에게 왕위를 넘기지 않고 역시 훌륭한 인물로 추천된 우(禹)에게 넘겨 주는, 이른바 선양(禪讓; 왕위를 넘겨 줄 기반을 만들고 넘겨 주는 것)이라고 하는 기막힌 제도와 함께 인위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정치[無爲而治]의 시대가 이 “당우시대”라고 하여, 이것을 유교문화권에서는 옛날부터 가장 이상적인 정치의 모범적 왕조시대로 인정하고, 이 시대의 정치를 “지치(至治; 완전한 정치)”라고 하여 모범시하였다. 그래서 작자 두보는 이런 왕조와 시대가 멀어졌다고 하여 기막히게 안타까워 하고 있는 것이다.
ㅅ 저기 머니 닛위여 주075)
닛위여
현대어로는 “이어서”인데, 원형은 “닛위다(잇다)”이다.
楚와 漢괘 危亂도다

【한자음】 소슬당우원 연편초한위【잘 다스려진 시대는 멀고 지금 이 때는 혼란이 많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직역】 쓸쓸하게도 당(唐)과 우(虞)같이 태평한 시대는 멀어졌으니, 나란히 이어져 초나라와 한나라가 위태롭고 혼란하였었다.
【의역】 쓸쓸하게도 요(堯)임금의 당(唐)나라 시대와 순(舜)임금의 우(虞)나라 시대는 멀어져 가버렸고, 그 뒤의 혼란한 시대를 서로 이어서 등장한 항우(項羽)의 초(楚)나라와 유방(劉邦)의 한(漢)나라는 위태롭고 혼란하더니,

聖朝兼盜賊 異俗 주076)
이속(異俗)
글자대로의 뜻은 “이상한 풍속”이나, 여기서는 주(註)에서 말하고 있는 바대로 중국의 중심인 당나라에 난리가 일어나서 보다 저속하고 야만적이라고 여기는 저 서남쪽 지역인 옛 초(楚)나라의 이상한 풍속이 섞여 들어와 시끄럽고 야비해져 가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한족(漢族)이 주인으로 유교적 이념을 기본으로 하는 중국의 중심 문화와 왕조에 대해서 변방이나 이민족의 풍속과 문화는 야만시해온 문화관과 역사관을 기본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更喧卑【言中原 주077)
중원(中原)
글자대로의 뜻은 “중앙인 들판”이지만, “원(原)” 자의 중요한 뜻 중에 “근본”이라는 또 다른 뜻이 있는 바와 같이, 이 말은 중국사람들의 문화 중심적 자존의식을 담은 것으로 “세계의 중심이면서 근본이 되는 주체”라는 의미로서 중국 자체를 표현하는 말로 쓰였으며, 지금 중국사람들이 자기 나라를 일컫는 말로 쓰는 “중화(中華)”와 거의 같은 말이다.
에 有亂而荊楚 주078)
형초(荊楚)
지금 중국의 호남성(湖南省). 호북성(湖北省) 일대를 지칭하는 옛말로서 춘추전국시대의 초(楚)나라의 지역이었으며, 이 당시 유교적 중심문화의 주체인 주(周)나라에서는 이 초나라를 거의 야만시하였고 진(秦), 연(燕), 제(齊), 한(韓), 위(魏), 조(趙) 등의 나라들도 이 초나라를 야만시했기 때문에 이런 관점은 그 뒤에도 그대로 이어져서, 이 작자 두보에게까지도 이 초나라 지역의 문화는 아직 미숙하고 천속한 것으로 이해하였음을 알 수 있다.
之俗이 囂雜 주079)
효잡(囂雜)
글자대로의 뜻은 “시끄럽고 뒤섞이다”인데, 여기서는 중국의 고대에서부터 보다 합리적이고 세련된 유교적 이념의 중심 문화에 비해서 아직은 미숙하고 야만적인 변방과 이민족 문화의 번잡하고 비속한 상태를 표시한 말이다.
也ㅣ니 喧卑 囂雜皃ㅣ라】

聖朝 주080)
성조(聖朝)
글자대로의 뜻은 “성인의 조정”이며, 이것은 일반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 자신의 나라의 임금을 성인으로 높이고 동시에 왕조를 높여서 부르는 말로 여기서는 물론 작자 두보의 조국인 당(唐)나라의 황실 조정을 말하며 동시에 당나라 자체를 지칭하기도 한다.
盜賊 주081)
도적(盜賊)
글자대로의 뜻은 물론 “도적”이지만, 여기서는 황실과 나라에 대해 반역하며 난을 일으키는 무리를 지칭하고, 구체적으로는 당시 안녹산(安祿山)과 사사명(史思明) 같은 반란군을 지칭한 것이다.
이 兼얏니 다  風俗 주082)
다  풍속(風俗)
낱말의 현대어로는 “다른 지역의 풍속”인데, 중간본에서는 “다  風俗”으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어 사이시옷이 탈락되어 있다.
은  喧卑 주083)
훤비(喧卑)
글자대로의 뜻은 “시끄럽고 야비하다”인데, 이것은 중국의 보다 세련되고 합리적인 중심 문화에 비해서 아직 미숙하고 야만적인 중국 서남쪽 변방지역의 저급한 문화의 상태를 표현한 말이다.
도다

【한자음】 성조겸도적 이속갱훤비【말하자면 중국에 난리가 나서 서남쪽의 이상한 풍속이 시끄럽게 뒤섞였다는 것이니, 훤비(喧卑; 시끄럽고 야비하다)는 시끄럽게 뒤섞인 모양이다】
【직역】 성인의 조정에도 도적(盜賊)이 함께 있었으니, 다른 곳의 풍속은 또 다시 시끄럽고 야비하였다.
【의역】 성인의 조정 곧 우리 당(唐)나라 조정에도 안녹산(安祿山)과 사사명(史思明), 그리고 토번(吐蕃) 같은 도적떼들이 난리를 일으키며 함께 있는 데에다가, 또 저 중국 남쪽 옛날 초(楚)나라였던 곳의 미개한 풍속에 오염되어 다시 시끄럽고 야비하여,

鬱鬱 주084)
울울(鬱鬱)
글자대로의 뜻은 “뜻대로 되지 않아 심기가 우울한 상태”이므로, 여기서는 두보 자신이 풍성(酆城)에서 만들어진다는 그 보검 같은 자신의 정기를 저 높은 하늘 북두칠성과 견우성 사이를 뚫고 오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우울한 채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 낱말은 물론 그냥 부사어지만 한시(漢詩)에서 흔히 그렇게 관용되어오는 바대로 “그냥 잡혀 있다”라는 동사를 함축하고, 다시 이 동사는 또한 그 아래의 “검(劒)”을 수식하는 관형어인 “잡혀 있는”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작자 두보가 현재 처한 자신의 처지가 이 검과 같다는 시적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언해에서는 이 “울울”을 부사어와 술어가 통합되어 있는 하나의 설명어로 풀어 놓고 있다.
星辰劒 주085)
성신검(星辰劒)
이 낱말은 두 단위의 말을 시에서 편의상 한 단어로 묶어 놓은 것이며, 일단 이 단어를 각 단위들의 뜻을 가지고 풀어 보면 “별과 별자리의 검”이 되어 실제로는 그것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은 이렇게 각 단위의 사전적 의미들만으로는 시구 안에서는 물론 작품 전체의 의미망에서 전혀 이해가 될 수 없다. 시구 자체의 함축적 의미와 작품 전체의 의미망 내에서 다른 시구들과의 상관적 의미로서의 언외의 의미들을 새롭게 찾고 살려 읽어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저 하늘의 견우성과 북두칠성 같은 별들 사이를 뚫어 높은 하늘로 올라가려는 기운을 지닌 보검”으로 살려 읽어야 한다. 그래서 이것은 궁극적으로는 기개와 뜻을 펼 수 없이 된 채 꼼짝없이 잡혀 있는 작자 두보 자신을 대유한 것이다.
蒼蒼 주086)
창창(蒼蒼)
글자대로의 뜻은 “풀빛, 무성한 모양, 커다란 상태, 하늘” 등 여러 가지로 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그냥 푸르기만 한 채 아득한 상태”로 “구름과 비로 휩싸여 있는 못”의 상태를 수식한 말이나, 언해의 주에서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작자 두보가 큰 뜻을 품고 큰 용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지만, 이렇게 푸르기만 한 채 아득하게 넓고 깊은 못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냥 잡혀 있는 용과 같은 처지가 되어 있다는 말이다.
雲雨池 주087)
운우지(雲雨池)
글자대로의 뜻은 “그름 끼고 비 내리는 못”이나, 주에서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작자 두보가 변신해 보는 큰 용은 시구의 문면상에는 아예 표시되지 않은 주어로서 구름이 끼고 비만 내리며 푸르기만 한 채 아득하게 넓고 깊은 못에서 하늘로 오를 생각도 못하는 안타까움을 함축하고 있다.
【酆城寶劒이 氣徹斗牛니라 ㅣ 自喩如劒之沈埋며 如蛟龍之困池中也ㅣ라】

