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해〕 경전을 새김에 ‘과’가 있으며 교판함에 으뜸 있음이
【‘판’은 쪼깨어 나누는 것이다.】 화[벼]는 구덩이가 있어서
【‘화’는 짚이 딸린 곡식이다.】 포기를 담듯하며 물은 마루
(흐름의 갈래)
가 있어서 갈래를 모으듯 하니, 예전에 여기되 화엄과 법화는 한 마루
(흐름의 갈래)
라 하니 어찌해서 밝히려는가? 법왕이 ‘운’을 응하시어 ‘진’에 나시어 조성이 되심이
【여혜경이 이르되 ‘으뜸에서 벗어나지 아니하는 것이 이른바 천인이고 ‘정’에서 벗어나지 아니하는 것이 이른바 신인이고, ‘진’에서 벗어나지 아니하는 것이 이른바 지인이고, 하늘로 으뜸을 삼고 덕으로 근본을 삼고 도로 문을 삼아 변화에 시작하는 것이 성인이라.’ 하니 이 네 가지의 이름이 한 체에 한 가지로 나되 ‘성’을 끊고 ‘진’을 가지면 신천의 본종에 들고, ‘진’에 나서 조성이시면 제왕 일어나심을 응하시는 것이라고 한 것이다. ‘조’는 시작하는 것이다.】 오직 한 가지 일을 위하시는지라, 그 밖의 다른 승이 없으시니 이런 까닭으로 처음 화엄경을 이르시어 특별히 돈법을 밝히시니 비록 근기의 둔함을 아시나, 또한 본래의 마음에 맞게 하시다가 큰 법을 두려워하여 어지러움에 미쳐서는 ‘권’으로 방편을 만드시고 여러 뜻이 정히 순수함에 이르러서는 도로 실법을 보이시니, 그러면 두 경전이 하나는 시작하시고 하나는 마치시는 것이다. 실로 서로 도와 내신 까닭으로 이제 화엄을 으뜸 삼아 과목하여 새긴다. 혹자가 이르되 “화엄은 실성을 순수하게 이르시어 큰 기를 혼자 입히시고 법화는 ‘권’을 끌어 당기시어 ‘실’에 들게 하시어 3근을 나란히 입히시니, 두 경전의 뜻이 멀어 서로 미치지 아니하거늘 저것을 끌어와 이것을 새기니 으뜸을 모름에 가깝도다.” 하건만 ‘우’는 신해품을 그윽이 보니
【‘우’는 어리석은 것이니, ‘어리석은 나’라고 하는 말이다.】 그 아비가 먼저 아들을 구하다가 못하여 중간에 한 성에 머물되 그 집이 매우 부유하거늘 가난한 아들이 멀리서 보고 두려워 하여 빨리 달아남은 처음 화엄경 이르심을 바로 견준 것이고, 임종하여 아들에 명하여 재산을 맡겼는데 궁자가 기뻐하여 큰 보장을 얻음은 마침내 법화경 이르심을 바로 견준 것이니, 이를 디디고 보건댄 처음에 놀라 두려워함과 나중에 친히 붙음이 다른 아비가 없으며 궁하여서 버리던 것과 달하여서 얻은 것이 다른 보배가 없으니, 이미 다름이 없거니 어찌 으뜸으로 삼지 못하리오? 또 하물며 두 경전이 ‘지’로 ‘체’를 세우시고 ‘행’으로 덕을 이루시어 빛을 비추시어 상서를 나타내시어 법계의 진기를 온전히 하시고 ‘인’을 녹여 ‘과’에 모으시어 닦아 증득할 지름길을 여시니, 무릇 법 만드심이 뜻이 다 같으시어 두 경전이 서로 으뜸가니 또 성인의 설법이 처음과 나중이 하나의 뀀이시어 과연 오직 한 일이고, 다른 승 없으신 것을 족히 볼 것이다. 뜻이 적이 순하니 깊이 꾸짖지 맒이 다행이도다(말기 바란다.).
이제 이 경전을 과판하되 28품을 셋에 나누니 처음은 서분 1품이고, 둘은 정종분 19품이고, 셋은 유통분 8품이다. 정종분은 둘이니 처음은 3주로 열어 보이심이 10품이니 방편품으로부터 수학무학인기품에 이르기까지 8품은 3주법을 이르시어 3근〈기의 사람에게〉 ‘기’를 주시고, 법사품으로부터 견보탑품에 이르기까지 2품은 넓은(=자세한) ‘기’를 주시어 앞의 ‘기’를 원만하게 갖추어지게 하시며 모든 부처님을 모으시어 앞의 법을 원만하게 증하시고, 둘은 ‘묘’를 나타내시어 지님을 권하신 9품이니 제바달다품으로부터 안락행품에 이르기까지 3품은 공행의 ‘묘’를 나타내시고, 종지용출품으로부터 여래수량품에 이르기까지 2품은 ‘본’과 자취의 ‘묘’를 나타내시고 분별공덕품으로부터 불경보살품에 이르기까지 4품은 듣고 지님의 ‘묘’를 나타내시니, 앞의 열어 알게 하심을 말미암아 이를 의지하여 널리 지니게 하시어야 으뜸가는 것을 잃지 아니하여 묘법에 원만하게 부합하실 것이다. 유통 8품은 여래신력품으로부터 일으켜서 촉루품에 맡겨 주시고 나머지 6품은 앞의 법을 온전히 ‘체’로하시어 행경을 나타내어 보이시어 이 도를 유통하시니 이름이 ‘행’으로 ‘지’에 부합한 늘 그러한 큰 ‘용’의 문인 것이다.
이제 처음 서분은 정종의 끝(=단서)을 열어 내심이시니 그 내심이 둘이 있으니 인천중이 모임을 말미암아 무량의를 마치시고 부처가 큰 선정에 앉으시었거늘 하늘에서 네 가지 꽃을 뿌리며 6종의 진동이 무명에 가려진 ‘연’을 흔들며 일광이 지경의 실상을 나타내시니 이는 석존이 ‘본’을 나타내시어 실마리를 원만하게 일으키신 것이고, 그 다음은 미륵보살이 묻자옴을 보이시며 문수보살이 의심을 결하시어 등명의 본래의 광명을 끌어오시어 지금의 부처의 상서로운 ‘상’을 증득하시니, 이는 대사가 유를 이으시어 【‘유’는 물 흐르는 것이다.】 그 끝을 도와 일으키신 것이다. 그밖의 널리 끌어오심은 〈그〉 뜻이 다 한 경전의 본말을 미리 펴신 것이니, 정종〈분〉을 통달코자 한다면 모름지기 먼저 서분을 밝힐 것이니 깊은 경전에서 실 뽑는 이가 〈실〉 끝을 얻는 것과 같아서 다하지 못함이 없으며 전각(殿閣)에 오를 이가 차례 얻음과 같아서 반드시 그 근원에 다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