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자수심결언해:11ㄱ
問汝言頓悟漸修兩門이 千聖軌轍也ㅣ라 니
목우자수심결언해:11ㄴ
悟旣頓悟댄 何假漸修ㅣ며 修若漸修댄 何言頓悟ㅣ리오 頓漸二義 更爲宣說야 令絶餘疑케 라
Ⓒ 구결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목우자수심결언해:12ㄱ
무로 주001) 무로: 묻되. 묻기를. 묻-[問]+오(어미). 동사 ‘묻다’는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연결될 때 어간 말음이 ‘묻-→물-’로 변동하는 ‘ㄷ’불규칙용언. 모음조화에 의거하였다면 ‘무루’형이 15세기 국어 일반형이지만 이 문헌에서는 ‘무로’형이 우세하다.
네
니논 주002) 니논: 이르는. 말하는. 말하는 바. 니-[言]+(직설법/현재시제)+오(선어말어미)+ㄴ.
頓悟 주003) 돈오(頓悟): 깨달음의 성격을 가리키는 말로 오랜 수행의 단계와 시간을 거치지 않고 신지식의 가르침을 듣자마자 단박에 깨닫는 것. ¶頓悟 모로기 알시오〈1522 법집34ㄴ.〉
와
漸修 주004) 점수(漸修): 순서에 따른 단계를 거치며 수행하는 것. 서서히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수행법. ¶漸修 졈졈 닷시라〈법집34ㄴ.〉
왓 두 門이
千聖ㅅ 주005) 천성(千聖)ㅅ: 여러 성인(聖人)의. 앞에서 수행자가 성인(聖人)이 되는 데 의지하는 방법[門]이 ‘돈오·점수’ 둘이라 하였으므로, ‘千聖ㅅ法’은 “여러 성인이 의지한 법(法)” 정도로 풀이한다.
法 주006) 법(法): 크게 나누어 세 가지 뜻이 있음. ① 사물을 총칭하여 이르는 말로, 온갖 일과 모든 물질을 가리킴. ② 교법, 즉 부처님의 가르침. ③ 진리. 여기서는 ③의 뜻.
이라 니
아로미 주007) 아로미: 앎이. 깨달음이. 알-[悟]+옴(명사형)+이(주격조사). ‘믄득 아로미’는 한문 “悟旣頓悟(오기돈오)댄”에서 ‘悟(오)’에 대한 번역.
마 믄득
아닌댄 주008) 아닌댄: 안 것인데. 깨달은 것인데. 구결문 “悟旣頓悟(오기돈오)댄”에서 ‘(旣頓)悟댄’에 대한 번역. 알-[悟]+ㄴ(관형사형)+이(의존명사)+ㄴ댄(어미).
엇뎨 漸修를 브트며 닷고미 漸漸
닷린댄 주009) 닷린댄: 닦을 것인데. 닦아갈 것인데. 구결문 “修若漸修(수약점수)댄”에서 ‘…(漸)修댄’에 대한 번역. 점차 ‘닦는다’[修]는 것은 미확정의 과정이 필요하므로 ‘닷닌댄’으로 풀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엇뎨 頓悟ㅣ라 니리오
頓 주010) 돈(頓): 법문(法門)을 듣는 즉시 단박에, 또는 빠르게 부처의 경지를 깨닫는 것.
과
漸 주011) 점(漸): 불과(佛果)를 얻기 위해 점진적으로 차례에 따라 오랫동안 수행하는 것.
괏 두 들 다시 펴 닐어 나 疑心을 긋게 라
Ⓒ 언해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묻기를, “네가 말하는 돈오(頓悟)와 점수(漸修)의 두 문(門)이 여러 성인(聖人)이 〈의지한〉 법(法)이라 하였으니, 앎
(=깨달음)
이 이미 문득 안
(=깨달은)
것인데 어찌 점수
(漸修=점차로 닦음)
에 의지하며, 닦음[修]이 점차로 닦아갈 것인데 어찌 돈오
(頓悟=문득 깨달음)
라고 말하겠는가? 돈
(頓=돈오)
과 점
(漸=점수)
의 두 가지 뜻을 다시 펴 일러
(=설하여)
남은
(=나머지)
의심을 그치게
(=끊게)
하라.”