星辰엣 주088)
이 고어의 현대어로는 “칼”이다.
히 鬱鬱며 雲雨ㅅ 모시 퍼러도다

【한자음】 울울성신검 창창운우지【풍성의 보검은 그 기운이 북두성과 견우성을 뚫는 것이니, 두보가 자신을 이 보검이 묻혀버린 것과 큰 용이 못 속에 잡혀 있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 것이다.】
【직역】 별과 별자리를 꿰뚫고 올라가야 할 칼이 꼼짝 못 하고 우울한 채 있으며, 큰 용이 자욱하게 구름 끼고 비만 내리는 못 속에 잡힌 채 있도다.
【의역】 〈두보 나는〉 유명한 풍성 생산의 보검(寶劍)으로서 높은 하늘에 떠 있는 북두칠성과 견우성들 사이를 뚫고 위로 오르고 싶었지만 올라갈 수 없어 그냥 답답하고 우울한 채 있으며, 또한 큰 용같이 기운을 펼치고 싶었지만 자욱하게 구름만 끼고 비만 내리는 못 속에 꼼짝못한 채 있는데,

兩都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10ㄴ

開幕府 萬寓揷軍麾【寓 與宇로 同다 言東西京이 皆元帥府而天下ㅣ 皆用兵也ㅣ라】

兩都 주089)
양도(兩都)
글자대로의 뜻은 “두 수도”이며, 구체적으로는 “두개의 서울”로서 “동경(東京)”이라고 불려진 당시의 “낙양(洛陽)”과 “서경(西京)”이라고 불려진 당시의 “장안(長安)”을 가리키는 말이다.
幕府 주090)
막부(幕府)
아마도 안녹산(安祿山)과 사사명(史思明)의 반란 당시 초기에는 여기에 모두 정부군 총군사지휘부가 설치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 여러시며 萬寓 주091)
만우(萬寓)
글자대로의 뜻 “만개의 붙어 사는 집”이나, 주에서 “우(寓; 붙어 살기)”는 “우(宇; 붙어 사는 곳)”와 같다고 했으니, 이 낱말의 글자대로의 뜻은 “수만의 붙어사는 집”들이지만, 여기서는 “수만의 군대 주둔한 건물들”로 해석된다.
軍麾 주092)
군휘(軍麾)
글자대로의 뜻은 “털로 깃봉을 달아 만든 지휘용 깃발”이나, 여기서는 바로 만여 곳의 전투부대 진지 자체를 대표하는 말로 쓰였다.
고잿도다 주093)
고잿도다
현대어로의 풀이는 “꽂아 있도다”이다.

【한자음】 양도개막부 만우삽군휘【우(寓; 붙어 살기)는 우(宇; 붙어 사는 곳)와 같은 것이다. 말하자면, 동쪽 서울과 서쭉 서울이 모두 원수부(지휘본부)가 되어 온 천하가 다 군사 행동을 하고 있다.】
【직역】 두 서울에다 지휘본부를 개설했으며, 만여 곳의 주둔지에 군사 지휘기가 꽂혀 있도다.
【의역】 동쪽 서울(낙양)과 서쪽 서울(장안)에 모두 지휘부를 설치하여 놓았고, 만여 곳의 군사 주둔지에 지휘기를 꽂아 놓고, 온통 전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면서,

南海殘銅柱 東風 주094)
동풍(東風)
글자대로의 뜻은 “동쪽에서 부는 바람”인데, 지상의 다섯방위(五方) 곧 동서남북 중앙(東西南北中央) 중에서 사방(四方; 동서남북)을 1년 4계절과 상응시켜 보면 동쪽은 봄에 맞는 방위이므로 이 “동쪽 바람”은 곧 “봄 바람”을 말하게 된다. 그런데 이 봄 바람은 얼었던 겨울의 모든 것을 녹이고 풀리게 해서 되살려내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토번의 침입을 받아 난리를 겪고 있는 당나라가 기대하는 국운의 회복이나 국력의 재활을 상징하는 말로 쓰인 것이다. 그런데 이 동풍이 월지를 피한다고 한 것은 이런 국운과 국력의 희망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절박한 탄식을 읊고 있는 것이다.
避月支【月支 指吐蕃니 時方逆亂 주095)
역난(逆亂)
글자대로의 뜻은 “반역적 난동”이다. 여기서는 바로 월지(토번)의 반란을 말하면서 그 앞서 있어온 안녹산과 사사명의 반란도 암시하는 말로 쓰였다.
故로 和風 주096)
화풍(和風)
글자대로의 뜻은 “온화한 바람”이며, 바로 본문에 있는 “동풍”이 봄바람이라 그래서 온화한 바람이라고 말한 것이고, 여기서는 바로 국가의 평화적인 운수와 기상을 상징하여 쓴 말이다.
이 避之也ㅣ라】

南海 주097)
남해(南海)
글자대로의 뜻은 “남쪽에 있는 바다”이지만, 여기서는 지금의 중국 복건성(福建省)과 광동성(廣東省)의 남쪽에 있는 바다로 일찍이 한(漢)나라 때 마원(馬援)이 복파장군(伏波將軍)이 되어 교지(交阯)를 정벌하고 평정한 뒤 그 공적을 동주(銅柱; 구리기둥)에 새겨 이 남해 바닷가에 세워 놓았다. 그래서 “남해잔동주”라고 한 이 시구는 작자 두보가 이 토번의 침입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저 마원 같은 명장이 절실하게 필요한데, 그런 명장은 없고 이 현재의 난국 앞에 그 마원의 공적을 새긴 구리기둥만 남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 銅柱ㅅ 히 凋殘고 東 주098)
현대어로는 “녘, 편, 쪽”이다.
 月支ㅅ 녀글 避놋다

【한자음】 남해잔동주 동풍피월지【월지는 토번을 가리키니, 때는 바야흐로 역적의 난리가 일어났기 때문에 온화한 바람(봄 바람)은 여기를 피해 간 것이라 하겠다.】
【직역】 남해(南海) 쪽에는 구리 기둥만 남아 있을 뿐이고, 동쪽에서 부는 봄바람은 월지(月支) 쪽을 피해서 부눈구나!
【의역】 지금 당(唐)나라를 침범한 외적의 난리를 평정할 훌륭한 장군은 없이 그냥 옛날 난리를 잘 평정한 한(漢)나라의 명장 마원(馬援)의 승리 기록만 구리 기둥에 새겨진 채 남아 있을 뿐이고, 우주의 생기를 되살리는 봄을 불러오는 동풍 같은 승리의 기운은 토번(吐蕃)을 불어 몰아내지 않고 피해서 가니,

音書 주099)
음서(音書)
글자대로의 뜻은 “소리와 글”인데, 이것은 “편지, 소식”이라는 말로 쓰이며, 여기서는 작자 두보의 고향 소식이나 친구들로부터의 소식을 말한 것이다.
烏鵲 주100)
오작(烏鵲)
글자대로의 뜻은 “까마귀와 까치”를 말하며, 우리나라에서는 까치가 아침에 집에 와서 울면 기쁜 소식이나 편지가 온다고 하는 것이 전래하는 민속적 신앙이지만, 여기서는 그런 것이 아니고 까마귀와 까치들이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시끄럽게 우짖는 것을 말한다.
號怒 주101)
호노(號怒)
글자대로의 뜻은 “울부짖고 성내다”이며, 여기서는 바로 산 속에 살고 있는 곰들의 사납고 공포스러운 울음소리와 성난 행태를 말한 것이다.
熊羆 주102)
웅비(熊羆)
글자대로의 뜻은 “곰과 큰곰”이나,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이 시를 짓고 있는 곳인 이 기주(夔州)의 산에 있 곰 종류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烏鵲이 噪而行人이 至니 音書ㅣ 不來故로 爲之恨也ㅣ라 熊羆 夔峽所有ㅣ라】

音信으란 주103)
으란
조사로서 현대어의 “을랑, 을랑은”과 같다.
가마괴 주104)
가마괴
명사로서 현대어의 “까마귀”를 말한다.
가치 주105)
가치
명사로서 현대어의 “까치”를 말한다.
츠기너기고 주106)
츠기너기다
동사로서 현대어의 “측은히 여기다, 섭섭히 여기다, 원망스럽게 생각하다” 등의 여러 뜻을 가진 말이다.
怒야 우르니란 주107)
우르니란
현대어로 풀어 읽으면 “우는 것이란”인데, 이것을 “우르다(울다)”와 어미인 “-니라(-느니라)”와 조사 “ㄴ(-것은)”으로 분석해볼 수 있으며, 따라서 전체 시구의 문맥으로 풀어 읽어 보면 “성이 나서 울부짖는 소리라는 것은 웬 곰들일까 하고 놀라서 괴이하게 여기게 한다”라는 것이 된다.
熊羆 怪異히 너기노라

【한자음】 음서한오작 호노괴웅비【까마귀와 까치가 울어대자 행인들이 오긴 했으나, 편지나 소식은 오지 않았기 때문에 한(恨)이 된 것이다. 곰과 큰곰은 기주 산 속에 있는 것들이다.】
【직역】 소식이 안 와서 까마귀와 까치가 우짖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고, 성을 내서 울부짖는 것에는 웬 곰들인가 괴이하게 여기게 됐노라.
【의역】 사람이 와도 편지나 소식을 전해 주지 않으니 그 인기척을 알린 까마귀와 까치들이 한스러울 수밖에 없게 됐고, 성이 나서 울부짖는 것을 들으니 곰들이 야단인 게 웬일인가 하고 괴이하게 여기게 됐으며,

