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를 버리고 공에 붙음이 병이 또 그러하니, 공을 버리고 유를 취하는 것도 또 이와 같으니라. 바리의 주머니를 지녀 오되 밤이 밝지 아니할 때, 한 노로도 오직 송곳 끝이 날카로운 것을 보니라. [노(老)는 늙음이요, 로(盧)는 육조의 성이니 단경에 말씀하시되 “오조께서 밤이 삼경이거늘 혜능을 당내에 오라고 하시어 곧 돈교와 옷과 바리를 전하시고 너를 제6대 조사로 삼으니 잘 호념하여 모르는 사람을 널리 제도하라.” 하시므로 ‘밤이 밝지 아니하다.’ 하시니라.]
【주】〈첫 구는 이승(二乘)이라. 둘째 구절은 범부와 상견 외도이라. 넷째 구절은 육조께서 송운하시되 “보리가 본래 큰 나무에 없고 맑은 거울이 또 대(臺)가 아니니 본래 아무 것도 없거니 어느 곳에 티끌이 얽매이리요?” 하시니 이 말이 공(空)에 떨어진 듯하므로 이를 끌어 허공에 붙이는 것으로 증을 삼으시니라. 일찍이 말하되 오직 송곳 끝이 날카로운 것을 보고 끌의 머리가 네모남을 보지 못한다 하니, 송곳 날카로움은 공(空)이고 끌이 네모남은 유(有)이라.〉
Ⓒ 역자 | 김동소 / 2002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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