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자수심결언해:7ㄴ
問汝ㅣ 言見性니 若眞見性인댄 即是聖人이라 應現神通變化야 與人有殊ㅣ니 何故로 今時修心之輩ㅣ 無有一人이 發現神通變化耶오
Ⓒ 구결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목우자수심결언해:9ㄴ
무로
네 주001) 네: 네가. 구결문 “問汝ㅣ 言見性니”에서 ‘汝ㅣ’에 대한 번역. 너[汝.평성]+ㅣ(주격조사.거성)→:네(상성). 15세기 국어 문헌에서 인칭대명사의 주격 형태와 관형격 형태는 성조를 표시한 방점 표기에 의해 구별되었다. ① ‧내(거성.주격), 내(평성.관형격). ② :네(상성.주격), 네(평성.관형격). ③ ‧뉘(거성.주격), :뉘(상성.관형격). ④ :제(상성.주격), 제(평성.관형격) 등이다.
見性을 니니 다가
眞實 주002) 진실(眞實): 있는 그대로의 모습. 거짓이 없이 참된 것.
ㅅ
見性 주003) 견성(見性): 자신의 본성(本性)을 깨닫는 것.
인댄 곧 이 聖人이라 반기
神通 주004) 신통(神通): 우리의 마음으로는 헤아리기 어렵고, 생각할 수 없는 온갖 일에 통달하여 자유자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힘.
變化 주005) 변화(變化): 형태와 모양이 갖가지로 변하는 것. 여러 가지로 모습을 바꿔서 몸을 나타내는 것.
나토아 주006) 나토아: 나타내어. 나토-[現]+아(어미). ‘나토-’는 ‘낟-[現]’에 사동접미사 ‘-호-’가 결합한 파생어. ¶表 物을 보람야 나톨씨라〈능엄1:70ㄴ.〉
사과
달오미 주007) 달오미: 다름이. 다른 것이. 구결문 “與人有殊ㅣ니”에서 ‘殊(수)’에 대한 번역. 다-[殊·異]+옴(명사형어미)+이(주격조사). ‘다-’가 활용할 때 자음 어미 앞에서는 ‘다-’로, 모음 어미 앞에서는 ‘달ㅇ-’로 실현돼 오늘날과는 활용형이 달랐다. ‘’불규칙용언. ¶殊는 다씨라〈능엄8:33ㄱ〉. 中國귁에 달아〈훈언1ㄴ〉. 오늘날처럼 ‘달ㄹ-’로의 활용은 태산집요(1608)에 나타난다. ¶쳑이 다이저 촌구애셔 달라〈태산8ㄴ.〉
이시리니 엇던 젼로 이제 닷 사미 사미 神通變化
나토리 주008) 나토리: 나타내는 사람이. 나토-[發現]+ㄹ(관형사형어미)+이(의존명사)+Ø(무형의 주격조사).
업스뇨 주009) 업스뇨: 없느냐? 없는가? 없-[無]+(으)니(어미)+오(의문법어미). 설명의 의문법 어미 ‘오’가 선택된 것은 앞에 나온 물음말 ‘엇던’과 관계가 있다.
Ⓒ 언해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묻기를, “네가 견성(見性)을 말하나니, 만약에 진실(眞實)한 견성이면 이 〈이가〉 곧 성인(聖人)이라, 마땅히 신통(神通)·변화(變化)를 나타내어 〈보통〉 사람과 다름이 있을 것이니, 〈그런데〉 어떤 까닭으로 지금 마음 닦는 사람이 한 사람도 신통·변화를 나타내는 사람이 없는가?”
Ⓒ 역자 | 정우영 / 2009년 12월 20일
목우자수심결언해:7ㄴ
答汝ㅣ 不得輕發狂言야 不分邪正이니 是爲迷倒之人이라 今時學道之人이 口談眞理호 心生退屈야 返墮無分之失者ㅣ 皆汝
목우자수심결언해:8ㄱ
所疑라
Ⓒ 구결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목우자수심결언해:9ㄴ
對答호 네 미친 마
가야 주010) 가야: 가벼이. 가볍게. 경솔하게. 구결문 “輕發狂言(경발관언)야”에서 ‘輕(경)’에 대한 번역. 이 책에 나오는 순경음 ‘ㅸ’은 이미 1461년 능엄경언해에서 폐지되어 ‘’[礫]을 제외하고는 모두 ‘ㅸ→w(오/우)’ 또는 ‘ㅸ→ㅇ’로 교체되었다. 이 책에 쓰인 ‘ㅸ’은 ‘-이’형 파생부사에서 보수적인 표기를 고수한 예외적인 표기다.
發야
邪正 주011) 사정(邪正): 삿되고 올바름. 그릇됨과 올바름. 그름과 옳음. 삿된 것과 바른 것.
分揀 주012) 분간(分揀): 사물이나 사람의 옳고 그름, 좋고 나쁨 따위와 그 정체를 구별하거나 가려서 앎. 어떤 대상이나 사물을 다른 것과 구별하여 냄.
아니호미 몯리니 이
어린 주013) 어린: 어리석은. 한문 “迷倒之人(미도지인)”에서 ‘迷(미)’에 대한 번역. ‘미혹(迷惑)한’ 즉 “무엇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한” 정도의 뜻.
갓 주014) 갓: 거꾸로 된. 원래와 달리 거꾸로 된. 전도(顚倒)된. 갓-[倒]+ㄴ(관형사형어미). 이 같은 환경에서 어간 말음 ‘ㄹ’은 자동 탈락함.
사미라 이제 道
홀 주015) 홀: 배울. 음성적 표기를 지향했던 훈민정음 창제 초기문헌에서는 ‘홀 싸’(능엄1:91ㄴ) 또는 ‘ 사’(능엄1:10ㄱ)처럼 표기되었으나, 원각경언해(1465)부터는 고유어에서 ‘ㆆ’과 ‘각자병서’를 폐지함으로써 ‘홀 사’(원각,상1-2:31ㄱ)으로 나타난다.