稼穡 주108)
가색(稼穡)
글자대로의 뜻은 “곡식을 심고 거두다”이나, 여기서는 농사짓기(농사) 일체를 대표하는 말로 쓰였다.
分詩興 주109)
분시흥(分詩興)
이 어구는 “시의 흥취를 분산시키다”로 번역될 수도 있고, “시의 흥취가 분산되다”로 번역될 수도 있으나, 이 어구의 실제적인 의미 내용은 “농사일에 너무 바쁘게 쫓겨야 하기 때문에 사뭇 산만한 터라 조용하게 구상을 해야 가능한 시적 흥취가 좀체로 완성되기 어렵다”라는 말이다. 따라서 위의 두 가지 번역은 어느 경우든 실제의 내용으로는 별 차이가 없다.
柴荊 주110)
시형(柴荊)
글자대로의 뜻은 “별로 쓸모가 없는 가시덤불이나 잡목들”이며, 여기서는 이런 것들을 베어내고 이용하는 기술과 행위를 통합하여 일컬은 말로 쓰였다.
學土宜 주111)
학토의(學土宜)
이 어구는 “이 지방의 토산물[土宜]을 배운다”로 번역되므로,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나그네로 의탁해서 살고 있는 이 기주의 토산 수목들의 성향과 이용 방법을 배워서 활용한다는 말이다.
【分詩興은 言勞於稼穡야 不專爲詩也ㅣ라】

녀름지예 주112)
녀름지예
이 고어는 복합어로서 “녀름(농사)”이라는 명사에 “다(짓다)”라는 동사가 결합되어 “녀름다(농사 짓다)”라는 동사가 되고, 다시 여기에 명사형 어미 같은 접미사 “이”가 결합되고, 이것에 다시 처격조사 “에”가 첨가되면서 앞의 “이”의 영향으로 “예”가 되었으며, 따라서 이 고어는 현대어로 풀어 읽으면 “농사 짓기에”가 되고 이것을 다시 작품 전체의 의미망으로 놓고 풀어 읽으면 “농사 짓기에 바빠서”가 된다. 그리고 여기의 “지”는 “+이”의 연음형으로 중간본에는 “지이”로 바뀌어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되어 있다.
글 지 주113)
글지
이 고어는 현대어로 풀어 읽으면 “글 지을”인데, 이 중의 “지”이 중간본에는 “지을”로 바뀌어 역시 “ㅿ”음이 탈락되어 있다.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6:11ㄱ

횃니 주114)
횃니
이 고어도 역시 복합어로서 현대어로 풀어 읽으면 “나뉘어 있으니”인데, 이것을 분석해 보면 “호다(동사)”에 연결형 어미 “아”가 결합되어 “화”가 되었으며 여기에 또 “잇니(있는 것이니)”가 결합되어 “횃니(나뉘어 있으니)”가 된 것이다.
柴荊으란 이 햇 맛당호 주115)
맛당호
이 고어도 역시 복합어로서 현대어로 풀어 읽으면 “마땅함을”인데, 이것을 분석해 보면 “맛당다(형용사)”에 조성모음 “오”와 명사형 어미 “ㅁ”이 결합되어 “맛당홈”이 되었으며 여기에 다시 목적격 조사 “”이 연결되고 연음되어 “맛당호”이 되었다.
화 주116)
화
이 고어는 현대어로 풀어 읽으면 “배와”인데, 이것을 분석해 보면 동사 “호다”에 연결형 어미 “아”가 연결된 것이다.
노라

【한자음】 가색분시흥 시형학토의【시의 흥취가 분산된다는 것은 말하자면, 곡식을 심고 거두는 일에 수고스럽게 전력하느라 시를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직역】 농사짓기 때문에 글을 지을 흥취가 나누어졌으나, 땔감나무를 준비하고 가시덤불 쳐내고 하는 일은 이곳 실정에 맞게 배워 하노라.
【의역】 곡식을 심고 거둬야 하는 바쁜 일 때문에 시를 지을 흥취(기분)가 분산된 채 살아가면서, 때감나무를 준비하고 가시덤불을 쳐내고 하는 일들은 이곳의 지역 특성에 맞게 배워서 할 뿐인 채,

故山 주117)
고산(故山)
글자대로의 뜻은 “옛날의 산”이나, 이것은 원래 “고향”이라는 뜻으로 가장 많이 쓰여 왔으며, 따라서 여기에서 작자 두보가 일찍이 서울 장안에서 있을 때 많이 노닐었던 실제의 산인 백각산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여기에는 향수의 정감으로 고향이라는 개념도 분명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白閣 주118)
백각(白閣)
이것은 원문 주에서 설명된 바대로 백각산(白閣山)을 말하며, 『찬주분류두시(纂註分類杜詩)』 주(註)에 있는 바대로 장안의 종남산(終南山)에 붙어 있는 산이다.
秋水 주119)
추수(秋水)
글자대로의 뜻은 “가을의 물”이지만, 4계절 중 가을의 못물이 가장 맑고 차갑고 투명하기 때문에 예술가나 문학인들에게 특별한 감각과 정서의 대상이 되어왔으며, 그래서 문학에서는 단순한 물이 아니라 인격성과 상관되어서도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어 왔다.
憶皇陂【白閣山 皇子陂 在長安다】

녯뫼흐란 주120)
녯뫼흐란
이 고어는 현대어로 풀어 읽으면 “옛산을랑”인데, 이것을 분석해 보면 이른바 “ㅎ첨용어”인 “녯뫼(옛산)”에 “으란(을랑)”이라는 조사가 첨가되면서 “ㅎ”음이 연음된 것이다.
白閣을 迷失 주121)
미실(迷失)
글자대로의 뜻은 “희미하게 잃어버리다”이지만, 여기서는 정신이 희미해져서 기억했던 것을 잃어버린다는 말이다.
고  주122)

이 고어는 현대어로 풀어 읽으면 “가을”이며, 여기에 지격촉음인 “ㅅ”이 첨가된 것으로 구태어 풀어 읽는다면 “가을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고어는 중간본에서 “”로 바뀌어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되어 있다.
라 주123)
라
조사로서 현대어로는 “~라는 것은”이다.
皇陂 주124)
# 황파(黃陂)
『찬주분류두시』 주에 있는 바대로 장안에 있던 큰 언덕 이름이며, 아마도 그 아래에 못이나 강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思憶 주125)
사억(思憶)
글자대로의 뜻대로 “생각이 나서 그립다”라는 것이다.
노라

【한자음】 고산미백각 추수억황파【백각산과 황자파는 장안에 있다.】
【직역】 옛날 산으로는 백각산을 희미한 채 잃어버리겠고, 가을의 물로는 황자파가 그립도다.
【의역】 지나간 옛날 놀았던 그 장안의 남쪽 백각산은 이제 기억에 희미해져 잃어버리게 됐고, 가을이면 참으로 맑고 아름다웠던 그 황자파 언덕 아래 물은 이제 그저 그리울 뿐인 채,

不敢要佳句 주126)
불감요가구(不敢要佳句)
구태여 아름다운 시를 지어보자는 것이 아니다. 이 작품의 서두에서 작자 두보는 중국 시가문학의 발전과정과 그 성과에 대한 성찰과 찬미를 아끼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시인적 자부와 그에 상응한 포부의 성취를 은근히 기대했음직한 사실을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기주(夔州)에서 유랑하는 신세의 나그네로서 자아의 현실적 인식은 매우 실망적이었을 것이므로, 이 시구에 실린 가락은 매우 청승맞고 구슬픈 심기를 뒤에 갈무린 채 애써 자위의 몸짓을 하고 있지만, 이것은 실로 마지막 구의 안타까운 자기 독백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愁來賦別離 주127)
수래부별리(愁來賦別離)
시름에 사로잡혀 이별을 읊다. 현재 객지에서의 외로운 삶으로 인해 감당할 수 없게 엄습해오는 시름을 어떻게 해도 풀어낼 수 없어 그저 그냥 시만 지어 읊을 뿐이라는 애닲은 독백으로 여기에는 하염없이 구성진 가락이 실려 있다.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구틔어 주128)
그틔여
이 고어의 현대어로서의 뜻은 “구태여”이다.
됴 주129)
됴
이 고어의 현대어로서의 뜻은 “좋은”이며, 이 말을 분석해 보면 형용사 “둏다”에 관형사형 어미 “”이 연결되면서 연음된 것이다.
긄 句 要求논 디 주130)
논디
이 고어구의 현대어로서의 뜻은 “하는 것이”이며, 이 어구를 분석해 보면 동사 “다”에 관형사형 어미 “논(는)”이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의존명사 “디(것이)”가 연결된 것이다.
아니라 시름 오매 여희여쇼 주131)
여희여쇼
이 고어구의 현대어로서의 뜻은 “이별하여 있음을”인데, 이 어구를 분석해 보면 동사 “여희다”에 연결형 어미 “여”가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동명사의 축약형 어미 “숌”이 연결되었으며 여기에 다시 목적격 조사 “”이 첨가된 것이다.
짓노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불감요가구 수래부별리
【직역】 구태여 아름다운 시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름이 가슴에 밀려와서 고향 및 사람들과 이별한 것을 시로 짓노라.
【의역】 구태여 아름다운 시를 짓자는 것이 아니라, 이 먼 객지에서 외로움의 시름이 걷잡을 수 없이 가슴에 밀려와서 고향과 가족 및 친구들과도 이별한 이 처지와 비애를 시로 지어 읊을 뿐이로다.
Ⓒ 역자 | 송준호 / 2014년 12월 30일