Ⓒ 역자 | 정우영 / 2009년 12월 20일
목우자수심결언해:11ㄴ
答頓悟者 凡夫ㅣ 迷時예 四大로 爲身코 妄想으로 爲心야 不知自性이 是眞法身인 며 不知自己靈知ㅣ 是眞佛也 야 心外예 覔佛야 波波浪走타가 忽被善知識의 指示入路야 一念廻光야 見自本性니 而此性地ㅣ 元無煩惱야 無漏智性이 本自具足야 即與諸佛와 分毫도 不殊 故云頓悟也ㅣ라
Ⓒ 구결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목우자수심결언해:12ㄱ
對答호 頓悟
凡夫 주012) 범부(凡夫): 성자(聖者)의 반대말. 깨닫지 못한 어두운 중생.
ㅣ 모
목우자수심결언해:12ㄴ
주013) : 때에. 구결문 “迷時(미시)예”에서 ‘時예’에 대한 번역. ‘’는 ‘[時]+의(처소부사격조사)’의 통합으로서 이때 ‘’의 말음 ‘ㅡ’는 탈락한다. 무정체언(無情體言) ‘’는 처격조사로 ‘의’만 통합되는 특이 처격어이고, 초성 ‘ㅴ’는 대체로 /pk/와 같은 어두자음군으로 알려져 있다.
四大 주014) 사대(四大): 물질을 구성하는 땅[地]·물[水]·불[火]·바람[風]의 4가지 요소. 몸의 단단한 형체는 땅[地]에, 피와 같이 흐르는 액체는 물[水]에, 따뜻한 기운은 불[火]에, 숨결은 바람[風]에 속한다.
로 몸 삼고
妄想 주015) 망상(妄想): 허망한 생각. 미혹한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 진리에 어긋나는 분별심.
으로 사마
自性 주016) 자성(自性): 고유한 성질. 본체. 본성. 자기 존재성. 그 자체에 정해진 본질. 저마다 본래 갖추고 있는 진실한 성질. 진실하고 불변하는 본성. 존재의 본래적인 실체.
이 이 眞實ㅅ
法身 주017) 법신(法身): 부처의 삼신(三身)의 하나. 불법(佛法)을 신체에 비유하여 표현한 말로서, 부처가 설한 정법(正法)을 가리킴. 어떤 형체를 가진 몸이 아니라, 영원불변의 진리 그 자체를 뜻한다.
인 아디 몯며 自己
靈知 주018) 영지(靈知): 신령스런 앎[=지혜]. 이 앎은 우리들 본바탕 마음이 원래부터 갖추고 있는 앎[知]. ‘자성’이 마음의 체(體)를 가리킨다면, ‘영지’는 마음의 용(用)을 말함.
ㅣ 이 眞實ㅅ 부톈 아디 몯야
心外 주019) 심외(心外): 생각지도 않음. 또는 그런 일.
예 부텨
얻녀 주020) 얻녀: 찾아. 구결문 ‘覔佛(멱불)야’에서 ‘覔(멱)…야’에 대한 번역. 얻-[覔]+니[行]+어(어미). ‘니’[行]는 점차 선행 어근의 행위를 계속함을 나타내게 됨으로써, 여기 ‘얻니-’는 찾아다니는 행위를 계속함을 나타낸다.
쇽졀업시 주021) 쇽졀업시: 속절없이. “어쩔 도리 없이” 정도의 뜻.
니다가 忽然
善知識 주022) 선지식(善知識): 본래는 불·보살을 가리키다가 선종(禪宗)이 전개되면서 화두(話頭)를 타파한 도인으로, 그 후에는 “올바른 도리와 이치를 가르쳐주는 사람”으로 일반화하였다.
의 드롤 길 쵸 니버 念에
光 주023) 광(光): 빛. 여기서는 “온전한 정신, 맑은 정신” 정도의 의미.
두르혀 제
本性 주024) 본성(本性): 본래 지니고 있는 고유한 성질이나 덕성(德性).