사미 이베 眞實ㅅ 理 닐오 매
믈루믈 주016) 믈루믈: 물러남을. 므르-[退]+움(명사형어미)+을(목적격조사). ‘므르-’ 동사는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믈ㄹ-’로 바뀌어 현대국어 ‘르’불규칙용언처럼 활용하였는데, 15세기 국어에서는 극히 한정되어 있었다. 누르다[壓], 다[急], 브르다[號], 모다[不知], 흐르다[流], 다[乾/渴] 정도가 고작이었다.
내야
도혀 주017) 도혀: 도리어. 구결문 “返墮無分之失者(반타무분지실자)ㅣ”에서 ‘返(반)’에 대한 번역. 예상이나 기대 또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반대되게. 돌-+(사동접사)+-+어(어미). 고유어에서 각자병서가 폐지된 원각경언해(1465) 이전에는 ‘도’(영가,하144ㄱ)로 표기되었다.
分에 주018) 분(分)에: 분수에. 구결문 “返墮無分之失者(반타무분지실자)ㅣ”에서 ‘無分之失(무분지실)’을 풀이한 일부. ‘무분지실’은 “중생의 분수로는 성인의 경지에 들어갈 수 없다는 착각(=잘못)” 정도로 풀이된다.
업수라 주019) 업수라: 없도다. 없구나. 없-[無]+우(인칭활용의 선어말어미)+라(종결어미).
혼
허므레 주020) 허므레: 허물에. 잘못에. 착각에. 한문 “返墮無分之失者”에서 ‘失’에 대한 번역.
디리 주021) 디리: 떨어지는 것이. 어떤 상태나 처지에 빠지는 것이. 구결문의 “墮…失者ㅣ”에 대한 번역. 오늘날 여러 주석서에서는 “…는 잘못(또는 착각)에 떨어진 자들은” 정도로 풀이하고 있으나, 뒤에 오는 “다 네 疑心이라”를 볼 때 신미스님의 번역에 따라 ‘-에 떨어지는 것이’ 정도로 옮기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다 네 疑心이라
Ⓒ 언해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대답하기를, “너는 미친 말을 가볍게 발하여 사정
(邪正=삿된 것과 바른 것)
을 분간(分揀) 못해서는 안 될 것이니, 이는
(=그것은)
어리석고 거꾸로 된 사람이다. 지금 도(道) 배우는 사람은 입으로는 진실(眞實)한 이치를 말하되, 마음으로는 물러남
(=물러나는 마음)
을 내어 도리어 〈나의〉 분수에 없구나 하는 허물
(=잘못)
에 떨어지는 것이 모두 너의 의심(疑心)이다.”
Ⓒ 역자 | 정우영 / 2009년 12월 20일
목우자수심결언해:8ㄱ
學道而不知先後며 說理而不分本末者 是名邪見이오 不名修學이니 非唯自誤ㅣ라 兼亦誤他니 其可不愼歟아
Ⓒ 구결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목우자수심결언해:9ㄴ
道 호 先後 아디 몯며 理 닐
목우자수심결언해:10ㄱ
오
本末 주022) 본말(本末): 사물이나 일의 중요한 부분과 중요하지 않은 부분. 근본과 지엽(枝葉=중요하지 않고 부차적인 부분).
分揀
몯린 주023) 몯린: 못하는 것은. 일정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은. 한문의 “不分本末者(불분본말자)”에서 ‘不…者’에 대한 번역. 몯-[不]+ㄹ(관형사형)+이[의존명사.者]+ㄴ(보조사).
이 일후미
邪見 주024) 사견(邪見): 그릇된 견해. 삿된 견해. 원인과 결과의 도리를 인정하지 않는 그릇된 견해. 진리를 깨치지 못하여 망녕되고 삿된 생각으로 사물을 보고 판단하는 것.
이오 修學이라 일훔 몯리니 저
:욀 주025) 욀: 그르칠[誤]. 잘못될. :외-[誤]+ㄹ(관형사형어미). ‘외다’의 현대어형은 없으나, ‘왼쪽’같은 데에 화석으로 남아 있다. ¶是 올 시. 非 욀 비〈자회,하12ㄴ.〉
미 아니라
조쳐 주026) 조쳐: 남조차. 남까지. ‘조쳐’는 ‘조치-[兼]+여(어미 ‘-어’의 이형태)’로 ‘조치-’는 ‘좇-+이-’의 결합에 의한 파생어.
:외에 주027) 외에: 잘못되게. 그르치게. 외-[誤]+에(ㅣ하향이중모음 아래에서 ‘-게’의 이형태).
니 그 삼가디
아니려 주028)
Ⓒ 언해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도(道)를 배우되 앞과 뒤를 알지 못하며, 진리를 말하되 본말(本末)을 분간(分揀)하지 못하는 것은 이
(=그)
이름이 사견(邪見)이고 수학
(修學=닦고 배움)
이라고 이름해서는 안 될 것이니, 〈이것은〉 자기를 그르칠 뿐만 아니라 또 남까지 그르치게 하나니 그것을 삼가지 아니하겠는가?
Ⓒ 역자 | 정우영 / 2009년 12월 20일
목우자수심결언해:8ㄱ
夫入道ㅣ 多門니 以要言之ㄴ댄 不出頓悟漸修兩門耳니 雖曰頓悟頓修ㅣ 是最上根機의 得入也ㅣ나 若推過去컨댄 已是多生애 依悟而修야 漸熏而來야 至于今生야 聞即發悟야 一時頓畢이니 以實而論컨댄 是亦先悟後修之機也ㅣ니 則而此頓漸兩門이 是千聖軌轍也ㅣ니
Ⓒ 구결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목우자수심결언해:10ㄱ
道애
드로미 주029) 드로미: 들어감이. 들어가는 것이. 구결문 “夫入道(부입도)ㅣ”에서 ‘入(道)ㅣ’에 대한 번역. 들-[入]+옴(명사형어미)+이(주격조사). 모음조화 표기에 따른다면 ‘드루미’가 바르다. ¶욤업수매 드루미 곧 맛니〈수심결37ㄴ.〉
門이 하니
조외요로 주030) 조외요로: 종요로움으로. 중요한 것으로. 조외-[要]+욤(명사형어미 ‘-옴’의 음운론적 이형태)+로(도구의 부사격조사).