원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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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001)
우제(偶題) : 당나라 대력(大曆; 代宗) 1년(766)에 기주(夔州)에서 지은 것인데, 이 때 토번(吐蕃)의 난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주002)
촌심(寸心) : 현대어로 풀이하면 그냥 “마음”이라는 뜻이나, 옛사람들은 사람 마음의 실제 크기가 사방 한 치의 넓이 정도[方寸]라고 여겨서 “사방 한 치의 마음[方寸心]”이라고 해서 그 준말로서 “촌심(寸心)”이 되었으며, 또한 그냥 “방촌(方寸)”이라고도 하였다. 그런데 “득실”과 합쳐져 “득실촌심지(得失寸心知)”라고 읊어진 이 시구는 앞의 시구 “문장천고사”가 전제 조건인 양 제시되면서 “득과 실을 마음으로 안다”라는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스스로 알 수 있으며, 알 수 있어야 하고, 또 알아야 한다”는 것으로 포괄 해석돼야 하는 것이다.
주003)
득실(得失) : 글자대로의 뜻은 “얻는 것 곧 이익과 잃는 것 곧 손해”라는 것이나, 여기서는 글과 시를 잘 지어서 명성을 얻어 세상에 나가 지위를 얻고 권세를 갖게 되는 경우와 이 명성이 세상의 시기를 받거나 세상의 권력자나 소인배들의 모함을 받아 스스로의 몸을 망치는 온갖 경우를 겪는 것들을 말한다.
주004)
문장(文章) : 우리말로의 뜻은 “글월”이나, 여기서는 “한 문제를 논술한 글의 한 편”이라는 한 명사(名詞)로서의 의미만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고, 이 “한 편의 글”과 함께 “이 글을 논술하는 행위”까지를 통합적으로 지시하는 말로 쓰였다.
주005)
천고(千古) : 글자대로의 뜻은 “천년 전 옛날”이지만, 현재 우리말로는 “썩 먼 옛적” 또는 “매우 오랜 세월”을 지칭하는 것이며, 따라서 이 “문장천고사(文章千古事)”라는 시구는 작자 두보 자신은 물론 무릇 시나 글을 짓는 문인들의 대단한 자부심을 선언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엄정한 자아 성찰을 전제로 하는 묵시를 담고 있는 것이다.
주006)
실(失)호 : 현대어로서의 뜻은 “실함은(잃는 것은)”인데, 중간본에서는 “실호믄”으로 기록되어 조사 “”이 “은”으로 바뀌어 있다.
주007)
매 : 현대어로는 “마음에”인데, 중간본에서는 “매”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주008)
기낭수(豈浪垂) : 글자대로의 뜻은 “아무렇게나 함부로 뒤 세상에 전해져 가겠는가?”인데, 여기서는 시나 문장과 함께 그 작가의 명성이 아무렇게나 함부로 뒤 세상에 오래오래 전해져 가겠는가? 하며, 오히려 매우 확신에 찬 반문형의 선언이라 할 수 있다.
주009)
지ᅀᅳ리 : 현대어로 풀면 그 뜻은 “지을 사람” 또는 “지을 이”로, 바로 “작자”라는 말이나, 중간본에서는 “지으리”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주010)
등렬(等列) : 현대어로는 “서로 같은 등급의 차례”인데, 여기서는 시인이나 문장가로서의 우열에 따른 등급의 차례를 말한다.
주011)
일홈과 소리 : 현대어로 풀이하면 “이름과 소리”인데, 이 언해에서는 “명성(名聲)”이라는 시어를 그 한자 하나하나의 뜻으로 풀이해 놓아서 “일홈과 소리”로 되어 있으나, 이것은 현대어에서는 오히려 한자어 그대로가 더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국어 어휘로 쓰여지고 있어서 “명성”이라는 어휘로 그냥 쓰여지고 있다.
주012)
간대로 : 현대어로 풀이하면 “아무렇게나 함부로”라는 부사어다.
주013)
# 드려가다 : 이 말은 고어사전에 실려 있지 않으나, 이 말과 상응한 하자인 “수(垂)” 자로 풀어 읽어보면 “드리우다” 또는 “미쳐 가다”이며, 여기서는 “뒤의 세상까지 영원히 전해져 가다”라는 말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주014)
소(騷) : 이것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충신인 굴원(屈原)이 간신의 모함으로 회왕(懷王)에게서 소외를 당해서 그 억울한 심경을 길게 호소하며 지은 〈이소(離騷 : 근심에 걸려 있다는 뜻)〉라는 글의 약자이며, 그래서 뒤에는 시 자체를 나타내는 글자로도 쓰였다.
주015)
소인(騷人) : 위에서 말하고 있는 바대로 이 낱말의 풀이는 “이소(離騷)를 지은 사람, 곧 초(楚)나라의 굴원(屈原)”이 맞는 것이지만, 이것은 그 의미가 확장되어 시를 짓는 시인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다.
주016)
한도(漢道) : 글자대로의 뜻은 물론 “한나라의 길”이지만, 구체적으로는 “한나라 때 사부문학이 옛 법도를 따라 발전해 간 도정”이라는 말로서 이 시대를 대표하는 문인들로는 사마상여(司馬相如), 유향(劉向), 왕포(王褒) 등이 있다.
주017)
전배(前輩) : 글자대로의 뜻은 “앞선 무리”이나 “선배”와 같으며, “연장자”라는 의미도 있지만, 여기서는 “선배”라는 뜻으로 쓰인 것으로 앞에서 말한 초나라의 굴원을 위시해서 사마상여와 유향 같은 사람들을 말한다.
주018)
비등(飛騰) : 글자대로의 뜻은 “날아 오르다”인데, 여기서는 사부문학의 선배작가들이 뛰어난 재능과 왕성한 의지로 역동적인 창작 활동을 해왔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주019)
여파(餘波) : 글자대로의 뜻은 “남은 잔 물결”이지만, 이것은 “어떤 일이 일어난 뒤에 남아 미치는 영향”이라는 뜻으로 전용되어 쓰이며, 여기서는 바로 이 전용된 뜻으로서 “사부문학이 왕성하게 발전했다가 그 이어진 결과로서의 문학적 실상”을 말한 것으로, 실제로는 중국의 육조시대(六朝時代) 사부문학의 현상을 말한 것이다.
주020)
기려(綺麗) : 글자대로의 뜻은 “비단결 같이 곱고 아름답다”이나, 여기서는 문장의 인상적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말로서 그 자체의 의미로는 결코 부정적인 것이 아니지만, 이것은 중국문학사 특히 중국 운문문학사에서 주로 너무 공상적이며 유미적인 경향으로 흘러가 현실적 건강성과 진실성이 결여된 것으로 인정되는 이른바 육조시대의 운문 경향을 대표하는 것으로 인해, 뒤에는 부정적인 문풍을 상징하는 말로 쓰여져 왔다.
주021)
후현(後賢) : 글자대로의 뜻은 “뒤로 이어진 현명한 사람”으로 앞에 나온 전배(前輩)와 대응되어 쓰여지고 있으며, 여기서는 중국의 한나라 시대 이후에서 작자 두보의 앞 시대까지의 모든 문인들을 총칭한 것이다.
주022)
구례(舊例) : 글자대로의 뜻은 “예전부터 전해져 오는 관례”지만, 여기서는 기왕에서부터 전통적으로 관용돼온 시문의 형식이나 사물적 통념의 관례들을 말하는 것이다.
주023)
역대(歷代) : 글자대로의 뜻은 “지나온 여러 시대”이나, 여기서는 작자 두보의 시대보다 앞선 중국 역사에서의 여러 왕조시대를 일컫는 말로 쓰였다.
주024)
청규(淸規) : 글자대로의 뜻은 “맑은 규칙”이지만, 여기서는 문학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총체적 특질을 지적하여 표상하는 말로서 “깔끔하고 선명하게 새로운 규범”이라는 의미일 것으로 추정된다.
주025)
# 조쳐다 : 현대어로서의 뜻은 “아울러 하다” 또는 “함께 하다”이다.
주026)
제여곰 : 현대어로서의 뜻은 “제각기”이다.
주027)
법(法) : 이 말은 흔히 사회적, 정치적 규범 제도로서의 뜻인 “법률”로 많이 인식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시와 글을 짓는 데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갖추어지고 지켜져야 할 규범으로서 편의상 “문장의 법도”라고 말할 수 있다.
주028)
유가(儒家) : 글자대로의 뜻은 이미 언해된 바대로 “선비의 집”이지만, 이것은 매우 함축적이고 포괄적인 의미의 말로서 “유교적 소양을 갖춘 사람”이기도 하고, “유교의 학문적 전문성과 수양을 갖춘 집단”과 “유교의 학문과 수양을 체화한 가족이나 가정”을 대표하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바로 이 “유교적 학문과 수양을 체화한 가정”을 말하는 것으로 작자 두보가 자신의 집안이 바로 이런 집안이라는 말이다.
주029)
약세(弱歲) : 약년(弱年)과 같은 말로, 대체로 20세를 전후한 청소년기를 말한다.
주030)
 : 현대어로는 “마음은”이며, 중간본에서는 “”으로 기록되어 있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주031)
져 졔 : 현대어로는 “젊은 때”이며, 중간본에서는 “져믄 졔”로 기록되어 “”가 “으”로 바뀌어 있다.
