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원각경언해 제5집

  • 역주 원각경언해
  • 역주 원각경언해 제5집 상2의1
  • 2. 보현보살장(普賢菩薩章)
  • 보현보살장(普賢菩薩章)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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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보살장(普賢菩薩章) 서문


【종밀주석】

원각경언해 상2의1:1ㄱ

自下大段第二令依解修行隨根證入은 謂創因法鏡의 照心야 頓能信解호 至於長久修證얀 則節級이 不同니 良以障有淺深며 根有利鈍며 習氣ㅣ 厚薄며 心行이 依違니

원각경언해 상2의1:2ㄴ

이브터 주001)
이브터:
여기부터. ‘이’는 화자[=말할 이]가 가까이 있는 대상을 가리키는 것. 문맥상 ‘여기’가 적절할 듯함. ¶잇자 方便뼌品픔이니(석13:63ㄱ). 이자 序쎵品픔이니(석13:37ㄱ).
아랫 大땡段똰 주002)
대단(大段):
큰 단락. ‘단락’은 긴 글을 내용에 따라 나눌 때의 짧은 이야기 토막.
第똉二解 브터 行 주003)
행(行):
수행자(修行者)가 정하여진 업(業)을 닦는 일.
닷가 주004)
닷가:
닦아. 행동을 바르게 다스려 길러.
根 주005)
근(根):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받고 교화를 입을 수 있는 소질과 수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능력.
조차 주006)
조차:
(~을) 좇아. (~을) 따라[隨]. 그대로 지켜. 이것은 서술어로 기능 하고 있다. 그러나 서술어로도 기능 하지 않고 그 의미가 “이미 어떤 것이 포함되고 그 위에 더함”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도 나타난다. 이것은 기원적으로 ‘좇-+아’와 같은 동사 구성이 보조사로 문법화한 것이다. ¶바 불휘조차 니라(금강2:50).
證야 주007)
증(證)야:
진리를 깨달아.
들에 호 주008)
들에 호:
들어가게 함은. 16세기 중반까지 간행된 문헌에서는 ‘ㄹ’을 말음으로 가진 어간에 ‘ㄱ’으로 시작하는 형태소(-게, -고;과 등)가 결합할 때 ‘ㄱ’ 대신에 후음 ‘ㅇ’로 표기했다. ¶上根은  번 듣고 곧 알어니와(금강,서6). 果實와 믈와 좌시고(월1:5).
닐오 처 法법 거우루의 주009)
거우루의:
거울에. 15세기 문헌에는 거우루[鏡]≈거우로(두초21:41)가 공존한다. 백련초해(1568년. 1723년 복각본)에 ‘거올’(13)이, 칠장사판 천자문(1661)에 ‘鑑거울감’(22ㄴ)이 나타난다.
 비취요 주010)
비취요:
비춤을. 비취-[照]+욤(j 뒤에 오는 명사형 어미 ‘옴’의 이형태)+(목적격). [~에 ~을] “빛을 반사하는 물체에 어떤 물체의 모습이 나타나게 하다”는 뜻을 나타내는 것이 ‘비추다’이므로 ‘비취다’를 “비추다”로 옮긴다.
因야【法법은 敎法법 주011)
교법(敎法):
부처의 가르침을 담아 놓은 3장(藏). 삼장(三藏)은 ① 경(經)을 모아 놓은 경장(經藏), ② 율(律)을 모아 놓은 율장(律藏), ③ 논(論)을 모아 놓은 논장(論藏). 이를 통칭하여 ‘대장경’이라 한다.
을 니고 거우루 곧 이 가뵤미니 주012)
가뵤미니:
비유함이니. ‘가뵴’은 어간 ‘가비-’[譬]에 명사형 어미 ‘-옴’의 통합형.
사미 눈과 귀와 두 주013)
두:
두되. 가지되. 가지고 있되.
親친히 주014)
친(親)히:
몸소. 직접 제 몸으로.
제 보디 몯다

