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一代)에 설하신 바는 현(顯)·밀(密) 양교를 벗어나지 아니하였다. 현교(顯敎)는 곧, 언어문자를 살펴 뜻을 알아서 마음 바탕을 밝히고 넓히는 것이며, 밀교(密敎)는 오롯한 마음으로 독송수지(讀誦受持)하여 재액(災厄)이 다하기를 비는 것이다.
밀교에는 진실로 여러 질(秩)의 책이 있지만 『불정심다라니경』이 가장 요긴하여 그 신이(神異)한 자취와 기이(奇異)한 흔적이 세상에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들이 온통 숭상(崇尙)하였으나, 그 판본이 인멸(湮滅)되어 세상 사람들이 얻어 받들어 지니기가 드물 지경이었다.
우리 인수왕대비전하(仁粹王大妃殿下)께서 주상 전하(主上殿下)를 위하여 영장(靈長)의 뛰어난 헤아림으로 마원(魔怨)을 다 없애고자, 이에 공인(工人)에게 명하여 당(唐)나라본 책을 본받아 자세하고 세밀하게, 그리고 자획을 바르게 베껴서 금속활자로 간행하여 그 전함을 오래게 했으니(오래 전해지도록 했으니), 대개 스스로에게 이익이 되게 하고 남도 이롭게 〈하고자〉 함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즐겨 읊조려 자신을 추슬러 남에게 미치게 하고, 개개인으로 하여금 돌아갈 바를 알게 하며, 창생(蒼生)을 시름과 궁핍한 지경에서 구제하고, 자녀를 생산의 어려움에서 회복케 하려고 함이다.
이에 자재(自在)한 업(業)이 근기(根機)와 인연(因緣)에 널리 응(應)하고, 원만(圓滿)히 통하므로, 넓은 문이 인간 세상에 크게 열려 공덕(功德)이 극히 신령스러워 온 대지에 선(善)한 덕(德)을 낳으니 미래가 다하도록 가피(加被)를 입지 아니함이 없을 것이다. 〈전하의 묘하고 뛰어난〉 헤아림이 아니었다면, 우리 전하께서 하여야 할 일의 완성과 원만한 깨달음의 경지를 진실로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성화 21년 을사(1485년) 봄 2월, 비구(比丘) 신 학조(學祖)는 삼가 발(跋)을 쓰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