주032)
강좌(江左) : 중국의 양자강 하류에 있던 지역을 일컫는 말로서 지금의 양자강 왼편에 있는 강소성(江蘇省) 일대를 말하며, 여기에 동진(東晉)의 수도가 있어서 이 지역을 중심으로 펼쳐진 문학의 품격이 이른바 “혜완사포(嵆阮謝鮑)에 의하여 훌륭하게 창작되고 뛰어나서, 여기서는 이 시기의 문학적 품격과 작가들을 함께 비유하여 표현한 말로 쓰였다. 『두시비해』에서는 동진의 원제(元帝)가 강을 건너 수도를 옮겼기 때문에 이 곳을 강좌라 하였고, 여기서 포조와 사현휘 등이 문장을 뛰어나게 잘 지어서 두보가 사뭇 그리워하였다고 하였다.
주033)
업중(鄴中) : 지금 중국의 하남성(河南省) 임장현(臨漳縣) 일대를 말하며, 후한말(後漢末)에 조조(曹操)가 여기에 봉해졌다가 그 아들인 조비(曹丕)가 위(魏)나라를 세우고 여기에 수도를 정함으로써 후한 말기 이른바 건안(建安) 칠재자(七才子 : 공융, 진림, 왕찬, 서간, 완우, 응창, 유정)들과 함께 이 조조(曹操), 조비(曹丕), 조식(曹植) 삼부자가 문학을 담당하면서 너무 신기한 것만을 많이 추구하여 건실함이 결여된 병폐를 남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따라서 “업중”이라는 말은 위나라가 수도로 정했던 이 “업(鄴都 또는 鄴城)” 지방의 범위 안이라는 말로, 여기서는 이 시기를 전후로 여기서 활동한 작가들과 이들의 의하여 이루어진 문학의 품격을 포괄적으로 시사하는 용어로 쓰였다. 그런데 『두시비해』에서는, 위나라의 문제(文帝; 조비)가 그 아우 조식, 칠재자들과 함께 기이하고 괴상한 것을 숭상하는 글을 지어서 두보가 많이 싫어했다고 하였다.
주034)
해 : 현대어로는 “많이”인데, 형용사 “하다(많다)”의 어간 “하”에 부사형 접미사 “이”가 결합하여 부사인 “해”로 바뀐 것으로 판단된다.
주035)
# 너기다 : 현대어로는 “여기다”이다.
주036)
녹기(騄驥) : 낱말의 글자대로의 뜻은 “준마와 천리마”이지만, 여기서는 물론 글을 잘 지을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사람을 비유하여 쓰인 것이다.
주037)
기린대호아(麒麟帶好兒) : 이 시구를 직역하면 “기린은 그대로 좋은 새끼를 갖고 있다”가 되는데, 여기서 기린은 물론 글을 잘 짓는 재능을 지닌 문장가를 비유하여 쓰인 것으로 “좋은 새끼를 갖고 있다”는 표현은 작자가 자신 말고 다른 집안의 문장가들은 역시 똑같이 글을 잘 짓는 재능을 가진 아들들을 두고 있다는 것으로서, 작자 자신의 아들들과 대비되고 있음을 전제로 삼아 인용한 것이다.
주038)
거륜도이착(車輪徒已斲) : 이 시구 역시 직역하면 “마차 바퀴를 한갓 벌써 깎아 놓았을 뿐”이라는 것이며, 이것은 『장자(莊子)』에서 나온 이야기로서, 옛날 중국의 제(齊)나라 환공(桓公)이라는 임금이 책을 읽고 있는데 마차 바퀴를 깎아 만드는 기술자가 와서 보고, “그 책의 내용이 옛날 성인들이 남긴 술지게미 같은 것일 뿐입니다.”라고 말하자, 환공이 “겨우 마차 바퀴나 만드는 사람과 무엇을 이야기할 것이 있느냐?”라고 하며 무시하려 하였다. 그러자 이 기술자는 “마차 바퀴를 만드는 것도 그냥 남에게 배우고 따라서 익히기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숙련과 노력을 거쳐 마음으로 그 이치를 터득하고 자연스럽게 손에 익어져야 좋은 마차 바퀴가 깎여집니다. 그래서 제가 제 기술을 자식들에게 그냥 가르쳐 줄 수도 없고 자식들 역시 저에게서 그냥 배워서 터득될 수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따라서 이 시구를 인용한 것은 작자 두보 자신이 시를 짓는 재능을 오랜 노력과 숙련으로 터득하여 갖고 있지만, 그 재능을 자신이 그냥 지니고 있을 뿐 아들들에게 그것을 가르쳐서 전해 줄 수는 없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말하기 위한 제시라고 할 수 있다.
주039)
당구석잉휴(堂構惜仍虧) : 이 시구 역시 직역하면 “집의 터를 닦는 것과 거기에 집을 짓는 것은 안타깝지만 이내 틀려졌다.”라는 것이며, 여기에서 “당구(堂構)”라는 말은 『서경(書經)』의 〈대고(大誥)〉에 나오는 “아버지가 집을 지으려고 이미 계획을 다 해놓았지만 그 아들이 터도 닦으려 하지 않는데 하물며 집을 짓겠는가?[若考作室 旣底法 厥子乃弗肯堂 矧肯構]”라는 데에서 인용된 것으로, 뒤로 이어진 “석잉휴(惜仍虧; 안타깝지만 이내 틀려졌다)”라는 말과 함께 두보 자신이 자신의 글 짓는 재능이 아들들에게 가르쳐서 이어질 수도 없으려니와 아들들이 스스로 터득하려 하지도 않으니 문장으로 이어져 온 집안의 문장 전통이 전해지기는 안타깝지만 이내 틀려졌다는 한탄을 대신하여 읊고 있는 것이다. 택당(澤堂) 이식(李植)은 그의 『두시비해』에서 작자 두보가 시인 두심언의 종손으로 자신까지 이어져 온 집안의 문학적 전통이 아들 종문(宗文)과 종무( 宗武)에게 제대로 이어지지 못할 것을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주040)
# 다 : 이것을 『고어사전』에서는 “뻐개지다”로 풀이를 했는데. 이것은 이 말에 상응하는 한자인 “착(斲)”의 사전 풀이인 “뻐개다”와 “쪼개다”를 그냥 옮겨 놓은 것으로 추정되거니와, 이 한자의 풀이에는 “깎다”도 있으며, 여기서는 “깎아 만들다”의 뜻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주041)
 니로다 : 현대어로 풀어 읽으면 “깎아서 만들어 놓았을 뿐이다”로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글을 짓는 재능을 자신이 터득하여 능숙하게 숙련되어 있을 뿐이라는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니로다”가 중간본에서는 “이로다”로 기록되어 “”이 연음 표기되지 않고 절음 표기되어 있다.
주042)
터 닷가 : 현대어로 풀이하면 “터 닦거든”인데, 이것을 중간본에서는 “터 닷가든”으로 기록하여 “”이 “든”으로 바뀌어 현대어에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주043)
지믈 : 현대어로는 “지음을”인데, 이것을 중간본에서는 “지우믈”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여 있다.
주044)
지즈루 : 현대어로는 “인하여”이다.
주045)
# 저리다 : 현대어로는 “이지러지다”이다.
주046)
# 앗기다 : 현대어로는 “아끼다”이다.
주047)
만(謾) : 이 글자의 뜻은 “속이다, 느리다, 또, 설만하다, 오만하다” 등으로 되어 있으나, 이 글자와 상응한 언해인 “쇽졀업시”라는 뜻과는 어느 것도 서로 맞지 않고, 오히려 이 “쇽졀없이”와 상응하는 뜻을 가진 글자는 이 “만(謾)” 자가 아니라 “만(漫)” 자이며, 실제로 『전당시(全唐詩)』의 두보 시집에는 바로 이 “만(漫)” 자로 되어 있다. 아마도 이 초간본 『두시언해』에서는 이 “만(謾)” 자가 관습적으로 “만(漫)” 자와 통용되는 것으로 알고 쓴 것으로 판단되나, 실제로는 “만(謾)” 자와 전혀 통용되지 않는다. 일단 “만(漫)” 자로 정정해 놓고, 이 “만작잠부론(漫作潛夫論)”이라는 시구에서 “쇽졀업시”라는 뜻으로 쓰인 이 부사어는, 작자 두보가 자기 한탄의 안타까운 몸짓을 아주 잘 살려 보여주는 참 좋은 시안자라고 할 수 있다.
주048)
잠부론(潛夫論) : 중국의 한(漢)나라 사람 왕부(王符)가 바른 성품으로 세상으로부터 소외를 당하자 숨어 살면서 세상과 나라의 잘못된 일들을 비판하는 글을 몰래 썼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는 남자의 논의”라는 의미로 이런 명칭이 붙여졌다.
주049)
허전유부비(虛傳幼婦碑) : 중국의 한(漢)나라 때 “조아(曹娥)”라는 아가씨가 아버지가 물에 빠져 죽자 슬피 울며 아버지를 따라 물에 몸을 던져 죽은지 5일만에 아버지의 시신을 안은 그녀의 시신이 떠올라 이 갸륵한 사실을 상우(上虞)라는 이곳 원님인 도상(度尙)이 그의 제자인 한단순(邯鄲淳)을 시켜 제문을 지어 읽고 그것을 비에 새겨 세웠는데, 이것을 조아비(曹娥碑)라고 하였으며, 그 뒤에 채옹(蔡邕)이 이 비문을 읽어보고 그 비의 옆쪽에 “황견유부 외손제구(黃絹幼婦外孫虀臼)”라는 여덟 글자를 새겨 놓았다. 그런데 조조(曹操)가 부하인 양수(楊修)와 함께 이 비 앞을 지나다가 옆에 새겨진 이 여덟 글자가 무엇을 암시하는 내용인지를 몰라 골똘하게 생각만 하다가 양수에게 묻자 양수는 알고 있다고 하였다. 조조가 내가 무엇인지를 깨칠 때까지 말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였다. 조조가 30리 가량의 거리를 가다가 비로소 마음속으로 깨쳤다고 자부하며 양수 제가 이것을 알았을까 하고 속으로 뇌까리며 묻자, 양수는 거침없이 이 여덟 글자는 바로 “절묘호사(絶妙好辭; 기가 막히게 좋은 글)”라는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그래서 조조는 양수에게 “내가 자네에게 30리를 못 따라 갔네[吾不及卿三十里]”라고 하며 스스로 뒤졌음을 자인하였다. 그런데 두보는 여기서 “허전유부비(虛傳幼婦碑; 유부비만 헛되게 전하게 되었다)”라고 한 것은 채옹이가 “황견유부(黃絹幼婦)”라는 글로 이른바 파자(破字)놀이인 비문(碑文)을 써 놓았듯이 신비한 글을 지어 놓아도 그것을 풀어 읽고 배워서 문장의 재능을 이어갈 아들이 없어 헛된 일이 되고 말았다는 것을 한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도 “허(虛)히(헛되게)”라고 하여 부사어로 쓰인 이 “허(虛)” 자는 역시 작자 두보의 낙망한 심정의 서글픈 상황을 잘 살려 보여주는 시안자라고 할 수 있다.