원각경언해 상2의1:3ㄱ

주015)
몯다가:
못하다가. ‘몯-’는 어떤 일을 할 능력이 없다.
다가 거우루로 비취면 곧 봄 야 衆生 제 性도  그리야 제 보디 몯야 聖敎 주016)
성교(聖敎):
수트라(Sutra)의 번역. 부처님의 가르침, 또는 그 가르침을 적어 놓은 전적(典籍). 1882년 만주에서 선교사 로스(Ross) 및 한국인 서상륜 등이 공동으로 번역한 ‘예수셩교 누가복음’이 있는데, 이때의 ‘셩교’는 ‘예수님의 가르침’, 곧 성경(聖經)을 가리킨다.
듣오 因야 敎 브터 주017)
교(敎) 브터:
가르침에 의지하여. ‘브터’는 동사 어간 ‘븥-’에 어미 ‘-어’가 결합한 형식으로 선행 성분에 의존하지 않고 서술어로 기능하고 있다. 이 책에는 보조사로 쓰인 예도 보인다. ¶이브터(원, 상2-1:1ㄱ).
두르혀 주018)
두르혀:
돌이키어. 원각경언해(1465)부터 각자병서를 폐지함으로써 ‘두르→두르혀’로 표기법이 바뀌었다.
비취여 비르서 주019)
비르서:
비로소. 어느 한 시점을 기준으로 그 전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태가 이루어지거나 변화하기 시작하여. ‘비르서’가 가장 일반적이고, 이 밖에 ‘비르수(두초6:22ㄴ), 비루수(두초7:23), 비르소(몽33, 두초8:18)’ 등이, 16세기에는 ‘비루소’(번소8:24)도 쓰였다.
보니라】
다 能히 信신解 주020)
신해(信解):
불법(佛法)을 믿고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
호 오래 닷가 證호매 니르런 주021)
니르런:
이르러서는[至]. ‘-언’은 끝 음절의 모음이 ‘ㆍ, ㅏ, ㅗ’가 아닌 동사 어간 뒤에 붙어 ‘-어서는’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
節級급 주022)
졀급(節級):
순서. 차례.
이 디 아니니 實로 障 주023)
장(障):
장애(障碍). 신체가 기능을 제대로 못하거나 정신 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
녀툼 주024)
녀툼:
얕음. 녙-[淺]+움(명사형 어미). 양성모음형 ‘냩-’은 보이지 않음. 16세기 자료에 ‘옅-’이, 17세기부터는 ‘옅- : 얕-’이 공존한다. ¶여틔(박초, 상67). 淺여쳔(유합, 하48);야며 기푸믈(두창집요, 상23ㄴ).
과 기푸미 이시며 根이 카옴 주025)
카옴:
날카로움. 캅-[利]+옴(명사형). 두뇌나 판단력이 날카로움. 생각하는 힘이 빠르고 정확함.
과 鈍똔호미 이시며 習씹氣긩 주026)
습기(習氣):
습관으로 형성된 기운이나 습성.
두터우며 열우며 주027)
열우며:
얇으며. 엷-[薄]+으며. 오늘날에는 규칙활용을 하지만, 17세기 한글문헌까지 ‘엷-’은 불규칙활용 사례만 나타남. ¶열어르믈(용30). 열운風俗(법화3:72). 薄열울박(칠장사 천자문9ㄱ). 열온어름(동국신속, 효3:56ㄴ).
心심行 주028)
심행(心行):
선악(善惡)에 대한 생각, 사물에 대한 사유 등 여러 가지 마음 작용을 가리킴.
이 브트며 어긜니 주029)
어긜니:
어긋나기 또는 어그러지기 때문이니. ‘違’의 대역으로 어간은 ‘어긔-’. 원각경언해(1465)에서 각자병서를 폐지하기 전에는 ‘어긜니’로 표기되었다.
【브트며 어긔요 敎애 브트며 敎애 어긔요미라】

