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밀주석】 此中問意 不說本來都迷라 意明已知覺性의 圓明과 諸法의 清淨호 何得凡心이 宛在야 不合覺源야 所作所爲ㅣ 情猶憎愛야 自他ㅣ 全別야 難自渾融야 比對果人컨댄 天地之遠이고 覺心이 本淨인댄 悟即應同이니 更有何法이 染汙야 令我用心이 異佛이고 시니 故로 云因何迷悶不入이라
Ⓒ 구결 | 세조(조선) / 1465년(세조 11)
원각경언해 하3의1:5ㄱ
이 中엣 묻오신 든 本來 다 迷호 니샴 아니라 데 기샤
覺性 주006) 각성(覺性): 각지(覺知)하는 성품. 곧 진리에 계합하여 이를 증득할 만한 소질.
의 圓明홈과 諸法의 淸淨호 마 아로 엇뎨 凡心이
번드기 주007) 번드기: “완연(宛然)”의 의미를 가지는 파생부사로, 현대어로는 ‘환하게, 뚜렷이’ 정도의 뜻을 가진다. 그와 모음교체 관계를 보이는 ‘반기’가 “필연(必然)”의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과 잘 대비된다.
이셔 주008) 이셔: 중세어의 연결어미 ‘-어’는 매우 다양한 기능을 가진다. 그 중의 하나가 ‘동시성’의 의미인바, 이곳의 ‘이셔’에 통합해 있는 ‘-어’가 바로 이 기능을 보인다. “있으면서”로 번역하면 좋다.
覺ㅅ 根源에 어우디 몯야 짓논 곧과 논 고디 情이
주009) 믜며 自와 他왜
오로 주010) 오로: 형용사 ‘올-’에서 파생된 부사다. 이미 중세어 단계에서 형용사 ‘오-’과 ‘올-’이 공존하고, 부사 ‘오로’와 ‘오로’가 공존하고 있었다. 각 짝의 후자는 전자를 바탕으로 축약된 것으로서 제1음절이 상성으로 실현되었다. 평거형의 ‘오-’이 한 음절로 줄면서 상성의 ‘올-’로 바뀐 것이다. 이 ‘오로’는 “전적으로, 온전히”의 의미를 가진다. 현대국어의 ‘오로지’는, ‘올-’과 어휘적으로 관련있는 ‘오롯-’(← 오롲-)에서 파생된 부사이다.
달아
제 주011) 제: 상성으로 나타나는 여기서의 ‘제’는 ‘저+ㅣ’인 ‘자기가’로 보아야 한다. ‘스스로’라는 부사는 거성으로 실현되기 때문이다. 단독형 ‘저’는 평성이다.
어울워 노교미 어려워 果앳 사 마초아 對컨댄 하콰
쾃 주012) 쾃: ‘’는 일반적으로는 ‘땅’이라는 의미로 쓰이나, ‘자리’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머루미니고 覺心이 本來 조홀딘댄 알면 곧 반기 가지니 므슴 法이 더러여 내 用心이
부텻긔 주013) 부텻긔: ‘내 용심(用心)이 부텻긔 다게’의 ‘부텻긔’는 비교의 대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비교구문의 한 양상을 보인다.
다게 니고 시니 그럴
니샤 주014) 니샤: ‘니-’, ‘-샤-’, ‘-오’의 통합형이나 ‘-샤-’ 뒤에서 ‘-오’의 ‘-오-’가 탈락한 것이다. 또 다른 이해의 방법으로는 ‘-샤-’가 ‘-시-’와 ‘-오/우-’의 화합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오/우-’의 화합형으로 이해되고 있는 다른 형태로는 ‘더+오 → 다’, ‘거+오 → 과’와 같은 경우를 들 수 있다.
므스글 因야 迷悶야 드디 몯호미라
Ⓒ 언해 | 세조(조선) 명찬 / 1465년(세조 11)
이 중에 물으신 뜻은 본래 다 미혹함을 이르신 것이 아니다. 뜻에 밝히시되 각성의 밝힘과 모든 법의 청정함을 이미 알되 어찌 범심이 뚜렷이 있어 각의 근원에 어울리지 못하여 짓는 곳과 하는 곳이 정이 오히려 미워하며 사랑하여 자신과 타인이 온전히 달라 자기가 어울려 녹임이 어려워
과의 사람[果人] 주015) 과인(果人): 수행에 따라 증위(證位)를 얻은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 불·벽지불·아라한의 3종이 있다.
을 맞추어 대한즉 하늘과 땅과의 먼 정도이겠습니까? 각심이 본래 깨끗하다면, 알면 곧 반드시 한 가지니 또 무슨 법이 더럽히어 내 마음 씀이 부처와 다르게 합니까? 하시니, 그러기에 이르시기를 무엇으로 인하여 번민하여 들지 못함이다.
Ⓒ 역자 | 한재영 / 2007년 10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