보니 이
性 주025) 성(性): 어떤 것의 본체(本體)를 이루는 것으로서 불변하는 고유의 것. 어떤 사물의 특징을 규정하는 것. 선천적인 것은 성(性)이고, 후천적인 것은 수(修)라고 한다.
이 本來
煩惱 주026) 번뇌(煩惱): 보리(菩提)의 반대. 망념(妄念)이라고도 함. 몸과 마음을 괴롭히고 어지럽히는 정신작용의 총칭.
ㅣ 업서
漏 주027) 누(漏): 마음으로부터 새어 나오는 것. 번뇌가 유정의 감관으로부터 새어 나옴, 또는 번뇌로 인해 마음이 흐트러진다든가 인간이 생사에 떨어짐을 일컫는 말.
업슨 智性이 本來 제
자 주028) 자: 갖추어져. 구결문 “智性(지성)이 本自具足(본자구족)야”에서 ‘具足야’에 대한 번역. -[具]+아(어미). ¶具足戒 戒니〈월석8:57ㄱ〉. 具 구〈신유,상8ㄴ〉. 具 촐 구〈석천34ㄴ.〉
곧 諸佛와
分毫도 주029) 분호(分毫)도: 털끝만큼도. 추호(秋毫)도. 매우 적거나 조금인 것을 비유적으로 이름.
다디 아니 닐오 頓悟ㅣ라
Ⓒ 언해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대답하길, “돈오(頓悟)는 범부가 알지 못한
(=미혹한)
때에 사대
(四大=땅·물·불·바람)
로 몸을 삼고 망상(妄想)으로 마음을 삼아 자성(自性) 이것이 진실한 법신(法身)인 줄을 알지 못하며, 자기의 영지
(靈知=신령한 지혜)
이것이 진실한 부처[佛]인 줄을 알지 못하여 마음[心] 밖에서 부처를 찾아 속절없이 다니다가 홀연히 선지식(善知識)의 〈부처로〉 들어가는 길 가르침을 입어
(=받고)
한 생각[念]에 빛[光]을 돌이켜 자기의 본성(本性)을 보니, 이 성
(性=본성)
은 본래 번뇌(煩惱)가 없어 누(漏) 없는 지성
(智性=지혜의 성품)
이 본래 스스로 갖추어져 〈있어서〉 곧 여러 부처와 털끝[分毫]만큼도 다르지 아니하므로, 〈이를〉 돈오(頓悟)라고 이른다.”
Ⓒ 역자 | 정우영 / 2009년 12월 20일
목우자수심결언해:12ㄱ
漸修者 雖悟本性이 與佛無殊나 無始習氣 難卒頓除故로 依悟而修야 漸熏功成야 長養聖胎야 久久成聖릴 故云漸修也ㅣ라 比如孩子ㅣ 初生之日에 諸根이 具足호미 與他無異컨마 然其力이 未充야 頗經歲月야 方始成人니라
Ⓒ 구결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목우자수심결언해:12ㄴ
漸修 주030) 점수(漸修): 깨달은 후에 점차로 닦음. 일반적으로는 점진적으로 수학하는 것. 순서에 따른 단계를 거치며 수행하는 것. 서서히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수행법.
비록
本性 주031) 본성(本性): 본래 지니고 있는 고유한 성질이나 성품.
이 부텨와 다디 아니 아나
無始 주032) 무시(無始): 처음 시작한 곳을 시작을 알 수 없는 과거. ¶無始 비르숨 업슬씨라〈월석11:42ㄱ.〉
習氣 주033) 습기(習氣): 익혀온 버릇, 익혀온 습성. 갖가지 번뇌의 결과로써 훈습된 여기(餘氣). 업(業)을 지은 결과로써 습관이 된 버릇이나 어떤 성벽(性癖) 등을 가리킴.
믄득 다
더루미 주034) 더루미: 더는 것이. 제거하는 것이. 덜-[除]+움(명사형어미)+이(주격조사).
