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세존이 예전에 설법을 이미 오래 하시거늘 내가(=저희가) 그 때에 자리에 있어 몸이 피로하여 오직 공하고 모양이 없고 지을 것이 없는 것만을 생각하고 보살의 법과 신통력에 노닐어 장난함과(=장난만 하고) 부처님 나라를 깨끗하게 함과 중생을 성취시킴엔 마음에 즐기지 아니하였습니다.
〔요해〕 법 설하심이 이미 오래되었다는 것은 40년을 소승의 가르침을 이르시던 시절을 가리킨 것이다. 게으른 까닭으로 오직 소승의 공법만을 생각하고 다시 나아감을 구하지 아니한 것이다. ‘공’과 무상과 무작은 곧 소승의 3해탈문이니, 지자가 이르되, 4제를 의지하여 제법의 ‘아’와 아소가 없는 것을 보므로 이름이 ‘공’이고, ‘공’인 까닭으로 만법의 하나와 다른 것들의 ‘상’을 실로 얻지 못하는 것이 이름이 무상이고, 일체의 ‘상’이 없어 가히 얻지 못할 줄을 알아 곧 3계에 원하여 구할 데가 없어 다시 3유의 생사의 업을 짓지 아니하는 것이 이름이 ‘무작’이며, 또 ‘무원’이라고도 하니, 이것으로 말미암아 여러 가지 수고에 매임을 여의어 해탈을 얻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이는 오직 작은 법이라서 족히 생각지 못할 것이다. 보살의 법은 곧 대승의 법이고, 유희 신통 등은 곧 대승의 ‘행’이니 저 사람들이 오직 작은 것을 즐겨서 ‘공’에 잠기어 적멸에 가므로 큰 법과 큰 행을 마음에 즐기지 아니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