닐올딘댄 주031) 닐올딘댄: 이를진대는. 말할진대는. 니-[言]+오(선어말어미)+ㄹ딘댄(어미구성체). ‘니-’가 모음 어미 앞에서는 ‘닐ㅇ-’로 바뀌며, 어미 구성체 ‘-ㄹ딘댄’은 오늘날 ‘-ㄹ진대는’ 정도의 어미에 대응되며, ‘-ㄹ진대’에 보조사 ‘ㄴ’이 결합한 말로 ‘-ㄹ진대’를 강조한다. 앞 절의 일을 인정하면서, 그것을 뒤 절 일의 조건이나 이유, 근거로 삼음을 나타내는 연결어미로, 장중한 어감을 띤다.
믄득 알며
漸漸 주032) 점점(漸漸): 조금씩 더하거나 덜하여지는 모양.
닷논 주033) 닷논: 닦는. 닷-[修]+(현재시제)+오(대상활용의 선어말)+ㄴ(관형사형어미). ‘-오-’는 꾸밈을 받는 명사(여기서는 ‘門’)가 꾸미는 말의 의미상 목적어임을 나타내는 기능을 나타낸다. 기저형 ‘-’은 자음 어미 앞에서는 ‘-→닷-’으로 자음군이 단순화한다.
두 門에 나디 아니니 비록 믄득 알며 믄득 닷고미 이 上
根機 주034) 근기(根機): 중생의 성품을 가리키는 말. 본래 근(根)이란 어떤 것의 근본이 되는 힘을 말하며, 기(機)란 곧 발동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중생들이 저마다 지니고 있는 성질 가운데 무엇인가를 발휘할 수 있는 근본이 되는 것을 가리켜서 근기라고 한다. 불교적으로는,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받고 교화를 입을 수 있는 소질과 수행을 통해서 얻은 능력을 가리킨다. 흔히 선근(善根)이니 악근(惡根)이니 하는데, 이는 선업을 짓는 근원과, 악업을 짓는 근원을 대비시킨 말이다.
의 得入이라 니나 다가 過去
推尋컨댄 주035) 추심(推尋)컨댄: 추심하건댄. 미루어 살펴보건대. 미루어 궁구(窮究)하건대는.
셔 주036) 셔: 벌써. 이미. 한문의 “已是多生애”에서 ‘已’에 대한 번역. 현대 국어사전에서 ‘벌써’는 “① 예상보다 빠르게 어느새, ② 이미 오래전에”의 뜻으로 쓰이는바 여기서는 ②의 뜻. 표기법으로는 원각경언해(1465) 이전에는 주로 ‘쎠’로, 그 후에는 ‘셔’로 표기되었다. ¶聖人이 겨시니가 公이 닐오 셔 주그시니라〈원각,서68ㄱ〉. 오히려 ‘마’가 적합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마’는 “이미” 외에 “장차”의 의미도 가지고 있으므로 ‘돈오돈수’가 과거 다생의 앎(=깨달음)에 의거한 결과라는 관점에서 ‘셔’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多生 주037) 다생(多生): 여러 생(生). 육도(六道)를 윤회하면서 태어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애. ‘육도’는 중생이 생전에 지은 행위에 따라 죽은 뒤에 살게 된다는 6세계. 지옥도·아귀도·축생도·아수라도·인간도·천상도.
애 아로 브터 닷가 漸漸
熏修야 주038) 훈수(熏修)야: 영향을 받아 수행하여. 훈(熏)은 향이 배어드는 것처럼 어떤 것이 다른 것으로 그 성질을 바꾸는 것. 수(修)는 수행을 말하는데, 지눌은 “거울을 털어서 점점 빛나 밝아지는 것과 같다”[修如拂鏡(수여불경) 漸瑩漸明(점형점명)]고 비유하였다.
와
今生 주039) 애 니르러 듣고 곧 아라
주040) : 한 때에. 구결문 “一時頓畢(일시돈필)이니”에서 ‘一時’에 대한 번역. 한 시점에.
믄득
니 주041) 니: 마치나니. 마치느니라. 동사의 기저형은 ‘다’. 15,16세기 대부분 문헌에는 어간 ‘-’ 뒤에 휴지나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고 등)가 올 때는 8종성가족용법에 따라 말음 ‘ㅊ’을 동일 서열(치음)의 전청자 ‘ㅅ’으로 썼다. 예외적으로 훈민정음해례(1446)·용비어천가(1445-1447)·월인천강지곡(1447)에서는 기저형을 표기에 반영한 표기법이 쓰이기도 하였다. ¶곶爲梨花〈정음해례:종성해〉. 좇거늘〈용가36장〉. 맞나며〈월곡178장〉 등.
實로 니건댄 이 몬저 알오 後에 닷논 根機니 그러면 이
頓 주042) 돈(頓): 돈오(頓悟)를 뜻함. 문득(=단번에, 단박에) 깨닫는 것.
점(漸) : ‘점차, 차례, 순서’ 등을 뜻하는 부사. 문맥상 점수(漸修) 즉 “단계적으로 깨달음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돈오·점수’는 문득 깨달음에 이르는 ‘돈오(頓悟)’의 경지에 이르기까지에는 그 이전이나 이후에 점진적 수행단계(修行段階)가 따른다는 것으로서, ‘돈오’한 후에 ‘점수’한다[先悟後修(선오후수)]는 주장과, 그 이전에 이미 ‘점수(漸修)’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중국 당(唐)나라 신회(神會)와 고려의 목우자 지눌(知訥)은 전자의 입장에 있다.