주050)
지미로소니 : 이것을 어간과 어미와 조사로 분석해 보면 “+움+이로소니”이며, 현대어로 풀이하면 “지은 것이니”인데, 중간본에서는 “지우미로소니”로 바뀌어 기록되어서 “ㅿ”음이 탈락되어 있다.
주051)
허(虛)히 : 현대어로 풀이해 보면 “헛되게”인데, 이 “허(虛)히”를 분석해 보면 “허(虛)”라는 한자를 그대로 우리말로 이해하고 그것을 그대로 어간으로 인식하여 여기에 부사형어미인 “히”를 직접 연결하여 그냥 우리말로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거니와, 이런 예는 오늘에는 순수한 우리말로 이해할 정도로 보편화한 부사인 “열심(熱心)히, 심(甚)히, 간절(懇切)히” 등 매우 많다.
주052)
전(傳)리로다 : 현대의 우리말로 풀이해 보면 “전할 것이다”인데, 이것 역시 앞의 “허(虛)히”처럼 한자와 순수 우리말의 결합으로 우리말화하는 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이것은 중국어가 고립어로서 동사나 형용사의 기능을 형태적으로 분명히 알 수 없으므로, 교착어인 우리말의 동사나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 “하다”를 붙여 말을 만들게 된 것이다.
주053)
연정(緣情) : 글자대로의 뜻은 “감정을 인연하여”가 되지만, 여기서는 두보 자신이 가슴 속에 일어나는 감정을 숨김 없이 그대로 따라서 한다는 말로서, 자신의 심정을 숨김없이 진실하게 그대로 시로 읊어낸다는 진정을 토로한 것이다.
주054)
위(慰) : 이 글자는 물론 “자위(自慰)”라는 말을 생략한 글자로서, 자신의 처지를 누구에게서도 위로 받을 수 없이 외로운 두보 자신의 슬픈 심정을 집약한 글자라고 할 수 있다.
주055)
표탕(漂蕩) : 글자대로의 뜻은 “둥둥 떠서 흘러가는 상태”지만, 여기서는 작자 두보 자신의 정처 없이 유랑하는 상황을 비유한 말로 쓰였다.
주056)
천이(遷移) : 글자대로의 뜻은 “옮겨 다니는 상태”를 말하며, 바로 작자 두보 자신이 한 곳에 정착할 수 없이 자주 옮겨 다니는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주057)
지 : 현대어로의 풀이는 “지어”인데, 중간본에서는 “지어”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하였다.
주058)
뇨 : 현대어로서의 뜻은 “다님을(다니는 것을)”이다. 중간본에서는 “니”로 표기되어 있어서 어미에서 모음 음소인 “ㅗ”가 생략되어 있다.
주059)
경제(經濟) : 이 말은 물론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준말로서 “세상을 경영하고 백성을 구제하다”라는 뜻이라, 옛날부터 선비나 지성인이 반드시 대응하여 수행해야 할 책무였기 때문에 이것을 담당 수행하기 위해서 선비나 지성인은 그에 상응한 지식과 능력을 수련해야 했으며, 따라서 여기서는 이런 의의를 인식한 작자가 이것에 대한 무능함을 “참장책(慙長策; 이에 대한 장구한 계책에는 부끄럽다)”이라고 스스로 실토하는 자세로 자기 성찰과 자아 책망을 함으로써 유가적 지성인의 참여의식과 함께 겸손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060)
비서(飛棲) : 글자대로의 뜻은 “날아다니다가 깃들인다”이며, 『장자(莊子)』에서 “뱁새가 날아다니다가 어디에 의지해 사는 데는 겨우 나무 한 가지에 불과할 뿐이다.”라고 한 것에서 연유한 말로,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나그네 신세로 떠돌다가 잠간씩 머물며 살아가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주061)
가일지(假一枝) : 글자대로의 뜻은 “한 가지를 빌릴 뿐이다”이며, 역시 앞에서도 본 바대로 『장자』에서 “겨우 나무 한 가지를 빌려 깃들인다”는 말로,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나그네로서 잠깐씩 어디에 의지해 사는 안타까운 상황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주062)
모책(謀策) : 이 낱말의 글자대의 뜻은 “도모하는 계책을”이나, 중간본에서는 “모책(謀策)을”로 바뀌어 표기되어 있어서 조사 “”이 “을”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주063)
깃기므란 : 이 고어의 현대어적 풀이는 “깃들임은”이나, 중간본에서는 “깃기우므란”으로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되어 있다.
주064)
# 비레다 : 현대어로서의 뜻은 “빌리다”인데, 이 고어가 고어사전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다.
주065)
진사(塵沙) : 글자대로의 뜻은 “먼지와 모래”이지만, 여기서는 먼지와 모래가 날리는 악조건의 날씨와 장소를 대표적으로 말하는 것으로 작자인 두보 자신이 유랑하는 지역의 공간적, 기후적 악조건을 집약 시사하는 말이다.
주066)
봉채(蜂蠆) : 글자대로의 뜻은 “벌과 말벌”이나, 이것은 그냥 “사람을 쏘는 독한 벌들”이라는 통합적인 한 낱말로 쓰였으며. 작자 두보가 실제로 겪었을 상황의 설명이라 할 수 있다.
주067)
바라 : 고어 “바라다(의지하다. 곁따르다)”의 부사형으로 현대어로서의 뜻은 “곁에 따라”. “의지하듯 하여”이나, 여기서는 결코 주체가 자발적이거나 능동적으로 하는 행동의 양태를 표현한 것은 아니고 불쾌한 채 불가피하게 피동적으로 하는 행동의 양태를 표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주068)
강협(江峽) : 글자대로의 뜻은 “강가의 산 골짝”으로, 이것은 정녕 작자 두보가 실제로 유랑하는 도중 경과하며 체험했을 험난한 곳이었을 것이다.
주069)
교리(蛟螭) : 글자대로의 뜻은 “도롱룡과 교룡”이지만, 앞의 봉채(蜂蠆)와 같이 실제로는 징그럽고 불쾌한 모양새를 지닌 “도롱룡” 같은 수중 곤충을 일컫는 통합적인 한 낱말로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주070)
버므러 : 고어 “버믈다(둘리다, 얽매다)”의 부사형으로 현대어로는 “둘려서” 또는 “얽매여서”이나, 여기서도 결코 주체가 자발적이거나 능동적으로 하는 행동의 양태를 표현한 것이 아니고 불쾌한 채 불가피하게 피동적으로 하는 행동의 양태를 표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주071)
연편(聯翩) : 글자대로의 뜻은 “끊기지 않고 서로 잇다”이며, 여기서는 진(秦)나라의 혼란기에 항우의 초나라와 유방의 한나라가 서로 바로 이어 등장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주072)
초한(楚漢) : 글자대로의 뜻은 “초나라와 한나라”이며, 여기의 “초나라는 춘추전국시대에 있던 그 초나라가 아니고 그 후 항우가 혁명을 일으키고 세운 초나라로 이 초나라는 항우가 죽자 곧 소멸하였으며, 한(漢)나라는 유방에 의해서 세워진 나라로 유비(劉備)의 촉한(蜀漢)까지 이어진 나라였다. 그런데 작자 두보는 이 한나라도 앞의 당우와는 대비적으로 혼란과 위기의 왕조시대로 본 것이다.
주073)
소슬(蕭瑟) : 글자대로의 뜻은 “으스스하고 쓸쓸하다”라는 물리적 상태를 설명하는 형용사지만, 여기서는 보다 포괄적이며 문화적인 외적 상황과 그와 상관된 인간의 내적 상황을 통합적으로 형용하는 형용사로 활용된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작자 두보가 역사를 종관하면서 환기된 부정적 인상을 표현한 말이다.
주074)
당우(唐虞) : 글자대로의 뜻은 “당(唐)나라와 우(虞)나라”라는 것으로, 당나라의 임금인 요(堯)는 왕위를 아들에게 넘기지 않고 큰 효자로 알려져 추천된 순(舜)에게 넘겨 주었고, 순도 아들에게 왕위를 넘기지 않고 역시 훌륭한 인물로 추천된 우(禹)에게 넘겨 주는, 이른바 선양(禪讓; 왕위를 넘겨 줄 기반을 만들고 넘겨 주는 것)이라고 하는 기막힌 제도와 함께 인위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정치[無爲而治]의 시대가 이 “당우시대”라고 하여, 이것을 유교문화권에서는 옛날부터 가장 이상적인 정치의 모범적 왕조시대로 인정하고, 이 시대의 정치를 “지치(至治; 완전한 정치)”라고 하여 모범시하였다. 그래서 작자 두보는 이런 왕조와 시대가 멀어졌다고 하여 기막히게 안타까워 하고 있는 것이다.
