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해〕 이 말은 다 공견을 타고 발한 것이다. 가까운 세에 요사한 종파가 허망하게 이르기를, ‘참여하려면 모름지기 실하게 참여하고, 견하려면 모름지기 실하게 견하라.’ 하여 인과·후신·천당·지옥 〈등을〉 친히 보지 못한 것으로, 한가지로 다 떨구어져서 없다고 하니, 이런고로 그 말을 얻은 이는 다 이르기를 ‘선악이 아득하며 부생주019)
부생:
덧없는 인생.
을 다시 못하리라.’ 하여 여기에 계검을 잊으며 음란한 낙을 한껏 하여 마시고 먹으며 어지럽혀, 스스로가 끊어 보내며 나타난 곳에 요행하여 【요행은 바라지 못할 복을 구하는 것이다.】취렴주020)
공공적적. 우주에 형상이 있는 것이나 없는 것이나, 모두 그 실체(實体)가 공무(空無)하여 아무것도 생각하고 분별할 것이 없다는 것이 없다는 것.
을 얻〈었〉으나, 탐욕을 그윽이 행하면 그 〈음〉욕을 받은 이도 또 공심을 얻어 인과를 떨쳐 없다 하리니, 이는 이름이 일월에 박식주029)
박식:
일실·월식을 뜻함.
하는 정기의 【‘박’은 기운이 가서 다그친 것이고, ‘식’은 이지러져 헐어버리는 것이다.】금과 옥과 지초와 인과 봉〈황〉과 거북과 학이 천만년을 지나〈도〉 죽지 아니하고 〈신〉령하여 국토에 난 것이니, 나이가 늘거 ‘마’가 되어 이 사람을 보채어 어지럽히다가 염족한 마음이 나서 저 사람의 몸을 버리거든(=떠나거든) 제자와 스승이 흔히 왕난에 꺼지리니, 네가 마땅히 먼저 깨달으면 윤회에 들지 아니하려니와 미혹하여 알지 못하면 무간지옥에 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