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가난하다 말하나 마음은 밝으니 성시와 산림에 근거한 곳이 없도다. 어미가 짠 헌 베적삼을 입으니 겁화를 몇 마디 내었느냐마는 사뭇 이와 같도다. [겁화는 겁의 불이니 석보에 새겨 있느니라.]
【주】〈성시는 화문(化門)이고 산림은 증(證)한 곳이라. 부모가 짠 본분의 옷이 옴이 오래되었으므로 말씀하시되 “헐었다.”고 하시고 예와 지금에 다시 되지 아니하므로 “사뭇 이와 같다.” 하시니라. 옛 운거산의 한 중이 암자를 짓고 살거늘 운거 화상이 시자를 시켜 아랫도리옷 하나를 보내시니 암주가 말하되 “나는 내 어미가 짠 아랫도리옷을 지녔는데 이것을 해서 무엇하리요?” 시자가 돌아와 아뢰니 화상이 말씀하시되 “네가 그에게 어미 아니 짰을 때에는 무엇을 입으셨던지 어찌 아니 물었느냐?” 시자가 다시 가서 물으니 암주가 말 못 하니라. 후에 암주가 죽으니 오색 사리가 나거늘 대중이 공경하더니 화상이 말씀하시되 “비록 여덟 섬 너 말의 사리가 나도 어찌 그때 한 구절을 말해 앞에 빛나며 후에 끊김과 같으리요?” 하시니라. [운거 화상은 운거무 선사이라.]〉
Ⓒ 역자 | 김동소 / 2002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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