어려운 젼로 아로 브터 닷가 漸漸
熏修 주035) 훈수(熏修): 영향을 받아 수행함. 훈(熏)은 향이 배어드는 것처럼 어떤 것이 다른 것으로 그 성질을 바꾸는 것. 수(修)는 수행을 말함. 지눌은 “거울을 털어서 점점 빛나 밝아지는 것과 같다”[修如拂鏡 漸瑩漸明(수여불경 점형점명)]고 비유하였다.
야
功 주036) 공(功): 애써서 들이는 정성과 힘. 부처의 가르침대로 행하고 마음을 닦아 얻은 힘.
이
이러 주037) 이러: 이루어져. 일-[成]+어(어미). ¶내히 이러 바래 가니〈용가2.〉
聖人ㅅ 주038) 성인(聖人)ㅅ: 불·보살의. 중생 제도를 위하여 출현한 성자(聖者)의.
胎 주039) 태(胎): 어미의 태 안. 여기 ‘聖人ㅅ胎’는 “성인(聖人)으로 발전할 근거가 되는 토대”를 비유적으로 이른 말.
길어 주040) 오라 주041) 오라: 오래 되어야. 오랜 기간이 되어야만. 구결문 “久久成聖(구구성성)릴”에서 ‘久久’에 대한 번역.
聖人이 욀 닐온 漸修ㅣ라 가비건댄
아 주042) 아: 아이[孩子]. 아이가. 구결문 “比如孩子(비여해자)ㅣ”에서 ‘孩子(해자)ㅣ’에 대한 번역. 아·[兒]+Ø(무형의 주격조사). ‘아’의 기본 성조가 ‘0-1’(평성-거성)이고, ‘’가 ㅣ하향이중모음이므로 주격조사(거성) ‘ㅣ’가 결합해도 ‘ㅣ’가 드러나지 않고 성조에도 변동이 없다.
주043) : 갓. 이제 막. 처음. 방금. 구결문 “初生之日(초생지일)에”에서 ‘初’에 대한 번역.
난 나래
諸根 주044) 제근(諸根): 모든 기관. 불교에서 근(根)은 감각기관을 말하는데, 눈·귀·코·입·몸·생각 등을 가리킨다.
이
조미 주045) 조미: 갖추어짐이. -[具]+옴(명사형)+이(주격조사). ¶集一切 功德은 萬德이 圓히 조미오 淸淨三昧 죠고맛 드틀도 셔디 아니호미오〈월석18:69ㄱ.〉
과 다디 아니컨마 그러나
목우자수심결언해:13ㄱ
그 히미 充實티 몯야 歲月
해 주046) 해: 많이. 하[多]+이(부사 파생접미사). 형용사 어간 ‘하-’가 형태상의 변화 없이 통사 범주를 부사로 바꾸어 쓰는 ‘하’가 있는데, 이를 영접사 파생(零接辭派生)이라 한다. ‘하’는 “매우” 정도의 의미. ¶내 모미 하 커 수물 꿈기 업서〈월석2:51ㄱ.〉
디내야 주047) 디내야: 지내야만. ‘’는 단독과 강조의 보조사. 체언이나 조사, 어말어미 뒤에 두루 통합할 수 있었다.
비르서 사 외니라
Ⓒ 언해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점수(漸修)는 비록 본성
(本性=본래의 성품)
이 부처와 다르지 아니한 것을 아나
(=깨달았으나)
, 시작을 알 수 없는 〈과거로부터〉 익혀온 버릇
[=습기(習氣)]
을 문득
(=갑자기)
더는 것이
(=없애는 것이)
어려운 까닭으로, 앎
(=깨달음)
에 의지해 닦아 점점 훈수(熏修)하여 공(功)이 이루어져서 성인(聖人)의 태
(胎=모태)
를 길러 오래 되어야만 성인(聖人)이 될 것이므로 이른바 점수(漸修)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를〉 비유하자면 아이가 갓 태어난 날에 모든 근
(根=기관)
이 갖추어짐은 남과 다르지 아니하건마는, 그러나 그 힘은 충실치 못하여 세월을 많이 지내야만 비로소 사람[成人]이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 역자 | 정우영 / 2009년 1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