여기부터 아래 큰 단락의 제2해에 말미암아 행(行)을 닦고 근(根)을 좇아서 증(證)하여 〈부처의 경지에〉 들어가게 함은, 이르되 처음에 법(法)이라는 거울에 마음을 비춤으로 인하여【법(法)은 교법(敎法)을 말하고, 거울은 곧 이것[=교법]을 비유함이니, 사람이 눈과 귀를 두되[=가지고 있되] 친히[=직접] 자기가 보지 못하다가 만약에 거울로 비추면 곧 보이는 것과 같다. 중생이 자기의 본성(本性)도 또한 그러하여 자기가 보지 못하고 성교(聖敎)를 들음으로 인하여 교(敎)에 의지하여 돌이켜 비추어야만 비로소 볼 수 있는 것이다.】 모두 능히 신해(信解)하되 오래 닦아 증(證)함에 이르러서는 절급(節級)이 같지 아니하니 실로 장애(障碍)가 얕음과 깊음이 있으며, 근(根)이 날카로움과 둔함이 있으며, 습기(習氣)가 두꺼우며 엷으며, 심행(心行)이 붙으며[=서로 꼭 맞으며] 어긋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니【붙으며 어긋남은 교(敎)에 〈부합하며〉 어긋난다는 것이다.】

【종밀주석】

원각경언해 상2의1:1ㄴ

故로 須處處에 隨根야 引令得出이니 然이나 其修證階降이 雖

원각경언해 상2의1:2ㄱ

殊나 必藉本因故로 云依解라 前則信解오 此則行證이니 故로 華嚴一部도 亦唯此四矣니라

원각경언해 상2의1:3ㄱ

그럴 모로매 주030)
모로매:
모름지기. 반드시. 이응태 묘 출토 한글편지(1586)에는 ‘모매’로 표기됨.
곧고대 주031)
곧고대:
곳곳에. 처처(處處)에. ‘여러 곳’ 또는 ‘이곳저곳’.
根을 조차 혀 나 주032)
혀 나:
이끌어 빼냄을. ‘引~出’에 대한 번역. ‘혀’는 ‘[引]→혀’로, ‘나’은 ‘나-’[出]에 명사형 어미 ‘-암’과 목적격 ‘’의 통합형.
得득게 샤미니 그러나 그 닷며 證 差창等 주033)
차등(差等):
고르거나 가지런하지 않고 차별이 있음.
이 비록 다나 반기 本본來ㅅ 因 주034)
인(因):
원인의 근본. 선인 선과(善因善果), 악인 악과(惡因惡果) 즉 “선한 원인에는 반드시 선한 결과가 따르며, 악한 원인에는 악한 결과가 따른다.”는 원리를 알면 이해하기 쉽다.
을 브틀 닐오 解 브투미라 알 信신과 解왜오 이 行과 證괘니 그럴 華嚴 주035)
화엄(華嚴):
화엄경 즉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의 약칭.
一部뽕도  오직 이 네히니라 주036)
네히니라:
네ㅎ[四]+이니라. 넷이니라. 신·해·행·증(信解行證). 불법을 믿음[信], 명확하게 이해함[解], 수행[行], 불법을 깨달음[證].

그러므로 모름지기 곳곳에서 근(根)에 따라서 끌어서 빼낼 수 있도록 하심이니, 그러나 그 닦으며 〈진리를〉 증(證)하는 것에 차등이 비록 다르지만 반드시 본래의 원인에 붙어 있으므로 ‘해(解)에 의거함’이라고 말한 것이다. 앞쪽은 신(信)과 해(解)이고, 여기는 행(行)과 증(證)이니 그러므로 화엄(華嚴) 일부(一部)도 또 오직 이 네 가지니라.

