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법연화경 요해서】
모든 부처님 일어나심이 오직 한 일을 위하시어 일천 경전에 펼치심은 다른 ‘승’이 없으시며 바로 만법을 묘하시어(=미묘한 만법으로써) 한 마음을 밝히시며 환화에서 나아가시어 실상을 보이시니 【‘환’은 꼭두각시이고 ‘화’는 허공에 있는 꽃이다.】, 묘법연화경은 모든 부처님의 으뜸 가는 〈것〉이며 천 가지 경전의 관할이며 【‘관’은 수레의 굴대이고, ‘할’은 수레의 축 끝의 쐐기다.】, 한 마음의 큰 거울이며, 실상의 미묘한 문이다. 진나라 시절부터 번역하여 내려온 지 거의 8백 년이니, 말을 새기며 뜻을 새김이 시대마다 현명한 사람이 있으되, 갖추어짐을 바라고 온전함을 구하건댄 얻으며 잃음이(=장단점이) 서로 있으니, 진실로 이르신 바 세간에 가득한 추자(=사리불)와 항하사 같은 〈많은〉 보살이 아무리 생각하여 헤아려도 조금도 알지 못하리로다. 이런 까닭으로 비록 강론하여 새김이 많이 지났으나 다하지 못한 곳이 있어 빛내며 토론함에 【‘토’는 구하는 것이다.】 오는 자를 거스르지 못하더니, 온릉련사의 환사가 1승을 깊이 궁구하며 【‘궁구’는 〈이치에〉 다다르게 아는 것이다.】 많은 말을 널리 더듬어 ‘기’를 궁구하며 【‘기’는 작은 것이니, 거친 거죽이 아니다.】 종요로운 것을 잡아 항목을 나누어 새겨 선화 기해년에 【‘선화’는 송나라 휘종의 연호이다.】 처음에 욕되고 더럽게 여기지 아니하여 나에게 명하여 교정하여 입증하라 하고, 그리하고 또 널리 종장에 증명하여 【‘종’은 마루이고, ‘장’은 장인바치다.】 부처님의 마음에 맞음을 힘쓰고, 병오년에 또 나와 남산에 모여 소를 강론하며 경을 추심하여 고증하고 자세히 함을 재사(=거듭거듭)하여 【‘재’는 두 번이다.】 ‘명’과 ‘상’을 제거하며 【‘명’은 이름이고 ‘상’은 형체이다.】 번만을 베어 【‘번’은 쑥이고 ‘만’은 넝쿨이다.】 부처님의 지견에 들 사람으로 하여금 잎을 따며 가지를 추심하는 피곤함이 없게 하고 【언기가 이르되 명상의 배움이 잎 따는 것과 같아 두수법문이 다함이 없어 한갓 스스로가 바쁘〈기만 하〉고 마침내 이익이 없는 것이다.】 나무를 쪼개며 촛불 잡은 봄이 있게 하니 【원각경의 서문에 이르되 ‘그 뜻을 새김에 단정함이 나무를 쪼개는 것과 같으며, 그 ‘관’에 듦은 밝은 것이 촛불 잡은 듯 〈환〉하니라.’】, 이 진실로 능히 비밀스러운 종요로운 ‘장’을 밝힘이다. 혹자가 이 스승께 묻되, ‘일곱 축의 글월 중에 어느 것이 정말로 이르신 묘법인가?’ 〈스승께서〉 이르되 ‘천 가지 경전과 만 가지 논의가 오직 이 일을 위하시니 어찌 이 한 자리(=법석)에 문득 다른 말씀이 있으시리오? 세존이 이로부터 열어 보이시며 많은 미혹함이 이로부터 알아 들며, 불붙는 집에서 이로부터 벗어나며, 보배로운 곳에 이로부터 나아가며 많은 겁을 반나절 같게 하심과 대천을 한 몸에 나타내심과 용녀가 성불하심과 상불경보살이 다 수기하심과 약왕보살이 몸 사르심과 관세음보살이 좇아 응하심과 정장이 삿됨 옮기심과 보현보살이 ‘권’ 발하심이 다 이것으로부터 비롯하신 것이다. 이 일을 밝히지 못하면 눈에 가득한 것이 묵은(=진부한) 말이거니와, 부처님의 지견을 열면 어느 것이 묘법이 아니겠는가?’ 하니, 일기의 문답을 그윽이 보건대 【‘일기’는 한 시기이다.】 온 경전 지으심을 보리로다. 만약 거슬러 맛을 헤쳐 깊이 나아가 스스로 얻으면 가히 무량의처에 가부좌하시고 백호상 광명을 도로 비추시어 방편문을 여시고 진실상을 보이심에 바로 똥 그릇을 던지고 길이 흰 소를 타리니, 1승 묘법이 갖추어져 내게 있고 부처님께 있지 아니하며, 갖추어져 마음에 있고 경전에 있지 아니할 것이다. 견주건댄 금, 슬, 공후가 【금, 슬, 공후는 다 풍류의 사물(=악기)이다.】 비록 미묘한 소리가 있으나 만약 미묘한 가락이 없으면 마침내 능히 〈소리를〉 내지 못하듯 하니, 이 사실을 해명코자 한다면 반드시 이 요해로써 미묘한 가락을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