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기주에서 회포를 읊으면서 정심과 이지방에게 보낸다 100운[秋日夔府詠懷奉寄鄭監審李賓客之芳一百韻]
金篦 주1104) 금비(金篦) 금으로 만든 작은 칼이다. 본디 고대(古代) 인도(印度)의 의사(醫師)가 맹인(盲人)의 안막(眼膜)을 제거해 주는 도구였는데, 전하여 후세에 불가(佛家)에서 중생(衆生)들의 눈을 가리고 있는 무지(無智)의 막(膜)을 금비로 제거해 깨우치다란 의미이다.
空刮眼 鏡象未離銓
【釋書 주1105) 에 如良醫治目야 以金篦로 刮其眼膜이라 주1106) 여양의치목(如良醫治目)야 이금비(以金篦)로 괄기안막(刮其眼膜)이라 양의(良醫) 즉 명의가 눈을 치료할 때 금비로 안막을 긁어 눈을 치료한 것과 같다.
니 喩開悟 주1107) 개오(開悟) 지혜(智慧ㆍ知慧)가 열리어 도를 깨달은 것을 말한다.
迷心 주1108) 미심(迷心) 미혹된 마음이다. 마음이 홀린 것이다.
也ㅣ라 又如來心 주1109) 여래심(如來心) 여래의 마음이다. 여래는 석가모니의 10가지 이름 중 하나이다. 즉 석가모니의 마음을 뜻한다.
이 於中顯現이 如鏡中象이라 주1110) 어중현현(於中顯現)이 여경중상(如鏡中象)이라 가운데에 드러나서 거울에 비친 모습과 같다는 뜻이다.
니 甫ㅣ 言鏡中之象을 未離乎粗迹 주1111) 조적(粗迹) 거친 흔적 즉 불확실한 증거를 뜻한다.
호니 要當悟空達本 주1112) 오공달본(悟空達本) 공을 깨닫고 근본을 통달하다란 뜻이다.
이 如得魚忘筌 주1113) 득어망전(得魚忘筌) 『문선(文選)』에 ‘득어망전(得魚忘筌)’이라 했다. 곧 고기를 잡고나면 통발을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야 斯爲善學佛也ㅣ니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金 빈혀로 주1114) 갓 주1115) 누네 주1116) 주1117) 낀. ᄭᅵ-+ㄴ. ‘ᄭᅵ-’는 현대국어의 ‘끼다’로 중세국어와 현대국어에서 공히 자타동 양용동사로 쓰인다.
거슬 주1118) 거더 주1119) 릴 주1120) 니로다 주1121) 니로다 뿐이도다. 뿐이구나. ᄲᅮᆫ+이+도+다.
거우루엣 주1122) 거우루엣 거울의. 참조. 거우루. 거우로. 거올. 거울. ¶거우루 : 그 새 거우루엣 제 그르멜 보고〈석상24:20ㄱ〉 / 드틀 무든 匣애 거우루를 여러 내 고(塵匣元開鏡)「月」〈두시12:3ㄴ〉 / 거우로 : 鏡 거우로 〈훈몽 중7ㄴ〉 / 늘거 료란 거우로애 아노니(老罷知明鏡)「懷舊」〈두시21:41ㄴ〉 / 거올 : 鏡奩 거올 집〈역어 하15ㄱ〉 / 거울 : 거울 볼 사미 모로매 제 치 고오며 구줌 요매 이실 미니라〈법집32ㄴ〉.
얼구릐 주1123) 얼구릐 형체의. 얼굴+의. ‘얼굴’은 현대국어의 ‘얼굴’이 아니라 ‘형체’의 뜻이다.
자최 주1124) 여희디 주1125) 몯얏노라 주1126) 몯얏노라 못하고 있노라. 몯#ᄒᆞ-+야#잇-+ᄂᆞ+오+라.
Ⓒ 편찬 | 유윤겸, 유휴복, 조위, 의침 등 / 1481년(성종 12)
【한자음】 금비공괄안 경상미리전
【언해역】 금비녀로 한갓되이 눈에 낀 것을 걷어 버릴 뿐이구나. 거울의 형체의 자취를 여의지 못하고 있노라.
【현대역】 금비녀로 눈을 긁어대도 거울 속 형상에 대한 집착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구나.【석서(釋書)에 명의가 눈을 치료할 때 금비(金篦)로 안막(眼膜)을 긁어 눈을 치료한 것과 같다고 했으니 미혹된 마음이 깨달음의 세계가 열린 것을 비유한 것이다. 또한 여래심이 그 가운데 들어나서 거울에 비친 모습 즉 허상과 같다고 하였다. 두보가 거울 속의 상을 거친 흔적으로 떨쳐버리지 못하니 마땅히 공을 깨닫고 근본에 통달해야 하는 것이 고기를 잡으면 통발을 잊어버리는 것 같으니 이것이 불경을 배워 선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구절풀이】 금비녀로 눈을 긁어 진실을 가려내려고 해도 허상(虛像)을 진실이라 잘못 보는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는 말이다. 이 시의 마지막 구절로 두보의 불교에 대한 이해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며 두보가 한때 불교에 심취했다는 주장의 근거로 삼기도 하는 구절이다.
Ⓒ 역자 | 김성주 / 2019년 12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