과 漸괏 兩門이 이 千聖ㅅ
法 주043) 법(法): 제 성품을 가졌고[任持自性] 물건의 알음알이를 내게 하는[軌生物解] 두 뜻을 가졌다. 자신의 독특한 성품을 가지고 있어 궤범(軌範)이 되어 다른 이에게 일정한 요해(了解)를 내게 하는 것. ‘궤범’은 어떤 일을 판단·행동하는 데에 본보기가 되는 규범이나 법도.
이니
Ⓒ 언해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도(道)에 들어가는 것이 〈그〉 문(門)이 많으니 중요한 것으로 말할 것 같으면, ‘문득 알며’
[=돈오(頓悟)]
와 ‘점차로 닦는’
[=점수(漸修)]
두 문(門)에서 벗어나지 아니하니라. 비록 문득 알며
(=깨달으며)
문득 닦아
(나아가는)
것
[돈오돈수(頓悟頓修)]
이것은 가장 상근기(上根機)의 득입
(得入=진여의 깨달음에 들어감)
이라고 말하나, 만약에 과거를 추심(推尋)하건댄 벌써
(=이미)
다생
(多生=여러 생)
에서 앎에 의거하여 닦아서 점차로 훈수(熏修)해 와서
(=익혀 오다가)
금생
(今生=지금 생애)
에 이르러 듣고 곧 알아
(=깨달아)
한 때에 문득 마치나니, 〈이것은〉 실제로 말하건대 이것 또한 먼저 알고
(=깨닫고)
후에 닦는 근기(根機)이니, 그러면 이 돈
(頓=돈오)
과 점
(漸=점수)
의 두 문(門) 이것은 일천
(=모든)
성인(聖人)이 가는 법
(法=궤범/길)
이니라.
Ⓒ 역자 | 정우영 / 2009년 12월 20일
목우자수심결언해:8ㄱ
則從
목우자수심결언해:8ㄴ
上諸聖이 莫不先悟後修시며 因修乃證이시니 所言神通變化ㅣ 依悟而修야 漸熏所現이라 非謂悟時예 即發現也ㅣ라 如經에 云샤 理即頓悟ㅣ라 乘悟倂消ㅣ어니와 事非頓除ㅣ라 因次第盡이라 시니
Ⓒ 구결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목우자수심결언해:10ㄱ
그러면
우흿 주044) 우흿: 위의. 과거의. 과거에 존재한. ‘우흿 諸聖’은 ‘NP1읫 NP2’ 구성으로서 선행 명사구 ‘위(=과거/예전)’는 후행명사구 ‘諸聖’이 존재한 ‘시간’이다. “과거에 사신/존재한 諸聖”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 ‘우ㅎ’는 공간 개념어가 시간 개념어로 확대 사용된 예라 하겠다. ¶千世 우희 미리 定샨 漢水北에〈용가125장.〉
諸聖이 몬저
알오 주045) 알오: 알고. 깨닫고. 알-[悟]+오(어미 ‘-고’의 음운론적 이형태). 여기 어미 ‘고→오’ 교체는 15세기 중엽에서 16세기 중엽까지 문헌에서 어간 말음 ‘ㄹ’ 아래에 ‘ㄱ’으로 시작하는 문법형태소[고, 거 등]가 올 때 후음 ‘ㅇ’[ɦ]로 약화되는 규칙의 적용을 받은 결과이다.
後에 닷시며 닷고 因야
證티 주046) 증(證)티: 증득(證得)하지.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하나가 된 완전한 경지가 되지. 진리를 확연히 깨달아 걸리고 막힘이 없이 증명이 되지.
아니시니 업스시니 닐온 神通變化ㅣ
아로 주047) 아로: 앎을. 구결문 “依悟而修야”에서 ‘依悟(의오)’ 즉 “아로 브터”인데, ‘브터’는 오늘날에는 ‘…에’를 취하고 “어떤 사실이나 원리 따위에 근거하여”를 뜻하므로 “앎에, 깨달음에” 정도로 풀이한다.
브터 닷가 漸漸 熏修
목우자수심결언해:10ㄴ
야 나톤디라 안 곧
發現타 주048) 발현(發現)타: 발현한다. 속에 있거나 숨은 것이 밖으로 나타난다.
니논디 주049) 니논디: 말하는 것이. 니-[謂]+(현재시제)+오(선어말)+ㄴ(관형사형어미)#(의존명사)+이(주격조사).
아니라 經에 니샤 理 믄득 아라 아로 因야 다
어니와 주050) 어니와: 사라지거니와. -[消]+어니와(어미). ‘-어니와’는 어미 통합구조체 ‘-거니와’가 ‘ㄹ’로 끝나는 어간 아래에서 ‘ㄱ→ㅇ’로 약화되는 규칙의 적용을 받은 이형태로, 앞의 사실을 인정하면서 관련된 다른 사실을 이어 주는 연결 어미.
事 주051) 사(事): 상대 차별한 현상. 이(理=불변의 진리나 이치)에 대립되는 것. 다양한 현상(現象) 세계의 차별상(差別相).
믄득
더디 주052) 더디: 덜지. 제거되지. 덜-[除]+디(어미). 어간 ‘덜-’은 한자 ‘除’에 대한 번역으로 “덜다, 없애버리다/없어지다” 등의 뜻을 나타냄. 중세국어에서 어간 말음이 ‘ㄹ’인 형태소 뒤에 ‘ㄴ, ㄷ’으로 시작되는 형태소(니, 디 등)가 오면 ‘ㄹ’은 자동 탈락하였다. ¶이니[成](←일-+니)〈월석1:47ㄱ〉. 거스디[拒](←거슬-+디)〈석상6:8ㄴ.〉
몯야 次第 因야
다다 주053) 다다: 다한다. 구결문 “因次第盡이라”에서 ‘盡’에 대한 풀이. ‘다-’[盡]는 동사의 일반형 ‘X-’형에 비하면 고립적이며, 후대로 갈수록 ‘다-’형이 점차 증가한다. 이것의 후대형 ‘다하다’는 동사 일반형 ‘X-’의 유추적 변화로 이해된다.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변화한 예로 ‘더으다[加]〉더하다’가 있다.