주075)
닛위여 : 현대어로는 “이어서”인데, 원형은 “닛위다(잇다)”이다.
주076)
이속(異俗) : 글자대로의 뜻은 “이상한 풍속”이나, 여기서는 주(註)에서 말하고 있는 바대로 중국의 중심인 당나라에 난리가 일어나서 보다 저속하고 야만적이라고 여기는 저 서남쪽 지역인 옛 초(楚)나라의 이상한 풍속이 섞여 들어와 시끄럽고 야비해져 가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한족(漢族)이 주인으로 유교적 이념을 기본으로 하는 중국의 중심 문화와 왕조에 대해서 변방이나 이민족의 풍속과 문화는 야만시해온 문화관과 역사관을 기본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주077)
중원(中原) : 글자대로의 뜻은 “중앙인 들판”이지만, “원(原)” 자의 중요한 뜻 중에 “근본”이라는 또 다른 뜻이 있는 바와 같이, 이 말은 중국사람들의 문화 중심적 자존의식을 담은 것으로 “세계의 중심이면서 근본이 되는 주체”라는 의미로서 중국 자체를 표현하는 말로 쓰였으며, 지금 중국사람들이 자기 나라를 일컫는 말로 쓰는 “중화(中華)”와 거의 같은 말이다.
주078)
형초(荊楚) : 지금 중국의 호남성(湖南省). 호북성(湖北省) 일대를 지칭하는 옛말로서 춘추전국시대의 초(楚)나라의 지역이었으며, 이 당시 유교적 중심문화의 주체인 주(周)나라에서는 이 초나라를 거의 야만시하였고 진(秦), 연(燕), 제(齊), 한(韓), 위(魏), 조(趙) 등의 나라들도 이 초나라를 야만시했기 때문에 이런 관점은 그 뒤에도 그대로 이어져서, 이 작자 두보에게까지도 이 초나라 지역의 문화는 아직 미숙하고 천속한 것으로 이해하였음을 알 수 있다.
주079)
효잡(囂雜) : 글자대로의 뜻은 “시끄럽고 뒤섞이다”인데, 여기서는 중국의 고대에서부터 보다 합리적이고 세련된 유교적 이념의 중심 문화에 비해서 아직은 미숙하고 야만적인 변방과 이민족 문화의 번잡하고 비속한 상태를 표시한 말이다.
주080)
성조(聖朝) : 글자대로의 뜻은 “성인의 조정”이며, 이것은 일반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 자신의 나라의 임금을 성인으로 높이고 동시에 왕조를 높여서 부르는 말로 여기서는 물론 작자 두보의 조국인 당(唐)나라의 황실 조정을 말하며 동시에 당나라 자체를 지칭하기도 한다.
주081)
도적(盜賊) : 글자대로의 뜻은 물론 “도적”이지만, 여기서는 황실과 나라에 대해 반역하며 난을 일으키는 무리를 지칭하고, 구체적으로는 당시 안녹산(安祿山)과 사사명(史思明) 같은 반란군을 지칭한 것이다.
주082)
다  풍속(風俗) : 낱말의 현대어로는 “다른 지역의 풍속”인데, 중간본에서는 “다  風俗”으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어 사이시옷이 탈락되어 있다.
주083)
훤비(喧卑) : 글자대로의 뜻은 “시끄럽고 야비하다”인데, 이것은 중국의 보다 세련되고 합리적인 중심 문화에 비해서 아직 미숙하고 야만적인 중국 서남쪽 변방지역의 저급한 문화의 상태를 표현한 말이다.
주084)
울울(鬱鬱) : 글자대로의 뜻은 “뜻대로 되지 않아 심기가 우울한 상태”이므로, 여기서는 두보 자신이 풍성(酆城)에서 만들어진다는 그 보검 같은 자신의 정기를 저 높은 하늘 북두칠성과 견우성 사이를 뚫고 오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우울한 채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 낱말은 물론 그냥 부사어지만 한시(漢詩)에서 흔히 그렇게 관용되어오는 바대로 “그냥 잡혀 있다”라는 동사를 함축하고, 다시 이 동사는 또한 그 아래의 “검(劒)”을 수식하는 관형어인 “잡혀 있는”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작자 두보가 현재 처한 자신의 처지가 이 검과 같다는 시적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언해에서는 이 “울울”을 부사어와 술어가 통합되어 있는 하나의 설명어로 풀어 놓고 있다.
주085)
성신검(星辰劒) : 이 낱말은 두 단위의 말을 시에서 편의상 한 단어로 묶어 놓은 것이며, 일단 이 단어를 각 단위들의 뜻을 가지고 풀어 보면 “별과 별자리의 검”이 되어 실제로는 그것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은 이렇게 각 단위의 사전적 의미들만으로는 시구 안에서는 물론 작품 전체의 의미망에서 전혀 이해가 될 수 없다. 시구 자체의 함축적 의미와 작품 전체의 의미망 내에서 다른 시구들과의 상관적 의미로서의 언외의 의미들을 새롭게 찾고 살려 읽어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저 하늘의 견우성과 북두칠성 같은 별들 사이를 뚫어 높은 하늘로 올라가려는 기운을 지닌 보검”으로 살려 읽어야 한다. 그래서 이것은 궁극적으로는 기개와 뜻을 펼 수 없이 된 채 꼼짝없이 잡혀 있는 작자 두보 자신을 대유한 것이다.
주086)
창창(蒼蒼) : 글자대로의 뜻은 “풀빛, 무성한 모양, 커다란 상태, 하늘” 등 여러 가지로 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그냥 푸르기만 한 채 아득한 상태”로 “구름과 비로 휩싸여 있는 못”의 상태를 수식한 말이나, 언해의 주에서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작자 두보가 큰 뜻을 품고 큰 용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지만, 이렇게 푸르기만 한 채 아득하게 넓고 깊은 못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냥 잡혀 있는 용과 같은 처지가 되어 있다는 말이다.
주087)
운우지(雲雨池) : 글자대로의 뜻은 “그름 끼고 비 내리는 못”이나, 주에서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작자 두보가 변신해 보는 큰 용은 시구의 문면상에는 아예 표시되지 않은 주어로서 구름이 끼고 비만 내리며 푸르기만 한 채 아득하게 넓고 깊은 못에서 하늘로 오를 생각도 못하는 안타까움을 함축하고 있다.
주088)
갈 : 이 고어의 현대어로는 “칼”이다.
주089)
양도(兩都) : 글자대로의 뜻은 “두 수도”이며, 구체적으로는 “두개의 서울”로서 “동경(東京)”이라고 불려진 당시의 “낙양(洛陽)”과 “서경(西京)”이라고 불려진 당시의 “장안(長安)”을 가리키는 말이다.
주090)
막부(幕府) : 아마도 안녹산(安祿山)과 사사명(史思明)의 반란 당시 초기에는 여기에 모두 정부군 총군사지휘부가 설치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주091)
만우(萬寓) : 글자대로의 뜻 “만개의 붙어 사는 집”이나, 주에서 “우(寓; 붙어 살기)”는 “우(宇; 붙어 사는 곳)”와 같다고 했으니, 이 낱말의 글자대로의 뜻은 “수만의 붙어사는 집”들이지만, 여기서는 “수만의 군대 주둔한 건물들”로 해석된다.
주092)
군휘(軍麾) : 글자대로의 뜻은 “털로 깃봉을 달아 만든 지휘용 깃발”이나, 여기서는 바로 만여 곳의 전투부대 진지 자체를 대표하는 말로 쓰였다.
주093)
고잿도다 : 현대어로의 풀이는 “꽂아 있도다”이다.
주094)
동풍(東風) : 글자대로의 뜻은 “동쪽에서 부는 바람”인데, 지상의 다섯방위(五方) 곧 동서남북 중앙(東西南北中央) 중에서 사방(四方; 동서남북)을 1년 4계절과 상응시켜 보면 동쪽은 봄에 맞는 방위이므로 이 “동쪽 바람”은 곧 “봄 바람”을 말하게 된다. 그런데 이 봄 바람은 얼었던 겨울의 모든 것을 녹이고 풀리게 해서 되살려내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토번의 침입을 받아 난리를 겪고 있는 당나라가 기대하는 국운의 회복이나 국력의 재활을 상징하는 말로 쓰인 것이다. 그런데 이 동풍이 월지를 피한다고 한 것은 이런 국운과 국력의 희망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절박한 탄식을 읊고 있는 것이다.
주095)
역난(逆亂) : 글자대로의 뜻은 “반역적 난동”이다. 여기서는 바로 월지(토번)의 반란을 말하면서 그 앞서 있어온 안녹산과 사사명의 반란도 암시하는 말로 쓰였다.
주096)
화풍(和風) : 글자대로의 뜻은 “온화한 바람”이며, 바로 본문에 있는 “동풍”이 봄바람이라 그래서 온화한 바람이라고 말한 것이고, 여기서는 바로 국가의 평화적인 운수와 기상을 상징하여 쓴 말이다.
주097)
