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문〕 부처님이 이르시기를, “미묘한 ‘각’의 밝으며 원만함이 본래 원만하며 밝으며 미묘하니, 이미 ‘망’이라 일컬으면 어찌(=무슨) ‘인’이 있으며, 만일 ‘인’한 데(=바)가 있으면 어찌 ‘망’이라고 이름할 것인가? 많은 망상이 뒤집어서 서로 ‘인’함으로부터 미혹을 따라 미혹을 모아 진겁주007)
진겁:
티끌처럼 오랜 겁.
을 지내는(=지나온) 것이라서 비록 부처가 발명하여도 오히려 능히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다.
〔주해〕 미묘한 ‘각’의 밝으며 원만함은 나와 여래가 두 원만이 없음(=다같이 원만함)을 가리키신 것이다. 본래 원만하며 밝으며 미묘함은 본래 이지러져 작음이 없으며, 본래 미망 없음을 이르시니, 이것이 사람마다의 본래 면목이니, 어찌 ‘망’으로 둘에 나누며 이지러져 버려서 ‘물’과 나를 나누어 세게 사랑하며 미워함을 일으켜서 많은 ‘망’이 서로 인하여 미혹하여 굴러다녀 돌아오지 못하였나?
〔경문〕 이와 같이 미혹의 ‘인’이 미혹을 인하여 스스로 있으니, 미혹의 ‘인’이 없음을 알면 ‘망’이 붙을(=의지할) 곳이 없으니, 오히려 ‘생’이(=생긴 것이) 없거니, 무엇을 멸하려 할 것인가? 보리〈를〉 얻은 이는 깬 때의 사람의 꿈속의 일을 이르듯하니, 마음이 비록 정명한들 무슨 인연으로 꿈속의 ‘물’을 취하고자 할 것인가(=했겠는가)? 하물며 또 ‘인’이 없어 본래〈부터〉 있는 곳이 없는 것이겠는가?