시니
Ⓒ 언해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그러면 과거의 모든 성인(聖人)들은 먼저 알고
(=깨닫고)
후에 닦으시
(었으)
며, 〈그〉 닦음을 인하여서 증
(證=증득)
하지 아니하신 이가 없으시
(었으)
니, 이른바 신통변화(神通變化)는 앎
(=깨달음)
에 의거하여 닦아 점차로 훈수
(熏修=영향을 받아 수행)
하여 나타난 것이라, 안
(=깨달은)
때에 곧 발현(發現)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경(經)에 이르시되, “이
(理=이치)
는 문득 알아
(=깨달아)
앎으로 인하여 모두 사라지거니와
(=없어지는데)
, 사
(事=현상/현실)
는 문득
(=단번에)
덜지
(=제거되지)
못하여 차례(次第)를 인하여 다한다
(=없어진다)
.”고 하시었다.
Ⓒ 역자 | 정우영 / 2009년 12월 20일
목우자수심결언해:8ㄴ
故로 圭峰이 深明先悟後修之義샤 曰識冰池而全水ㅣ나 借陽氣以鎔消며 悟凡夫而即佛이나 資法力以熏修ㅣ니 冰消則水ㅣ 流潤야 方呈漑滌之功이오 妄盡則心靈通야 應現通光之用이라 시니 是知事上神 9ㄱ通變化ㅣ 非一日之能成이라 乃漸熏而發現也ㅣ로다
Ⓒ 구결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목우자수심결언해:10ㄴ
그럴
圭峯 주054) 규봉(圭峯): 규봉 종밀(圭峯宗密, 780~841). 당나라 때 화엄종의 스님. 과주(果州) 서충(西充)사람. 젊어서 유학에 통하고 수주(遂州) 도원선사(道圓禪師)에 의하여 출가하여 선을 배우고, 중년에 청량(淸凉)의 화엄을 배웠다. 이렇게 선학(禪學)과 교법(敎法=부처가 설법한 가르침)을 두루 배운 그는 선교의 일치[禪敎一致]를 부르짖음. 저서로는 신화엄경론(新華嚴經論), 원각경소(圓覺經疏) 등이 있다.
이 몬저 알오 後에
닷논 주055) 닷논: 닦는. -[修]+(현재시제)+오(대상활용의 선어말)+ㄴ(관형사형어미). 말음이 ‘ㅺ’인 어간 뒤에 자음 어미가 오면 ‘ㅺ→ㅅ’으로 자음군이 단순화하였다.
들
기피 주056) 기피: 깊이. 깊-[深]+이(부사 파생접미사). 오늘날에는 형용사 어간에 접미사 ‘-이’가 붙어 명사와 부사를 만들지만, 중세국어에서는 부사로 만들 때는 ‘-이’, 명사는 대체로 ‘-/의’가 사용되었다. 형용사가 명사화한 예로는 노[高], 기릐[長], 기픠[深], 킈[키], 고·구븨[曲]·치 등이 있다. 극히 제한적이지만 ‘-위’가 접미사로 쓰인 경우도 있으며, ‘길다’의 명사는 ‘기릐’ 외에 ‘기리’로도 나타나 형태상 구분이 안 되는 것도 있다. ¶더·치〈석상9:9ㄴ.〉
기샤 니샤 어름 모시
오 주057) 오: 온[全]. 온전한. 오·-[全]+ㄴ(관형사형 어미). 오늘날 관형사 ‘온’[온:]은 ‘百(백)’의 고유어 ‘·온’(거성)이 아니라 ‘오·’(평-거)의 축약형 ‘:온’(상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몸과 손과 :온 體니[身手는 全體니]〈법화2:62ㄴ.〉
므린 아나
陽氣 주058) 양기(陽氣): 햇볕의 따뜻한 기운. ¶自然히 能히 陽氣로 萬物을 비르서 내야 亨通케 고〈원각,서18ㄱ.〉
비러 노기며
凡夫 주059) 범부(凡夫): 지혜가 얕고 우둔한 중생. 불교에서는 대승·소승을 막론하고, 견도(見道) 이전의 올바른 이치를 깨닫지 못한 사람을 모두 ‘범부’라 한다.
ㅣ 곧 부톈 아나
法力 주060) 법력(法力): 불법의 힘. 불법(佛法)의 공덕력(功德力).
을 브터 닷니 어르미 노면 므리 흘러
부러 주061) 부러: 불어. 불어서. 구결문 “流潤야”에서 ‘潤야’에 대한 번역. 붇-[潤]+어(어미). 어간 ‘붇-’은 모음 어미가 오면 말음이 ‘ㄷ→ㄹ’로 변동하는 ‘ㄷ’불규칙동사. ¶潤 부를 윤〈신유,하50ㄴ〉. 潤 저즐 윤〈칠장사,유합7:27ㄱ.〉
반기
시술 주062) 시술: 씻을. 구결문 “方呈漑滌之功이오”에서 ‘漑滌(개척)’에 대한 번역. ¶滌근시슬시니〈법집75ㄴ〉. 滌 시슬 텩〈신유,하23ㄱ.〉
功 주063) 공(功): 공덕(功德). 애써서 들이는 정성과 힘.
나토고
妄 주064) 망(妄): 망념(妄念). 무명(無明)에서 비롯된 그릇된 생각. ‘무명’은 인간의 근본적인 무지(無知)로서 가장 근본적인 번뇌.