남해(南海) : 글자대로의 뜻은 “남쪽에 있는 바다”이지만, 여기서는 지금의 중국 복건성(福建省)과 광동성(廣東省)의 남쪽에 있는 바다로 일찍이 한(漢)나라 때 마원(馬援)이 복파장군(伏波將軍)이 되어 교지(交阯)를 정벌하고 평정한 뒤 그 공적을 동주(銅柱; 구리기둥)에 새겨 이 남해 바닷가에 세워 놓았다. 그래서 “남해잔동주”라고 한 이 시구는 작자 두보가 이 토번의 침입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저 마원 같은 명장이 절실하게 필요한데, 그런 명장은 없고 이 현재의 난국 앞에 그 마원의 공적을 새긴 구리기둥만 남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098)
녁 : 현대어로는 “녘, 편, 쪽”이다.
주099)
음서(音書) : 글자대로의 뜻은 “소리와 글”인데, 이것은 “편지, 소식”이라는 말로 쓰이며, 여기서는 작자 두보의 고향 소식이나 친구들로부터의 소식을 말한 것이다.
주100)
오작(烏鵲) : 글자대로의 뜻은 “까마귀와 까치”를 말하며, 우리나라에서는 까치가 아침에 집에 와서 울면 기쁜 소식이나 편지가 온다고 하는 것이 전래하는 민속적 신앙이지만, 여기서는 그런 것이 아니고 까마귀와 까치들이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시끄럽게 우짖는 것을 말한다.
주101)
호노(號怒) : 글자대로의 뜻은 “울부짖고 성내다”이며, 여기서는 바로 산 속에 살고 있는 곰들의 사납고 공포스러운 울음소리와 성난 행태를 말한 것이다.
주102)
웅비(熊羆) : 글자대로의 뜻은 “곰과 큰곰”이나,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이 시를 짓고 있는 곳인 이 기주(夔州)의 산에 있 곰 종류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주103)
으란 : 조사로서 현대어의 “을랑, 을랑은”과 같다.
주104)
가마괴 : 명사로서 현대어의 “까마귀”를 말한다.
주105)
가치 : 명사로서 현대어의 “까치”를 말한다.
주106)
츠기너기다 : 동사로서 현대어의 “측은히 여기다, 섭섭히 여기다, 원망스럽게 생각하다” 등의 여러 뜻을 가진 말이다.
주107)
우르니란 : 현대어로 풀어 읽으면 “우는 것이란”인데, 이것을 “우르다(울다)”와 어미인 “-니라(-느니라)”와 조사 “ㄴ(-것은)”으로 분석해볼 수 있으며, 따라서 전체 시구의 문맥으로 풀어 읽어 보면 “성이 나서 울부짖는 소리라는 것은 웬 곰들일까 하고 놀라서 괴이하게 여기게 한다”라는 것이 된다.
주108)
가색(稼穡) : 글자대로의 뜻은 “곡식을 심고 거두다”이나, 여기서는 농사짓기(농사) 일체를 대표하는 말로 쓰였다.
주109)
분시흥(分詩興) : 이 어구는 “시의 흥취를 분산시키다”로 번역될 수도 있고, “시의 흥취가 분산되다”로 번역될 수도 있으나, 이 어구의 실제적인 의미 내용은 “농사일에 너무 바쁘게 쫓겨야 하기 때문에 사뭇 산만한 터라 조용하게 구상을 해야 가능한 시적 흥취가 좀체로 완성되기 어렵다”라는 말이다. 따라서 위의 두 가지 번역은 어느 경우든 실제의 내용으로는 별 차이가 없다.
주110)
시형(柴荊) : 글자대로의 뜻은 “별로 쓸모가 없는 가시덤불이나 잡목들”이며, 여기서는 이런 것들을 베어내고 이용하는 기술과 행위를 통합하여 일컬은 말로 쓰였다.
주111)
학토의(學土宜) : 이 어구는 “이 지방의 토산물[土宜]을 배운다”로 번역되므로, 여기서는 작자 두보가 나그네로 의탁해서 살고 있는 이 기주의 토산 수목들의 성향과 이용 방법을 배워서 활용한다는 말이다.
주112)
녀름지예 : 이 고어는 복합어로서 “녀름(농사)”이라는 명사에 “다(짓다)”라는 동사가 결합되어 “녀름다(농사 짓다)”라는 동사가 되고, 다시 여기에 명사형 어미 같은 접미사 “이”가 결합되고, 이것에 다시 처격조사 “에”가 첨가되면서 앞의 “이”의 영향으로 “예”가 되었으며, 따라서 이 고어는 현대어로 풀어 읽으면 “농사 짓기에”가 되고 이것을 다시 작품 전체의 의미망으로 놓고 풀어 읽으면 “농사 짓기에 바빠서”가 된다. 그리고 여기의 “지”는 “+이”의 연음형으로 중간본에는 “지이”로 바뀌어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되어 있다.
주113)
글지 : 이 고어는 현대어로 풀어 읽으면 “글 지을”인데, 이 중의 “지”이 중간본에는 “지을”로 바뀌어 역시 “ㅿ”음이 탈락되어 있다.
주114)
횃니 : 이 고어도 역시 복합어로서 현대어로 풀어 읽으면 “나뉘어 있으니”인데, 이것을 분석해 보면 “호다(동사)”에 연결형 어미 “아”가 결합되어 “화”가 되었으며 여기에 또 “잇니(있는 것이니)”가 결합되어 “횃니(나뉘어 있으니)”가 된 것이다.
주115)
맛당호 : 이 고어도 역시 복합어로서 현대어로 풀어 읽으면 “마땅함을”인데, 이것을 분석해 보면 “맛당다(형용사)”에 조성모음 “오”와 명사형 어미 “ㅁ”이 결합되어 “맛당홈”이 되었으며 여기에 다시 목적격 조사 “”이 연결되고 연음되어 “맛당호”이 되었다.
주116)
화 : 이 고어는 현대어로 풀어 읽으면 “배와”인데, 이것을 분석해 보면 동사 “호다”에 연결형 어미 “아”가 연결된 것이다.
주117)
고산(故山) : 글자대로의 뜻은 “옛날의 산”이나, 이것은 원래 “고향”이라는 뜻으로 가장 많이 쓰여 왔으며, 따라서 여기에서 작자 두보가 일찍이 서울 장안에서 있을 때 많이 노닐었던 실제의 산인 백각산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여기에는 향수의 정감으로 고향이라는 개념도 분명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주118)
백각(白閣) : 이것은 원문 주에서 설명된 바대로 백각산(白閣山)을 말하며, 『찬주분류두시(纂註分類杜詩)』 주(註)에 있는 바대로 장안의 종남산(終南山)에 붙어 있는 산이다.
주119)
추수(秋水) : 글자대로의 뜻은 “가을의 물”이지만, 4계절 중 가을의 못물이 가장 맑고 차갑고 투명하기 때문에 예술가나 문학인들에게 특별한 감각과 정서의 대상이 되어왔으며, 그래서 문학에서는 단순한 물이 아니라 인격성과 상관되어서도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어 왔다.
주120)
녯뫼흐란 : 이 고어는 현대어로 풀어 읽으면 “옛산을랑”인데, 이것을 분석해 보면 이른바 “ㅎ첨용어”인 “녯뫼(옛산)”에 “으란(을랑)”이라는 조사가 첨가되면서 “ㅎ”음이 연음된 것이다.
주121)
미실(迷失) : 글자대로의 뜻은 “희미하게 잃어버리다”이지만, 여기서는 정신이 희미해져서 기억했던 것을 잃어버린다는 말이다.
주122)
 : 이 고어는 현대어로 풀어 읽으면 “가을”이며, 여기에 지격촉음인 “ㅅ”이 첨가된 것으로 구태어 풀어 읽는다면 “가을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고어는 중간본에서 “”로 바뀌어 기록되어 “ㅿ”음이 탈락되어 있다.
주123)
라 : 조사로서 현대어로는 “~라는 것은”이다.
주124)
# 황파(黃陂) : 『찬주분류두시』 주에 있는 바대로 장안에 있던 큰 언덕 이름이며, 아마도 그 아래에 못이나 강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주125)
사억(思憶) : 글자대로의 뜻대로 “생각이 나서 그립다”라는 것이다.
주126)
불감요가구(不敢要佳句) : 구태여 아름다운 시를 지어보자는 것이 아니다. 이 작품의 서두에서 작자 두보는 중국 시가문학의 발전과정과 그 성과에 대한 성찰과 찬미를 아끼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시인적 자부와 그에 상응한 포부의 성취를 은근히 기대했음직한 사실을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기주(夔州)에서 유랑하는 신세의 나그네로서 자아의 현실적 인식은 매우 실망적이었을 것이므로, 이 시구에 실린 가락은 매우 청승맞고 구슬픈 심기를 뒤에 갈무린 채 애써 자위의 몸짓을 하고 있지만, 이것은 실로 마지막 구의 안타까운 자기 독백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주127)
수래부별리(愁來賦別離) : 시름에 사로잡혀 이별을 읊다. 현재 객지에서의 외로운 삶으로 인해 감당할 수 없게 엄습해오는 시름을 어떻게 해도 풀어낼 수 없어 그저 그냥 시만 지어 읊을 뿐이라는 애닲은 독백으로 여기에는 하염없이 구성진 가락이 실려 있다.
주128)
그틔여 : 이 고어의 현대어로서의 뜻은 “구태여”이다.
주129)
됴 : 이 고어의 현대어로서의 뜻은 “좋은”이며, 이 말을 분석해 보면 형용사 “둏다”에 관형사형 어미 “”이 연결되면서 연음된 것이다.
주130)
논디 : 이 고어구의 현대어로서의 뜻은 “하는 것이”이며, 이 어구를 분석해 보면 동사 “다”에 관형사형 어미 “논(는)”이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의존명사 “디(것이)”가 연결된 것이다.
주131)
여희여쇼 : 이 고어구의 현대어로서의 뜻은 “이별하여 있음을”인데, 이 어구를 분석해 보면 동사 “여희다”에 연결형 어미 “여”가 연결되고 여기에 다시 동명사의 축약형 어미 “숌”이 연결되었으며 여기에 다시 목적격 조사 “”이 첨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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