【종밀주석】

원각경언해 상2의1:2ㄱ

文中이 二니 初 徵釋用心이오 後 廣明行相이니 所以然

원각경언해 상2의1:2ㄴ

者 以悟修之理ㅣ 一異難明이라 意實相符호 言而似反故로 須徵釋샤 令解用心然後에 隨性雖緣샤 廣爲明其行相이시니라 今初徵釋文中에 大科四段이 不異初門며 申請中三도 亦同前列니라 今初進問威儀라
Ⓒ 구결 | 세조(조선) / 1465년(세조 11)

원각경언해 상2의1:3ㄱ

文문中이

원각경언해 상2의1:3ㄴ

히니
주037)
둘히니:
둘이니. 둘ㅎ[二]+이니.
처믄  믈 묻와 사기샤미오 주038)
사기샤미오:
새기심이고. 해석하신 것이고. 서술격조사 ‘이-(i)’ 뒤에 ‘ㄱ’으로 시작하는 형태소가 올 때 ‘ㄱ’을 후음 ‘ㅇ’로 표기하는 것이 당시 규칙이었다.
後는 行相 주039)
행상(行相):
마음의 작용. 행(行)은 마음의 움직임, 상(相)은 이것을 파악하는 것. 분별심이 대상을 인식하는 작용의 상태.
너비 주040)
너비:
널리. 넓게. 넙-[廣]+이(부사화 접사). 여사서언해(1736)에 ‘널펴’(서4)가 있음을 보아 18세기에는 이미 ‘넙-〉넓-’으로 재구조화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기샤미니 주041)
기샤미니:
밝히심이니. 15세기 문헌에는 ‘-’에 사동접사 ‘-이-’가 결합한 ‘기-’형만 쓰이나, 16세기에 들면 ‘키-(유합, 하42)≈키-(번소10:14)’가 공존하는 것으로 보아 사동접사 ‘-히-’가 선택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샤 아롬과 닷곰괏 理링 나콰 주042)
나콰:
하나와. ‘나’는 ‘ㅎ’을 말음으로 가진 명사[ㅎ종성 체언]. 이들이 ‘ㄱ,ㄷ’으로 시작하는 조사(과/도)와 결합하면 ‘둘콰, 세콰, 나토’ 등으로 나타남.
달오 주043)
달오:
다름을. 명사형 ‘달옴’은 ‘다-+옴’ 통합형. 용언 어간 ‘다-’는 자음 앞에서는 ‘다-’, 모음 앞에서는 ‘달ㅇ-’로 실현됨. 불규칙 용언. ¶異잉 다씨라(정음1ㄱ). 中國귁에 달아(정음1ㄴ).
교미 어려운디라 주044)
어려운디라:
어려운지라. 어려운 것이다. 정음 창제 초기 문헌에는 ‘어려디라’처럼 적다가 활자본 능엄경언해(1461년)부터는 표제어처럼 바뀌었는데, 표기법에서 ‘ㅸ’을 폐지한 결과이다. ‘-ㄴ디라’는 어간 아래 붙어 단정을 나타낸다.
든 實로 서르 마조 주045)
마조:
맞되. 들어맞되. 대립적인 사실을 잇는 데 쓰는 연결어미 ‘-(오/우)’는 중세국어 말기부터 용법이 동요되다가 근대국어 시기에는 ‘-오/우-’를 쓰지 않게 된다. ¶로(석9:32ㄴ).