이 다면 미
靈通야 주065) 영통(靈通)야: 신령스럽게 서로 잘 통하여.
반기
神通 주066) 신통(神通): 우리 마음으로 헤아리기 어렵고, 생각할 수 없는 무애자재(無碍自在)한 통력(通力).
光明 주067) 광명(光明): 불·보살의 몸에서 나오는 빛이나 지혜. 불·보살의 광명은 중생을 비추어 여러 가지 이익을 주고, 악마를 항복받고, 중생을 보호하며 깨우쳐 탐(貪)·진(瞋) 번뇌의 어둠을 깨뜨리고 불도를 깨닫게 한다.
ㅅ 用 나토니라 시니
事上앳 주068) 사상(事上)앳: 현상의. 현실적인. 사실상의.
神通變化ㅣ 날 能히 일운 디 아니라 漸漸 熏修야 發現
알리로다 주069) 알리로다: 알 것이로다. 알-[知]+ㄹ(관형사형어미)#이(의존명사)+Ø-(무형의 서술격조사)+로(감탄법 선어말어미 ‘-도-’의 이형태)+다(어미).
Ⓒ 언해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그러므로 규봉(圭峯)이 먼저 알고
(=깨닫고)
후에 닦는 뜻을 깊이 밝히시어 이르시길 “얼음 연못이 온
(=온전한)
물인 줄 알지만 양기(陽氣)를 빌려 녹이며, 범부(凡夫)가 곧 부처인 줄 알지만 법력(法力)에 의지하여 닦나니, 얼음이 녹으면 물이 흘러 불어서 반드시 씻을 공
(功=공력)
을 나타내고, 망
(妄=망념/허망함)
이 다하면 마음이 영통
(靈通=신령하게 통)
하여 반드시 신통(神通)·광명(光明)한 용
(用=작용)
을 나타내느니라.” 하셨으니, 사상
(事上=현상/현실)
의 신통변화(神通變化)는 한 날에 능히 이룬 것이 아니라 점차로 훈수(熏修)하여 발현
(發現=밖으로 나타냄)
한 것임을 알 것이로다.
Ⓒ 역자 | 정우영 / 2009년 12월 20일
목우자수심결언해:9ㄱ
況事上神通이 於達人分上애 猶爲妖怪之事ㅣ며 亦是聖ㅅ 末邊事ㅣ니 雖或現之라도 不可要用이라 今時迷癡輩ㅣ 妄謂호 一念悟時예 即隨現無量妙用神通變化ㅣ라 니 若作是解면 所謂不知先後ㅣ며 亦不分本末也ㅣ라 旣不知先後本末코 欲求佛道린 如將方木야 逗圓孔也ㅣ니 豈非大錯이리오
Ⓒ 구결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목우자수심결언해:10ㄴ
며 주070) 며: 하물며[況]. 앞 사실과 비교하여 뒤의 사실에 더 강한 긍정을 나타낸다. 18세기 문헌까지 ‘며’형이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지만, 16세기 후반 문헌에 간헐적으로 ‘믈며’가 나타나고, 17세기 중반 이후부터 제2음절이 원순모음화한 ‘물며’형이 증가한다. 19세기 문헌부터는 제1음절에서 ‘ㆍ’가 완전히 사라지고 ‘하믈며’형과 ‘하물며’형이 공존하다가 20세기 국어에서 ‘하물며’로 통일된다. ¶믈며 이제 衰亡야시니〈소언6:58ㄱ.〉
事上
神通 주071) 신통(神通): 범부의 인식으로는 헤아릴 수 없으며, 불가사의하고 무애 자재한 능력. 신통력(神通力)·신력(神力)·통력(通力)이라고도 부름.
이 通達 사
分上애 주072) 분상(分上)애: 분수에서. 입장에서. 처지에서.
오히려
妖怪 주073) 이리며 이
聖人ㅅ 주074) 성인(聖人)ㅅ: 성인(聖人)의. 불·보살의. 중생 제도를 위하여 출현한 성자(聖者)의.
그텟 이리니 주075) 그텟이리니: 끝에 있는 일이니. 한문의 “末邊事(말변사)ㅣ니”에 대한 번역. ‘말변사’란 지엽적(枝葉的)인 일, 즉 “본질적이지 않은 부차적인 일”을 말하며 “하찮은 일”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비록 시혹
나톨디라도 주076) 나톨디라도: 나타낼지라도. ‘나토-’는 ‘낟-’에 사동접미사 ‘-호-’의 결합에 의한 사동사. 어미 구조체 ‘-ㄹ디라도’는 앞 절의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에 구애받지 않는 사실을 이어 말할 때에 쓰는 연결어미.
목우자수심결언해:11ㄱ
조 주077) 조: 중요하게. 긴요하게. 구결문 “不可要用이라”에서 ‘要(用)’에 대한 번역.
미 주078) 미: 쓰는 것이. 씀이. 쓰지. -[用]+움(명사형어미)+이.
몯리라 이제 어린 사미
간대로 주079) 간대로: 망령되이. 함부로. 되는대로. 간대[妄]+로(부사 파생접미사). ¶衆生ㅣ 迷惑야 能히 제 信티 몯 記 간대로 심기다 거늘〈월석17:85ㄴ〉. 갓 受苦ㅣ 더으고 간대옛 머즌 이 미리라〈석상20:12ㄴ〉. 간대옛 말[妄語]〈소학언해6:123.〉
너교
一念 주080) 일념(一念): 한결같은 마음. 또는 오직 한 가지 생각. 전심으로 염불함. 아주 짧은 순간. 또는 순간의 마음.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 그때.
안 곧 無量
妙用 주081) 묘용(妙用): 묘하게 사용함. 또는 묘한 용법. 신묘한 작용.
神通變化ㅣ 조차
낟니라 주082) 낟니라: 나타나느니라. 낟-/낱-[現]+(현재시제)+니+라.
