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을 그쳐 할 일이 없는 한가로운 도인은 구름의 자취이며 학의 모습이니 어디에 의탁하리오. 봄이 깊었거늘 깊은 새가 돌아오지 아니하니 바위 가에 모든 꽃이 스스로 피락지락 하는구나.
【주】〈둘째 구절은 구름이 산부리에 나서 방향에 마음 없으며 학이 하늘에 떠서 아래 위에 붙지 아니하니, 그러면 일이 없는 도인이 이와 서로 같으니 어찌 유와 무와 중간에 의탁하리요? 셋째, 넷째 구절은 우두산(牛頭山) 나융(懶融) 선사의 일이니 나융이 사조(四祖)를 뵙지 못하셨을 때는 범정(凡情)이 사라지고 성경(聖境)이 앞에 나타나므로 제천(諸天)이 밥을 보내며 온갖 새가 꽃을 물어 공양하다가, 사조를 뵌 후에는 성경이 또 없고 각별한 기특(奇特)이 없어 범부와 다름이 없으므로 제천과 백조가 얻지 못하니 그러므로 말씀하시되 “봄이 깊었거늘 깊은 새가 돌아오지 아니하니 바위 가의 꽃이 스스로 피고 지다.” 하시니 이 경계는 제천 백조뿐만 아니라 불조(佛祖)도 엿볼 분이 없느니라.〉
Ⓒ 역자 | 김동소 / 2002년 9월 30일
원본이미지
이 기사는 전체 2개의 원본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