닐오매 드위현 주046)
드위현:
뒤집힌. 어간 ‘드위혀-’는 ‘드위-’[反]에 강조의 접미사 ‘-혀-’의 통합. ‘-혀-’는 원각경언해(1465) 이전에는 대부분 ‘--’로 표기했다. ¶서르 드위 젼로[反正故](능8:91).
 모로매 묻와 사기샤  믈 주047)
믈:
씀을. 쓰는 것을. -[用]+움(명사형 어미)+을. 15세기 문헌에서 ‘-’는 “사용하다[用], (맛이) 쓰다[苦]”, ‘쓰-’는 “(글을) 쓰다[書], (갓을) 쓰다[冠]”로 엄격히 구분되었다.
알에 주048)
알에:
알게[解]. 깨닫게. 16세기 중반까지 나온 문헌에서는 ‘ㄹ’ 말음 어간에 ‘ㄱ’으로 시작하는 형태소(-게, -고;과 등)가 결합하면 ‘ㄱ’ 대신에 후음 ‘ㅇ’로 표기하였다. ¶上根은  번 듣고 곧 알어니와(금강, 서6). 果實와 믈와 좌시고(월1:5).
신 後에 주049)
후(後)에:
후에야. ‘’는 강조 또는 단독의 보조사로서, 조사·체언·어말어미 뒤에 두루 통합되었다.
性을 조며 緣을 조샤 너비 그 行相을 爲윙야 기시니라 이제 처 묻와 사기샨 文문中에 큰 科쾅 주050)
과(科):
해석상의 편의를 위하여 경론(經論)의 문구를 단락으로 나눈 것. 진(秦)나라 때 도안(道安)이 처음으로 시작했다고 전함.
네 段똰이 첫 門몬에 주051)
문(門)에:
문(門)과. 분류 단위의 하나. 여기 ‘에’는 비교의 부사격조사로 쓰인 것이다. ¶中國귁에 달아(정음1ㄱ).
다디 아니며 請을 펴샨 中엣 세토 주052)
세토:
셋도. 3가지도. 세ㅎ[三]+도(보조사)⇒세토. ㅎ종성 체언인 ‘세’[三] 뒤에 모음 조사가 오면 ‘세흔’ 등으로, ‘과/도’ 등 자음 조사가 오면 ‘세콰/세토’ 등으로 실현되었다.
 알 버륨 주053)
버륨:
벌임과. 나열함과. 버리-[列]+움(명사형). ‘리-’는 “버리다”[棄]를 뜻하였으며, ‘버리- : 리-’는 당시 최소대립어였다.
니라 이제 처 나 주054)
나:
나아가[進]. “나가다”[出]는 뜻을 가진 ‘나-’는 ‘나아(석6:12ㄴ)/나(원, 상1-1:23ㄱ)’로 활용하였다. 훈민정음 창제와 함께 문자화된 ‘나’ 같은 어형은 ‘낫다’[進·勝·癒]의 방언 활용형 - ㅅ탈락형[나아/나면 등]과 ㅅ유지형[나사/나면 등] -의 차이를 없애고 ‘나/나면’ 등처럼 하나의 어형으로 통일하기 위해 절충한 표기라는 가설이 있다. ¶나아닷디[進修](초발심16ㄱ). 나사[趣](선가귀감, 하38ㄴ).
묻오시 威儀 주055)
위의(威儀):
위엄이 있고 엄숙한 태도나 차림새.
Ⓒ 언해 | 세조(조선) 명찬 / 1465년(세조 11)