니 다가 이 解 지면
닐온 주083) 닐온: 이른바. 세상에서 말하는 바. 한문의 “所謂”에 대한 번역. 동사의 관형사형 ‘니-[謂]+오+ㄴ’이 굳어져 부사로 쓰임. 어간 ‘니-’ 뒤에 모음 어미가 오면 ‘닐ㅇ-’로 활용함.
先後 아디 몯호미며
本末을 주084) 본말(本末)을: 사물이나 일의 처음과 끝을. 사물이나 일의 중요한 부분과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모음조화 규칙을 따랐다면 목적격조사는 ‘’을 선택하여 ‘本본末’로 표기되었을 것이다. ¶本末〈월석21:61ㄴ〉〈법화1:16ㄴ〉〈수심결10ㄱ.〉
分揀 몯호미라 마 先後 本末 아디 몯고
佛道 주085) 불도(佛道): 석가모니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면 불과(佛果)를 성취할 수 있는 것. 무상(無上) 보리(菩提)의 불과(佛果)를 가리킴.
求코져
린 주086) 린: 하는 것은. 구결문 “欲求佛道린”에서 ‘린’에 대한 풀이. 求코져#-[爲]+ㄹ(관형사형)+이(의존명사)+ㄴ(보조사).
方 주087) 방(方): 모가 난. ‘方-’와 같이 어근이 1음절인 파생어가 오늘날에는 적으나 20세기 전반만 하여도 문어에서 다수 사용되었다. ¶智 얼굴 업스나 機 비취면 고 조차 方며 圓니라〈영가,하12ㄱ〉. 方 모날 방. 圓 두려울 원〈신증유합,하48ㄱ.〉
남 주088) 남: 나무를. 15세기 국어에서 ‘나모’[木]는 뒤에 오는 조사의 음운환경에 따라 2가지 어형으로 실현되었다. ①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와 통합될 경우. ¶남, 남, 남, 남로, 남기라 등. ② 나모:공동격조사 ‘와’와 자음으로 시작하는 조사(관형격 ‘ㅅ’ 등), 그리고 휴지가 올 경우. ¶나모와, 나못그티, 나모, 나모 아래 등.
져 주089) 져: 가져. 가지고. 지-[將]+어(어미). 한자 ‘將(장)’은 문맥상 “가지다·취하다(取--)”의 뜻을 가지는데, ‘가지다’의 15세기 문헌어의 일반형은 ‘가지다’형이지만 신미대사의 오대산상원사 중창권선문(1464)과 이 책에는 독특하게 ‘지다’형으로 나타난다. ¶① 가져…마디니라[却不得將心]〈몽법5ㄱ〉. 두려운 부체 비록 가져[圓扇雖將]〈남명,상11ㄱ〉. ② 恒常 조 念을 져[恒懷淨念]〈권선문〉. 玉 져셔[如將皓玉야]〈수심결35ㄴ.〉
두려운 주090) 두려운: 둥근[圓]. 오늘날 ‘두렵다’는 [懼]의 뜻이지만, 15세기 국어에서 ‘두렵다’는 “둥글다, 원만하다”[圓]의 뜻이었으며, “두렵다, 두려워하다”[懼]는 뜻의 단어는 ‘두립다’였다. 정음 창제 초기문헌부터 1460년까지 성립된 문헌에서 ‘두렵-’은 뒤에 모음이 오면 ‘두려’(월석9:21), ‘두려’(월석8:26) 등으로, 능엄경언해(1461)부터는 ‘두려워’(능엄3:63ㄱ), ‘두려운’(능엄2:21ㄴ) 등으로 활용하였다. ‘ㅸ’은 활자본 능엄경언해(1461)부터 ‘오/우/ㅇ’로 전면 교체된다. 일반적으로는 ‘ㅸ[β]〉w’로 변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ㅸ’은 ‘ㅂ’불규칙 방언형과 ‘ㅂ’규칙 방언형의 차이를 고려한 ‘절충적 표기’로서, 능엄경언해에서 표기법을 바꾸어 ‘ㅸ→오/우/ㅇ’로 개정한 것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구무 주091) 구무: 구멍[孔]. 휴지(休止)나 자음으로 시작하는 조사 앞에서는 ‘구무’,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 앞에서는 ‘’의 형태로 연결된다. ¶如來ㅅ 모매 터럭 구무마다 放光샤〈석상11:1ㄴ〉. 道理ㅅ 굼글 다마〈월석,서21ㄴ.〉
마곰 니 엇뎨 큰 錯이 아니리오
Ⓒ 언해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하물며 사상
(事上=현상)
의 신통(神通)이란 통달(通達)한 사람의 분상
(分上=입장/경지)
에서는 오히려 요괴
(妖怪=요사하고 괴이)
한 일이며, 또 이것은 성인(聖人)의 끝에 있는 일
[말변사(末邊事)]
이니, 비록 혹 〈신통을〉 나타낼지라도 중요하게 쓰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어리석은 사람들이 함부로 여기기를, ‘일념(一念)으로 안
(=깨달은)
때에 곧 무량한 묘용(妙用)과 신통변화(神通變化)가 좇아서
(=따라서)
나타난다.’고 하나니, 만약에 이 같은 해
(解=견해)
를 지으면
(=만들면)
, 이른바 선후(先後)를 알지 못하는 것이며, 또 본말
(本末=근본과 지엽)
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미 선후와 본말(本末)을 알지 못하고서 불도(佛道)를 찾고자 하는 것은 〈마치〉 모가 난 나무를 가지고 둥근 구멍을 막는 것과 같으니, 어찌 큰 착
(錯=잘못/착오)
이 아니겠는가?
