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經)에 이르시기를, 멸악취보살이 비로자나불께 사뢰었다. “어떤 방편으로 중악(重惡) 중생을 빼내어 건져 낼 것입니까?” 하니, 부처께서 이르셨다. “무참괴(無慚愧), 사견(邪見), 방일(放逸)한 중생은 발제(拔濟)할 법이 없느니라.【사견(邪見)은 통(通)히 못 아는 견해(見解)이고, 방일(放逸)은 방종(放縱)하며 게으른 것이다.】 살아서는 종종(種種)으로 수고하고, 죽으면 무간지옥에 떨어져 장겁(長劫)에 불법(佛法) 명자(名字)도 듣지 못할 것이거니와, 하물며 부처를 보아 다시 인신(人身)을 얻으랴?” 보살이 또 부처께 사뢰었다. “여래는 방편이 끝없으시며, 여래의 신력이 다함이 없으실진대, 원하는 것은 중생을 위하시어 떳떳이 성불할 법을 말씀하십시오.” 부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비밀한 법을 두었느니, 세간에 흔하지 아니하니라.【비밀은 의리(義理)를 못내 아는 것이다.】 죄는 스러지고 성불함은 가장 위두(爲頭)하니 이름이 ‘수구즉득다라니(隨求卽得陁羅尼)’이다. 만약 사람이 이 진언의 이름을 잠깐 듣거나, 이름 외우는 사람을 친근히 하여 함께 살거나 하면, 일체의 천마(天魔)며 악귀며 선신왕(善神王)들이 항상 뒤미처 좇아 옹호하므로 재환(災患)은 없고, 몸은 편안케 할 것이거니, 하물며 자기가 외우는 것이랴? 외우며 지니는 사람은 비록 지극히 중(重)한 종종(種種)의 죄를 지어도 지옥에 떨어지지 아니할 것이다. 오직 성불함이 가까운 사람이야 이 진언을 듣지마는, 성불함에서 멀어져 있는 사람은 세세토록에 듣지 못할 것이다. 만약 이 진언을 한 자이거나 두 자이거나 내지 한 구(句)이거나 한 편(遍)이거나 정대(頂戴)하면, 차인(此人)은 제불(諸佛)과 다르지 아니할 것이다. 이 진언은 무수억(無數億) 항하사 제불(諸佛)의 지혜의 근본이다. 무량 제불이 출생 세간하시어 성취 대도(大道)하심이 이 진언을 지니신 까닭이신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비로자나여래께서 법계지중(法界智中)을 근거로 하시어【부처와 중생이 함께 있는 청정 각성(覺性)이다.】 무수겁이 다하도록 구하셔서야 얻으시니라. 일체 제불도 이 진언을 얻지 못하시면 불도를 이루지 못하실 것이다. 외도(外道) 바라문도 이 진언을 득하였으므로 불도를 빨리 이룬 것이다.” 옛적 마갈타국에 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이름이 구박(俱愽)이었다. 부처를 뵈옵지 못하며, 법을 듣지 못하고, 나날마다 종종의 살생(殺生)을 업같이 하다가 죽어서는 염왕께 갔거니와 왕이 제석께 사뢰었다. “이 사람은 어느 지옥에 보낼 것입니까?” 제석이 이르셨다. “이 사람의 죄는 끝이 없으니, 빨리 아비지옥으로 보내어라.” 옥졸이 잡아서 그 지옥에 넣으니, 지옥이 문득 연지(蓮池)가 되어 팔공덕수(八功德水)가 지중(池中)에 가득하고, 연꽃 위에 죄인들이 각각 앉아 있고, 고(苦)는 한낱도 없으므로 우두(牛頭) 옥졸(獄卒)이【우두 옥졸은 옥사장이(獄鎖匠伊) 같은 것이다.】 사뢰었다. “이 사람을 잘못 보내셨습니다. 지옥이 연지가 되었습니다.” 염왕이 제석께 사뢰었다. “이 구박은 죄를 아니 지은 사람이라야 신변(神變)이 이러합니다.” 제석이 답언(答言)하였다. “전생(前生)과 금생(令生)을 보아하니 선(善)이 티끌만큼도 없으니, 이 일을 나야 모를 것이로다.” 하고, 즉시 석가문불(釋迦文佛)께 가서 사뢰셨다. “구박의 선인(善因)은 어떠하였기에 신변이 이러한 것입니까?” 부처께서 이르셨다. “오직 인간의 해골을 보아라.” 제석이 구박의 장소(葬所)에 나아가 서녘으로 한 리(里)만큼 가보니 법문을 넣은 탑이 있는데, 탑 안에 있던 썩은 ‘수구진언(隨求眞言)’ 한 자(字)가 바람에 날려가 구박의 해골 위에 부딪쳐 있었다. 제석이 돌아와서 옮기고 옮겨 여덟 지옥에 넣으니, 지옥마다 한가지였다. 그때 구박이와 모든 죄인들이 더불어 삼십이상(三十二相)과 팔십종호(八十種好)가 갖추어져 함께 부처가 되었다. 상방무구불(上方無垢佛)이 이 구박이다. 비조(飛鳥), 축생(畜生)이라도 이 진언을 한 번이나 귀에 지나게 하면 후생(後生)에는 다시 축생이 되지 아니할 것이다. 옛날 오선나성(烏禪那城)에 한 왕의 이름이 범시(梵施)였다. 한 놈이 무거운 죄를 지으므로 왕이 ‘죽이라’ 하였다. 사람이 칼을 잡아서 죽이려 하니, 죄인이 재전(在前)부터 수구(隨求)를 팔에 가지고 행동하며, 또 마음에 잊지 아니하고 염(念)하였었다. 이런 탓으로 그 칼이 편편(片片)이 꺾어지므로 그 왕이 대로(大怒)하여 또 약차(藥叉)의 굴(屈)에 보내니까 약차들이 기뻐하여 먹으려 하였다. 〈그런데〉 죄인의 신상(身上)에 광명이 불길처럼 타오르니 약차가 두려워하고 공경하여 돌며 저쑤웠다. 왕이 갑절로 노하여 깊은 물에 던져 넣으니 물이 갑자기 말랐다. 왕이 놀라 황당히 여겨서 죄인을 불러 근원을 물으니 죄인이 사뢰었다. “내가 어진 일이야 없거니와 오직 수구(隨求)를 지녔습니다.” 왕이 찬게(讃偈)를 지어주시며 저쑵고, 비단으로 죄인의 머리를 매고, 정수리에 물을 붓고, 벼슬을 시키어 그 성(城)의 왕을 삼으시니라.【천축법(天竺法)은 좋은 벼슬을 시킬 때 먼저 비단을 그 사람의 머리에 매고 정수리에 물을 붓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