문장이 둘이니, 처음은 마음 씀을 물어서 새기신 것이고, 뒤는 행상(行相)을 널리 밝히신 것이니, 그렇게 하심은 앎과 닦음의 이치가 하나(=앞 문장)와 다름을 밝히기가 어려운 것이라 뜻은 실로 맞되 말함에 뒤집힌 듯하므로, 모름지기 물어 새기시어 마음 씀을 알게 하신 후에야 성(性)을 좇으며 연(緣)을 좇아서 널리 그 행상을 위하여 밝히신 것이다. 이제 처음에 물어 새기신 문장 가운데 큰 과(科)의 네 단락이 첫 문과 다르지 아니하며, 청(請)을 펴신 가운데의 셋도 또한 앞에 나열한 것과 같으니라. 이제 처음 나아가 물으시는 위의(威儀)이다.
Ⓒ 역자 | 정우영 / 2006년 5월 1일

주석
주001)
이브터:여기부터. ‘이’는 화자[=말할 이]가 가까이 있는 대상을 가리키는 것. 문맥상 ‘여기’가 적절할 듯함. ¶잇자 方便뼌品픔이니(석13:63ㄱ). 이자 序쎵品픔이니(석13:37ㄱ).
주002)
대단(大段):큰 단락. ‘단락’은 긴 글을 내용에 따라 나눌 때의 짧은 이야기 토막.
주003)
행(行):수행자(修行者)가 정하여진 업(業)을 닦는 일.
주004)
닷가:닦아. 행동을 바르게 다스려 길러.
주005)
근(根):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받고 교화를 입을 수 있는 소질과 수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능력.
주006)
조차:(~을) 좇아. (~을) 따라[隨]. 그대로 지켜. 이것은 서술어로 기능 하고 있다. 그러나 서술어로도 기능 하지 않고 그 의미가 “이미 어떤 것이 포함되고 그 위에 더함”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도 나타난다. 이것은 기원적으로 ‘좇-+아’와 같은 동사 구성이 보조사로 문법화한 것이다. ¶바 불휘조차 니라(금강2:50).
주007)
증(證)야:진리를 깨달아.
주008)
들에 호:들어가게 함은. 16세기 중반까지 간행된 문헌에서는 ‘ㄹ’을 말음으로 가진 어간에 ‘ㄱ’으로 시작하는 형태소(-게, -고;과 등)가 결합할 때 ‘ㄱ’ 대신에 후음 ‘ㅇ’로 표기했다. ¶上根은  번 듣고 곧 알어니와(금강,서6). 果實와 믈와 좌시고(월1:5).
주009)
거우루의:거울에. 15세기 문헌에는 거우루[鏡]≈거우로(두초21:41)가 공존한다. 백련초해(1568년. 1723년 복각본)에 ‘거올’(13)이, 칠장사판 천자문(1661)에 ‘鑑거울감’(22ㄴ)이 나타난다.
주010)
비취요:비춤을. 비취-[照]+욤(j 뒤에 오는 명사형 어미 ‘옴’의 이형태)+(목적격). [~에 ~을] “빛을 반사하는 물체에 어떤 물체의 모습이 나타나게 하다”는 뜻을 나타내는 것이 ‘비추다’이므로 ‘비취다’를 “비추다”로 옮긴다.
주011)
교법(敎法):부처의 가르침을 담아 놓은 3장(藏). 삼장(三藏)은 ① 경(經)을 모아 놓은 경장(經藏), ② 율(律)을 모아 놓은 율장(律藏), ③ 논(論)을 모아 놓은 논장(論藏). 이를 통칭하여 ‘대장경’이라 한다.
주012)
가뵤미니:비유함이니. ‘가뵴’은 어간 ‘가비-’[譬]에 명사형 어미 ‘-옴’의 통합형.
주013)
두:두되. 가지되. 가지고 있되.
주014)
친(親)히:몸소. 직접 제 몸으로.
주015)
몯다가:못하다가. ‘몯-’는 어떤 일을 할 능력이 없다.
주016)
성교(聖敎):수트라(Sutra)의 번역. 부처님의 가르침, 또는 그 가르침을 적어 놓은 전적(典籍). 1882년 만주에서 선교사 로스(Ross) 및 한국인 서상륜 등이 공동으로 번역한 ‘예수셩교 누가복음’이 있는데, 이때의 ‘셩교’는 ‘예수님의 가르침’, 곧 성경(聖經)을 가리킨다.
주017)
교(敎) 브터:가르침에 의지하여. ‘브터’는 동사 어간 ‘븥-’에 어미 ‘-어’가 결합한 형식으로 선행 성분에 의존하지 않고 서술어로 기능하고 있다. 이 책에는 보조사로 쓰인 예도 보인다. ¶이브터(원, 상2-1:1ㄱ).