Ⓒ 역자 | 정우영 / 2009년 12월 20일
목우자수심결언해:9ㄱ
旣不知方便故로 作懸崖之想야 自生退屈야 斷佛
목우자수심결언해:9ㄴ
種性者ㅣ 不爲不多矣니 旣自未明코 亦未信他人의 有解悟處야 見無神通者고 乃生輕慢야 欺賢誑聖니 良可悲哉라
Ⓒ 구결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목우자수심결언해:11ㄱ
마
方便 주092) 방편(方便): 중생을 불법으로 이끌어 교화시키는 수단과 방법을 총칭하는 말. 궁극적으로는 진실(眞實)한 법으로 이끌기 위해서, 임시적으로 쓰는 방법. 가행(加行)의 동의어. ‘가행’은 목적을 이루려는 수단으로서 더욱 힘써 수행하는 것.
을 아디 몯 노
앳 주093) 앳: 절벽의. 낭떠러지의. 애[崖. 砯崖]+ㅅ(관형격조사). ‘애’는 ‘懸崖(현애)’에 대한 번역. 그 어원은 한자어 ‘砯崖’임을 월인석보와 삼강행실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자음이 전자에는 ‘砯崖애’로, 후자에는 ‘砯崖’로 표기되어 있는 것이 조금 다르지만, 동국정운에 ‘砯’〈1:5ㄴ〉과 ‘崖’〈5:32ㄱ〉·‘崖’〈5:24ㄱ〉가 모두 등재되어 있어 오류는 아니다. 아래 예를 통해 훈몽자회(1527)에서 ‘砯崖’에 대한 ‘애’가 당시 조선 현실한자음이라는 사실을 훈몽자회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砅崖ㅅ 머리예 가샤 구버보시고 大悲心을 내샤〈월석11:6ㄱ〉. 南녁 向야 울오 砯崖예 디여 주그니라〈삼강,열21ㄴ〉. 砯〈자회에 없음〉. 氷 어름〈자회,상1ㄴ〉. 崖 묏언덕 애〈자회,상2ㄱ.〉
想 주094) 상(想): 심소(心所)의 이름. 상상(像想)·감상(感想)·사상(思想) 등의 말과 같은 뜻. ‘앳 想’은 한문 ‘懸崖之想(현애지상)’에 대한 번역으로, “절벽을 바라보는 생각” 곧 수행자의 궁극적인 목표인 ‘부처’가 되는 것이 마치 절벽 위(‘빙애’)에 오르는 것처럼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
제 주095) 제: 자기가. 자기 자신이. 한문 “自未明코”에 대해 ‘:제 기디 몯고’로 풀이한 것이다. 저[自.평성]+ㅣ(주격조사. 거성)→ :제(상성). 15세기 국어 문헌에서 인칭대명사의 주격 형태와 관형격 형태가 방점 표기에 의해 구별되었다. ① :제(상성.주격), 제(평성.관형격). ② :네(상성.주격), 네(평성.관형격). 등.
믈루믈 주096) 믈루믈: 물러남을. ‘退屈(퇴굴)’에 대한 번역으로, “물러나는 것”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수행할 때 어려움에 봉착하여 보살 수행하려는 마음이 쇠퇴되는 현상”을 뜻한다.
내여
부텻 種性 주097) 부텻 종성(種性): 부처가 될 성질. ‘佛種性(불종성)’에 대한 번역. 모든 중생(衆生)이 본디 가지고 있는 부처가 될 성질(性質). 불성(佛性)이라고도 하며, 부처의 본성 내지는 부처가 될 수 있는 씨앗을 품고 있는 성품을 뜻함. 이와 관련된 단어로 여래장(如來藏)·여래성(如來性)·각성(覺性) 등이 있음.
그츠리 주098) 그츠리: 그치는 이가. 끊는 이가. 포기하는 사람이. 구결문 “斷佛種性者ㅣ”에서 “斷…者ㅣ”에 대한 번역. 긏-[斷]++이(의존명사)+Ø(무형의 주격조사).
하디 아니티 아니니 마 제
기디 주099) 기디: 밝히지. 한문의 ‘未明’에 대한 번역. -[明]+이(사동접미사)+디(어미). 15세기 문헌에는 ‘-’에 사동접미사 ‘-이-’가 결합한 ‘기-’형만 나타난다. 그러나 16세기 문헌에는 ‘키-’(유합,하42) 및 ‘키-’(번소10:14) 등도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어간 ‘-’에 사동접미사 ‘-히-’가 선택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몯고 他人의 안 곧
이쇼 주100) 이쇼: 있음을. 이시-[有]+옴(명사형어미)+(목적격조사). 다른 책에는 ‘이슈믈’(원각,상2-1:31ㄱ)도 나타난다.
믿디 아니야
神通 주101) 신통(神通): 우리 마음으로 헤아리기 어렵고, 생각할 수 없는 무애 자재(無碍自在)한 신통력. 앞 단락에서 통달(通達)한 사람의 경지에서는 오히려 ‘신통’이 요괴(妖怪)한 일이며, 성인의 끝에 있는 일[=말변사(末邊事)]이라고 하였다.
업스닐 보고
輕慢 주102) 경만(輕慢): 교만한 마음에서 남을 하찮게 여김. 업신여김.
내야 賢을 欺弄며 聖을
欺弄 주103) 니 實로 슬프다
Ⓒ 언해 | 신미 / 1467년(세조 13) 월 일
이미 방편(方便)을 알지 못하므로 높은 절벽을 바라보는 생각[想]을 지어 자기 자신이 물러남을 내어 부처가 될 성질
[불종성(佛種性)]
을 끊는
(=포기하는)
사람이 많지 아니하지 아니하니
[=끊는 사람이 많으니]
, 〈이것은〉 이미 자기 자신이 밝히지 못하고 또한 다른 사람이 안
(=깨달은)
바 있음을 믿지 않고 신통(神通) 없는 사람을 보고 경만(輕慢)을 내어 현인[賢]을 기롱(欺弄)하며 성인[聖]을 기롱하나니, 참으로 슬프구나.
Ⓒ 역자 | 정우영 / 2009년 1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