주018)
두르혀:돌이키어. 원각경언해(1465)부터 각자병서를 폐지함으로써 ‘두르→두르혀’로 표기법이 바뀌었다.
주019)
비르서:비로소. 어느 한 시점을 기준으로 그 전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태가 이루어지거나 변화하기 시작하여. ‘비르서’가 가장 일반적이고, 이 밖에 ‘비르수(두초6:22ㄴ), 비루수(두초7:23), 비르소(몽33, 두초8:18)’ 등이, 16세기에는 ‘비루소’(번소8:24)도 쓰였다.
주020)
신해(信解):불법(佛法)을 믿고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
주021)
니르런:이르러서는[至]. ‘-언’은 끝 음절의 모음이 ‘ㆍ, ㅏ, ㅗ’가 아닌 동사 어간 뒤에 붙어 ‘-어서는’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
주022)
졀급(節級):순서. 차례.
주023)
장(障):장애(障碍). 신체가 기능을 제대로 못하거나 정신 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
주024)
녀툼:얕음. 녙-[淺]+움(명사형 어미). 양성모음형 ‘냩-’은 보이지 않음. 16세기 자료에 ‘옅-’이, 17세기부터는 ‘옅- : 얕-’이 공존한다. ¶여틔(박초, 상67). 淺여쳔(유합, 하48);야며 기푸믈(두창집요, 상23ㄴ).
주025)
카옴:날카로움. 캅-[利]+옴(명사형). 두뇌나 판단력이 날카로움. 생각하는 힘이 빠르고 정확함.
주026)
습기(習氣):습관으로 형성된 기운이나 습성.
주027)
열우며:얇으며. 엷-[薄]+으며. 오늘날에는 규칙활용을 하지만, 17세기 한글문헌까지 ‘엷-’은 불규칙활용 사례만 나타남. ¶열어르믈(용30). 열운風俗(법화3:72). 薄열울박(칠장사 천자문9ㄱ). 열온어름(동국신속, 효3:56ㄴ).
주028)
심행(心行):선악(善惡)에 대한 생각, 사물에 대한 사유 등 여러 가지 마음 작용을 가리킴.
주029)
어긜니:어긋나기 또는 어그러지기 때문이니. ‘違’의 대역으로 어간은 ‘어긔-’. 원각경언해(1465)에서 각자병서를 폐지하기 전에는 ‘어긜니’로 표기되었다.
주030)
모로매:모름지기. 반드시. 이응태 묘 출토 한글편지(1586)에는 ‘모매’로 표기됨.
주031)
곧고대:곳곳에. 처처(處處)에. ‘여러 곳’ 또는 ‘이곳저곳’.
주032)
혀 나:이끌어 빼냄을. ‘引~出’에 대한 번역. ‘혀’는 ‘[引]→혀’로, ‘나’은 ‘나-’[出]에 명사형 어미 ‘-암’과 목적격 ‘’의 통합형.
주033)
차등(差等):고르거나 가지런하지 않고 차별이 있음.
주034)
인(因):원인의 근본. 선인 선과(善因善果), 악인 악과(惡因惡果) 즉 “선한 원인에는 반드시 선한 결과가 따르며, 악한 원인에는 악한 결과가 따른다.”는 원리를 알면 이해하기 쉽다.
주035)
화엄(華嚴):화엄경 즉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의 약칭.
주036)
네히니라:네ㅎ[四]+이니라. 넷이니라. 신·해·행·증(信解行證). 불법을 믿음[信], 명확하게 이해함[解], 수행[行], 불법을 깨달음[證].
주037)
둘히니:둘이니. 둘ㅎ[二]+이니.
주038)
사기샤미오:새기심이고. 해석하신 것이고. 서술격조사 ‘이-(i)’ 뒤에 ‘ㄱ’으로 시작하는 형태소가 올 때 ‘ㄱ’을 후음 ‘ㅇ’로 표기하는 것이 당시 규칙이었다.
주039)
행상(行相):마음의 작용. 행(行)은 마음의 움직임, 상(相)은 이것을 파악하는 것. 분별심이 대상을 인식하는 작용의 상태.
주040)
너비:널리. 넓게. 넙-[廣]+이(부사화 접사). 여사서언해(1736)에 ‘널펴’(서4)가 있음을 보아 18세기에는 이미 ‘넙-〉넓-’으로 재구조화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주041)
기샤미니:밝히심이니. 15세기 문헌에는 ‘-’에 사동접사 ‘-이-’가 결합한 ‘기-’형만 쓰이나, 16세기에 들면 ‘키-(유합, 하42)≈키-(번소10:14)’가 공존하는 것으로 보아 사동접사 ‘-히-’가 선택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주042)
나콰:하나와. ‘나’는 ‘ㅎ’을 말음으로 가진 명사[ㅎ종성 체언]. 이들이 ‘ㄱ,ㄷ’으로 시작하는 조사(과/도)와 결합하면 ‘둘콰, 세콰, 나토’ 등으로 나타남.
주043)
달오:다름을. 명사형 ‘달옴’은 ‘다-+옴’ 통합형. 용언 어간 ‘다-’는 자음 앞에서는 ‘다-’, 모음 앞에서는 ‘달ㅇ-’로 실현됨. 불규칙 용언. ¶異잉 다씨라(정음1ㄱ). 中國귁에 달아(정음1ㄴ).
주044)
어려운디라:어려운지라. 어려운 것이다. 정음 창제 초기 문헌에는 ‘어려디라’처럼 적다가 활자본 능엄경언해(1461년)부터는 표제어처럼 바뀌었는데, 표기법에서 ‘ㅸ’을 폐지한 결과이다. ‘-ㄴ디라’는 어간 아래 붙어 단정을 나타낸다.
주045)
마조:맞되. 들어맞되. 대립적인 사실을 잇는 데 쓰는 연결어미 ‘-(오/우)’는 중세국어 말기부터 용법이 동요되다가 근대국어 시기에는 ‘-오/우-’를 쓰지 않게 된다. ¶로(석9:32ㄴ).
주046)
드위현:뒤집힌. 어간 ‘드위혀-’는 ‘드위-’[反]에 강조의 접미사 ‘-혀-’의 통합. ‘-혀-’는 원각경언해(1465) 이전에는 대부분 ‘--’로 표기했다. ¶서르 드위 젼로[反正故](능8:91).
주047)
믈:씀을. 쓰는 것을. -[用]+움(명사형 어미)+을. 15세기 문헌에서 ‘-’는 “사용하다[用], (맛이) 쓰다[苦]”, ‘쓰-’는 “(글을) 쓰다[書], (갓을) 쓰다[冠]”로 엄격히 구분되었다.
주048)
알에:알게[解]. 깨닫게. 16세기 중반까지 나온 문헌에서는 ‘ㄹ’ 말음 어간에 ‘ㄱ’으로 시작하는 형태소(-게, -고;과 등)가 결합하면 ‘ㄱ’ 대신에 후음 ‘ㅇ’로 표기하였다. ¶上根은  번 듣고 곧 알어니와(금강, 서6). 果實와 믈와 좌시고(월1:5).
주049)
후(後)에:후에야. ‘’는 강조 또는 단독의 보조사로서, 조사·체언·어말어미 뒤에 두루 통합되었다.
주050)
과(科):해석상의 편의를 위하여 경론(經論)의 문구를 단락으로 나눈 것. 진(秦)나라 때 도안(道安)이 처음으로 시작했다고 전함.
주051)
문(門)에:문(門)과. 분류 단위의 하나. 여기 ‘에’는 비교의 부사격조사로 쓰인 것이다. ¶中國귁에 달아(정음1ㄱ).
주052)
세토:셋도. 3가지도. 세ㅎ[三]+도(보조사)⇒세토. ㅎ종성 체언인 ‘세’[三] 뒤에 모음 조사가 오면 ‘세흔’ 등으로, ‘과/도’ 등 자음 조사가 오면 ‘세콰/세토’ 등으로 실현되었다.
주053)
버륨:벌임과. 나열함과. 버리-[列]+움(명사형). ‘리-’는 “버리다”[棄]를 뜻하였으며, ‘버리- : 리-’는 당시 최소대립어였다.
주054)
나:나아가[進]. “나가다”[出]는 뜻을 가진 ‘나-’는 ‘나아(석6:12ㄴ)/나(원, 상1-1:23ㄱ)’로 활용하였다. 훈민정음 창제와 함께 문자화된 ‘나’ 같은 어형은 ‘낫다’[進·勝·癒]의 방언 활용형 - ㅅ탈락형[나아/나면 등]과 ㅅ유지형[나사/나면 등] -의 차이를 없애고 ‘나/나면’ 등처럼 하나의 어형으로 통일하기 위해 절충한 표기라는 가설이 있다. ¶나아닷디[進修](초발심16ㄱ). 나사[趣](선가귀감, 하38ㄴ).
주055)
위의(威儀):위엄이 있고 엄숙한 태도나 차림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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